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선이
한국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박 의원(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사진 취재단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패배에
책임으로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민주당의 겨울이 시작됐나?
회초리 든 민심, 췌손된 가치....
박용진 소탐대실의 정치가 원인
0.73%P, 24만 7천여표 차.
이번 대통령 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초박빙 승부'였다는 데에는 모두들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여권 입장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만 할 수 있을까?
선거가 끝난 지 딱 일주일이 된 16일, 첫 대선 평가 토론회에 모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 내외문제연구소(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최로 '제20대 대선이 한국 정치에 남긴 과제들' 토론회가 열렸다.
정치·사회학계를 대표해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하나 같이 '초박빙 승부' 이면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한 분노, 실망감, 선입견 등 복잡다단한 민심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 전반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사실상 서울 전역이 경합지역 "부동산 때문만이라기엔..."
민주당 입장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이번 대선을 비교하면, 박영선-오세훈 후보의 89만 표 차이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31만 표 차이(서울 지역)로 좁혀지는 등 나름 '만회'한 선거이긴 하다.
하지만 박 교수는 "저는 가장 충격적인 게 소수의 강남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역구가 박빙, 미국 기준으로는 경합지역(Swing district)이 된 점"이라며 "이 결과를 어떻게 보냐면, 서울 유권자가 보수화됐다기보다는 굉장히 강한 '회초리 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서울 결과를 보면 부동산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나 성별 출구조사 결과 등을 보면, 이들이 과연 부동산이란 이익에 기반해서 투표했는가란 의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탄핵'이라는 하나의 대의로 뭉쳤던 촛불집회가 문재인 정부에선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나뉜 원인은 이익/가치 중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하 교수는 이 의문들을 정리해서 "이익과 이념 중 어느 게 더 (투표 결정 요인으로) 컸는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며 "2030 유권자들의 인식이 '민주당은 이런 정당'이라고 굳어 있는 것을 파악하기 전에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요인이) 만약 이념 문제,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런 것이라면 정말 회복이 어렵다"며 "이익 문제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정책 변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념 선입견을 깨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패배 선언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공동사진 취재단
임동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모든 집단이 성별, 연령, 지역, 주택 소유 여부 등 다양한 세부 기준으로 잘게 쪼개지면서 모든 집단 간 갈등과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모든 정체성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란 100% 불가능하다"며 "반드시 공약·정책 실패,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에 실패할 테고, 그렇게 되면 정치혐오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통합이 안 됐다 정도가 아니라 아노미상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지층 속성면에서도 민주당에게 앞으로의 선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핵심 지지층인 40대의 투표율 추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가 5년 전보다 4.5%P 줄어든 70.4%로 나타난 대목을 "(이번 대선이 남긴)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지방선거나 총선은 대선보다 15% 정도 (전체) 투표율이 낮아질 테지만, (그래도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은 80% 이상 할 것"이라며 "그러면 이번보다 훨씬 더 민주당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넘어진 지점
박용진 의원 스스로도 "잘 싸웠든, 못 싸웠든 (결과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패배한 것"이라며 "아까운 패배란 이유로 후보의 책임을 외면하거나 민주당의 문제점을 모른 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을 지키고 국민을 향한 약속을 지켰어야 할 때 상황 논리에 끌려가며 원칙을 저버리고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소탐대실의 정치였다"며 "이 소탐대실의 정치가 결국 대선 패배까지 안겨줬다.
우리가 넘어진 지점은 바로 여기"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위성정당 창당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인식, 과연 적절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로남불을 정당화했던 우리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패배를 있게 했다"며 '윤호중 비대위'도 비판했다. 또 "패배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내일은 내일의 패배가 있을 뿐"이라며 "우리 민주당은 더 이상 빈말하는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 쇄신에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우리가 했던 말을 실제로 지키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역시 "입만 산 학자들이 맞다/아니다, 이쪽/저쪽 하는 것보다, '실천가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거냐'는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인 것을 생각하면 정답은 다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숫자가 많은 편에 서는 게 아니라 올바른 편에 서는 게 맞다"며 "소수자와 약자의 편에 서는 게 당장은 불리해보여도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길"이라고 민주당에게 조언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文정부의 실패인가 이재명의 실패인가…민주당내 균열 조짐
문재인 정부 5년 국정의 실패인가, 아니면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실패인가.
