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설명회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행사 관계자들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일 열린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공개회에서 박물관 관계자가 전시작 중 하나인 조선시대 회화 최고봉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남정탁 기자
이건희 컬렉션 한국 명작 ‘세기의 전시
겸재 인왕산·이중섭 황소 등
교과서·화집서만 봤던 작품
오늘부터 실물 생생한 관람
국립현대미술관 내년3월까지
근현대 작가 34명 58점 선봬
국립중앙박물관 9월26일까지
국보·보물 등 77점 엄선해 전시
사전예약 불티 7월분 이미 소진
이제 눈으로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8세기 그림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인왕산 그림과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이 한국전쟁 때 혼신의 의지로 그렸던 황소의 얼굴을.교과서와 화집으로만 봤던 대한민국 대표 명작 그림들의 실물 잔치가 차려졌다.
고 이건희(1942~2020) 전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사들여 모았다가 그의 사후인 지난 4월 말 유족이 국가기관에 기증한 한국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대표작들, 고대 고고학 유물, 고문서와 고서들을 한자리에 공개하는 전시가 21일부터 일제히 시작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 소격동 서울관 1전시실에 차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내년 3월13일까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 본관 상설관 2층 서화실에 차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9월26일까지)이다.
수준 높은 예술품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고자 한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자 마련한 전시라고 박물관과 미술관 쪽은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포스터.
이중섭의 1950년대 수작 <흰 소>.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의 대표작
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명작’전은 1969년 개관 이후 반세기 만에 이건희 근현대미술품 컬렉션 기증으로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열게 됐다는 자축의 의미도 지닌다.
지난 4월28일 유족 결단으로 ‘세기의 기증’이라 할 만한 이건희컬렉션 1488점을 인수한 국립현대미술관은 7월 현재 소장품 1만621점을 헤아리게 됐다. 이중 약 55%가 기증으로 수집됐다.
전시장에는 1920~80년대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주요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이 세가지 주제 영역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첫 주제는 ‘수용과 변화’다.
일제강점기 서양에서 온 유화 매체와 인물·정물화·풍경화 등의 새 장르도 도입되면서 미술판이 격변한 사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 서두를 수놓는다.
전통 산수화와 서구식 화법의 풍경회화가 결합된 백남순의 1930년대 대작 <낙원>,
전통 회화의 변화를 모색한 이상범의 초창기 희귀작 <무릉도원>(1922)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통해 1920~30년대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두번째 주제는 ‘개성의 발현’에선 1945년 해방과 1950~53년 한국전쟁 기간에도 쉼 없이 새로운 조형 세계를 갈고닦으며 한국 미술의 등뼈를 이룬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전후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망라한다.
사실상 40년 만에 처음 나와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김환기의 가로 5m를 넘는 거대한 걸작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는 단연 압권이다.
이 대작을 중심으로 근대 고난기 한민족을 상징하는 그림인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투박하지만 편안한 화강암 질감의 화폭을 펼치는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농악>(60년대)의 걸작들이 마주 보거나 이어진다.
마지막 주제는 ‘정착과 모색’으로 전후 시기 각기 독특한 작가적 개성을 구축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일궈낸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상 처음 소장하게 된 김환기의 푸른빛 점화 대작 <산울림19-II-73#307>(1973)을 필두로,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1983), 박생광의 <무녀>(1980) 같은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미술애호가인 배우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를 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들을 수 있고,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컬렉션 명품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의 전시장
모습. 앞쪽 진열장에 고려초조본대장경과 <석보상절> 등의 고한글 전적이 펼쳐져
있고 안쪽에 대표작들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가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전은 들어가면, 앞쪽 진열장에 고려초조본대장경과 <석보상절> 등의 고한글 전적이 펼쳐져 있고 안쪽에선 전시의 대표작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내걸린 인상적인 얼개를 보여준다.
유명 작가의 명작 일색인 미술관과 달리 금속제 조각과 공예품, 도기와 토기, 고문서와 전적, 서화, 목가구 등 출품작들의 형식과 성격이 폭넓고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기증품 가운데 최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조선후기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말고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별로 없다.
박물관에 기증한 컬렉션 총량 9797건, 2만1600여점 가운데 청동기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기와 분야를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28건을 포함한 명품 45건 77점을 엄선해 의미와 맥락을 쉽게 풀어서 전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전시장에서는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다양하고 풍성한 컬렉션 수집품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명품전의 대표적인 고고유물로 꼽히는 청동기
시대의 붉은간토기.
14세기의 수월관음도.
고미술 전문가들이 손꼽는 미술사 명품들로 <인왕제색도>(국보)를 필두로 삼국시대 한반도 금동불의 대표작중 하나로 꼽히는 <일광삼존상>(국보),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寫經)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현존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거장 단원 김홍도(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등이 나왔다.
이건희 컬렉션의 전통문화유산들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 시기와 전 분야를 포괄한다.<인왕제색도>는 기증 작품 중에서 단연 독보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1751년 장맛비가 지나간 뒤 갠 하늘 아래 청초하면서도 장중한 자태를 드러낸 인왕산의 전모를 당시 76살의 노대가 정선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필력으로 담은 역작이다.
