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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다른 '보물선'은 건졌다.."150조 금괴 보물선" 끝나지않은 의문

 

 

 

게티이미지 뱅크

 

 

 

 

 

전라북도 군산시 고군산군도 해역에서 발견된 청자발 /사진제공=문화재청

 

 

 

 

  2018년 7월26일 신일 그룹의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돈스코이호 모형

뉴시스

 

 

 

다른 '보물선'은 건졌다.."150조 금괴 보물선" 끝나지않은 의문

 

 

# 지난 14일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탐사팀이 바닷속을 탐사해 난파선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유물 200여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유물은 고려청자 125점을 비롯해 분청사기 9점, 백자 49점, 닻돌 3점 등이다.

 

# 제주 한경면 신창리 해역. 중국 남송(南宋·1127~1279)대 유물이 발견된 곳을 중심으로 올해 3차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신창리 수중 유적은 1983년 금제 유물이 발견되면서 존재가 알려진 후 2019년 첫 발굴 조사때 남송대 도자기와 목제 인장 등이 확인됐다.

 

이처럼 국내 해역에선 수중 유물이 계속해서 발견된다.

예로부터 특산물·도자기 같은 물품들을 뱃길을 통해 교역해 왔고, 때때로 물품을 실은 선박이 풍랑 등 여러 이유로 침몰했던 탓이다.

이 중 신안 해저유물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높아진 물품들은 오늘날 ‘수중 보물’로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2018년 7월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201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울릉도 앞바다의 ‘러시아 보물선’ 이야기도 대표적인 해저유물 사건 중 하나다.

침몰한 보물선에 150조 원에 달하는 값어치의 금화와 금괴 5000상자가 실려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한낱 영화 속 내용처럼도 들릴 수 있는 보물선 이야기에 전국이 들떴다.

수중 탐사로 침몰된 배의 모습을 담은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수많은 투자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금괴 150조 원어치 실은 ‘러시아 보물선’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선의 정체는 6200t급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다.

러시아 전쟁영웅 드미트리 돈스코이 대공의 이름을 딴 배는 1905년 5월 29일 울릉도 인근 70㎞ 해상에서 일본 함대에 포위됐다.

 

당시 함장은 배를 일본 해군에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 울릉도 쪽으로 최대한 배를 이동한 뒤 선원들에게 해변으로 갈 것을 명령한 뒤 고의로 배를 침몰시켰다.

돈스코이함이 ‘보물선’으로 불리는 이유는 당시 러시아 발트함대가 상당량의 금화·금괴·골동품을 배에 싣고 다닌 사실이 알려져서다.

 

당시 함대는 기술적 한계 탓에 연료와 식수·보급품 등을 중간중간 항구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원거리 항해를 했다.

여기에 장병들에게 임금도 지급해야 했기에 배에 금화·금괴 등을 실었다고 한다.

 

 

 

 

 

 

 

 

신일그룹이 2018년 7월 1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앞 바다 434m지점에서 러시아

군함인 드리트리 돈스코이호(6200t급)를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침몰 선박

사진. 사진 신일그룹

 

 

 

 

 

 

돈스코이함 침몰 추정 위치

 

 

 

 

오래 전부터 그 존재가 확인돼 왔던 돈스코이호는 2018년 7월 갑자기 세간의 화제가 됐다.

신일그룹이라는 업체가 돈스코이함을 최초로 발견했고, 150조원에 달하는 금괴를 배와 함께 인양해 그 수익금을 투자자들과 나누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인양 비용은 ‘코인’으로…투자자들 몰려들어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 방식은 ‘암호화폐’였다. 신일그룹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향후 돈스코이호를 인양한 뒤 수십 배 이상 수익을 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언뜻 비현실적인 목표처럼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몰려들었다.

 

침몰한 돈스코이호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 사람들은 “코인 1개당 발행 예정 가격은 200원이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면 가격이 1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업체 측 말을 믿었다.

