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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우크라이나 진격에 벼랑끝 몰린 푸틴 핵카드 꺼낼까

[사마르칸트=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 전체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2022.09.1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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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움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전략 요충지 이지움을 전격 방문, 군인들과 함께

국기 게양식을 하고있다. 2022.09.15 kckim100@newspim.com

 

 

 

 

우크라이나 진격에 벼랑끝 몰린 푸틴 핵카드 꺼낼까

 

 

러시아 내부서도 "전세 역전 어렵다" 회의론 고조
반격 옵션 적지만 전술핵 사용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빠르게 열세로 돌아서고 있는 러시아가 경제, 정치 등 다방면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그간 고유가 등에 힘입어 예상 외로 잘 버틴다는 평가가 나온 러시아였지만 본격화되는 서방국 제재 충격 속에 경제가 점차 쇠퇴하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지도 빠르게 줄고 있다.

 

◆ 수세 몰리는 러, "역전 불가능" 회의론 고조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들어 남부와 북동부 지역에서 대대적인 반격 작전을 진행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군수 집결지이자 전략 요충지인 이지움 수복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뒀고,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주를 사실상 포기하고 퇴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하르키우주의 전략 요충지인 이지움을 전격 방문해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오직 전진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빼앗긴 영토를 모두 되찾아 해방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달에 시작된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 작전으로 동부와 남부지역에서 6000㎢에 이르는 영토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하르키우 지역에서 병력을 뺀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획된 병력 재배치"라며 후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진격에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전쟁 승리가 물 건너 갔다는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

 

보리스 나데즈딘 러시아 시의원은 지난 9일 관영 NTV의 정치 토크쇼에서 "지금 우리가 싸우는 방식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평화 협상 필요성을 강조했고, 러시아 정치학자 비탈리 트레티야코프 모스크바주립대 교수 역시 "우리 군이 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게 되면 전쟁에 관한 충족되지 않은 기대 때문에 사회적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의 사임 요구도 커지고 있다면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18개구 대표들이 푸틴이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경제적으로도 러시아는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재무부 내부 문건을 입수, 러시아가 서방국 제재로 수천억 달러의 직접 손실을 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달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유된 해당 문건에는 러시아 증시 충격과 제재로 인해 동결된 3000억달러 외환보유액, 은행 자본 피해 등을 비롯한 손실 내용이 담겼고, 금융 시스템에 관련한 피해액만 집계됐을 뿐 전반적 경제 충격은 그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CNN 역시 러시아가 지금 당장은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는 서서히 쇠퇴기로 접어들 것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 줄어드는 선택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굴욕적 반격을 당하고 있는 러시아에 남은 옵션이 많지 않으며, 대부분이 사용하기 쉽지 않은 옵션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째로 거론되는 옵션은 러시아가 군을 재정비해 우크라이나에 반격을 가하는 것인데, 인력을 충원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세르게이 마르코프 러시아 정치연구소 소장은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군인 수는 우크라이나 군의 절반에 그친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보분석업체 로찬 컨설팅의 콘라트 무지카 국장은 러시아 의용부대 힘이 약해지고 있으며, 모병 캠페인으로 기대했던 인력 보충을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병 인원이 더 줄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선 동원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계속해서 총동원령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데, 총동원령을 선택한다 해도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확률이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

에서 발언하고 있다. Sputnik/Sergey Bobylev/Pool 2022.09.07 [사진=로이터 뉴스핌]

 

 

 

 

푸틴 대통령이 이미 경고했듯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중단과 식량 수출 봉쇄 등으로 간접적 위협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협 만으로는 이미 힘을 키울대로 키운 우크라이나의 무릎을 꿇릴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는 물론 종전 협상이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날 푸틴과 직접 통화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을 종식할 평화협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종전까지는 멀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휴전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사면초가' 푸틴, 핵카드 꺼낼까

 

