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의 모습. 도쿄
/AFP 연합뉴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경기장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30일 수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누구를 위한 올림픽?”…日,돈도 민심도 다 잃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이 종합 3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남은 것은 어마어마한 적자와 싸늘한 민심이다.
올림픽으로 메우지 못한 큰 폭의 적자와 대회 기간 중 연일 최다 확진자를 기록한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는 고스란히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몫으로 남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도쿄올림픽 총비용이 최대 280억 달러(32조원)에 이를 수 있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두배 수준이자, 동계‧하계 올림픽 통틀어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 경기장의 건설 비용, 대회 준비, 1년 연기에 따른 추가 부담 등 올림픽 직접 경비가 총 1조6440억엔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일본 주간지 슈칸 포스트는 최신호에 “이 금액에는 올림픽 이후에도 사용될 시설의 개보수 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도쿄도가 추가로 잡은 액수는 7349억엔”이라고 보도했다.
또 “감사원은 올림픽 관련 사업까지 포함하면 정부의 지출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총비용을 종합하면 도쿄도 1조4519억엔, 중앙정부 1조3059억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7060억엔 등 올림픽 지출 경비가 약 2조4600억엔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미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이 큰 폭의 적자로 이어진 주된 원인은 ‘무관중 개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있다.
조직위 비용은 기업 스폰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담금, 티켓 판매 등으로 충당되는데 무관중으로 개최가 강행되면서 약 900억엔(9300억원)의 수입이 공중으로 날라갔다.
더불어 관중을 상정하고 계약한 음식, 자재 등 추가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무토 도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은 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스가 총리 등이 귀빈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올림픽 개막 이후 도쿄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걷잡을 수 없는 수치에 다다랐다.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23일 4225명이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7일 1만5713명으로 세배 넘게 급증했다.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정부 당국이 ‘입원 제한’ 카드를 꺼내 들 정도로 의료체계는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선수들의 훈련과 노력, 도전은 칭찬 받을 만하다”면서도 “정부가 긴급 사태를 선언한 뒤 축제(올림픽)를 벌이면서 정작 국민에게 ‘위기감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는 모순은 초등학생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민심은 스가 정부의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정부의 지지율은 34%로 2012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 올림픽 오륜기가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변 근처에 설치된 모습.
도쿄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너무 무모했던 올림픽, 일본이어서 가능했을까
도쿄올림픽 성공? 꺼진 성화같은 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의 성공을 나누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완주했다는 점에서 보면 성공이고,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목표했던 ‘코로나19 극복’, ‘부흥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보면 성공이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올림픽 한복판을 경험하면서 자주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일본이었기에 이 무모한 올림픽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소소한 현장 이야기를 전한 [올림픽 1열]의 최종편은 일본이어서 가능했을 것 같은 올림픽에 관한 이야기다.
폐막식에서 올림픽 스타디움 한쪽에 화려하게 불타오르던 성화는 행사가 끝나갈 때쯤 조용히, 서서히 꺼졌다.
성화가 타오르던 구조물이 문을 닫자 활활 타오르던 소리도 같이 사라졌다.
올림픽이 끝난 후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앞날이 꺼진 성화처럼 보였다.
▲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8일 열린 폐막식에서 타오르던 성화가 꺼지기
직전의 모습.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현재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올림픽을 정권 재연장의 수단으로 생각한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분위기다.
이번 올림픽은 많게는 80% 이상의 국민이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을 정도로 일본에서 반대 여론이 극심했는데 이를 외면한 결과가 아닐까 하다.
일본 정부는 국민 여론에 둔감하고, 당은 여러 개가 있지만 아무리 삽질을 해도 결국은 자민당이 집권하는 나라다.
국민이 저렇게 반대하는데도 개최를 강행할 수 있던 문화적 배경이 아닐까 한다.
여론에 귀를 닫는 것은 외부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독도를 끝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일본은 전 세계가 올림픽을 둘러싸고 여러 비판을 했음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만든 수많은 매뉴얼은 취재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했고(실상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지만) 해외 여러 언론이 이에 대해 항의 성명을 보냈지만 일본의 답은 대안도 없이 ‘어쨌든 안 된다’는 게 전부였다.
평소에도 눈치 없이 남들 신경 안 쓰는 ‘마이웨이’ 정신이 없었다면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을 것도 같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는 태도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의 도전 정신이라면 아름다울 텐데 한 나라의 문화이고 한 나라 지도자의 스타일이라면 참 곤란해 보인다.
▲ 여러 논란 끝에 도쿄올림픽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폐막식을 치르는 모습.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적자 올림픽을 넘어 파산 올림픽?
이번 올림픽은 사상 유례없는 적자올림픽으로 남게 됐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이 거세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개최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돈을 흡수해야 할 올림픽이 일본의 돈만 밑 빠진 독에 채우는 꼴이 됐다.
