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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도쿄올림픽 장식한 스포츠 정신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불타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최종

성화 주자인 오사카 나오미가 성화대에 불일 붙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도쿄올림픽 장식한 스포츠 정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도쿄올림픽이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안전 문제, 외교 논란이 겹치며 '올림픽 보이콧' 요구가 빗발치는 등 출발부터 불안한 올림픽이었다.

 

그러나 5년 동안 피땀을 흘리며 준비한 선수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무대였다.

대신 선수들은 17일 동안 국민을 웃고 울리며 감동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보여준 스포츠 정신은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패배에 멋지게 승복한 세계 각국 선수들이 보여준 매너를 정리해 봤다.

 

 

따뜻한 매너로 사람들 챙긴 '브레드 언니' 김연경

 

 

 

김연경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제배구연맹이 '10억 명 중 한 명 정도 나올 선수'라고 극찬한 배구 여제 김연경은 경기를 뛸 때마다 집중 조명을 받았다.

별명 '식빵 언니'는 이제 '브레드 언니'로 전 세계에 뻗어나갔다.

김연경은 경기력은 물론 매너에서도 최고 선수다운 면모를 보였다.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배구 8강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하미드 알루시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이 계속되자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레드카드를 받았지만, 자칫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총대를 멘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월드클래스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했다.

 

그는 경기 운영진석으로 다가가 알루시 심판에게 악수를 건넸다.

당시 자신이 항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분히 설명하면서 오해를 풀었고, 두 사람은 가벼운 장난을 치며 미소를 지었다.

 

 

 

 

 

 

 

 

 

도쿄올림픽 한국 급식 지원센터의 한정숙 영양사가 MBN유튜브 채널 온마이크를

통해 공개한 김연경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김연경은 한 영양사에게 도시락이

맛있다고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연경의 매너는 경기장 밖에서 더욱 빛났다.

그는 독자 도시락 제공에 대한 일본의 트집에 시달려야 했던 급식 지원센터 영양사들도 살뜰히 챙겼다.

한정숙 급식 지원센터 영양사는 지난달 22일 지원센터 현장을 공개한 MBN유튜브 채널 온마이크 인터뷰에서 김연경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연경이 한 영양사에게 '저희 이제 연습 끝났어요. 도시락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먹고 힘낼게요'란 감사 문자를 보냈다. 한 영양사는 이에 "급식 지원으로 나오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선수들이 '힘이 된다'는 문자 메시지에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패자' 조구함 매너에 日서도 극찬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왼쪽)이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지오다구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에서 일본 애런 울프에게 패한 뒤 손을 들어주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승자가 아닌 패자가 보여준 스포츠 정신은 올림픽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유도의 조구함이 보여준 매너에 세계는 극찬을 보냈다.

 

조구함은 지난달 29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 결승전에서 상대인 일본의 애런 울프와 연장전까지 간 끝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조구함은 승자인 울프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조구함은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어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속상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밝게 웃으며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강했다

. 패배를 인정한다"며 "다시 일어나 챔피언 자리에 도전하겠다.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유도 대표 조구함(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오후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남자 -100kg급 준결승에서 포르투갈 조르지 폰세카를 상대하고 있다.

도쿄=뉴시스

 

 

 

 

세계 랭킹 2위인 포르투갈의 조르지 폰세카와 붙은 준결승전에선 왼손에 쥐가 난 폰세카를 위해 기다리거나, 왼손 대신 소매를 잡으며 배려했다.

조구함은 승리하자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터뜨렸고, 폰세카는 조구함을 끌어안았다.

일본인들도 조구함의 매너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조구함과 울프의 시합을 지켜본 일본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표본" "서로 존경을 표하는 훌륭한 올림픽" "이번 올림픽의 명장면"이라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조 선수의 매너까지 빛난 경기"라며 "국민들께 큰 기쁨을 선사해줘 고맙다"는 축하 글을 올렸다.

 

 

태권도 이대훈 "승자 축하해 주는 게 선수의 도리"

 

 

이대훈(오른쪽)이 지난달 25일 밤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솨이에 패했다. 두 선수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대훈은 13-17로 패배했다.

지바=뉴스1

 

 

 

 

패자가 승자를 축하하는 아름다운 장면은 격투 종목에서 유독 많이 나왔다.

