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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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가계부채 잡겠다"고 했는데…'1862조 폭탄' 남긴 文정부
[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⑤ 금융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위한 가계부채 위험 해소'.
문재인 정부가 5년 전 내세운 첫 번째 금융정책이지만 지금도 가계부채 위험은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 5년간 500조원 넘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J노믹스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큰 몫을 했다.
과도한 금융산업에 대한 개입과 규제 중심 정책에 아쉬움도 남는다.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서민·포용금융 강화 등은 문재인 정부가 남긴 성과 중 하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속도...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1.7배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8%(136조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519조6000억원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100조원 이상 가계부채가 증가한 셈이다.
경제규모 성장과 함께 가계빚은 자연스럽게 증가하지만 속도가 문제다.
2020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상황에 이르렀고, 지난해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6.1%로 집계됐다. 5년 사이 18.8%포인트 상승했다.
비율과 증가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금, 보험료 등을 빼고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배에 이른다.
부채 부담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저성장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해외기관에서도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를 경고한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경제학회에서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 응답한 27명의 교수 모두 가계부채 규모가 높은 수준(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교수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89%가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서비스 자금 수요'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강화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 단계적 도입을 실행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내세워 사실상 직접적인 대출 통제에 나섰다.
전세대출을 조이려는 움직임에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높은 가계부채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도 큰 부담이다.
인터넷은행·핀테크 활성화 성과...'금융산업' 육성 정책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서민 재산형성과 금융지원 강화'도 주요 금융정책 목표로 삼았다.
또 소비자 보호 중심의 금융관리·감독체계 마련도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목표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핀테크 활성화,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법정 최고 이자율은 지난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됐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두 차례 낮췄다.
'포용적 금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지나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와 개입으로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 이자부담을 낮추는 것도 좋지만 낮은 이자에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 사금융에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과도한 금융관리와 감독은 여러 분쟁을 불러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또 금융산업 자체를 위한 정책은 사라지고, 다른 산업 혹은 정책을 위한 보조적 역할로 그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바꾸고자 빅테크를 활용하면서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발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서 금융정책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금융업권의 자율성도 떨어지고, 시장 질서도 많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정책을 민간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시장의 플레이어로 참여하다보니 나오는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지속된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환경에서 출범했다.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였지만, 낮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 등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작은 수준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대호황’에 힘입어 그해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치인 952억달러를 달성했다.
정부는 당시 최대 과제를 소비 회복과 잠재 성장률 제고라고 판단하고,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저성장·고물가’ 상황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충격이 확산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올라서는 등 경기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862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을 펼치면서 물가도 잡고,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도 관리해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제 여건이 5년 사이 급변한 데는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 사태가 공급망 차질을 유발하면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밀어올린 탓에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이 물가를 더 자극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기 억제’에 방점을 둔 부동산 규제가 역으로 패닉바잉(공황 구매)을 포함한 수요를 이끌어내면서 집값이 뛰었고, 코로나로 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폭증하면서 가계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래픽=손민균
◇ 1862조 ‘부채 폭탄’…경기 회복 발목 잡을까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영끌·빚투(빚내서 투자) 대출이 급증한 결과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해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의 대출도 크게 늘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 기간 늘어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6.1%로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뛰어 부채가 많은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무디스는 “가계부채와 빠르게 진행 중인 인구 고령화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득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는 소비를 제한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위기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빚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4%대 물가 상승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지고,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고 있다.
실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73.4%에 육박했다.
지난해 4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51조9000억원 늘어날 동안 빚은 134조7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가 2조9000억원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총 4차례, 1%포인트(p) 올린 점을 감안하면 연 이자부담도 11조60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연말까지 1~2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예정된 만큼,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 리스크가 몰아치는 가운데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가계부채 부실화가 현실화될 경우 실물경제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는 “가계와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큰 문제 중 하나”라며 “부채의 지속적인 확대가 자칫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 폭탄이 터질 가능성은 역대 최고로 올라왔다”며 “현실화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순히 가계·기업의 부채 부실화로 인한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에 그치지 않고 국가신용도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외화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고환율·무역수지 적자까지…대외 신인도 ‘흔들’
빚더미에 앉은 것은 가계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 결과 국가채무는 지난해 965조3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4년간 305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는 자금순환표 기준 5477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어섰다.
