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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미얀마에 두 개 정부..'일촉즉발' 내전 위기

 

 

이준헌기자

 

 

 

 

 

 

신한은행 현지직원이 타고 가던 출퇴근용 차량. 유리창에 총탄 구멍이 나 있다.
/ 사진출처=연합뉴스







행인 피해 급히 달아나는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대[양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얀마에서 유혈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3월31일(현지시간)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강경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피해 급히 달아나고 있다.
sungok@yna.co.kr




  미얀마 사태 유엔 군사개입 가능할까

일국 국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인 'R2P' 적용될지 주목
10년전 리비아 사태와 유사점…이론상 미얀마에 R2P 적용 가능
미중갈등 속 유엔안보리의 군사개입 합의 현재로선 난망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정 인턴기자 =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발포 등으로 500명 이상이 숨진 미얀마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가 미얀마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입을 할지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생존의 위기에 놓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책임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이하 R2P)'을 미얀마 사태에 적용, 유엔 등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는 R2P의 개념과 연혁을 살펴보고,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R2P란…주권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R2P의 개념은 일국에서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反)하는 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할 일차적 책임은 해당 주권 국가에 있지만, 그 국가 정부가 그럴 의지 혹은 역량이 없거나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당사자일 경우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국제공동체에 있다는 것이다.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엔은 R2P에 대해 "최악 형태의 폭력과 박해를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라며 "유엔 회원국이 국제인도주의 및 인권법 하에서 가진 기존 의무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하는 범죄의 위험에 처한 국민들이 직면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발칸 반도와 르완다에서 양민 학살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과, 일국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의 책임 사이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을 했고, 그것은 2005년 9월 유엔 총회때 열린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191개국 참가) 결과물에 담긴 각국 수반들의 정치적 공약으로 구체화했다.
당시 정상들은 "국제공동체는 유엔을 통해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및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돕기 위해 유엔 헌장 제6조와 8조에 따라 적절한 외교적 수단, 인도적 수단, 그 외 다른 평화적 수단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맥락에서 평화적 수단이 적절치 않고, 각국 정부 당국이 만약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부터 그들의 국민을 보호하는데 명백히 실패한다면 우리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7장을 포함한 유엔 헌장에 따라, 사안별대응(case by case) 원칙 위에 관련 지역 기구와의 협력 안에서 집단적인 조치를 적시에 단호하게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바로 이 공약을 'R2P'라고 부른다.
이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결의 제1674호에서 이 같은 정상들의 공약을 상기하면서 무력 분쟁하에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R2P를 처음 재확인했다.
그후 50개 넘는 유엔 안보리 결의문과 정상 선언문이 R2P를 언급했고 유엔인권이사회도 많은 결의에서 R2P를 거론했다.
외교부 조약국장 출신인 임한택 한국외대 LD학부 교수는 "국내 문제 불간섭은 국제법상의 원칙이고, 그에 따라 과거 전통 국제법에서는 내부적 유혈사태는 국내 문제라고 규정했다"며 "그러나 대규모 인권유린이 동반되는 사태는 국제법상 인권 존중의 원칙에 따라 R2P를 적용해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말했다.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EPA.연합뉴스 자료사진]




◇"R2P 입각한 무력사용은 '최후수단'"…10년전 리비아에서 처음으로 R2P 의거한 군사개입 이뤄져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R2P는 3개의 골조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으로는 '각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 '각국이 자국민 보호를 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도울 책임', '한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때 국제 공동체가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 등이다.
'R2P=군사개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R2P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군사 조치만을 의미하거나, 군사 조치로 직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R2P 관련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인 이반 시모노비치가 유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예방'(Prevention)이 R2P의 핵심이며, 각 국가가 자국민 보호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각국의 주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 국제사회의 집단적 조치의 경우 외교, 정치, 인도적 차원에서 모든 범위의 조치를 사용해야 하며 무력 사용은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고려돼야 한다는 '합의'가 유엔 회원국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한다.
또 R2P가 유엔 정상회의에서 도입된 원칙으로서 점점 그 정당성과 공감대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넓혀가고 있지만 그 법적 위치가 아직 '실정법'(lex lata)이 아닌 '법적 정의에 따라 있어야 할 법'(lex ferenda)에 해당하는 까닭에 R2P에 입각한 군사적 조치를 정당화할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R2P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한 전례는 있다.
아랍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3월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 상대 무력행사에 맞서 서방 연합군이 대 리비아 군사공격을 단행하면서 R2P 원칙을 내세웠다.
유엔 안보리가 R2P에 입각해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골자로 하는 결의 1973호를 채택한 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리비아 내 카다피 측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 사례는 R2P를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첫 군사개입 케이스로 기록됐다.