태권도에선 이대훈과 이다빈 모두 승자에게 엄지를 세웠다.

한국의 태권도 간판 이대훈은 지난달 25일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솨이에게 패했다.

 

2012 런던올림픽부터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이대훈이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변이었다.

그러나 이대훈은 자오솨이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덩달아 그가 2016 리우올림픽 때 보여준 매너도 재조명됐다.

 

이대훈은 당시 68㎏급 8강전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아부가우시의 손을 번쩍 올렸다.

패자부활전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은 인터뷰에서 "승자의 기쁨을 극대화하는 게 선수로서 해야 할 도리이자 예의"라며 자신이 승자를 축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다빈은 지난달 27일 같은 경기장에서 진행된 여자 67㎏ 초과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패해 은메달을 땄다. 이다빈은 패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만디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금메달감 매너를 선보였다.

만디치도 이다빈의 매너에 예의를 갖췄다.

 

 

 

 

 

 

 

 

인정,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가 지난달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과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월계관 모양 반지를 보여주며 미소 짓고 있다. 지바=연합뉴스

 

 

 

 

 

 

 

펜싱 선수들이 보여준 매너도 눈길을 끌었다. 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달 27일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전에서 에스토니아에 석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경기 3라운드에감 보여준 송세라와 에스토니아의 에리카 키르푸의 매너는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키르푸가 공격을 시도하다가 다리를 삐끗했는데, 송세라는 정비 시간을 주고자 공격을 멈추고 경기 중지를 요청했다.

 

키르푸도 매너로 송세라에게 진 빚을 갚았다.

송세라가 공격 도중 균형을 잃어 경기장 바깥쪽으로 몸이 기울자, 키르프는 송세라를 붙잡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왔다.

 

 

한국 선수들 위로한 외국 선수들

 

 

일본 축구 선수 나카야마 유타가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으로, 일본에 패한

뉴질랜드 축구 대표팀이 경기장을 떠나며 라커룸 화이트보드에 남긴 감사 인사. 뉴스1

 

 

 

 

 

외국 선수들도 멋진 매너로 도쿄올림픽을 빛냈다. 뉴질랜드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일본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패했다.

그런데 뉴질랜드 대표팀은 오히려 '일본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들은 라커룸을 깨끗이 청소한 뒤 화이트보드에 "가시마와 일본의 환대에 감사를 표한다.

우리는 일본에서 매우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일본과 일본 축구협회의 행운을 빈다"고 적었다.

영어는 물론 일본어로도 쓰며 올림픽 개최국에 예의를 표했다.

 

일본 대표팀의 나카야마 유타는 1일 인스타그램에 뉴질랜드 선수들이 남긴 화이트보드 메시지와 라커룸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일본에 온 외국 선수가 일본인의 환대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일본 이바라기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경기에서 뉴질랜드의 크리스

우드가 오프사이드로 판정되자 어필하고 있다. 결과는 VAR 판독 끝에 골로 인정됐다.

가시마=뉴스1

 

 

 

 

 

뉴질랜드 축구팀은 한국에도 멋진 매너를 보여줬다.

지난달 25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은 뉴질랜드에 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뉴질랜드의 크리스 우드는 이동경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지만, 이동경이 우드의 손을 툭 치며 거부했다.

 

그러나 우드는 뉴질랜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동경이 (경기에 져) 실망했을 텐데 그 상황에 대해 전혀 걱정할 건 없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조심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동경을 위로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 한국 안세영-중국 천위페이전에서 안세영이 득점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올림픽 뽀시래기즈' 중 한 명인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19)은 중국 선수에게 스포츠 매너를 배웠다.

지난달 30일 도쿄 무사시노모리 스포츠 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안세영은 세계랭킹 2위인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하며 4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안세영은 온몸을 내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는데, 2게임 막판에 공을 받다가 발목을 접질렸다.

 

코트에서 뒹굴며 고통스러워하자 천위페이는 바닥에 떨어진 라켓을 안세영의 손에 쥐여주며 괜찮은지 살폈다.

 

 

스포츠 정신 몸소 실천한 백전노장들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2라운드, 한국 신유빈

(17·오른쪽)과 룩셈부르크 노장 니시아렌(58)이 경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신화 뉴시스

 

 

 

체력적 열세를 딛고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선수들도 있다.