GDP의 2.7배에 달하는 규모다.
가계부채와 국가채무가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달 20일 기준 연간 누계 무역수지는 91억57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77억6900만달러 흑자)에 비해 적자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선 영향이다.
지난 2015년 처음 900억달러를 돌파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7년 952억달러를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왔다.
2018년 697억달러, 2019년 392억달러로 줄었고, 코로나 여파로 2020년에는 449억달러의 ‘불황형 흑자’를 냈고, 지난해 293억달러로 감소했다.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마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같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늘기 때문에 무역수지도 악화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기준 1239원에 마감했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 흐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손민균
무역수지 적자 행보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8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흑자폭은 1년 전에 비해 5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무역수지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재정적자에 이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는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낸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정수지가 악화하면 경상수지도 나빠질 수 있다”면서 “해당 영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쌍둥이 적자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는 점만 강조하면서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올라 단기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차기 정부가 민간 부문의 활력을 불어넣어 국내 기업의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을 펼치는 방식으로 무역수지 흑자 관리에 나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입장에서는 손해”라면서 “새 정부에서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재은 기자
클립아트코리아
1800조 가계빚 폭탄, 이미 현실..1인당 더 갚을 이자만 연 112만원
빅스텝·고물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부채질
연말 2.25%까지 오르면 이자 23조 증가
변동금리 더 선호, 가계 부담으로 부메랑
코로나 19시기 저금리 기조를 발판 삼아 1,800조 원 가까이 부채를 늘려왔던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된 데다, 국내 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스텝에 더 오를 금리…가계 허리 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미국 기준금리가 7월까지 단숨에 1.0%포인트 오르고 연말엔 3%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스텝은 미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높인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년 3개월 동안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 인상을 통해 1.50%로 높였는데, 연말 2.25%까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최소화하고 물가를 누르기 위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 높이는 시나리오다.
기준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저금리 국면에서 1,755조8,000억 원(지난해 말 기준)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에 충격을 준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권 조달 비용 증가로 대출금리도 높아져서다.
금융권에선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기 때문에 7%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해 말 대비 1.6%포인트가량 올랐는데,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된 만큼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연말 2.25%까지 뛰면 0.5%였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증가하는 이자만 23조3,828억 원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 시 1인당 연간 이자는 16만1,000원으로 늘어난다는 한은 분석을 감안하면 연말 차주별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자의 역습, 청년·적자가구 위협
'이자의 역습'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국내 가계부채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선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대 청년 등의 2금융권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2,729억 원(1.0%) 늘어나는 등 취약차주 부채의 질이 나빠졌다.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전 연령대 통틀어 5,000명 감소한 반면 20대는 37만4,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또 소득의 98%를 빚 갚는 데 쓰는 등 여윳돈이 없는 적자가구는 전체의 17.2%인 354만 가구(금융연구원)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가계는 당장 이자가 싼 변동금리 대출을 더 선호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오히려 전달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금리가 약 0.6%포인트 높기 때문이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는 모두 가계부담으로 돌아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완만하게 서서히 올려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며 "가계는 그동안 미뤘던 원리금 상환에 나서야 하는 등 부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연합뉴스
나쁜 이자가 불어난다" 또 빅스텝 예고한 미 연준…가계 허리 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와 관련,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며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서 멈췄지만, 추가적인 빅스텝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내 통화정책(기준금리)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당장 이달부터 부담이 커지게 됐다.
미 연준과 기준금리 인상 스텝을 어느정도 맞춰야 내외 금리차를 줄일 수 있어서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의 회의는 이달 26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급등하는 물가,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당장 대응해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카드를 만지작하는 상황이다.
이런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코로나19로 빚이 불어난 자영업자 등은 나쁜 이자가 불어나는 것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미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0.5%에서 0.75~1.0%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통상적 조정 폭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상한 것은 닷컴 버블 사태를 맞은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다음 달부터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대차대조표 축소에도 착수한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양적 완화 정책에서 돌아서 긴축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을 조인다는 것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물가를 낮추기 위해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더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연간 기준으로 8.5% 상승했다.
