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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북극 녹아내리고 텍사스는 얼어붙었다···기후변화의 역설

 

 

 

 

난달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주요 20개국(G20) 기후·환경 장관회의가

이틀째 진행 중인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지구본 풍선을 들고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북동부 쪽으로 늘어진 극소용돌이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제공

 

 

 


북극 녹아내리고 텍사스는 얼어붙었다···기후변화의 역설

 

 

사이언스지 '극소용돌이 움직임' 분석한 연구결과 게재

"직관 반하는 사태…이젠 예상하지 못할 일들 예상해야"




 


북극 온난화가 역설적이게도 미국 중부와 동부에 이상 한파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규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저명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북극의 기후 변화와 지난 2월 발생한 텍사스 한파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게재됐다.

이 한파로 대량 정전사태가 발생하며 1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연구에 따르면 북극 지역의 기온이 오르며 찬 공기를 북극에 가두는 극소용돌이(폴라보텍스·Polar Vortex)가 약해져 아래로 늘어지면서 냉기류가 남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잉글랜드 북쪽의 지역과 스칸디나비아 근처 지역의 기온이 시베리아 근처 지역보다 오르며 극소용돌이를 동쪽으로 밀어냈고, 이에 따라 시베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북극 지역을 건너 남쪽에 있는 미국 중부와 동부까지 이동해 이상 한파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발생한 텍사스 이상 한파 /연합뉴스

 

 



1980년대 초반과 비교해 현재 한 해에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는 횟수는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주다 코언 대기환경연구소 연구원은 "급격한 북극 온난화가 매우 남쪽인 텍사스에 극단적인 한파를 일으켰다는 점은 직관에 반하는 일"이라면서도 "연구의 교훈은 기후 변화로 예상하지 못할 일들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지구 온난화가 이상 한파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기후변화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해석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북극 폭염과 텍사스 한파, 아마존 산불과 육식 선호..

"모든 재난은 연결돼 있다"

 

 

 

유엔 산하 연구기관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0/2021' 보고서

 

 


북극 빙하를 녹인 폭염과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 사태를 불러일으킨 한파, 코로나19와 방글라데시 접경지역에 닥친 사이클론 암펀, 브라질 아마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서 중국의 주걱철갑상어 멸종까지.

지난 1년 전세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별개의 재난들이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를 고리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유엔산하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독일 본에 위치한 유엔 산하 환경 재해 연구기관인 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연구소(UNU-EHS)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0/2021’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우리 모두에게”

 

“아무도 섬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우리 모두에게”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보고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일어난 10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재난을 분석, 재난과 재난 혹은 개인과 재난이 밀접하게 연결돼있음을 밝혀냈다.

 

2020년은 전세계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은 해였다.

북극권 베르코얀스크의 기온은 38도까지 올라갔다.

빙하가 녹아 북극을 덮은 해빙의 양은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자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모여있는 ‘극 소용돌이’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졌다.

 

극 소용돌이에 갇혀있던 찬 공기는 그대로 북아메리카 쪽으로 남하했고, 미국 텍사스 주에 이례적인 한파가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에 전력 수요가 늘면서 텍사스의 전력망은 무너졌다.

 

자체 전력망을 가진 텍사스는 다른 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도 없었고, 결국 400만명의 전기가 끊겼고 210명이 추위로 사망했다.

어떤 재난은 다른 재난과 결합해 더 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남서부 숀도르브 지역에 사는 이들의 절반 가량은 빈곤층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자 해외에서 일 하던 많은 이들이 수입이 끊겨 본국으로 돌아왔고, 격리 기간 동안 사이클론 대피소에 수용됐다.

 

1999년 이후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인 ‘엄펀’이 몰아쳤지만 주민들은 격리자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를 기피했다.

여기에 사이클론은 6000개에 가까운 1차 건강센터를 망가뜨렸고, 이 지역의 건강관리 시스템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대유행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사이클론 엄펀으로 이 지역에는 100명이 넘는 사상자와 130억 달러 이상의 피해, 그리고 49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근 몇년 간 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악의 식량 손실을 일으키고 있는 ‘사막 메뚜기떼’도 사이클론과 연결되어 있다.

