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구 화장 및 문신 합법화를 두고 관련 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반영구화장협회 김순옥 회장은 "반영구 화장은 의료 행위보다는 보건복지부 관할
아래 있는 예술이자 시술"이라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반영구 화장 및 문신 합법화는 엄격한 의료제도를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반영구 화장 및 문신 합법화는 엄격한 의료제도를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타투’, ‘문신’. 뭐라고 부르든 그건 예술이다
이를테면, 대중음악의 경우 ‘유명한 노래가 좋은 노래’라는 전제는 맞지 않다.
해외 시장에서 이미 인기를 얻은 노래들을 짜깁기 해 국내용으로 재생산 한다거나, 저급한 가사, 야비한 음악 효과들로 덮인 노래들이 대중음악 차트에 오르는 건 흔한 일이다.
반면, 독보적인 색깔, 깊은 가사, 뛰어난 곡 완성도를 가졌어도 소수의 입소문을 타는 경우도 있다. 타투의 경우는 어떨까. 어떤 타투가 ‘좋은 타투’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어떤 타투가 ‘좋은 타투’인가
제선은 “얼마나 다양한 톤을 써서 표현을 잘 했나, 자연스러운가?,
구도나 비율이 정확한가, 알맞은 색을 썼나,
선을 깔끔하게 그렸나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데, 이 기준들은 ‘그림’을 판단하는 기준과 비슷하지 않나?
이에 제선은 “맞다. 앞서 말했듯 ‘그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어 내 장르인 ‘블랙 앤 그레이’의 경우 구상적 작업이어서 더 비슷한 판단 기준들이 있다”고 동조했다.
“‘발색’이 얼마나 잘 됐는지 보는 것도 완성도를 이루는 요인 중 하나다. 그림의 경우 캔버스에서 물감이 마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타투는 최대 3주나 한 달이 걸려서 ‘물감’이 마르곤 한다.”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타투는 피부에 상처를 인위적으로 남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부 껍질이 떼어지면서 톤이 바뀐다.
피부층 밑에 색소를 넣기 때문에 겉 피부층이 탈락되면서 톤이 탁해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처음 색을 입히면 ‘프레쉬’하고 쨍쨍하고, 진하게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색이 연해진다.
발색 후에 그림이 뭉개지는 경우도 있고. 발색이 잘 되는 피부도 각각 다르고, 그에 맞는 스킬을 정확히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타투를 판단할 때 아무래도 발색을 크게 본다.”
제선은 “그렇지만 타투의 장르가 다양해 완성도의 기준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패턴을 쓰거나, 패턴위주 작업이거나, 캐릭터·일러스트 느낌이 강한 타투는 그만의 완성도가 또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레즈미’의 경우 그림으로 치면 동양화 느낌이다.
서양화와 달리 아웃 라인을 꼭 쓰는데 이 점이 완성도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아웃라인을 뚜렷하게 그렸는가, 삐뚤어졌나 아닌가. 장르 전부를 아우르는 판단 기준은 디자인을 얼마나 잘 짰나, 이 사람의 분위기와 혹은 부위와 어울리게 짰나, 독자적인 디자인인가 등등이다.”
‘좋은 타투’의 판단 이전에 분명, 나도 어떤 타투를 보고 좋다고 느낀 적이 있다.
목 주변에 자신의 밴드 이름과 관련된 달 모양의 일러스트를 새겨 넣은 국내 록 뮤지션, 목에 러프한 글씨체로 자신의 아들 이름을 새겨 넣은 영국 록 뮤지션 ‘피트 도허티’를 보고 그랬다.
앞서 제선이 설명한 조형적 완성도들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하필 가장 드러나는 목 주변에 한 타투들이 좋아보였던 건 ‘이왕 할 거면 제대로 잘 보이는 데 하지’ 같은 마음이 들었기에.
제선은 “‘좋은 타투’의 기준에 대해 기술적 관점 위주로 설명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 원초적으로는 그 타투가 ‘멋있느냐 없느냐’이다. 자기만 아는 낙서를 새긴다거나, 기술적으로 떨어져도 분명 멋있게 보일 수 있고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직선으로 몸을 관통하는 선 하나를 긋는 타투 장르도 있다.