이는 1981년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올해 FOMC 회의는 6월과 7월, 9월, 11월 12월 등 5차례 남겨 두고 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6월과 7월 연속으로 또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당장 이달을 포함해 7월과 8월, 이어 10월, 11월 등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전체회의를 5차례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취임 후 처음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창용 한은 총재는 5월과 7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데이터를 더 보고 결정하겠다"면서도 물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3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 가까이 치솟자 한은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서둘러 개최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당분간 한은 금통위 전체회의 때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 연합뉴스
가계빚 시한폭탄 재깍재깍…9월 이후 부실 터질 듯
우리나라 가계빚은 한은의 공식 집계로 지난해 12월말 기준 1862조100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18조원 넘게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가 연내 2%를 웃돌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기대심리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서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지난 3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만 해도 연 4%에 바짝 다가서며 7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이 발표한 가장 최근 금리 관련 통계인 '2022년 3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05%포인트 오른 연 3.98%를 기록하며 4%에 근접했다.
이는 10개월 연속 오름세이며, 2014년 5월(연 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중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장단기 지표금리 상승 등에 기인해 연 5.46%로 전월에 견줘 0.13%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비중이 가장 큰 가운데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미 연 6%를 넘어 연 7%를 향해 가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까지 4차례 걸쳐 모두 1%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고 가계대출의 70% 이상이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가계의 이자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한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연장되는 등 이미 4차례나 연장된 가운데서도 90일 이상 연체 등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에만 12만건 이상으로 부실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조치에 가려진 '깜깜이' 부실이 9월 이후 터지면 채무조정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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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뿐만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완화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8일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천지일보
'소득 적은 30대' 부동산 영끌 많아…금리인상기 가계빚 폭탄 뇌관으로
지난 10년간 빚을 내 부동산 매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세대는 30대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적령기로 주거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30대의 연령적 특성에 '무리해서라도 빚을 내 집을 사지 않으면 주거 계층 사다리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다'는 저소득층의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은 부동산 상승장과 저금리가 겹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금리 인상에 부동산 조정기가 오면 이들이 가장 취약계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득에 기반한 대출을 받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5일 매일경제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청년 금융생활 실태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은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20년 가계금융복지자료를 활용한 이번 보고서에는 30대 저소득층의 평균 금융부채를 평균 경상소득으로 나눈 값은 1.30으로, 40·50대 저소득층(1.10), 30대 고소득층(1.07)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저소득층은 대출을 2배 늘릴 경우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가 4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에 따른 부동산 자산 규모 확대 효과는 30대 저소득층에서 가장 컸고, 20대 고소득층(39.9%), 40·50대 저소득층(35.9%), 60세 이상 저소득층(28.7%) 순이었다.
30대 '빚투족' 집값 조정땐 무방비…"상환능력 감안한 대출규제 필요"
청년금융생활 실태 보고서
자산규모 증가 효과 컸지만
시장 냉각 땐 타격 더 심해
과도한 대출 사회문제 될듯
20·30대가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가운데, 30대 저소득층이 빚을 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가장 적극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자산 규모가 급증하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과 부동산 조정기가 겹치면 취약한 소득 기반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청년금융생활 실태 연구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는 부채 증가가 연령·소득별 자산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담겼다.
연구는 청년층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20대, 30대, 40·50대 중장년층, 60세 이상 노년층 등 네 그룹으로 구분했다.
소득 5분위 중 1분위와 2분위를 저소득층으로, 최고 소득계층인 5분위를 고소득층으로 분류해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에 따른 부동산 자산 증가 효과가 가장 컸던 세대는 30대 저소득층이었다.
이들의 부채가 2배 늘어날 경우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4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도 저소득층에서 부채 증가에 따른 부동산 자산 증가 효과가 더 컸다.
중장년층 저소득층의 경우 부채가 2배 늘어나면 부동산 자산은 35.9%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은 대출에 따른 부동산 자산 증가 규모가 9.9%에 불과했다.