 

1㎢를 뒤덮을 만큼 많은 사막 메뚜기떼는 하루에 3만5000명분의 곡류를 먹어치우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사이클론들이 사막 메뚜기떼의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사이클론의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간 메뚜기떼들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의 에너지원인 사이클론의 빈도와 강도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UNU-EHS 수석과학자 지타 세베스바리 박사는 “사람들은 뉴스에서 재난을 접하면 나와는 멀리 있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수천㎞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재난도 서로 관련이 있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에 탄 브라질 아마존. 보고서 갈무리.

 

 


■개인도, 개인의 행동도 재난에 연결돼 있다

재난은 개인의 행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육식’을 선호하는 개인의 선택은 브라질 아마존 산불의 원인이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불 탄 아마존 우림의 면적은 피지섬의 크기보다 크다.

 

숲이 줄어들자 한때 ‘지구의 허파’였던 아마존은 이제 흡수하는 탄소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이 됐다.

보고서는 아마존 산불의 원인으로 전지구적인 육식 소비를 들었다.

 

육식은 어떻게 아마존 산불 증가로 이어질까. 아마존에서 산불은 숲을 농경지로 전환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농경지에서 재배된 콩의 77%는 닭 등 가금류를 위한 동물 사료로 쓰인다.

보고서는 “비록 고기가 아마존에서 직접 생산되진 않지만, 세계적 공급망들의 상호 연결을 통해 아마존 파괴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빙하기를 버텨냈던 중국의 주걱철갑상어는 인간의 남획과 대형 댐 건설로 멸종했다.

주걱철갑상어의 자연 서식지인 양쯔강에는 대형 댐이 여럿 건설됐다.

 

보고서는 “댐이 주걱철갑상어 멸종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주요한 원인”이라며 “2억년 동안 존재했던 주걱철갑상어는 인류의 과잉소비와 개입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2020년 멸종된 것으로 선언됐다”고 했다.

 

■“문제가 연관돼 있다면 해결책도 연관되어 있다”

보고서는 재난의 상호 연결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근본 원인을 도출했다.

인간이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저평가 된 환경비용과 의사결정 편익’, ‘불충분한 재난 위험 관리’가 대표적인 3가지 원인이다.

 

이를테면 온실가스 배출은 북극 폭염을 일으켰고, 텍사스의 한파로 이어졌다.

규제를 피해 비용을 아끼려고 자체적인 전력망을 구축했던 텍사스에는 갑자기 닥친 한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재난 관리 실패로 다수의 사망자를 낳게 되는 흐름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상호 연결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난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의 다른 주저자인 잭 오코너 박사는 “우리가 전세계에서 목격하는 재난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들은 또한 개인의 행동과도 연관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좋은 소식은,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면 해결책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후변화 속 '가뭄과 홍수'…두 극단의 미국

 

 

 

'극심한 가뭄과 폭염·산불, 아니면 극심한 폭우와 홍수' 올 여름 지구촌 곳곳을 휩쓸었던 양극단의 기후 재난이 미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 산불로 인해 마을 곳곳이 초토화되더니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는 미 동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테네시 중부 험프리스 카운티를 중심으로 내린 폭우로 지금까지 18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수백 채가 피해를 봤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카운티 맥웬 지역에서는 21일부터 24시간 동안 17인치(431.8mm) 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테네시주에서 하루 동안 내린 비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또 허리케인 '헨리'가 미 북동부 해안 뉴잉글랜드 지역을 강타하면서 뉴욕에도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21일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4.45인치(11.3mm)의 비가 내렸는데, 이 역시 1888년 이후 무려 130여 년만에 최고 기록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서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로 시뻘겋게 물들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단의 대비가 최근 수십 년간 고착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기사에서 '더 습해지는 동부, 더 메말라가는 서부'라는 말로 최근 수십 년간 미국 땅에서 목격된 기후 변화 패턴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 동부 지역에서 지난 30년간 내린 평균 강수량이 20세기와 비교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서부 지역에서는 30년간 평균 강수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실제 지구 온난화 영향에 따른 영구적 특징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기후 가변성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여러 기후변화 모형들의 예측, 즉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더 많아지되 지역적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습한 곳은 더욱더 습해지고, 메마른 곳은 더욱더 메말라질 것'이라는 예측과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라고 NYT는 전했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과학자인 안드레아스 프레인은 "해마다 이런 가변성이 나타나긴 하지만 기후변화는 천천히 이러한 가변성을 더 습하고, 더 메마른 극단의 현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강수량이 늘었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주목되는 기후 변화 패턴은 폭우나 폭설 등 '극심'한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수증기가 더 증가하고 공기 중 습도도 높아져 비를 뿌리게 된다는 점에서 폭우는 기후변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기후평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역에 걸쳐 폭우의 강도와 빈도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세계 평균 강수량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와중에서도 습한 지역은 더욱 습해지고 메마른 지역은 더욱 메말라지는 양극단의 현상이 비슷하게 목격된 것이다.

