이창훈·이희진·김선영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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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과 태극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2015년 8월 실형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서울구치소 수감 전 민주당 의원
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한 전 총리 왼쪽 뒤에 당시 의원
이었던 박범계 법무장관이 보인다./조선일보DB
한명숙 사건’ 검찰이 위증 강요? 정반대 증언 있었다
17일 박범계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僞證) 교사’ 의혹은, 수사 검사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이를 뒤집은 한신건영 대표 출신 고(故) 한만호씨의 감방 동료들에게 “한만호씨로부터 사전에 돈 줬다는 진술을 번복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취지의 거짓 증언을 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가 거짓 증언을 강요한 게 아니라 한만호씨가 실제로 감방 동료들에게 그 같은 말을 했다고 스스로 법정에서 진술한 적이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감방 동료들은 검찰이 거짓 증언을 교사한 것이 아니라, 한만호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그대로 검찰과 법원에서 증언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세 차례에 걸쳐 한만호씨로부터 달러와 수표 등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검찰 조사에서 돈 준 사실을 진술했던 한만호씨는 2010년 12월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돈을 준 적 없다”고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동생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한씨가 준 1억원짜리 수표가 사용된 계좌기록이 나오는 등 다수 증거들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을 받았다.
한만호씨 역시 법정에서 “돈을 준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한 위증죄가 추가로 인정돼 2017년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한만호씨가 돌연 진술을 뒤집었을 당시 구치소에서는 “한만호씨가 검찰 진술을 뒤집을 것이라고 미리 말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검찰 수사팀은 2011년 2~3월 한만호씨의 감방 동료 김모·최모씨를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세웠다.
이들은 “한만호씨가 검찰 진술을 번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권은 당시 수사팀 검사들이 이들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5일 대검은 해당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지만 박 장관은 17일 재검토 지휘를 내렸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0일 국회를 빠져나가며 문재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본지가 입수한 2011년 2월 21일 한 전 총리 재판의 증인 신문 조서를 보면, 이날 한만호씨 감방 동료 김씨는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과 한 전 총리 변호인 등으로부터 신문을 받았다.
한만호씨와 대질 신문도 진행됐다.
증인 신문 조서는 180여 페이지에 달한다.
한만호씨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한 전 총리가 떨어지고 그때부터 진술 번복을 결심했다”고 하자 검찰은 “김씨의 증언대로 김씨에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만호씨는 “내가 진술 번복 결심을 하고 나서 그 진술 번복을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은 전혀 없다.
증언하고 난 다음에는 했지만 그 전에는 누구에게라도 ‘내가 진술 번복을 하겠다’라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만호씨는 “단 한번, 누구에게인지 모르겠지만 ‘검찰에서 협박 때문에 거짓 진술한 것은 지장 찍고 사인했어도 법정에서 제대로만 진술하면 그것은 큰 죄가 되지 않는다더라, 그래서 나는 법정에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고 했다.
증인 김씨와 최씨를 비롯한 한만호씨의 감방 동료들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한만호씨가 ‘법정에 가면 진술을 뒤집을 것’이라는 말을 사전에 했었고 논의도 함께 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상태였다.
2011년 2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건설업자 한만호씨와 한씨 회사의 전
직 경리부장이었던 정모(여·증인석에 앉은 사람)씨가 대질신문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것. 법정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다/조선일보DB
검찰이 다시 “김씨에게 이야기 하였나”라고 묻자, 한만호씨는 “김씨에게 이야기 했는지, 누구에게 이야기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김씨 외에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수감자가 많지는 않지 않느냐”고 하자, 한만호씨는 “출정 가면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검찰은 “(다른 감방 동료) 최씨에게 이야기 할 수도 있었나”라고 묻자, 한만호씨는 “최씨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또 다른 감방 동료 한모씨를 언급하며 “그러면 한씨에게도 이야기 할 수 있었나”라고 하자, 한만호씨는 “아마 증언 이후에 이야기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만호씨는 진술 번복 얘기를 주변에 어떻게 했는지 내용도 증언했다. 그는 “한씨나 최씨에게 진술을 번복하겠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검찰이) 단추 하나 가지고 양복도 만들고 코트도 만들었다. 이렇게 된 문제니까 이것은 제가 검찰에서 그렇게 협박도 받고 그렇게 된 것이라, 제가 진술을 번복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했다.