2011년 서방의 공습후 리비아 모습2011년 3월 리비아 카다피 군에 대한 서방의 공습 후
카다피측 탱크 위에 올라선 반군과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 "미얀마 사태에 R2P 적용 가능"…미중갈등 포함 국제정세 감안할때 군사개입 현재로선 난망
이번 미얀마 사태도 R2P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10년전 리비아 사태때 카다피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 미얀마 군부가 체계적·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해 대규모 살상이 벌어진 만큼 미얀마가 또 하나의 R2P 적용 사례가 될 요건은 충족했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교했을 때 미얀마 현지의 상황도 R2P을 근거로 한 무력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월23일자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사에 따르면 가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장관은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의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미얀마의 현재 위기는 분명히 R2P의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R2P에 입각한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단인 군사 개입을 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 러시아가 이번 사태 대응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현격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이 R2P에 입각한 군사개입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엔안보리, 2월초 "미얀마 깊은 우려" 천명…중러 입김에 수위 낮아져 (CG)
[연합뉴스TV 제공]



2011년 대 리비아 군사조치는 중국, 러시아가 기권했기에 가능했지만 현재의 심각한 미중 갈등 구도 속에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강대국들의 타산이 엇갈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R2P에 입각한 강력한 조치가 안보리 발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임한택 교수는 "R2P에 입각해 미얀마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고 리비아에서의 전례도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입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정현 교수도 미얀마 사태에 R2P가 적용될 정당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디플로맷'에 따르면 에반스 전 호주 외무장관 역시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의 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신 'R2P 도구함'에 있는 '실명 언급에 의한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 유엔이 비준한 '맞춤형 제재', 무역금수조치, 국제사법재판소 기소 경고 등의 조치가 미얀마 사태 종식을 위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미얀마 유혈사태 희생자 추이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미얀마 14살 소년 툰툰 아웅(누운 이)의 유족이 2021년 3월23일 만달레이 묘지에서
아웅을 안장하기에 앞서 오열하고 있다. 아웅은 22일 자신의 집 앞에서 반쿠데타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의 총을 가슴에 맞아 숨졌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에 두 개 정부..'일촉즉발' 내전 위기

 

미얀마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꼭 두 달 만인 2021년 3월30일까지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과 폭력에 숨진 민간인이 확인된 집계로만 520명을 넘어섰다.
희생자에는 어린이도 다수 포함됐다.

이에 맞선 민주화 진영은 4월1일 소수민족까지 아우른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선포하고 군부가 만든 현행 헌법을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 ‘연방군’을 창설해 정부군과 맞설 태세다.
식민지 63년, 군부독재 53년
미얀마 현대사는 압제와 저항의 역사다. 1885년 옛 버마 왕국이 영국의 침략전쟁에 패배해 식민지로 전락했다.
1948년 독립해 민주공화국 ‘버마연방’을 수립하기까지 63년 동안 영국과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미얀마는 버마족이 68%로 다수이지만 샨족, 카렌족, 라카인족, 카친족, 한족 등 공인된 소수민족만도 135개나 된다.
버마 독립 영웅 아웅산이 주도한 반파시스트인민자유동맹(AFPFL)은 1948년 독립국가 수립 이후 제헌의회 선거를 비롯해 1960년까지 모두 네 차례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그러나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투쟁, 민간정부와 군부의 갈등, 세계적 냉전체제의 지정학적 환경 등은 안정적 근대국가 건설 여정의 발목을 잡았다.

