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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日재계 핵폭탄급' 도시바 분할의 칼끝, 한국 겨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시바 도쿄 본사 건물.ⓒ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도시바 본사(사진=AFP)

 

 

 

 

 

 

 

 

 

'日재계 핵폭탄급' 도시바 분할의 칼끝, 한국 겨눈다

 

 

日에 밀린 美, 기업분할로 GAFA 탄생시켜
"소니·도시바도 韓에 밀린 2000년대 분할했어야"
日기업인 '소규모·고성장'보다 '대규모·저성장' 선호
도시바 분할안, 日재계 풍토 부수는 첫걸음

 

 

 

1960년대 일본 기업에 패한 미국 기업들이 했던 것처럼 일본의 전자기업들도 한국과 경쟁에서 패한 2000년대 기업분할에 나서야 했다."

전자기업 전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년 전부터 일본 전자 대기업 해체를 주장한 사토 후미오 산업창성어드바이저리 대표의 말이다. 

 

사토 대표의 20년 비원이 지난 12일 이뤄졌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도시바를 3개 회사로 분할하고 2023년 하반기 각각 상장한다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다.

 도시바를 인프라서비스와 디바이스, 남은 도시바 그룹(도시바 반도체) 등 3개 회사로 나누는 것이 분할안의 핵심이다. 

 

 ◆분할 비용만 1000억원 이상

인프라서비스는 풍력발전, 철도, 배터리 사업 등을 담당한다.

디바이스는 전자제품의 에너지절약 기능을 좌우하는 파워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기억장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생산한다.

 

인프라서비스와 디바이스를 떼어내고 남은 도시바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키오시아홀딩스 지분 40%와 오피스 기기 사업을 담당하는 상장 자회사 도시바테크의 주식을 보유한다.

 

 

 

 

 

 

 

 

 

 

 

 

 

올해 도시바의 매출은 3조544억엔(약 32조원)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인프라서비스가 2조900억엔, 디바이스가 8700억엔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두 사업부를 뺀 기존 도시바의 매출은 단순 계산으로 매출 944억엔짜리 회사가 된다.

도시바는 내년 1분기 중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기존 주주들에게는 도시바 1주에 대해 인프라서비스, 디바이스, 도시바 반도체 등 3개 회사의 주식을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3개 회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해서 비율에 따라 도시바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인프라서비스의 가치가 60, 디바이스가 30, 도시바 반도체가 10으로 평가됐다면 도시바 주식 100주를 가진 투자자에게 인프라서비스 주식 60주, 디바이스 주식 30주, 도시바 반도체 주식 10주를 주고 기존 도시바 주식 100주를 받아 소각하게 된다.

 

 

 

 

 

 

 

 

 

올해 3월말 기준 도시바는 29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주주는 22만8528명에 달한다.

도시바 산하의 모든 기업 가치를 평가해서 23만명의 주주들에게 비율대로 나눠주는 비용은 100억엔 이상으로 예상된다.

 

 ◆비행기와 배가 함께 달리는 경영

일본인들에게 도시바는 각별한 기업이다. 

1875년 창업한 이 회사는 1960년 일본 최초의 컬러TV, 1985년 세계 최초의 노트북 등을 개발한 회사다.

일본인의 생활은 물론 세계인의 생활을 바꿔놓은 기업이다.

 

 

 

 

 

 

 

 

 

 

 

이 회사의 분할이 일본 재계에 던지는 의미는 핵폭탄급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도시바 분할이 일본 종합전자회사 시대의 폐막을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종합전자회사는 1980년대 세계를 제패했다.

이 회사들은 원자력발전소부터, 건전지,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문어발 확장을 계속했다.

 

복합기업, 종합전자회사 시대의 개막이다.

복합기업은 일본 경제를 미국에 맞먹는 경제대국으로 이끄는데 공헌했다.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 일부 사업의 업황이 나빠져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의 규모도 늘어나고, 수익이 커질 수록 보다 큰 규모의 설비투자가 가능했다. 세계를 제패하는 대기업은 인재를 모으기도 쉬웠다.

