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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러, 우크라 사태로 美·유럽 분열 획책..제국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러시아 해군 호위함 고르시코프제독함에서 지난달 10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이 발사돼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러시아 해군 홈페이지 

 

 

 

 

 

 

지난 1일(현지 시각) 인공위성에 포착된 우크라이나 인근 국경의 모습. 러시아 전차와

자주포·야포 등 대규모 군 병력과 장비가 집결해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 우크라 사태로 美·유럽 분열 획책..제국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러시아의 역습..푸틴, 무엇을 노리나
美 우크라 지원하자, 러 기다렸다는 듯 강력 대응
유럽서 美의 일극주의와 독·프 다극주의 이해 충돌


美, 우크라 즉각 나토 가맹 통해 대러전선 동진 희망
독·프는 서구와 이질감 큰 우크라 즉각 가입 미온적
러, 군사·에너지 앞세워 美·유럽 틈 벌리기 주력
서방이 때릴수록 높아지는 지지율.. '푸틴 패러독스'

 

 

 

 

◆러시아 벼랑끝 전술로 군사적 위기 고조

 

─현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의 대응은 어떠한가.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군사지원을 현저히 강화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NT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 러시아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민첩하게, 그리고 초강경 모드로 맞대응했다.

 

역대급 대규모 군 기동훈련을 전개했고 서구가 보란 듯이 방어불능의 최신형 마하9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 발사시험 성공 장면을 수시로 송출했다.

우크라이나를 에워싼 접경 지역에 정예병력 10만여명을 촘촘하게 집결시키고 속전속결로 침공할 채비도 갖추었다.

 

강한 근육질의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나토에 대한 경고와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겁박한 것이다.

예전과 달리 크렘린은 벼랑 끝 대치형세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불신과 나토의 동진 차단 

─러시아가 벼랑 끝 대치에 나서는 배경은.

 

“알다시피 무엇보다 나토의 무차별 동진 팽창에 대한 강력한 차단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바이든·푸틴 대통령은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50분간 화상통화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러시아 군사력의 집중 배치에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반면 푸틴은 군사적 긴장 해소의 전제조건으로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안(案)을 수용하라고 거꾸로 압박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자위적 조치, 즉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안전보장안의 핵심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 금지와 러시아 인근 동구권 나토 회원국에 타격용 공격 무기 배치 방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법적 보장 요구로 집약된다.” 

 

 

 

 

 

 

 

러시아군 전차가 지난달 14일 러시아 남부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로스토프

카다모프스키 사격장 실시된 군사훈련 중 이동하고 있다. 로스토프=AP연합뉴스

 

 

 

─강대국 러시아가 안전보장안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토가 러시아의 세력권을 인정하고 안보를 위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법적으로 보장하라는 소위 안전보장안의 요구는 미국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소련제국이 몰락을 향해 치닫던 1990년 9월 당시 KGB(국가안보위원회) 요원으로 동독에서 근무했던 푸틴의 뇌리에는 미국의 약속 파기 트라우마가 강렬히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 2(동서독)+4(미국·소련·영국·프랑스) 형태의 독일 통일협정 체결을 현장에서 생생히 목도했다.

협정은 동서독과 미·소·영·불 4개국이 분단된 독일을 통일시키고 동독 주둔 소련군은 철수한다는 합의 문안을 담고 있다.

 

덧붙여 미국은 소련을 안심시키기 위해 통일된 독일의 경계선 동쪽 밖으로 나토의 영향력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도 함께한다.

당시 했던 나토 확장 방지 약속은 러시아가 얼마 전 공개한 옐친─클린턴 기밀해제문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소련이어 러시아연방 해체 위기감

─그런데 이후에도 나토는 확대됐다.

 

“그렇다. 미국의 언약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바르샤바 조약기구(WTO)가 와해하자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8년 뒤 미국은 나토를 앞세워 소련의 몰락이 남긴 힘의 진공 지대로 동진을 시작했다.

파죽지세의 기세로 옛 동구권 국가들, 즉 크렘린의 전통적 세력권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갔다.

 

모스크바의 반발과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워싱턴은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나토에 가입시켰다.

2004년에는 불가리아, 슬로바키아뿐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선을 접한 발트 3국까지 나토 회원국이 되었다.

 

특히 옛 소련의 일원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편입은 러시아의 안마당까지 나토가 진출했음을 의미한다.

