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과 시사

윤여정, 오스카 들어올리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한 윤여정[EPA=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왼쪽)이 26일(한국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 시상자로 나섰던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배우 윤여정(왼쪽)과 한예리가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21.4.25 /연합뉴스




 윤여정, 오스카 들어올리다



배우 윤여정(74)이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93년 역사를 지닌 아카데미 역대 첫 한국 배우 수상이다.

수상 직후 윤여정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25일(현지시간) 윤여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등 4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지는 우리 영화사의 쾌거다. 아시아 여성 배우로는 로맨스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다.

이날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아카데미 관계자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들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했다.

윤여정의 재치있는 입담은 이날 하루 종일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윤여정은 이날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 LA 총영사 관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최고(最高)라는 말이 참 싫다. 1등이고 최고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모두 다 최중(最中)이 되고 같이 동등하게 살면 안 되는가"라며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윤여정이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이었다며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수상을 축하하며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분들에게까지 공감을 준 연기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이날 "큰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이날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예리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74살의 노장 배우임을 상징하듯 자연스러운 백발의 머리에 짙은 네이비색의 단아한 드레스 차림이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해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크리틱스 초이스 외국어영화상 등 100여개의 상을 받았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남부 아칸소에 정착하는 한인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간 한국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윤여정이 오스카 영광의 순간에 떠올린 사람은?



유머와 진정성으로 모두를 웃기고 울린 수상소감.


대한민국의 배우 윤여정이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과 LA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서는 노미네이트와 수상 모두 전인미답의 길이며, 아시아 배우로서도 역대 두 번째다.

일본의 고 우메키 미요시가 1953년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래, 무려 63년 만의 일이다.

‘미나리’의 제작자이자 전년도 남우조연상 수상자의 자격으로 시상에 나선 브래드 피트에게 “이제야 만난다.
촬영 때 어디 있었느냐”는 농담을 시작으로, 특유의 유머 넘치는 수상소감을 시작한 윤여정은 글렌 클로즈와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시상식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상소감의 끝자락엔 자신에게 첫 번째 영화를 선사한 고 김기영 감독에게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젠 고인이 된 그에게 영광을 돌리는 눈빛과 표정에는 연기를 막 시작했던 20대 초반의 윤여정이 서 있었다.
많은 사람이 윤여정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직설화법에 열광했지만, 알고 보면 연기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영광의 순간에 윤여정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초년병 시절로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미나리’와 함께 가파르게 달려왔던 근 1년 여의 시간. 입만 열면 나이로 인한 체력 저하를 토로하는 국민 배우에겐 화려한 조명의 소등이 어쩌면 퇴근길에 올라서는 직장인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시상식장의 뜨거운 열기에서 벗어난 윤여정은 상기된 표정으로 LA 영사관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한국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백전노장의 노련미는 여전했다. 
무대 위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엉망진창이었다.
그게 창피하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은 분위기를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늘 한결같은 윤여정의 유머넘치는 직설 화법은 그가 들고 있는 와인 한 잔과 어우러져 더욱 향긋하고 달콤하게 퍼져 나갔다. 







사진출처=뉴스영상 캡처

#글렌 클로즈
글렌 클로즈는 윤여정과 47년생 동갑내기로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은 시간, 같은 배우의 길을 걸어온 동지와 같은 존재. 윤여정은 이날 간담회에서 진정으로 글렌 클로즈의 수상을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글렌 클로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큼이나 오스카와 연이 없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번이 무려 8번째 노미네이트. 하지만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배우라는 직업을 ‘잠깐’의 순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지만, 윤여정은 하루에 되는 스타와 오랜 시간을 거친 배우에 대해 다른 선을 그으며 글렌 클로즈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자신처럼 오랜 시간을 연기에 몸 담은 동갑내기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었다.
“글렌 클로즈를 만나 이야기한 게 좋았다.
2000년도인가, 영국 갔을 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연극에서 그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열심이었다.
그 작품의 역할은 나이가 어려야 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그는 저와 동갑이다.
할 수 없는 배역인데 해냈다
. 전 진심으로 그가 (상을) 받길 바랐다.”
#아카데미 나들이
윤여정은 진심으로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영광이라 말했다.
선댄스 영화제 이후 오랜 시간 보지 못한 '미나리' 스태프들을 만날 생각으로 선택한 아카데미 나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수상을 점쳤지만 당초 요행수를 믿지 않는 성격이라고. 오랜 인생 속에 배반에 의한 시련이 많았기에 더욱 그랬다. 하여 연기 인생 최고의 순간에도 엄격하게 선을 그었다.

