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
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선 경선 5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 유승민, 황교안, 하태경,
최재형, 원희룡, 윤석열, 안상수, 홍준표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선이 이상하다.. 악재 터져도 이재명·윤석열 지지율은 '언터처블'
①MB·트럼프 때처럼 도덕성 덜 따지고
②보수·진보 총결집 ③취약한 제3지대
"역대 최악 네거티브 선거 될 것" 우려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주자 빅2'로 불리는 두 사람에겐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 사주 의혹 같은 대형 악재를 맞아도, 실언·실책으로 자질 시비가 일어도 콘크리트 지지율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겠지만, 이 같은 기현상엔 그늘도 있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똘똘 뭉쳐 격돌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뜻인 동시에, 대선에서 정책·인물 경쟁이 변별력을 발휘할 공간이 지극히 좁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대장동·고발사주 의혹에도 흔들림 없는 빅2 지지율
이 지사는 올해 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을 앞지른 뒤 한 번도 민주당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경선 연기론자는 가짜 약장수"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등 과격 발언이 '불안한 후보론'을 부추겼지만, 지지율은 내내 굳건하다.
지난달 불거진 대장동 의혹은 “대장동과 비교하면 LH 사태는 애들 소꿉장난”(박용진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형 악재이지만, 이 지사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대선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장모의 법정구속, ‘도리도리’ ‘쩍벌’로 대표되는 태도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주 120시간 노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줘야 한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등 여러 차례 실언을 했지만, 지지율 여파는 제한적이었다.
지난달엔 윤 전 총장이 검찰권을 정치적으로 남용한 것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고발 사주 의혹, 검찰 조직을 동원해 장모 변호 문건 등을 만들게 했다는 의혹이 잇따랐지만 중·장년층, 대구·경북 등 보수 심장부에서 그의 대세론은 탄탄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이던 2007년 6월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한반도 운하 설명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순항하는 것은 각자의 지지층이 이들에게 바라는 우선 순위가 도덕성이나 품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에겐 성과를 내는 시원한 리더십을, 윤 전 총장에겐 문재인 정부를 때리는 강한 리더십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기행과 돌출 발언을 일삼고 스캔들도 많았지만 지지율이 내내 높았다”며 “지지자들이 도덕성보다는 (저소득층 백인 남성의 화풀이 등) 희망의 대리 실현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2007년 대선에서 갖은 도덕성 논란을 뚫고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진영 갈등의 골·취약한 제3지대도 영향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지지층이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건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보수·진보 갈등의 골이 더없이 깊게 파인 결과이기도 하다.
인물이나 정책을 따지기보다는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탈환이냐'만 따지는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선거 지형에서 지상 과제는 '상대방 죽이기'일 수밖에 없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대선후보'가 누가 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 진영을 이길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여야 지지층이 뭉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의 허물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이 지사의 허물만 보고 있으니 악재에도 지지율이 끄떡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정치 상황에 염증을 느끼는 무당층과 중도층이 안착할 제3의 대안 주자도 마땅치 않다.
이재묵 교수는 “안철수, 유승민이라는 대안이 있었던 2017년 대선과 달리, 이번엔 제3지대 대선주자들에 대한 소식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전용기(왼쪽)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이재명 지사 대선캠프 관계자들이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을 고발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방문했다. 뉴시스, 왕태석 선임기자
검찰 수사와 네거티브로 얼룩진 위태로운 대선 될 듯
이 같은 분위기가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사실상 검찰과 법원이 선거를 좌우하는 ‘정치의 사법화’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한 교수는 “이번 선거는 정책공약은 뒷전으로 밀리고 각 의혹에 대한 수사 진척 상황이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리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예선 지뢰밭’을 지나 본선에서 맞붙는다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여리박빙(如履薄氷)’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이미 노출된 약점들을 노리고 묻지 마 의혹 제기와 고소·고발에 정치적 자원을 집중하면서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에게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난무하는, 매우 혼탁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연합뉴스 시사저널 임동선
화천대유, 이재명 대선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화천대유 진흙탕’에 빠진 대선 정국…초대형 게이트로 비화
이재명 “화천대유 제 것이면 민간개발 두지 왜 5500억 환수 했겠나”
전문가들 “경선보다 본선에 미칠 영향 훨씬 더 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의혹’은 정치·법조·재계·언론계를 망라한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의혹의 대상도 전방위적이다.
