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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윤여정 황금빛 오스카 쥐었다…102년 한국영화사 첫 연기상

 

 

 

 

 

(사진=연합뉴스)

 

 

 

 

 

[사진 = AFP/BB NEWS]

 

 

 

 

 

[사진 = AFP/BB NEWS]

 

 

 

 

 

한국경제TV  디지털전략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윤여정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윤여정 황금빛 오스카 쥐었다…102년 한국영화사 첫 연기상



영화 '미나리'로 한국배우 첫 여우조연상
시상자이자 제작사 대표 브래드 피트에
"우리 영화 찍을 때 어디 있었냐" 농담도




1947년 아직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은 해방 정국에 태어났다.
한양대 재학시절인 1966년 연극배우와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흑백TV에서 칼라TV로, 단관 극장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바뀌는 격변의 반세기를 한국 대중 연기자로 살았다.

일흔 넘어 처음으로 재미교포 2세가 찍는 미국 독립영화에 “도와주는 마음으로” 출연했다.
제작비 200만 달러(약 22억3500만원)의 그 영화 ‘미나리(MINARI)’로 무게 8.5파운드(약 3.55㎏)의 황금빛 오스카 트로피를 쥐었다.  
배우 윤여정(74)이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02년 한국영화사상 첫 아카데미 연기상이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주관으로 미국 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5번째로 호명된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 여배우의 이 부문 수상은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게 텔레비전으로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를 어떻게 이기겠느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그냥 내가 운이 좀 더 좋았다. 
미국 사회가 한국 배우를 환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백발을 틀어올린 모습에 이집트계 디자이너 마마르할림의 짙은 네이비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은 소감을 영어로 쏟아냈다.

그는 무대 오른쪽에 서 있던 시상자 브래드 피트를 향해선 “드디어 만났군요.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 찍을 동안 어디 계셨나요?”하는 우스개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공동제작사인 플랜B의 대표다. 

윤여정은 ’미나리’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에게 감사를 전한 후 “내 첫 영화를 찍은 김기영 감독님이 살아계셨다면 기뻐했을 것”이란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앞서 미 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상(BAFTA)에서 여우조연상을 잇따라 수상했던 그는 이날 이변 없이 트로피를 쥐었다. 함께 경쟁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영화’), 글렌 클로스,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은 그의 수상에 환한 미소로 박수를 보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레드카펫에 선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왼쪽)과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주관으로 미국 LA의 유니언 스테이션
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레드카펫에 선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AFP=연합뉴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포함 4관왕을 휩쓸었지만 배우 개인의 연기상은 없었다.
전 세계 영화산업의 꽃인 아카데미에서 아시아 배우의 수상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다.
남녀 통틀어 아시아 배우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탄 것은 1985년 ‘킬링필드’의 베트남계 미국인 행 앵고르가 남우조연상을 탄 후 36년 만이다.

남녀 주‧조연을 통틀어 비영어 대사로 연기한 배우 중에선 ‘두 여인’(1961)의 소피아 로렌(이탈리아어), ‘인생은 아름다워’(1998)의 로베르토 베니니(이탈리아어), ‘라비앙 로즈’의 마리옹 코티야르(프랑스어) 등에 이어 윤여정이 여섯 번째다.
1947년생인 그는 역대 여우조연상 수상자 중에 ‘인도로 가는 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당시 77세), ‘하비’(1950)의 조지핀 헐(당시 74세)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1980년대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여우조연상을 포함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앞서 발표된 감독상과 각본상에선 고배를 마셨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이날 시각효과상의 시상자로 나서 1991년 ‘터미네이터’ 관람 기억을 회고하기도 했다. 시각효과상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시상식장과 화상연결된 서울 메가박스 돌비시네마관에서 감독상을 발표했다.

통역 샤론 최와 함께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후보에 오른 다섯 감독에게 ‘길에서 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란 무엇인가 20초 안에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 건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면서 차례로 다섯 답변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 삶에 스토리텔러는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봉 감독이 한국어로 인용한 이 같은 답변들은 영어 자막과 함께 실시간으로 세계 관객들을 만났다.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돌아갔다.
여성 감독으론 두번째, 아시아 여성으로선 첫 수상이다.