1962년 독립운동가 출신 군인인 네 윈이 쿠데타로 전권을 장악했다.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질 군부통치 체제의 시작이었다.
미얀마 정치사 연구자 장준영은 2017년 저서 <하프와 공작새>에서, 미얀마 현대사를 결정짓는 3개의 열쇳말로 군부, 이데올로기(버마식 사회주의), 종교(불교)를 꼽았다.

군부를 대체할 대안 사회세력이 없는 가운데, 군부가 명목상 사회주의 이념과 종교 민족주의를 동원해 정통성을 포장하고 바깥세계와 단절한 채 지배권력을 공고화했다는 것이다.
첫 쿠데타 직후 서방은 미얀마 군부정권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발동했다.
이는 미얀마 군정이 접경국인 중국과 사회주의 종주국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폐쇄적 특권집단 군부… “세뇌당한 현대판 노예”

 

3월28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얀마의 전·현직 군인 4명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 아카데미 출신의 한 현역 대위는 “군인 대다수가 세뇌당했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본다. 대다수 군인은 평생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으며, 아직도 어둠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앞서 3월 초 소속 부대를 탈영한 툰 미야트 아웅 대위는 자기와 똑같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동료 시민들을 죽인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그는 “동료 군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나라와 군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라를 선택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끊임없이 ‘조국과 종교(불교)의 수호자’라는 의식을 주입받으며,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기득권 집단 속에 각종 특권을 누리며 산다. 상관은 부하의 모든 언행을 감시한다.
이는 군에 대한 맹목적 신뢰와 민간인에 대한 우월 의식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탈영 장교는 “우리는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정당한지 부당한지 질문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은 ‘현대판 노예제’”라고 말했다.

‘미얀마군의 날’인 3월27일,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등 군 수뇌부는 화려한 기념 파티를 열고 불꽃놀이를 즐겼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선 군경의 무차별 총질로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군부의 권력은 군부가 소유한 국영 대기업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미얀마경제공사(MEC)가 제조업, 금융, 유통까지 주요 산업을 장악한 돈줄로 뒷받침된다.

미얀마 독립언론 <이라와디> 보도를 보면, 군은 국가 예산에서 줄곧 최대 몫(약 14%)을 차지했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민간정부 시절이던 2019~2020 회계연도에도 국방 예산은 3조3859억차트(약 2조717억원)로 기획재정부에 이어 2위였다.
민주 진영 “국민통합정부와 연방군 창설”
미얀마 군정은 1990년대까지도 고립주의를 고수하며 정치·경제적 실권을 장악한 막강한 이익집단이 됐다.
반면 미얀마 민중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1988년 8월8일 시작된 ‘8888 민주화투쟁’이 수천 명이 숨지는 학살극으로 끝나고 만 것도 비극이었다.

그러나 이 저항으로 흘린 피는 아웅산 수치를 중심으로 한 범민주화운동 진영인 NLD를 싹틔운 거름이 됐다. 군부가 2000년대 들어 ‘민주화 로드맵 7단계’를 발표하고 부분적 개방과 형식적 민주화를 표방한 것도 시민사회의 끈질긴 저항 덕분이었다.
마침내 2015년, 반세기 만에 민주선거로 치른 총선에서 NLD가 압승했다.

1962년 쿠데타 이후 처음 민간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군부의 입김은 여전히 막강했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또다시 NLD가 선출직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압승을 거두자, 군부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쿠데타로 응수했다.
2021년 3월30일 현지 독립언론 <미얀마 나우>는 “군부의 민간인 학살이 지속되자 일부 시민이 이제는 무장을 결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부독재에 맞선 저항이 두 달 가까이 되면서 다음 단계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대학을 마치고 부모의 가업을 돕던 코사웅(24)은 “단순히 시위하고 화염병만 던지고 있을 순 없다”며 국경 지역에서 수십 년째 군정에 맞서 독립투쟁을 벌이는 소수민족 반군 그룹에 합류했다.
<미얀마 나우>는 “압제자들과 싸우는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도시를 떠난 청년이 수백 명”이라고 전했다.
NLD가 주축인 임시정부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도 군정의 학살에 맞서려 소수민족과의 ‘협력’을 천명했다.
CRPH는 군부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298명이 구성한 비상기구다. 이들은 4월1일 소수민족까지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선포하고, 군부의 종신집권을 보장한 현행 헌법을 대체할 과도헌법 성격의 ‘연방민주주의헌장’을 발표했다.