단 5년 만에 이뤄진 정권 교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당 일부 인사들이 대선 평가를 ‘인적 청산’과 연결짓자는 주장까지 펼치면서, 정면충돌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文정부 책임론’…“부동산 정책 담당자는 책임져야”
사진은 2020년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화성
동탄 행복주택 단지에서 열린 '살고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며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한 ‘인적 청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개혁이라든지 여러 문제들이 많이 있지 않았냐”며 “그런 분들도 다 자진해서 자기를 돌아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인적 쇄신론’은 정권 교체가 민주당 정권 5년의 잘못된 국정 운영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대선에 대해 “사상 최고 득표율, 정권교체 태풍 속에서도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패배의 이유로는 “촛불연대를 거부하고 독식했다”,
“인사실패를 거듭했고 오만했다” 등을 열거했다.
그는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인적청산도 쇄신도 피해가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는 ‘윤호중 비대위’ 내부에서도 나온다.
채이배 비대위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첫 번째 이유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했다”는 점을 꼽았다.
조응천 비대위원도 지난 13일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의 월등한 역량에 힘입어 민주당의 여러 못난 점에도 불구하고 초박빙의 승부까지 갈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우리 민주당이었다”며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주장했다.
“이재명의 패배” 반론도…의견그룹들은 평가 유보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
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대선 후보였던 이 전 지사 또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대선평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이번 대선 패배는 이재명의 패배, 민주당의 패배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패배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득표 결과가 문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투표율 77.1%의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얻은 득표율 47.83%는 전체 유권자 분모로 환산하면 36.88%”라며 “문 대통령의 대선 직전 최근 지지도 43.9%에 미치지 못했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왜 우리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는지 돌이켜 봐야 할 지점”이라고 밝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 의원의 주장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친문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이 후보가 역량이 뛰어나다고 치더라도, 결국엔 대장동 논란 같은 도덕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 아니냐”며 “대선 결과는 냉정하게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문을 비롯한 당내 의견그룹들은 아직 공개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86그룹 주축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이날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향후 3주간 대선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근태계’가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역시 전날 간담회에서 각자의 반성과 소회만을 나눴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아직 당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평가와 냉정한 토론이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석·윤지원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2019년 7월8일 친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왼쪽)와
더불어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 국회사진취재단
협치' 가능할까…윤석열-민주당의 불편한 인연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카메라 앞에선 얼굴을 붉히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웃으며 악수한다.
' 정치권에서 여야 정치인의 관계를 잘 대변하는 말로 쓰인다.
양당 구조 속에서 정치적 견해차로 상대방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평소 쌓아둔 친분을 활용해 냉랭한 관계를 녹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연일 야당과의 협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에 제1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의 첫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계 입문 9개월의 '0선' 정치 신인으로, 국회 의정활동 경험이 전무해 그와 사적 친분이 있는 현 여권 인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술 좋아해 만나"...양정철 전 원장과 인연 눈길
윤 당선인과 가까운 민주당 인사로는 문재인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20대 총선 인재 영입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다.
윤 당선인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과정에서 배제됐고, 양 전 원장은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활동할 때였다.