박 장관이 취임 두 달만에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수사 관련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만호씨가 돈을 건넸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자 검찰이 감방 동료들에게 거짓 증언을 연습시켜 “한만호씨가 사전에 진술을 번복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다”는 법정 증언을 하도록 교사했다는 것인데, 정작 재판에서 한만호씨는 주변 동료들에게 자신의 진술 번복 이야기를 먼저 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작년 5월 민주당의 총선 압승 이후 친정권 매체들은 한만호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고 검찰의 협박 조사로 돈 줬다는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취지의 비망록을 썼다며 이를 처음 공개하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2010~2015년 한 전 총리 사건의 1·2심·대법원 재판부는 해당 비망록을 모두 검토한 끝에 근거가 없다고 판명내린 뒤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정에서 “돈을 준 적 없다”고 기존 진술을 뒤집어 거짓말을 한 위증죄로 추가 기소된 한만호씨 사건의 1·2심·대법원 재판부 역시 비망록 내용을 검토 끝에 한만호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박국희 기자
viewer대검찰청은 19일 오전 10시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재심의한다./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직무대행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한명숙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에…‘고검장 참여’ 카드로 응수한 조남관
조남관 ‘檢 자존심 지켜냈다’ 평가
박범계도 검찰과 충돌 경계 분석
법조계 비판적 시각도 의식한 듯
무혐의 번복 가능성은 더 낮아져
기소 땐 檢 개혁의 불쏘시개 전망
불기소 땐 ‘감싸기’ 논란 불가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고검장까지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 수용으로 응수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면서도 검찰의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박 장관도 검찰과 충돌을 경계한 듯 무리수를 두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회의가 고검장으로 확대되면서 앞서 대검이 내린 무혐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직무대행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박 장관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여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하겠다”며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하여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날 수사지휘서를 통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했다.
대검은 4일 앞으로 다가온 공소시효 만료(22일)를 앞둔 상황에서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신속하게 수용했다.
전날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이 역대 4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사안 설명을 들을 것 등을 지시하자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실상 모해위증 의혹 관련자들을 기소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대검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합류시키는 묘수를 찾아냈다. 박 장관으로서도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거절하기 쉽지 않은 조치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 대검 지휘부 진용으로 볼 때 정권 입맛에 맞는 결론을 점치는 시각이 있었다.
대검 부장 7명 중 4명가량이 친정권 성향이라는 것이다.
검찰총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고검장 6명이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일방적인 결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고검장들은 윤석열 총장 사퇴 이후인 지난 8일 전국고검장회의를 열어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다.
박 장관은 모해위증 의혹에 대한 기소 결정에 대한 공을 검찰로 넘긴 상황에서 대검 요청을 수용하는 등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양새다.
이날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찾은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검 요청에 대해 “조 직무대행이 전화가 와서 통화했다.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지휘 내용은 부장회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지침’을 보면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그리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도착해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직원 격려차 상주지청을 방문했다. 상주=연합뉴스
박 장관으로서는 법조계의 비판적 시각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을 변론한 이완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장관의) 지시는 스스로 지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하다.
법상 결정권이 없는 기구에 판단권을 넘기라고 하고 특정인 의견을 들어보라는 식의 지시는 검찰청법상 의사결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검은 19일 오전 10시부터 비공개로 의견서·기록 검토, 사안 설명, 토론 등의 순서로 회의를 진행한다.
종료 시각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밤늦게까지 마라톤회의가 열리거나 주말에 추가 회의가 열릴 수 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의결 정족수로는 참석자의 과반 동의가 필요한 미국 연방 기소배심제 등을 참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기소, 불기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 여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소 결정이 날 경우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여권에서는 한 전 총리 명예회복과 더불어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한 전 총리 사건 관련한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에 대한 법무부 합동감찰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불기소 결정이 난다면 여권과 법무부가 ‘제식구 감싸기’라면서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찰을 더욱 몰아붙일 수 있다.
대검의 사건 배당에 항의하며 감찰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임 연구관이 공무상 비밀누설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라 그의 처리도 새로운 논란거리다.