 

평균 강수량뿐 아니라 극심한 폭우의 증가 현상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극단의 기후 변화에 따라 각국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에 골몰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우선 콜로라도강 상류 지역에 기후변화 관측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24일 밝혔다.

 

수백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이 관측소에서 과학자들은 각종 레이더 시스템과 카메라 장비 등을 이용해 눈과 비를 예측하고 기후 변화를 분석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영규기자

출처 : SBS 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주택들이 화염에

휩싸인 채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서부 산불' 잦은 이유 살펴봤더니…"기후변화에 라니냐까지 가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수년마다 나타나는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라니냐 현상의 영향까지 받아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팀과 KAIST(카이스트), 전남대, 미국 유타주립대 소속 과학자 등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5~7년 단위로 반복되는 대형 산불의 원인 중 하나가 라니냐 현상이라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 온라인 최신호에 실렸다.

 

라니냐는 적도 무역풍이 세게 불면서 서태평양의 수온은 평년보다 오르고, 동태평양 수온은 낮아지는 기후 현상이다.

라니냐 현상이 발달하면 태평양에서 고기압을 동반한 고온건조한 기후가 형성돼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 기후의 최종 도착지가 미국 캘리포니아다.

라니냐의 직격탄을 맞은 캘리포니아에선 겨울에는 비와 눈이 적게 내리고, 여름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습도는 낮아진다.

이런 환경에서 식물은 불쏘시개처럼 바짝 마른다. 큰불이 나기에 좋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캘리포니아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의 원인이 점진적으로 심화되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라니냐에도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00년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산불이 5~7년 단위로 반복되는 패턴이 관찰됐는데, 연구진은 이 주기가 라니냐의 발생 주기와 대체로 유사하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웬만한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도 궤멸적인 피해를 주는 산불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2000년 이후 심화된 기후변화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학계에선 그동안 기후변화와 다른 기후 요소들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가 부족했는데, 연구진이 이런 의문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윤진호 교수는 “이번 연구가 미래에 전 지구적인 대형 산불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들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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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경고 “기후변화 시계 10년 빨라졌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시기 10년 앞당겨진 2040년 전망
최근 10년간 1.09℃ 오르면서 해수면 상승, 강수 변화, 빙하 감소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UN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난 8월9일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가 2040년으로 앞당겨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번에 발표된 ‘제6차 IPCC 기후변화평가보고서(AR6) 제1세션(WG1, 기후과학)’에 따르면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며, 그 변화는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당장 오는 11월로 예정된 UN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과학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국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을 논의할 COP26를 앞둔 시점에 이 같은 과학적 사실 근거의 적색경보가 발령되면서, 과연 우리는 과학적인 대응의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관심이 쏠린다. 

 

과학 기반 위기 해법 찾아야 

 

국회기후변화포럼과 기상청, 녹색기술센터, (사)한국기후변화학회 등 유관기관은 ‘정책결정자를 위한 기후과학 전망과 위기 대응 방안’을 놓고 지난 8월31일 심포지엄을 열었다.