 









올해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이 유력시되는 후보들을 25일 AFP 통신이 한데 묶은 사진으로 소개했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다니엘 칼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남우주연상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여우조연상 윤여정('미나리'), 여우주연상 바이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AFP=연합뉴스]



이날 남우조연상은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의 이면을 그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다니엘 칼루야가 수상했다.
시상식 후반부에 발표될 남우주연상은 지난해 사망한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사후 수상이 유력하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바이올라 데이비스 역시 여우주연상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아프리카계 흑인. 예측대로 이들이 수상하면 윤여정과 함께 한 해 아카데미 연기상 전체를 비백인이 수상하는 진기록이 세워진다.

윤여정은 이날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3시쯤 행사장인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해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미국 연예매체 E뉴스가 진행한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 당연히 우리는 무척 흥분되지만,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나리’의 한국 할머니 순자 역할과 실제 삶이 얼마나 비슷하냐는 질문에는 “사실 저는 (영화에서와 달리) 손자와 살고 있지 않다. 이것이 영화와의 차이점”이란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그의 아내
발레리 정. [AFP=연합뉴스]



정이삭 감독과 주연 스티븐 연은 둘 다 나비넥타이에 검은 정장으로 멋을 내고 각자 부부 동반으로 입장했다.
두 사람은 먼 사돈 관계로 정 감독 부친의 조카딸이 스티븐 연의 아내 조아나 박이다.
‘미나리’에서 막내 아들 데이빗을 연기한 앨런 김과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도 함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크리스티나 오는 고름이 달린 퓨전한복 정장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여 후보를 포함한 참석자들에 대해 백신 접종 및 세차례 코로나 검사 등 철저한 방역을 거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진행을 맡은 흑인 배우 레지나 킹은 “카메라가 돌 땐 마스크 없이, 꺼지면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연합뉴스

 

 

 

 윤여정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은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 시작 2시간 전쯤 로스앤젤레스(LA)의 기차역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오스카 시상식은 2002년 이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메인 무대가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바뀌었다.

윤여정은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미나리’의 한국 할머니 ‘순자’ 역할과 실제 삶이 얼마나 비슷하냐는 질문에 “사실 저는 (영화에서와 달리) 손자와 살고 있지 않다. 이게 영화와 다른 점”이라고 웃었다.
배우는 시작부터 전형적이지 않았다. 대학 신입생 때 방송국에서 선물을 전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배우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1966년 TBC 탤런트 공채 시험을 통과했고 첫 배역은 8·15 특집극에서 ‘엇나가는’ 재일교포 아이였다.
1969년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을 악녀로 연기하자 대중이 알아봤다.

거리에서 “나쁜 Χ”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윤여정은 “연기에 대한 칭찬보다는 돈을 꽤 많이 줘 ‘어머, 이거 해야지’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데뷔는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였다. “어떤 아저씨가 만나자고 해서 갔는데 그분도 당황했을 거예요.
자기는 김기영인데 제가 전혀 모르니깐(웃음). 당시 들어온 시나리오들은 사랑하다 죽거나 삼각관계 같은 뻔한 이야기들이었는데 ‘화녀’는 달라서 끌렸지요.”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은 대단한 리얼리티를 끌어내려 했고, 당하는 나는 스물서너 살 때라서 괴로웠다”며 했다. “최근 저와 영화를 하는 감독들은 김기영 덕을 본 수혜자들이에요. 벗으라면 벗고 입으라면 입고 그러잖아요(웃음).”
가수 조영남과 결혼 후 이혼했고 13년 만에 배우로 돌아왔다.

몇 년 전 tvN 예능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은 “예순을 넘어도 인생 몰라.
나도 67세가 처음이야”라며 웃었다.
요즘 ‘윤스테이’에서도 쿨하다.
농담을 많이 하는,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다.