크렘린 입장에서 접경국 발트 3국에 나토군의 배치와 전투기들의 잦은 출몰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러시아가 긴장할 수밖에 없겠다.

“러시아의 급소인 우크라이나까지 나토가 똬리를 틀 경우 등골이 오싹해진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세력권 이탈은 레닌이 언급한 “머리를 잃는 것” 이상이다.

러시아 부활을 견인하는 중요한 물적 토대의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방과의 완충지대마저 상실함으로써 안보적 위협을 항구화한다.

 

또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를 동쪽으로 후퇴시켜 ‘러시아의 아시아화’를 가속하며 전략적 고립도 심화시킨다.

상황 여부에 따라서는 소비에트연방에 이어 러시아연방 해체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크렘린 전략가들은 서구의 대러 봉쇄정책 최종 종착지를 러시아연방의 분열과 와해로 상정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배수진을 치고 결사저지의 군사적 도발을 자행하는 이유다.”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병력을 태운 러시아

장거리 수송기가 지난 7일 소요 사태가 발생한 카자흐스탄으로 향하기 위해 모스크바

치칼로프스키비행장을 이륙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미국 민주당 정부에 대한 구원(舊怨)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러 갈등이 더욱 부각된다. 

“푸틴의 초강경 대응에는 미국 민주당 정부에 대한 보복적 차원의 구원(舊怨)도 깔려있다.

전통적으로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 서구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했던 민주당 정부는 권위주의 및 독재 체제에 단호하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을 뿐 아니라 관여정책을 통해 탈(脫)러시아 민주화 세력을 배후에서 암암리에 지원해왔다.

 

실제로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색깔혁명’ 또는 ‘과일혁명’으로 표현되는 친러시아 권위주의 체제 타도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2003년 조지아에서 장미혁명이 시작된 이래 이듬해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 레몬혁명, 2009년 몰도바 포도혁명이 도미노 현상처럼 일어났다.

 

크렘린은 연이은 색깔혁명의 배후에 CIS지역 국가들의 권위주의 정부를 전복하고 자유주의적·친서방적 정부로 교체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다고 보았다.

 

2011년 러시아 총선과 그 이후 불곰국 전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반푸틴 시위도 같은 선상에서 파악했다.

2022년 새해 벽두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크렘린은 인식한다.”

─결국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갈등이 더 격화됐다는 의미인가. 

 

“푸틴 대통령이 배타적 세력권으로 간주하는 CIS 국가들에 대한 탈러시아 선무공작과 심지어 자신을 악마화하는 미국 민주당 정부에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이후 푸틴이 한동안 축전을 보내지 않은 유일한 강대국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튼 러시아의 공세적 대응에는 CIS에서의 색깔혁명과 자국 내 반정부·반푸틴 세력을 지원하고 사주한 미국 민주당 정부에 대한 원한도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시아, 미국과 EU의 틈 벌리기 전략 나서

 

─러시아가 일전불사의 형태로 대응하는 배경에는 또 무엇이 있나.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자극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가 있듯이, 크렘린의 강대강 대치 역시 다양한 전략적 포석을 담고 있다.

우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분리 의도를 지적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품 안에서 떼어내려 한다면, 러시아 역시 미국과 EU 사이에 틈을 만들어 그 간극을 벌리는 계략을 구사한다.

러시아의 책략은 서구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일종의 살라미 전술로 설명할 수 있다.

 

유럽의 안보 주도권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EU 사이의 이해충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다.”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서구의 총공세에 고강도 군사력의 시위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에너지 무기화로 맞서고 있다.

만성적인 원유 및 천연가스의 부족은 유럽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급소를 이용해 맞춤형 분리대응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과 안보 협상은 나토의 맹주인 미국을 대상으로 하고, 에너지 무기화는 유럽연합의 주도국 독일과 프랑스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미국이 유럽의 안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다시 말해 유럽의 안보 구조를 결정하는 협상에 EU가 관객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마뜩잖은 입장이고, 미국 역시 유럽연합의 독자노선과 러시아·독일의 에너지 동맹에 불만이 많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주임교수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강연하고 있다. 홍완석 교수 제공

 

 

 

◆서방, 미국 대 독일·프랑스로 분화 조짐

─한국에서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나토로 맺어진 동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냉전 종식 이후, 특히 21세기에 접어들어 국제사회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세력관계 변화는 미국과 EU 사이의 지정학적 협력의 균열이다.