경제적인 면으로 따지면 역대 최악의 실패 사례이자 교훈으로 남겠다.
기관마다 액수가 다르지만 도쿄올림픽 관련 비용은 30조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도쿄올림픽의 총비용이 최대 280억달러(32조원)에 이를 수 있다”면서 “이는 2016년 리우올림픽의 2배 수준이자, 동계·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 도쿄올림픽 남자 농구 일본과 세르비아의 경기를 앞두고 무관중으로 텅텅 빈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사이타마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일본 경제가 파산할 것 같은 수준이지만 올림픽 현장을 다니면서 한편으로 일본 경제였기에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이만한 사이즈의 적자올림픽을 강행할 수 있는 경제 규모를 갖춘 나라는 몇 없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였다면 올림픽이 1년 미뤄지는 순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19 방역 관련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테지만 일본 정부는 그걸 다 감수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전 세계 취재진에게 제공한 1만엔(한국돈 약 10만원)짜리 택시 쿠폰 14장이다.
쿠폰은 거스름돈이 없고 쿠폰은 쿠폰끼리만 사용 가능한데(쿠폰+현금 불가) 일부 음흉한 택시기사는 교묘하게 길을 돌아가서 1만엔을 살짝 넘기게 해서 쿠폰을 한 장 더 챙겨간다.
원래는 쿠폰에 택시비를 쓰는 게 원칙인데 저런 택시 기사들은 가격도 안 적고 쿠폰만 받아간다.
▲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취재진에게 제공한 1만엔짜리 쿠폰.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1만 100엔이 나와도 2만엔을 받아간 그들이 2만엔대로 다 운행했다고 우기면 도리없이 줘야 하지 않을까.
일본 재정이 이렇게 또 낭비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 또한 감당할 능력이 있다며 상관없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일본은 30년간 경제 침체를 경험하며 재정 적자가 만성화돼서 이런 적자가 두렵지 않은 걸까 생각도 든다.
지난해 기준 일본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5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그 빚의 대부분을 자국민한테 진 거라 망해도 자기들끼리 망하겠지만 올림픽 이후의 일본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시대에 스가 총리는 어쩌면 역대 최악의 총리로 남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열악한 올림픽을 지탱한 일본인들
올림픽을 끝까지 치러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인들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열악한 올림픽을 그들이 지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무장한 자원봉사자들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짜증에도 화내는 법이 없다.
불 같은 성미를 지닌 시민들의 나라에서 했다면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정신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또 일탈 없이 정해진 것은 정해진대로 정확히 해야 하는 일본인 특유의 문화도 올림픽을 진행하게 만든 힘인 것 같다.
사람들이 반기를 드는 순간 행사는 엉망이 될 텐데 정해진 것은 참 잘 지키는 일본이다.
한 번은 경기장을 나가는 넓은 입구가 보이길래 보도까지 밟았는데 갑자기 화들짝 달려온 자원봉사자가 여기는 차 다니는 출입구라며 다시 꾸역꾸역 들여보낸 적도 있다.
차가 없어서 차 입구인지도 몰랐던 불찰은 다시 한참을 돌아가 사람 다니는 출입구로 가야 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 탁구 경기가 끝나고 단체 기념 사진을 찍는 자원봉사자들.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번역기와 영어를 동원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눴던 일본인들은 여러 꿈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한 청년은 “나는 코미디언인데 올해 데뷔해서 일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언젠가 아주 유명한 코미디언이 꿈”이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대륙의 끝에 떨어진 변방의 섬나라로서 국제 사회에서 인싸(인사이더)가 되고 싶은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고 평범한 시민들이 주목받은 건 아닐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올림픽이 끝난 후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폭증하고 있고 경제적인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 같은데 책임은 누가 질까.
일은 시민들이 다 했는데 생색은 정부가 내고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갈 올림픽이 어쨌든 끝났으니 도쿄올림픽의 전면에 나선 얼굴들이 뒤에서 자화자찬하며 얼마나 뿌듯해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사진=거스 히딩크 감독 홈페이지]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일 월드컵 때 커진 日 '혐한' 도쿄올림픽서 조직적 도발..
선거 앞둔 정치자극제"
[이 사람이 사는 법]'혐한 연구 1호 박사' 노윤선 日의 속내를 진단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두 나라 공동 개최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일본 내 혐한(嫌韓) 기류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축구는 4강에 올랐는데 일본이 16강에서 탈락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집단적 분노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한국의 공작으로 일본이 월드컵 단독 개최를 하지 못했다’,
‘한국인들이 심판을 매수해 승리를 도둑질했다’ 등 근거 없는 비난이 넘쳐났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그때 못지않게 심각한 혐한의 기운이 분출됐다.