‘미나리’는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한인 가족 이야기다.
윤여정은 “최고의 연기는 돈이 필요할 때 나온다”는 말로 관객들에 웃음을 줬다.









미나리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정이삭 감독-윤여정-한예리-스티븐연-노엘 조-앨런 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판씨네마
정이삭 감독-윤여정-한예리-스티븐연-노엘 조-앨런 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판씨네마



드라마 ‘파친코’(원작 이민진) 촬영 후 캐나다에서 귀국한 윤여정은 자가 격리 중 후보 지명 소식을 듣고 혼자 술을
마셨다고 했다.
지난달 발표한 소감에서 그는 “응원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꼈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런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후보만으로도 영광이고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 친구 이인아 PD에게 감사합니다.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 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미나리’는 미국 영화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찍었다.
윤여정은 “대사 다듬는 것부터 밥짓는 것까지 현장에 찾아온 지인들이 그대로 눌러앉아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렇게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을, 기꺼이 비료가 되어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영화예요.
아마 한국인이라는 유대감 덕분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




 

이기문 기자

 

 

<저작권자(c) 연합뉴스, 







윤여정  [연예부 | ssent@tf.co.kr]

 

 

 

 

 

 

 여우조연상' 윤여정 ”경쟁 믿지 않지만, 운이 좀 좋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배우 윤여정이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미나리' 제작사 A24를 만든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무대에 올라 "브래드 피트 반갑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었나.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다"라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계속해서 윤여정은 직접 영어로 소감을 전하며 이날 시상식에 참여한 모두를 웃게 했다.
"저는 한국에서 왔다.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부르거나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고,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래서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그러면 제가 조금 정신을 가다듬도록 해보겠다"면서 "감사하다.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에게 표를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시했다.  
또 "'미나리' 가족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감독님은 우리의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었다"며 '미나리' 팀과 정이삭 감독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너무 감사드릴 분이 많다. 제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는다"는 윤여정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다섯 후보 모두 다 다른 역할을 영화에서 해냈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란 없다.
저는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며 이날 참석한 다섯 후보 모두를 존중하는 말로 박수를 받았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

어쨌거나 정말 감사드린다"며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는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 '화녀'의 故(고)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저의 첫 감독이셨다.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저의 수상을 기뻐하셨을 거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날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과 경쟁해 당당히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웰메이드 영화의 명가인 제작사 플랜B와 배급사 A24의 작품으로, '문유랑가보'의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여우조연상(윤여정)·각본상·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사진=AFP

 

 

배우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여정, 도도한 아카데미 벽 허문 ‘늙은 아시안 여배우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4관왕 쾌거는 어쩌면 신호탄이었는지 모른다.
한때 ‘백인들의 잔치’라 불렸던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공고한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한국의 배우 윤여정(74)이 해냈다.
여성, 노인, 아시안, 그 모든 ‘차별’의 요소들을 짊어지고서.

영화 ‘미나리’에서 호연한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국 배우가 이 시상식의 연기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기생충’이 기념비적 역사를 쓴 지난해에도 연기상은 후보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송강호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가 기대를 모았으나 불발됐다.


평소 매우 ‘쿨’한 어조로 자신을 “늙은 여배우”라 칭하는 이 백전노장의 성취는 그를 응원하는 모든 이들을 고무시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동양인 여배우로는 63년 만의 수상이다.
아카데미 역사상 보기 드문 광경이었던 셈”이라며 “고령의 동양인 여배우가 상을 타는 모습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꿈과 가능성을 품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건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일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도도한 아카데미 시상식의 거대한 장벽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순제작비 200만 달러(약 22억원)밖에 안 되는 극저예산 영화에 출연해 직접 미국까지 가서 촬영한다는 건 엄청난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윤여정의) 영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이뤄낸 성취다. 
가시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가치관과 태도가 훌륭하다고 본다”고 치켜세웠다.