여야와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대장동 의혹이 내년 3월 대선에 미칠 파장이다
대선은 이제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장동 의혹은 대선 정국의 블랙홀처럼 작용하고 있다.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대장동 의혹 수사의 향방에 따라 선거 판도는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의혹으로 시작됐다가 급기야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이름까지 오르내린다.
정치적 파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이지만, 당장은 대장동 의혹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하게 얽힌 사안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호응해 상승 혹은 하강 작용을 일으킬 핵심 변수가 무엇인지를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입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여야의 경선 일정과 경쟁자의 존재 여부, 각 후보의 핵심 슬로건 등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곁가지는 쳐내고 봐야 한다.
시사저널이 대선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대장동 의혹이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을 톺아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
에서 서울공약발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 책임론을 제기하자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라고 발끈했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결백하기에 수사 100% 환영” 강조
언론과 정치권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다룰 때 ‘주어’로 제일 많이 언급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다.
대장동 개발이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에 추진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퍼져 나가고 있지만, 게이트급으로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유력 대선주자인 이 후보가 주어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인 ‘천화동인’ 간 공모 관계 등 불법이나 비리의 구체적 팩트가 드러난 것은 ‘아직’ ‘없다’. 이 후보 측과 민주당에서는 ‘없다’에 방점을 찍는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아직’에 주목한다.
그래서 ‘이재명 게이트’ ‘국민의힘 게이트’ 식으로 지금은 여야 간 프레임 싸움만 요란한 상황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명확한 진상 규명에는 결국 수사가 필요하다.
복잡한 이슈지만 곁가지를 쳐내고 나면 이번 논란은 결국 민관이 합동으로 추진한 신도시 조성 사업에서 소수의 민간 투자자가 과도한 이익을 챙긴 데서 불거졌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등이 적은 지분으로 4000억원대 배당수익을 거뒀다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민간 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특혜 등을 주기 위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 후보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설령 이 후보 자신이 아니더라도 핵심 측근 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발견된다면 적잖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
불법 대선자금, ‘이재명 게이트’가 노리는 과녁
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특정 민간업체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대선자금을 충당하려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이며 맹공을 펼치는 과녁의 끝에는 이 가설이 자리한다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1원이라도 받았다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에서 다 사퇴하겠다”고 했다.
배수진을 친 셈이다.
실제 이 후보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게 제 것이면 민간개발을 하게 놔두지 뭐 하러 4500억원을 뺏고, 나중에 추가로 920억원을 더 환수하겠나”라고 본지에 직접 해명했다.
이 후보의 이 말을 이해하려면, 대장동 개발사업이 어떤 구조로 진행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민관 개발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가 확정이익을 우선 배당받고, 민간 투자자들이 나머지 수익을 가져가는 수익배분 방식으로 이뤄졌다.
성남시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동산 경기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인데, 현실에선 예상과는 다르게 사업이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뛰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도 덩달아 급증했고, 민간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수익도 예측보다 훨씬 커진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일부에선 성남시의 당시 결정을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에서 민간 투자자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이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변동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남시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민관 합동 개발의 장점을 살렸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이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업 참여자 수익이 너무 많다고 판단해 920억원 규모의 기반시설을 사업자가 시행하도록 조치해 추가 환수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 규모는 애초 4500억원에서 55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이 후보가 시사저널에 직접 밝힌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민간개발로 추진했다면 1조원 가까운 수익이 민간업체에 돌아갈 수 있었으나, 정책적 결단으로 5500억원을 성남시가 환수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현재 이 후보 측과 화천대유 대주주 간 공모 관계 등 구체적 비리 정황이 드러난 것은 없다.
향후 수사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이 후보는 결백을 자신한다.
