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기자
조민규 기자kioo@zdnet.co.kr
연합뉴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시한폭탄 된 '연금'..개혁 더 못 미룬다
'골든아워'에 몰린 인구절벽]인구구조 변화로 국민연금 고갈 가속화..정부,
적정 노후소득보장·지속가능성 고려한 연금개혁 구상
국민연금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사이 출생)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함께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몇 안되는 제도다.
마땅한 노후대책이 없는 은퇴자는 수십년을 부었는데도 월평균 57만원에 불과한 수령액이 마뜩잖고,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단 걱정이 앞서는 사회초년생은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 불만스럽다.
정작 연금개혁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회색코뿔소(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 세대를 위한 노후보장과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해서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데다 정치적 부담도 크다보니 지난 정부에서도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연금개혁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연금 수급자가 600만 명을 돌파했다.
500만 명을 넘어선 지 25개월 만이다. 앞서 3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56개월, 4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도달하는 데 42개월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빠르게 늙어가는 인구 변화가 부채질한 결과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2030년 874만명, 2040년 1290만명으로 갈수록 급증할 전망이다.
저출산 '인구절벽'까지 맞물리며 국민연금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다.
받을 사람은 많은데 이를 부양할 인구가 없다보니 2055년이면 적립금이 '제로(0)'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 추세대로라면 고갈 시점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닥난 국민연금을 나랏돈으로 메꾸게 되면 국가 재정 붕괴도 시간문제다.
저출산·고령화 위기대응에 나선 새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한 시나리오별로 예측한 적립금 고갈 추이. /표=국회예산정책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교육개혁과 함께 연금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사회 체질개선이 지연되는 이유로 지지부진한 연금개혁을 들고, 적정 노후소득보장과 연금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내년 예정된 재정계산을 마친 뒤 개선안을 마련해 공적연금개혁위원회에서 개혁 논의를 추진한단 구상이다.
기본방향은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확립이다.
1998년 정해진 뒤로 24년째 동결인 보험료율(9%)을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40%대로 '용돈 연금'이란 비아냥까지 나오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기 어렵단 점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분석한 국민연금 개편 시나리오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5%로 잡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면 적립금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8년, 14%로 올리면 14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제혜택 확대 등으로 개인·퇴직연금의 가입률과 수익률 제고를 유도해 사적연금도 활성화한단 계획이다.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국민연금 개편과 연계해 월 30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40만원까지 인상해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단 방안도 제시했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생길 수 있는 경제적·심리적 손해를 최소화하고 노후소득 보장기능을 확대하겠단 것이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노후소득 보장기능 강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를 현행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꾸준히 연금 뜯어 고치는 OECD, 감감무소식 대한민국
OECD '한 눈에 보는 연금 2021' 분석
공적연금 운영하는 37개국 중 89%가 연금개혁
한국은 3년간 추납기간 10년 제한한 게 유일
일본은 수령연령 늦추고, 멕시코 사용자 부담 ↑
보장 강화한 나라는 개혁 선행했던 '연금선진국'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최근 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이 공적연금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심각한 노인빈곤율과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도 굵직한 연금개혁이 없었던 한국과 대조적이다.
연금보장을 더 확대한 국가들도 일찌감치 강도 높은 연금개혁을 단행한 곳이었다.
국민연금도 더는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일 아시아경제가 OECD의 ‘한 눈에 보는 연금 2021’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국가 37곳 중에서 33곳(89.1%)이 최근 3년(2019~2021년) 내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연금개혁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곳은 체코, 아이슬란드, 미국, 스위스뿐이었다.
한국도 연금개혁 국가에 포함됐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
연금 재정건전성이나 보장성을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OECD는 2020년 12월 별도 규정이 없던 한국의 국민연금 추납기간이 최대 10년으로 제한됐다고 공시했다.
추납제도는 뒤늦게 보험료를 내고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는 제도다
. 가입기간이 길수록 받는 연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개혁이라기보단 부작용을 막는 수준의 변화다.
대다수 국가는 연금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과감한 개혁안을 내놨다.
노인 인구비율이 높은 일본은 올해 4월부터 공적연금 수령나이를 최대 만 75세까지 늦출 수 있도록 했다. 그전까지는 만 70세까지 유예할 수 있었다.