최고에 취하지 않고, 오히려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최중’을 우선하는 대선배의 모습이었다.
“영어 잘하는 애들이 제게 경쟁 싫어한다고, 1등 싫어한다는 거 말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너무 1등, 최고를 중요시하지 말고 함께 살며 ‘최중’하고 싶다. 아카데미 월이 트럼프 월보다도 높다.

동양 사람에겐 참 어려운 곳이다.
최고보다는 최중으로, 모두 동등하게 살면 좋겠다.
이러면 너무 사회주의 같을까?(웃음)”







사진출처=뉴스캡처

#‘미나리’ 가족들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선 한예리를 바라보는 눈엔 정겨움이 묻어났다.
평소 예쁜 말로 애정을 전하는 편이 아니기에 그 진심이 더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이번에 아카데미를 견학했으니, 다음엔 더 수월할 거라는 덕담도 안겼다. 더불어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을 향해선 “희망을 봤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평소 “이젠 마음에 드는 감독들과만 작업할 거다”라고 말하는 윤여정의 위시리스트에 깊숙이 이름을 새겨넣은 게 틀림없었다.
“대본을 본 세월이 오래다. 딱 보면 진짜 이야기인지, 아닌지 안다. 너무나 순수하고 진지했다.
기교로 쓴 작품이 아니고, 진심의 이야기였다. 그 지점이 늙은 나를 건드렸다. 하지만 제가 잘 넘어가는 편이 아니다.

감독들은 다 잘 났다. 그런데 제가 잘난체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실제로 만났는데 요즘 이런 애가 있나 싶었다.
내 아들보다 어린데도 존경한다고 했다.
내 친구들 말로는 제가 흉 안 본 감독은 정이삭 한 명이란다.”
#김기영 감독
수상 소감에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수많은 감독과 PD와 함께 작업을 해왔지만, 그만큼 처음은 기억에 남는 법일까?
아니다. 이미 고인이 된 김기영 감독의 시간은 멈춰있지만 20대였던 윤여정의 시간은 70대 중반까지 흘렀다.
늘 “자신은 철이 들지 않았다” 말하지만 연륜이 쌓여감에 있어 시작을 지켜봤던 감독에 대한 생각이 사뭇 달라졌음이 당연했다. 
“영화는 감독이 중요하다. 하는 역할이 정말 많다.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머리 좋은 사람부터 나쁜 사람까지 감독은 다 아울러야 한다.
그건 굉장한 힘이다.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 건 21살 때 쯤 이다.

어렸다. 정말 죄송한 건 제가 60살이 넘어서야 감사하단 걸 알게 됐다.
감독님이 돌아가신 뒤였다.
그 전엔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싫어했다.
그래서 늘 죄송하고, 지금도 후회스럽다.”






사진출처=뉴스영상캡처

 

#앞으로의 윤여정과 연기 여정
자신의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고,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극단 출신도 아닌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연기했음을 말하는 윤여정. 그럼에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절실했고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대사를 외웠다.
“대본은 내 성경이었다”는 말에 “상 탔다고 멋있게 이야기하려 한다”며 자진 검열을 했지만 윤여정이 걸어온 연기 여정을 나타내기엔 딱 맞는 비유였다.“브로드웨이에 명언이 있다.
브로드웨이 가는 길을 물었더니, ‘연습’이라고 답했단다
연습은 무시할 수 없는 거다. 앞으로의 여정은 모른다.