<인왕제색도>에 나온 치마바위, 범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산 세부 명소와 비가 갠 인왕산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곁들여 더욱 입체적으로 이 걸작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림 못지않게 주목해볼 만한 것이 고고학 유물들이다.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의 붉은 광택이 독특한 미감을 안겨주는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등이 나왔다.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어울린 18세기 걸작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은 당대 최고의 신소재 기술과 기술혁신, 디자인 미학을 보여주는 명품이라고 박물관 쪽은 소개했다.
대부분 국외에 있어 실물을 볼 수 없었던 고려불화 2점을 볼 수 있는 점도 이 전시의 묘미다.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옷의 정교한 문양의 매무새 등으로 표현된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다.
박물관 쪽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불화 세부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함께 내놓는다.
먹으로 그린 밑그림을 볼 수 있는 적외선 사진을 통해 <천수관음보살도>에서는 보살의 여러 손 모양, 손바닥과 광배에 그려진 눈, 손에 들고 있는 여러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X선 사진으로는 두 불화의 채색 기법과 안료의 실체도 감상이 가능하다.
또,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 권11><월인석보권11·12·17·18>(이상 보물) 등의 귀중한 한글 전적들도 나왔다.
15세기 우리말과 훈민정음 표기법, 세종과 세조, 일반 관료들의 설명글의 글자 크기와 위치를 다르게 차등화했던 당대 한글과 한자 서체 편집 디자인 양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환기 작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
환기재단·환기미술관
두 기관의 이건희 특별전은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관람인원을 제한한다.
미술관은 한 시간 간격으로 30명씩만 입장하며, 박물관은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전시입장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두 기관의 누리집에서 발권하는 특별전 예약 입장권은 10~29일치 분이 이미 소진된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지난 19일 누리집에 예약사이트를 개설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음달 18일치까지의 관람회차분 입장권 예약이 끝났고, 지난 12일부터 예약을 받은 미술관도 이미 다음달 1일치까지의 관람회차분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이에 따라 20일 자정 이후부터는 박물관의 경우 내달 19일치 이후, 미술관은 내달 2일치 이후의 입장권만 예약이 가능하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도판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1일부터 전시
예정인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감상
할 수 있는 삼국~통일신라시대의 '금동불'(청동에 금도금). 2021.07.20.
pak7130@newsis.com
이건희 컬렉션' 이 작품은 꼭!...이수경 학예관이 꼽은 '10선
국립중앙박물관, 국보·보물등 총 77점 전시
사전 예약은 이미 한달치 매진
거리두기 적용 관람 시간 30분 제한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명품중의 명품인데... 찬찬히 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요"
국보와 보물이 쏟아진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화제속에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한달치가 매진될 정도로 관람 예약도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1일부터 공개한 전시에는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보물인 삼국시대 금동불 '일광삼존상',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 등 총 77점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총 2만1600여 점중 먼저 선별된 작품들이다.
사전 예약에 성공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람 시간 30분은 야속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인 A씨는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작품을 보니 너무 좋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면서 "천천히 자세히 오래 보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 확산세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수경 학예연구관도 안타깝다고 했다.
이 학예연구관은 "언제든 볼 수 있어 산책하듯 감상하는 상설전시 관람객과 달리, 이 특별전에 오는 관람객 대부분은 힘들게 예약했고 전시장을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온다고 생각에 꼼꼼하게 감상하는 관람객이 많다"는 전시장 풍경을 전했다.
이수경 학예연구관은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호기심에 전시를 보러 왔다가 실제로 작품 규모와 명품의 면모에 놀라는 관객들이 많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 '명품 성찬'을 30분만에 즐기기에는 아쉽다는 관객들을 위해 이수경 학예연구관이 추천한 작품 10선을 소개한다.
명품중의 명품속 꼭 챙겨봐야 할 작품이다.
전시는 9월28일까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1일부터 전시
예정인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감상
할 수 있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제216호). 2021.07.20.
pak7130@newsis.com
◇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
이번 전시 하이라이트다.
정선의 걸작 '인왕제색도'는 긴 장맛비가 갠 후 바위들은 물기를 머금어 묵직해 보이고 수성동과 청풍계에 폭포가 생겨난 인왕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겼다.
이 학예연구관은 "정선은 그림의 대상인 인왕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인왕산 곳곳을 다 그렸다"며 "정선 특유의 빠르고 자신감 있는 필치, 시원한 맛이 도는 묵색, 자연스러운 공간감이 잘 표현된 걸작"이라고 꼽았다.
서울=뉴시스] 일광삼존상, 삼국시대 6세기, 청동에 금도금, 높이 8.8㎝, 국보
제134호(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일광삼존상 (국보 제134호)
삼국시대 6세기에 제작된 이 불상은 위쪽 끝이 뾰족한 광배를 배경으로 보살상과 승려상 두 구가 함께 자리했다. 구리, 주석, 납을 섞어 주조한 후 표면에 금칠했다.
8.8㎝로 작지만, 세부 표현이 섬세하다.
광배에는 보살 몸에서 나오는 신성한 불꽃무늬를 치밀하게 새겨 성스럽고 고결한 느낌을 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보살, 삼국시대 말-통일신라시대 초 7세기 후반,
청동에 금도금, 높이 26.7cm, 너비 7.5cm,보물 제780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보살상 (보물 제780호)
구리에 주석을 섞어 주조한 뒤 금을 입혀 만든 이 금동보살상은 뛰어난 제작기술과 높은 미적 감각을 보여준다.
