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기자
픽사베이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디자인 이미나 기자
2020년 4월9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참가 단체가 국회 앞에서 ‘21대 국회에 바라는
연금행동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참여연대 제공
국민연금 개혁의 뇌관, 소득대체율 어떻게 할 것인가
은퇴 후를 상상해보자. 당장 다음 달부터 임금이 들어오지 않으며, 나는 더 이상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은퇴를 한 것이니만큼 실업과는 달리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예정은 없다.
생활비는 줄여보지만 내핍에도 한계가 있다. 어떠한가. 막막하지 않은가?
은퇴라는 소득 절벽과 마주한 상황에서, 일하는 시기에 받던 임금의 일정 비율만큼을 은퇴 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평생 연금으로 받는 것을 사회적으로 약속받는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즉, 소득 절벽을 계단으로 만들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사회보장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 소득대체율이 중요한 이유
일하는 시기에 받던 임금에 대한 연금액의 비율을 연금제도에서는 소득대체율이라 한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급여 계산식에 설정되어 있으며, 소득대체율의 높고 낮음은 일하던 시기의 임금에 대비해서 내가 받는 연금액이 얼마만큼의 수준인지를 나타낸다.
국민연금제도의 기본적인 역할이 은퇴 이후 빈곤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라 할 때, 소득대체율이 지나치게 낮은 연금제도에서는 은퇴 국면에서 노인들이 빈곤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즉, 절벽 아래 계단이 지나치게 낮아서 있으나 마나 한 정도라면, 은퇴 후 발을 딛고 서게 만드는 기능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설정하는 것은 국민연금제도가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핵심이 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해 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2007년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를 계속 이어갈 것인가?
즉, 소득대체율로 대표되는 국민연금 보장성을 계속 약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이를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인가?
이것이 2022년 현재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가장 중요한 논쟁 지점이다.
보험료율 인상 문제는 사실상 이를 위한 수단에 관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공적연금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며, 소득대체율을 계속 낮춰온 결과 향후에도 국민연금의 빈곤 예방 기능이 상당히 제약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소득대체율을 다시 적정 수준으로 회복해야 하며, 이는 다양한 장기적인 재정 확충 조치와 결합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반대하는 견해 또한 강력하다. 이는 빠른 고령화 가운데 급여 수준 인상은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하며, 특히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국민연금 급여 수준은 도대체 얼마나 낮은지, 급여 수준 인상 시 미래세대가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그것이다.
우선 국민연금 급여 수준은 명백히 낮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지금 성숙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은 아직 빈곤 예방 기능을 할 정도로 높아지지 못했다
. 국민연금 급여액 평균은 2021년 말 기준 약 55만원에 불과하며, 연금 수급자 절반가량의 연금액은 그 이하다.
국제 비교로도 경제적으로 발전된(OECD) 국가 중에서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최하위권이다. 38년 동안 일한 평균임금 전일제 노동자를 기준으로 하는 연금 소득대체율을 국제 비교해보면 한국은 31.2%에 불과하여 OECD 평균 42.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혹자는 OECD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계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기초연금까지 합산하면 낮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기초연금은 수급 여부가 불확실한 연금이어서 이를 소득대체율 계산에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더욱이 실제로 수급자들이 받고 있는 연금액으로 보는 실질소득대체율은 20%대 초반으로 한층 더 낮다.
이렇게 낮은 연금액은 한국 노인 빈곤율이 다른 나라보다 현격히 높은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노인 세대의 낮은 국민연금 급여액 문제는 가입 기간이 짧다는 사실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일하는 세대는 앞으로 더 나은 국민연금을 받게 될까?
후세대일수록 분명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더 길어진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매해 계산식의 소득대체율이 0.5%포인트씩 떨어지면서 해당 기여에 의해 계산되는 연금액도 매해 줄어들고 있다.
이는 후세대로 갈수록 가입 기간은 길어져도 받게 되는 국민연금 급여액은 그 증가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실질소득대체율이 상당 기간 신규 가입자에게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계속 이어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삭감을 어느 수준에서 되돌리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에 더 오래 가입한 후세대의 연금액이 오히려 낮아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제도가 성숙기에 이르러도 제대로 된 노후보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사진은 서울 탑골공원의
무료급식 모습.ⓒ연합뉴스
■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부담 가능성
공적연금의 본질이 세대 간 자원의 이전, 즉 노동 세대의 노인 세대에 대한 세대 간 부양이라면,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은 생산력 발전을 고려한 부양 부담의 총량 면에서 판단하는 것이 적합하다.
