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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미미했던 '아베 효과'.. 윤석열 정부의 착각

 

 

 

 

아베 신조 전 총리.    연합뉴스 제공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 shutterstock.com-Drop of Light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현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참의원선거 당선자 이름에 당선을 의미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미했던 '아베 효과'.. 윤석열 정부의 착각

 

 

 

 
지난 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효과'는 예상외로 미미했다.

선거 결과를 전하는 일본 현지 언론도 자민당의 '압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대승' 또는 '자민 단독으로 개선(改選) 과반수'라는 담담한 표현을 썼다.

아울러 '아베 사망' 영향을 다루는 기사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0일 아침 각 신문 인터넷판을 훑어보니 <요미우리신문>은 "자민이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1인구 28승 4패'라고 제목을 뽑았고, <아사히신문>도 "자민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여당과 유신, 국민민주로 3분의 2 확보"라고 제목을 달았다.

<닛케이>는 "자민 대승,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개현세력 3분의 2 유지"로, 가장 보수적인 <산케이신문>도 "자민 단독으로 개선 과반수 개헌세력 3분의 2 확보"로 선거 결과를 전했다.

최종 확정된 참의원 의석 분포(비개선 의석+개선 의석)를 보면, 자민당이 선거 전 111석에서 119석으로 8석 증가했다.

 

자민당 연립 상대인 공명당은 선거 전보다 1석이 줄어 27석,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6석이 준 39석, 일본유신회가 6석이 늘어난 21석이 됐다. 국민민주당은 2석 줄어 10석이 됐다.

당수인 야마모토 타로의 '길거리 게릴라 유세'를 무기로 하는 약자 중시 정당 '레이와신선조'는 무려 3석을 늘려 5석이 됐다.

 

 

 

'아베 애도 분위기', 선거에 영향 크지 않았다

 

 

▲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한 투표소 밖에서 유권자가 참의원선거 후보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의석을 가장 많이 늘리긴 했지만, 가장 눈부신 성과를 올린 정당은 레이와신선조와 함께 일본유신회다.

일본유신회는 지난해 10월 말의 중의원선거에 이어 거의 배 이상 의석을 늘렸다.

 

앞으로 일본 정치 동향을 분석할 때, 일본유신회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변수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 참의원은 임기가 6년이고 정원이 248명이다.

3년마다 절반씩을 개선한다. 이번에는 보궐 의석 1석을 포함해 125명이 개선 대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선거 이틀 전에 터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으로 일본 참의원선거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크게 높아졌다.

아베 피살 후폭풍으로 보수 표가 대거 결집하면 한일관계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직감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국내의 많은 일본 전문가들도 '아베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자민당의 압승으로 귀결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자민당이 8석을 늘리긴 했지만 이것을 모두 '아베 효과'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한 사람을 뽑는 1인 선거구에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탓이 크다. 이번에 전국에 있는 32개의 1인 선거구에서 자민당은 28승 4패를 거뒀다.

2016년과 2019년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야당계 후보가 각각 11승과 10승을 거뒀다. 이전에 비해 야당 쪽이 절반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이전 두 번의 선거에서는 야당이 32개의 모든 1인 선거구에서 단일화 후보를 냈으나, 이번에는 11개만 단일후보를 내는 데 그쳤다.

입헌민주당이 공산당과 선거 협력을 꺼린 탓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3년 전의 48.80%를 3%p 이상 웃도는 52.16%(잠정치)를 기록한 것을 아베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아베 전 총리가 숨지기 전에 실시된 사전투표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보기도 힘들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아베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잃어버린 30년' 동안 줄곧 강해졌던 일본 사회의 총 보수화가 이번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아베의 부재, 개헌 추동력을 잃다

 
 
 

지난 9일 나라 야마토사이다이지역 밖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한 시민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애도하고 있다..연합뉴스

 

 


 

 
선거 이후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개헌세력이 개헌 발의 의석을 차지한 만큼 개헌으로 내달릴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몇 가지 점에서 개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