사람 몸의 굴곡이나 미적인 부분을 더 부각시키는 매력을 가졌기 때문에 나도 그런 장르를 보고 멋있다고 느낀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못 그려서 별로다”라고 하거나,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를 보고 “예술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놈”이라는 대 예술평론가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의 색감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느끼듯 분명 타투에도 절대적/상대적인 미의 기준도 있겠지.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타투를 바라보는 21세기의 시각…그리고 타투합법화
21세기를 즈음해, 중국인인 공자의 가르침을 마오쩌둥보다도 열심히 따르는 유교의 나라 한국은, ‘문신’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인식을 함의해온 시대를 지나 타투를 미와 예술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분명 어느 때를 기점으로 타투를 한 사람이 정량적으로 늘었다.
각종 방송과 매체에서 연예인들이 타투를 드러내는 경우도 압도적으로 늘었고.
제선은 “연예인들 영향이 크고, 분명 그들이 타투가 어느 정도 대중화된 데 일조한 게 있다”며 “2010년 정도를 기점으로, 아이돌 그룹 빅뱅이 한창 인기를 탈 때 멤버 지드래곤이 타투를 했다는 걸 꾸준히 노출시켰는데, 놀랍게도 타투 인구가 그 후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즈음 한 매체에서는 지드래곤의 타투를 다루며 그의 타투 레터링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살기엔 너무 타락했고 죽기엔 너무 젊다)’이 1970년대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에게서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불과 2000년대 까지도 펑크족들이나 반항아들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던 검은 가죽재킷도 빅뱅이 입고 나온 2010년 이후를 기점으로 요즘은 봄가을의 ‘잇템’이 됐다.
타투이스트 입장에선 타투를 한 사람들의 ‘정량적 증가’는 과연 긍정적이기만 한 걸까? 제선은 “어찌됐든 긍정적이다.
아직은 마이너한 문화고, 일단 많이 퍼지는게 바람직 하다.
퀄리티 있는 작업을 받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건 욕심이고”라고 말했다.
“사실 퀄리티 있는 작업이 많아질 수 있느냐는 타투이스트들에 달린 문제다.
그들이 자기 작업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 사명감을 갖고 있느냐 그저 돈벌이로 생각하느냐에 달렸지.
그에 따라 사람들 안목도, 작업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고, 그래야 인식변화도 생긴다.”
“그래도 이제는 한국에 타투이스트들도 많아졌고, 잘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는 느낀다.
가장 최근 해외 작업은 호주에서 했는데, BTS와 같은 K팝과 더불어 ‘한국 타투’에 대해서도 반응이 큰 편인 걸 피부로 느꼈다.
해외에도 어느 정도 ‘한국인들이 타투 잘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쯤이면 이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게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지난 1992년 사법부가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29년이 지난 지금도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에 있다.
한국타투*타투 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문신 시술 종사자는 22만 명, 시장 규모는 1조 2천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6년 반영구미용사중앙회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타투를 시술받은 인구는 300만 명이다. ‘타투합법화’는 과연 모든 타투이스트가 바라는 일인가?
제선은 “타투합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로 알지만. 별 관심 없는 타투이스트들도 많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만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 발의한 ‘타투합법화’를 두고 그들의 본심은 뭘까 생각한 적 있다. 지지자들의 표? 타투사업으로 인한 세금?
혹은 너무나 진심 같이 말해서 믿기 힘든 정치인들 특유의 ‘진심’?