어떤 면에서는 당시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형태로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윤선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는 “도쿄올림픽이 일본 내 혐한 기류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고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혐한 연구 분야의 국내 1호 박사인 그에게 혐한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들어 보았다.
노씨는 2019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혐한의 계보’라는 책을 발간해 한일 양국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 내 혐한(嫌韓) 현상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노윤선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가 10일 서울 도심의 벤치에서 2019년 자신이
출간한 책 ‘혐한의 계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최악으로 평가받는 한일 관계의 영향이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 같다.
“우리도 감정적인 대응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이 주최국의 품격에 걸맞지 않게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한국을 자극했다.
공식 홈페이지 지도의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표기, 욱일기 응원 허용, 한국 선수단의 ‘이순신 현수막’과 급식센터 운영 비난 등 도발이 이어졌다.
일본의 언론과 소셜미디어에는 한국과 한국 선수단에 대한 비방과 조롱이 넘쳐났다.
한국 언론의 자국 보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부정적인 내용이 나오면 그것을 혐한의 소재로 역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 재팬’의 첫 화면만 봐도 쉽게 확인됐다.
혐한 정서를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한 기사들이 연일 메인 영역을 차지했다.
‘욱일기 트집 잡기 대행진’, ‘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패한 한국, 일본 비판 퍼붓는 속내’와 같은 원색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문재인이 원흉’이라는 문구를 앞세운 기사들을 연달아 내보낸 매체도 있었다.
미국, 유럽 등은 물론이고 평소 부정적인 보도가 많은 중국에 대해서도 그런 의도적인 기사는 거의 없었다.
올림픽을 계기로 달아오른 혐한의 기운은 앞으로 일본 내 정치 상황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중의원 선거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혐한 정서를 자극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다.”
-일본에 ‘혐한’이 본격 등장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1992년 3월 4일자 마이니치신문 기사에 혐한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과거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간 알력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일부 혐한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기사의 취지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일본인들의 한일 관계사 관련 지식이 매우 부족하고, 배우려 하지도 않기 때문”, “한국인의 원한에 대한 배경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등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었지만, 점차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 멸시, 우월, 공포, 위화감 등을 함축하는 말로 변질되고 확산됐다.”
-그게 약 30년 전인데, 이후 어떻게 변화해 왔나.
“크게 두 차례의 폭발적인 혐한 확장의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당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만화 혐한류’와 같은 서적 출간 붐으로 이어졌다.
“한일합병 조약은 합법적이었다”, “일본 식민통치 시기에 일본인과 조선인이 평화롭게 공존했다” 등 공공연한 과거사 왜곡도 본격화됐다.
두 번째는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독도에 상륙했을 때다.
이를 계기로 다소 잦아들던 혐한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더해지면서 일본에는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하자” 등 거친 주장들이 여과 없이 분출됐다.”
일본 도쿄도 하루미 지역의 올림픽선수촌 한국대표단 숙소에 태극기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인용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신문 DB
-소셜미디어 등의 확산으로 혐한의 발산과 전파 형태도 많이 변화했을 텐데.
“일부 넷우익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수준을 벗어나 주류 미디어의 소재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상당 부분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독도 표기 도발이나 욱일기 응원 허용, ‘위안부 망언’ 작곡가의 음악 사용 등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주류 방송사들도 버젓이 혐한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출생’이라는 오보가 주요 시간대 일본 TV 전파를 탄 것은 그러한 배경의 산물이다.
혐한 세력의 대표 인물이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작가 햐쿠타 나오키를 예로 들어 보자.
‘영원의 제로’와 ‘해적이라 불린 남자’ 등 그의 소설은 모두 일본 정부 자금을 받아 영화화됐고, 후에 권장할 만한 가족영화 등으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일본군 자폭 특공대를 다룬 ‘영원의 제로’는 2015년 일본 아카데미 8관왕을 차지했다.
햐쿠타 작품의 영화 연출을 도맡았던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은 도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에 임명되기도 했다
(나중에 다른 인물로 교체). 일본의 정치와 문화가 어떤 식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최근 ‘귀멸의 칼날’이라는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도 개봉돼 관객 200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대히트를 했다.
이 작품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종이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영웅시됐던 사무라이 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등장인물이 앉은 상태에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를 타고 가다 미군에 격추당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군도를 차고 정자세로 앉아 무사답게 최후를 맞았다는 영웅담에서 따온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에 제국주의 역사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극우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혐한 정서가 해외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혐한의 선동이 일본을 넘어 주변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은 얼마든
지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 한국 올림픽 대표단이 별도의 급식센터를 만든 것을 놓고 일본에서 혐한성 비방들이 이어졌는데, 이런 게 자칫 다른 나라에 ‘한국이 도쿄올림픽 이미지를 고의로 훼손하려는 것’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어이없는 것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에는 일본 선수단만 한국에서 제공하는 음식 대신 자체 급식센터를 운영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과도한 반일 정서가 일본 내 혐한을 자극하며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반일을 상대주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등한 선상에 놓고 보는 것과 같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는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등에 대한 부정까지 이뤄지고 있는 게 일본의 현실이다.