대표적인 지표는 GDP 대비 연금지출비이다.
이 전망치를 통해 노인 부양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약 50년 후인 2070년 기준 국민연금 지출 예측치를 보면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하향 조정하면 GDP 대비 8.9%, 소득대체율 45%다. 소득대체율을 당초대로 회복시키면 9.9%, 50%로 인상하면 10.9%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급여 인상의 경우, 사회적 부담 증가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일까?
일례로 50년 후에 GDP의 10.9%를 국민연금으로 지출하는 것의 의미를 두 가지 점을 고려하여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 중 여러 나라들이 이미 GDP의 10% 이상을 공적연금에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2019년 말 기준 유럽연합(EU) 평균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11.6%였다.
또한 연금수급 연령 조정 같은 지출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실제 연금 지출은 예측보다 낮아질 수 있다. 향후 50년 사이에 이루어질 생산력 발전에 따라 정작 중요한 것은 부의 양이 아니라 분배의 질서가 될 것이다.
공적연금제도는 경제성장의 성과인 생활수준 향상을 노동시장에서 물러난 은퇴 세대도 고루 누리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 공적연금은 당해 연도 보험료로 바로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부과 방식(pay-as-you-go)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연금보험료를 받아 바로 연금 지출을 충당한다는 공적연금인데도 왜 국민연금에는 거의 1000조원에 이르는 기금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쓸모는 무엇인가?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은 절대적 규모로 세계적이며,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서도 크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기금은 미래에 지출해야 할 연금액을 다 충당할 목적으로 쌓아놓은 것은 아니다.
미래의 급여는 미래의 기여를 통해 재정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인구, 경제 등 급격한 변화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완충기금(buffer fund)이다.
특히 경제성장 속도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면에서, 연금보험료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057년 기금 소진은 흔히 예정된 파멸처럼 거론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2057년까지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기반을 확대하고,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등 인구변화에 제도를 적응시킬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기금 소진 시점은 보험료율 조정과 재원 다변화, 앞으로의 인구, 경제성장, 기금수익 추이 등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한국 국민연금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연금기금의 이러한 완충 기능을 고려하여 설계될 수밖에 없으며, 향후 인구구조가 새로운 균형을 이루기까지 연기금이 완충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다면, 소득대체율 회복 역시 불가능하지 않다.
2057년 기금 소진이 흔히 예정된 파멸처럼 거론되지만 거기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시사IN 이명익
■ ‘세대 간 수익비 비교’의 문제점
국민연금은 장기적 보장제도로 세대 간 계약의 지속성이 그 본질이다.
각 세대는 앞 세대 노후 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며, 세대에 걸쳐 이것이 지속된다는 신뢰가 국민연금제도의 존립 기반이다.
세대 간 부양의 지속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세대의 보험료율 변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과 후세대가 노인 부양을 위한 역량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 두 가지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아동·청년에 대한 교육, 보건의료, 돌봄, 주거, 고용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는 이유는 후세대의 역량을 높여 세대 간 복지의 순환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선호하고, 계층 간에 뚜렷이 차별화된 돌봄·양육의 계층 재생산 구조가 고착되는 것은 공적연금을 위한 사회연대 기반을 침식한다.
공교육의 질 제고에 충분히 투자하고 이를 통해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은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에도 중요하다.
복지국가의 핵심 제도로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연대는 연금제도 안에서의 이익 다툼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복지와 부담의 순환에 기반한다.
일부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 간 수익비를 비교하며 앞 세대가 기득권을 누리고 후세대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세대 간 수익비 비교는 국민연금의 작동원리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제도는 각 세대가 동일하게 기여하고 동일하게 보장받는 방식으로 발전해오지 않았다.
철저하게 낸 만큼 받는다는 것은 국민연금에서는 개인 단위로도, 세대 단위로도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즉, 동일한 수익비에 기반한 세대 간 공평성은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게다가 세대 간 공평성을 추구하여 공적 소득이전을 축소시킬수록 세대 내 불평등은 커진다.