제선은 “정치인들은 세금 때문 아닐까? 이미 타투 시장이 음지가 아닌 것과 다름없이 시장이 크게 형성됐으니까. 장단점이 물론 있겠지. 확실한 규제가 있어 타투 사업이 합법적 사업체로, 타투 아티스트가 사회 일원이자 인정된 직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겠다. 반면 합법화 되고 이 사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해 기업이나 자본가들이 붙는다면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합법화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합법화 이전에 인식문제가 더 크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사회적 인식이 급변하진 않을 거란 회의도 있고. 또 ‘남들과 다르다’는 소수의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들이 타투를 받는 사람들도, 하는 사람들도 많기도 하고. 타투이스트들은 사실 그보다 자기 작업에 에너지를 쏟고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출처 : 위클리서울(http://www.weeklyseoul.net)
상처'가 만들어낸 모노톤의 미학 - ‘블랙 앤 그레이’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세상에 ‘아름다운 상처’라는 게 있을까?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본 열두 제자들이라도 그 ‘성흔’들을 보고 아름답다고는 차마 못했을 거다. 가리옷 유다라면 더더욱 그랬을 테고.
문신, 타투(Tattoo). 바늘로 찔러 피부에 상처를 낸 뒤 잉크를 흘려 넣어 피부에 그림이나 무늬, 글씨를 새기는 이 행위를 두고 인류는 ‘아름다운 상처’라는 상투적 표현을 수억 번은 썼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타투가 등장한 기원 전 2000년 전 부터.
하지만 유사 이래, 타투가 상투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행위는 여전히 소수들이 향유하는 문화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마젤란이 처음 브라질 땅을 밟던 대항해시대 때만큼은 아니다.
2020년대에 접어든 현재, TV나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나오는 사람들의 몸에서 타투를 찾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게 됐고, 몸에 무언가를 새겨 넣는 행위를 ‘패션’으로 받아들이는 인구들 역시 늘었다.
그와 더불어, 타투를 새겨 넣는 타투이스트들의 세계도 목성만큼은 아니지만 화성만큼은 커졌다.
아름다운, 세밀한, 구상적인, 모노톤의 상처를 창조하는 타투이스트 제선(jehsun)을 3월 어느 날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타투이스트 제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구상적이고 추상적인 타투 장르 ‘블랙 앤 그레이’
‘타투’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온도차는 저마다 다르다. ‘타투가 몸에 있느냐 없느냐’, ‘타투가 어디에 있는가’, ‘타투가 얼마나 많은가’, ‘어떤 타투를 했는가’ 등등... 타인의 인생을 자기인생 보다 세배 더 걱정하는 인류애 넘치는 일부 시각에선, ‘으이구 쯧쯧...’과 같은 감탄사를 내뱉기도 한다.
‘어떤 타투를 했는가’의 시각으로 타투를 바라본다면, 좀 더 시야가 풍부해진다. 피부에 글씨나 문구를 새기는 ‘레터링(lettering)’, 대항해시대 뱃사람들이 ‘나는 신이나 바다의 가호를 받는다’며 새겼던 3색 컬러 위주의 ‘올드 스쿨(old school)’, 올드 스쿨보다는 좀 더 섬세하고 다채로운 색상과 디자인을 표현하는 '뉴 스쿨(New school)'과 같은 타투 스타일을 알아볼 수 있겠다.
또, 일본의 대표적 스타일로 동양화스러운 디자인의 ‘이레즈미’, 히스패닉 계열에 인기 있는 치카노(Chicano), 얇은 선으로 이뤄지는 라인 워크(line work) 같은 스타일의 타투를 구분해볼 수도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장르의 타투들이 존재하지만, 검은색 염료만 사용해 회색 음영을 나타내는 흑백 작업인 ‘블랙 & 그레이(black and grey)’는 피부에 연필로 소묘해 놓은듯한 독특함과 세밀함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올해의 컬러 ‘일루미네이팅’에 가까운 활기찬 옐로우 후디를 입고 나타난 ‘흑백’ 아티스트 제선은 자신을 “블랙&그레이에서도 'Realistic Base'(사실적 표현 기반) 작업을 주로 하는 타투이스트”라고 소개했다.
힙합 아티스트 같은 분위기 마저 풍기는 그는, “이 장르는 사실적 표현을 기반으로 하지만 초점이 ‘사실적인 것’ 만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들어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그걸 넘어선 다른 느낌을 낼 수도 있는 복합적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예술. 국내를 넘어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를 누비며 작업해온 그를 두고 ‘블랙 앤 그레이’를 몸에 새긴 손님들이 지구 곳곳에서 제선만의 색깔을 칭송한다.