 

 

 

 

 

 

 

신일골드코인 홈페이지에는 2018년 7월 26일 오전 기준 투자자가 12만 여명에 달

다고 명시돼 있다. 신일그룹 홈페이지 화면 캡쳐

 

 

 


하지만 보물선 인양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 또한 과열되는 와중에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신일그룹이 한 편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발굴 보증금 문제였다.

바다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을 승인받기 위해선 작업계획서 등 관련서류와 함께 매장물 추정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신일그룹이 보증금 15조원을 낼 능력이 과연 있느냐는 의혹이다.

 

2017년 신일그룹 감사보고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매출액은 약 925억원, 영업이익은 약 17억원, 유동자산은 약 324억원으로 보증금 15조원을 지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쌓여가는 의혹들…“자본금도 실체도 없는 회사”


신일그룹이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 계획을 발표하기 불과 한 달 전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된 업체여서다. 설립 당시 신일그룹 측은 홈페이지에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회사를 소개했지만 2015년 파산한 신일건업과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불분명했다.

 

계열사라고 소개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골드코인 등도 대부분 법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에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근거 없이 산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업체 측이 나섰다. 당시 신일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어 금괴 가치가 10조 원 수준이라고 낮추는 등 한 발 물러섰고,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발굴허가 신청 서류에는 추정가치를 12억 원이라고 적었다.

정부에 제출한 금액(12억 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보물 값어치를 12만5000배(150조 원)나 부풀린 셈이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맨 오른쪽)이 2018년 7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의혹이 커지자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2018년 8월 7일 신일그룹과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를 비롯해 총 8곳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향후 수사에서 밝혀진 이들의 사기 금액은 115억8000만원에 달했다.

‘보물선 사기’는 진행형?…기획자 행방 오리무중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을 발표한 지 3년 6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물선’이 맞는지조차 불분명한 이 배가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사업을 구상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신일그룹 전 부회장 김모씨는 지난 8월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전 대표이사 허모씨는 징역 4년, 신일그룹 전 대표이사 류모씨는 징역 2년, 돈스코이호 탐사 좌표를 제공한 진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018년 8월 7일 ‘돈스코이호’ 논란을 일으킨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을 압수수색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신일그룹 전 회장 류모(46)씨는 여전히 해외 도피 중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류씨는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베트남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됐었다.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지만 아직까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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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명량대첩로 해역 8차 수중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청자.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고려

청자는 모두 일부가 깨진 형태, 혹은 조각으로 발견됐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야구장 조명 켜도 한 치 앞 안보이는 진도 앞바다, ‘소리’로 유물 찾았다

 

 

 

 

진도 앞바다에서 배의 닻에 매달던 '닻돌'과 고려청자 조각 등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3일 “진도군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제8차 수중발굴조사를 완료했고, 닻돌과 고려청자 조각 60여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명량대첩로 해역 수중발굴조사는 2011년 불법 문화재 도굴범이 적발되며 알려진 진도 울돌목 인근 해역에서 2012년부터 진행돼온 조사다.

 

지금까지 도자기와 전쟁유물 등 1200여점이 발견됐다.

명량대첩이 벌어졌던 울돌목은 조류가 매우 빠르고, 많은 배들이 난파된 기록이 있는 지역이라 해저 유물이 많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뻘 바닥 서해, 수중 시야 0… 야구장 불빛도 무력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는 폭 7m의 탐사장비로 진도 앞바다 300mX200m 구역을

EOS 3D, 씨뮤즈 호.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이번 조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가 개발한 수중 음파탐지시스템(EOS3D)을 처음으로 이용했다.

음파를 이용한 해양조사는 그간 선박 등 큰 물체를 찾는 데에 활용된 적은 있지만, 비교적 크기가 작은 해양 문화재 조사에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하지호 탐사시스템연구실장은 “해외 기술과 장비가 있었지만, 문화재 조사 현장마다 환경이 달라 맞지 않고 수리 및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직접 만들게 됐다.