반면 20대는 이들과 달리 고소득층에서 레버리지 효과가 컸다. 20대 고소득층은 부채가 2배 늘어나면 부동산 자산이 39.9% 증가하고, 20대 저소득층은 부채가 2배 늘어나면 부동산 자산이 25.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소득이 부족한 청년층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 매입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향후 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분기 기준 청년층의 저소득 차주 비중은 24.1%로 다른 연령층(14.4%)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는 유연하게 적용하더라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철저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에게 빚을 내서 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다양한 금융자산에 적립식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부가 올해 초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도입한 '청년희망적금'을 출시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청년 금융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신설된 청년정책과가 금융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진행됐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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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연도별 한국, 가계대출 규모 (단위:조원)<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금리상승기 가계 신용위험 고조… "가계부채, 성장·소비 도전 요인
가계 빚이 1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본격적 금리상승기에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피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심각한 가계부채가 신용등급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1862조653억원으로 2020년 1분기 1611조4498억원 대비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인 2021년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909조2000억원으로, 1년 전(803조5000억원)보다 13.2%나 늘었다.
통상 자영업자들은 사업자대출과 신용대출을 섞어 사용하는 만큼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이 가계대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중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더 큰 적자가구는 유동성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전망이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커지는 이자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2023년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도 이에 동조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준금리는 2.86%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2.33%까지 오른다는 가정하에 내린 추정치다.
한경연은 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61%포인트만큼 올라가면 가계대출 금리는 1.90%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4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구 당으로 보면 이자 부담이 345만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또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6조4000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오는 9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이 끝나면 대출 채무와 이자가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을 비롯해 가계부채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 초 피치는 한국의 높은 가계 부채 수준이 한국 은행권 신용등급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무디스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소비에 도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 측은 "한국의 가계부채는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6.5%"라며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으로 뛰어, 이제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부채가 많은 몇몇 나라들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새정부가 풀어야 할 핵심과제로 꼽히고 있다.
가계부실이 커지면 신용 불량자가 많아지고, 이에 따른 부담도 정부가 짊어져야 한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가계부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통화긴축 시그널이 계속 나왔다"면서 "금리상승기조 속 DSR 등 대출규제를 풀면 가계대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가계 빚, 나라 빚, 기업 빚…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부채 주목한 한은 MZ세대 보고서 '소득은 적고 부채는 많다'
국가채무 경고, 국책硏서 또 나와… '좀비기업'은 폭탄돌리기
경제가 발전하면서 규모가 커지면 대체로 빚도 늘어난다. 단지 빚 증가가 무서워 경제 성장에 주저할 이유도 없고, 오로지 늘어나는 부채만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산= 부채+ 자본’이라는 것에 비쳐 봐도 부채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경원시 할 이유는 없다.
경제의 여러 아젠다가 그렇듯이 부채도 다면성, 최소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그런 특성 때문에 논설실에서 사설을 다룰 때도 부채 문제에 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부채 문제를 가볍게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 상황이 급변할 때의 금리 인상 혹은 인하에 대해 딱 부러진 논평 내기가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부채 문제는 중요한 경제 이슈다.
경제 규모에 맞춰 부채가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할 때에도 증가속도, 단기 급등은 분명 문제가 된다.
주의해서 보면 근래 과속 경고가 은근히 많다.
소득과 자산에 따른 특정 계층, 특정 연령대, 특정 직업 및 산업군(群)에서의 편중된 증가도 문제다.
절대 규모에 대해서는 늘 논란이 분분하지만, 자산과의 대비로도 같은 맥락에서 위험성을 잴 수 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전통적 경제 3 주체로 볼 때 최근 몇 년 동안은 급증한 국가 채무가 큰 관심사였다. 가계나 기업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간섭이 문제가 될 정도로 엄격한 대출한도가 적용돼 결과적으로 대출의 건전성이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영끌’ 등으로 상징되는 가계부문이 특히 그렇다. 집값대책의 일환으로 LTV DTI가 과도해진 것이 역설적으로 가계 빚 증가를 억눌러준 것이다.
나라 빚은 범람하는 포퓰리즘 속에 예산지출의 위험선이 무너지면서 급증했으나 직접 규제하고 통제할 수단이 마땅찮다.
그 결과 단기간에 급증했다.
위험한 쏠림은 저금리가 끝나가면서 무섭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경고 속에 오르는 금리는 더 들썩거리고 있으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채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의 빚은 컨트롤 가능할까.
◆경제활동 중핵 MZ, "실속은 없고, 빚은 많고…"
어제 한국은행이 이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보고서 하나를 내놨다.