난 난 점쟁이가 아니다. 살던 대로 살 것이다. 오스카 받았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
제겐 계획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대사를 외우는 게 힘들다. 남에게 민폐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


권구현(칼럼니스트) 


[아이즈] 와 사전협의 없이 본 콘텐츠(기사, 이미지)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REDIT글 | 권구현(칼럼니스트)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도착,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윤여정 “진심 통해 기쁘다…대본이 성경 같아”


미국 LA 한국총영사관에서 기자회견

윤여정, 한국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운동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며 수상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윤여정과 한예리는 26일(한국시간) 미국 LA 한국총영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윤여정은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너무 힘들어서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더라"며 "2002년 월드컵 선수 발 하나로 온 국민이 난리 칠 때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었고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즐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8번째 오스카에 도전한 글렌 클로즈에 대해 언급하며 "글렌 클로즈와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2000년도쯤 영국에서 '욕망이라는 전차' 연극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글렌 클로즈가 저하고 동갑인데, 그 나이에 할 수 없는 역할인데, 하는 걸 보고 난 진심으로 그녀가 받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저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양 변방에 온 사람이지 않나.
아카데미 가 본 적이 있겠냐.
물론 봉준호는 갔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윤여정은 "내 옆 친구에 있는 '미나리' 친구들은 옆에서 받는다고 하는데 안 받는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면서 배반을 많이 당해서 기대도 안 했는데, 제 이름이 불리더라. 영어도 못 하지만 (소감이) 엉망진창이 돼서 창피하다"고 쑥스러워했다.

윤여정과 함께 오스카에 참석한 한예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이 순간에 이렇게 이 장소에 있는 게 감사하다. 선생님이 아까 잠깐 '넌 이제 견학했으니까.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견학이 된 것 같다. '미나리' 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진심으로 만든 영화다. 진심이 통한 것 같아 좋다"며 "상을 타는 건 상상을 못 했는데, 상을 타서 너무 좋다"고 했다.

'미나리'의 제작사 대표인 브래드 피트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영화 만들 때 돈을 더 써달라고 했다.
잘 빠져나가더라.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크게 쓴다고는 안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브래드 피트에게 한국에 한번 오라고 그랬다.
나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온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윤여정은 연기 철학도 밝혔다. 그는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제가 연극이나 연극영화가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한 거라 제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저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나중에는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편안하고 그냥 연기를 좋아도 해야 하지만, 절실해서 했다. 먹고 살려고 했다.
저에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
상 탔다고 멋있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많이 노력했다.
브로드웨이 명언이 있다. 누가 길을 물으니까 연습이라고 했다더라.

연습 무시 못 한다"고 이야기했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을 비롯해 화제가 된 입담에 대해 "제가 오래 살았다.
오래 살고 제가 좋은 친구들과 좋은 수다를 떨었다

. 수다에서 입담이 나왔다"며 재치 있게 받아쳤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냐'는 질문에는 "최고의 순간은 없다. 최고란 말은 싫다.
영어 잘하는 애들이 나에게 충고하더라.
경쟁 싫다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벽이 높지 않나.
제 생각에는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자. 최중만 돼서 살자. 동등하게 살면 안 되냐"고 답했다.