윤여정은 자신에 쏠린 관심에 부담감을 내비치며 "차후에 누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당부했다. /더팩트 DB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지 않는 연기 혼을 불살라 50년 연기 인생의 가장 큰 결실을 이뤄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기생충’이 이룬 쾌거의 바통을 ‘미나리’의 윤여정이 이어받은 셈이다.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높은 수준을 증명했다면 윤여정은 한국배우 개개인의 연기 질 또한 훌륭하다는 것을 세계 상업영화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증명해냈다”고 했다.


국민일보가 2019년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연재한 [전찬일 강유정의 한국영화 100년의 얼굴]에서도 ‘한국영화를 빛낸 배우 25인’ 중 한 명으로 윤여정을 꼽은 바 있다.
당시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윤여정을 이렇게 평했다.


“20대엔 20대의 욕망, 40대엔 40대의 욕망, 그리고 60대가 되어선 60대의 욕망을 구체화하는 윤여정은 젊어서 가난했던 청춘과 너무 부유한 나머지 후안무치가 된 상류층도, 거리에서 여생을 보내느니 차라리 형무소가 낫다는 극빈층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윤여정식으로 그려낸다. (중략)

그건 윤여정이 삶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간적 깊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연기란 다양한 삶의 순간과 면모들을 배우의 몸짓과 목소리, 눈빛을 통해 분광하는 작업이다.
윤여정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한국영화사는 귀중한 인간학 하나를 완성하는 중이다.”


아카데미에서 들려온 희소식은 코로나19로 시름하던 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윤 평론가는 “‘기생충’을 필두로 ‘살아있다’ ‘승리호’ 등 K 무비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며 “더불어 한국 배우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미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드카펫 밟는 배우 윤여정 (로스앤젤레스 EPA=연합뉴스)




디올 대신 '마마르할림'…윤여정의 백발, 오스카를 홀렸다


25일(현지시간) 오후 3시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밟았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개최됐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21 오스카 레드카펫
윤여정은 74세의 노장 배우면서도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유명하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두바이 기반의 디자이너 브랜드 ‘마마르할림(Marmar Halim)’의 짙은 네이비 드레스를 선택했다.
네이비 드레스는 앞부분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렸으며 둥근 네크라인으로 단정한 스타일이었다.
여기에 ‘쇼파드(Chopard)’의 화려한 주얼리, ‘로저 비비에(Roger Vivier)’의 검은색 클러치,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슈즈를 매치했고, 백발의 헤어를 업스타일로 연출해 전체적으로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날 윤여정은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한예리는 윤여정의 네이비 드레스와 대조되는 붉은색 드레스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섰다.
한예리의 드레스는 루이비통 제품이다.






 

 

20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과 배우 한예리.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진 연합=EPA



한편 윤여정은 지난 12일 열린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날 윤여정은 우아한 실루엣의 디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날 입은 디올 드레스는 2018 꾸뛰르 컬렉션 디자인으로 한쪽 팔 부분의 소재를 다르게 디자인한 비대칭 스타일이 특징이다.  






지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윤여정. 비대칭 스타일이 돋보이는 우아한 디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사진 디올


 
윤여정과 한예리뿐만 아니라 ‘미나리’ 가족들도 아카데미 레드카펫에서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냈다.
영화에서 어린 아들 역할을 연기한 앨런 김은 톰 브라운의 아동복 수트를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는 퓨전 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함께 했다.
앞섶 부분의 여밈과 발목 부분의 고름에 전통 스타일을 가미한 의상이었다.  






영화 '미나리'의 앨런 김(왼쪽)과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사진 연합=AFP


 
영화 ‘미나리’ 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스티븐 연은 구찌의 커스텀 수트를 입고 아내 조아나 박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미나리'의 스티븐 연과 아내 조아나 박. 사진 연합= EPA

 
올해 아카데미 레드카펫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예전과는 달리 간소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약 3000여명의 출연자 및 관계자가 시상식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약 170여명으로 제한됐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배우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나이에 감사해요, 몰라 인생은” 윤여정을 만든 생각들


과거 인터뷰에서 만난 윤여정은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말에 일말의 고민조차 하지 않고 답했다.
“사람.”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의 ‘제1 고려사항’은 사람이라고 했다.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신념이다.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에 출연하게 된 이유 역시 ‘사람’이었다. 윤여정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정이삭 감독을 만났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저런 친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겸손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영화에 대한 정 감독의 지식에 감명 받았고, ‘미나리’ 대본에 담긴 따뜻함에 마음이 끌렸다고도 덧붙였다.