국민연금 개혁을 제도 안에서 이익 다툼의 문제, 세대 간 대립의 문제로 빠뜨리는 것은 제도의 목표와 작동 원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세대 간 계약을 지속하는 요소로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중요하지만 이는 해당 시기 사회의 부담 능력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례로 국민연금 개혁으로 영향받을 2050년의 부담 가능성 문제는 지금 노인 세대와 2050년 노동시장 활동 세대의 소위 연금수익비를 통해 판단할 이슈는 아니다.
국민연금을 무조건 깎는 것은 답이 아니다.
여러 세대에 걸친 안정적인 소득이전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해법이다.
예컨대 노동시장 신규 진출 세대는 노동공급량 감소를 본격적으로 경험하는 세대로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 기반을 더 이상 ‘임금’에 국한할 필요가 없는 세대이기도 하다.
청년 주거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세대 간 복지의 순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시사IN 조남진
■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이 대신할 수 없는 제도, 국민연금
국민연금 저급여 문제가 계속되더라도, 혹은 이를 더 축소하더라도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이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른 노후소득 보장 비용은 전체로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지출은 줄어들더라도 조세 재원의 기초연금과 공공부조 비용이 더 늘어난다면 이것이 재정적으로 우위에 있는 방안인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같은 권리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만큼 미래 어느 시점에는 빠르게 축소될 수도 있는 제도다.
낮은 가입률과 연금수급률을 볼 때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을 대신할 수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더욱이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매우 불평등하다.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것은 공적 사회보장제도가 노후보장에서 명확한 중심축 역할을 하도록 전체 노후보장제도를 설계하자는 주장이다.
이것은 적정 노후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존재하는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시사IN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국민연금 보험료율 24년째 9%... '용돈' 전락 안 되려면 더 내야"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모든 후보들이 동의한 과제 중 하나였다.
저출산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상황에서 돈 낼 청년은 줄고 돈 받을 노인이 늘어난다면 결국 국민연금 지급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연금 고갈론'은 잊혀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가장 최근에 나온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대선을 거치며 주요 후보들이 모두 국민연금 개혁을 언급한 이유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중앙선거
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방향은 아직 모호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금개혁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고 시간이 오래 걸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정도 이외엔 확실한 내용이 없다. 그래서 국민연금 문제를 오래 연구해온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에게 개혁 방향을 물었다.
국민연금 결국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정 센터장은 '보험료율 인상', 즉 국민들이 결국 더 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 보험료율이 너무 낮다.
보험료율은 소득 중 국민연금으로 내는 돈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한국은 1998년 이후 24년째 9%를 유지 중이다.
독일(18.7%), 일본(18.3%)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보건사회연구원 제공
또 하나의 이유는 국민연금 재정이 위태롭다고 소득대체율을 마냥 끌어내릴 순 없어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정부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떨어뜨리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이 60~70% 수준일 때 가입한 현재 수급자의 가입기간별 월평균 연금액은 △20년 이상 94만 원 △10년 이상 55만7,000원 수준이다.
소득대체율이 40% 아래로 내려가면, MZ세대가 받을 연금액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 센터장은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면 '용돈연금'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기초연금 등 다른 연금을 올려야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이 24일 세종시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오지혜 기자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의 문제점은 '세대 간 공정' 논란이다. 미래세대가 더 많은 돈을, 더 오래 내야 해서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전체 국민의 복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경제활동인구가 되기 전에 앞 세대의 지출을 통해 복지 혜택을 누린다"면서 "연금제도를 복지제도에서 떼지 말고, 세대 간 재분배의 방법이라고 보면 불공정하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위한 스케줄 제시해야"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이 24일 세종시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세종=오지혜 기자
정 센터장은 결국 문제는 보험료율의 인상 폭과 속도라 봤다.
마침 윤 당선인이 '공적연금개혁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여기서 구체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2023년에 제5차 연금재정추계 결과가 나오는 만큼,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스케줄로 공약으로 제시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나 포럼 등을 운영할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연금 고갈'에 휘둘려 국민연금 무용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연금 고갈 추계는 가입자 수, 소득 등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그 기준을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결과"라며 "그런 추계는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지난 6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배식받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 마련된 식사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기초연금 40만원데 국민연금 기피우려....