강력한 카리스마와 공포 리더십으로 20년 넘게 러시아를 통치했던 푸틴에게 점차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지자 그가 결국은 핵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달 초 "옛 소련연방 해체 후 우리는 전략적 핵 무기를 잘 보존해 왔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로즈 가테모엘러 카네기재단 러시아담당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진짜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반격할까 우려스럽다"면서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용이 아닌 전술핵무기 사용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 벨퍼 과학국제문제연구소 소속 케빈 라이언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뭔가 극단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코너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실제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군사 행동이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지 역시 푸틴이 스스로 체제 위협을 느낀다면 핵카드를 꺼낼 수 있다면서, 다만 그에 따른 리스크는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오르퉁 조지워싱턴대 국제학 교수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현 상황에서 전술핵을 쓸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를 이용해 위협은 하겠지만 실제로 사용했을 때 감당해야 할 결과가 엄청난 것을 알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의 연구원인 조지 바로스는 러시아가 전술핵을 쓰려면 그에 적절한 군대가 필요한데 현재 러시아 군대는 사기가 너무 떨어져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22.09.13/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예비군 동원? 전술 핵무기 사용?…수세 몰린 푸틴의 반격 카드는

 

러 전역서 총동원령 내릴 수 있지만 국민 반발 가능성 커
'에너지' 인질로 버틸 수 있어…핵무기 사용은 곧 자멸하는 길

 

 


우크라이나군의 최근 반격으로 러시아군이 '군사적 후퇴'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에게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존재하지만, 여러 난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군 재정비 후 반격 가능성…전문가 "여력 있을까" 부정적

푸틴이 현재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저지하면서 동시에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러나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상자나 피해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았으며, 러시아군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폴란드 정보분석업체 로찬 컨설팅의 콘라트 무지카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북부에서 전력을 소모해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의용부대(Volunteer battalions)의 힘이 약해지고 있으며, 모병 캠페인으로 기대했던 인력 보충을 못 하고 있다"며 "모병 인원이 더 적어질 것으로 예상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선 동원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모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신병의 입대 상한 나이를 폐지하고, 신체적으로 부적합하거나 수감자까지도 모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군 병력을 기존보다 13만7000명 증원된 115만628명으로 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재정비의 목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군 인사를 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미미한 성과로 민족주의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비평가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 인사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징집병들이 지난 6월17일 러시아 옴스크에서 주둔지로 출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2022.06.17/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푸틴, '200만' 예비군까지 동원할 수 있을까…"러 남성들 반발할 것"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이 '총동원령'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을까.
지난 5년 동안 러시아 예비군은 약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아직 전국적인 동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동원령은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지만, 러시아 중심부에 거주하는 남성들은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표현했다.

 

즉 애초부터 러시아 전역에서 동원령을 내리는 등 전시 총력 체제를 전제로 두고 침공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 정부가 전역에 동원령을 내리게 된다면 러시아 국민은 일상적인 삶이 침해받는다고 느끼게 될 것이며, 푸틴은 정치적 압박과 더불어 국민의 지지도 잃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총동원령은 러시아의 전쟁 명분을 퇴색시킨다.

러시아가 현재 표방하는 전쟁의 정당성은, 우크라이나의 '나치'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총동원령을 내린다면 결국 같은 슬라브계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완전한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와 밀접한 싱크탱크 기관 '러시아 국제 업무협의회'(RIAC)의 안드레이 코토노프 대표도 러시아 정부가 총 동원령을 꺼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도시에서는 많은 사람이 싸우고 싶어하지 않으며, 동원령은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나는 현재 '제한된 작전'을 유지하는 것이 푸틴에게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니 브렌튼 전 주러시아 영국 대사는 러시아가 만약 동원령을 내리더라도 러시아의 전투력에 영향을 미치려면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 독일 지사가 수도 베를린에 위치해있다.

2014.03.17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에너지' 무기 삼아 겨울까지 버티기…우크라 식량 수출도 '인질' 될 수 있어

푸틴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격 카드는 바로 '에너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올겨울 유럽이 '에너지 대란'이 닥칠 것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의 4분의 1을 공급했던 자포리자 원전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전력 공급의 제한으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같이 전쟁의 참화를 직격으로 맞은 지역이 당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길이라는 카드도 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 곡물 수출 합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전망이다.

만약 푸틴이 현재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다면 오는 11월 만료될 곡물 수출 협정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전 세계의 비난을 견뎌내야 한다.

러시아는 앞서 침공 시작 후 흑해 연안을 봉쇄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평화 협상 가능성은?…사실상 불가능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매듭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카드는 당장 푸틴은 물론이고 젤렌스키도 쉽게 집어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까지도 수복할 것을 표명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통칭 돈바스)지역을 러시아로 편입한 채로 협상하길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현재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 일부 지역에 대해서도 물러날 수 없다.