'뽀시래기즈'의 삐약이 신유빈(17)에게 패한 룩셈부르크의 '탁구 할매' 니시아렌(58)이 주인공이다.

1991년 룩셈부르크 국적을 얻은 중국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다섯 번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올림픽 탁구 사상 역대 최고령인 백전노장으로 신유빈보다 마흔한 살이나 많다.

니시아렌은 지난달 25일 신유빈과 경기를 마친 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가 시합에 이길 수 있는 한 나는 이 자리에 설 것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승마 마장마술에 출전한 1954년생인 호즈의 메리 해나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몸소 보여줬다. 우리나라로 치면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 출선 선수 가운데 최고령으로, 도쿄까지 여섯 번의 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는 "내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상대방 조롱하고 더러운 뒷모습 보인 선수들도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멕시코 복싱 선수 브리안다 타마라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에 올린 사진으로, 멕시코 소프트볼 대표팀이 국가대표 선수단복을 선수촌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합뉴스

 

 

 

 

 

스포츠 정신으로 올림픽을 화려하게 빛낸 선수들이 있다면 반대로 이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선수도 많았다.

자신의 경기가 끝났다며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보였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호주 국가대표 선수 중 일부는 선수촌 방 벽에 구멍을 내거나 토사물을 남기고 떠났다고 전했다.

 

또 호주 럭비·축구 대표선수들은 귀국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기내 화장실에서 토한 뒤 치우지 않았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멕시코 소프트볼 대표팀은 선수촌을 떠나면서 유니폼과 운동화, 글러브를 버렸다.

 

멕시코의 한 복싱 선수가 지난달 29일 쓰레기통에 버려진 이들의 유니폼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비난이 쏟아지자 멕시코 소프트볼 대표팀은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달 31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준결승전에 나선 중국의 천칭천(왼쪽)과 자이판. 도쿄=AFP 연합뉴스

 

 

 

 

 

중국 선수와 중국 언론은 이번 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실망하게 했다.

지난달 27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김소영-공희영 선수와 겨룬 중국의 천칭천-자이판 선수의 경기가 그랬다.

 

천칭천은 경기 도중, 경기가 끝난 뒤에도 '워차오(我操)'라고 크게 외쳤다.

기합소리인 줄 알았지만, 영어로 'F×××'에 해당하는 심한 중국어 욕을 한 것이다.

대만 누리꾼들은 천칭천이 워차오 외에도 어머니를 모욕하는 욕설을 했다며 "경기 내내 욕설이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과는커녕 중국 언론은 김연경을 끌어들이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리우올림픽 배구 경기에서 김연경이 욕설을 한 걸 지적하며 "한국 사람들은 김연경이 욕을 한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일본 서핑 선수인 이가라시 가노아는 자신과 붙었던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를 대놓고 조롱했다.

 

브라질 팬들이 이가라시의 승리에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고 비판하자, 이가라시는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떠들어라, 울어라 울어. 난 행복해. 하하하"라는 글을 남겼다.

또 브라질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로 비꼬는 글도 남겼다.

이가라시는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에 "참을성이 없었다"며 사과했지만, 그가 딴 은메달의 빛은 퇴색된 뒤였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제덕은 첫 올림픽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안산(광주여대)과 혼성 단체전 첫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26일 오진혁(현대제철), 김우진(청주시청)과 함께 출전한 남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2관왕에 올랐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7.27 shinhorok@newspim.com

 

 

 

 

 

 

김제덕·여서정·황선우... 대한민국 빛낸 10대들

 

 

 

 

서울=뉴스핌] 박성준 인턴기자 =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무엇보다 10대 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대한민국 10대들은 총 6개의 금메달 중 무려 2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17세 김제덕의 양궁 2관왕에 이어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 19세 체조 여서정은 동메달, '신기록 제조기' 18세 수영 황선우와 17세 '탁구 신동' 신유빈까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 무대지만 그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노련한 선배들을 뛰어넘는 성적까지 냈다.

제일 먼저 김제덕은 양궁 2관왕을 차지했다.