흔히 서방으로 통칭하지만 미국과 EU 사이의 결집력이 점차 이완되고 있다.

 

미국은 유라시아에서 일극(一極)우위적 패권 질서를 공고히 하려고 하지만, EU는 탈냉전시대 친미, 미국추수(追隨)외교노선에서 벗어나 독자적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EU와 나토의 동진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유럽의 질서를 놓고 미국과 독일·프랑스 사이에서 미묘한 주도권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유로화의 탄생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잠식해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미국의 유럽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EU가 서서히 미국의 도전세력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워싱턴의 대(對)EU정책의 핵심은 유럽의 응집력 약화, 즉 ‘분열시키기’로 설명할 수 있다.

말하자면 유럽이 미국의 대항세력이 되기 위해 다수의 국가를 규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고, EU의 정책을 미국의 지도력에 기반한 외교정책의 명령에 따르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친미 성향의 우크라이나를 조속히 EU와 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은 워싱턴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된다.

하지만 유럽합중국 탄생의 두 주역 독일과 프랑스의 생각은 다르다.

 

이 유럽연합의 쌍두마차는 “가장 유럽적인 유럽의 구현”, 뒤집어 해석하면 “미국적이지 않은 유럽통합”을 근본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나아가 독일과 프랑스가 견인하는 EU를 미국과 경쟁이 가능한 다극(多極)세계의 독자적 극으로 만들고자 한다.” 

 

◆미국과는 다른 EU의 우크라이나 정책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미국과 독일·프랑스의 시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연합의 중심부 세력이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EU·나토 가입 수용에 적극적일 리 없다.

우크라이나의 EU·나토 즉각 가입은 유럽 대륙에서 미국의 패권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 자체도 (서유럽과 달리) 몽골타타르의 유산을 물려받은 차르 왕조와 소련 정치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럽통합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불필요하게 러시아의 강력한 반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2008년 4월 루마니아에서 개최된 나토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적극적 지원으로 나토 편입의 전단계인 회원국행동계획(Membership Action Plan·MA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비협조로 승인되지 못했으며 이런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추구하는 정책의 핵심은 당분간 현상유지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일성 보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친유럽을 유도하는 선에서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남겨두는 것이다.”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 벨라루스 공수부대원들이

소요 사태가 발생한 카자흐스탄에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도착해 수송기에서 내려서

이동하는 사진을 러시아 국방부가 8일 배포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러시아의 미국·유럽 분열전략 효과발휘 

 

─러시아의 미국·유럽 분열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나. 

“미국과 EU 간 미묘한 균열을 포착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러시아의 영민한 투트랙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유럽의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에 정작 유럽연합은 배제된 채 미·러가 주도하자 EU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는 당장 EU의 반발을 사겠지만, 결국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대체불가의 에너지원(源)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러시아봉쇄 정책에 EU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이 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나 군사적 대응의 수위와 강도를 놓고도 EU 내 이해당사국간 견해가 크다.

에너지, 교역, 안보문제 등에서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밀접히 얽혀있는  EU의 핵심 구성국은 대체로 경고성 대응과 더불어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

 

반면 미국과 공러(恐露)의식이 강한 친미성향의 중·동부유럽 회원국은 고강도 경제제재와 함께 선제적 군사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친다.

얽히고설킨 유럽의 지정학적 현실은 강온 세력 간 합의점 도출을 어렵게 하고 공고한 단일대오 형성을 방해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시각차가 러시아의 강경 대응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강경 대응 이면에는 유라시아 지도 다시 그리기, 즉 러시아의 재팽창 야망도 일정수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러시아의 위세적 대응은 나토의 동진에 대한 전면 강압 수비에서 공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소련시대를 연상시키는 러시아의 공세적 강공책은 힘으로 정의되는 국력에 기초한 고양된 자신감의 발로로 해석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 집권 후 러시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 같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하루아침에 국제질서의 들러리로 추락한 러시아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은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크게 향상되었다.