8등신에 가까운 늘씬한 몸과 팔을 부드럽게 휘감은 천과 구슬 장식에서 유려함이 느껴진다.
삼국시대 말기의 특징을 지니면서도 통일신라 조각의 새로운 양식을 예고하는 불상으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고려 14세기, 감지에
금니, 접은 각 면 26.5×9.5cm, 변상도 부분 18.4x38.0cm, 국보 제235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국보 제235호)
고려 14세기 제작된 '대방광불화엄경'은 화엄경이라고도 불리며 법화경과 함께 한국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이다.
보현보살의 10가지 행원(중생 구제를 위한 마음과 실천법)을 담았다.
사경 첫머리에 경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섬세하고 광택이 아름다운 금선으로 불경 내용을 장엄하게 표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수관음보살도, 고려 14세기, 비단에 색,
93.8×51.2cm, 보물 제2015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2015호)
우리나라에서 천수관음보살 신앙은 '삼국유사'에 확인될 정도로 역사가 깊지만 그림으로 전하는 천수관음보살도 그림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천수관음보살은 많은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원한다.
고려 14세기에 제작된 이 천수관음보살은 얼굴 11면과 손 44개를 지녔다.
각각의 손에 좋은 의미를 지닌 물건이 들려 있다.
광배에 수많은 눈을 그려 '천안'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서울=뉴시스]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조선 18세기, 높이 32㎝, 보물 제1390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보물 제1390호)
병의 형태가 떡을 칠 때 사용하는 나무 몽둥이인 떡메처럼 생겼다고 하여 '떡메병'이라 불린다. 고려 말부터 즐겨 그렸던 중국 동정호 주변의 소상팔경 그림 중 동정추월이 병전면에 그려있다.
넉넉한 몸체가 너른 강과 산이 되어 한없이 유유자적한 느낌을 잘 살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1일부터 전시
예정인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감상
할 수 있는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방울'(국보 제255호).
2021.07.20. pak7130@newsis.com
◇ 청동 방울 (국보 제255호),
청동이란 신소재는 기술 발달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계급사회의 출현을 증언한다. 철기시대에도 청동기는 권력층의 소유물이었다.
이 청동 방울들은 당시 최고 권력자인 제사장이 주술 의식에 사용한 귀한 도구로, 사용자의 권위와 힘을 상징한다.
종류가 다양한 방울들이 함께 전해져 가치가 더욱 높다.
[서울=뉴시스] 쌍용무늬 둥근 고리 칼 손잡이 장식,삼국시대 5-6세기, 금·구리·
유리, 장식 길이 8.5㎝, 칼집 장식 길이 4.3㎝, 보물 제776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 (보물 제776호)
금은 녹이 슬지 않고 광택이 변치 않으므로 최상의 가치를 지닌 금속이었다.
가공도 쉬워 아름다운 금 세공품이 많이 전해진다.
삼국시대 5-6세기에 순금판으로 만든 이 칼 손잡이 장식에는 서로 엉켜 있는 용 두 마리의 문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고리 안쪽의 용은 구리에 도금했다.
도금이 벗겨져 녹이 슬었지만 용의 눈에 박은 청색 유리구슬이 생동감을 더한다.
서울=뉴시스] 석보상절 권11, 조선 16세기(15세기 초간본을 재간행), 종이에
목판 인쇄, 각 면 30.3×20.8㎝, 보물 제523-3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석보상절 권11 (보물 제523-3호)
'석보상절'은 석가모니 부처의 일대기를 자세히 또는 간략히 기술했다는 의미다.
여러 한문 불교 서적의 내용을 편집해, 구어체로 이해하기 쉽게 풀고, 훈민정음으로 표기한 책이다. 15세기 초간본을 조선 16세기에 재간한 이 책은 15세기 우리말, 한글 활자의 조형미를 알 수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는 아래아, 반시옷, 여린 비읍 등 현대에는 없는 발음과 글자, 글자 왼쪽에 음의 높낮이를 표시하는 방점이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월인석보 권11·12, 조선 1459년, 종이에 목판 인쇄,
접은 각 면(권11) 32.2×22.6cm, (권12) 32.3×22.8cm, 보물 제935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 월인석보 권11 (보물 제935호)
'월인석보'는 1447년 완성된 '석보상절'과 세종이 1447년 무렵에 노래 형식으로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세조의 명으로 합치고 수정해 간행됐다.
구성은 '월인천강지곡' 구절을 먼저 적고, '석보상절' 구절로 이를 해설하고, 다음 작은 글씨로 보충 설명을 넣는 방식이다.
월인석보에는 편집 디자인 측면에서 숨겨진 비밀이 있다.
가장 큰 글씨로 세종 임금을 높였고 중간 글씨로 세조 임금이 쓴 글을 표기하고 한 줄 낮게 배치했다. 가장 작은 글씨로 상세 설명을 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박물관 직원이 이건희 회장의 어록을 살펴보고 있다.
2021.07.20. pak7130@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관람객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2021.07.21. pak7130@newsis.com
이건희컬렉션'은 '무릉도원'..박미화 학예연구관이 픽한 명품 'TOP 7'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58점 최초 공개
기증된 1488점중 34명 작가 작품 선정
가로 6m 김환기 '여인들과 달항아리' 등 압권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뿌듯하다", "감격스럽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기획한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작품을 설명할때 마다 연신 '뿌듯'과 '감격'을 감탄사로 대신했다.