반면 기업이 너무 커지면서 복합기업의 폐해가 나타났다.

 

워낙 많은 사업을 벌리다보니 각 사업부끼리 시너지 효과를 내는 대신 기업가치를 상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업 전체의 가치가 각 사업부의 기업가치 합보다 작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A,B,C 사업부의 가치가 각각 1인 'ㄱ그룹'의 가치가 3이 아니라 2.5나 2가 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각 사업부 가치의 합보다 적게 평가되면서 주가도 부진한 현상을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도시바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사업마다 특성이 다른데 제각각인 사업을 한번에 경영하려니 경영판단도 늦어지기 일쑤였다.

 

인프라서비스 사업부는 전력회사나 지방자치단체 등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부문이다.

반면 디바이스 사업부는 단기적인 시황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고 그때마다 거액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도시바는 비행기와 배를 묶어서 함께 달리는 경영을 계속해 온 셈이다.

쓰나카와 사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현상이 장기화하기 전에 반도체 사업부의 설비투자를 반 년 정도 빨리 내렸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복합기업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그런데도 보수적인 일본 경영인들은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 기업분할이 가능하도록 세제를 개정했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고시다카홀딩스라는 중견 기업 1곳뿐이었다. 

 

기쿠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 주식 전략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의 경영자들은 기업분할을 통해 순익이 늘어나는 작은 회사가 되는 것보다 이익률은 낮지만 매출이 큰 기업이 좋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산업성이 500사 이상의 경영자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22%가 "성장성은 없지만 매출에 공헌하는 자회사는 적자를 내지 않는 한 정리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거대 전업기업이 이익률 높아

이런 경영 풍토에서 일본 대표기업 도시바가 기업을 3개로 쪼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른 복합기업들도 뒤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분할된 기업의 주가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기업분할한 회사들로 구성된 S&P미국스핀오프(기업분할)지수는 2006년말 산출을 시작한 이후 5배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3.3배 올랐다.

도쿄증시 1부시장 상장사를 규모별, 다각화정도에 따라 16개 그룹으로 나눠서 분석해도 규모가 크고 문어발 확장을 한 기업일 수록 이익률이 떨어진다. 

 

 

 

 

 

 

 

 

 

 

 

 

매출 500억엔 이하, 최대 사업부의 매출비중이 90% 이상인 '소규모 전업기업'의 12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8.8%였다.

매출이 2조엔 이상이고 최대 사업의 매출비중이 50% 이하인 '거대다각화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체 그룹에서 최저인 3.0%였다.

 

반면 거대기업이면서 전업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로 3번째로 높았다.

바로 분할한 도시바가 여기에 해당된다.

 

2019년 다우듀퐁은 회사를 듀퐁, 다우, 코르테바로 3분할했다.

특수산업재를 담당하는 듀퐁의 시가총액은 줄었지만 소재를 담당하는 다우와 농업을 담당하는 코르테바의 시가총액은 각각 13%, 42% 증가했다.

 

도시바를 시작으로 일본 복합기업들이 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칼끝이 한국을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복합 전기회사 해체론'을 주장하는 사토 산업창성어드바이저리 대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업분할을 했던 시기가 1990년대였다.

 

 

 

 

 

 

 

 

 

 

 

 

1980년대까지 문어발 확장으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일본 기업에 주도권을 넘겨준 시기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에 밀린 미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기업을 분할해 그룹을 해체하고, 자금과 인력을 살아남은 사업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파괴적 혁신의 환경이 만들어졌고,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대표되는 거대 테크기업을 탄생시킨 기반이 됐다. 

사토 대표는 "일본의 전자산업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기업과 경쟁에서 패한 2000년대 미국과 같이 했어야 했다.