푸틴시대 러시아는 정치 안정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2013년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 8위 규모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푸틴은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재건”을 외쳤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힘(Power)과 영향력(Influence)의 외부투사를 서서히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소련 해체 이후 중단했던 러시아 전폭기의 역외 정찰활동 재개, 세계 전역에서 해상군사훈련 강화, 조지아에 대한 무력 공격, 쿠바·베트남·베네수엘라·시리아·이집트 등지로의 해외군사기지 확대, 폴란드와 접한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최신형 이스칸데르 전술미사일 배치, 시리아 사태와 이란 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 등을 비롯해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병합과 돈바스 반군 지원 등이 적절한 사례에 해당한다.” 

 

 

 

 

 

 

 

러시아군 장갑차가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일원으로

소요 사태가 발생한 카자흐스탄에 보내지기 위해 수송기에 실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 러시아의 지정학적 반격

 

─러시아 대외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푸틴의 러시아가 추구하는 대외정책은 국제세력관계에서 전략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다극적 세계의 독자적 한 극으로서의 국제적 지위와 위상을 확보하고 러시아의 역사적, 배타적, 전통적 세력권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는 ‘유라시아 강대국노선’이라는 표현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 대외노선이 지향하는 최우선적 정책목표는 과거 소련의 공간으로서 러시아의 고유한 세력권으로 인식되는 '근외(近外) 지역'에서 러시아 주도의 경제통합과 정치군사적 우위를 공고히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영토의 서쪽 날개를 향한 ‘지정학적 반격’, 즉 기회가 되는대로 전통적 세력권인 중동부 유럽을 향해 서서히 영향력을 회복해가는 것이다.

 

그 반격의 첫 신호탄이 2008년 조지아 전쟁이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과 크림반도의 전격 귀속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2015년 중동지역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 복구를 위한 시리아 내전 개입은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시도된 역외 군사력 투사로 기록된다.” 

 

◆국가안보 불안과 제국부활 열망 자극해 지지도 끌어올리는 푸틴

─외교정책에 영향을 주는 러시아의 국내 정치 상황은 어떠한가.

 

“러시아가 나토에 강하게 맞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추락한 푸틴의 지지율 제고와도 연동되어 있다.

2020년 7월 실시된 러시아 국민투표에서 푸틴의 장기집권을 염두에 둔 개헌안이 통과되었다.

 

현행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 6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푸틴의 임기는 2024년이면 끝난다.

새로운 개헌안에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신헌법 채택으로 푸틴은 2024년 대선 출마가 가능해졌고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84세인 2036년까지 크렘린 권좌를 유지해 스탈린의 장기집권 재위기록을 깬다.

문제는 최근의 푸틴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집권 기간 푸틴의 인기도는 평균 70%대를 유지했고, 한때 89%까지 치솟았다.

그랬던 푸틴의 지지율이 지난 2020년 5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장기집권에 따른 반감과 피로감,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저항, 악화일로의 경기침체,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2000년 집권 이래 최저인 59%로 주저앉았다.

 

일 년 후 2021년 2월에는 64%로 소폭 올랐지만 과거 압도적 인기도에 비해 하향추세를 보이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정교회의 크리스마스인 7일 정교회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외부 위협을 부각해 내부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동인이 작용할 것 같다.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푸틴은 과거의 철통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루스키(러시아인)들의 의식의 심연 속에 있는 ‘불안’과 ‘열망’에 호소하는 소위 애국주의 마케팅만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가 없다.

 

불안은 서구의 위협에 대한 전통적인 안보강박감 내지는 집단적 안보 히스테리, 즉 ‘포위당한 성채론’을 자극하는 것이다. 

 

열망은 ‘제국증후군’에서 헤어나지 못한 민초들에게 과거 초강대국으로서의 국가적 자존심을 일정수준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나토 공세에 대한 위풍당당하고도 강력한 군사적 대응은 이 불안과 열망을 동시에 충족시켜준다.”

 

─결국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면 압박할수록 역설적으로 러시아에서 푸틴의 영향력은 커지는 것 같다.

“지난 2012년 다소 낮은 63%를 기록했던 푸틴의 지지율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접수하고 병합하자 80%대로 치솟았다.

당시 푸틴은 러시아의 방어를 위해 전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다. 