고검장을 포함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를 거듭 확인하면서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여 쇄신하겠다는 식의 발표가 나오는 상황도 예상된다.
◆한명숙 무죄 확률 ‘0’… ‘사면 불발’ 책임 덜기 노린 듯
여권의 ‘한명숙 구하기’에 대한 희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2015년 8월 한명숙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될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을 지켜내지 못하고 한 전 총리를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우리의 무력함이 참담하다”며 원통함을 표시한 바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행법상 당시 수사팀 검사들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재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한 전 총리 사건이 재심을 통해 무죄로 뒤집힐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총리 사건이 재심 청구 대상이 되려면 당시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이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심 청구 사유를 7가지로 규정한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이 중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에 해당된다.
결국 재심을 향한 첫 단추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이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되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22일)가 임박한 데다 앞서 대검이 재소자 증인 2명과 수사팀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단을 내린 바 있어 수사팀 기소를 장담할 수 없다.
설사 기소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모해위증교사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인데 10여년 전 사건이라 검찰이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팀 유죄 확정’이란 큰 산을 넘고 한 전 총리가 재심을 청구하면 대법원이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재심이 개시돼도 본안 심리라는 벽이 높다.
한 전 총리 사건 판결문을 보면,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재소자들의 증언은 재판부 판단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자금 흐름에 주목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 총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심이 진행된다고 해도 한 전 총리 사건이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힐지 의문”이라며 “증언이 위증이라고 해도 이것이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재심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향후 여권의 검찰개혁 동력 확보와 한 전 총리에 대한 사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란 관측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김경수 변호사는 “‘한명숙’이라는 인물의 정치적 비중을 봤을 때 한 전 총리 사건이 갖고 있는 정치적 함의가 굉장히 크다”며 “박 장관 측은 이번 수사지휘권을 통해 한 전 총리가 살아나면 좋고, 못 살더라도 검사들의 윤리적 문제는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시스
◆“‘公正’이 ‘空正’으로 비칠까 우려” 檢내부 수사지휘권 반발 확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과거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 사건과 관련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검찰 내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헌섭(36·사법연수원 40기)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장관님 전 상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박 장관의 행보를 두고 “‘정치인’으로 봐야 할지, ‘국가공무원’으로 봐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고 적었다.
신 검사는 “장관이 수사 지휘 문구에 10차례 정도 이름을 언급한 임은정 검사가 대검 주무연구관들, 감찰과장의 집단지성을 압도할 만큼 공정한 행보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관은 (국회의원이던) 2015년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는 언급을 수차례 했다”며 “6년 뒤 사법부의 최종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 검사는 “장관은 어제 수사지휘의 근거로 공정(公正)을 말했지만, 검찰 구성원과 다수 국민의 눈에는 공정(空正)으로 잘못 비칠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41·〃 39기)도 박 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대검의 의사결정 과정 공개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천 검사는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인정한) 대법원 확정판결 사안에 대해 대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의 구성원으로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수사팀 소속이었던 양석조(48·〃 29기) 대전고검 검사도 이날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수사 당시 재소자 조사를 맡겼던 후배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양 검사는 “부장이 ‘누가 재소자 조사할래’라고 했는데, 남은 건 2명의 검사였다”며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서라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과거 조사 후 고통을 겪었던) 재소자 조사의 추억으로 그리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말석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양 검사가 언급한 후배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창훈·이희진·김선영 기자 coraz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秋 이어 박범계도 ‘한명숙 사건’ 지휘권 발동
검찰 수사팀의 위증 회유 의혹, 대검서 무혐의로 결론 나오자
박범계 “대검서 다시 심의하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僞證) 교사' 의혹에 대해 최근 대검이 ‘무혐의 처분’을 한 것과 관련,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대검찰청 부장 회의에서 다시 심의하라”고 지시했다.