 

도시바의 복합기업 해체는 너무 늦었다고 말할수 있지만 반드시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는 길이자 일본 산업부흥의 첫 걸음"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복합기업들이 지금이라도 해체를 해서 경쟁력을 키우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추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남은 과제는 내년 1~3월 임시 주총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다. 이번 분할계획은 '도시바를 3개로 나누겠다'고만 밝혔지 사업분할을 통해 각각의 기업이 어떻게 개선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도시바 지분 50.44%를 보유한 해외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들에게 왜 기업을 나눠야 하고, 그러면 주가가 얼마나 오를 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일본 사업부흥의 첫 걸음'은 한발짝 내딛기도 전에 쓰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Copyrights 한경닷컴, 

 

 

 

 

 

 

 

 

▲도시바 로고가 6월 10일 일본 가와사키에 있는 회사 건물에서 보인다.

가와사키/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시바, 구조 재편 나선다…3사로 분할·상장

 

 

프라·디바이스·반도체로 쪼개 기업가치 향상 시도
일본 대기업 완전 분할 후 상장 첫 사례
“경영 혼란 속 회사 분할 통해 수습 의도” 해석도

 

 

 

일본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가 회사를 주요 사업별로 3개로 분할, 각각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중기 경영 계획 책정 과정에서 사업 분할에 대해 선택지의 하나로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2년 후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 방안은 오는 12일에 발표하는 새로운 중기 경영계획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

만약 이 계획이 확정되면 일본 대기업이 회사를 완전 분할해 상장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는 일본 기업 지배구조 혁신의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재 도시바 주주들은 새로 만들 수 있는 3개 회사의 주식을 각각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각 사업 분야에서 발전 설비와 교통서비스 등을 ‘인프라’로, 하드디스크(HDD)와 전자부품, 전력제어소자 사업 등을 ‘디바이스’로, 반도체 메모리를 ‘반도체’로 각각 나눈다는 복안이다.

최종적으로는 반도체를 디바이스에 포함해 2개 회사로 분할할 가능성도 있다고 닛케이는 부연했다.

 

도시바가 이처럼 분사를 단행하는 이유는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는 복합기업의 가치가 각 사업 가치의 합계보다 낮게 평가되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분할 상장을 통해 각각의 사업에 대해 주주나 투자자들이 가치 판단을 하기 쉬워지면, 개별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분사 시에는 경영 판단을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 인수·합병(M&A), 사업 매각 등 중요한 결정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도시바의 이러한 결정은 일본 내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지주회사하에서 각 사업을 독립회사로 하는 경우는 많지만, 각 사업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상장되는 경우는 없었다.

 

닛케이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경쟁을 극복하기 위한 도시바의 대담한 경영 판단은 일본 산업계에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도시바의 이러한 과감한 결정에는 주주들과의 대립에 따른 경영 혼란이 그 배경에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주주들과의 대립으로 경영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회사 분할이라는 극히 이례적인 수단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임으로써 혼란을 수습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시바는 6년 전 부정회계가 드러났으며, 원자력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로 경영 위기에 빠져 재건을 계속하고 있었다.

 

올해 6월에는 도시바가 지난해 여름 정기 주주총회 인사에서 이사회 멤버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일본 정부와 담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이에 최근 기업 운영을 둘러싸고 주주들과의 대립 또한 눈에 띄고 있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회사가 제안한 인사안이 부결되는 등 경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변효선 기자

 

 

 

 

 

 

9일 일본 도쿄의 한 빌딩에 도시바 로고가 담긴 대형 광고판 앞으로 신호등에 적색불이

들어왔다. 로이터 뉴스1

 

 

 

日 도시바 '3분할' 추진...행동주의 주주 찬성 '미지수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도시바가 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 메모리 등 '3개 분야'로 회사를 분할한 뒤 이를 각각 상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각 사업의 가치에 비해 전체 시가 총액이 낮아지는 이른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일본 대기업이 사업체를 완전 분할해 상장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년전 도시바가 경영난으로 허덕일 당시, 대거 유입된 행동주의 펀드 계열 주주들이 이런 내용의 기업 분할에 동의할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발전설비 등 인프라 △하드디스크 등 디바이스 △반도체 메모리 3개로 나눠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12일 발표할 새 중기 경영계획에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분할, 상장 시기는 2년 후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바그룹 내에는 원자력·화력 등 발전설비, 도로·철도 등 교통 시스템, 엘리베이터·에어컨,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 하드디스크구동장치(HDD), 반도체 등 그룹 내 약 300개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조직이 비대화되고 사업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증가하고, 이것이 전체 기업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할을 통해 주주·투자자 등이 각 사업부 가치를 좀 더 효과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복합기업 디스카운트의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보기술(IT)대기업 휴렛 팩커드(HP)와 화학 대기업인 다우 듀폰 등이 그 예다.