박 학예관은 "이번 전시를 진행하면서 '국격은 문화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고 했다.
'이건희컬렉션'에 박 연구관이 감격하는건 공짜로 기증된 작품이어서가 아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20세기 초반의 미술사 흐름을 잡는데 전혀 무리없이 대표작이 꼽혔다.
"故 이건희 회장의 한국미술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는 박 학예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 골고루 수집된 이건희 컬렉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구멍난 근현대미술사를 메꿀수 있어 너무나 기뻤다"고 했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이건희컬렉션(1488점)으로 단박에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열었다. 미술관측은 "언제 우리는 1만점을 채우나 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며 황홀경을 보는듯한 분위기다.
이상범의 '무릉도원'을 시작으로 전시를 해놓고 보니 감개무량함은 더욱 배가 됐다.
한국 근현대 회회사의 대표작이 대거 포함된 작품을 내거니 미술관 전시장도 호강하는 분위기다.
수장고에서 나와 국민과 만난 명품들. 누구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활짝 만개한 모습이다.
보는 순간 '좋다'는 느낌이 절로 나와 명품 그림의 참 맛을 전한다.
사전예약 매진 사례속 미술관은 1시간에 30명으로 제한한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속 거리두기 4단계속 '이건희컬렉션' 관람은 백신 접종 예약만큼이나 치열하고 뜨겁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박미화 학예연구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에서 진행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언론공개 행사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배경 그림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021.07.20. pak7130@newsis.com
'1시간 관람'이 아쉽고, 또 예약이 안돼 안타까운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이 이 작품은 꼭 봐야한다고 꼽은 'TOP 7'을 소개한다.
1.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 김환기'푸른 점화'→3. 이중섭 '황소'→4.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5.이상범 '무릉도원', →6.백남순 '낙원' →7. 이성자 '천년의 고가' 순이다.
명품중의 명품으로 꼽힌 작품에 대해 박미화 학예관의 설명을 정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공개된 58점중 놓치거나 스쳐보면 안될 작품이다.
1.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가로 6m 압도적 "김환기 최고 역작"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 "여인들과 달항아리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김환기의 역작이다.
이렇게 큰 김환기의 작품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기증작품들을 실견하러 갔을 때 돌돌 말아져 크레이트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펼쳐서 보았는데 가로 6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으로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처음봤을 때 마치 청자의 옥색같은 세련된 색감과 완벽한 보존상태에 놀랐다.
한국적인 정서, 독특한 색감 등 이 작품은 이건희컬렉션을 대표할만하다.특별히 귀하게 아꼈던 작품을 기증받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누가봐도 김환기의 대표적인 도상들이 집약된 이 작품은 1950년대 국내 최대 방직회사였던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하여 제작한 것이다.
온 집안을 항아리로 채웠을만큼 김환기는 항아리를 사랑했다.
그만큼 우리 것을 좋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반나의 여인들, 백자 항아리와 학, 사슴 등은 김환기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들이다.
1959년 4월 파리에서 귀국해서부터 1963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꽃수레바퀴의 무늬 도상은 작가 사후 김환기의 단문과 일기, 드로잉화를 수록하여 발간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책에 등장하는 파리 발코니를 그린 스케치에서 그대로 보여진다.
중앙에 보이는 뿔달린 숫사슴이 서정성을 더한다.
사슴은 김환기의 다른 작품에 줄곧 등장하는데 작가의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60~70년대 삼호방직이 점차 쇠락하면서 미술시장에 나와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된 듯하다.
2.김환기 '산울림 19-11-73#307'(1973)...목디스크가 올 정도도 찍었던 '푸른 점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환기,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 "매년 소장품 구입예산 증액을 요청하러 갈 때마다 꼭 구입해야한다고 준비해갔던 작품이 바로 김환기 점화다.
미술관은 이것보다 훨씬 작은 80호 정도되는 69년 점화 1점만 소장중인데 이번에 거의 300호에 달하는 초대형 점화를 기증받아 너무 감사하다.
김환기 일기에 보면 “1973년 2월 19일 올해 처음으로 큰 캔버스 시작하다.
3월 11일, 근 20일 만에 307번을 끝내다.
이번 작품처럼 고된 적이 없다.
종일 안개비 내리다”라고 쓰여있다.
김환기는 늘 서서 그림을 그렸던 작가다.
목디스크가 올 정도였다.
점을 찍을때마다 고향을 생각한다는 구절도 있는데, 뉴욕에 정착 후 점화양식의 완성단계를 보여주는 대작이다."
3.이상범 '무릉도원'(1922)...안중식 청록산수화풍 계승-소장처도 몰랐던 작품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상범,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 "화면 상단에는 석산이 1945년(을유년) 작품을 실견한 다음 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이름난 서예가 겸 전각가인 성재 김태석이 1950년 이상범의 무릉도원을 보고 적은 배관기이다.
“1950년 봄에 청전 이상범 선생의 그림과 관재 이도영의 제목이 합하여 작품을 이룬 것은 세상에서 가지기 드문 물건이니 몇 마디 적어 둔다”고 쓰였다.
1920년대 초반 이상범이 안중식의 산수화풍을 그대로 이은 수제자였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인데,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되어 의미가 매우 크다."