1980년대 한인 가정의 미국 이주 정착기를 그린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100개 이상의 트로피를 받으며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는 최초, 아시안 배우 중에서는 영화 ‘사요나라’(1957)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을 안았다.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밝히는 윤여정
(런던 AFP=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BAFTA)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화상을 통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BAFTA 제공.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극찬"…솔직하고 재치 있는 '윤여정 어록


품위·유머 갖춘 꾸밈없고 직설적인 화법에 젊은 층 환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강애란 기자 = 배우 윤여정(74)은 연기뿐만 아니라 솔직하고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윤여정의 화법은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이다.
이른바 '돌직구'를 던진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낮추지 않고, 할 말은 하지만 품위를 지키는 그의 화법에 젊은 층이 더 환호한다.
56년 차 배우이자 70대 중반 어른이지만, 그는 무게를 잡지 않는다. 자신을 "진지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윤여정은 양념을 곁들이듯 적절한 유머로 분위기를 띄운다.
해외 각종 시상식에서는 직관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브로큰 잉글리시'로 관중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예능과 인터뷰에서는 삶의 경험을 녹여낸 담백한 이야기로 공감을 산다.
◇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에게 인정받아"…폭소 끌어낸 소감
윤여정은 그동안 '미나리'로 거쳐온 각종 시상식에서 농담 섞인 솔직한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는 판에 박힌 뻔한 공치사가 없다.
'미나리'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사실 이 영화 안 하고 싶었다.
고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라며 쉽지 않은 독립영화 현장을 드러냈고, 관객들은 웃음으로 공감을 표했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수상한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고상한 체한다'(snobbish)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고 영광"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곡을 찔린 영국인들은 이 대담한 소감에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2012년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질문 듣는 윤여정[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앞두고 한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들이 아시안 증오범죄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러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며 "끔찍한 일"이라고 직언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열리는 크고 작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추가할 때나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도 한결같이 쿨했다.
지난 2월 '미나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20개 넘는 상을 받은 소감을 묻자 "상패는 하나밖에 못 받아서 실감을 못 하고 있다.
그냥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최종 후보로 지명됐을 때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마치고 귀국했을 시점이었다.
윤여정은 자가격리 상황을 전하며 "모든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겠지만, 여기에 올 방법은 없다"며 샴페인 한잔으로 혼자 축하주를 마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근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는 오스카 수상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것도 모르니 묻지 말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9년 '여배우들' 개봉 당시 윤여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 "어른이라고 꼭 배울 게 있느냐"…청춘이 공감하는 시크한 어른
윤여정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인생에 관한 담백한 고찰과 위트가 돋보이는 말을 여럿 남겼다.
특히 2014년 tvN '꽃보다 누나'를 계기로 스타 PD 나영석 사단의 예능에 꾸준히 출연 중인 그가 프로그램에서 남긴 말들은 '윤여정 어록'으로 불린다.
연기 인생을 이야기할 때 그는 늘 솔직했다.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나와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하다.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한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도 회자할 정도다.
배우 윤여정의 캐릭터는 확고하고, 그에 대한 대중의 호오도 극명했다.
70대의 나이에 예능 프로그램을 접수한 그에게 요즘 젊은 세대는 환호를 보내지만, '이혼한 여배우'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훨씬 확고했을 때는 비호감이 훨씬 강했다.
윤여정은 "어떻게 만인이 나를 좋아해. 일찍 죽어요,
그럼."(2013년 SBS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윤여정은 이혼녀야. TV에 나와선 안 돼' 그땐 사람들이 그랬어요
. 근데 지금 저를 아주 좋아해 주세요. 이상하죠.
그게 인간이에요."(2021년 뉴욕타임스 인터뷰)라고 받아친다.
'미나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후에도 윤여정은 변하지 않았다.
해외 매체들이 윤여정을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고 소개하는 것에 대해 그는 "칭찬인 건 알지만 일종의 스트레스"라며 "메릴 스트리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이고, 저는 단지 한국의 윤여정이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 개인으로서 늙어가며 느끼는 인생의 덧없음이나 회한 등에 대해서도 그대로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관찰 예능에서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tvN '꽃보다 누나'),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그런데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 같아."(2017년 tvN '현장 토크쇼 택시')






예능 '윤스테이'의 윤여정(왼쪽)과 최우식[tvN 캡처.