 

조국 수호와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재현을 위한 유일한 지도자로서의 상징 조작을 통해 이전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푸틴 집권 지난 22년을 반추해볼 때 서구와의 첨예한 군사적 갈등이 노정될 때마다 이것이 푸틴의 낮은 지지율을 급상승시킨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서방이 공격하면 푸틴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푸틴 패러독스’(Putin’s Paradox)로 칭한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지난해 10월 헬싱키 소재

콘서트홀 핀란디아홀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헬싱키|EPA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나토 가입 가능성 열어둔 핀란드와 스웨덴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 대응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중립국 핀란드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웨덴도 러시아의 요구와 상관없는 독자적인 안보정책 선택권을 강조하며 가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가 인접국 우크라이나를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인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인근 발트해 국가 에스토니아까지 이를 지지하는 등 나토 가입 여론은 북유럽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새해 신년사를 통해 “언제든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핀란드는 군사 동맹과 나토 가입을 포함해 스스로 (군사·안보) 전략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마린 총리도 “우리는 안보 정책을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의 앤 린데 외무장관도 “각 나라는 안보 정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서 “러시아의 요구에 따른다면 독자적으로 선택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발트해 3국 중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르코 미켈슨 국회 외교위원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북유럽 전체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트 3국 주요 정당 지도자들은 북유럽 주요국인 핀란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와 국경 지역에서 안보 안정성을 높이고,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것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군사 비동맹과 중립 노선을 지켜온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 가능성을 밝힌 것은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는 100년 넘게 러시아 지배를 받다가 1917년 독립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39~1940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을 겪었지만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고 미국의 유럽원조계획인 마셜플랜도 거부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군사훈련을 하는 협력국이다.

현재 나토 회원국은 모두 30개국이며 협력국은 20개국이다.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는 원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니니스퇴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두 나라의 이번 입장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나토 가입을 봉쇄하려는 러시아의 경고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앞서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24일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한다면 심각한 군사적·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러시아는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나토 가입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라고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따른 안보 위협 증대가 자리잡고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나토 동진을 경계하면서 실제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한 사례가 있다”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핀란드도 안보에 상당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핀란드나 스웨덴이 빠른 시일 내에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외교안보연구소 전혜원 교수는 “나토 가입은 유럽연합(EU) 가입 여부를 결정할 때처럼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핀란드 국민들은 비동맹 중립 국가 소속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핀란드인의 40%는 나토 가입에 반대했으며 찬성 비율은 26%에 그쳤다.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당장 전기값이 폭등하는 등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침공 압박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달 23일 도네츠크에서 미국산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타협? 확전?’ 우크라이나 놓고 맞선 미국·러시아, 기로에 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압박을 두고 갈등을 증폭시키던 미국과 러시아가 기로에 섰다.

길은 크게 두 가지. 타협이냐, 확전이냐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고위급 안보대화가 첫 고비다.

협의를 앞두고 미국은 협상과 압박 카드를 모두 꺼내며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러시아도 일단 버티고 있지만 카자흐스탄 시위 진압 부담까지 떠안은 터라 꼬리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보대화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대표로 참여한다.

 

이에 앞서 미러 정상은 지난달 30일 전화통화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전진 배치한 10만 이상의 병력 철수 여부가 최대 현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외교적으로 (긴장) 완화를 선호한다”면서도 채찍 카드를 공개했다.

 

만약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한다면 △금융제재 △주요 산업을 목표로 하는 수출 통제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군 준비 태세 강화 등을 통해 러시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의 최대 금융기관 국제 거래 차단 △방위산업 및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미국 제품 또는 미국 설계 기술 금수 조치 부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에 대항하는 게릴라전 무장세력 무장 지원 등이 백악관 측 대응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선제적 병력 철수 필요성을 강조했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동시에 이 당국자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그는 “(미사일 배치는) 러시아가 상호 약속을 할 의향이 있다면 우리가 합의를 볼 수 있는 분야”라며 “서로의 영토에 근접한 전략폭격기, 지상훈련 등 훈련의 규모와 범위에 상호 제한 가능성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려하는 안보 현안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의미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7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병력 증강을 두고 “가끔 닭이 위협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여우가 닭장을 공격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선택한다면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고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반성도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좌우하고 있다.