3D로 구현할 수 있게 정보처리 시스템도 새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지난해 8월 배에 폭 7m의 장비를 매달고 바다 위 300m×200m 면적을 4~5일에 걸쳐 훑은 결과 바다 아래 가라앉은 물체가 있는 지점 40곳을 특정했다.

이 자료를 넘겨받은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총 80일간 8명이 하루 두 번씩 잠수해 40곳 중 2곳에서 문화재를 발견했다.

나머지 38곳은 바위, 혹은 직경 4~5m로 거대하게 엉킨 폐어구 등이었다.

 

 

 

 

 

 

 

2021 명량대첩로 해역 8차 수중발굴조사 현장. 흙더미에서 흙을 떼어가며 유물을

확인한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뻘 바닥 때문에 시야가 흐린 서해안이라 음파탐지 장비로 조사 구역을 좁혔던 게 큰 도움이 됐다.

현장조사 및 잠수에 직접 참여한 노경정 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보통 다이버들이 960럭스짜리 강한 라이트 한 개를 차고 들어가는데, 이 일대는 두 개를 차고 들어가도 5m 떨어진 사람의 불빛도 안 보일 정도로 이 일대는 수중 시야가 거의 0에 가깝다”며

 

“앞에 있는 물체에 얼굴을 들이대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 수중조사가 힘든 환경인데 사전 조사로 다이빙 지점을 잡는 것만으로도 수중조사의 효율을 최소 수백 배 올려줬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경기 외야의 밝기가 약 1000럭스인데, 최소 야구장 불빛보다 더 밝은 조명을 달고 들어가는 셈이다.

 

 

 
 
 

2021 명량대첩로 해역 8차 수중발굴조사. 초음파로 탐지한 흙더미를 떼어가며 문화재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지금까지 '우연'에 기댄 해저유물, 보고 찾을 수 있게 됐다"

 

 

닻돌. 명량해역로 8차 수중유물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닻돌. 나무로 된 닻에 무게를

더하는 역할이다.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유물은 나무 닻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 사용했던 돌인 ‘닻돌’과 훼손된 청자가 전부지만, 해양문화재연구소 측은 앞으로 기술을 활용해 조사 성과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해남 강진은 고려시대에 고급 청자 가마터가 있던 곳인데. 완성된 청자를 개경으로 옮기려면 울돌목을 지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 해저에 묻힌 유물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양 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만한 지점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전부였다. 1976년 ‘신안 보물선’으로 알려진 선박도 어부가 도자기를 건져올린 위치에서 시작했고, 2011년 ‘진도 오류리 해역’도 해저유물 도굴단이 붙잡히면서 알려진 위치다.

 

노경정 연구사는 “현실적으로 사람이 다 조사할 수 없는,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의 구역이라 유물 발견 신고가 들어온 지점에 가서 확인하는 것만도 벅찼던 환경”이라며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더 넓은 영역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해남 진산리 청자생산지에서 발굴된 유물

 
 
 
 
 
 
 
 

군산 십이동파도 해저출수유물

 

 

 

 

 

 

남 진산리 청자요지

 

 

군산 앞바다에 보물선?…청자·백자 등 유물 무더기 발견

 

 

 
 

전라북도 군산시 고군산군도 해역에서 난파된 고선박 흔적과 고려청자, 분청사지, 백자 등 200점 가량의 유물이 발견됐다.
14일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21년 고군산군도 해역 일원에 대한 수중문화재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탐사 결과에 따르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곳에서 고려청자 125점, 분청사기 9점, 백자 49점, 닻돌 3점 등 200점 가량의 유물을 발견했다.

81점의 청자발과 접시는 다발로 포개진 선적 화물형태로 발견됐다.