양 전 원장이 윤 당선인에게 여러 차례 20대 총선 출마를 제안했던 사실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청문회 당시 "(2015년) 대구고검에 근무하던 시절에 가까운 선배가 주말에 서울에 올라오면 얼굴을 한번 보자고 해서 식사장소에 갔더니 양 원장이 나와 있었다"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2019년 초에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인사청문회 당시 '정치적 중립성 훼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출마 권유의 인연으로 서로 술을 좋아해 만난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친분은 대선 과정에서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비공식적으로 윤 당선인을 수행하고 있는 황 모 씨가 양 전 원장의 민주연구원장 시절 수행·운전을 담당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황 씨는 양 전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채용돼 약 1년간 업무용 차량 운전과 양 전 원장 공식 일정을 수행해왔고, 2020년 4월 총선 직후 양 전 원장이 연구원장직을 사임하자 함께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황 씨를 연결고리로 두 사람이 친분을 이어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20년 4월17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뒤 건물을 나서는 양 전원장
국회사진 취재단
◆정대철 등 비문계 원로와 친분 유지
윤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또 다른 인물은 친문계와 갈등을 겪다 2016년 민주당을 탈당한 뒤 최근 복당한 정동영 전 대표, 정대철 상임고문이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얼마 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이들의 인연을 조명하는 글을 올리면서 주목받았다.
당시 조 의원의 글에 따르면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해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맡았던 윤 당선인이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다 업무에서 배제당했다.
이 때 정동영 전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가 그를 격려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특히 윤 당선인과 정 전 대표가 "끈끈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 전 대표는 윤 당선인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예방했을 때 본 것 외에는 사적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며 친분설을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김한길 전 대표는 최근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돼 오랜 친분을 증명했다.
정고문은 윤석열 당선인과 대학교 선후배 관계로 평소에 가끔 통화하는 사이인 것
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8일 더팩트와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 고문 남윤호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동교동계 원로' 정대철 고문 역시 윤 당선인과 인연이 깊다.
대학교(서울대 법과대학) 선후배 사이인 데다, 박영수 전 특검을 연결고리로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지난 1월 <더팩트>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친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윤 후보는 검사 때부터 상당한 시간을 내가 데리고 다녔다.
같이 밥하고 술도 여러 번 먹었다. 윤 후보하고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라고 했다.
정 고문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윤 당선인을 영입하려 했던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자리를 주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년 뒤 야권 단일화와 공동정부 파트너가 되는 인연의 첫 시작이었던 셈이다.
정 고문이 국정 경색 국면에서 청와대와 제1야당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우리 형"...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윤 당선인과 사적 친분이 있는 여권 인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박 장관의 국회의원 당선 축하를 위한 연수원 동기 모임에서 윤 당선자는 아무 말 없이 술 한 잔만 마시고 10분 만에 모임을 떠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박 장관은 윤 당선인이 정치권에서 비판을 받을 때 방패막이 역할도 자처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검찰 지휘라인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수사에서 배제됐을 때다.
박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굴하지 않고 검찰을 지켜주세요, 사표 내면 안 됩니다"라며 그를 응원한 바 있다.
이후 윤 당선인이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에 지명되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됐을 때도 "성격이 호방하고 술을 잘 마신다. 디테일에 강하고 집념이 있다"며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필두로 윤 당선인이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송철호 울산시장 관련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비리 의혹을 수사하자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윤 당선인을 향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똑바로 앉으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 당선인에 대해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은 말을 남겼다.
더팩트 DB
윤 당선인이 총장 시절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나서자, 강하게 맞서면서 충돌했던 인물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이 두 차례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고, 검언유착 사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감찰 방해·재판부 불법 사찰 논란으로 검찰총장직 직무정지 결정을 내리자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자진사퇴하는 계기가 되면서 추 전 장관은 보수 진영에서 '윤석열 정부 일등 공신'이라는 역설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 장모의 요양병원 특혜 의혹, 배우자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및 이력 위조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윤석열 저격수'로 불린다.
공교롭게도 추 전 장관과 박 의원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당선될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수도의 자치단체장으로서 또 한번 강하게 대립하는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unon89@tf.co.kr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비대위원 등과 함께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영령 앞에 헌화·분향하고 있다. 2022.03.16. 뉴시스
윤호중 비대위' 찬반 나뉜 민주당, 소환되는 이재명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비토론을 두고 당 내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당 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가 잇따라 현 비대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다.