★“때는 1922년 이른 봄, 눈 내린 창 아래서 벽정(*이상필로 추정)형이 감상해 주기를 원하고 삼가 지혜로운 눈으로 가르침을 주기를 바랍니다”.
이상범은 구한말 서화계 최고 대가였던 안중식의 제자였는데 1919년 안중식이 타계하자 매우 슬퍼했다. 당시 서화 애호가였던 이상필은 서대문 저택인 구 경교장에 노수현과 이상범을 기거하게 해준 중요한 인물이다. 이상범이 이러한 이상필의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 그려준 작품이다.
후원자와 작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화면 상단에는 당나라 문인 왕유가 도연명의 시를 차운하여 지은 ‘도원행’이 적혀있다.
배를 탄 어부가 화면의 오른쪽 하단에서 동굴을 향하고 대각선 방향의 왼쪽으로 진인동이 펼쳐지는 도상은 안중식의 '도원문진'(1913)이나 '도원행주'(1915)에서 직접 차용한 것이다.
안중식의 청록산수화풍을 계승·발전시킨 것이다.
4.백남순 '낙원'(1936년경)...근대 초기 대표적 여성화가-남편 임용련은 이중섭 양성한 인물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백남순,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낙원'은 전시실 도입부에 이상범의 '무릉도원'과 마주보게 배치했다. 근대기 이상향이 조응하는 모습을 감상하면 좋겠다.백남순은 근대 초기 대표적인 여성화가다.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유럽을 갔을 때 백남순과 파리에서 만나기도 했다.
백남순의 남편 임용련은 1931년 이후 평안북도 정주에 정착하여 이중섭 등을 제자로 양성해낸 인물이다. '낙원'은 해방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작품으로 유일한 작품이다.
근대기 여성작가의 중요한 작품으로 '근대를 보는 눈' 등의 전시 당시 삼성측으로부터 두 번 대여해서 출품되었는데 이번에 기증되어 감격스럽다."
★백남순의 오산시절, 친구 민영순의 결혼축하선물로 보낸 작품으로 마치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과 동양의 무릉도원 전통을 결합한 것처럼 동서양의 도상이 혼합된 독특한 풍경화다.
1981년 친구 민영순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계간미술에 연락해 당시 기자이던 윤범모 관장과 미술평론가 이구열이 함께 작품을 보러가서 발견하고 당시 뉴욕에 살던 백남순 작가와 상의하여 '낙원'이라고 작품명을 지었다. 1981년 계간미술에 크게 실리면서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다.
5. 이중섭 '황소'(1950년대)...붉은 황소머리 그림 총 4점중 1976년 처음 알려진 작품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 역시 소장품 예산 증액 신청시 늘 “이중섭의 황소 한 점 없다”고 말씀드렸었다. 앞서 설명한 백남순과 임용련 부부를 통해 서양화를 접한 이가 바로 국민화가 이중섭인데, '황소'는 이중섭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중섭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는데,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적극적으로 소를 그렸다. 주로 1953~54년 통영과 진주에서 다수의 '황소', '흰 소' 연작이 그려졌다.
이 '황소'는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담았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작품으로 현존하는 것이 총 4점인데, 그중 이 황소는 1976년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 금성출판사 이중섭 화집에 수록된 바 있으나,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기증되었다.
6.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1954)...박수근 아내 모델-조선미전 출품한 소재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1954, 캔버스에 유채,
130x97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 "미술관으로서는 구하기 어려운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 무려 33점이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되었다.
그 중 세 점을 우선 선보여 드리는데 셋 중 연대가 가장 앞선 작품이 '절구질하는 여인'이다.
박수근이 1940년 이웃에 살던 김복순과 결혼식을 한 뒤에는 그의 아내가 작품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박수근은 일하는 농가의 여인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평생 반복해서 그렸는데, 이 작품은 1936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수채화로 출품하여 입선한 '일하는 여인'의 소재를 반복하여 그린 것이다."
★박수근 특유의 색감과 마티에르가 완성도 있게 구사되어 있다.
60년대가 되면 박수근 특유의 양식화가 진행되는데 그 전의 무르익은 기량과 정제된 기법의 구사가 잘 드러나 있다.
타계하기 직전인 1964년에도 동일한 도상의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후기에 제작된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에는 인물의 이목구비 손동작 등에서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묘사가 감지된다.
박수근의 다른 작품들은 오는 11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릴 박수근 회고전에서 더 공개될 예정이다.
7. 이성자 '천년의 고가'(1961)...15년간 파리유학중 고국에 두고온 세 아들 생각하며 그린 작품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성자, 천 년의 고가, 1961, 캔버스에 유채,
196x129.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박미화 학예연구관: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는 작가가 여성성의 시작을 ‘대지’로 본 ‘여성과 대지’ 연작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15년간 홀로 파리에서 유학한 이성자가 고국에 두고 온 세 아들들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다.
기본적인 기하형태를 구성하고 땅에 곡식을 심듯 붓터치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사실 2018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이성자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를 할 때 두 번 대여요청을 했는데 허락되지 않았다.
소장가에게 그만큼 귀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을 기증받게 되어 의미가 남다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 1488점의 작품을 조사하고 연구하고 미술관 소장품으로 등록하기 위해 미술관 인력을 총동원하여 진행중이다.