 

파될 당시 유실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로 만든 닻, 노, 닻돌 등 배에 쓰이는 선구들도 함께 발견됐다.연구소는 정황상 조사 해역 인근에 난파된 고선박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1872년 만경현에서 편찬한 '고군산진 지도'에 이 해역은 '조운선을 비롯해 바람을 피하거나 바람을 기다리는 선박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기록돼 있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에 집필한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따르면 조사 해역 내 선유도는 고려로 오는 송나라 사신이 묵었던 객관인 군산정이 있었던 곳으로, 과거에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선박들의 중간 기착지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소는 고선박 존재 여부와 유물 확인 및 추가 수습을 위해 내년 정밀 발굴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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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진산리 청자요지 폐기장에서 발견된 청자 파편

 

 

 

 

 

태안 마도 바닷속에서 건진 청자유물

 

 

 

 

 

인지부조화 신념을 바꾸는 것보다 함리화가 더 쉽다

Jesus RoCha on Unsplash

 

 

 

보물선 인양 사기극이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유

 

 

 

창피함이 자기파괴를 가져온다

 

페스팅어는 대학생 파트 타이머를 모아서 약 한 시간 동안 필름 버리는 일을 시켰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단순 노동이다.

이후 그는 "다음 교대자들이 오면, 이 일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거짓말을 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이 대가로 두 그룹에게 각각 20불과 1달러를 주기로 했다.


실험이 끝난 후에 인터뷰가 이어진다. 20불을 받은 그룹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필름 버리는 일은 되게 재미가 없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1불을 받은 그룹은 실험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고 공격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왜 그럴까?

 

겨우 1달러를 받으려고 내가 거짓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몹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겨우 1000원 밖에 안 되는 푼돈 때문에!

이렇듯 부조화의 간극이 클 수록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쉽게 속인다.

수치심은 때때로 우리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투자에서 인지부조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손실의 굴욕감은 매각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다.

심각한 재무정보에 눈을 감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계속되는 적자 행진과 급격히 늘어나는 부채,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 등을 애써 무시한다.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자기자신을 기만한다.

투자가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모순의 격차가 커질 수록 인지불협화의 늪에 빠지기 쉽다.

 

특히나 학식이 높은 사람이거나 고위직에 있는 인물,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 고소득 전문직종에 속한 이들이 그러하다.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인데 고작 이 땡전 몇 푼에...', '내 사회적 위치가 어느 정도인데 진짜 쪽팔리게...' 이와 같은 창피함,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생각이 부조화를 키운다. 당연히 투자 포트폴리오는 박살이 난다.

 

인지부조화는 새로운 정보를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편집하여 저장케 한다. 그래서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고 눈 뜬 장님이 되어 버린다. 

 

 

 

금장식한 말 안장 중앙박물관 소재의 신라시대 보물  이상현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힘들었던 과거의 일도 추억으로 남는다.

인지부조화는 지난 날의 초라했던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자기 자신은 꽤 괜찮은 수익을 낸 것으로 기억을 바꿔버린다.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돈을 잃는다.

 

반성적인 두뇌의 작동을 애써 눈감아 버리므로 어리석은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 속 된 말을 쓰자면 호구인 셈이다.
2000년 초 IT 버블이 터지면서 갑작스레 보물선 인양 소식이 증시에 돌았다.

 

러일전쟁 때 울릉도 해역에 침몰한 함선에 150조원 규모의 금괴가 묻혀있다는 뉴스였다.

당시 보물선의 위치를 확인한 동아건설의 주가는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어리석은 투기꾼들이 몰려들었지만 '인양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고 이듬해 2001년 3월에 상장폐지 되었다.

일확천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2001년 1월에는 삼애인더스트리가 또다시 보물선 인양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전남 죽도 해저에 침몰한 일본 군함의 금괴였다.

역시 주가는 속등하여 7배나 뛰었으나 회장의 구속과 더불어 2002년 상장폐지로 끝났다.

이 다단계 사기극에 빠져든 개인들은 거짓이 밝혀졌음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보물선을 믿고 있으며 언젠가 금의환향하게 될 것이라 여긴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다. 2018년에는 싱가포르의 신일그룹이라는 탈을 쓰고 재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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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