지난 2019년, 독일에서 열린 ‘Cloppenburg and Kleve Tattoo Convention’에서 ‘Best of Black and grey' 상을 수상한 제선에게 이 점을 언급하자, 제선은 “내 입으로 칭찬받은 얘길 할 수가 있나”하며 웃었다.
최근 작업에 관해 얘기를 슬쩍 돌리자 그는 눈을 반짝였다. “최근에는 'Micro realism'이라고, 작은 사이즈의 도안 안에 매우 정교하게 그려야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타투를 받은 손님들이 ‘굉장히 디테일 하다’, ‘진짜 같다’, ‘당신만의 색깔과 느낌이 있다’며 말해주기도 한다.
손님들이 먼저 내 도안을 찾아보고 가져와서 ‘이런 느낌으로 해 달라’고 할 때는 내 스타일이 제대로 전해진 것 같아 좋다.”
‘부풀려지는 것’, ‘사실과 다른 것’, ‘진짜’가 아닌 것들을 경계하는 그에게 ‘만족’이라는 단어는 가까이 있지 않다는 걸 안다.
집요한 질문으로 그의 입에서 외부의 반응과 칭찬을 말하도록 한 데에는, 그가 더 스스로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였을까.
“타투는 그림이다.
종이와 피부, 어디에 그리느냐의 차이가 있을을 뿐.”
강남구 개포동 출신으로 중학생 때 해외로 일찍 유학을 떠난 그가 타투를 접하게 된 건 그리 특이한 케이스도 아니었다. 제선은 “사춘기를 호주에서 지내면서 문신이나 피어싱을 접하는 빈도가 한국에서보다 많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몸에 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 당장 타투를 받을 수는 없었다”던 그가 타투를 처음 몸에 새긴 건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라고 했다. 대단한 역설이다. ‘보수’와 ‘군대’라는 두 단어 중 더욱 보수적인 쪽은 후자가 아닐까.
“타투를 처음 받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2010년 쯤 시작하게 됐고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들이 그랬듯 도제식 시스템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덜 가르쳐주고 욕먹는 그런 힘든 시스템이었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굉장한 집중력을 요한다는 점, 할수록 어렵고 진지한 일이라는 것, 사람 몸에 새기는 거니 실수라도 하면 큰일 난다는 점이 오히려 더욱 매력을 느끼게 했다.”
제선이 여러 타투 장르 중에서도 특히 세밀한 묘사가 필요한 'Realistic Base'(사실적 표현 기반 작업)를 택한 배경에는 ‘미’에 대한 궁극적 탐구와 호기심이 주효했다.
그는 “내가 타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의미 부여보다도 ‘시각적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타투는 확실히 패션과 비슷한 데가 있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멋있거나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문신도 종류에 따라 그렇다.
블랙 앤 그레이라는 장르를 하게 된 계기는 고퀄리티의 브랜드 옷을 만들고 싶은 것, 혹은 사실적인 묘사가 담긴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과 비슷한 이유일 거다.”
그의 탐미주의는 타투를 넘어선 것이 분명했다.
“이 장르의 작업을 더 잘하고 싶어지면서 그림 그리는 테크닉도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화실을 다니면서 그림을 배운 적도 있고. 처음 문신을 배웠을 때는 그림이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언젠가 그림을 제대로 배워서 내 타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나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쳐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음계를 그리는 게 익숙한 사람들은 확실히 음악을 만들거나 이해하는데 용이하다. 그렇다면 잘 그리는 사람들은 실제로 타투 작업에 용이할까?
제선은 대답했다. “타투 하는 사람은 당연히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캔버스에 연필이나 펜으로 그리는 것도, 피부에 머신으로 침으로 그리는 것도 둘 다 그리는 행위인데, 타투는 그리는 스킬을 익힐 필요 없고 회화에만 그게 적용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확실히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의 타투 작업을 보면 티가 나기도 하고.”