양궁의 17세 김제덕(경북일고)은 지난달 24일 안산(20·광주여대)과 혼성종목에서 금메달을 얻어낸 데 이어 26일 끝난 남자부 단체전 준결승전에서도 일본을 꺾는 데 크게 기여했다.

 

준결승에서 김제덕의 화살은 중앙에서 3.3cm, 일본 선수의 화살은 5.7cm 떨어졌다.

2.4cm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김제덕은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마지막 세트 자신의 마지막 발을 10점에 맞췄다.

 

이날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세트 포인트 6대0(59-55 60-58 56-55)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 한국팀이 쏜 18발의 화살 중 13발이 과녁 중앙 10점을 맞췄다. 그 중 5발을 김제덕이 적중시켰다. 이제 17세 3개월이지만 그는 결승전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로써 김제덕은 양궁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번 대회 체조 여자 뜀틀에서 동메달을 딴 여서정(19·수원시청)은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와 국내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여자 체조 여서정(19·수원시청)은 1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3위(평균 14.733점)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08.01 shinhorok@newspim.com

 

 

 

 

 

 

지난 1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3위(평균 14.733점)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5.083점의 브라질 레베카 안드라데(22), 14.916의 미국 마이카일라 스키너(25)에 이어 3위였다.

 

8명 중 3위로 동메달이 확정되자 여서정은 이정식 대표팀 감독, 민아영 코치 등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로써 그는 93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메달리스트 명단에 한국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여서정은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9세에 체조를 처음 시작했다.

시작했을 때부터 올림픽 메달을 꿈꿨던 소녀는 그렇게 한국 여자 최초로 체조 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28일 황선우(18)는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1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47초 56을 기록하며 새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을 깨면서 3위에 올랐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07.28.

parksj@newspim.com

 

 

 

 

 

 

 

18세 황선우(서울체고)는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한국 기록은 물론 아시아 기록까지 갈아치우고 새 역사를 썼다.

47초56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우고 1조 3위, 전체 16명 중 4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했다.

 

동시에 황선우는 이번 대회 자유형 200m 예선에서도 1분44초62의 한국신기록 및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우고 준결승에 나선 뒤 결승까지 올라 7위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가 수영에서 결승에 오른 건 2012년 런던올림픽 박태환 이후 9년 만이다.

황선우의 메달 전망은 밝다.

브라질의 세자르 시엘루 필류가 갖고 있는 세계기록 46초91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전체 1위로 결선에 진출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클리멘트 콜레스니코프의 기록 47초11와는 0.45초 차에 불과하다.

2004년 7월 5일생 신유빈(17·대한항공)도 주목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종합선수권에서 대학생을 이긴 신유빈은 만 14세에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돼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탁구 역사에서 현정화의 기록을 깨뜨리고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가 된 것이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 개인전에서는 32강에서 탈락했다. 이어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와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독일과의 8강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기록만 놓고 보면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메달을 따기에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성적과 상관없이 신유빈은 국민의 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17살 나이에 출전한 생애 첫 올림픽이라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곧바로 마음을 추스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국민은 응원을 보냈다.

MZ세대 답게 10대들은 경기 후 반응도 남달랐다.

 여서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강한 정신력과 탁월한 기량으로 만든 최고난도의 '여서정' 기술이 아주 멋졌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새로운 자부심을 선사해주어 고맙다"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면서 국민과 함께 늘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후 여서정은 인스타그램에 문 대통령 게시물을 올리며 화답했다.

여서정은 "축하해주신 대통령님께 감사하다.

 

국민들께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설 수 있었고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항상 노력하는 여서정이 되겠다"고 적었다.

 

 

 

 

 

 

 

 

사진=신유빈 인스타그램 캡쳐]

 

 

 

 

 

 

경기가 끝난 후 신유빈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응원 감사하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도쿄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유빈은 그동안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밝혀왔다.

지난달 신유빈은 SNS에 방탄소년단 사인 앨범을 받은 인증샷을 올리며 "나는 성덕,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김제덕 역시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한 소감을 자신의 SNS를 통해 전했다. 

김제덕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혼성 단체전, 남자 단체전 직후 찍은 사진과 함께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은 내 자신이 8년간 양궁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가게 된 올림픽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의 목표는 남자 단체전 우승 하나만 보고 출전했었던 무대였지만 혼성 단체전 경기도 출전해 영광의 무대에서 활을 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이들 외에도 10대 에이스가 눈에 띈다. 여자 배드민턴 기대주 안세영(19·삼성생명), 올림픽 신규 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18·신정고)도 부담을 떨쳐내고 제 실력을 발휘한 10대 열풍의 주역들이다.