또 합리적인 연금지급을 위해 수급권자가 일하는 경우 연금액을 재계산하기로 했다.
강도 높은 연금개혁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건전성 강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2004년 고이즈미 정권은 13.58%였던 일본의 후생연금(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매년 0.354%씩 올리기로 했다. 총 14년이 걸린 인상 정책은 보험료율을 18.3%로 올려놨다.
소득대체율 역시 2040년까지 50%대로 낮추기 시작했다.
경제상황에 따라 연금재정이 악화하면 자동으로 지급액을 줄이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해당 정책으로 고이즈미 정권은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심각했던 연금고갈 위기를 늦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장성 강화한 나라는 대부분 '뼈 아픈' 개혁한 연금선진국
스웨덴도 2020년 1월 공적연금을 받는 최저연령을 61세에서 62세로 올렸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저연령은 2026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늦출 계획이다.
의무 정년은 2020년 67세에서 68세로 늘어났다.
다음 해에는 69세로 더 길어진다.
노르웨이는 아예 국민보험제도에 있는 유족급여를 뜯어 고쳤다.
노르웨이는 67세 미만에게 영구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를 기간이 제한된 조정급여로 대체했다.
급여수준도 최저연금액과 비슷한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급하게 된다.
과거처럼 고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하는 방식도 중단했다.
멕시코의 경우 사용자(기업 등)의 연금 기여비율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재정확보에 나섰다.
개혁안에 따라 5.15%던 사용자 기여비율은 다음 해부터 2030년까지 13.875%로 늘어난다.
대신 근로자의 기여비율은 1.125%로 변동 없이 유지한다.
보장성을 강화할 때에도 가난하거나 취약한 계층에 먼저 적용하는 방식이 쓰였다.
독일은 지난해 1월 연금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연금충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이 낮고 법정연금에 장기간(33년 이상) 가입한 고객이 대상이다.
월급이 1인 기준 1250유로 이하, 부부기준 1950유로 이하라면 보조금을 받는 식이다.
국민연금을 더 두텁게 강화한 국가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연금개혁을 진행했던 곳이었다.
개혁을 통해 ‘기대여명계수’를 도입하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연금을 깎은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핀란드는 장기실업자를 위한 연금지급 권리를 1958년 이전 출생자에게도 주기로 했다.
연금 지원은 5년 동안 실직 상태였던 핀란드의 노인 실업자에게 소득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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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일 신분이었던 지난 4월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4.20. photo@newsis.com
"33년 뒤 기금 바닥"…예고된 미래세대 재앙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공적 연금 개혁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인구 구조 변화와 기금 상황을 고려하면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정부와 국회의 국민연금 관련 추계 현황을 보면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2050년대에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고갈된다.
2018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은 2057년이다.
2013년 실시했던 재정추계 때는 고갈 시점이 2060년이었는데 3년 더 앞당겨졌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서는 고갈 시기가 2055년으로 더 빨라진다.
공적 연금제도 중 일반 국민들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1988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첫해 말 기준 가입자 수는 443만명이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기, 생산인구가 다수인 인구구조, 연금제도에 대한 낮은 인식률 등으로 연금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 수는 600만명을 넘어선 607만124명이다.
지난 2003년 말 116만9441명이었던 수급자 수는 2007년 말 200만명, 2011년 말 300만명, 2015년 말 400만명, 2019년 500만명, 2021년 6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수급자가 100만명씩 증가하는 기간이 통상 4년이었으나 500만명에서 600만명이 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불과 2년에 불과할 정도로 수급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급자를 포함해 앞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 2월28일 기준으로 2228만3523명이다.
반면 가임 여성 1명당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1.0명을 밑돌고 있다.
연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데 세금을 내야 할 미래 세대 수는 줄고 있다는 의미다.