이번 전시에 이어 내년 4월에 있을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전이 끝나고 난 뒤에 8월부터 해외미술명작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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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전시관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세기의 기증'이라 불린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컬렉션 특별전의 반응이 벌써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과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은 지난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시대와 분야를 망라하는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명품과 한국인이 사랑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각각 채웠고 관람객의 발길은 끊이질 않고 있다.
전시된 모든 기증품 하나하나가 훌륭하지만 알고 보면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달랐던 말년의 삶.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왼쪽)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포스터로도 사용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이다. 인왕제색은 비가 개어 있는 인왕산이라는 뜻이다.
76세 노대가였던 정선이 1.38m의 큰 화폭에 물기를 머금은 인왕산을 잘 표현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빠르고 거칠게 그림을 그렸던 정선이 인왕산의 구석구석을 애정담아 그린 작품으로 힘찬 필선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시 정선은 명망도 높고 그림 주문도 쇄도했다.
여유가 있는 넉넉한 삶 가운데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린 작품이다.
바로 옆에는 김홍도가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가 자리한다.
중국 북송의 문인 구양수가 쓴 '추성부'를 그린 작품으로 가을의 소리를 그림으로 들려준다.
김홍도의 그림 중 연도가 확인되는 마지막 작품인데, 당시 61세 김홍도는 가정형편도 어려운 데다 아프기까지 해 쓸쓸함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림에는 김홍도의 춥고 외로운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대 최고의 화가로 불린 두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금동불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화려함과 섬세함의 극치 '금동불'
전시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금동불은 섬세함과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다.
가지고 다니며 언제든지 예배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일광삼존상(국보 제134호)'은 8.8㎝의 작은 크기에 새겨진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비구니가 옆에서 협시하고 일체형인 광배에는 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불꽃 무늬가 세밀하게 남겨져 있다. 삼국시대와 비교해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불은 점차 둥글고 풍만해진다.
통일신라 후기 불상인 부처(보물 제401호)는 높이가 32.3㎝로 큰 편이고 비례는 5등신에 가깝다.
시간이 흐를수록 친근하고 원만한 외형을 나타내는 금동불의 모습을 눈여겨보자.
봉업사'가 새겨진 고려시대 향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압도적인 크기의 고려시대 '향로'
향은 나쁜 냄새를 없애기도 하지만 잡귀나 잡념을 없애기 위해 의식 때 사용됐다.
'봉업사'가 새겨진 고려시대 청동 향로(보물 제1414호)는 그 크기가 남다르다.
단순하고 문양도 없지만 크기가 주는 압도감과 단정함, 절제된 우아함이 향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 뚜껑에 솟아 있는 불길 모양 장식은 세련된 품위를 더해준다.
이 향로는 표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를 통해 고려 태조 어진을 모신 봉업사에서 만들어진 향로임을 알 수 있다.
이 정도 크기의 향로는 없어서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월인석보 권11,12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편집 디자인이 돋보이는 '월인석보
고 이건희 회장은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한글유산에도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는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를 만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한글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특히 월인석보(보물 제935호)는 편집 디자인에 주목해봐야 한다.
월인석보는 석가모니 일대기와 설법을 한글로 편찬한 최초의 책으로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합치고 수정해 만들었다.
한자와 순우리말, 한자음을 함께 적절히 배치한 책으로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제일 앞에 쓰고 중간 글씨로 세조가 정리한 석보상절의 내용을 이어 썼다.
작은 글씨로는 주석을 달았다.
서체의 굵기와 크기, 배치 방식을 다르게 해 여러 서체를 조화롭게 안배한 구성력과 디자인 능력이 돋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장욱진 '나룻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의 연대기 '나룻배'부터 '호도'까지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는 장욱진의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나룻배'라는 작품은 '소녀'라는 작품의 뒷면에 그린 그림이다.
소녀의 모습은 비례도 맞지 않고 우스꽝스럽다고 하지만 장욱진이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 작품으로 부산으로 피난을 갈 때 애지중지 하며 갖고 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 뒷면에 그려진 나룻배는 작가의 고향에서 장이 서는 조치원까지 타고 가는 배와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장욱진은 나무, 집, 새, 아이, 가축과 같은 일상생활을 주로 그렸는데, 불교적인 색채, 민화 이야기와 같은 예외적인 소재의 작품도 있다.
전시에서는 아기가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내용의 '호도'를 만나볼 수 있다.
이중섭 '황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단 한 점도 없었던 이중섭의 '소'와 김환기의 '점화'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이 고가의 가격으로 소장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술사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르기까지 경제적인 가치로도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기증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중섭의 '황소', '흰소' 그리고 김환기의 점화 '산울림'은 기증을 통해 처음으로 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대표적 작품이다.
'황소'는 잘 알려졌다시피 이중섭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이다.
한국전쟁 이후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시점에 강렬한 붉은 황소가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이 담겨있으며, 이 작품은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다가 이번 기증을 통해 선보이게 됐다.
김환기의 '산울림 19-Ⅱ-73#307'은 1973년 작품으로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준다.
그의 일기에도 이 작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올해 처음 큰 캔바스 시작하다.
근 20일 만에 307번을 끝내다. 이번 작품처럼 고된 적이 없다"고 적혀있다
. 점화는 김환기가 확신에 차서 만든 장르로, 작은 점이 나타내는 무한한 세계는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제공
#항아리를 사랑한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번 전시의 포스터에도 쓰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는 한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큰 크기에 부드럽고 세련된 색감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특히 항아리를 너무나도 사랑한 김환기는 그림 곳곳에 항아리를 안고 있거나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고, 쪼그려 앉은 노점상과 꽃수레, 학과 사슴 등 당시 자주 그렸던 모티브들이 담겨있다.