인수위서도 갑론을박
‘기초연금 40만원’ 재원은? 국민연금 회피 대책은?
노인빈곤 해결 핵심공약…인수위, 이행안 고민
“최악의 노인빈곤 국가, 40만원보다 더 올려야”
국민연금 회피 잇따를 듯 “저소득층 지원책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복지·양극화 해소 공약인 ‘기초연금 40만원’ 이행을 놓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악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금액을 공약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자칫 국민연금과의 ‘역전 현상’이 발생해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윤 당선자의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다달이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재 30만원에서 10만원 더 인상한다는 게 핵심이다.
당초 당선자 쪽은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 연금액 10만원 일시 인상을 가정해 공약 재원(5년간 35조원)을 추산했지만, 인수위가 언제부터 얼마를 올릴지 재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초연금 공약은 국민연금, 직역연금(공무원·군인연금 등) 등 다른 연금들과 연계한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당선자 공약을 포함해 다양한 견해를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월 40만원보다 더 올려야”
과거 월 10만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20만원, 문재인 정부 30만원 등 대선을 치를 때마다 10만원씩 올랐다. 단순 ‘선심성 공약’은 아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소득이 높은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득을 얻는 사람의 비율)이 주요국 가운데 최악이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어르신이 많은 데다, 국민연금 도입(1988년) 시기가 늦어 미가입자가 많고 연금 수령액도 적은 탓이다.기초연금 인상의 효과도 뚜렷하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0년 38.9%를 기록해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다.
다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9년 기준 13.5%)의 3배에 달하는 ‘최악의 노인 빈곤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이 때문에 기초연금을 40만원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한국은 중간 계층인 노인조차도 여전히 노후 준비가 미비한 상황이라 당분간 기초연금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은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도 주요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거시 경제 전문가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7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0만원씩 더 주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오이시디는 한국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높이라고 권고한다.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라는 얘기다.
“기초연금 오르면 ‘국민연금 회피’ 늘어나”
문제는 기초연금이 일정액을 넘으면 대표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의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 노인 부부 가구가 월 64만원(부부 감액 20% 적용)을 받게 돼,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월 55만원)보다 많아진다.
보험료를 안 내고도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가 생기면,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에서 ‘이탈’하고 노후 소득은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장기체납을 하거나 납부예외자가 되길 선택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 지급액을 깎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도 국민연금 장기 가입 혜택을 줄이는 요소다. 국민연금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40만원’이 일종의 임계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애초에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을 지원하는 공공부조 제도로 시작됐는데, 어느덧 국민연금에 열심히 기여해야 받을 수 있는 돈과 구분할 수 없게 된다”며 “과거에는 기초연금이 적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국민연금과의 관계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 필요…재원 방안 못 낸 윤석열
기초연금 인상이 국민연금 이탈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으려면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지원책이 필수적이다.
저소득 도시 지역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출산·군 복무 등 사회적 기여에 대해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크레디트 제도 확대, 두루누리 사업 확대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윤 당선자 공약집에는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감액을 미세 조정한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약속은 담겨있지 않다.
이런 제도 도입에는 상당한 재정지출이 필요한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의지를 보이겠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게다가 윤 당선자 쪽은 기초연금 자체 비용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조차 내질 못하고 있다.
윤 당선자 쪽은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실현하는데 5년간 35조4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초연금 예산은 윤석열 정부 5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해서 늘어날 비용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미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20조원을 넘기며 5년 만에 2배나 늘었다.
지급액 확대만큼이나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탓이 컸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초연금은 노인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이고, 국민연금은 중산층이 퇴직 후에도 은퇴 전 생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노후 소득 보장은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며 “당장 노인 빈곤이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초연금 인상 공약은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국민연금 약화 문제에 대한 대안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전제와 방향 토론회’에서
정창률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초연금 통합” “소득보장성 강화”…미리보는 연금개혁 논의
윤석열 차기 정부가 연금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가운데, 고령화 추세와 미래세대 부담 증가를 고려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노동계는 연금제도의 낮은 보장성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는 반면, 재계는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임금과 적립금 수준을 높여 연금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마련한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전제와 방향 토론회’에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창률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우리나라처럼 압도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연금제도의 소득 보장성을 희생하며 재정개혁을 한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국민연금의 보험료와 소득 대체율 사이의 줄다리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대체율이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로 노후 소득 보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행 연금 구조에서는 월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직장 가입자라면 회사와 각 4.5% 납입), 소득대체율 40% 수준에서 연금을 받는다.