조만간 ‘연방군’을 창설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2개의 정부가 양립하면서 내전 발발 위기도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미얀마 시민사회는 유엔이 ‘보호책임’(R2P)을 발동해줄 것을 희망한다.

보호책임이란 어느 국가가 자국민에게 심각한 반인도주의 범죄나 대량학살을 저지를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200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R2P는 ‘인권 보호’와 ‘주권국가의 내정 불간섭’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자의적 판단과 부당한 내정 개입 위험이 상존한다.
나아가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될 경우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결과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유엔이 도와달라”… R2P는 양날의 칼

 

얀 나잉 툰 NLD 한국지부장은 3월31일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미얀마 시민은 (평화적인) 시위만 하는데도 군사독재가 총과 폭력으로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며 “미얀마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라고 했다.
△군인 정권으로 되돌아가는 것 △유엔이 R2P를 발동해 개입하는 것 △무장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툰 지부장은 “미얀마 사람들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빨리 R2P를 적용해 미얀마에 와서 도와주기를 바란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R2P 지원이 안 되는 것에도 준비하고 있다.
연방군을 만들고 젊은이들이 총을 들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3월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비공개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미얀마 군부를 제재할 실효성 있는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이 회의에서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군부가 대화에 나서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현지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피의 학살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미얀마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하고 다차원적인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모든 가능한 수단을 검토해줄 것을 이 자리에서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한겨레신문사,



 

3월27일(현지시간) ‘미얀마 민주주의와 함께하는 독일 연대 이니셔티브’가 독일 뮌헨의 지폐
인쇄사 G+D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Initiative German Solidarity with Myanmar Democracy





 EU와 독일의 대응,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미얀마 사태 해법 둘러싼 독일 사회의 고민

‘평화유지군 파견’과 ‘제재 위주의 압박’ 주장 공존 

3월31일 현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민간인 사망만 최소 536명 이상으로 집계(정치범지원협회)되는 가운데 상황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태국 다음으로 미얀마의 큰 무역 상대인 유럽연합(EU)은 지난 22일 미얀마 쿠데타에 책임 있는 주요 군부 인사 11명에 대한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제재를 가했고, 모든 개발지원금 지급도 잠정 중단했다.

EU는 이미 1996년 이래 무기 수출 금지, 2018년 이래 로힝야족 인권 탄압에 대한 제재를 시행 중이며 추가 조치도 논의 중이다. 

독일 내 시민사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찾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얀마인스티튜트’ ‘아시안하우스’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시아개발은행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개서한과 군부 비난 성명서를 통해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지지를 보냈고, 3월27일에는 독일 주요 9개 도시에서 연대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독일 주요 언론매체에서도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시민불복종운동(CDM)은 내년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에 대해서는 시민사회 내부 의견이 다양하다.



“유엔 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 주장도

대략적으로 나눠보면 유엔의 ‘보호의 책임 메커니즘(R2P)’ 발동으로 국제사회가 평화유지군과 비무장유엔감시단을 보내야 한다는 적극적인 개입론이 있고, 무력 개입 없이 군부의 자금과 무기 제공을 단절함으로써 군부를 압박하자는 제재 위주의 해법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간헐적으로 군부와 임시정부 격인 미얀마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대화와 협상으로 유혈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된다. 또한 미얀마 현지 화폐인 ‘짯(kyat)’의 가치 절하 및 수입 식량 가격 상승 등 경제위기로 대기근이 예상되니 이를 위한 지원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미얀마 국민들이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는 ‘R2P’는 독일 사회에서도 의제로 떠올랐다.
이는 반인류 범죄나 인종 청소 등을 예방하거나 멈추기 위한 유엔의 책임을 규정하는 메커니즘으로 1990년대 르완다와 보스니아의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같은 실패를 막기 위해 2015년 처음 유엔에서 그 원칙이 채택되었다.