이 후보는 시사저널에 결백하기에 수사를 100% 환영하고, 털어도 나올 게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재명 방어논리, 본선에선 중도층에 안 먹힐 것”
정치권에선 이재명 후보가 현재까지는 방어를 잘해 큰 실점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장동 논란은 후보 보호 정서를 발동시켜 역결집 현상을 가져왔지만 본선에서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 역시 “대장동 의혹 이슈는 오히려 표 결집을 가져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면서도 “지금의 방어논리는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통하겠지만 중도층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본선에서는 안 좋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수사 결과가 이 후보 말대로 나오더라도 그의 대선가도에서 대장동 의혹 사건이 말끔히 해소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집값 폭등으로 고통을 겪은 시민들은 화천대유·천화동인이 가져간 막대한 수익을 바라보며 박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선출직 정치인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책임은 무한대로 지기 마련이다.
어떤 특혜나 비리와의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대장동 개발사업이 지금처럼 진행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1 대상은 결국 이 후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이 후보는 이 기회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개발이익 공공 환수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득이 돌아간 대장동 개발 사태의 핵심을 ‘행정 실패’가 아닌 ‘제도 미비’로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능한 이 후보의 정면돌파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전략이 계속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던 이 후보를 국민의힘이 본선 과정에서 내내 대장동 개발을 고리로 공격한다면 본선의 핵심 타깃층인 중도·무당층이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이번 대선은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의 국민적 주목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 후보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든 공정과 도덕성의 결여 부분이 명확히 확인되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이 후보를 지목하며 특검 도입 압박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을 대선 종반전까지 끌고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선 정국에서 가장 폭발적인 변수가 등장한 것이고, 현재 가장 민감한 부동산 민심과 직결돼 있다”면서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보다 훨씬 폭발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검 압박은 부담, 선수 교체 가능성은 희박
대장동 의혹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유리한 부분도 있다.
경선 일정 차이 탓이다.
최종 경선을 향해 치닫고 있는 민주당에서 이 후보는 대세론을 형성하며 사실상 대선후보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일단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수 교체가 사실상 어렵다.
반면 이제 1차 컷오프만 끝낸 국민의힘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지 않았다.
야권 지지층 입장에서는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면 대안으로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을 선택할 여지와 시간이 아직 충분하다.
여의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수 교체’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주장은 확률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벌어졌던 이른바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다.
윤태곤 실장은 “이 후보가 직접 돈 받는 사진이 찍히지 않은 다음에야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성민 컨설턴트도 “우리나라에서 후보 교체론이 나온 적은 많아도 실제로 한 번도 선수를 바꾼 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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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우기자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부인
이소연씨와 2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경의선숲길 부근에서 낙태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 앞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태아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9.22. photo@newsis.com
대장동과 대선, 무슨 관계인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정국을 삼킬 초대형 블랙홀의 조건을 차고 넘치게 갖췄다.
여야 한 쪽이 아닌 양쪽 모두가 의혹 대상이다.
정치·법조·언론계 일부가 결합한 카르텔이 의심된다.
상식을 벗어난 수익률은 부동산 민심을 건드리고, ‘50억 퇴직금’ ‘아빠 찬스’ 논란은 시대정신으로 불린 공정 이슈와 닿아있다.
무엇보다 대선이 불과 5개월 남았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의혹과 여론에 민감하다.
비리 의혹의 작은 가지 하나, 잔뿌리 하나도 폭발력이 크다.
대장동 의혹은 현재 일부 가지들이 드러난 정도이지만, 그 잠재적 파장을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정치권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뿌리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뿌리가 여야 어느 쪽에서 뻗어나왔는지, 어디까지 뻗쳐갔는지가 향후 정국의 관건이다.
사실관계가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정국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에서 대장동 블랙홀을 벗어난 새로운 시대정신이나 정책 어젠다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있다.
대장동 블랙홀은 여야 정치권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풀어봤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카페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무슨 상관이 있나.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지사와 대장동 개발 특혜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만큼 이 지사와 대장동 의혹의 관련성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확연히 갈린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에서는 이 지사를 ‘의혹의 몸통’ ‘설계자’로 부른다.