IPCC보고서에서 고려되는 4개 세션(기후과학, 기후영향·적응·취약성, 기후 완화, 종합)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임이자 국회의원(국민의힘, 경북 상주·문경)은 “기후변화가 더 빠르고 강해졌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의 과제”라면서 “사회경제적인 거대 변화가 수반되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표된 IPCC AR6의 WG1에서는 ‘복합극한현상’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인류가 마주한 상황이 엄중하기에 정치권과 정책결정자들이 해야할 역할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정병기 녹색기술센터 소장은 “제5차 IPCC평가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2013년 이후 8년 동안의 축적된 과학적 증거를 통해 기후변화가 매우 빠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과학적 사실 기반의 위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운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과학이 일상의 영역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서둘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번 IPCC AR6의 WG1에는 ‘온난화가 인간에 의한 것임이 명백하고 광범위하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현재 상태가 정리됐다.

 

최근 10년간(2011~2020) 산업화 이전(1985~1900) 대비 평균 온도는 1.09℃ 상승했으며 관측된 기온 상승은 인간에 의한 온난화 기여도와 일치했다.

이로 인해 전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수가 변했으며 빙하가 감소했다

. 해양의 산성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최근의 이러한 변화는 수세기, 수천년에 걸쳐 전례없던 수준이다.  

 

지구온난화, 명백한 인간의 책임

인간으로부터 유발된 이러한 기후변화는 전 지역에 극한현상을 몰고 왔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극한고온, ‘바다의 폭염’인 해양열파 증가와 더불어 몬순현상을 일으켜 이상강우를 뿌렸다. 이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육지에 호우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WG1 보고서는 ‘복합극한현상’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과 산불이 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최악의 경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거란 것이다.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 SSP)에 기반해 기후를 예측한 결과도 주목을 끌었는 데, 총 5개의 배출 시나리오별 가까운 미래(2021~2040), 중미래(2041~2060), 먼미래(2081~2100)의 지구 온도 변화를 점쳤다.

 

그 결과, 최저배출(SSP1-1.9)부터 최고배출(SSP5-8.5)까지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예측된 온도의 변화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을 가리켰다.

WG1 보고서는 ‘최소 금세기 중반까지 전지구 평균온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산업화 이전 시기 보다 1.5℃ 상승하는 시점은 가까운 미래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연구관은 “이는 불확실성 감소의 노력을 통해 과학적으로 미래를 평가한 결과로, 온실가스의 즉각적인 감축 없이는 온난화가 지속될 것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의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할 기후영향인자의 변화 전망을 체계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제6차 IPCC 기후변화평가보고서는 내년 9월께 종합보고서 승인을 거쳐 최종 발간된다.

이번에 발표된 제1세션(WG1, 기후과학) 다음으로 내년 2월엔 제2세션(WG2, 기후영향·적응·취약성)의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제3세션(WG3, 기후 완화)과 제4세션(WG4, 종합보고서)까지 발표는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공통사회경제경로(SSP)에 기반해 보고서에서 예측된 미래 지구 온도의 변화

/자료출처=IPCC

 

 

 

 

남은 세션별 보고서에선 기후변화 적응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적응을 위한 행동이 지속가능발전이란 목표달성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취약성과 리스크에 관해서도 현재와 미래의 연결을 고려하는 접근법으로 전보다 많은 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리스크 대하는 접근법 변화 강조 

온실가스 배출의 저감을 평가하는 기후변화 완화에 대해선 파리협정과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이행과 더불어 탄소중립의 목표를 부각하고, 리스크와 솔루션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할거란 해석이 나온다.

 

홍제우 한국환경연구원(KEI) 부연구위원은 “적응옵션을 고려한 평가도구의 개선·개발과 적응대책 이행을 위한 모니터링 및 평가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며 “리스크 진단 평가를 위한 정보확보의 노력도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한반도 주변 해양과 연안에 대한 학술 분야의 국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하며, 도시에서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이행 평가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을 키워야 한다.