1950년대 그려진 그림은 정확한 제작연도를 알 수 없어 연구가 필요하다고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이 작품은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이 집을 지으면서 벽화로 의뢰한 것으로 이후 사업이 기울면서 미술 시장에 나와 삼성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자 '천 년의 고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린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
"한번 붓을 들면 아이들이 밥 한 숟가락 더 먹을 것이다."
1951년 파리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성자는 세 아들과 떨어져 지내게 됐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붓 터치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은 이 작품은 '여성과 대지'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파리에서 제작했다.
1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첫 개인전을 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과 여성으로서 갖는 죄책감 등을 개성적인 방식으로 작품에 녹여냈다고 한다.
가장 높은 가치를 띄는 이 시기의 이성자 작품이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을 통해 이성자의 대표작을 소장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서울=뉴시스]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흰 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30.5x41.5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임자, 보았소? '이건희 컬렉션'을
[서울=뉴시스] 지난 4월 28일 삼성가는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 근대미술품 등 1만 1000여건, 2만 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천억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천억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다.
모두 귀하고 선한 일이라 박수를 보냈고 “역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 답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곧 대규모 의료공헌은 문화재·미술품기증에 묻혔고 언론도 국민도 온통 “문화재 미술품 기증”에만 매몰되었다.
이번 기증은 물론 그럴만 했다.
유족들의 기증은 문화재·미술품 수집을 백안시하던 일부 국민을 머쓱하게 했다.
역시 문화재·미술품은 공공재며, 혹여 욕을 들어가며 수집했을망정 컬렉터들의 수집품은 끝내 국민의 품에 돌아가고 컬렉터들은 자기 돈을 써가며 수집해 보존하다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선 한 관리자 역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조금 과하다 할 정도로 흥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과 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증받은 전문기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차분해야 했다.
그리고 1만 1천 건에 달하는 기증품들을 천천히 그리고 세세히 헤아려 낱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실체와 ‘활용’ ‘보존·관리’ 향후 ‘확대방안’을 연구하고 검토해 내놓아야 했다.
그런데 되려 문화부가 흥분해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을 유족이 아닌 “자신들이 기증한 듯” 나섰고 두 기관은 장관발표 때마다 병풍 노릇을 했다.
특히 정책부서인 문체부가 나서 두 기관을 제쳐두고, 행정관료들이 ‘활용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발표한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양 기관의 존재를 하찮게 만들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일의 선후가 바뀐 것이다.
기증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기증품에 대한 기초적 데이터작성이었다.
예컨대 기증품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 즉 제작시기, 재료와 크기 그리고 오염도와 컨디션을 체크하고, 기증품의 장르별 지역별 재질별로 분류를 해야 했다.
그후 작품의 진위, 수복이력 등을 가리는 조사가 뒤따라야 했다.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먼저 할 일은 미루고, 집 짓고 내보일 궁리만 한 것은 큰 잘못이다.
서울=뉴시스] 이건희 기증품 특별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7.20.
photo@newsis.com
왜 이리 서두르는지 모르겠으나 문체부는 독해력에 크게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유족들이 “아무 조건 없이 기증했다.”지만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지방 5개소와 1개 대학미술관에 기증한 것은 각각 전문기관으로서의 또 기증작들과 연고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기증의 조건’이다.
그런데 이를 곡해해 ‘통합기증관’을 검토하고 결론에 이른 것은 기증조건을 위배한 것이다.
두 번째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 정신을 잘 살려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말을 새로운 기관을 설립해
새로이 건물을 지으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증받은 기관이 전시장 내에 “다른 기증실에 비해 두어 배 큰” 전시실을 설치하라는 취지를 새로운 건물을 짓고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은 의도적인 결론을 가지고 내린 해석이다.
세 번째, 이건희 회장 사후에 문화예술계에서 컬렉션이 흩어져 선 안 된다고 했던 말은 각각 낱개로 팔려나가 개개인의 수중에 들어갈 것과 외국작품들의 경우 국외로 반출될 것을 염려한 것이지, 크게 시대, 유형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분리 소장되는 것을 염려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를 통합전시관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의적이다.
언론을 통해 문체부는 대단한 컬렉션이라고 열을 냈지만, 실제로 누구도 그 실체는 모른다.
그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보(14점)와 보물(46점)등 총 60여점과 일부 도자, 청동기 등등 많아야 80여점,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모네, 르느와르, 피사로, 고갱, 샤갈,
미로, 달리의 작품 각 1점 씩 총 7점과 피카소의 도자기 112점 외에 이상범, 나혜석,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등 20여점으로 우리에게 이미지와 함께 정보가 공개된 것, 알려진 것은 100여점에 불과하다. 또 기증품중 전적류(서적)이 전체의 반이 넘는 54.2%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론을 통해 도판으로나마 본 작품은 전체 기증작의 0.01%도 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대단한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1만 점 2만 건 모두가 다 국보 보물급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전문가들의 기증품을 보는 미학적, 미술사적 관점과 유명작가의 유명작품 만 좋아하는 관객들과의 ‘보는 눈의 차이’와 그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까.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 만 믿고 환호하며 달려갔다가 실재 작품을 보고 실망하는 이들이 나온다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기자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제216호)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 2021.07.20. pak7130@newsis.com
일반적으로 문화재, 미술품 1천 점이 있다면 그중 매우 뛰어난 작품은 100점을 넘지 않는다 한다.