 

 

 

 

 

 

parksj@newspim.com

 

 

 

 

 

 

 

한국 수영 다이빙 대표팀의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이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다이빙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08.06 shinhorok@newspim.com

 

 

 

 

 

 

 우상혁·우하람·류성현… '올림픽서 빛난 4위들'

 

 

 

 

[서울=뉴스핌] 신호영 인턴기자 = 2020 도쿄올림픽에선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4위를 기록한 선수들의 후회없는 '도전'이 돋보였다. 

육상 높이뛰기 '한국 新' 우상혁, 남자 다이빙 '간판' 우하람, '마루 천재' 류성현, '제 2의 장미란' 이선미가 그 주인공이다.  

 

제일 먼저 우상혁(25)은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지난 1일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으며 전체 13명 가운데 4위로 마쳤다.

비록 올림픽 시상대에 서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1997년 이진택이 세운 한국 신기록(2m34)을 경신했다.

 

우상혁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기록한 4위는 한국 올림픽 육상에서 25년만의 최고 성적이다. 1996 올림픽 때 이진택(2m29·8위),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 남자 멀리뛰기 김종일(8위), 1988 서울올림픽 여자 높이뛰기 김희선(8위)의 순위를 넘어섰다.

 

그는 마지막 기회인 3번째 시기에서 "할 수 있다.

꼭 한다"고 외쳤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띠며 몸을 날렸지만 허벅지에 걸리면서 장대가 떨어졌지만 우상혁은 곧바로 일어났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그는 국민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한 뒤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2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한국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한국 다이빙의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우하람은 지난 3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 다이빙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결선에 진출해 6차 시기 합계 481.85점을 받아 출전 선수 12명 중 4위로 마쳤다.

 

한국 다이빙은 1960년 로마 대회 때부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한 '메달 불모지'다. 우하람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네 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다이빙 간판으로 떠올랐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한국 다이빙 최초로 결선에 진출해 1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류성현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선에서 14.233점을 받아 출전한 8명의 선수 중 4위를 차지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08.06 shinhorok@newspim.com

 

 

 

 

 

한국 체조 유망주 류성현(19·한국체대) 역시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최종 4위를 했다.

 류성현은 지난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마루 결선에서 14.233점을 받아 8명 중 4위에 올랐다.

3위인 샤오뤄텅(중국·14.766점)과는 불과 0.533점 차이다. 

 

기술 난도는 세계 최정상급이었지만, 조그마한 실수가 나왔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단 류성현은 2019년 국제체조연맹(FIG)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마루운동에서도 정상을 찍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FIG 종목별 월드컵 대회 마루운동에서도 우승했다.

 

한국 체조가 마루운동에서 메달을 딴 적은 한 차례도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류성현은 메달에 가장 가까웠다.

메달권에 성큼 다가간 그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시합 전에도, 시합 후에도 나 자신을 항상 믿는다. 눈을 감고 '나는 할수 있다'를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이 루틴이다"라며 도전 정신을 전했다.

 

 

 

 

 

 

이선미는 2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87㎏급 결선에서

4위에 올랐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08.06 shinhorok@newspim.com

 

 

 

 

'제2의 장미란'이라고 평가 받는 여자 역도 이선미(21·강원도청)도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4위에 오르며 여자 역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선미는 지난 2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87㎏ 이상급 결선에서 합계 277㎏(인상 125㎏, 용상 152㎏)로 10명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에서 인상 3차례를 모두 성공시켰다.

용상에서도 이선미는 1차(148kg), 2차(152kg)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3차(155kg) 시기에 실패했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명맥이 끊어진 한국 역도의 올림픽 메달 부활을 이끌 '포스트 장미란'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다.