법무장관 지휘권 발동은 72년 헌정 사상 다섯 번째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네 번 있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올해 대검이 정상 절차를 거쳐 조사와 수사를 마치고 ‘무혐의’로 판단한 사안에 대해 법무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이 의혹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은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검찰 진술을 재판에서 번복하자 검찰 수사팀이 한 대표의 ‘감방 동료’ 김모·최모씨를 법정 증인으로 내세워 ‘한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도록 회유·협박했다는 것이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 의사 결정이 있었다”며 “법무부 장관은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에게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 회의를 개최해 (공소시효 완성을 5일 앞둔) 재소자 김씨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을 지목해 대검 부장 회의가 그 의견을 들으라는 지시도 했다. 둘은 대검 감찰부에서 유일하게 ‘한명숙 수사팀을 모해 위증 교사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사람이다. 당시 재소자 진술은 재판에서 유무죄 판단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증 교사 의혹’이 ‘징역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사건 판결’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현 정권의 숙원인 한 전 총리 명예 회복을 위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까지 흠집 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일각에선 “조남관 총장 대행이 이번 지휘권 발동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 경우 임기 말에 접어든 현 정부와 검찰의 갈등이 또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한명숙 유죄 못뒤집자 檢수사 흠집내기… 사면까지 노려
여권(與圈)은 작년 4월 총선 압승 직후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당정(黨政)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심 신청을 통한 유죄 판결 뒤집기는 어렵다고 보고,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희생됐다는 명분을 찾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법적으로 향후 8·15 특사에서 친노(親盧) 진영의 ‘대모(代母)’로 불렸던 한 전 총리 사면 명분을 확보하고, 정치적으로는 여권의 검찰·사법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무리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그가 민주당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에 민주당 당대표까지 지낸 한 전 총리 사건이 그간 민주당엔 큰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진보’ ‘개혁’을 표방했던 진영의 도덕성에 흠집을 남겼다는 것이다.
2년간 수감 생활을 하고 만기 출소한 한 전 총리에 대한 사면복권이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정권 입장에선 부담됐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한빠(한명숙 열렬 지지자)’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한명숙 전 총리를 좋아한다. 차기 국가 지도자로 한 전 총리만 한 분이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듬해 한명숙 대표 체제에서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문 대통령이 당대표를 하던 2015년 대법원의 한 전 총리 징역형 선고 직후엔 “우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으로선 한 전 총리가 친노를 친문으로 부활시켜 집권의 밑바탕을 깔아줬지만, 자신이 집권한 후에도 사면을 해주지 못한 데 대한 마음의 부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는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1960년대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진 정치인 사면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리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4월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 화합을 내건 정치인 사면론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권은 검찰 수사권 폐지를 주장할 때도 한 전 총리 사건을 자주 언급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한명숙 재판의 가운데에 양승태 대법원장으로 대표되는 사법 농단이 있었다”고 했다.
야당은 “여당이 한 전 총리 사면을 염두에 두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공격하는 여론전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은 한 전 총리가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한만호 당시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된 사건이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법원장과 대법관 총 13명은 이 9억원 중 3억원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한 전 총리 친동생이 한만호 전 대표의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자기 전세 자금으로 쓴 사실,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 회사가 부도 난 직후 현금 2억원을 돌려준 사실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선 유죄 8명, 무죄 5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이민석 기자
(과천=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17 mon@yna.co.kr
박범계, '한명숙 사건' 지휘…"대검 부장회의서 재심의
시효 닷새 앞두고…"모해위증 연루자 입건·기소 여부 결정해달라"
역대 4번째 수사지휘권 발동…"한동수·임은정 의견도 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김주환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했다.
박 장관은 대검이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 비합리적 의사 결정이 있었다며 이같이 수사지휘를 했다고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임에도 그동안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감찰정책연구관이 최종 판단에서 배제됐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박 장관은 우선 대검찰청의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했다.
아울러 한동수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사안 설명을 듣고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박 장관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김씨의 2011년 3월 23일자 법정 증언 내용의 허위성과 위증 혐의 여부 등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토대로 김씨가 그 이전에 한 법정 증언 내용까지 함께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 같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한명숙 사건' 수사 관련 입장 밝히는 법무부(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수사지휘권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3.17 ondol@yna.co.kr
박 장관은 이와 별개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에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에 벌어진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에 대한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민원 기록을 검토한 결과 ▲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 ▲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정보원으로 활용한 의혹 ▲ 불투명한 사건 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 등을 확인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박 장관은 이 같은 수사절차와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하고 그 결과와 개선방안을 신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검찰국장은 브리핑에서 "장관의 입장은 기소해라 마라가 아니라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는 취지"라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무혐의 판단이 나오면 박 장관도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에선 당장 대검 부장회의에서 논의 결과에 대한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이나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급랭하면서 또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작년 4월 한 재소자의 폭로에서 불거졌다.