또 상해, 영양, 화학 오염 등 보건 분야에선 어떻게 적응할지를 모색하는 것과 함께 과학정보를 사회·경제적인 정보로 가공하는 과정이 자리잡혀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채운 녹색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국가목표 및 제도, 산업 부문으로 나눠 6차보고서로부터 예상되는 시사점을 꼽았다.

오 책임연구원은 “오는 2030년까지 전지구적으로 상당한 추가 감축이 요구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에 관해서도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저배출·고효율 기술 활성화 ▷탄소가격제를 통한 적절한 탄소가격 부과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개도국에서 산림을 보호해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REDD+ 사업을 통한 감축 잠재량이 NDC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제고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문제의 시급성을 알리는 과학적 예견들이 점차 근거를 찾아가고 또 그에 대한 나름의 진단이 나오고는 있지만, 문제는 처방이 될 실천이 뒷받침될 수 있냐는 질문에 확실히 답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이다.  

 

2040년 이전에 산업화 대비 1.5℃ 상승할 것으로 명시된 이번 보고서는 단기 미래에 대한 기후변화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정책 당국이 최신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는 체계를 수반한다. 하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이준이 부산대학교 교수는 기후 문제를 전망할 지구시스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이 교수는 “아직 우리는 자체 개발된 지구시스템 모델을 이용해 수년에서 수십년을 예측하기 위한 비전이 없다”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고사하고 후발주자인 중국에도 점차 뒤처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명확한 비전을 토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자원과 인력의 투자에 힘이 실리고 모델의 개발 및 개선으로도 이어진다는 일련의 과정에 큰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정책결정자를 위한 기후과학 전망과 위기 대응 방안’ 주제 심포지엄에서는 IPCC보고서

에서 고려되는 4개 세션별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국회기후변화포럼  

 

 

 

 

 

홍진규 연세대학교 교수는 “기후과학이 이제는 좀 더 정책을 위한 과학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완화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정보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작업에서 과학이라는 본연의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자들이 쓸 수 있는 적응과 완화의 정책이 나오려면 고해상도 정보를 가지고 불확실성을 논의할 수 있는 연구의 틀이 마련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책을 위한 과학’ 마련의 난제 

과학적 측면에서의 변화와 더불어 일각에선 탄소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하는 현 구조를 손질하는 것부터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산업화 대비 1.5℃ 이하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지 못하면 치명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작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미래상은 확신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김용건 KEI 선임연구위원은 “정해진 국가목표에 따라 배출권을 기업에 할당해 배출을 제한하는 ‘탄소배출권제도’의 당초 목표는 시장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 게 아니었나”라면서 “배출권 가격이 폭락한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간 정부의 대응은 미봉책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의 탄소시장은 정책 당국이 언제,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목표는 번복되고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유발하며, 자연히 기업 스스로의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해석이다.

정부의 움직임에 기대게 만들어 결국 시장의 정상화를 방해한다는 얘기다.

 

김재식 한국중부발전 신재생기획실장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변화의 흐름속 미래의 사회상은 어떨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의 기술이 적용된 사회에서도 현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판단할 뚜렷한 미래의 모습을 제시해달라”고 토로했다.

 

 

 

 

 

 

 

 

 

 

 

 

과학적 측면의 변화와 더불어 탄소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게 하는 현 구조를 손질하는 것부터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UNEP(유엔환경계획)의 Emissions Gap Report 2020에 명시된 산업화 이전 대비 2℃이하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오는 2030년의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치는 41Gt(기가톤)CO₂eq다.

1.5℃로 상향할 경우 배출은 25GtCO₂eq까지만 허용된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별 감축 노력과 NDC를 통합적으로 고려해도 2030년에 최소 53GtCO₂eq 이상은 배출될 것으로 예측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이날 이회성 IPCC 의장은 “소비는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고 우리는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만큼, 소비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생각할 때”라며 “자연생태계에 쓰레기는 없다.