첫째, 일본 사회의 보수화와 함께 개헌 찬성 여론도 높아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일본의 비무장과 군사개입을 금지한 제9조의 개헌에는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

 

둘째, 지금 개헌세력은 연립정권인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헌이라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는 각 당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민당은 자위대 명기와 긴급사태 조항 신설 등 4개항을 주장하고 있으나 연립 상대인 공명당이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야당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 2016년 개헌 의욕이 제일 강한 아베 총리가 정권을 쥐고 있을 때인 2016년에도 한때 개헌세력이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적이 있었지만 개헌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셋째, 개헌을 추동하는 견인차가 필요한데 역설적이게도 아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추동력을 앗아갔다. 아베 없는 개헌은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우크라이나 사태는 안보에 관한 관심을 높이며 개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면이 있으나 그와 함께 제기된 물가고 등 민생고는 개헌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느 나라든 민생이 어려우면 그것을 제쳐놓고 다른 정치적인 문제를 밀고 가기 힘들다.

 

하지만 개헌세력이 이전보다 더욱 많은 의석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헌 현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수방위와 전쟁 포기를 핵심으로 하는 평화헌법의 변경은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정부로서는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참의원선거 기다린 윤석열 정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7.8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참의원선거 이후 한일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역시 선거 후 주목받는 지점이다.

한국 정부는 참의원선거 이후 관계개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에 차려진 아베 전 총리의 빈소에 직접 조문할 예정이고, 한덕수 총리를 대표로 하는 조문 대표단을 보내려는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 개선은 참의원선거가 끝났다고 금세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일본으로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급선무가 아니다.

물가고와 다시 급증하는 코로나 대응 그리고 아베 사망 이후 정치 재편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아베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속에서 당장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 명분도 동력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착각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한국이 일본에 호의를 보이면 일본도 호의로 나올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이 지금 내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됐으니 과거사 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답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논리와 입장을 깨거나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한데, 자꾸 '잘 지내자' '최고위급의 조문단을 보내면 저쪽도 잘해주겠지'처럼 행동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또 일본에 저자세로 매달릴 경우 국내 여론의 역풍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기껏 하야시 마사요시 외상을 대표로 파견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현직 총리도 아닌 정치인의 죽음에 직접 분향소 조문과 함께 총리를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외교는 '가는 말이 좋아야 오는 말도 곱다'는 순진한 속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정없이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의 주요한 정치 지도자가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은 애도해야 하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더구나 그는 한국의 역사인식과 가장 격하게 대치한 인물이고, 한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했던 일본의 지도자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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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64)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10일(현지 시각) 제26회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보의 이름 옆에 종이 장미를 붙인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쇼크’ 속 무주공산에 깃발 꽂은 기시다… 홀로서기로 장기집권할까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지난 1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치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대형 선거없이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을 모두 석권해 독주의 틀을 마련한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장기집권으로 내달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125석을 선출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63석, 연립여당 공명당은 13석을 확보해 총 76석을 당선시켰다.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의석 수는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으로 모두 합치면 전체 248석 중 146석이다.

자민당은 선거 전보다 8석이 늘면서 자민당만 127석으로 과반(125석)을 차지했고, 공명당과 합치면 전체 의석 중 58.87%를 차지했다.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 평화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야당들까지 포함하면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를 훌쩍 뛰어넘는 177석이 확보됐다.

 

중의원도 연립여당만 465석 중 294석에 개헌에 호의적인 정당들은 모두 346석을 차지해 일본 헌법상 개헌 발의 요건을 충족했다.

 

오는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일정이 정해진 선거는 없어, 기시다 총리 내각은 의회를 해산하지 않는 한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건 자민당의 의석 수보다 자민당 내의 역학관계 변화다.

 

◇ 아베派에 눌려있던 기시다, 아베 공백 속 홀로서기?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4위(44석) 파벌 ‘고치카이’의 수장이다.