삶의 유한함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았던 덕분에 그는 '시크한 어른'으로 남을 수 있었다.
2012년 KBS 연기대상 MC로 나섰던 그는 "난 못생기지 않았고 시크한데도 못생겼다는 이유로 KBS에서 수십 년 드라마를 했지만 상 한 번 못 탔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지만 다 아프고 다 아쉬워. 난 웃고 살기로 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헛소리를 좋아해요."(2014년 tvN '꽃보다 누나')라고도 했다.올해 tvN 예능 '윤스테이'에서는 외국인 손님이 오징어먹물 요리를 보고 '우리를 독살하려는 건 아니냐'고 농담하자 "Not tonight, maybe tomorrow"(오늘 밤은 아니지만 내일은 또 몰라요)라고 응수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에게 동선을 낱낱이 보고하는 최우식을 향해서는 "왜 은밀하게 얘기해?
나 쟤랑 사귀니?"라고 대꾸해 웃음을 안겼다.







예능 '윤스테이'의 윤여정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어른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준 그는 젊은 층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도 많이 남겼다.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이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
.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
"(2017년 tvN '윤식당' 시즌1)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2018년 SBS '집사부일체'), "우월감하고 열등의식이 같이 가는 거거든요. 그거 하지 마."(2021년 유튜브 예능 '문명특급')


 
lisa@yna.co.kraeran@yna.co.kr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왼쪽ㆍ74)이 할리우드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오른쪽ㆍ58)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난 개 아냐".. 윤여정·브래드 피트는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아카데미 시상식서 영화 제작자와 출연 배우로

한국 배우 최초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만큼 주목을 받은 건 윤여정(74)과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58)의 만남이었다.
피트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 발표자로 나서 윤여정과 만났다. 피트는 '미나리' 제작사 플랜B 설립자.
'미나리'의 제작사 대표와 출연 배우의 만남이 시상식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날 만난 윤여정과 피트는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윤여정은 시상식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 한번 오라고 했다.
꼭 올 거라고, 약속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제작비가 부족해) 너무 힘들었다, 다음 영화에는 돈을 더 달라했더니 조금 더 주겠다고 하더라"며 "너무 존경한다고 하는데, 난 미국 사람들 말은 안 믿는다"며 웃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윤여정
인터뷰 영상. 버라이어티 SNS 캡처



 

윤여정과 피트가 행사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외신 기자에도 포착됐다.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특별한 만남, 한데 관심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렀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기자는 행사장 백스테이지에서 윤여정에 "피트와 얘기를 나누던데 무슨 얘기를 했고, 분위기는 어땠나(Smell like)?"란 질문을 했다. "스멜 라이크"란 표현이 스타를 직접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현지 관용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연기 경력이 50년을 넘은 한국의 노배우에게 할 질문으로 적절하진 않다는 반응이다.
윤여정을 신인 배우 취급한 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겨드랑이를 뜻하는 영어 '암피트(armpit)'와 피트의 발음이 같아 현지 기자가 '드립'을 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를 두고 미국인 A씨는 "자주 쓰는 표현도 아니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뜬금없는 질문에 윤여정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대신 "난 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인 셈이다. 더불어 "냄새를 맡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난처해진 상황, 윤여정은 피트의 젊었을 때 영화로 화제를 돌렸다.
윤여정은 "그가 젊었을 때 찍은 영화를 봤다.
그는 나에게 영화 스타"라며 "그가 내 이름을 부른 것이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 '미나리'의 스타이자 오스카 수상자인 윤여정이 브래드 피트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는 글과 함께 '난 개가 아니다'라고 답한 윤여정의 멘트를 고스란히 올려놨다.
해당 게시판엔 버라이어티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윤여정은 시상식에서 피트를 향해 "마침내 만나게 됐군요, 피트. 반갑다"면서도" 저희가 영화 찍을 땐 어디 계셨죠?"라고 농담에 시상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생중계 카메라엔 윤여정의 유머에 활짝 웃는 피트의 모습이 잡혔다. 무대를 내려올 때는 피트가 윤여정의 손을 잡아주며
안내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 