이러한 자연생태계를 닮은 인간의 경제사회 생태계는 불가능할까”라고 되물었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닥칠 문명의 종말... 인간의 역할을 묻다

 

 

 

언젠가 우리 집에 태양광 발전을 하려고 했었다. 듣기론 시에서 주택 태양광 설치 보조금도 일부 나오고, 전기세도 조금 아낄 수 있는 데다 태양의 수명은 앞으로 50억 년 남았으니 나쁠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초기 설치 비용은 있겠으나 날이 갈수록 효율성이 늘 테고 남는 전기는 팔 수도 있다 하니, 드디어 에코 라이프를 살게 된 거야?

이 동네가 한국에서 제일 햇빛이 잘 드는 지역도 아니고 호수도 물웅덩이도 없지만, 윌리엄 예이츠가 꿀 벌통 하나 두고 벌들 잉잉대는 공터에서 살리라던 '이니스프리의 호도'가 여기 있었네?

 

이참에 뉴욕 시민들처럼 옥상에서 벌을 칠까?

소중하게 끌어들인 태양광 아래 나의 영속적인 공중 밭에서 꿀을 채집하며 그린 에너지를 누린다는 상상만으로 나는 절반쯤 유기농 농부가 되었다.

 

사실 나의 두 번째 직업은 타일 붙이는 일로 하고 싶었다.

한 명이 타일을 들어내면, 다른 한 명은 작은 손수레에 담긴 시멘트를 잘 섞고, 나머지 한 명은 줄 맞춰 새 타일을 붙인다. 깨진 타일은 같은 방법으로 복구한다.

무전기로 야단법석 만들지 않고 남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벽과 바닥을 새로 깔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내 삶의 원형을 찾은 것 같았다.

오직 옥상에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친구들과 와인 마실 공간이 없을까 봐 그것만 마음에 걸렸다.

곧 구청에서 지정한 업체 대표 아저씨가 집에 왔다.

그분은 이리저리 가늠해보더니 우리 집 옥상에는 패널을 놓을 수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실망할 새도 없었다. 간다는 말도 안 하고 순식간에 골목을 빠져나가는 차 꽁무니를 보며 그 아저씨에게 '생활형 우사인 볼트'라고 이름 붙이는 것으로 태양열 발전은 무산되었다.

여름이 지날 때 에어컨을 사랑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두둑해진 전기세 통지세에 깔린 채 지금처럼 겨울을 기다렸던 적이 언제였을까, 잠깐 떠올렸을 뿐.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초기 결론과 예견 수정, 확증 편향은 올해도 여지없었다.

파리며 코펜하겐에 모여 회담하는 세계 지도자들 간의 국제적 행동 조율, 온실 가스 배출 제한에 대한 대략적인 조약과 방관자들, 이 조약을 경쟁자 공격용 먹이로 사용하는 정치가들과 역사의 수동적인 구경꾼들…

 

수집된 모든 정보, 그 정보와 관련된 또 다른 정보들은 고등학교 수학시간처럼 지루하게 들렸다. 꼭 카드로 부리는 묘기 같았다.

아무리 관심을 끌어도 반응이 무덤덤하기만 한.

그들은 너무 많이 약속했고 너무 조금 약속을 지켰다.

 

오늘 탄소 배출을 막아도 정상 기준치로는 이미 너무 늦었다.

내일 화석 연료를 일절 금한다고 해도 대기 중 탄소량은 붕괴 직전이 되었다.

 

무수한 규약들은 아무도 가지 않는 황무지와 본 적도 없는 종(種)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파리 협정에선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하나 2도 더워진 세상에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짐작만 할 뿐이다.

무엇으로 온도를 묶어 둘지, 내내 2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지.

 

사람들 반응 역시 자원 전쟁, 정치 불안정, 대량 실업, 피난민 증가처럼 그저 방대한 상상에 머물 따름이다.

그 사이, 산에 쌓인 눈은 영원히 사라졌고, 정글은 경작지로 쓰이기 위해 불태워졌고, 빙산은 바스러져 그대로 강물에 녹아버렸고, 소위 엘리트들은 다른 사람과 같은 공기를 마셨다.