도시바의 '3분할안'도 이런 기업들을 참고한 것이다.

2021년 3월(2020년 4월~2021년 3월) 기준 매출액은 3조543억엔(약 31조8500억원)이다.

반도체 메모리 부문은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키옥시아의 주식 보유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분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경우, 도시바의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도 자연히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계산도 내놓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은 2015년 도시바 회계부정 사태, 도시바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파산 등 잇따른 경영난 속에서 대거 유입됐다.

기업 감시와 정당한 주주이익 보호라는 장점도 있으나 사사건건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하면서, 기업 의사결정의 비효율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펀드들이 순순히 도시바 기업 분할에 동의할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도시바 로고. 로이터 뉴스1

 
 
 
 

 

흩어져야 산다"...도시바·GE 기업 분할

 

 

 

도시바, 기업 3분할 방침 확정 
각 사업부 가치의 총합보다 
전체 기업 가치 낮아지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美 GE도 기업 분할 방침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도시바가 회사를 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 메모리 등 3개 분야로 분할한 뒤 상장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도시바라는 전체 기업가치가 각각의 사업가치의 총합보다 낮은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대기업 휴렛 팩커드(HP, 2015년)와 화학 대기업인 다우 듀폰(2019년)에 이어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도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분으로 기업 분할을 발표했다.

 

사업 다각화에 나섰던 기업들의 기업 쪼개기가 글로벌 경영의 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바는 12일 4~9월기(반기)실적 발표회에서 회사를 '3분할' 한다는 중기 경영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도시바 본사는 반도체 대기업인 키오시아 홀딩스 등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로 존속하되, 나머지 발전 등 인프라 서비스 사업과 하드 디스크 등의 디바이스 사업은 독립시켜, 2023년 하반기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의 대기업 가운데 기업 분할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도시바 그룹 내에는 약 300개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조직이 비대화되고 사업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지면서, 이것이 전체 기업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분할은 해체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진화"라고 강조하며, "지난 5개월간 모든 옵션에 대해 논의를 거듭한 결과, 전략적 재편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지었다"고 말했다.

또 "주주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E로고. AP뉴시스

 
 
 
 


지난 2017년 이후 대거 증가한 행동주의 펀드 계열 주주들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도시바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과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시장에서는 분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경우, 도시바의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도 자연히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계산도 내놓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은 2015년 도시바 회계부정 사태, 도시바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파산 등 잇따른 경영난 속에서 대거 유입됐다.

 

기업 감시와 정당한 주주이익 보호라는 장점도 있으나 사사건건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하면서, 기업 의사결정의 비효율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업 다각화에 따른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보기술(IT)대기업 휴렛 팩커드(HP)와 화학 대기업인 다우 듀폰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분할을 실시했으며, 최근 GE도 항공 부분을 제외한 헬스케어 부분(2023년까지), 에너지 부분(2024년 초까지)을 분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사진=REUTERS

 

 

 

 

 

 

 

 

 

해체되는 100년 기업들…GE·J&J·도시바 '분할' 나선 이유

 

 

 

 

100년 역사의 미국과 일본 대기업들이 잇따라 그룹을 쪼개는 해체선언을 했다.