그리고 그 100점이 총 작품가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900점 가격이 총가격의 10%를 차지한다는 말은 더 이상의 비밀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900점의 가치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문화재·미술시장에서는 가치가 없을지 모르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미술사적 맥락이란 면에서 매우 귀하고, 전시에서는 스토리 라인(Story Line)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이들을 두고 중요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발표를 보면 기증품에 대한 기초조사도 없이 활용방안만 논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코끼리를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코끼리 구경을 시켜 돈 벌 궁리만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코끼리가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사육비가 얼마 들지, 앞으로 얼마나 클지도 모르면서 ‘우리’만 짓겠다고 나선 꼴이다.
사실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문체부와 언론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의 말에 모두 흥분했다.
우리 중 이건희 컬렉션의 총 규모와 가치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이를 본 사람은 없다.
언론도 1만 1천 건, 2만 3천 점의 실체는 커녕 목록도 확인한 바 없다.
설사 그 목록을 본다 해도 그것의 양과 질을 따져보면 컬렉션의 실체를 가늠해 낼 전문가가 많지 않다. 설혹 있다 해도 두어 달 만에 활용방안을 내놓았다면 그는 필시 전문가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더욱 눈물나는 일은 사진조차 본 적 없는 코끼리의 우리를, 자기 마을에 지어야 한다고 나선 지방의 목민관들의 뜨거운 동네 사랑(?)이다.
그 사랑을 우선 자신의 동네에 있는 미술관·박물관 돌 보는 데 썼으면 한다.
성급하게 내린 결론을 주워 담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건희 컬렉션을 생각 해보자. 전문인들이 낸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통해 이건희 가족의 기증 정신을 기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시간을 좀 주도록 하자.
박물관도 미술관도 아닌 그래서 ‘MUSEM’이라 하지만 21C 대한민국이 세워 자손만대에 물려줄 중차대한 일을 어디 우물가에서 숭늉 구하듯 해서 되겠는가.
글 정준모(큐레이터,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공동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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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수집했다가 국가에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
들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2021.7.2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코로나·폭염에도 휴가 내고 상경…'이건희 컬렉션' 첫날 설렘 가득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서 동시개막…시민들 발길
"교과서에서만 보던 미술품을 실제로" "거장들 작품 감동"
"교과서에서만 보던 미술품을 실제로 봐서 좋았어요.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인왕제색도'죠"
21일 '이건희 컬렉션' 일반인 관람 첫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1회차 관람을 마치고 나온 이소현씨(가명·43)는 이러한 관람평을 전했다.
평소에도 미술품 관람을 즐긴다는 이씨는 백신휴가를 이용해 아침부터 인천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해 타계한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사들여 모은 미술품과 고대 유물들이 이날부터 일제히 대중에 공개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9월26일까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진행한다. 국보 제216호인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77점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 발권 없이 온라인 예약으로만 관람객을 받고 있다. 1회차당(30분씩) 최대 20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오전 10시인 박물관 개관 시각 전 미리 도착한 관람객들은 입구 인근 곳곳에 모여 있었다. 박물관 측에서는 개관 시각 10분 전부터 관람객들에게 거리를 두고 줄을 설 것을 안내했다. 어림잡아 관람객 40~50명이 띄엄띄엄 줄을 섰다.
대부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었고 혼자 오거나 부부나 연인끼리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온 한 어린이는 손에 수첩과 볼펜을 쥔 채 방방 뛰기도 했다.
경기 김포에 사는 50대 남성 손진혁씨(가명)는 "일생에 한 번쯤 보면 좋은 작품들이라고 해서 휴가를 내고 왔다"면서 "(생각보다) 온라인 예약이 그리 치열하지는 않아서 어렵지 않게 예약했다"고 전했다.
예약하지 않고 방문해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박승철씨(가명·52)는 "아이가 집에서 잠만 자고 있으니 공부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데리고 나왔다"면서 "아침에 신문보고 온거라 예약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박물관 직원은 "방역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현재 2회차 관람까지 진행이 됐는데 관람객이 붐비는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장'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1.7.21©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이날부터 다음 해 3월13일까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장'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곳에서는 이중섭의 '황소' 등 한국 근현대 미술품 58점을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도 코로나19로 인해 관람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1회차당(60분씩) 최대 30명이 관람 가능하다.
사람들은 미술관 개관 시각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모여 거리를 두고 줄을 섰다. 폭염 탓에 줄을 선 시민들은 부채부터 휴대용 선풍기까지 동원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잠시 그늘 밖으로 나와서 '인증샷'을 찍은 뒤 후다닥 그늘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방문한 40대 성모씨는 밝은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씨는 "미술책이나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던 것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데려왔다"며 "아이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계 종사자라는 류모씨(29)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가장 기대된다"면서 "(이건희) 기증품이 전체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과 맥락이 맞는지, 아니면 이건희 특별관을 건립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관람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정모씨(22)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전시"라며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거장들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이중섭 화가의 작품 4점이 특히 좋았다"고 했다.
hemingway@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News1 윤슬빈 기자
인왕제색도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뉴스1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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