언제부턴가 윤여정이 인터뷰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환갑을 지난 이후 배우로서 자신은 ‘사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이 육십 넘어 결심했어요. 이제부터 ‘내 인생’을 살리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거예요.
최고의 사치죠. 나는 지금 사치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는 돈도, 명예도 필요없다는 윤여정은 “나이가 들어 내 이야기는 다 버렸다.
‘어떤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는다면 좋은 일이겠다’ 결심한지 오래”라고 했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그다.







 

영화 '미나리' 순자 역의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윤여정과는 최근 몇 년간 세 차례의 인터뷰에서 만났는데, 그는 매번 한결같이 ‘멋지다’는 느낌을 남겼다.
‘꼰대라는 단어와 가장 거리가 먼 어른’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대답들엔 저마다 인생의 깊이가 스며있다.
거침없이 솔직한데 결코 선을 넘진 않는다.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예의와 배려를 놓지 않는다.


2016년 5월 ‘계춘할망’ 개봉 당시 마주한 그는 “공백기 이후 배우로 복귀했을 땐 정말 절실했다.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했다.
그런데 60 넘어서는 내 인생을 살고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일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지금 나는 아주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매 작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선 “난 새로운 게 좋다”고 답했다. “똑같은 거 하면 싫잖아요.
도전, 그거 쉬워요. 지난번에 했던 거 피하면 돼요.
젊어서는 인생이 급하니까 그렇게 못하죠.

근데 난 이제 기다릴 수 있으니까 상관없어요.
살아보니까 인생이 ‘꽁 먹고 알 먹고’는 없더라고. ‘꽁이냐 알이냐’를 선택하는 건 나예요.”

2016년 9월 ‘죽여주는 여자’ 개봉을 앞두고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젊은이들과 소통하려 구태여 애쓰는 건 없다.

다만 환갑 넘으며 내가 작심한 게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리라’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날 웃겨주는 사람이 제일 좋다.
센스 있고 유머 있는 애를 제일 좋아한다”며 웃었다.






배우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년 1월 이병헌, 박정민과 모자 호흡을 맞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보이면서는 후배들 치켜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젊었을 땐 내 또래가 연기를 잘하면 질투심도 들고 그랬는데 지금은 (연기 잘하는 후배를 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
쟤네는 내게 없는 게 있구나’ 부럽고, 장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 여유가 생긴 내 나이에 감사해요.”


노년 배우 중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에 윤여정은 겸연쩍어했다. “독보적이지 않아요. 다보탑이유?
독보적이게. 그냥 아직까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에요.
날 써주는 사람에게도 감사하고,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고.”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엔 “그런 거 없다”며 서둘러 답변을 마쳤다. “글세, 올해 잘 살아남으면 내년에 볼 수 있겠죠. 몰라 인생은.”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윤여정은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며 영화 ‘미나리’를 선택했고, 딸 가족이 터 잡은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호연했다. 돈도, 명예도 필요 없다고 했던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

국 배우 최초의 연기상 수상이다.
아시아 배우가 오스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건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일본)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출처] - 국민일보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Gettyimages]


윤여정, 오스카를 쥐었다, 세계인 마음을 잡았다





  • ● ‘미나리’의 강인한 생명력, 윤여정의 삶이었다
    ● 학비부담 덜려 시작한 방송…재능 발견하다
    ● 대쪽같이 자식 키운 홀어머니, 尹 연기도 키워
    ● 최전성기 1974년 미국행, 1985년 초라한 귀국길