ⓒ위클리서울/ 제선 제공 @jehsun
‘내 몸에 타투를 새긴다’는 가정
주위에서 타투를 한 사람들을 넘치게 봐왔다. 타투가 팔뚝에 있는 사람, 귀 뒤 쪽에 있는 사람, 목에 한 사람, 팔과 다리에 한 사람, 등 전체에 한 사람, 손목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한 사람, 얼굴에 한 사람... 하지만 ‘내가 타투를 받는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도대체 저게 참을 수 있는 고통인가?’였다.
제선은 “물론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은 솔직히 거짓말이다. 예를 들어 옆구리 같은 데는 솔직히 아프고. 사람에 따라 다르고, 부위에 따라 고통이 다르지만 그렇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 타투를 받을 때 어떤 부위를 선호할까? 제선은 “보통은 옷을 입었을 때 오픈되지 않는 곳에서 시작해 타투가
점점 늘곤 한다.
노출되는 부위를 개의치 않는다면 보통 팔 부분이 가장 이쁘게 보인다고 생각해 추천을 하는데, 팔은 굴곡이 적은 부위기 때문에 덜 왜곡되기 때문이다”하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에 그리느냐, 스케치 북에 그리느냐, 또는 다른 질감에 그리느냐가 전부 다르듯 피부도 재질이 다르지 않나?’하고 묻자, 제선은 “피부에 따라, 부위에 따라 작업방식의 차이가 분명 있기는 하다”고 대답했다.
“피부 질에 따라 스킬을 다르게 적용한다. 얼마나 바늘을 더 깊게 넣고 얼마나 더 압박을 가하거나 덜하거나 얼마만큼 온도를 쓰거나 등이 다르다. 속도나 톤도 전부 조절해야 하고. 까다로운 부위는 ‘많이 늘어나는 곳’이다. 하복부라던가.”
“작업할 때 ‘스트레칭’이라고 해서 한손으로 피부를 쭉 늘려 펴고 반대 쪽 손으로 그린다. 팔 같은 부위는 텐션이 있기 때문에 크게 당길 필요 없지만 뱃살은 늘어나니까 최대한 피부를 당겨줘야 한다. 텐션을 잘 주느냐에 따라 얼마만큼 색이 잘 입혀지고 라인이 잘 가느냐가 정해진다. 작업하는 입장에선 배나 옆구리 같은 데가 까다롭다. 계속 숨을 쉬기 때문에 피부도 움직이고.”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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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선에게 “‘블랙 앤 그레이’ 장르의 타투를 어떤 사람들이 받으러 왔으면 좋겠냐”고 툭 던졌다.
그는 웃으며 “어떤 사람이 받으러 왔으면 좋겠다거나하는 건 없지만 이왕이면 ‘멋진 사람들’이면 좋겠지.
하지만 사회에 해가되는 인간, 남한테 피해주는 인간들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냐면 궁극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많이 하면 사람들 인식이 더 나 빠질 거 아닌가. 모든 타투이스트가 같은 생각일 거다”하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tattooist), 타투어(Tattooer), 문신사 어감이 각기 다른 세 단어가 한 개의 직업을 뜻하고 있다.
제선은 “이 중 타투이스트는 타투(Tattoo)+아티스트(artist)의 줄임말이다.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데 분명 의미가 있지 않나”하고 말했다.
단어 조합대로라면, 이들은 분명 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제선은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 작업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창의성을 불어넣었고, 어떤 변화를 했나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다. 솔직히 비슷한 작업을 계속 하고 성의나 열의를 다하지 않는 작업을 한다면 같은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솔직히 그 명칭이 과하지 않나”하고 말했다.
“모든 타투 작업과 디자인이 세밀하고 복잡하지 않더라도, 그 작업들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진심을 다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선 한 개를 긋더라도, 글씨 하나를 새기더라도. 그런 데 중점을 두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타투이스트들 전체 퀄리티가 올라가지 않을까? 사실 사회적 이슈, 인식보다 더 초점을 맞추는 건 내 작업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느냐다”
타투이스트. 햇볕 쬐는 그라운드에 올라와 있다고 할 순 없지만 더 이상 그라운드 아래서 그림자로 있기엔 뜨거워져버렸다. 문득, ‘타투이스트는 평생 직업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트의 범주라면. 아티스트를 표방하는 타투이스트라면.