이창수 한국연금학회장(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은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상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악"이라며 "지금의 상황으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파탄이 닥쳐온다는 게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문제는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63개국 중 종전 23위에서 27위로 하향 평가했으며 특히 '미래에 연금이 잘 적립되는 정도' 순위가 기존 35위에서 50위로 15단계 추락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보험료를 올려서 재정을 확충하거나 지급하는 연금액을 줄여 지출을 낮추는 방식이 필요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국민 부담 증가, 연금 감액은 국민 복지 혜택 후퇴라는 난제에 부딪힌다. 여기에 일반 국민연금과 보험료율, 지급률이 다른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 등 직역 연금 문제까지 얽히면 의견 충돌은 더 거세진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개의 복수안을 마련하는데 그쳤고, 국회에서도 진전된 논의가 없어 흐지부지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보장성을 강화하려고 하면 재정 건전성이 불안해지고, 재정을 안정화하려고 하면 보장성을 높이기가 힘들다"며 "이 둘이 충돌하기 때문에 연금개혁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의 재정여건 등을 다시 계산해 하반기에 연금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원섭 고려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연금개혁은 결국 돈 문제인데, 위원회만 만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말 집중력을 갖고 집요하게, 결단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수 학회장은 "그동안 오랫동안 연금개혁을 방치한 바람에 누적된 문제가 엄청나게 쌓여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부채가 쌓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개혁안을 도출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답이 있다면 정답대로 하면 되겠지만 연금개혁은 정답이 없다"며 "서로가 한 발씩 물러나서 양보하고 타협을 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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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핵심 국정과제 ‘연금개혁’ 긴급 점검
국민연금 고갈 5년 앞당겨져..'더 내고 덜 받는' 뾰족수 찾아야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 논의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는 ‘새 정부 경제 정책방향’을 통해 국민연금 개편을 위해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고,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거쳐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금개혁은 5년 단위의 재정계산 때 마다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만큼 시급한 개혁과제이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2022년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시작되는 해이고,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모두 연금개혁을 공언한 만큼, 새 정부에서도 연금개혁 논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연금개혁을 위한 현재 상황과 걸림돌 등을 점검했다.
저출산 고령화 장기화되면서
노인층 급증 생산인구 준 탓
정부,내년 하반기 개선안 마련
공론화 통한 국가적 합의 시급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형평성 문제도 주요 해결 과제
◇고갈되고 있는 연금 재정 = 국민연금법 제2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4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을 계산하고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재정균형 유지를 위해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를 조정하는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시작됐는데, 연금 당기수지 적자가 되는 연도와 연금 기금이 완전히 고갈되는 연도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만큼 빨라지고 있다.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때 적자가 시작되는 연도는 2044년, 재정이 고갈되는 연도는 2060년이었다. 2018년 4차 재정추계에서는 적자 연도와 고갈 연도가 각 2042년과 2057년으로 단축됐다.
저출산 고령화가 더 심각해지면서 2023년 예정된 5차 재정 추계에서는 적자와 고갈 연도가 더 당겨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지난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적자 연도와 고갈 연도를 각각 2039년, 2055년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적자 시기와 고갈 시점이 당겨지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가 장기화하면서 연금을 받는 노인층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보험료를 내는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1988년부터 실시됐는데, 첫해 말 기준 전체 가입자 수가 443만 명이었지만, 현재는 연금 수급자 수만 지난 2020년 4월 500만 명을 돌파한 뒤 불과 2년 1개월 만인 지난달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수급자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에는 874만 명, 2060년에는 168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 지급액도 2015년 15조2000억 원에서 2020년 25조 원대로 급격히 늘었으며, 올해는 3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1.0명을 밑돌면서, 보험료를 내야 할 미래 세대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개혁 = 많은 전문가는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설계된 국민연금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 수령액의 소득대체율은 40%다.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 기간의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가치다.
즉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소득의 9%를 내면, 나중에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돌려받는 남는 장사다. 반대로 연금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고 지원을 늘리고, 투자 등의 기금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도 수지타산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탓에 역대 정부마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은 매번 강조돼 왔지만 연금 구조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의 ‘덜 내고 더 받는’ 방식의 불균형 구조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핵심인데 국민의 ‘표’가 중요한 그간의 정치권과 정부가 책임지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새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계산(2023년 3월)을 통한 국민연금 개선안을 2023년 하반기에 마련하고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해 공적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시점이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적극적인 개혁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심각한 적자구조로 전환돼 매년 정부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 과제다.
결국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가적인 합의가 시급하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대표는 연금포럼 봄호에 기고를 통해 “재정계산은 전문적인 분야지만, 5차 재정계산은 시민들이 지닌 의문에 응답하는 작업이 되길 바란다”며 “70년 장기 추계에 대한 불신 혹은 오해를 해소하도록 재정계산의 과정과 결과를 시민들에게 대중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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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국민연금관리공단]
포퓰리즘과 가짜뉴스가 망친 국민연금
점점 빨라지는 국민연금 적자·고갈 시점
정치권, 알면서도 연금 개혁은 미적지근해
집권하면 입장 바꾸고 상대 당 공격하기도
'연금 더 못 받는다'식의 가짜뉴스도 원인
국민연금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금 받는 노인이 늘고, 돈 내는 근로자가 줄어든다.