    ● 촬영 준비 안 된 후배‧스텝에게 독설
    ● ‘사랑과 야망’ 김수현 작가, 尹 출연을 꺼린 사연
    ● 바람난 가족, 하녀, 죽여주는 여자…종횡무진
    ● 배우 50년…74세에 이룬 39관왕 대기록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며 102년 한국 영화사에서 새 역사를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가량 늦은 4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과 유니언 스테이션 등에서 동시에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마리아 바칼로바, 글렌 클로즈, 올리비아 콜만,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스카상은 전년도 미국 LA에서 일주일 이상 상영한 미국영화와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AMPAS)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세계적인 권위의 영화제로 손꼽힌다.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화제가 됐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한인가정의 정착기를 그린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윤여정은 극 중 할머니(순자 분)로 열연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이전까지 이미 세계 대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38관왕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윤여정의 수상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할리우드의 시상식 예측사이트 ‘골드더비’ ‘뉴욕타임즈’ 등 각종 매체는 윤여정을 유력한 수상자로 점찍었고, 코로나19로 상업 영화들이 줄줄이 촬영을 미루거나 개봉을 늦추면서 상대적으로 ‘미나리’같은 저예산 독립영화들이 강세를 보이며 강한 연기색채를 보여준 윤여정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계 데뷔 50년이 된 윤여정의 수상 수감도 화제가 됐다.


학비부담 덜려 시작한 방송…재능을 발견하다



윤여정(오른쪽)의 영화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1971년 작품 ‘화녀’. [(주)콘텐츠존 제공]




배우(俳優)를 지칭하는 한자 ‘배우 배(俳)’는 사람인 변(亻)에 아닐 비(非).
이는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야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아니다’의 의미와 가깝다.
관객이나 시청자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접하는 배우의 모습으로 그 배우를 판단하지만, 배우에게 카메라 속 모습은 자신이 아니다.

따라서 배역마다 살아있는 캐릭터를 창조해야하는 배우의 연기 농도는 구력이 붙을수록 카메라 밖 배우의 실제 삶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여정은 1947년 지금은 북측 비무장지대인 된 개성 인근의 내로라하는 땅 부잣집 장녀로 태어났다.

4살 때 터진 6‧25전쟁으로 가족은 서울로 피난 와 정착했다.
집안의 대들보였던 아버지마저 폐병으로 서른세 살 한참 나이에 세상을 등지자, 양호 교사였던 어머니가 집안의 가장이 돼 세 딸을 키웠다
(윤여정의 막내 여동생은 LG그룹 첫 여성 임원이자 전 LG아트센터 대표인 윤여순이다).


어머니는 모진 풍파를 헤쳐 나가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소신으로 대쪽같이 자식들을 키웠다고 한다.
이는 윤여정의 당찬 연기 인생에 큰 유산이 됐다.
1960년 중학교 입학 시에는민관식 전 국회의장이 설립한 장학재단 중산육영회의 장학금을 받아 학생 대표로 답사를 하기도 했다.


평소 큰 딸 윤여정을 의지했다는 어머니 고 신소자 여사는 지난해 10월 96세로 소천할 때까지 윤여정과 함께 살며 그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씩 얼굴이 비춰지기도 했다.
윤여정은 이화여고를 거쳐 한양대 국문과에 진학한다. 어머니의 학비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시작한 방송일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1966년 윤여정은 TBC공채 탤런트가 되며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 데뷔 5년째인 1971년, 24세의 윤여정은 MBC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 역으로 출연해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대중에 각인시켰다.


같은 해 충무로에서는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신인상과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함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녀’에서 윤여정은 광기와 히스테리를 품은 퇴폐적 인물인 가정부 명자로 분해 과감하면서도 농익은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의사 출신 감독인 김기영 감독은 살아있는 쥐를 여배우가 손으로 잡게 하는 등의 다소 기괴한 서스펜스 연기를 요구했는데, 윤여정은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한 것이다.
배우로서의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최전성기였던 1974년, 별안간 그녀는 결혼과 함께 갑자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1985년 그는 남편 조영남과 귀국했다.