반면 이 지사는 ‘경비원 보고 왜 도둑을 완벽히 못 막았냐고 하는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특혜성 개발에서 시민 권익을 지키려한 ‘경비원’에 스스로를 빗댄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이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기인 2014년 추진된 점, 의혹의 핵심에 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지사의 시장 선거를 도운 인물이라는 점 등을 의혹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구속된 만큼, 수사의 칼끝이 당시 시정 책임자인 이 지사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특혜 업체로 지목된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일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확정을 주도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도 제기한다.
여러 정황이 ‘몸통’으로 이 지사를 가리킨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적극 반박하며 오히려 역공을 편다.
성남시장으로서 설계한 것은 성남시 몫의 개발 이익을 확보하는 부분이며, 유 전 본부장이 측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유력 주자로서 이 지사는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가장 큰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본선까지 야당이 파상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캠프에선 의혹과 거리를 두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의혹의 뿌리가 보수 인사들로 확인되면, 이 지사에게 중도·무당층 표심이라는 과실이 돌아갈 기회도 열려 있다.”
- 대장동 의혹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무슨 상관이 있나
“부동산 개발특혜 의혹이라는 본류와 연관된 의혹은 제기돼 있지 않다.
다만 문제의 인물들과 얽힌 ‘카르텔’ 의혹이 있다.
부친의 부동산 거래가 의혹의 불을 당겼다.
부친이 2019년 연희동 주택을 19억원에 팔았는데, 집을 산 사람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누나였다.
김씨 누나는 대장동 개발 사업시행사인 ‘성남의뜰’에 주주로 참여한 천화동인 3호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김씨의 이력을 이번에 알았고, 집도 시세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팔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당과 야당의 경쟁주자들은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이라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박영수 전 특검이 의혹의 주요 인물로 떠오른 점도 변수다.
화천대유에서 박 전 특검은 법률 고문, 박 전 특검 딸은 팀장을 맡아 일했다.
박 전 특검이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경우 그와 가깝게 지내며 함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수사를 한 이력을 두고 윤 전 총장에게도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
이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박 전 특검과의 인연을 고리로 공세를 펴는 중이다.
윤 전 총장은 박 전 특검 관련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김씨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김씨가 박 전 특검에서 윤 전 총장 인사문제를 언급했다는 주장도 있다.
윤 전 총장측은 이 같은 주장을 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부산 사상구 국민의힘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야의 대선 경선에 영향을 미칠까
“여야 양쪽으로 드러난 영향력은 현재까지 크지 않다.
민주당 경선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2차 슈퍼위크’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본선 진출 티켓을 거의 손에 쥐었다.
서울·경기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등 남은 일정에서도 이 지사 우세가 예상된다.
의혹은 ‘이재명 대세론’에 균열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 지사 중심으로 결집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정면 돌파 기조로 야당과 각을 세운 것도 지지층 이탈을 막는 데 일조했다.
검찰 수사결과는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가 뽑히는 오는 10일 전에 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로 선 뒤에는 당 지지층과 이 지사 결합도가 높아지는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야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이다.
수사 결과 이 지사 본인이나 주변의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표심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상황은 좀 더 복합적이다.
당장 오는 8일 발표되는 2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
8명의 후보 중 4명을 남기는 컷오프에서 윤 전 총장이 무난하게 선두권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친의 부동산 거래나 박 전 특검과의 관계 등으로 불거진 의구심은 명확한 사실관계로 입증되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최종 후보가 선출되는 오는 11월 5일까지 한달 여가 어느 후보의 시간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재명’ 같은 뚜렷한 1강 주자가 없는 만큼, 지지층 흐름도 이후 상황에 따라 여당보다 유동적인 형태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으로선 박 전 특검 수사의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고 투쟁한 ‘검찰 투사’로서 존재감을 부각할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등 경쟁주자들은 고위 법조계 인사들이 얽힌 카르텔이 드러날수록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된다.
곽상도 의원에 이어 야권 인사 의혹이 또 불거질 경우 야당 전체에 부담이지만, 경선에선 ‘개혁 보수’에 힘이 실릴 여지도 있다.”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관련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연합뉴스
- 왜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라고 부르나.
“프레임 싸움은 모호한 사안을 바라보는 사회의 확고한 틀이 잡히기 전에 일어난다.