그는 당시 수사팀이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냈다.
진정 사건을 넘겨받은 대검은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해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검 감찰부에 소속돼 사건을 검토해온 임 감찰정책연구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이 사건에서 배제한 뒤 미리 정해진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래픽]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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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장관 '한명숙 사건 의혹' 수사지휘권 발동 (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san@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박범계(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투명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수사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태경 기자
조남관 “한명숙 사건 재심의, 고검장들도 참여”… 박범계에 반기
[한명숙 사건 재심의 파문]
朴 “대검 부장회의 열어 심의”…
趙 “수용하지만 공정성 우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18일 박범계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대한 후속 조치로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뿐만 아니라 전국 일선 고검장 6명까지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19일 오전 10시에 소집했다.
전날 박 장관은 최근 대검이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재소자 위증(僞證) 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해 다시 심의하라’는 지휘권을 발동했다.
조 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다만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친(親)정권 성향 검사장들이 다수 포진한 현 대검 부장단만으로는 심의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에선 “6명의 일선 고검장은 ‘윤석열 징계 반대’ 성명을 발표했던 간부들”이라며 “조 대행이 사실상 반기(反旗)를 든 셈”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조 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박범계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해 법무부와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대검 부장회의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묘안” “박 장관이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 친정부 성향 간부가 다수를 차지하는 대검 부장회의가 고검장 6명 투입으로 구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명숙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기소 여부 심의할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 (조남관 대행 주재)
전날 수사지휘 발동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부장으로만 구성된 회의 결론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장회의는 조남관 직무대행 주재로 신성식·이종근·이정현·한동수 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조종태 기획조정부장 등 검사장 7명이 기본으로 참여한다.
이 중 신성식·이종근·이정현·한동수 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를 직간접적으로 관여·주도했다. 당시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사유 중 하나가 ‘한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해 예단(豫斷)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고경순 부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대학 후배다.
대검 부장회의는 출석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론을 도출한다. 대검 부장들의 이 같은 인적 구성을 감안할 때 “회의는 해보나 마나” “박 장관이 친여 성향 대검 간부들을 믿고 교묘하게 책임을 부장회의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었다.
대검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은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총장·대검 차장검사·대검 부장으로 구성한다’고 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대검 부장 일부만 참석하게 하거나, 고검장·지검장 등을 참석하게 해 회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박 장관도 이날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번에 참석하는 일선 고검장들은 조상철(서울)·오인서(수원)·강남일(대전)·장영수(대구)·박성진(부산)·구본선(광주) 고검장 등 6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추미애 당시 장관을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의 직무정지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을 냈고 최근에는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입법에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19일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박 장관 등 여권이 원하는 ‘기소 의견’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회의에선 오는 22일이 공소시효 만료일인 한만호 전 대표의 감방 동료 김모씨가 “위증 교사가 없었다”고 진술한 점, 지난해 법무부에 ‘위증 교사’ 진정서를 냈던 또 다른 감방 동료 최모씨가 “위증 교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점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부장회의 결론에는 법적 기속력이 없어 조 대행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압도적으로 기소 결론이 나오지 않는 한 조 대행이 무혐의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정구 기자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3.10/뉴스1
한명숙 사건 재심의' 확대회의 공방… 조남관 손에 달렸다
감찰 기록만 6000쪽, 본 토론은 오후에나 가능…
임은정 연구관 발언 변수될 수도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한 재심의 공방이 시작됐다.
당초 대검찰청 부장회의에서 일선 고검장들의 참여로 판은 커졌다. 의견이 분분한 만큼 최종 결정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내릴 전망이다.
19일 대검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 대검 청사에서 시작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허위 증언을 강요받은 것으로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를 내린 지 이틀만이다.
회의에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검사장급 부장 7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까지 참여시키자는 조 직무대행의 제안에 박 장관이 동의해 전국 고검장 6명도 대상에 포함됐다.