 

 

 

 

 

 

감격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74)이 25일(현지시간) 트로피를 앞에 두고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자유롭고 젊은 영혼” “세대 초월·쿨함 매력”… 배우·감독이 말하는 윤여정


나이 걸맞는 여유·신세대 감각 겸비

빛나는 성품·연기 철학 찬사 쏟아져
송혜교 “내가 더 고리타분하단 느낌”
박해일 “존재만으로도 자랑스러워”

윤식당 등 예능 프로서 솔직함 과시
‘열린 마인드’ 선보여 대중들도 호감

 

“사유하는 엄마”, “실험적 역할의 대상”, “꼭 필요한 친구” ….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연기뿐 아니라 그의 연기 철학과 성품에 대한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동료 배우들과 감독 등 주변인들이 윤여정에 대해 공통적으로 꼽은 단어는 솔직함, 쿨한 매력, 파격적인 역할 선택, 도전 등이다. 이름이 알려진 배우임에도 초저예산 영화 ‘미나리’를 선택한 것 역시 다양한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람난 가족’으로 윤여정의 스크린 복귀를 이끈 임상수 감독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에 대해 “자유롭고 젊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이뤄낸, 부러울 정도의 짜릿한 성공”이라며 “(미나리는) 모두가 고생한다고 했는데, 윤 선생님이 자유롭고 젊으니까 선택한 것”이라고 격찬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
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아들이 일하라고 잔소리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등 화제가 되는 수상소감도 이런 자유로우면서도 솔직한 성격이 특유의 입담과 결합해 나왔다.
‘윤스테이’의 김세희 PD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대를 초월하는 재치 있는 입담과 ‘쿨함’이 선생님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따뜻함도 깔려 있다.
2016년 데뷔 50주년 축하하는 자리에서 윤여정은 “선후배님들 와주셔서 너무 고맙다”며 참석자를 한명 한명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참석했던 배우 박해일과 김혜수는 “대한민국에서 윤여정이라는 이름의 배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우 윤여정(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은 후 프레스룸에서
'노매드랜드'로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너먼드와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74세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여유와 동시에 신세대 같은 쿨함도 동시에 갖췄다.
송혜교는 방송에서 윤여정에 대해 “‘마인드가 어떻게 젊은 친구들보다 더 신세대 같으시지’ 이런 생각을 어릴 때부터 많이 했다. 가끔은 내가 더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윤여정에게 ‘박카스 할머니’라는 파격적인 역할을 맡겼던 이재용 감독은 “윤 선생님과는 평소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죽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눴다”며 “예능에서 본인을 ‘할머니’라고 말하고 나이에 관해 계속 얘기를 하시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걸 잊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솔직한 모습이 노출되면서 대중의 호감도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 2월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유형에서 윤여정은 2위에 꼽혔다. 1위는 ‘국민 MC’ 유재석이었다.
윤여정을 꼽은 이유는 ‘편견 없이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열린 마인드형 상사’였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사진=미국 ABC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방송 화면

 

 

 

 윤여정 수상소감에 아만다 사이프리드 "I love her" 박수


배우 윤여정이 제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그의 재치있고 겸손한 수상 소감에 감탄했다.

윤여정은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과 LA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는 '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이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언급하며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며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하겠나, 너무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봐왔다"고 했다.

이어 "모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맡았는데 어떻게 경쟁할 수가 있는가. 우리는 각자의 영화에서 최고였다"며 "다만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에게 환대를 해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 두 여배우의 표정이 클로즈업 됐다. 글렌 클로즈는 윤여정이 자신을 언급하자 미소를 지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윤여정의 소감에 "아이 러브 허"(I love her)라며 감격하는 표정으로 박수를 보냈다.