1875년 창업한 일본기업 도시바, 1886년과 1892년 각각 태동한 존슨앤드존슨(J&J),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회계 부정, 제품 위해성 논란 등으로 몇년새 대형 스캔들을 겪었다. 일각에선 빠른 의사 결정이 어려운 전통적 경영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룹 쪼개기'에 나서는 기업이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5년 J&J도 기업 분할

"135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엘렉스 고르스키 J&J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그룹을 두개 사업부로 나누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J&J는 2023년께 제약·의료기기 사업부를 남기고 소비자건강 부문을 떼어내는 기업 분할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혁신 속도를 높이고 사업별 맞춤형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대형 제약사가 그룹 분리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849년 설립된 화이자는 2019년 소비자 건강 부문을 떼어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지난해 그룹을 나눴다.

이들이 내세운 목적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오랜기간 투자하며 파이프라인을 가다듬어야 하는 제약사에게 스킨케어 영양제 등 소비자 헬스케어 제품은 단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캐시카우였다.

 

10%에 미치지 못하는 성공률에 기대 10년 넘게 투자해야 하는 신약과 달리 헬스케어 제품은 트랜드에 민감하다.

한 바구니 안에 두 사업부를 담고 균형을 맞춰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제약사들이 앞다퉈 기업 분할에 나선 배경이다.

 

몸집 줄이기 본격화되나

올해 J&J는 이보다 속내가 복잡하다.

제약 사업부인 얀센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등을 토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활석(탈크) 베이비파우더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앞서 그룹을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 등으로 나누겠다고 발표한 GE, 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 사업부 분할을 결정한 일본의 도시바와 비슷하다.

도시바는 2015년, GE는 2019년 나란히 회계 스캔들에 연루된 뒤 기업 평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J&J는 화이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제약사다.

1990년대 GE는 세계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렸다.

노트북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도시바는 '일본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일본 기업으론 처음으로 그룹을 해체하는 신세가 됐다.

그만큼 이들 기업의 조직개편이 절실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흘 간격으로 그룹 분할을 선언한 이들 기업은 산업혁명 후 선진국 경제 기반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탈바꿈하던 1800년대 후반 태어났다.

일각에선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시대를 마감하고 '몸집 줄이기' 시대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2019년 이후 듀폰,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IBM 등이 그룹 쪼개기에 나섰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빌 조지 선임 연구원은 GE 등의 그룹 해체를 두고 "이것은 대기업의 종말"이라고 평가했다.

 

"IT 공룡 몸집 불리기는 이어질 것" 전망도

 

전통적 제조기업들의 사업 분리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도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도록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어서다.


다음 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쓰리엠(3M)이다.

3M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5.1%로 S&P500 평균의 4분의 1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딘 드레이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기업 구조를 요구 받을 만큼 그룹이 거대한데다 실적이 저조하다"고 전했다.

 

뉴욕대 연구팀이 40여년간 진행된 3만6000건의 인수합병(M&A)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미 대기업들의 인수 거래는 늘어나는 추세다.

메타(옛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등이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화, 소셜커머스, 지속가능성, 메타버스 등 이익이 생길만한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대기업들의 사업 확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출처 뉴시스

 

 

 

 

 

출처=뉴시스

 

 

 

 

애플 로고. 출처=뉴시스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회장 겸 사장. AP뉴시스

 
 
 
 
 

 

시바는 어쩌다 행동주의 펀드 꼭두각시가 됐나

 

 

대기업 최초 3개사 분할
인프라 비즈니스-디바이스-도시바
해체가 아닌 진화 강조했지만 사실상 행동주의 주주 뜻대로
키오시아 상장후 지분매각 이익


전액 주주환원 관철시키고 5년치 영업익까지 요구하기도
경영자 오판이 '원죄'라는데
분식회계 발각,10조 순손실에 돈되던 키오시아 지분 50%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


더불어 6조 넘게 제3자 증자
그때 에피시모 캐피탈 등 공격적 투자자에 지분 넘어가
현재 행동주의 펀드 지분 22%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도요타, 일본제철 등과 함께 일본 재계의 '고산케(御三家, 트로이카)'로 불렸던 도시바가 지난 12일 실적 발표회장에서 총 37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름하여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도시바의 변혁'이다.