정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문제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 시스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금 재정 문제는 낸 것보다 많이 받는 시스템을 어떻게 수정할 것이냐에 대한 얘기”라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급격한 인상을 지양하는 방향에서 퇴직연금을 포함한 공·사적연금의 실현가능한 소득대체율을 40~45%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는 방안, 12%로 올리되 중산층 이상의 급여를 다소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타 연금 제도의 구조 개혁을 병행하는 것과 관련해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없애고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인구 고령화 추세로 인한 재정부담과 지급 기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퇴직연금은 일시금 수령, 중간정산, 사업장 파산 등의 요인으로 유의미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의무로) 30년을 가입하면 약 18~20%의 소득대체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 수준을 개선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퇴직연금 제도가 1년 미만의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고 초단기나 플랫폼 노동 등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노동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연금개혁이 보장성을 (자체적으로) 강화하는 게 아니라 퇴직연금이나 기초연금을 통해 취약성을 보완하는 제도로 갈 경우엔 공적연금 자체가 하향 평준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선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임금과 적립금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보험료율 9%를 유지해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임금과 소득 원액이 올라가 적립금이 그만큼 더 쌓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서 “공적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적정 수준의 노후소득 달성은 사적 연금에 맡기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연금개혁은 차기 정부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이다. 전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 1차 초안을 점검하며 연금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인수위는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후보 시절 “연금개혁 하지 않으면 1990년생 청년부터는 연금을 못받는다”고 한 바 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연금개혁이 마치 20대를 위한 구국의 결단처럼 비춰진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재정 안정성을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해법만이 후세대 부담을 줄여줄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청년 세대를 위한다면 발언권을 주고 논의 테이블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다.
민서영기자
[Gettyimage]
공적연금개혁추진단 꾸려 국민연금·3大직역연금 통합하라
● 고령화 심화로 연금 받을 사람 갈수록 크게 늘어
● 출산율 하락으로 연금 보험료 낼 사람 대폭 감소
● 공무원·군인 연금 상당 부분 국가재정으로 보전 중
● 사학연금도 곧 국가재정 투입해야 할 상황
● 20년간 보험료 단계적 인상해 연금 재정 악화 막아야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가 연금 개혁이다.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의 급속한 하락으로 경제활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연금 재정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유럽식 복지국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889년 독일에서 공적연금이 도입됐을 때 평균수명은 47세였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였기 때문에 연금 재정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 후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 2020년 현재 독일은 83세, 한국은 이보다 높은 84세에 이르고 있다. 2020년 현재 독일의 출산율은 1.57명, 2021년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81명이다.
1980년대부터 유럽식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다.
그 핵심 의제는 언제나 연금 재정이었다.
그래서 연금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독일은 물론 20세기 초 연금제도를 시작한 대다수 선진국은 지속적으로 연금 개혁을 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연금 혜택은 줄이면서, 보험료 부담은 늘리는 것이기에 연금 개혁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 그럼에도 유럽의 복지 선진국은 연금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해, 한국은 국민연금이 시작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서서히 시작된 연금 개혁은 공적연금의 급여 수준을 낮추고, 그 대신 사적연금 형태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과 세금 공제를 하면서 원금을 보장해 주는 ‘리스터 연금’을 도입해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독일 공적연금의 보험료율은 22% 수준이고, ‘소득대체율’은 개혁 이전의 70%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48%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민간기업의 ‘리스터 연금’ 가입률은 2001년 38%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시작되고, 1975년에는 사학연금이 출발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늦은 1988년에 첫발을 뗐는데,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이었던 필자가 연구팀의 책임을 맡음으로써 국민연금과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현행 연금제도의 세 가지 문제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연금 개혁을 약속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2월 4차 국민연금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①현행 유지
②기초연금 30만 원을 40만 원으로 인상,
③보험료 12%, 소득대체율 45%
④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 등 네 가지 방안을 내놓았으나, 그 후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연금 개혁은 5월에 새로 출범하는 정권의 몫이 됐다.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 모두 연금 개혁을 약속했기에 정치적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보전하고 있고, 사학연금도 곧 이러한 전철을 밟을 전망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장기적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각각 1973년과 1993년부터 재정수지 적자를 국가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2020년 현재 3조8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 제도대로 간다면 국가보전금은 2050년에는 23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2021년 2분기 말 국민연금 적립금이 900조 원에 달하지만,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2039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이 되면 기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몇 차례의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199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70%에서 60%로, 2007년에는 60%에서 다시 50%로 낮아졌고, 그 후 매년 0.5%씩 하락해 2027년에는 40%가 될 전망이다.