윤여정은 미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룬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는 영광을 누렸다. 아시아 배우로는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사진은 50년 만에 재개봉하는 윤여정 주연 영화 ‘화녀’
포스터. 2021.4.26 디자인소프트 제공. 연합뉴스





시대 욕망 품은 연기…윤여정, 장르가 되다

전찬일 평론가의 `윤여정論`

대한민국 톱스타는커녕
주변부 떠돈 연기자였지만
그녀는 늘 도전 마다하지 않아
대체불가 연기로 최고 올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윤여정은 과연 어떤 배우였을까?
김혜자·전도연·최불암·송강호처럼 대한민국 최강의 연기파 배우였을까. 아니면 김지미·전지현·신성일·이병헌 같은 톱스타였을까.
국내외적으로 온갖 상찬들이 `여걸`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렇다"고 답할 순 없다.

21세기로 시선을 고정하면, 그녀는 톱스타는커녕 스타로 예우받은 적이 거의 없다.
주연보다는 명품 조연 정도로, 으레 주변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그 이름 앞에 "늘 도전하고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던"이라는 단서를 달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어미`(박철수·1985)로 복귀하기 전까지, 1974년 조영남과의 결혼 이후 10여 년간 미국 생활로 인한 `경력 단절`을 고려하면 연기자로서 윤여정의 위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영화 제작 100주년이었던 2019년. 모 일간지 연재 기획 `전찬일 강유정의 한국영화 100년의 얼굴`에서 총 12명의 여배우에 그녀를 포함시켰던 건 그래서였다.

영화평론가이자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강유정 교수는 당시 "시대적 욕망을 품은 대체 불가의 연기로 윤여정이라는 장르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실로 그랬다. 작품마다

그는 인간이 가진 욕망의 극한 지점까지 가는 인물을 묘사했다. 충격의 데뷔작 `화녀`(1971)와 `충녀`(김기영·1972)의 명자, `어미`의 홍 여사, `하녀`(임상수·2010)의 병식, `돈의 맛`(임상수·2012)의 백금옥, `죽여주는 여자`(이재용·2016)의 소영이다. 윤여정은 욕망이라는 무정형의 감정 덩어리를 구체적 인물 안에 인격화해 드러냈다.

강 평론가는 "연기란 다양한 삶의 순간과 면모들을 배우의 몸짓과 목소리, 눈빛을 통해 분광하는 작업이다. 윤여정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한국 영화사는 귀중한 인간학 하나를 완성하는 중이다." 한 배우, 아니 한 인간에게 이보다 더 숭고한
찬사가 가능할까.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듯, 나는 `미나리`에서 윤여정 연기를 최고로 진단하질 않는다. 객관적 기준으로는 `죽여주는 여자`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증명했다.
그 문제적 시니어 영화에서 윤여정은 65세의 박카스 할머니(성매매 노년 여성)로 분해 그야말로 `죽여준다`.
`윤며드는` 연기에 초점을 맞추면, `미나리`의 순자는 `죽여주는 여자` 소영에 비견되기 무리다.


윤여정의 전작(全作) 중 내 최애작은 `화녀`다. 한국 영화사 으뜸 괴물이었던 김기영의 걸작 `하녀`(1960)를 리메이크한 괴작이다. `화녀`는 2006년과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에 선정될 만큼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폭넓은 성원을 받았다.

오늘날 눈으로 내러티브에 집중해 본다면, `화녀`는 어색하다 못해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김기영은 이야기의 논리적 개연성 따위는 아랑곳없이, 그 누구도 흉내 내기 쉽지 않은 그만의 개성적 미장센·인물 해석·연기 연출로 한국 영화 역사를 빛낸 거장 중 거장이다. 2000년대 어느 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녀`를 보고 나오면서 감독 박찬욱은 말했다.

"한국영화는 `하녀` 이후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나는 그의 탄성을 잊지 못한다. 장르가 된 감독 봉준호가 앨프리드 히치콕과 더불어 자신의 영화 인생을 결정지은 단 한 명의 감독으로 김기영을 꼽는 것도 결코 립서비스가 아니다.