타투, 문신. 뭐라고 부르든 그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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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며 방탄소년단 정국(왼쪽)부터 트와이스 채영까지 많은 스타들도
'타투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빅히트뮤직,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BTS 정국→트와이스 채영...아이돌도 빠진 '타투'의 세계
피부에 상처를 낸 뒤 염료를 입혀 그림이나 글씨 등을 새기는 '타투'. 한 번 새기면 특수한 시술을 받지 않는 이상 쉽게 지울 수 없다는 점과, 시술 자체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 탓에 '비주류'라는 인식이 강했던 타투는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타투의 인식 개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의미가 담긴 타투를 몸에 새기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며 스타들 역시 '타투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거 타투는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던 아이돌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취향이 묻어나는 메시지나 그림들로 패셔너블하면서도 의미 있는 타투를 완성한 스타들을 살펴봤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막내 정국은 타투를 통해 반전 매력을 완성한 대표적인 스타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달려라 방탄' 캡처
▲ 방탄소년단 정국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월드클래스 그룹 방탄소년단의 막내 정국은 타투를 통해 반전 매력을 완성한 대표적인 스타다.정국의 오른팔과 오른쪽 손등은 다양한 의미를 담은 글귀와 오브제들로 채워져 있다. 손등에서 시작된 정국의 타투는 시간을 거듭하며 올해 초까지 다양한 변화를 거쳤고, 현재 팔까지 확대됐다. 톱 아이돌 그룹 멤버로선 다소 파격적인 행보이지만 정국은 타투 속에 속 깊은 의미들을 담으며 팬들의 응원을 자아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국의 손등에 자리한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클럽 명 ARMY다. 여기에 정국은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팬덤이 '끝까지 믿고 사랑하자'라는 의미를 담아 사용하는 '보라해'란 단어를 연상시키는 보라색 하트를 더하며 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또 아미 공식 로고, 방탄소년단의 데뷔일인 0613 등도 정국의 손에 새겨졌다.
팔 안쪽에는 자신의 신념을 새겨 넣었다. 정국은 데뷔 초부터 다양한 방송 등을 통해 언급했던 자신의 좌우명인 'MAKE HAY WHILE THE SUN SHINES (열정 없이 살 바에 죽는 게 낫다)'와 또 다른 글귀인 'RATHER BE DEAD THAN COOL (기회를 놓치지 마라)'를 중심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오브제들을 나열했다.
마이크, 붉은 눈 그림부터 방탄소년단이 과거 선보였던 연작 시리즈 앨범명이자 자신들의 서사가 담긴 문구인 花樣年華(화양연화) 레터링,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엔딩 손 포즈를 닮은 그림 등 다양한 뜻을 담은 타투가 정국의 팔을 장식했다.
그뿐만 아니라 9월생인 정국은 자신의 탄생화인 호랑이 꽃과 그 꽃말인 '나를 사랑해주세요(PLEASE LOVE ME)'를 새기기도 했다. 앞서 정국은 방탄소년단의 자체 콘텐츠 '달려라 방탄' 출연 당시 자신의 탄생화와 꽃말을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던 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소재와 글귀로 개성을 더한 정국의 의도가 눈길을 끈다.
소녀시대 태연 역시 소문난 타투 마니아다. 태연 SNS
▲ 소녀시대 태연
소녀시대 태연 역시 소문난 타투 마니아다. 자신만의 의미를 담은 미니 타투나 레터링을 즐겨 하는 태연은 다양한 부위에 아기자기한 타투들을 새겼다.