핵심은 회사를 3분할로 쪼개겠다는 것이다.

최대 21만명(현재 약 12만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도시바가 창업 146년만에 이제는 '종합 전기 제조업체'라는 간판을 내리겠노라 발표한 것이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스핀오프(분할)는 도시바 재건 방안에 있지도 않았는데, 지난 4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48년 만에 외부에서 영입한 사장으로 이목을 끌었던 금융맨 출신 구루마타니 노부아키가 도시바를 영국계 펀드에 통째로 매각한 뒤 비상장화하는 시나리오를 추진했다가 최대 주주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반발과 압박으로 사임하게 된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의 승인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지난 2017년 상장 폐지의 막다른 골목에서 행동주의 투자 펀드 등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아, 구사일생했으나 도시바가 치르고 있는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
미래 첨단 사업 발굴에 전력투구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지난 5년간 '주주 환원 극대화'를 요구하는 최대 주주그룹, 행동주의 투자가들과의 일전을 벌이느라 우왕좌왕 경영 자원을 소진한 것이다.

 

이 싸움에 가담한 일본 경제산업성조차 "반시장적"이라며 몰아세우는 행동주의 투자가들의 공세에 체면을 구기고, 현재는 관망세다.

이번 분할안의 칼 자루를 쥐고 있는 것 역시 해외 투자 펀드들이다.

행동주의 주주들의 손아귀에 놓인 도시바, 경영 재건의 길은 아직 험난하기만 하다.

 

 

 

 

 

 

 

로이터 뉴스1.

 
 


■'거함 도시바'…쪼갠다고 달라질까

구루마타니가 사실상 쫓겨난 뒤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쓰나가와 사토시 회장 겸 사장(66)은 도시바 분할안을 발표하며 "해체가 아닌, 진화"라고 강조했다.

쓰나가와 회장은 이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라며 자세를 바짝 낮췄다.

그는 총 11분 30초의 발언 중 무려 15차례나 '주주 가치'를 강조했다.

분할안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최종 가부가 확정된다.

'해체냐, 진화냐.' 그 어느쪽이라도 해도, 일본 제1호 세탁기와 냉장고 출시(1930년)로 일본 가전을 선도했으며 세계 2위 반도체 기업의 위용을 자랑하고, 미국의 원전 명가 웨스팅하우스를 손에 넣으며 자신만만했던 '거함 도시바'를 다시 꿈꾸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이미 매출은 과거 7조엔대에서 3조엔대로 축소됐다.

현재 도시바가 내놓은 분할안은 이 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인프라서비스 사업 △디바이스 사업을 분리해, 2023년 하반기 각각 상장하고, 존속법인이 되는 도시바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오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등의 지분을 보유한 채 전체 경영관리에 집중한다는 게 골자다.

인프라 서비스 사업(올해 예상 매출 2조1000억엔, 22조원)은 원전·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시스템, 빌딩 솔루션, 디지털 솔루션, 전지사업으로 구성되며, 디바이스 사업(8700억엔, 9조원)은 전력 반도체, 광반도체, 반도체 제조설비 등이다.

도시바 측은 각각의 사업가치에 비해 시가총액이 제 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발생, 도시바 주가가 눌린 상태이며, 주주들로선 복잡한 사업 구조로 인해 기업이 뭘 하는 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로, 분할을 통해 전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주주와의 소통과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격적으로 기업 분할안이 발표됐으나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분할안이 처음 새어 나온 지난 8일 이후 도시바 주가는 우하향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 16일, 투기적 수준(BB+)인 도시바의 신용등급을 향후 더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관찰대상(크레디트 워치)'로 지정했다.

도쿄 증권가나 도시바 내부에서는 이번 분할안에 대해 도시바가 이른바 '말하는 주주'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 투자가들에게 끌려다닌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이날 도시바 경영진은 '마지막 황금알'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오시아 상장 후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의 '전액'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에 발표한 경영계획에서는 '절반'이었다.