기금이 고갈된다는 심각성은 진즉 제기됐지만, 조금 내고 많이 챙겨가는 국민연금 시스템은 십수년째 그대로다.
방치되다시피 한 국민연금은 건강하고 탄탄한 선진복지사회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을 개혁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연금개혁에 대한 장애물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지체시켰던 장애물들은 논의가 본격화되면 또다시 연금개혁을 좌초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연금개혁의 방해꾼이 누구였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국민연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보험이다.
근로자가 국가에 일정한 보험료를 내면, 나이가 들었을 때 연금의 형태로 받는다.
국민을 노후 빈곤으로부터 보호하고,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보장하며,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핵심제도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국민연금 제도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2003년부터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을 계산한다.
성큼 다가오는 ‘연금적자’
국민연금이 적자가 되는 연도와 기금이 완전히 고갈되는 연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2013년 3번째 점검 때만 해도 적자연도는 2044년, 고갈연도는 2060년이었다.
하지만 2018년 4번째 점검에서는 적자연도와 고갈연도가 각 2042년과 2057년으로 단축됐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인 2023년 5차 점검결과를 내놓기 위해 평소보다 두 달 빠른 이달 ‘재정추계위원회’를 꾸릴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계에서도 적자·고갈연도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적자연도와 고갈연도를 각각 2039년, 2055년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추정한 시점보다 2~3년 빠르다.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이 악화한 건 저부담-고급여 체계 탓이다.
국민연금은 9%의 보험료율로 최소 4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
개인과 회사가 급여의 9%를 내고 본인 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OECD 회원국들이 평균 18.4%의 보험료율로 42.2%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불균형한 구조다.
일본은 보험료율을 2003년 13.6%에서 2017년 18.3%로 인상했고 독일은 18.7%, 미국은 12.4%를 낸다.
그럼에도 1988년 국민연금 제도 시행 이후 개혁은 1998년과 2007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진보·보수진영을 막론하고 연금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포퓰리즘에 기댄 정치, 연금개혁을 망치다
이러한 배경에는 표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정략이 있다.
연금개혁이 국민에게 인기 없는 정책인 만큼 이를 추진하려는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용도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유력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가 "연금을 깎자"고 제안하자 노무현 후보가 "용돈제도가 된다"며 반대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적자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이 후보의 지적에도 노 전 대통령은 "(연금 깎기는) 발상부터 잘못됐다"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원래 견해를 뒤집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연금개혁에 나섰다. 정부안에는 9%인 보험료율을 2030년까지 15.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60%에서 50%로 낮추자는 방안이 담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발목을 잡았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대정부 질의에서 유 전 장관에게 "연금개혁은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이 왜 개혁 때문에 피곤해야 하냐"며 비난했다.
결국 2007년 보험료율을 그대로 둔 채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떨어뜨리는 안건이 통과됐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기초연금’ 방안을 수용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취약계층 노인에게만 지급하던 노령수당이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전체 노인의 70%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가 됐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에 힘입어 대상을 늘리고 1인당 금액은 적게 받는 방식으로 변질돼 노인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졌고, 소득대체율 조정은 더 까다로워졌다.
대선 때마다 기초연금이 10만원씩 오르면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됐다.
현 정부는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는데, 부부합산 기준 금액(64만원)이 국민연금 평균금액(55만원)을 넘게 된다.
공짜로 받는 기초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많은데 왜 성실하게 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기 있는 정책만 쫓았던 정치인들이 연금개혁을 더 어렵게 만든 셈이다.
국민연금 불신(不信) 키우는 가짜뉴스
국민연금 개혁안이 나올 때마다 불거졌던 가짜뉴스도 원인 중 하나다. 참여정부가 작성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안티사태’가 꼽혔다.
안티사태는 2004년 5월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시작된 반(反) 국민연금 운동이다.
국민연금이 가입자에 불리하다는 내용이었지만 대부분 거짓이었다.