태연의 타투 중에는 유독 '물고기' 그림들이 자주 눈에 띈다. 1989년 3월 9일생, 물고기자리인 태연은 왼쪽 귀 뒤쪽, 왼쪽 중지 옆면 등에 작은 물고기 그림들을 새기며 자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녀시대뿐만 아니라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활약 중인 태연은 자신의 솔로 행보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 역시 몸에 직접 새겼다. 그의 엄지에는 첫 솔로 데뷔 타이틀 곡인 'I'가, 중지 옆에는 첫 솔로 정규앨범 타이틀 곡 'Fine'에서 따온 'F.'가, 손목에는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타이틀 곡인 'WHY'가 각각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태연은 목덜미에 'Purpose', 어깨 끝에 'cool', 팔꿈치에 'Serenity'라는 단어를 새기며 인생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중 2017년 탄생한 태연의 목덜미 타투 'Purpose'에 담긴 의미는 2019년 JTBC '비긴어게인 시즌3' 출연 당시 멤버들과의 대화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태연은 "무의미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해당 타투를 새겼다)"라는 속내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고요함, 평온' 등을 뜻하는 단어 'Serenity' 역시 태연이 항상 지녔으면 하는 마음에서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와이스 채영은 실제 성인이 된 이후 다양한 타투를 통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갔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트와이스 채널 영상 캡처
▲ 트와이스 채영
'성인이 되자마자 하고 싶은 일'로 타투를 꼽기도 했던 채영은 실제 성인이 된 이후 다양한 타투를 통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나갔다.
트와이스 공식 컬러로 추정되는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입술 모양의 손목 타투가 채영의 대표적인 타투다.
채영이 택한 상당수의 타투들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하다.
그는 하트를 관통한 화살 그림부터 다양한 형태의 꽃, 토마토와 당근 등 개성 있는 그림들로 귀여우면서도 힙한 타투를 완성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타투 마니아로 알려진 채영은 미니 타투 외에 규모있는 타투에도 도전 중이다.
그는 팔꿈치 아래를 비롯해 왼쪽 팔뚝, 등 가운데 등에 예술적인 느낌이 가미된 그림 타투를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타투들은 현재 채영이 공개적으로 소개한 적은 없지만, 무대 위에서 종종 포착되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걸크러시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 화사는 다양한 레터링 타투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한층
부각시켰다. 화사 SNS
▲ 마마무 화사
걸크러시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 화사는 다양한 레터링 타투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한층 부각시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같은 팀 멤버이자 중학교 시절부터 오랜 시간 절친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휘인과의 우정 타투다. 화사는 목 선 옆에 인디언어로 '친구'를 뜻하는 단어인 'caddo'를, 발목 뒤에는 '공명'을 뜻하는 'Resonance'를 휘인과의 우정 타투로 새기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우정 타투 외에도 화사는 자신의 세례명인 'Maria'와 'Paradise is where you are(네가 있는 곳이 천국)'이라는 의미가 담긴 레터링을 각각 목 뒤와 오른쪽 팔 안쪽에 새기며 깔끔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룹 블락비 멤버이자 '히트곡 메이커' 프로듀서 겸 래퍼인 지코는 다양한 타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지코 SNS
▲ 블락비 지코
그룹 블락비 멤버이자 '히트곡 메이커' 프로듀서 겸 래퍼인 지코는 힙합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답게 다양한 타투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가슴에 새긴 어머니의 초상화였다. 앞서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힘들었던 어린 시절 우리를 책임졌던 어머니는 내게 영웅이었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지코는 자신의 심장 위에 어머니의 얼굴을 새기며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다.
팔에는 지코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세종대왕의 모습과 함께 무궁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팔에는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지코의 종교적 신념이 묻어나는 타투가 새겨졌다.
그는 이탈리아 화가 귀도 레니의 작품인 '성녀 베로니카'를 타투 소재로 택했다.
팬들에 대한 사랑도 잊지 않았다. 지코는 오른쪽 옆구리에 자신의 팬들을 상징하는 '꿀벌'과 함께 블락비의 첫 음악방송 1위 날짜인 131013을 새기며 음악 생활의 원동력인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그룹 듀스의 재킷 사진에 담겼던 로고 타투다.
고(故) 김성재의 팬임을 밝히기도 했던 지코는 1994년 발매된 듀스의 앨범 'Rhythm Light Beat Black' 속에 등장한 듀스의 그룹명이 적힌 로고를 팔에 새기며 팬심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지코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리본, 자신의 세례명, 성경 글귀 등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타투를 직접 몸에 새기며 자신의 확고한 신념들을 강조했다.