기나긴 아베 정권의 우경화 터널을 지나면서 일본 국민들의 인식도 갈수록 위험 수위로 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 일본 내 한류가 혐한을 억제하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가능성 없는 얘기다.
“일본 전철 내 한글 안내 표기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와 같은 혐한 발언으로 유명한 햐쿠타 나오키도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감이 오지 않는가.”
-혐한 관련 연구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일본의 독도 도발 문제, 교토 우토로 마을(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집단 거주지) 문제 등의 이슈를 직접 다루게 됐다.
그때 한일 관계에 대해 깊은 문제 의식을 갖게 됐고 과거사와 연결돼 있는 오늘날의 일본 내 혐한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싶어졌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단지 연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혐한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도록 하는 데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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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박윤서 기자)
도쿄올림픽, 일본 금메달 27개의 비밀
뿌리 깊은 생활체육 기반에 국가정책 더해져 시너지 효과
1960년대 이후 변함없는 한국의 엘리트체육, 한계 봉착
우리도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해야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모두 27개를 획득했다.
은메달 14개와 동메달 17개까지 합치면 모두 58개로 역대 올림픽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미국(금 39개), 중국(금 38개)에 이어 3위의 기록이다.
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총 20개 메달에 그친 우리와 현저히 비교된다.
금메달 27개라면 "와, 많네"라는 탄성이 나올 수 있지만, 이를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많도 않다.
우선 27개의 금메달 중 무려 9개가 유도, 5개가 레슬링에서 나왔다.
유도와 레슬링은 기록 경기가 아니다.
심판 판정에 의해 상당 부분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
'개최지 어드밴티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27개에서 유도와 레슬링 14개를 제외하면 '사상 최다 금메달 획득'이라고 자랑하기도 좀 겸연쩍어질만하다.
그밖에 금메달 종목을 보면 가라데 1, 수영 2, 스케이트보드 3, 체조 2, 탁구 1, 펜싱 1, 복싱 1, 야구 1, 소프트볼 1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스케이트보드다.
이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종목인데, 총 4개의 금메달 가운데 일본이 3개를 쓸어갔다.
이 종목은 우리나라가 출전하지도 못했다.
가라데도 이번에 처음 공식 종목이 되었고, 일본이 강세를 보인 스포츠 클라이밍(은1, 동1)도 이번이 처음이다.
야구도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제외되었다가 이번에 부활했고,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시 사라진다. 소프트볼도 2012 런던올림픽에서 제외됐는데 이번에 다시 생겼다.
그러니 야구와 소프트볼은 일본 금메달을 위해 끼워넣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찬찬히 따져보면 일본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메달 수를 획득하기 위해 온갖 사전 장치를 총력을 다해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유리한 종목을 새로 집어넣거나 부활시키는 술수를 부렸다.
도쿄올림픽을 국운 증흥의 계기로 삼으려 했기에 코로나19로 생긴 온갖 악조건과 국민 상당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열려고 했던 이유의 하나는 이처럼 메달 수 획득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책적으로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일본은 2007년부터 스포츠 중흥에 본격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의 참패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회서 일본은 오직 1개의 금메달(피겨스케이팅) 밖에 따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은과 동메달도 없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도 일본은 은 1, 동 1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2002년 금 2개와 은 2개를 딴데 이어 2006년은 자그만치 금 6, 은 3, 동 2 모두 11개의 메달로 7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18위였다.
일본의 충격은 엄청났다. 위기를 느낀 자민당 의원들은 스포츠 부진의 타개점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중의원이자 문부과학성 부대신이었던 엔도 토시아키(遠藤利明)가 중심이 되어 '스포츠 입국(立國) 일본 : 국가 전략으로서의 톱 스포츠'라는 보고서를 2007년 8월에 내놓는다.
이 보고서 내용에는 당연히 한국이 언급됐다.
'G8에 한국을 합친 9개국 가운데 (일본) 올림픽 메달 획득수가 최저'라는 표현이 강조됐던 것이다.
그리하여 엔도의 움직임에 뜻을 같이 하는 여야 의원들이 모여 같은 해 11월 '신 스포츠진흥법 제정 프로젝트팀'이 출범한다.
목표는 1961년 이래 큰 틀이 유지돼 왔던 기존의 '스포츠진흥법' 대체였다.
학생이나 일반인 중심의 생활체육은 과거와 같이 지원하되, '엘리트 스포츠'에도 힘을 쏟자는 '국가 주도의 스포츠 정책 필요성'이 본격 논의됐다.