 

2018년 장미란의 주니어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우며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10월에는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 인상 127㎏, 용상150㎏, 합계 277㎏으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그 역시 "묵묵히 열심히 해서 오랫동안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밖에 팔꿈치 수술에도 값진 4위를 기록한 사격 25m 속사권총의 '늦깎이 사수' 한대윤(33), 역도 남자 67㎏급 한명목(30), 신설종목인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의 남태윤(23)-권은지(19), 유도의 김원진과 윤현지, 태권도 이대훈, 배드민턴 여자복식 이소희-신승찬 등이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shinhorok@newspim.com

 

 

 

 

 

 

 

도쿄올림픽에서 2경기 10이닝 5실점(4자책) 18탈삼진을 기록한 투수 이의리.

사진=천정환 기자

 

 

 

 

 

 

 

 

김경문(오른쪽)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나바 아츠노리 일본 야구 국가

대표팀 감독이 지난 4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뉴에이스 거듭난 이의리·경험 얻은 김진욱, 노메달 참사 속 건진 희망

 

 

 

 

 

김경문(63)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빈손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대회 전부터 우려를 샀던 허약한 선발투수진은 올림픽 기간 내내 불펜에 큰 부담을 줬다. 과거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류현진(34, 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봉중근(40), 윤석민(36)처럼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져 줄 원투펀치가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확인했다.

원태인(21), 최원준(27) 등 현재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투수들은 첫 성인 국가대표 무대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제구력과 결정구 향상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채 소속팀으로 복귀하게 됐다.

수확이 있다면 좌완 영건 이의리(19)의 발견이다.

이의리는 도쿄올림픽 두 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홀로 제 몫을 해냈다.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9탈삼진 3실점, 5일 미국과의 패자준결승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2경기 연속 피홈런 허용은 옥에 티였지만 140km 중후반대의 위력적인 직구와 낙차 큰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지며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류현진, 김광현의 해외 진출 이후 명맥이 끊긴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충분히 이을 수 있는 재목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한국으로서는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운드 구성에 있어 이의리를 중심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짤 수 있게 됐다.

부상, 부진만 없다면 향후 10년간 국가대표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깜짝 선발됐던 또 다른 좌완 영건 김진욱(19)도 4경기 2⅔이닝 무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 전까지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는 배짱투가 돋보였다.

 

 

 

 

 

 

 

 

 

 

도쿄올림픽에서 4경기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 김진욱. 사진=천정환 기자

 

 

 

승부처에서 중용되지는 못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투수가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 실패와는 별개로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2023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투수들의 성장 없이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도쿄에서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이의리, 김진욱 등 유망주들이 성장세를 이어가야만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김지수 MK스포츠 기자]

 

 

 

 

 

 

 

 

23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개막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사상 첫 무관중' 도쿄올림픽에 든 비용 17조6000억원 역대 최대

 

 

 

 

 

바흐 IOC 위원장 "코로나속 대회 강행은 미래세대가 판단할 문제"
올림픽조직위 추가재정 지원엔 부정적 입장 밝혀

 

 

 

 

 

2020도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지출한 비용이 154억 달러(약 17조64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대 올림픽 최대 지출비용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결과 도쿄올림픽에 초과한 비용은 111~244%정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상 첫 무관중'으로 열렸기 때문에 티켓 판매 수익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반면 이번 올림픽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 꼽힌다.

 

도쿄올림픽의 실질적인 지출은 공식적인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67억 달러(약 7조6782억원)를 제외한 모든 것은 일본 납세자들의 공적자금에서 비롯된다.

한차례 연기로 인해 28억 달러(3조2088억원)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IOC의 기부금은 13억 달러(약 1조489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올림픽 비용 중 가장 많이 든 것은 국립 경기장으로 14억3000만 달러(약 1조6387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또 수중센터는 5억 2000만 달러(약 5959억원)로 책정됐다.

 

 

 

 

 

 

23일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따로

또 같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이런 와중에 AP 통신이 올림픽 개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해 관심이 쏠린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해 300개의 병상이 갖춰진 병원 하나를 일본에서 짓는다면 5500만 달러(약 630억원)가 드니 이런 규모의 병원을 300개정도 지을 수 있다.

또 일본 초등학교의 평균 건설비용이 1300만 달러(약 149억원)정도 되니 1200개의 초등학교를 지을 수 있다.