 

가끔 생활 속에서 처절하도록 환경을 보살피고 가치를 나누는 시민들 앞에서, 그렇지만 비 오는 날 화학 공장에서 약품 한 양동이 방류하면 게임 끝일 걸, 집에서 아무리 물의 깨끗한 정도를 따지고, 함유된 화학 성분을 체크해도 냉면집 육수는 다 수돗물일 걸, 부정적인 생각만 든다.

절약의 오랜 가치, 공중 도덕과 눈에 띄지 않는 소비, 이상주의의 꿈이란 전부 헛수고일 뿐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한 사람의 시민이, 하나의 국가가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구의 온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 지구 온난화는 완전한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모든 것이 기후 불안 조장자들이 만든 오작동 된 기후 모델이라는 듯.

그리곤 기후변화는 음모론이며, 과장되었고, 존재하지 않으며 용어 자체도 틀렸다면서 유사 과학 이론을 설교한다.

 

즉, 1.9도 온도 상승은 구원을 의미하지 않고, 2.1도 상승이 종말을 의미하지도 않을 것이다.

5,000만 년 전쯤 전 세계 화석 연료 자원을 다 태워버릴 만큼 엄청난 가스가 분출되어 지구가 뜨거워지긴 했지만, 그때도 다들 생존에 별 지장 없었어.

 

싱가포르는 세계 평균 기온보다 12.5도 높은데도 잘만 살지.

북극 분지에 악어가 사는 게 왜 문제가 되며, 한 세기 동안 대기가 빙하시대보다 훨씬 오염된 건 맞지만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햇빛을 반사하며 대기권을 차갑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실제 지구 온난화는 생각만큼 심하지 않단 말이야.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아무리 진지하다 해도 기후에 대한 논의는 혼란과 방해의 연속 같기만 하다.

분위기는 비극의 드라마를 피할 수 없다는 식으로 변한다.

 

해수면이 예측보다 빨리 상승하고, 몇십 년 내로 강제 이주와 경제 시스템 붕괴가 지구를 통제 불가능으로 만들고 문명의 구조를 위협할 거라는 식의 열광적인 과장이 난무한다. 이때 미디어는 종말론의 미사여구에 깔려 신음소리나 낼 뿐이다.

다가오는 재앙의 무게가 속수무책으로 무겁고, 희망을 갖는 것조차 속임수 게임처럼 느끼는 이들은 차라리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 같다.

가난한 시절의 향수 속에서 새로운 금욕의 시대를 준비한달까.

대공황의 상상은 영화보다 드라마틱하다.

 

빵집 앞에 늘어선 줄에 끼어 글루텐 프리인지, 시큼한 맛이 나게 반죽한 사워 도우인지 물어볼까 망설인다거나, 귀리 다이어트로 항상 갈망하던 식스 팩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때늦은 사치일 뿐. 다락을 뒤져 동네 형이 물려준 꼬질꼬질한 야상을 찾고, 양말은 꿰매 신고, 머리카락 뒤덮인 자투리 비누 조각을 모아 새 비누를 만들고, 고양이 사료를 먹다가 쥐까지 잡아먹는다.

 

자식의 스니커즈를 벗겨 학교까지 10㎞를 맨발로 걷게 하다가 급기야 콩팥까지 당근 마켓에 내놓는다. 그리고 감상적으로 독백하는 것이다.

언젠가 이 시련이 끝나고 우리가 살찌우던 시절이 돌아오면 오직 신만이 궁핍이 무엇인지 알리라.

기후변화와 유토피아 이념은 급기야 온라인에서 불이 붙었다.

 

본위적 이데올로기가 없이 소견이 좁고 호전적인 사람들은 책상에 죽치고 앉아, 지구가 불타는데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면서 '미개한' 타인을 멸시하고 있었다.

그즈음, 시대정신으로 불타오르는 청년과 이야기를 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가까운 미래에 전쟁보다 빨리 문명의 마지막을 가져올 거라면서, 더 뜨거워진 태양이 헬륨을 활활 태우며 용광로가 되어가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느긋한 게 진짜 놀랍다고 했다.