위너 송민호의 타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른자세 맑은정신'이라는 독특한
한글 타투다. 송민호 SNS
▲ 위너 송민호
그룹 위너 송민호 역시 지코 못지않게 다양한 타투를 통해 인생을 향한 자신의 신념을 새겼다.
송민호의 타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른자세 맑은정신'이라는 독특한 한글 타투다. 깔끔한 궁서체로 이루어진 해당 타투는 지난 2019년 그가 새롭게 더한 타투로, 평소 다양한 행사에서 '바른자세 맑은정신'이라는 문구를 좌우명처럼 언급해왔던 송민호의 신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해당 타투 시술을 작업한 타투이스트는 "복잡하고 민감한 상황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란 의미로 해석해 그가 원했던 궁서체 분위기로 글씨를 만들었다"라며 "궁서체는 '나 진지하게 생각한다'란 말이지 않나.
기특하기도 하고 아티스트다운 생각을 한다라고 느낀 문구였다"라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송민호는 성경 구절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양쪽 어깨에 'BE NICE' 'BE KIND'라는 레터링과 파란색 장미 오브제를 각각 새기며 의미 있는 타투를 완성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나를 표현하는 수단
타투 하는 사람들
타투 대중화됐지만 법과 제도는 그대로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예쁘네!'
"타투를 반대하시던 부모님이 제 손목의 꽃 모양 타투를 매일 들여다보며 '예쁘네'라고 말씀하세요".
타투 보정 작업을 받던 한 여대생이 왼쪽 손목을 감싼 꽃 모양 타투를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타투는 조직폭력배들만의 문화와 상징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의 개성과 멋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사람마다 선호하는 문양과 크기도 다르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
사람마다 각자 다른 부위에 다르게 새겨진 타투
타투는 피부에 색소를 주입해 특정한 글자나 문양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표피 아래 진피층에 색소를 입혀 영구적으로 문양이 남도록 하면 '타투'고, 표피나 진피층 상부에 색소를 넣어 6개월∼3년간 효과가 지속하도록 하면 '반영구 화장'이다.
개성 새겨 넣는 작업
바늘로 한 땀 한 땀
타투 작업하는 타투이스트들
문신 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눈썹 문신 등 반영구 화장은 1천만 명, 타투는 300만여 명이 시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작업에 사용할 형형색색의 타투 잉크
이용자 수가 1천3백만여 명으로 추산될 만큼 타투는 대중화됐지만, 관련 법과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있다.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타투 작업실로 향하는 길은 어둡고, 건물 외벽에는 어느 간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타투 작업실로 향하는 입구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지 못한 채 사용 후 쌓여만 가는 타투 작업용 바늘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악용해 협박,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공개적으로 작업하기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특히 이제 막 타투이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여성들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
돈을 갈취당하는가 하면,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이도 있다.
SNS로 타투 관련 게시글 살펴보는 타투이스트
타투 작업하는 타투이스트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은 독창적이고 섬세한 솜씨로 세계 타투 대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에서 아티스트인 타투이스트들이 국내에선 범법자가 되는 현실이다.
비의료인의 시술은 '불법'이라는 낙인이 타투를 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를 음지에 가둬둔다.
타투하는 김도윤 타투이스트
섬세하게 개성을 새긴다
1992년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사실상 불법화한 대법원 판례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닌 미용이라며 합법화를 주장하지만, 문신 합법화를 위한 '문신사법'은 국회에서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고무판에 실습하는 타투이스트 교육생들
하지만 의료계와 타투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비의료인에게 문신을 허용하는 건 무면허 의료행위로, 위생적이지 못한 시술 도구 사용으로 감염, 알레르기 반응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다.
타투 시술에 대한 합법화 찬반 논란이 계속될수록 타투를 경험하려는 국민은 계속해서 불법 시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타투 시술을 불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비위생적인 환경을 양성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상 속에 스며든 타투
타투 커플
반영구 화장 1천만명, 타투 300만, 관련 업계 종사자 20만여 명.
타투 하는 사람들이다.
합법화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연합뉴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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