전도유망한 청춘 여배우와 가수는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플로리다로 향했지만 귀국길은 초라했고 그는 이미 잊힌 배우였다. 귀국 이듬해 이혼도장을 찍은 그는 당장 남겨진 두 아들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허나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된 마흔의 여배우가 방송계에서 다시 활동한다는 건 녹녹치 않았다.

왕년의 팜므파탈 여배우로서의 자존심도 접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단역부터 닥치는 대로 주어진 역을 소화해냈다. 빈 지갑의 위력을 절감한 그는 목숨 걸고 연기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질긴 생명력 원천은 성실함지성이면 감천이었던가. 고전하던 그는 198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국민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비중 있는 역할인 패션디자이너 송혜주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돌아온 윤여정’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었다.

윤여정은 개인적으로 ‘사랑과 야망’ 김수현 작가와 친분이 있었지만 김 작가는 윤여정을 자신의 작품에는 출연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실력이 아니라 친분으로 배역을 맡았다는 괜한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윤여정의 목소리는 거칠고 허스키했고, 딱딱 끊어지는 독특한 화법의 연기스타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한동안 윤여정에게는 김수현 작가의 ‘낙하산 배우’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이 시절 그가 맡았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주인공의 여동생, 주인공이 다니는 병원의 정신과 의사 등 단편적으로 정형화된 캐릭터였다.
그러나 주인공에 가려져 묻히는 조역이었지만 윤여정이 맡으면 항상 주연급 존재감을 과시했다.
역할이 크든 작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주어진 인물을 충실하게 분석하고 연구해 지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했다.

‘쪽대본’으로 며칠 전에 대본이 급하게 나오더라도 촬영장에 완벽하게 대본을 외워 나타나는 배우로 정평이 났다.
그가 촬영장에서 준비가 덜 된 후배나 스텝에게 독설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연기에 대한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1991년 평균시청률 59.6%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김수현 작가의 MBC주말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45세의 나이로 20대 중후반 딸들을 둔 엄마 역으로 등장한 이후에는 다양한 엄마 역할을 소화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러나 ‘국민엄마’로 불리는 보편적 어머니상은 그를 통해 개성적이고 독특한 엄마로 변모된다.



영화계로 돌아와 물 만난 물고기




2016년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박카스 할머니 역할을 맡은 윤여정.
[CGV아트하우스 제공]



TV드라마 ‘사랑과 야망’ 이후 그는 오롯이 TV드라마에만 ‘올인’했지만 2003년 임상수 감독의 영화 ‘바람난 가족’으로 충무로로 돌아왔다. 당시 ‘남편 말고 애인이 필요해’라는 문구와 신인이었던 문소리의 도발적인 포즈가 인상적적이었다. ‘바람난 가족’에서도 윤여정은 주인공 황정민의 엄마 역할이었지만 성불구자인 남편을 15년 동안 외면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난 엄마 홍병한 역을 맡는다.

대한민국에서 어느 50대 여배우가 이 역할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 윤여정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능수능란하게 노골적인 대사와 노출신을 연기했다. 이 영화는 윤여정의 연기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2005년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파격적으로 70대 할머니 역을 맡아 백발의 촌로로 등장했다.

만 58세 때였다. 당시 그는 “엄마 캐릭터는 주인공이 들어오면 밥 먹었냐고 묻고, 자식 결혼 반대하는 것이 전부다”고 인터뷰했다.

영화와 TV드라마를 활발하게 오고가던 그는 2010년 영화 ‘하녀’에 출연했다. 윤여정을 영화에 데뷔시킨 김기영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했는데, 당시 임상수 감독은 원작에도 없던 나이 많은 하녀를 등장시켰다.

윤여정을 염두해 둔 감독의 한수였다. 이 영화로 윤여정은 춘사대상영화제, 부일영화상,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에 이어 청룡영화상까지 여우조연상을 모두 싹쓸이했다. ‘
하녀’와 2012년작 ‘돈의 맛’으로 윤여정은 연이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윤여정은 2016년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 다시 과감한 도전을 감행한다.
경기 동두천 미군부대 양공주 출신으로 서울 종로일대에서 활동하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 윤소영 역할을 맡아 성매매 노인여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연기했다.