이어 2010년 8월 문부과학성은 '스포츠 입국전략'을 발표했는데, 노골적인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 활성화 방침이었다.
이 내용을 보면 △세계 강호국에 버금가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주니어부터 톱 레벨에 이르는 체계적인 강화체제를 구축한다 △향후 하계·동계 경기대회에서 사상 최다를 넘어서는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한다
△올림픽경기대회 및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최다를 넘어서는 입상자를 목표로 한다 △장래를 내다보는 중장기적인 강화·육성전략 추진 관점에서 주니어 선수권대회 메달 획득의 대폭 증가를 목표로 한다 △톱 선수가 주니어기부터 은퇴 후까지 안심하며 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한다
△국제경기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 개최해 경기력 향상을 포함한 스포츠 진행, 지역활성화를 꾀한다 등이다.
그리하여 아이러니하게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가 터지고 나서 3개월 후인 2011년 6월 '스포츠 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의 전문에는 '스포츠 입국의 실현을 목표로 해 국가전략으로서 스포츠에 관한 시책을 종합적이고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 법률을 제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스포츠를 더 이상 개인이 즐기는 생활체육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전략에 의한 엘리트체육'으로 방향 전환을 했다는 사실을 천명한 셈이다.
국가가 법제상, 재정상, 세제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명문화됐다.
이의 후속조치로 일본에서 늘 문제가 돼왔던 스포츠 관련 행정조직의 분산 문제도 해결됐다.
몇 개 부처에 권한과 역할이 복잡하게 얽힌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2015년 10월 '스포츠청'이 문부과학성 산하에 신설됐다. 예산도 크게 늘었다.
스포츠청이 생기기 전인 2014년 선수 경기력 향상 지원 예산은 40억엔 대였으나, 2020년에는 100억엔 대로 크게 증가했다.
2016년에는 금메달 상금도 기존 300만엔에서 500만엔으로 올렸다.
아베 정권이 도쿄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개최에 자신감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완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일본이 엘리트스포츠 중심국가로 전환하는데 가장 공헌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엔도 토시아키 중의원은 이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부회장과 올림픽 장관이 되었다.
그는 지난 2015년 7월 24일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선수촌에 공급될 식재료를 후쿠시마산으로 하고 싶다"는 견해를 처음으로 밝힌 장본인이다.
일본에서 생활체육의 전통은 오래 됐다.
생활체육을 '신체육'이라 일컬으며 방침을 정립한 것은 1945년의 일이다.
전쟁 전 군국주의적 신체 단련을 제1의 목표로 하는 체육교육으로부터의 복귀였다.
그러나 기초적 운동 기능의 향상이 뒤따르지 않자 1958년, 1966년 요강의 개정으로 다시 체력 단련을 위한 체육교육이 추진됐다.
그런 와중 일본이 급속한 경제발전에 성공하면서 운동은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평생 스포츠'의 개념이 등장하게 됐다.
주목할 사실은 일본경제의 고도성장기(1956~1973)와 버블성장기(1982~1089), 이후 버블 붕괴 상황에 치러진 올림픽 메달수 변화다.
1956 멜버른과 1960 로마에서 각기 4개에 그쳤던 금메달은 1964 도쿄 16개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 역시 개최지 프리미엄이 작용한 탓이겠지만, 국력의 신장에 따라 생활체육이 전반적으로 확산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추세는 1968 멕시코시티 11, 1972 뮌헨 13, 1976 몬트리올 9, 1984 로스앤젤레스 10개로 일관되게 이어졌다(1980 모스크바올림픽은 불참).
그러나 버블이 붕괴하면서 1988 서울 4, 1992 바르셀로나 3, 1996 애틀란타 3, 2000 시드니 5개로 주저앉았다.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동안의 사회 침체와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이후 2004년 아테네부터는 16개로 다시 크게 뛰어올랐고, 2008 베이징 9, 2012 런던 7, 2016 리오데자네이로 12개의 추세를 보였다.
이 역시 2007년부터 시작된 국가적 스포츠 부흥의 움직임과 전통적인 생활체육이 결합, 시너지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엘리트체육 중심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은 선수촌에 들어가 4년 내내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만을 목표로 매진한다. 이런 엘리트스포츠 정책은 군사독재 정권 당시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올림픽 메달 수에 매달렸기 때문에 생겨났고, 이후 고착화되었다.
그래서 메달 수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금메달이 아니면 외면하거나 선수들 스스로도 창피해 하는 풍토가 번졌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엘리트체육 정책으로 언제까지 올림픽 메달 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도쿄올림픽은 1960년대 이후 거의 변함이 없었던 우리의 체육정책에 한계가 왔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양궁의 금메달 4개가 아니었으면 더욱 초라했을 성적이다.