반면 보험료는 1988년 실시 당시 3%에서 5년마다 인상돼 1998년에는 9%까지 올랐으나, 두 자릿수 보험료에 대해 정치권이 부담을 가져 아직까지도 동일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재정건전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인 13.1%의 3배 이상인바 이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이같이 높은 이유는 공적 및 사적연금 역사가 일천한 데 있다.
예를 들어 대다수 선진국은 20세기 초에 공적연금을 도입했으나, 한국은 1988년에야 국민연금이 출범했다. 그 결과 가입자 중 노령연금 수급자 비율은 2021년 10월 현재 26.8%에 불과하고, 평균 수급액도 월 55만 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연금개혁에 관한 다섯 가지 제안
연금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적절한 수준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면서 중장기적 차원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의 도입 과정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연금 개혁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연금 개혁에 관한 다섯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되는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운영함으로써 노인 빈곤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련 예산을 둘로 나누어 절반은 모든 노인에게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득 조사를 통해 빈곤층 노인에게 차등 지원해 모든 노인이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양의무자’ 조건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이와 같이 통합된 기초연금제도의 실시로 ‘빈곤 노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1988년 국민연금 실시 당시에는 기초연금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상당 수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었으나, 기초연금이 이미 도입됐고, 그 수준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에 이제는 국민연금을 다른 연금제도와 같이 순수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중장기적 차원에서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이런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이러한 두 가지 개혁 조치가 이루어지면 보험료를 기존의 9%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상당 기간 국민연금 적립금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2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보험료 인상 목표치는 OECD 국가 평균인 18% 수준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보험료 인상에 관해 이러한 개혁 조치가 취해진다면, 소득대체율 역시 50% 수준은 유지돼야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1986년 설계 당시 일본의 후생연금을 참고했는데,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는 18%로, 소득대체율은 50%로 합의했다.
우리도 이러한 일본의 연금 개혁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이러한 연금 개혁의 추진 방법은 집권 초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추진단’을 전문가와 관련 부처 대표로 구성·운영해 구체적 실천 방안 마련 후, 임기 2년 내 이의 추진을 위한 후속 조치를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숙원인 연금 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前 보건복지부장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 국민연금
주거신분사회 덫에 빠진 MZ세대, 연금으로 탈출구 마련하자"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최민섭 전 도시정책학회장, '새 정부 주택정책 이렇게 하라'
청년층 주택문제 해결은 정치권, 기성세대의 책임
연금활용하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모델 참조해야
인수위, 단기 성과 급급하면 더 큰 혼란, 로드맵 그려야
여야당 초당적 기구 만들어 주택정책 사회적 합의 필요
“집값 폭등으로 청년세대는 주거신분 사회의 덫에 빠졌다.
평생 일해도 내집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의 불안을 해결해주는 것이 정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20~30대는 고령화로 인해 자신들이 노년이 됐을 때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금고갈 세대’라고 자조하는 MZ세대에게 국민연금을 활용한 내집마련 지원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부동산 전문가인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금을 활용한 젊은층의 내집마련 지원방안을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도시정책학회장, 국토교통부 민원제도개선 위원, 부동산 통계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최 교수는 1일 본지와 만나.
새 정부의 주택정책과 관련, 젊은층의 절망감을 풀어줄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층에 희망 줄 수 있는 촘촘한 정책 설계 필요
-집값폭등의 피해자는 젊은 세대들이다.
“집값을 절대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던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가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세대들 조차 평생 일해도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절망에 빠져있다.