이 가짜뉴스로 국회에 표류해있던 연금법 개정안의 처리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당시 참여정부 관료들의 설명이다.
가짜뉴스가 지금까지 횡행하면서 원활한 개혁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초에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90년대생이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취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금이 고갈되는 것과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이를 동일하게 표현한 것이다. 상당수 국가에서 기금 없이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과 먼 표현이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지 못 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곧 국민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세대 갈등과 제도 불신을 부추기는 방식이 합리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2021년 5월 31일 노인들이 탑골공원 담장 바깥에서 모여앉아 장기를 두거나
시간을 때우고 있다./오종찬 기자
열심히 살면 호구?” 노인 갈라치는 기초연금 40만원 [연금논쟁]
“노부부가 기초연금으로 64만원 받을 수 있는데 뭐하러 국민연금을 넣나요?
국민연금 20년 넣고 100만원 받는 거랑 한 푼도 안내고 공짜연금 64만원 받는 거랑 어느 게 낫겠습니까.”
한국 젊은이들이 ‘국민연금 고갈’ 문제로 설전을 벌이는 요즘, 고령자들 사이에서는 ‘기초연금’이 최대 화두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평생 연금을 주는 복지 제도다.
올해 기준 연금액은 30만7500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노인 빈곤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해 40만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런데 이렇게 금액이 껑충 뛰는 기초연금이 고령층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30%는 ‘왜 아동수당(월 10만원)처럼 보편적 복지를 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기초연금을 받는 70%도 ‘국민연금 많이 받는다고 왜 기초연금을 깎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노후는 만원 한 장도 아쉬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기초연금도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기초연금액은
30만7500원. 소득 하위 70% 소득인정액(소득+재산) 기준은 단독가구 180만원,
부부가구 288만원이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 “65세 이상에게 다 지급하라”
“기초연금은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는데 왜 차별하나요?
세금 많이 낸 사람은 못 받고, 세금 적게 낸 사람만 받는다니 이게 공정합니까!”
올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98만명. 이 중 소득 하위 70%에 속해서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모두 628만명이다.
기초연금 기준에서 탈락한 고령자 270만명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지급해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70대 은퇴생활자 이모씨는 “재원이 부족하면 연금액을 20만~25만원으로 낮춰서라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면서 “가난이 자랑도 아닌데, 젊어서 열심히 일해 집 한 채 장만했다고 기초연금조차 못 받는다니 이런 역차별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기초연금 예산은 도입 당시 약 7조원에서 올해 약 20조원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아
3배 가까이 늘었다. 지급액 인상과 노인인구 증가가 원인이었다.
/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이런 불만 계층을 겨냥해서 이번 6월 지방선거에는 ‘대상에서 빠진 30% 노인에게 지방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이런 공약을 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 “국민연금 감액 폐지하라”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 하위 70% 노인들도 불만은 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깎는다는 이른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때문이다.
은퇴 생활자는 한 푼이 아쉬운데,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서 기초연금이 감액된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내고 싶어서 낸 것도 아니고 강제 가입이다 보니 다들 할 말이 산더미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을 46만원 넘게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은 최대 50% 줄어든다.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는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모두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복지 제도인 만큼, 중복 혜택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조항 때문에 기초연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 사람은 작년 기준 38만명, 평균 감액 금액은 월 7만원이었다.
지난 2016년만 해도 22만명이 평균 5만5000원 정도 감액됐는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연금이야기’ 운영자인 차경수씨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는 전체 공적연금 개혁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수많은 소득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연금만 따로 빼서 기초연금 감액을 한다면, 결국엔 국민연금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뜩이나 연금 고갈 이슈로 불안해진 상황인데, 국민연금 가입을 망설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를 미세 조정해서 조금이라도 기초연금을 더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앞으로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노인빈곤율
(43.4%)이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4.8%)의 3배 수준이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 노인 빈곤 해결은 글쎄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들인 돈에 비해 실익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효과는 높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 상당수가 OECD 기준(월 97만원)으로 이미 가난한 노인이 아니다”라면서 “빈곤하지 않은 노인이 기초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들(월 58만원)과 똑같은 액수의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지난 19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현 정부 공약대로 기초연금이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재정 부담은 2040년 83조원에서 102조원으로, 2060년에는 193조원에서 236조원으로 급증한다.
복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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