또 김두관 의원 등 일각에선 연일 이재명 상임고문의 '조기 등판설'을 띄우고 있어 윤호중 비대위가 16일로 출범 사흘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 의원 모임들 반란 시작.. 최대 위기 극복이냐 사퇴냐 기로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비대위는 전날 강원도 산불 현장에서 이재민을 만난 데 이어 이날은 광주에서 반성 행보에 나섰다.
윤호중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대선 패배에 대해 "통렬한 마음으로 사죄한다"며 강력한 쇄신을 다짐했다.
윤 위원장은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후 "민주당이 호남의 성원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
죄인 된 심정으로 섰다"며 "호남의 선택이 다시는 아픔이 되는 일이 없도록 민주당이 모든 것을 바꿔서라도 반드시 (쇄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과 반성의 행보로 국민 신뢰를 다시 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윤호중 비대위에 반대하는 의견이 연일 나오고 있어 상황이 연일 급변하는 모양새다.
물밑에서 현 비대위 체제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86그룹을 중심으로 한 '더미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세미나를 갖고 비대위원장 비토 의견을 전달키로 했다. 전날 '더민초'에서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의견이 갈린다고 한 데 이어 최대 의원 그룹에서도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다.
더미래 소속 기동민 의원은 세미나 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비대위원장이 이 역할을 맡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며 비대위원장에게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더민초에서는 17일 비대위와 간담회, 21일 전체 워크숍 등을 거쳐 내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윤호중 비대위 퇴진을 주장, 새 인물을 추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광주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대선 경선후보였던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또한 윤호중 비대위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상태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당 사무총장도 하고 최근까지 원내대표도 했고 법사위원장, 당의 핵심 요직을 맡은 분"이라며 "윤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렸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반성이 전혀 없다는 메시지로 밖에 안 보인다"고 직격했다.
박용진 의원은 토론회에서 "위성정당 창당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인식이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의원 모임에서까지 나선 만큼 윤 위원장은 위기 극복이냐 사퇴냐 기로에 서게 됐다.
윤 위원장은 더미래 의원들의 비토 의견에 대해 "항상 여러 의견이 있다.
재선 의원, 초선 의원 간담회고 있고 하니까 소속돼 있는 분들께서 충분히 말씀하실 것"이라고 했다.
■ 이재명 '조기 등판론' vs '불쏘시개 안 된다'
이런 상황에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상임고문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김두관 의원은 이 고문이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적임자라며 "이 고문을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고문이 나설)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의무를 다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당원들의 염원이 '이재명 후보라도 뛰어달라'고 한다면 그 요구에 부응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고문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고려하면, 전면 등판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가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이 고문에게는 '2연패'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수습을 위해 정치적 존재감이 큰 이 고문을 불쏘시개로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방선거 때 요청이 있으면 현장 유세에서 지원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적극적 역할을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7~8월 열리는 전당대회라면 몰라도 지방선거에 바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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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광주회의가 열린 가운데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16. hgryu77@newsis.com
윤호중 비대위 찬반 논란에 민주당 '파열음
[서울=뉴시스] 김지현 한주홍 홍연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일주일을 맞았지만 '윤호중 비대위'를 둘러싼 파열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지방선거를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윤호중 리더십이 적절하냐를 놓고 당내 찬반론이 팽팽한 모양새다.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16일 오전 회의를 갖고 윤호중 비대위원장에게 사퇴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윤호중 비대위' 비토론이 의원 그룹 차원에서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다수 의견이 그랬다는 것"이라며 "다만 더미래 차원에서 결의를 한 건 아니고 대체로 이런 이야기가 있었고, 소수 의견도 있었다는 것을 윤 위원장에게 모두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간 개별 의원 수준에서 제기된 윤호중 비대위 비토론이 점점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조심스러운 기류도 감지된다.