미얀마에서 평화운동을 몇 년간 해 온 헤슬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R2P는 국제사회가 좀 더 통일된 행동을 하는 데 유익하다”며 R2P 발동을 지지하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그는 “R2P 자체를 외부의 군사 개입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평화운동가로서 외부 군사 개입의 장점에는 다소 회의적이지만, R2P는 현재 진행 중인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거나 미얀마에 대한 국제 무기 금수 조치의 시행, 비무장유엔감시단 파견 등 중요한 절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콘스탄츠대학(HTWG)의 펠릭스 기어케(Felix Girke) 박사는 “안타깝게도 미얀마 사태와 유사한 세계사의 전례를 보면, 외부의 개입은 종종 갈등을 심화시키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가 공공연히 외부 개입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유엔의 개입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EU의 미얀마 제재가 불충분하다는 데는 큰 공감대가 존재한다.

헤슬러는 EU도 미국과 영국처럼 미얀마 군부가 관여하는 두 대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미얀마경제공사(MEC)를 제재 대상에 포함해야 하며, 토탈(TOTAL) 같은 프랑스 정유회사처럼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EU 회사에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어케 박사는 표적 제재가 중요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미얀마의 민주 세력을 적극 지지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전문가 모두 군정을 부정하고 CRPH를 미얀마의 합법정부로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어케 박사는 이 과정에서 아세안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 관련 기업·관계자에 대한 강력 제재 촉구

독일 정당들은 현재까지 인도주의적 군사 개입에 대한 공식 언급을 찾기 어렵다.
대신 미얀마특별자문위원회(SAC-M)가 조언하는 ‘자금·무기·면책 3대 단절 전략’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독일연방의회 프리요프 쉬미트(Frithjof Schmidt) 녹색당 외교상임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 유엔평화유지군 배치는 아주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우리는 정치적 수단을 선호(favor)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색당은 3월29일 ‘미얀마: 쿠데타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늘려야 한다’는 제목의 언론 보도자료에서 독일 정부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압박을 요청했다. 녹색당은 제재 조치 대상에 군부 외에도 마이텔(Mytel) 텔레콤을 포함하는 군부 연루 대기업들도 포함할 것과 베를린 주재 미얀마 군무관 및 군 관련 직원 추방도 요구했다.
또한 미얀마 군부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는 뮌헨 주재 독일 기업들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얀마 군부에 트럭을 공급하는 중국의 트럭 제조사 시노트럭의 대주주인 맨-콘선(MAN-Konzern)그룹, 미얀마 군부 통제하의 중앙은행과 거래해 온 세계 최대 화폐 인쇄사 중 하나인 기세케&데브리언트(G+D), 통신사 ADVA 등을 향해서도 즉각 군부 범죄와의 관련 여부를 설명하고 인권 침해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가브리엘라 하인리히(Gabriela Heinrich) 독일연방의회 사민당 원내부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의 지나친 만행을 방관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얀마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유엔안보리의 평화유지 조치를 지지한다며 러시아와 중국도 동참할 것을 긴급히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 국민들에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군부와 군부 자금을 차단하는 표적 제재의 필요성, 향후 군부의 범죄가 기소·처벌되도록 범죄 사실의 체계적이고 자세한 기록과 보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파업 중인 미얀마 은행을 우회해 군부에 자금을 제공한다는 우려에 따라 독일 시민사회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G+D는 3월31일 미얀마와의 거래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연방 외교부 장관은 3월28일 “미얀마로부터의 뉴스와 사진 등은 아주 충격적”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독일의 시민사회와 정당은 EU와 독일 정부의 미얀마 사태 대응이 미약하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EU가 1990년대 나토를 통해 코소보 사태에 무력 개입한 것처럼 미얀마 사태에도 무력 개입할지 여부, 미얀마의 최대 무기 수출국인 중·러에 제재 조치를 추가할지 등은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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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통행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밤을 새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 양곤시민들.
(사진출처=UN뉴스)

 

 

 





[양곤=AP/뉴시스]1일 미얀마 양곤에서 트럭에 탄 경찰이 흘레단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 2021.04.02. Copyright © 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