그에게 극한의 날씨란 어둠 속에서 벼랑을 걷는 오리무중 위험이 아니라 모두가 종말로 뛰어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는 가이아 이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은, 인간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교황보다 더한 확신으로 말했다.

 

사실 다윈설 같은 혁신적인 지구 과학도 일종의 생물학 아닌가.

물론 가이아는 지구가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비유일 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유기체가 될 수 없다.

재생산될 수 없으니. 그래도 그 순간, 그가 자격이 있는 인간 종(種)의 유일한 멤버처럼 느껴졌다.

 

사실 요즘 제일 궁금한 건 밀려오는 자연 재해며 인공적인 재해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지내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 문제의 핵심은 누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 9월이 되어 식어버린 태양 아래서 혼란스럽게 자문한다.

토머스 뉴커먼은 증기기관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산업혁명을 잉태하고 2억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루었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적어도 무엇을 자각해야 할까?

 

자각하는 것만으로 아웃사이더인 그 친구와 땅의 여신 가이아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가이아는 땅을 축복하기 위해 인간을 선택한 걸까,

인간을 축복하기 위해 땅을 선택한 걸까?

꼭 이야기 전달 게임 같다.

 

내가 아는 내용을 누가 아는지 보고 다른 이들이 아는 걸 나도 이해하면 좋겠지만, 옆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원래 이야기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지는. 그래도 낙담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문제를 안고 살면 되니까.

 

 

 

 

에세이스트

 

 

 

 

 

 

 

 

 

 

 

호주 앵무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동물들 모습이 바뀐다

 

 

 

생태와 진화 동향’ 발표 연구 논문
“온난화 적응 위해 부리와 꼬리 커져”
“체온 조절로 생존하려는 진화 과정”
“모든 종이 적응해 살아남을지 불확실”

 



 

 

부리가 커진 것으로 조사된 오스트레일리아의 강강유황앵무.기후변화로 동물들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온혈동물들이 기온 상승에 적응하기 위해 변형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생태와 진화 동향>에 발표됐다고 7일 보도했다.

 

주로 부리, 다리, 귀가 커지는 모습이 관찰됐다는 내용이다.

몸이 과열되면 주로 새는 부리, 포유류는 귀를 통해 열을 방출한다.

털로 덮이지 않은 부위가 열 방출에 용이하기 때문인데, 털이 적은 꼬리나 다리도 열 방출에 이용된다.

 

열 조절에 실패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한 지역에 사는 동물들은 부리나 귀가 큰 경향이 있다.

온난화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특히 조류에서 변형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이번 논문을 통한 연구진의 결론이다.

 

실제, 오스트레일리아 앵무새 종 여럿은 1871년 이후 부리 크기가 4~10% 커졌다.

북미 검은눈방울새의 부리도 커졌다.

포유류에서도 변형이 발견됐다.

숲쥐의 꼬리 길이가 늘고, 뾰족뒤쥐 종 가운데서도 꼬리와 다리 길이가 늘어난 게 확인됐다.

 

따뜻한 지방에 사는 박쥐의 날개도 확대됐다.

이번 논문은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동물들의 모습이 더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온도 상승은 동물들의 체온 조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연구에 참여한 오스트레일리아 디킨대의 조류학자 세라 라이딩 교수는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일부 동물들의 신체 부위 확대는 10% 이내로 아주 적어, 바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면서도 “귀 같은 부위가 계속 커진다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덤보’를 실제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덤보’는 몸통보다 큰 귀를 지닌 코끼리가 주인공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라이딩 교수는 “주류 미디어는 기후변화에 대해 ‘인류가 극복할 수 있나’,

‘무슨 기술로 해결할 수 있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인류가 아닌) 동물들도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하며, 이런 변화는 지금까지 진화의 대부분의 시간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모습 변형은 동물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해 잘살고 있다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모든 종들이 변화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다큐 인사이트' 기후변화 1.5도의 경고, 내레이션 여진구 참여(사진=KBS1)

출처 : 시사매거진(http://www.sisamagaz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