한때 메달밭이었던 복싱, 레슬링, 태권도는 크게 퇴조했다.
대신 펜싱이나 수영, 체조, 스포츠클라이밍, 배드민턴, 다이빙, 육상, 높이뛰기, 근대5종 같은 생활체육에 가까운 종목에서 약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18·신정고·
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1.08.09. digibobos@newspim.com
도쿄 로이터=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후 기뻐하고 있다. 우상혁은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전 국민적인 갈채를 받았다. 2021.08.09
digibobos@newspim.com
고도성장기의 일본은 격투기 종목이 퇴조해도 생활체육이 받쳐준 탓에 많은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딸 수 있었다. 일본의 스포츠문화는 뿌리가 단단한 나무와 비슷하다.
무려 1천개가 넘는 고교 야구부가 경쟁하는 고시엔(甲子園)야구대회가 좋은 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부터라도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한다고 보인다.
물론 초반에는 별 성과가 없어 메달 수가 확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국민들이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냈듯, 우리 국민 역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digibobos@newspim.com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 지역을 오키나와현을 포함해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하기로
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일본 4만5천명 자택요양....도쿄 올림픽이 남긴 의료 붕괴
올림픽이 지나간 자리, 확진자 발생....전국 록다운 검토해야 의견도
일본이 어렵사리 치러진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단이 역대 최대 금메달(27개)을 딴 것을 자축하기도 전에,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위기를 먼저 해결해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일본 NHK의 집계에 따르면 7일 1만 5753명으로 1일 최고 확진자 수를 경신한 뒤, 폐막식인 8일에도 1만 4472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개막식에 4225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7일만에 확진자가 3.4배 증가한 셈이다.
OECD 국가중 일본의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수는 35위다 (한국 36위). 한국과 비교해서 확진자 숫자가 많을 뿐, 일본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잘 대응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주 기준 일본의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OECD 국가중 2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혼란... "47시간 구급차에서 대기"
▲ 지난 7월 3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우에노(上野)역 인근 거리가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확대·연장하기로 결정했다.연합뉴스
올림픽 개막과 함께 시작된 4일 연휴, 들뜬 올림픽 분위기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풀게 만든데다가, 일본 정부 역시 올림픽에 집중하면서 방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유행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병상'이 없다는 점이었다.
TBS는 지난 1일 집에서 자택요양 중이던 도쿄의 한 50대 확진자가 증상이 악화돼 인근 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으나, 병상 부족 사태로 8시간 동안 100여곳을 전전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일본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8월 1일까지 2376건의 '구급이송곤란'(이송 병원이 결정되지 않아 30분 이상 지체)이 발생했고, 지난 4일 아사히신문은 "오사카 지역에서는 감염자 입원 비율이 10%까지 저하되면서 자택 요양중에 사망도 잇따랐다"라며 "구급차 대기 시간이 47시간 가까이 된 사람도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은 경증 환자의 경우 정부가 확보한 호텔 등 숙박시설에서 격리시키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공간마저 부족해서 '자택요양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자택요양자는 전국에서 대략 4만 5천명(4일 기준)이며, 1주일 사이에 2배가 늘었고, 1개월 전보다 11배가 늘었다.
경증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사례와 같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입원할 병상이 없다면, 입원 대기 중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4~5월 '4차 유행(제 4파)' 당시에 고베시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방문 간호했던 타츠타 쇼이치씨는 아사히 신문을 통해 "중증 폐렴으로 당장 입원이 필요한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입원을 못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라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걸렸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자택사'한 경우는 1~6월까지 84명이었다.
그런 와중에 일본 정부는 지난 3일에 입원 대상을 "중증 환자나 중증화 위험이 특히 높은 환자"로 지침을 바꿨다.
일본의 환자 구분은 총 4단계로, 경증, 중등증Ⅰ, 중등증Ⅱ, 중증으로 나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등증Ⅰ은 호흡곤란이나 폐렴, 중등증Ⅱ는 산소 투여가 필요한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중증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상태다.
이와같은 기준에 따르면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의 질환을 겪고 있더라도 자택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일본 정부는 사실상 지침을 철회했다.
5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은 이날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중등증은 원칙 입원, 중증화 위험이 낮은 사람은 재택"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일본 정부가 여당에 승낙받은 입원 대상자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담은 문서에도, 입원 대상은 '중등증 환자로 산소 투여가 필요한 자, 필요하지 않아도 중증화 위험이 있는 자'로 명시돼 있었다. 당초에는 '중증환자나 중증화 위험이 높은 자'로 적혀있었던 것을 수정한 것이었다.
한편 이 지침은 도쿄도에만 적용된다.