아울러 보잉 747 한 대가 4억 달러(약 4584억원)정도니 38대 정도 구입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홀리 크로스 단과대학에서 스포츠경제학을 연구한 빅터 마테슨은 "올림픽 비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어차피 발생할 것들을 올림픽에 맞춰 서두른 사회간접자본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영원한 유산`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한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폐막이 다가온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기자회견에서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경기 입장권 수입의 대부분을 날리게 된 대회 조직위원회에 IOC가 추가 재정지원을 할 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23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선수단

이 입장하고 있다.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IOC 관계자, 외교사절 등 1천명 정도의 인원만 직접 자리를

지켰다. [도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바흐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올림픽을 강행한 것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선 "지금은 판단하고 싶지 않다"면서 "미래 세대가 어떻게 판단할지의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 탁구경기가 열린 도쿄체육관에서 판매하는 합계 1150엔(약 1만 2000원)의

우동과 유부초밥.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도시락도 무더위도 너무했던 도쿄올림픽

 

 

 

 

벤또의 나라’답지 못한 실망스러운 벤또

 



코로나19 시국에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걱정되던 올림픽도 어느새 폐막을 남겨두고 있다.

제대로 잘 치러지긴 했는지 의문은 남지만 어쨌든 전례 없던 올림픽도 이렇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바로 도시락이 아닐까 한다.

지난달 프랑스의 한 기자가 1600엔짜리 햄버거를 혹평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이 이런 것에 꿈쩍할 나라가 아니다.

먹는 거 가지고 장난 치는 게 아닌데 도쿄 올림픽의 도시락은 어땠을까.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취재진에게 곤혹스러운 문제 중 하나가 도시락이었다.

일본은 도시락(벤또) 문화가 발달한 ‘벤또의 나라’인데 도시락이 이렇게 부실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음식 문제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던가 보다.

영국의 경보 선수 톰 보스워스는 트위터에 “우리는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수 없는가”라며 강하게 불만을 성토하기도 했다.

경기가 매일 있으니 대체로 끼니는 경기장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경기장마다 대체로 비슷한데 1000엔, 800엔 정도 한다.

엔화와 원화가 10배 정도 차이가 있으니 엔화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원화로 도시락 가격이 계산될 것 같다.

 

 

 

 

 

 

 

 

 

▲ 양궁장 파스타의 가격은 800엔.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위의 파스타는 한국이 양궁 금메달을 4개나 수확한 양궁장 프레스센터의 음식이다.

가격은 800엔. 취재진이 많이 몰리다 보니 1000엔짜리 도시락이 떨어졌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골랐는데 몇 분 기다려야 한다기에 설마 저런 게 나올지 모르고 ‘간편하게 요리를 해서 주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으니 그냥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ONLY COLD‘ 차갑게 씹히던 고기의 추억



도시락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상처는 차가운 도시락이었다.

차갑게 해서 먹는 요리도 있다지만 안 그래도 되는 고기를 차갑게 해서 주는 건 왜 그랬을까.

혹시 더위를 이겨내라고 일부러 차갑게 주는 걸까.

 

 

 

 

 

 

 

 

 

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리는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의 벤또 메뉴. 도쿄 류재민 기자phoem@seoul.co.kr

 

 

 

 

수영, 다이빙 경기가 열린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먹은 1000엔짜리 도시락이다.

고기와 파스타가 있는데 차갑다.

너무 차가운 게 고통스러울 정도여서 용기를 내서 데워달라고 했더니 안 된단다.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김서영 선수의 수영 경기가 저녁에 열려서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자니 직원이 벤또 메뉴를 가리키며 ‘ONLY COLD’(차가운 것만 가능)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음료수를 보관하면 좋을 것 같은 곳에 도시락이 보관돼 있는 것도 손으로 가리켜 보여줬다.
차가운 고기를 먹을 때의 고통이 떠올라 이번엔 다른 메뉴(치킨 커리)를 주문해봤다.

 

 

 

 

 

 

 

 

▲ 수영장 프레스센터 매점에서 팔던 커리 도시락.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이 또한 차가울 것을 각오했는데 세상에...

커리는 그렇게나 세상 따뜻할 수가 없었습다.

 

왜 더 비싼 도시락은 차갑게 주고 싼 커리는 따뜻한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본답게 매뉴얼에 그렇다고 할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했다.