윤여정의 연기에만 시선을 던지면, `화녀`는 `하녀`를 보란 듯 제압한다. `화녀`의 열연이, `하녀` 캐릭터와 연기(이은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확인해보시라. 윤여정은 말로 형용이 불가능한, 발견·발군의 연기력을 뽐낸다. `화녀`는 개봉 당시 서울 기준 21만4000명에 가까운, 당시로는 `대박`을 터트렸다.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감독을 재기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 성공의 일등공신이 윤여정이었음은 물론이다.
오죽하면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차를 두고, 자칫 아류작으로 비칠 수도 있을 `충녀`를 만들어 선보였겠는가.






[전찬일 영화평론가]
[ⓒ 매일경제 & mk.co.kr,

 

 

 

 

 

 

 

 

 

 

 조영남 "윤여정 축하…바람 피운 남자에 최고의 복수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전 부인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을 축하했다.
26일 조영남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내 일처럼 기쁜 소식이고 엄청 축하할 일"이라며 "다른 후보작들도 봤는데, 윤여정이 투표에서도 앞서고 있길래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내가 언급하는 게 안 좋다고 하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나는 그냥 축하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조영남은 "이 일이 바람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멋진 한 방, 복수 아니겠나"라며 "바람 피운 당사자인 나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이뤄내며 한국 영화에 한 획을 그었다.
이날 윤여정의 수상 직후 김혜수, 전도연, 배두나, 이병헌, 최우식, 박서준 등 후배 배우들을 비롯해 샌드라 오, 아콰피나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스타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할머니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사설] 경계와 장벽 넘어선 ‘원더풀 미나리’ 윤여정


:

“제 이름은 여정 윤이다. 많은 유럽인들은 저를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
”25일 밤(현지시각)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부문상(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위트를 담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양인들에겐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이름의 한국 배우가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전세계인들과 만나고 한국 이민자 가족의 할머니 역할로 인종과 국적을 넘어선 보편적 감동을 이끌어낸 관록이 느껴지는 수상 소감이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해 뿌리를 내리려 애쓰는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주면서도 전형적인 틀에 갇히지 않은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를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순자’는 손주들에게 화투도 가르치고, 프로레슬링에 흠뻑 빠져 있지만,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는 “원더풀 미나리”의 정신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할머니다. <미나리>는 지금까지 전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 상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윤여정이 받은 상이 30개가 넘을 정도로 ‘순자’는 세계 곳곳에서 공감을 이끌어냈다.올해 74살 배우 윤여정의 연기 인생은 그 자체가 많은 경계와 장벽을 넘어온 여정이었다.

19살이던 1966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1971)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얼마 안 돼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가 10년 넘는 공백기를 보냈다. 이혼 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생계형 배우”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 60살이 넘은 뒤에야 비로소 좋아하는 영화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연기하는 “사치”를 부릴 수 있었다.

‘나이든 여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왔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 등에서 파격적 역할을 맡았고, 김초희 감독의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에선 후배 감독을 위해 기꺼이 개런티도 받지 않고 출연해 인생의 지혜가 담긴 연기를 보여줬다.

최고의 배우이지만 군림하지 않고 위트와 유머, 인생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윤여정의 모습은 젊은 세대들도 그를 최고의 롤모델로 존경하는 이유다.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올해 아시아 배우인 윤여정에게 연기상을 준 데는 코로나 시대에 깊어져가는 ‘아시아인 증오’ 극복이라는 시대정신도 담겨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노매드랜드>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중국계 클로에 자오 감독 등을 예로 들면서 올해 아카데미상이 다양성과 포용성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분석했다.
윤여정은 시상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지닌 평등한 사람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윤여정의 수상이 인종·국가·언어의 경계와 장벽을 넘어 세계인들이 서로의 진심을 좀 더 이해하게 하는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26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왼쪽부터)이
남우조연상을 받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컬루야, ‘노매드랜드’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자리를 함께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