‘이름 붙이기’ 싸움에서 이기느냐가 지지층 이탈을 막고, 중도층을 끌어오고, 반대층 공격을 밀어내는 데 중요한 무기다. 대장동 의혹에서 여야가 초반부터 줄곧 프레임을 두고 다투는 이유다.
민주당은 초반부터 ‘국민의힘 게이트’로 명명했다.
대장동 개발이 이뤄질 당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였고, 이 때문에 특혜 업체에도 곽상도 의원과 원유철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쪽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으로 받은 50억도 이런 프레임을 강화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줄곧 ‘이재명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지사를 맹공한다.
이 지사를 ‘몸통’으로 보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한 권순일 전 대법관과 이 지사의 재판 거래 의혹 등도 제기한다.
이런 프레임 차이는 특검 도입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야당이 신속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특검을 주장한다고 여긴다.
특검 수사의 범위와 대상, 특검 선출 등을 두고 여야 합의를 할 시간에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검경의 수사로는 여당 비리를 드러낼 수 없다고 본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춘 특검을 세워 이 지사 관련 의혹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레임 전쟁은 여야 대표선수가 가려진 대선 본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전까지 프레임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여야 총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나.
“대선 정국을 뒤흔든 대형 의혹이 더러 불거진 적이 있다.
이번처럼 여야의 주요 주자들이 모두 거론되는 경우는 아니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다스 실소유주 의혹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아픈 구석’이었던 이 의혹을 최근 적극적으로 입에 올린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대선 14일 전 이 후보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발표했다.
그의 대통령 당선 직후 특검법이 통과됐고, 취임식 4일 전 다시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이후 재수사가 이뤄졌다.
13년이 지난 2020년 10월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야당이 BBK 의혹을 자주 언급하는 데는 여러 노림수가 있다.
당시 대선 전 특검이 이뤄진 것을 들어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는다.
동시에 재수사로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것을 들어 취임 전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사를 겨냥해 회의장 벽에 써붙인 ‘화천대유는 누구껍니까’도 민주당이 ‘다스는 누구껍니까’라고 한 것을 본딴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 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인 이른바 ‘병풍 사건’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선거 패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유정인기자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파주=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외교, 안보, 통일 분야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0.04. photo@newsis.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행사에서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
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MBN 유튜브 캡처
게티이미지뱅크[출처] - 국민일보
그들만의 대선 리그 ‘뻔한 거짓말’의 항연
20대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권을 향한 여야 후보들의 레이스도 속도가 붙고 있다.
최종 대선후보들도 곧 윤곽을 드러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0일 경선을 통해 최종 대권주자를 선출한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후보를 4명으로 좁힌 뒤, 11월 5일 최종 대선후보를 정한다.
어느 대선이라고 중요하지 않겠느냐만 이번 20대 대선은 조금 남다르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 코로나19 시국은 3년차에 접어든다.
차기 정권은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비상시국을 이끌어야 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한 구제책을 찾는 것은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갈수록 격화하는 글로벌 패권전쟁과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어떻게 외교적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도 중대한 과제다.
다음 대통령이 두 어깨에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얘기다.
이번 20대 대선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늘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 정국은 또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들의 정책 평가와 인물 검증이 한창이어야 할 대선 정국이 비방, 여론몰이, 네거티브 공방으로 뜨겁다.
특히 최근엔 여야 유력 후보들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고발 사주’ 의혹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양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의혹을 끄집어내는 데 열을 올리고, 정책 대결을 위한 TV토론회는 의혹과 과거사를 앞세운 비방전과 난타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여기에 미디어들도 나서 논란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물론 후보들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쳐 도덕적 결함을 가려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때문에 정작 중요한 후보들의 공약과 자질 검증을 위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한지 가려낼 수 있는 건 진흙탕 싸움에서가 아니라 공약과 비전, 자질을 검증하는 논의의 장에서다.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건 네거티브전戰이 아닌 미래 비전이 담긴 공약을 통해서다.
부정ㆍ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건 수사당국에 맡기고, 이제는 건강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할수록 공약의 깊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공약 검증에 소홀한 만큼 민심을 현혹할 포퓰리즘 공약과 구체적 대안 없는 보여주기식 공약, 재탕 공약이 판을 치게 마련이라서다.