 

NYT는 “오바마 시대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입혔고 (러시아) 통화 매도로 이어졌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고통을 주겠다는 핵심 전략 목표에선 실패했다는 게 백악관의 내부 검토 결론”이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러시아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각오라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작전 실패로 쓴맛을 본 상황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쉽게 양보를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러시아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을 앞두고 9일 "미국과 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우리는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앞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선 “러시아군은 거기(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후에 외교 트랙을 계속할 근거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 가스 공급 중단 같은 에너지를 반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소련 국가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병력이 2,500명이나 투입되는 등 러시아의 전력이 분산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맞서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지난해 12월14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가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뤼셀 신화=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하고 있다. 2021.12.17 photo@yna.co.kr [유럽연합 제공

 

 

 

 

 

 

 

에마뉘엘 마크롱(중앙)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장에 도착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전화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 ‘서방 대 러시아’ 릴레이 협상…미 강온 양면 전략 속내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 대 러시아의 릴레이 회담이 오는 10일(현지시간) 미·러 안보회의를 시작으로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특히 두 강대국 간 협상은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커지는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강도 높은 제재라는 ‘채찍’과 상호 군사활동 제한이라는 ‘당근’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설득할 계획이지만, 러시아는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연쇄 협상의 첫 테이프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미·러 안보회의가 끊는다.

 

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회의,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러도 모두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임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향후 우크라이나 관련 정세를 좌우할 열쇠는 단연 미·러 안보회의다.

 

미국은 러시아의 외교적 해결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하고, 러시아는 서방이 안보 보장 요구를 어느 수준으로 수용할지를 저울질할 전망이다.

양측 협상대표로 나서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우크라이나 해법에 관한 접점을 마련하느냐가 이어지는 다자 무대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러) 제네바 회담은 유럽에서의 전쟁 발발을 피할 수 있는 외교적 합의를 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실질적인 지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역의 미사일 배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서로의 영토에 근접한 전략 폭격기, 지상 훈련 등 훈련 범위와 규모에 대한 상호 제한 가능성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면서 “우리가 진전을 이룰 수도 있는 공통 분야에 대한 논의는 상호적이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담판에 앞서 ‘군사활동의 상호 제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당근과 채찍”(AP통신), 즉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병력 증강을 정당화하려는 러시아를 향해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도발이나 사건을 선동한 뒤 군사적 침략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 고위 당국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도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에 대해 ‘상호 긴장 완화’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시킨 대규모 병력의 즉각 철수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등 나토 동진 금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나토 확장 중단, 러시아 인접국에 대한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해온 러시아가 미국의 제안에 화답할지는 불투명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9일 “미국과 NATO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도 우리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나토에 배치된 미군의 규모나 대비 태세를 조정하는 문제는 러시아와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에 확정적인 약속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에 대비해 동맹, 우방국들과 함께 금융·기술·군사 분야 전방위적 제재를 발동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 관료들은 이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 금융거래 차단, 방산과 소비재 산업에 필요한 미국 기술 수출 금지, 러시아군 점령시 게릴라전을 벌일 우크라이나 무장세력 양성 등의 방안을 최근 며칠간 동맹국들과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는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와 함께 가장 엄격한 수출통제 국가 그룹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를 통한 긴장 완화’로 봉합될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러시아 제재 본격화’로 치닫게 될지와 관련해 “일주일 정도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러시아-벨라루스군의 연합훈련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 앞두고 "어떤 양보도 없을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러시아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어떤 양보도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9일(현지시간) "우리는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도 우리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우리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우리는 지난 며칠간 워싱턴과 브뤼셀에서 나온 반응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대가 우리의 우선 목표를 인식하고 이에 건설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대화는 무의미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구걸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회담이 단 한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오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에 제시한 안보 보장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초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지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위험하고 불법적인 행동이라는 더 넓은 행태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가 안보 보장안에서 요구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나토의 동진(東進) 중단 등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우리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개방성은 나토 조약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8일에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에 근접한 지역에서 군사훈련과 미사일 배치를 상호 제한하는 방안을 러시아에 제안할용의가 있다는 미 당국자의 말을 미국과 서방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이 같은 조치가 '상호적'이어야 한다는 점과 나토 국가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배치 또는 태세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할 의사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토는 냉전 시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창설됐으며, 소련 붕괴 이후 나토에 대응하는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던 체코·폴란드·헝가리를 비롯해 소련의 구성국이던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두 차례 전화 통화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막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미국이 안보 보장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자국의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바이든(왼쪽)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2020년

1월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 말미에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러시아 주도 집단안보조약기구의 평화유지군이 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