어느 세대보다도 정보유통량이 많고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이번 집값 폭등은 저금리, 주택부족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세계 각국은 주택 공급확대는 기본이고 LTV(주택담보대출 비율)를 90%까지 올려주고, 임대료 보조금 지급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젊은층의 주택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글로벌하게 형성되고 있다. "
-윤석열 당선인도 청년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역세권 생애 첫집(20만 가구)과 청년원가주택(30만가구)을 공약했다.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다. 문제는 충분한 공급물량의 확보이다.
택지확보와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임기내에 입주하는 주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애 첫집 주택과 청년원가주택도 ‘로또 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5년 후 그 정책이 유지될 지도 의문이다.
젊은 층이 기다리면 충분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책의 안정성, 신뢰성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고 주택시장 상황이 변할 때마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왔다.
정부를 믿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까. "
최민섭 교수는 새정부에 대해 "주택시장의 순환주기와 공급시차를 감안해서 긴 호흡으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봐야한다"면서 "과거정부가 단기 성과에 집중하다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완화해서 내집 마련을 돕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생애 첫 내집마련에는 정부가 어떠한 형식으로든 지원을 해야한다. 물론 대출규제를 완화하여 레버리지를 많이 활용하면 좋겠지만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집값 하락기에도 비교적 안전한 원가주택이나 역세권 생애 첫집, 공공택지의 분양주택 등은 LTV를 90%까지 올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출규제가 너무 엄격하면 청년 세대의 내집 마련 자체를 가로 막고, 너무 풀어주면 가계부채 리스크를 높인다는 측면이 있다.
청년층의 소득이 향후 일정기간 점차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기상환금을 낮추고 점차 상환금액이 증가하는 점증상환대출 정도를 고려할 필요가있다.
일률적 규제보다 케이스 바이케이스로 대출 심사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9억원 이상 중도금 대출 제한처럼 현금부자만 집을 사게 한 대출 규제는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국민연금을 활용, 내집 마련을 돕자는 주장도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연금을 주택마련자금과 연계하고 있다. 도시국가로 토지국유화를 통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고 국민연금도 부담율이 높은 등 싱가포르만의 특성이 있지만,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뉴질랜드의 ‘키위세이버’도 참고할 만 하다.
일종의 퇴직 연금인데, 생애 첫 내집마련을 했을 때 인출해 내집 마련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1인당 1만 뉴질랜드 달러를 지원해준다. 우리도 뉴질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연금을 활용,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로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연금을 불신하는 젊은 세대에게 연금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세대가 현재의 노인세대를 지원하는 세대간 소득재분배 기능은 국민연금 제도 도입초기 제도순응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였는데 현재 MZ세대의 낮은 수익비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새로운 청년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 집착하면 시장 왜곡시킬 수 있어
-청년층에게는 임대주택도 필요한 것 아닌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위해 임차세대에게는 임대료 보조제도를 도입, 소득에 따라 지급액 격차를 두는 것도 좋다.
생애주기별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을 고려 할 때 신혼부부에게는 도심지 직주근접형 중소형 주택이 필요하고 다자녀가구에게는 아이들 교육이 단절되지 않도록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지역에서 자녀수에 따라 중대형 주택도 공급할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인수위가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 다주택자 양도세감면 한시적 완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가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새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펼칠 수 있는 5년 이라는 기간은 주택시장에서는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다.
과거 정부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원했기 때문에 많은 정책을 내놓고 시장에서 약효가 없다고 더 강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다 오히려 시장이 더 엉망이 됐고 집값이 급등했다. 임기 동안 주택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방식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예측가능하고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임기 내에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시장의 순환주기와 공급시차를 감안해서 긴 호흡으로 현미경과 망원경을 동시에 봐야한다. "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놓고 여야당이 벌써 갈등을 벌이고 있다.
“주택문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뉴질랜드는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주택법안을 여야당이 초당적으로 발의하고 통과시켰다.
특히 젊은층의 주택문제해결은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여야당이 정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다.
주택문제로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원인과 대책을 여당과 야당, 전문가, 사회 각계 각층이 모여 미래를 위한 비젼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젊은층 지원방안, 주택공급확대 방안, 등을 합의를 도출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조선일보 & chosun.com,
강동영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위해 지난 3월 투자기업 주주총회에서 78개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으나 예외없이 다수 주주의 판단과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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