그나마 치킨도 서럽게 두 조각뿐이어서 한국 가면 치킨부터 시켜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쿄 시내에 있고 그래도 끼니를 때울만한 메뉴가 있는 곳은 다행이다.

농구 경기가 열리는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의 프레스센터에는 도시락도 없어 삼각김밥과 빵에 소시지를 끼운 것이 먹을 수 있는 전부다.

 

 

 

 

 

 

 

 

 

▲ 농구 경기가 열리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최고급 메뉴. 사이타마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그래도 그나마 올림픽 스타디움은 핵심 시설이라 그런지 괜찮게 팔았다.

심지어 따뜻하다.

모든 경기장이 이렇게 팔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같은 1000엔에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주변의 여러 취재진이 “도시락 물린다”는 이야기를 했다.

뉴욕 타임즈나 CNN 등 해외 언론은 일본의 편의점 도시락에 감명받은 듯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한국 취재진에게 대단한 음식이 아니다.

“우와”하는 것도 하루 이틀 정도다.

그나마 한국 선수단 부단장인 최윤 럭비협회장이 취재진을 위해 제공한 장어덮밥은 한 줄기 빛이었다. 일본 도시락 하면 이런 도시락을 원했던 건데 참 아쉬운 일이다.

 

 

 

 

 

 

 

 

 

 

 

▲ 최윤 선수단 부단장이 취재진을 위해 제공한 장어덮밥.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해도 너무했던 도쿄의 살인적인 무더위

올림픽에서 너무한 건 도시락만이 아니다.

무더위는 정말 최악이며 해도 너무하다.

도쿄올림픽은 정말 어쩌자고 여름에 연 걸까.

도쿄에 와서 새까맣게 탄 채로 돌아가게 생겼다.

도쿄올림픽이지만 도쿄의 폭염 때문에 올림픽의 꽃 마라톤은 삿포로에서 한다.

그런데 삿포로마저 예상치 못한 무더위가 덮쳐서 7일 열린 여자 마라톤은 예정보다 한 시간 당겨 새벽 6시에 시작했다.

 

사람을 새벽 6시부터 42.195㎞나 뛰게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참고로 리우 올림픽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했다.

 

 

 

 

 

 

 

 

 

 

▲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린 시오카제 공원에 설치된 경기장에서 겨우 5분 꺼낸

온도계가 40도를 훌쩍 넘어간 모습.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특히 야외에 햇빛을 고스란히 받는 경기장은 선수들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대표적으로 비치발리볼은 선수들이 시작하자마자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은 기본이고 물도 엄청 자주 마시는 모습을 봤다.

현장에서 듣기로는 오후 경기의 경우 선수들이 모래가 뜨거워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저녁 경기가 열려 온도가 얼마나 되나 보러 갔더니 꽤 시원한 26도 정도가 나왔다.

마침 옆에 있던 일본 기자에게 날씨 이야기를 묻자 “낮 경기는 정말 뜨겁다.

차라리 오전에 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해줘서 낮 경기는 안 가봤다.

 

 

 

 

 

 

 

 

▲ 뜨거운 모래 위에서 배구를 하는 선수들.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여름에 고온다습한 한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폭염 올림픽은 예상됐던 바다

외국은 모르고 당한 분위기다.

한국 사람이 한국과 위도가 비슷한 포르투갈,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여름 날씨가 어떤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일본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도쿄의 무더위를 속였고 해외 여러 언론이 폭염 올림픽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와중에 눈치 없는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지사는 “여름은 원래 덥다”면서 이스탄불, 마드리드 등 개최 경쟁지를 예로 들어 비판을 사기도 했다.

 

 

 

 

 

 

 

 

▲ 야외 경기로 열린 스케이트보딩 취재의 무더위를 타파하라고 취재진에게

제공한 얼음팩.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음식 문제와 폭염은 직접 겪은 심각한 문제였지만 아마 다른 문제도 많지 않았을까 한다.

그럼에도 일본의 바람대로 어찌저찌 폐막까지 오게 됐으니 일본은 이 많은 문제를 뒤로하고 ‘코로나19 시국에 전 세계에 희망을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는 안 될 올림픽인 것 같다.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지난달 23일 도쿄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왼쪽부터), 나루히토 일왕,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신주쿠 국립경기장 관중석이 코로나19

대책으로 일반 관중을 받지 않아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