부족한 자질을 감추기 위해 되레 네거티브전에 더욱 목을 맨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하나같이 저조한 것도 매번 대선 정국이 공약 검증보다는 진흙탕 싸움으로 끌려가기 때문일지 모른다.
구체적 예산과 재원 마련 방법, 실현 가능성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고 쏟아낸 공약이 그대로 국정과제로 이어지면 공약 이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공약 이행률이 50%를 넘어선 적이 없다.
‘문재인미터(문재인 정부 공약체크 사이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도 4년간의 공약 이행률이 17.5%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 역시 마찬가지다. 진흙탕 싸움 뒤에 숨은 포퓰리즘ㆍ거짓 공약들이 숱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8명의 허황된 공약을 살펴본 이유다. 이들은 정말 실현 가능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지금부터라도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혼동하게 만드는 거짓말을 가려내야 한다.
[※참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종 경선에 오른 이재명ㆍ이낙연ㆍ추미애ㆍ박용진 후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4인은 지지율(9월 24~25일 진행된 코리아정보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순서대로 윤석열ㆍ홍준표ㆍ유승민ㆍ최재형 후보를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4인의 공약 = 먼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후보 4명을 살펴보자. 여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스스로 설계하고 검증한 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다.
하지만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를 설치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결이 다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정교하게 설계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서도 경선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공사는 집값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활용하고, 반대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매입한 주택을 다시 시장에 공급해 집값 상승률을 낮춘다.
쉽게 말해, 시장에 직접 개입해 집값의 과도한 상승과 하락을 막겠다는 거다. 하
지만 이 논리대로 공사가 집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집값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가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도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의 기능에 우려를 표했다.
김원중 건국대(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사가 직접 매매 거래에 뛰어들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한다는 건 시장논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공사를 통한 집값 조정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려면 전국 주택의 최소 10%를 보유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의 시가총액이 572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10%의 물량을 매입하기 위해선 57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관건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느냐는 건데, 이 후보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
문제는 그만한 예산을 투입해도 정책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기 때문에 공사가 원하는 시기에 맞춰 주택을 매입ㆍ매도하기 쉽지 않다.
공사가 거래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사가 미리 주택을 매입해 비축할 수도 없다.
어떤 지역에서,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공사의 사재기가 되레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그널로 읽혀 시장가격을 왜곡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지역ㆍ형태별로 수요와 가격이 천차만별인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주의적”이라면서 “이는 표심만 노리고 실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만이 아니다.
그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이낙연 후보도 허황된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20~30대 남성의 표심을 노린 ‘군필자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공약이 대표적이다.
얼핏 슬로건만 보면 전역하는 군장병에게 3000만원의 자금을 지급한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군장병 스스로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캠프 측에 따르면 이낙연 후보가 제시한 방법은 이렇다.
현재 월 40만원(1개 은행당 최대 가입금액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의 납입한도를 60만원까지 높인다.
그다음엔 문재인 정부가 미처 이행하지 못한 사병 월급 인상 공약을 완수한다.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건데, 이 공약이 이행되면 현재 61만8500원인 월급(병장 기준)은 90만원까지 올라간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여기에 정부지원금(수백만원 예상)을 지급하면 3000만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낙연 후보가 내건 공약에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오인할 여지가 크다는 거다.
그뿐만이 아니라 병장 기준 월급 90만원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8개월이면 1620만원이다.
적금 금리를 감안하더라도 제대할 때까지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건 현실성이 높지 않다.
나머지 금액을 정부가 보전해준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기준 연간 입대 장병 수는 약 24만명이다.
장병 1인당 500만원씩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예산을 마련할 방법은 모호하다.
추미애 후보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국민 안식년 제도’와 ‘사람이 높은 세상(사높세) 수당’도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에 가깝다. 공약의 골자는 이렇다.
“국민 1인당 언제든 쓸 수 있는 안식년을 3회 제공한다.
안식년 중엔 매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지급한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기업의 반발이 거셀 공산이 크다. 심지어 자영업자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추미애 캠프 관계자는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공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고, 인센티브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거나 다름없다.
문제는 또 있다.