지방선거가 70여일 남은 가운데 비대위 퇴진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서 초선 내부에서 다양한 이견이 있었고, 지난 의총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표출됐다.
우리 운영위 내에서도 이견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고 의원은 "단지 이것을 내부적 논의를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현재는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해서 직접 퇴진을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호중 비대위 체제는 대선 패배 후 리더십 공백을 신속히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당성이 있냐는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대위가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이끄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음에도 전임 지도부 결정이 그대로 관철된 것을 두고 내부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이배, 배재정, 김태진 위원,
윤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권지웅
위원은 화상을 통해 참석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4. photo@newsis.com
서울을 지역구로 둔 더미래 소속 다른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원장 사퇴라기보다 새 원내대표를 뽑기로 했으니 새 원내대표에게 비대위 구성 권한을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원내대표는 의원들 선거로 뽑히는 지도부니까 그런 정통성을 감안해서 하는 게 좋지, 전임 지도부가 다 물러나면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하라고 하는 건 정통성 없는 결정이 아니냐는 게 많은 분들 의견이었다.
지도부가 그런 결정을 할 때 의총을 거쳐서 의견을 수렴해야지 이렇게 다 정해놓고 통보하는 식으로 하는 건 절차상 문제가 있지 않냐는 문제의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의총에서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임시로 비대위원장, 새 원내대표 뽑힐 때까지 맡는 것은 맞지만 6월 선거를 주도하고 8월 전당대회까지 가는 건 다수가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를 하면 더 오히려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수습을 해서 이렇게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혼란을 가중시켜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수위를 조절한 형태로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새 비대위원장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한다.
당 일각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선거 패장이 곧바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있다.
윤호중 비대위 체제의 다른 한 축인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비대위 수장으로 정치경험이 전무한 신인을 기용하는 것은 안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으로 지난 대선 막판에 이재명 선대위에 합류했다.
국회의원 보좌진, 당직자, 국회 직원 등이 인증을 거쳐 익명으로 글을 남기는 페이스북 계정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박 위원장 인선을 비판하는 잇따라 올라온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진 위원, 윤호중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공동취재사진)
2022.03.14. photo@newsis.com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관리형 비대위를 신속히 띄웠지만, 충분한 당내 의견 수렴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돼 내부 갈등만 키웠을 뿐 쇄신의 내용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광온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호중 체제 비대위를 두고 당내 비판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고 말씀드린 태도와 정책의 쇄신을 추진하면서 더 우리 당의 자세를 국민들께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당 일각 사퇴 요구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신임 당 정책위의장에 김성환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고용진 의원을 임명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광주에서 비대위 회의를 가진 뒤 만난 기자들이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접수됐는지 묻자 "당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건 제가 알기로는 없다"며 "비대위원장 적절성은 처음부터 제기돼왔던 문제인데 최고위에서 윤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 역할을 맡긴 건 여러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과제 추진, 6월 지방선거에서 변화된 모습과 승리, 8월 전당대회 세가지가 큰 임무이고,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했던 사람이 가장 원만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hong@newsis.com, hong15@newsis.com
연합뉴스
민주당은 붕어IQ였다.. 하고 싶은 것만 하다 졌다"
민주당 쇄신, 길을 묻다]
① 기동민 서울시당위원장
"내집마련 꿈을 욕망으로 죄악시한 잘못
부동산정책 잘할 사람 우리 중에 없었다"
"졌잘싸? 대선 2등은 아무 의미 없어..
이제는 윤석열의 시간임을 인정해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된 '10년 주기설'이 35년 만에 깨진 것이다.
2020년 4월 총선을 정점으로 '전국선거 4연승'을 거둔 거대 여당이 2년 만에 민심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민주당이 아니라 차기 정부의 '여소야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운영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해답이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들어본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대선 패배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번 대선은 지난 5년간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였다.
특히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향한 꿈과 희망을, 우리는 '욕망'으로 규정해 죄악시했다.