"긴급사태 선언도 효과 없어... 전국 록다운도 검토해야"
지난 7월 24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의 한 주점이 빈자리 없이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일본만 대유행을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영국, 아이슬란드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물론, 호주와 싱가포르 등 지난해 여름 이후 1일 확진자가 많아봤자 두 자릿수에 머물렀던 국가들도 재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의료 체계의 여력이 무너진 상황인데다가, 델타 변이의 전파력을 감안한다면 유행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4일 오미 시게루 일본 코로나19 대책 분과위원회 회장은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도쿄의 1일당 신규 감염자 수가 1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라며 "갑자기 (확진자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밝힌 바도 있다.
다음날 오미 회장은 "긴급사태 선언을 내도 기대되는 효과가 없다.
관동 지방에는 의료진에 대한 압박이 크다"라며 "록다운을 법제화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록다운을 검토할 정도로 확산세가 도무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다른 문제는 일본의 백신 접종률이다.
중증 환자 이상을 보호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의료 체계를 정비하기엔 백신 접종률이 낮다. 일본의 1차 접종률은 46%이고, 2차 접종률은 32.9%에 불과하다.
1차 접종 70%를 달성한 영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심지어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심해 항체 보유율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지난 5월 일본의 4차 대유행 당시 일본에서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지난주 사망자(8/2~8/8)는 84명으로, 치명률은 감소한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를 볼 때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사망자는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병상은 이미 포화상태다. 일본의 '도쿄 올림픽 후유증'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히로시마 원폭 76주년인 지난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히로시마|
로이터교도연합뉴스
올림픽 효과 노린 스가 총리, 역풍 맞았다
도쿄 올림픽을 ‘코로나19 극복 올림픽’으로 만들려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역풍을 맞았다.
올림픽 폐막 후 처음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급락하면서 집권 자민당의 10월 전 중의원 선거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폐막식 이튿날인 9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코로나19로 개최가 1년 연기된 전례 없는 제약 하에 개최국의 책임을 완수할 수 있었다”면서 “선수 여러분의 활약으로 훌륭한 대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달 21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경기가 시작되면 개최에 회의적인 국내 여론도 바뀐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도 역풍만 늘어나 정부·여당 내에서 ‘헛수고만 했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아사히신문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스가 내각 출범 후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스가 총리의 재선을 “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0%였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부정 평가는 70%였고, 스가 총리가 언급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변은 54%였다.
■코로나·메시지·경제효과 논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책임론이다. 올림픽 기간 일본의 코로나19 감염률은 연일 최대치를 경신했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달 27일 4204명이었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폐막식이 열린 지난 8일에는 1만4472명으로 3.4배 늘었다.
폐막식날인 8일까지 도쿄 도내에서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5일 연속 4000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도쿄도 등 주요 도시의 병상도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긴급조치를 연장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모순된 메시지를 보냈다. 반발이 커지는데도 스가 총리는 지난 6일 “올림픽이 감염 확대로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처를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시민에게는 행동 억제와 영업 자숙을 요구하면서 세계에서 사람들을 초대해 거대한 이벤트를 여는 모순된 행동이 현재의 위기와 무관할 리 없다”고 지적했다.
오미 시게루 일본 정부 코로나19 대책분과회 회장도 “최대의 위기는 사회 일반에서 위기감이 공유되지 않은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기대했던 올림픽 경제 효과도 거의 없었다.
도요타 자동차가 올림픽 관련 TV 광고를 취소하는 등 올림픽 후원기업 상당수가 활동을 축소했다.
무관중 개최로 올림픽 입장권 수입 900억엔이 줄었다.
도쿄도는 1375억엔을 들여 올림픽 시설을 지었지만, 매년 시설 유지·관리비로만 1000만~5억엔의 적자가 생길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은 예상했다.
사후 관리비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도쿄도 관계자는 “무관중 개최로 생긴 추가 비용에 대해 도에만 부담을 강요해선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 중의원 선거 영향 전전긍긍
여론 악화로 오는 10월 전에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스가 총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올림픽 특수효과를 누리려던 자민당 내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한 자민당 의원은 “지지자들로부터 ‘정말 스가 총리를 앞세워 선거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다른 자민당 의원은 “(올림픽으로 여론이 반전된다는) 스가 총리의 내기가 빗나갔을 때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에 대패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스가 총리는 일단 중의원 선거 전 치르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이 유력하다.
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수장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회장과 주요 파벌 니카이파의 수장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스가 총리 연임을 지지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의원과 당원 투표로 치러져 계파의 지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스가 총리의 경쟁자도 등장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8일 “기회가 되면 총재 선거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자민당은 오는 26일 총재 선거 날짜를 정한다.
스가 총리 임기와 중의원 임기는 각각 9월30일과 10월26일에 끝난다. 의원 내각제를 택하는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직을 겸임한다.