원할 때면 언제든 안식년을 쓸 수 있다면 연간 지출되는 ‘사높세’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캠프 측은 국내 인구를 연령대별로 취업 대기층, 중장년층, 노년층으로 구분해 계층별 연간 20만명씩 안식년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연간 60만명에게 지급해야 할 ‘사높세’는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국민자산 5억원 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박용진 후보의 공약도 말의 성찬盛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박 후보가 내건 공약의 핵심은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공단을 통합해 연간 7%의 수익률을 내는 국부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매월 50만원씩 넣으면 30년 뒤엔 5억원가량(원금 1억8000만원ㆍ이자 4억3354만원)의 자산이 모인다.
하지만 이 공약엔 두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 먼저 연간 7%의 수익률을 꾸준히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KIC 국부펀드와 국민연금의 누적 연간 수익률은 각각 5.2%, 6.3%다. 그마저도 2019~2020년 주식시장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덕분에 수치가 개선된 결과다.
둘째 결함은 월 50만원이다. 연간 수익률 7%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30년 뒤에 5억원을 만들려면 매월 50만원의 돈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매월 50만원을 납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3분위 이상은 돼야 매월 50만원 이상의 여윳돈이 남는다.
소득 1분위ㆍ2분위 가구는 한달 소득에서 지출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각각 -34만원, 32만원이다.
소득이 높아야만 누릴 수 있는 공약인 셈이다.
■국민의힘 4인의 공약 =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는 유독 부동산 공약이 눈에 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청년원가주택’과 홍준표 후보의 ‘쿼터 아파트’ 공약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을 받자, 민심을 잡고자 부동산 정책부터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비슷한 듯 다른 부동산 공약을 들여다보면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져서다.
먼저 윤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가구에게 건설 원가로 제공하는 맞춤형 분양주택으로, 매년 6만호씩 총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분양가는 일반 공공분양아파트 대비 10~25%, 시장가격 대비 50%까지 낮춘다.
목돈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분양가의 20%만 내면 나머지 80%는 30년 이상 장기 저리로 지원해준다.
무주택 청년가구를 위한 것이라곤 하나 소득 수준이 낮은 다자녀가구의 40~50대도 분양받을 수 있다. 공급은 3기 신도시 공공택지와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건설원가로 제공한다.
5년 이상 거주한 분양자는 국가에 매각할 수 있는데, 분양가와 더불어 집값이 올랐다면 상승분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다(5년 이내 매각 시 분양가+금리). 매매 수익으로 청년층의 재산형성까지 책임져준다는 거다.
하지만 여기엔 빈틈이 많다.
예산 문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내 경쟁자인 유승민 후보는 이미 “30년간 기회비용을 포함해 국가 재정이 1879조원이나 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예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표심을 노리고 숫자로 희망만 주는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저렴하다고 좋은 집이 아니다.
주변 시설과 인프라까지 갖춰야 살 만한 곳이 된다. 아파트는 원가로 공급한다고 해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은 얼마나, 어떻게 조달할지 의문이다.
주변 환경이 낙후되거나 가격을 방어하지 못하면 ‘저가주택’이라는 낙인이 생겨 되레 수요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
청년원가주택이 포퓰리즘 공약에 가까운 이유는 또 있다.
수요자의 입장에 서지 않은 정책이라서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매매 차익의 70%까지 보전하는 게 공급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시장 논리에는 맞지 않다”며 “매매 시 이익의 30%나 포기해야 하는 주택이 수요자에게 매력적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이 오는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4명의 최종 경선후보를 선출한다.
[사진=뉴시스]
홍준표 후보의 부동산 정책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홍 후보의 핵심 부동산 정책은 시세의 반값도 아닌, 무려 4분의 1까지 낮춘다는 ‘쿼터 아파트’다.
서울 강북지역에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쿼터 아파트를 만든다는 거다.