감찰 기록만 6000쪽에 달하는 탓에 본격적인 토론은 오후에나 가능하다.
전날 대검은 참석자들에게 한 전 총리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기록, 위증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재소자들의 진정서 및 조서 등의 열람을 허락했지만 전체 기록을 다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최종 결론은 대검 예규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다수결로 결정하는 만큼 조 직무대행을 포함한 총 14명이 표를 행사할 전망이다.
단 회의를 주재하는 조 직무대행과 사건에 관여된 한동수 감찰부장은 표결에서 빠질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검 부장단 중에는 한 감찰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등을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고검장들은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사태 당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는 성명까지 내놓은 바 있어 이번 회의에서도 대검 관계자 대다수가 동의한 불기소 결정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다수결로 쉽게 도출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변수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다. 박 장관이 연이틀 "한 부장과 임 연구관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강조한 만큼 이날 회의 참석자 중 중립적인 인사들은 임 연구관의 발언 수위에 따라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수 있다.
충분치 못한 논의 시간 탓에 조 직무대행이 회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될 확률은 높다.
앞서 법무부는 "회의에 바탕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총장(대행)이 해 달라는 것"이라며 "어떤 결정이든 박 장관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 직무대행은 앞선 무혐의 처분의 최종 책임자로 본인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현재 검찰 내부에서도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법 절차를 무시한 황당한 지휘"라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는 이프로스를 통해 "대법원 확정 판결 사안에 대해 대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검찰이 공소 유지 과정에서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의 구성원으로 알 권리가 있다"며 회의 생중계까지 요구한 상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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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위증이 있었다는 의혹에
관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
이영훈기자
한명숙 사건' 대검 부장회의 시작…감찰기록 6600쪽 놓고 토론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사건'을 재검토하라는 박범계 법무부장관 수사지휘를 이행하기 위한 대검 부장·고검장회의를 개최했다.
대검은 19일 오전 10시5분부터 대검 부장회의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주재로 열었고 밝혔다. 회의는 참석자들 의견서 및 기록 검토, 사안 설명, 토론 등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며 종료 시간은 미정이다.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고검장, 대검 부장들이 오전에는 사건 기록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오후부터 본격적인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 감찰 기록은 66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대검의 조종태 기조부장, 신성식 반부패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이정현 공공형사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이 참석했다.
또 조 직무대행 방침에 따라 전국 6명의 고검장도 참석했다. 강남일 대전고검장, 조상철 서울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은 오전 9시40분부터 10시까지 관용차를 타고 순차적으로 대검에 도착했다.
조 직무대행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대검에 근무하는 모든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고,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므로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전날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검장도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하게 한 대검 결정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조 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지침에 따르면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그리하시라 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제5조 제2항은 '대검 부장회의는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대검찰청 부장으로 구성한다. 다만, 검찰총장은 사안에 따라 대검찰청 부장 중 일부만 참석하게 하거나, 고등검찰청 검사장,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대검찰청 사무국장 등을 참석하게 하여 대검 부장회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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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명숙 사건' 재심 가능할까…법조계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대검 부장회의에서 재심의하라는 수사지휘를 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전날 대검 부장들이 모여 한 전 총리 재판에서 검찰 수사팀의 요구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다시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김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할 경우 모해위증교사 의혹이 제기된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의 처벌 가능성도 열린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한 전 총리의 유죄 확정판결을 재심으로 뒤집으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수사에 참여한 검사가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한 전 총리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재소자 김씨나 수사팀을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대검이 1차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기록을 직접 살펴봤다는 박 장관도 '기소'가 아닌 '재심의'를 지시한 것은 혐의 인정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김씨에 대한 기소 판단을 내릴 경우 이후 수사가 확대돼 수사팀 관계자들까지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재심 사유인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설사 수사팀 관계자들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결과가 달라지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8월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돼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9억원 중 3억원은 대법관 13명 전원이 유죄 판단을 내렸고,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서도 8(유죄)대5(무죄)의 의견으로 유죄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심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수사 관행으로 억울하게 당했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인데, 실체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한명숙 구하기'를 해주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s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재심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한다고 밝힌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2021.03.18.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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