그의 열연에 힘입어 이 영화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침묵했던 노인의 성과 빈곤이라는 사회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말미에 경찰에 연행되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여기서 살기도 힘든데 교도소에 가면 세끼 밥은 잘 나오겠네”라는 대사는 압권이었다.
그의 연기는 과장이 없고 간결해 지루하지 않는 긴 여운을 남긴다.



미국인에게 선사한 윤여정표 미나리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시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는 배우 브레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Plan) B’가 제작을 맡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미국에서 촬영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이민 가정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 ‘미나리’는 가장 미국적인 영화다.

다만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상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다보니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농장을 이루기 위해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30대 부부를 찾아온 한국의 친정엄마 순자 역을 맡았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윤여정만 미국정서에 비켜나간다. 손자 데이비드는 처음 보는 한국 할머니가 미국 할머니들과 달라 불만이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지만 무조건 자신을 믿어주고 받아주는 할머니의 사랑에 든든해한다. 순자는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서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 산기슭 냇가 부근에 심는다.

미나리는 잡초처럼 척박한 땅에서도 적응하며 뿌리내린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에는 생소한 미나리를 통해 버거운 삶 속에서도 놓치지 않는 이민가족의 희망을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그는 미나리 같이 새로운 곳을 찾아 강인하게 적응했다.
그녀의 강인한 미나리 같은 삶이 연기로 승화돼 영화 속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빛을 발한 이유가 아닐까.






신동아 2021년 5월호

황승경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사진=미나리 스틸컷.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아카데미 수상자 '영화배우' 윤여정의 여정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연기경력 55년의 배우지만, 영화 출연은 상대적으로 과작에 가까웠다.
많지 않은 영화 출연작은 거장 김기영을 비롯해 홍상수, 임상수, 이재용 등 ‘작가 감독’들과 함께 했다.
영화 데뷔작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였다. 단란한 중산층 가정을 파괴하는 하녀 역할이었다.
이 작품이 인기를 끌자 윤여정은 이듬해 곧바로 김기영의 <충녀>에 또다시 출연했다. 20대 초반 신인 배우였던 윤여정은 한국영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거장과 함께 영화를 시작한 것이다.

윤여정은 김기영 영화 출연 경험에 대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하겠다고 결심했다”면서도 “이후 다른 감독들과 작품을 했더니 좀 심심하더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윤여정은 <화녀>로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영화 <화녀>의 윤여정(사진 왼쪽)



결혼과 함께 도미한 윤여정은 귀국후 박철수 감독의 <어미>(1985)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딸이 인신매매단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뒤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자, 범인에게 직접 복수하는 어머니 역을 맡았다.
윤여정은 면도칼, 가위 등을 사용한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사적 응징을 한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은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건조하면서도 특별한 연기를 한다”며 “잊혀졌지만 재발굴돼야 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980~90년대 주로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했던 윤여정은 2000년대 들어 다시 영화 출연을 병행했다.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영화배우’ 윤여정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던 남편이 죽자마자 사귀던 남자친구와 재혼을 선언한다.

윤여정은 이후에도 임상수의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두 영화 모두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윤여정은 <하하하>(2010), <다른 나라에서>(2011), <자유의 언덕>(2014),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 홍상수의 영화에도 다수 출연했다. 김민희, 유준상, 문소리, 정유미 등 젊은 배우들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선보였다.

윤여정의 연기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이재용의 <죽여주는 여자>(2016)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탑골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햄버거 가게 직원이 “계산 도와드리겠다”라고 말하자, 윤여정은 “돈 내줄 것도 아닌데, 도와주긴 뭘 도와주냐”고 혼잣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재용은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윤여정의 실제 말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영화 <하녀>의 윤여정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


정종화 팀장은 “윤여정은 안일한 캐릭터 해석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롭게 도전한다”며 “신뢰가는 감독이 그동안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저런 조건을 재지 않고 출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팩트|이선화 기자]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국 LA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의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정이삭 감독과 아내 VALERIE 정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스티븐 연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