행동주의 주주들의 요구에 물러선 것이다. '배당 인상', '자사주 매입' 등의 요구는 연중 이어지고 있으며, 5년 치 영업이익 전액을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정관변경까지 요구받고 있는 마당이다.

라쿠텐 증권 경제연구소의 도시다 마사유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은 '진화'라고 말하고 있지만, 분사해서 어떻게 성장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게이오대 오바타 세키 교수는 일본 니혼TV에 "행동주의 주주들이 하라는 대로 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분할안은 그들의 이익에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3분할로 한들, 과연 무엇이 바뀌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의 고용만 불안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도 분할안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정부 관방장관은 도시바 분할안에 대해 "도시바는 원전, 반도체 등 주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분할 시에는 몸집이 작아지면서, 해외투자사, 해외 기업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통째로 해외로 팔려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도시바 주주총회장. 로이터 뉴스1

 
 
 
 


■ 행동주의 펀드들은 누구…'원죄'는 경영진

'원죄'가 도시바 경영진에게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오시카 야스아키는 도시바 경영위기가 극에 달했던 2017년 저서 '도시바의 비극'에서 도시바 사태의 원인을 성공에 도취해 책임을 망각했던 무능한 경영진에게 비롯된 것이라고 적었다.

도시바는 지난 2015년 분식회계 발각에 이어 이듬해 무려 3배나 비싸게 주고 샀다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대규모 적자와 파산으로 2017년 3월 결산 당시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였던 9660억엔(10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장폐지 기로에 섰고, 막다른 골목에서 영업이익의 90%가 나왔던 키오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지분 약 50%를 눈물을 머금고,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현재도 여전히 도시바가 40%의 지분을 들고 있으나,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반도체를 해외 세력들에게 내어준 것은 일본 정부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실시한 게 6000억엔(약 6조2600억원) 제3자 증자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약 200억엔(약 2090억원)이란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3주 만에 6000억엔 어치의 주식을 '완판'했는데, 문제는 60개가 넘는 투자사 리스트에 하버드대 기금운용펀드 등과 함께 미국 투자사인 팰러론,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과 에피시모 캐피탈 등의 공격적 투자자들이 대거 포함됐던 것이다.

 

당시 급한 불을 끄기에 바빴던 도시바 경영진들은 이들이 차익을 실현하면 "곧 떠날 것"으로 오판했다고 한다.

그들은 여전히 도시바에서 더 크게 실현할 이익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글로벌 큰 손들이 도시바로 접근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도시바의 외국법인 지분은 50.44%이며, 이 가운데 에피시모 캐피탈(최대 주주, 9.91%) 3D인베스트먼트(7.20%), 팰러론(5.37%)가 도시바 경영진과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약 22.48%가 대표적인 '말하는 주주'들이다.

최대 주주인 에피시모 캐피탈은 1990년대 말, 주주 운동을 벌였던 무라카미 펀드를 본류로 하고 있다.
무라카미 펀드란,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 무라카미 요시아키가 만든 투자사로, 그는 한 때 일본 증권시장에서 '신의 손'으로 불릴 정도의 투자 귀재였으나 호리에 다카후미 전 라이브도어 사장과 결탁해 주식을 매매,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무라카미 펀드 세력들은 싱가포르에 에피시모를 설립, 이를 기반을 두고 공격적으로 투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주주제안으로 이사회를 자기 사람들로 채우고 있으며, 이를 막아서려는 일본 정부의 압박도 여론전으로 뒤집을 정도로 과감하다.

도시바 경영진과 회동을 한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까지 불똥이 튀기도 했다.

 

그들이 선임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도시바 거버넌스 강화위원회는 최근 도시바가 일본 경제산업성과 연계해 주주권한을 침해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 경영진은 "위법한 내용은 없었으나, 시장이 요구하는 윤리에 반한다"며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한국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도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과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어 도시바 사태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다고 할 수 없다.
도시바를 에워싼 행동주의 펀드들이 자진해서 떠나지 않는 한, 이들을 쫓아낼 힘도 명분도, 도시바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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