스가 지지율 또 '바닥'…올림픽 성공도 등돌린 민심 못잡았다
미우리 여론조사서 지지율 35%
작년 9월 취임 이후 최저치
"도쿄올림픽 성공, 정권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아"
"코로나19 부실 대응 때문"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등돌린 민심을 잡아보려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치러진 도쿄올림픽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스가 내각 지지율은 오히려 더 하락하며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7~9일 일본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65명(유효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35%로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인 지난 7월 9~11일 조사 때 보다 지지율이 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지지율도 54%로, 내각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응답자의 64%는 올림픽이 개최돼 '좋았다'고 답했다.
'좋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가 강조해온 '안심·안전한' 대회가 개최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5%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31%만이 '평가한다'고 답해, 지난달(28%)에 이어 낮은 평가가 이어졌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오히려 내각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이같은 결과는 전날 발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사히가 지난 7~8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395명(유효응답)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로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지지율도 53%로 집계됐다.
또 내달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하는 스가 총리에 대해서는 66%의 응답자가 교체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아사히 조사에서도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6%가 '좋았다'고 답해, '좋지 않았다'(32%)를 웃돌았다.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대한 평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요미우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도쿄올림픽은 일정 정도 성공했지만, 정권 부양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 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전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연일 1만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배경으로 올 가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9월 말로 예정된 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재선에 성공한다는 전략이었으나 이 같은 구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자민당 소속 정치인에 대해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19%로 가장 높았으며,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규제개혁상이 18%,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상이 17%로 뒤를 이었다.
스가 총리는 3%에 불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 지난 7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스가 일본 총리가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도쿄 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NHK 갈무리.ⓒ NHK
야마구치 지로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일본의 희망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했다.
세계적인 행사를 취소하고 싶지 않은 정치인들의 생각에 공감은 할 수 없지만,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어쨌든 개최를 결단했다면 그에 맞는 코로나 감염 억제와 의료체계 정비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 최대한 준비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책임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는 낙관적인 생각만 있었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계속하면서도,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지난달 23일 항공자위대 곡예비행대가 도쿄 상공을 나는 행사를 열었다.
이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올림픽 장소인 국립경기장 등에 모여들었다.
요컨대 지금 일본 정부는 목적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어떤 수단을 선택해야 최대의 효과가 나오는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코로나 감염자 가운데 중증 위험이 낮은 사람은 집에서 요양을 해줬으면 한다고 ‘입원 제한’을 하기에 이르렀다.
도쿄의 하루 신규 감염자는 5천명까지 치솟고 의료 붕괴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인류를 덮친 지 1년 반이 지났다.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강경한 ‘록다운’을 하지 않고도 감염을 억제한 것이 ‘일본 모델’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각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일본 모델이란 사실을 은폐하고 과학적 지식을 정책에 반영하기를 거부하는 주술적 정치 수법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빠른 기회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일본 국민이 실수 없이 선택을 잘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쓸 예정이다.
이번엔 일본 젊은이들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본의 대학에서는 7월 말에 기말시험을 치른다. 교수에게 채점은 고통스러운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 1학년 정치학 입문 과목의 소논문은 드물게 즐기면서 읽었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의 논문이지 일본 젊은이들의 표준은 아니다.
하지만 역으로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의 의식을 탐색하는 재료는 될 수 있다.
소논문의 주제는 정치에 무관심한 친구를 상정하고 그 사람을 이번 중의원 총선거에서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학점을 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각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호소하는 논문이 많았다.지금 대학 1학년생은 코로나 영향으로 고교 3학년 때 재택 학습이 강요되고 스포츠나 문화 행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
코로나 대책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대학 입시제도 개혁을 둘러싼 혼란이 있었고, 일단 지금 대학 1학년 입시부터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비판이 커지면서 시험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제도의 연기가 발표됐다.
즉 대학 1학생들은 정치인이나 관료의 미흡함 때문에 큰 피해를 본 세대다.
일본에서는 1970년 정치의 계절이 끝난 뒤 젊은층의 경우 점점 보수화됐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다.
일본 선거 투표율을 연령대별로 비교하면, 20대의 투표율은 30%대로 60대, 70대의 절반 정도다.
일본이 경제 대국이었던 시절에는 세상이 어떠해야 할지 따지지 않고 얌전히 열심히 공부해 좋은 취직 자리를 찾으면 인생은 대체로 평안했다.지금은 다르다.
일본은 강대국의 지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코로나 위기라고 하는 눈앞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 격차나 빈곤의 확대 등 구조적인 과제도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는 시대가 왔다.
10~20대인 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이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정치적 방식을 발견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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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게이자이신문 10일 보도에 따르면 2020도쿄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국립경기장 등
많은 시설들이 향후 적자가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8일 도쿄올림픽 페막식의 모습.
/사진=로이터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될 일본 국립경기장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다.
이세원 연합뉴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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