고치카이는 요시다 시게루 전 수상의 직계로 분류되며 일본 행정관료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을 띄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고치카이의 세(勢)만으로는 힘들었지만,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당내 강경파이자 최대 파벌(94명) ‘세이와카이’의 지원 속에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세이와카이는 기시다를 총리로 추대하는 대신 관방장관·방위상·경제산업상 등 주요 각료와 총무회장·국회대책위원장 등 당내 요직을 장악했다.

 

기시다 총리가 전전임(前前任)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한국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추천하거나, 방위비를 5년 내 2배까지 증액하겠다는 공약 역시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아베파의 간섭에서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결속해왔던 세이와카이가 현재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 파벌이 불안해지면 당내 역학 관계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설지 알 수 있는 신호는 각료와 당직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자민당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9월까지 내각과 당직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는 8월 하순이라도 개각과 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의향”이라며 각료 중에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당 간부 중에는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유임이 유력시된다고 내다봤다.

‘홀로서기’에 대한 가늠자는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과 다카이치 정조회장이다. 이들이 유임된다면 세이와카이와의 연합전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지만, 인사 폭이 커진다면 당권 장악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베 전 총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극심한 갈등 속에 대한(對韓) 강경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해왔고, 아베 전 총리의 조문을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조문단을 파견하는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의 고위급 인사들도 방일하기로 예정돼 있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갈등 현안을 풀기 위한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였고, 퇴임 역시 건강상의 이유가 컸던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도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와 애도 분위기로 표가 응집된 것이고, 이같은 기류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면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도 칼을 휘두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1. photo@newsis.com

 

 

 

 

 
 

 

尹 아베 직접 조문 예정…日은 韓 대통령 조문 어떻게?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역대 일본 정부가 역대 한국 대통령 장례에 보낸 최고위 인사는 전직 총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주한 일본대사관이 마련한 아베 전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일 이미 분향소를 찾았고 앞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이 분향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한덕수 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 의원들로 구성되는 조문 사절단이 추후 방일해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여는 공식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찾아가 추도식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가 전직 총리 장례식에 참석한 사례는 한 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부치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아갔다.

김 전 대통령과 오부치 전 총리는 1998년 정상회담을 갖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사이다.

반면 일본 정부가 역대 한국 대통령 장례식에 파견한 조문 사절 중 최고위 인사는 전직 총리들이었다.
1979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국장 당시 일본 정부는 당초 오히라 현 총리를 보내겠다고 했다가 국내 사정을 이유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를 조문 사절로 보냈다.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으로 기소됐다가 석방된 후 총리직까지 오른 인물로 이번에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조부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에는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가 조문 사절로 왔다.

 

후쿠다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재임 말기 아시아 중시론을 펼쳐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황교안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11.26.myjs@newsis.com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는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조문 사절 대표로 왔다.

고노 전 의장은 1973년 김 전 대통령이 도쿄에서 납치된 이후 구명운동에 나서면서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다.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에는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 의원 연맹 회장이 조문 사절로 왔다.
지난해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과 같은 해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 가족장에는 일본 정부 차원의 조문 사절이 아예 오지 않았다.

이번에 사망한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26일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이후 수년간 계속 참배하고 공물을 보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던 인물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에는 안보 관련법을 정비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었다. 그는 2015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해 한국을 자극했다.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아베 전 총리는 이에 반발해 2019년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로 보복했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유지를 받들어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한다. 헌법 9조에 자위대를 군대로 명시해 자위대 위헌성을 해소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한국을 식민 지배하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일본 군국주의 부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존경받는 정치가 잃었다” 尹, 아베 ‘피격 사망’에 조전 보내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아베 신조(67)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아베 전 총리의 유족인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조전에서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를 사망케 한 총격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깊은 슬픔과 충격을 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서울 종로보건소에서 코로나19 4차 접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북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상당히 아쉽다”며 유족에 조의를 전했다.