도덕경만 읽었고, 변한 민심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민주당 주류인 86세대이자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동민 의원은 3·9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이같이 규정했다.
기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선후보가 분투했음에도 우리에게 다시 권력을 맡겨도 좋을지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2020년 4월 총선 압승 이후 단 1년 만인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급격하게 떠난 민심을 끝내 되찾지 못한 것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았다.
민심 회복 방안으로 인적 쇄신 외에 △부동산 △젠더 △한미동맹 △대중·대북 관계 등의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의 변화를 강조하며 "달라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 결과가 말하는 민심은 무엇이었나.
"한마디로 '권력 잡았을 때 잘하라'는 경고였다.
우리가 집권 기간 국민들과 잘 소통했는지, 국민들의 아픈 곳을 찾아 정교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했는지 등에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선거 패배 원인을 꼽는다면.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후 집권세력에 실망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를 접은 '이탈 민주층'을 잡지 못한 것이 컸다.
대선 기간 이탈 민주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현 당선인)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이탈 민주층보다 호남과 문 대통령 지지자 등 전통적 지지층에 다시 힘을 쏟았다.
전략적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개인 능력을 앞세워 분투했지만,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넘는 데 역부족이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도 있다.
"대선 직전 전문가들은 8~10%포인트 차로 민주당이 질 것으로 봤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10%포인트 압승론'이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판 2030세대 여성 등 부동층이 움직였다.
국민의힘에 의한 시대 퇴행, 혐오 확산을 우려해 눈물을 머금고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다.
이 후보나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서울 자치구별 대선 결과와 2021년 서울 자치구별 재산세 순위.
그래픽=김문중 선임기자
-최대 승부처 서울에서 패배한 원인은?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 4가지 이슈가 서울 표심을 좌우했다.
이 후보가 보다 경제성장을 잘할 후보로 유권자에게 인식됐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을 좁힐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부동산을 이념 문제로 접근한다'는 시민들의 잔상을 지우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부동산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건가.
"그렇다.
부동산을 금융과 공급, 세제 등 종합적 관점에서 전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집권세력 내에 없었다. 그런 채로 과거(노무현 정부) 실패한 정책을 십수 년 뒤에 답습했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인 저금리도 주요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 답을 찾기 어렵다.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솔직히 호소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 '임기 내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 집을 파시라'고 했다.
그 결과는 어땠나.
그 말 듣고 집을 판 사람들만 심리적으로 '폭망'했다.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욕구와 희망을 죄악시하며 이념 문제로 접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서울의 구(區)별 득표율을 보면, 집값과 재산세가 높은 곳은 윤 당선인, 낮은 곳은 이 전 후보가 앞섰다.
"단지 집값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종합적으로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이탈 민주층을 붙잡지 못했다.
단, 민심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지지를 잃은 것은 부동산 실패와 무리한 검찰개혁, 내로남불 때문이라는 진단은 4·7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은 비싼 돈을 들여 민심을 조사한 뒤, 그걸 따르지 않고 우리 마음대로 한다.
'돌아서면 잊는다'는 의미로 나는 '우리가 붕어 IQ 아니냐'라는 말도 한다.
재보선 참패 후 민심은 '민주당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요구했다.
민생과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하라는 것인데, 우리는 하고 싶은 것만 계속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며 꼴통, 꼰대 정당으로 비치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대근 기자
-앞으로의 쇄신 방향은.
"국민 목소리 경청이 우선이다.
시대는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시대가 잘못 가고 있다, 우리가 옳다'고 고집해선 안 된다.
우리는 이제 꼴통, 꼰대처럼 비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나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에서 지역이나 성별 나눠먹기보다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발언이 '정답'은 아니지만, 왜 대중에게 공명을 일으키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인적 쇄신도 필요하지 않나.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에 문제가 크다.
윤 위원장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선거 책임의 한복판에 있는 분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만간 선출될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원장 인선을 다시 해야 한다.
윤 비대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향후 '여소야대 국회'에 어떻게 임해야 하나.