홍 후보는 토지 국유화로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제도를 가진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참고: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 소유권은 정부가 갖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다. 분양자는 건물가격과 별도로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선 싱가포르와 같은 방식은 어려우니, 재개발 지역의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활용하고 용적률 규제를 풀어 초고층ㆍ고밀도 개발로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홍 후보는 공약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3.3㎡(약 1평)당 1000만원대 이하 아파트도 공급할 수 있다”며 “서민의 꿈인 내집 마련이 쉬워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민의 꿈’을 이뤄준다는 홍 후보의 말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이 낮다”며 “토지를 마련할 방법부터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 강북에 정부가 개발할 만한 국공유지가 얼마나 되겠냐”며 “재원 마련도 쉽지 않겠지만 일단 쿼터 아파트를 올릴 만한 곳이 없다”고 역설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내놓은 정책이란 거다.
토지임대부나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은 인기가 없는 데다 ‘로또 아파트’ 양산 등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라고 짚었다.
더불어 “용적률을 높이는 건 이론적으론 되겠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며 “국내에선 일조권 침해 등으로 분쟁이 잦아 건물을 쉽게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후보는 20~30대 남성의 표를 겨냥한 맞춤 공약을 꺼내들었다.
이른바 ‘한국형 G.I.Bill(미국 제대군인원호법)’이다.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주택 청약ㆍ분양 가점을 주고, 대학 장학금 우대, 복무기간 경력 인정을 의무화하는 등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군가산점 제도는 이미 20년 전에 위헌판결이 난 제도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위헌 판정을 내렸고, 그 결과 2001년 사라졌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맥락에서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만 가점과 혜택을 주겠다는 유 후보의 공약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설사 법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젠더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 해체라는 강수를 띄운 최재형 후보는 ‘상속세 폐지’ 카드를 꺼냈다.
최 후보는 “표가 떨어질까 봐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되레 하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더 크다.
“사실상 상속세 폐지는 양극화를 유발하는 부자감세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 후보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누진세율을 높이겠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미 정착해 있는 상속세를 없애고 누진세율을 높인다면 더 큰 조세저항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후보가 상속세 폐지 공약을 내건 이후 최 후보를 지지한다던 의원들이 하나둘씩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검증대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논란의 중심에 놓인 셈이다.
거짓ㆍ포퓰리즘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하고 진흙탕 싸움에 목을 매는 건 여권이나 야권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거짓ㆍ포퓰리즘 공약은 언젠가 드러날 얄팍한 노림수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5개월, 누가 차기 대권을 잡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향방을 가르는 건 진흙탕 싸움의 승패가 아닌 진실성 있는 공약이어야 한다. 이번만은 그래야 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heartbring@thescoopco.kr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1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TV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가 쓰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손바닥 '王' 자, 마귀...혼탁한 대선에 저질 논란까지
대선 정국의 혼탁한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주요 주자들에 대한 여러 의혹 제기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막말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모자라 부적과 주술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전이 될 것이란 얘기가 괜한 우려가 아니다.
1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5차 TV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의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가 적힌 모습이 포착됐다.
윤 후보 측은 “지지자가 응원차 써준 것인데 지우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무속 신앙에서 사용되는 부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3·4차 TV토론 영상에서도 윤 후보 손바닥에 ‘왕’ 자가 쓰여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잡음은 더욱 커졌다. 홍준표 후보는 무속인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부적선거’ ‘주술선거’라고 맹공을 가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홍판표였던 홍준표 후보의 현재 이름은 역술인이 지어준 것이란 걸 잊었느냐”라며 역공을 폈다.
국민의힘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는 두 후보 측이 이런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대선 정치판의 심각한 퇴행에 다름없다.
윤 후보 측 해명대로 지지자가 써준 글이라 하더라도 손바닥에 ‘왕’ 자를 그대로 남겨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진흙탕 싸움으로 물타기를 할 게 아니라 성실한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특혜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마귀’를 거론한 것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공동개발을 했다”며 수천억 원의 이익을 올린 화천대유 측을 ‘마귀’로 지칭했다.
화천대유의 천문학적 수익을 가능케 한, 그 수익 배분 구조를 만든 장본인이 이 지사와 성남시다.
자극적이고 미신적인 용어로 책임을 덮을 순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판의 수준이 너무 떨어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을 정치권은 심각하게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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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힘 의원들은 5일 세종시 환경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환노위 국감에서 '특검을 거부
하는 자가 범인이다',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나왔다. / 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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