한 총리는 “이웃 나라 지도자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며 2013년 다보스포럼에 아베 전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을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가 거기서 한일 관계를 어떤 형태로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 할 때 50분 정도를 맨 앞 좌석에 앉아서 연설과 대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박 전 대통령과 악수도 하고 노력하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떠올렸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산탄총에 맞아 쓰러져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이날 오후 5시 3분쯤 사망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돼 있다. 황진환 기자

 

 

 

 

 

포스트 아베' 관리가 한일관계 변곡점…日 정국 안갯속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불의의 테러로 숨지면서 동북아 정세에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호불호를 떠나 일본 최장수 총리를 역임하며 미국과의 밀착을 통해 글로벌 질서 재편까지 도모했던 인물이기에 갑작스런 공백은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보다 강하고 직접적이다.

아베 이전에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2003~2006년 재임)가 노골적인 역사 수정주의로 주변국을 자극했지만 아베 전 총리에는 훨씬 못 미쳤다.


 

아베 '필생의 과업' 개헌론의 유지 주목…우익 결집 가능성 우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당한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교차로 근처에 마련된 헌화대에서 지난 10일 시민들이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일각에선 아베 전 총리도 알고 보면 지한파의 면모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망인 아키에 여사가 한류 팬인 사실과 망자에 대한 배려가 섞여 있다.

어차피 고인이 된 거물의 그늘을 슬기롭게 정리함으로써 한일관계의 발전적 전환을 모색하려는 기대감의 반영 쯤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 보수우익을 결집시켜 우경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존재하며 개연성도 충분하다.

비록 다소 엉뚱한 범행 동기에 희생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파장이 간단치 않다.
 
이번 사건은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가장 존경했던 요시다 쇼인을 떠올리게 한다.

요시다는 아베의 고향인 야마구치현 출신의 개화기 사상가로 29세에 요절했지만 그로써 메이지 유신과 정한론의 맹아가 됐다.
 
아베 전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던 개헌의 유지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유이다.

실제 10일 참의원 선거로 연립여당은 개헌 의석(2/3) 확보에 성공했고 일본 국민의 심리적 저항도 전보다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
 
만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차제에 개헌 작업을 본격화할 경우 한일관계는 또 다른 차원의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된다.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전쟁 가능한 나라'로의 탈바꿈은 식민지 경험을 한 우리로선 결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보수 구심점 상실, 온건파 득세 전망 우세…당분간 혼란상 예상

 

 

 

 

지난 1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며 승리했다는 소식이 11일 도쿄에서 배달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려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단 긍정적 변수 쪽에 무게가 실린다.

우익의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짐으로써 상대적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로는 (강제징용 문제 등에서)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일본의 입장이 유지되며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시다 총리가 아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율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연립여당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를 대체할 만한 후계자가 안 보이는데다 연립여당 내에서도 공명당이 헌법 9조 변경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고, 기시다 총리도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가 2016년에도 중의원‧참의원 모두에서 개헌선을 확보했지만 추진하지 않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학원비리 등으로 곤경에 처한 시기였다.

그러나 개헌은 국회 발의 이후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경우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개헌론이 돌출했지만 1987년 이후 30여년동안 실행되지 못한 바 있다.


 

尹 정부에는 기회…대일 외교 강화하되 과도한 의미부여 경계해야

 

 

 

 

 

1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

에 놓여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조화. 연합뉴스

 

 

 

 

 

 

따라서 아베의 공백은 윤석열 정부에게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트 아베'를 놓고 자민당 내 춘추전국식 권력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수 결집이라고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로선 이런 당내 혼란상에서 기시다 총리의 입지를 지켜보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일관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보수가 결집하기에는 구심점이 없고 기시다가 끌고 가기에는 리더십이 없다"면서 "9월 내각 개편 결과를 보면 뭔가 감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섣부른 기대를 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시다 총리도 아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될 뿐 근본적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가 편의상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누긴 하지만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일본 자민당의 생각이나 일반 여론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아베 전 총리 사망을 계기로 한 '조문외교'에 대해서도 과도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도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문정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정치력도 필요하지 않을 싶다"면서도 "우리가 꼭 낮은 자세만으로 일본에 임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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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역대 최장기간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한 남성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사진은 2012년 12월 26일

도쿄의 총리실에서 첫 기자회견을 하는 아베 전 총리의 모습.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