"지금은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시간'임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때로는 선명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력과 견제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사안별로 필요하면 매일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총회를 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공동취재사진
이창민 한양대 교수
민주당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행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 걸쳐 있는 이 개념은 정의와 쓰임새도 다양한데 단순화시키면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 지나고 나서 말이다. 근데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 말 안 듣더니 그럴 줄 알았어”.
이러고 나오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억장이 무너진다.
우기지 말라고 해도 그는 말도 듣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 왜곡되거나,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편향은 자존심이 강하고, 토론에서 이기고 싶고, 비난받고 싶지 않아 하는 집단에서 더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권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그러지 말자.
생각해보면 민주당에 쉬운 대선은 없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까지 불러온 여당 이회창 후보를 심지어 DJP 연합까지 해가면서도 39만여표 차이로 간신히 눌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와 대선 하루 전 파기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57만여표 차로 승리하였고,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교체 여론이 50%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후보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00만여표 차이로 패배하였다. 새삼 이번 대선기간 여론조사를 보며 느낀 것이 있다.
국민의 정치이념 지형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들쑥날쑥하는 여론조사에서도 비교적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진보성향 유권자가 25%, 보수가 30%, 나머지 45%가 중도 또는 모름·무응답이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중도 진보의 혁신과제와 씨름해야 한다.
나는 잘했고 나 말고 다 못한 거 같은 편향적 평가에서 빨리 빠져나오자.
그냥 민주당은 내부 기대보다 조금 잘했을 뿐이다.
민주당 586 중진 의원 중 한 명이 지난 1월 말쯤 이런 말을 했다.
586 정치가 민주화 운동의 열망을 안고 정치에 뛰어든 지 30년이다.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하고, 청와대 일도 했다.
그러나 30년 동안 소득불평등은 더 악화됐고 출생률은 세계 최저이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그래, 이런 거부터 시작하면 된다.
포용적 정치와 포용적 경제는 함께 가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586 정치인들이 평생 자기희생 한번 안 해 보고 학생운동 출신에게 훈계질만 일삼는 보수 엘리트에게 떠밀리듯 물러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는 이명박, 박근혜 탓만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기는 양보 하나 못하면서 남들에게만 약자를 포용하라고 하면 선거에서 심판당한다.
정치 인생의 황혼기에 진보의 맏형으로서 본인들의 마지막 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지금 민주당의 초선, 재선 정치인 중에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모진 겨울을 견디고 핀 인동초 김대중이나 바보 노무현 정도는 아니라도 차세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사람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가 그의 행동을 결정하고,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목적함수라 부른다.
민주당의 초선, 재선 정치인들은 강성팬덤만을 바라보고 있는 거 같다.
물론 강성팬덤들의 당에 대한 공헌이 있다.
그러나 이들만을 바라보는 의제설정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중도진보정당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기억에 대한 왜곡이다.
강성팬덤들은 2020년 총선 180석 압승을 검찰, 언론개혁 완수를 바라는 촛불의지라 해석한다.
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좀 솔직해지자. 당시 초반 선거분위기도 부동산 등으로 좋지 않았으나 코로나19에 잘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압승한 거다.
아마 대선패배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강성들이 또 슬슬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이번 대선의 서울 결과는 민주당 11개구, 국민의힘 14개구 승리, 작년 서울시장 선거는 전 지역구 국민의힘 승리다.
강성들은 이번 서울 결과를 승리라고 주장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그러나 불과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41석, 국민의힘 8석이었다.
과잉확신편향 집단은 망한다.
그럴 시간에 혁신하자.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삶이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방식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커다랗고 낡은 해머 휘두르면 뭐 하나 걸리겠지 하면서 몸에 내재된 야당 DNA를 발현할 생각만 말고 각자 자기의 무기를 벼르자.
초선, 재선 정치인들은 정치인생의 시작기에 본인들의 새로운 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민주당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기회가 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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