‘MZ세대 현황과 특징’에서 주목되는 것은 1980~1995년생(MZ)이 우리 경제의 주력세대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해 씀씀이는 적고 빚이 많아 앞으로 향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2018년 MZ세대의 근로소득을 2000년 동일 연령대와 비교할 때 1.4배 증가에 그쳐 이른바 X세대(1965~1964년, 1.5배)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1.6배)보다 낮다.
반면 MZ세대의 총부채는 2000년 기준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4.3배에 달한다고 분석됐다.
X세대 베이비붐세대보다 부채가 많은 게 주로 주택구입 비용 탓이었다. MZ세대는 인구구조상 가장 두터운 연령대다.
2030세대의 부채는 458조7000억원(2021년 6월말)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앞서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 조사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보면 2030 세대 가구조의 부채는 평균 9986만원(2021년 3월말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9.5% 늘었다.
30대의 부채 증가율은 11%에 달했다.
가계 부채의 양극화 문제도 있다. 전체 가계 빚이 통계가 나올 때마다 ‘사상 최대’라고 하지만, 국가적 금융위기가 오지 않는 한 가계의 금융자산도 성장에 따라 늘어나고는 있다.
전체로 보면 그렇다. 문제는 역시 증가 속도이고, 더 실질적 문제는 금융자산이 없는 취약계층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고용 증가를 통한 선순환 발전이 없이는 계속 문제될 것이다.
◆위기 때 부각되는 기업부채, '코로나 핑계' 언제까지?
기업 부채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고용 유지하고, 통상적 영업 활동으로 세금 내는 기업이라면 부채가 다소 증가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부실한 한계기업, 좀비기업의 증가가 관건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인해 그런 기업이 늘어나면 잘 대응해야 한다.
그런 기업의 부채를 정부가 연거푸 덮어온 것 또한 양면성이 있지만, 선거의 부정적 영향이 컸던 것은 무시 못 할 사실이다.
최근 네 번째 획일적인 유예 조치가 내려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이른바 ‘코로나 대출’이 그런 사례다.
앞서 세 차례나 반복됐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는 원래 ‘2022년 3월말까지’라는 시한을 박은 것이었지만, 대선 직전에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또 한 번 같은 조치를 더 했다.
지난해 9월 3차 연장 때 204조원이었던 대출 잔액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 또한 폭탄돌리기는 아닐지 걱정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면 대기업부채도 어떻게 부담으로 작용할지, 이 문제는 채권단으로서 은행들이 알아서 제대로 판단하는 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늑대 소년 경고' 돼 가는 나라 빚, 이젠 관심권 밖인가
급팽창해온 재정지출과 나라 빚 문제는 그간 워낙 많이 언급돼 이제 웬만한 내용은 중언부언처럼 돼 버린 측면이 있다.
‘늑대소년의 경고’꼴 날까 걱정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분석 자료로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국가채무와 공공부문 부채 분석’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2020년의 국가 채무, 일반 정부 부채, 공공부문 부채를 분석했다.
이중 가장 규모가 작은 국가 채무만 볼 때 2020년 847조원으로 증가속도가 가장 가팔랐고, 정부의 금융자산(835조원)보다 더 많았다는 지적이다.
금융자산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회계·기금의 합산이다.
2019년에는 정부 금융자산이 57조원 많았으나 반전됐다.
가계 빚, 기업 빚, 나라 빚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저금리 때는 모두가 견딜 만했다.
코로나 2년간은 특별한 위험 기간이라며 대출의 관리와 회수 문제도 의도적으로 피했다.
장기간 초저금리 때는 국채 발행에도 문제가 없었으니 나라 빚도 쉽게 늘었다.
하지만 이제 금리는 오르기 시작했고, 해외의 신용평가사들은 지켜 볼 것이다.
그래도 곳곳에서 돈 더 쓰자는 얘기뿐이다. 윤석열 당선자 쪽에서도 공약 이행이라며 50조원 2차 추경을 주장한다.
부채공화국의 세 부문 동반 과속 증가, 뒷감당이 될까.
빚내 쓴 뒤가 두렵지 아니한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지난해 대출 수요가 최대치로 늘면서 제2금융권의 대출 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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