특히 헤르손의 경우 크름반도 바로 북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이를 포기할 수 없다.

 

 

 

지난 2월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2022.02.19/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우크라戰 최악의 시나리오 '핵무기'

세계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러시아의 전술핵 무기 사용일 것이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쟁이 세계로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러시아의 핵 독트린에 따르면 만약 러시아를 상대로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재래식 무기로 인해 엄청난 위협에 직면하게 될 때 핵무기 사용이 허가된다.
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 브렌튼은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사면초가로 몰릴 때 핵무기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푸틴이 핵무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없다며 "푸틴이나 그의 측근들이 자멸의 길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xmxs4104@news1.kr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블라디보스토크

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열병이라고 비난했다. 2022.9.7

 

 

 

푸틴 "러, 목표 도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행동 계속

 

러시아 궁제 몰아넣으려는 서방의 제재 조롱
세계 석유시장 수요 매우 커 러産 석유 판매 아무 문제 없어
"러, 우크라戰으로 잃은 것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모스크바=AP/뉴시스]유세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러시아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제재로 러시아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서방의 시도를 조롱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군사행동을 시작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낸 것은 8년 간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민간인들 보호가 목표"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름 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군과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푸틴은 한편 올해 러시아 경제가 2% 위축될 것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러시아의 경제 및 재정 상황이 안정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둔화되고,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석유시장에는 수요가 매우 커 러시아가 석유를 판매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전 세계를 위협하는 열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적, 재정적, 기술적 침략에 저항했다으며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여 오히려 러시아의 주권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어 제재로 인해 오히려 유럽인들의 삶의 질이 희생되고 있을 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또 유럽이 가난한 나라들을 속여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가로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개월 동안 러시아군에 봉쇄됐던 우크라이나의 항구로부터 8월 초 수출이 재개됐지만 단 2척의 곡물 선박만 아프리카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푸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점령했다.

그러나 전쟁 6개월여가 지난 현재 러시아는 키이우와 북부 주변 지역에서 밀려났고, 남부와 동부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직면해 있다.

서방 국가들은 많은 러시아 개인, 기업 및 국영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에 대한 의존도 감축에 나섰고 푸틴 대통령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독일행 노르트 스트림 1 가스관을 폐쇄했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EU는 9일 회의를 열어 에너지 위기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가스 가격상한제 제안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서방이 다른 나라에 자신들의 행동을 강요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려고 서둘고 있지만 이제 유럽의 생산과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기업들이 필요한 부품을 많이 수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 위기를 느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편 달러, 유로, 파운드화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서방 관측통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러시아는 주권이 강화됐으며 전쟁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으며, 아무 것도 잃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무 것도 잃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참석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리 위원장의 참석에 대해 "누군가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러 정계, 푸틴 탄핵안 참여 확산…흔들리는 철권통치

 

 

지자체·시의원 84명 서명…계속 증가
러 법원, 벌금·징역형 등으로 탄압 지속
친푸틴세력들도 반발…"총동원령 내려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 정계 일각에서 촉발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안이 당국의 탄압에도 계속 확산되면서 '철권통치'라 불리던 푸틴 정권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푸틴세력으로 불리던 러시아 내 우익세력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잇따른 패배에 반발하며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전면전을 선포해 빨리 전쟁을 끝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푸틴 대통령이 핵전력 사용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 지자체장·시의원 잇따라 '푸틴 탄핵안' 서명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재매체인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크세니아 토르스트롬 상트페테르부르크 세메노프스키구 대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안에 지금까지 84명이 서명했으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탄핵요구안은 전날 토르스트롬 대표가 러시아 19개 지방자치단체장 및 시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게재한 이후 계속 러시아 정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모스크바 시의회에서도 별도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사임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시의회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 푸틴 대통령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 대해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들의 잠재력과 향후 발전에 심각한 방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 법원은 해당 지자체장들과 시의원들에 대해 허위정보 유포죄 등을 적용해 벌금형, 혹은 일부 징역형을 내리며 탄압에 나서고 있지만, 서명 참여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법의 한도 내에서 비판적 관점은 용인된다"면서도 "그러나 그 한계선은 매우 얇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러시아 정계에 경고했다.

 

 

친푸틴세력들도 잇따른 참패 직설적 비판…"이대로 가면 참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친푸틴세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우크라이나 주요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참패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현재의 특별군사작전을 종료하고 국가총동원령을 내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치·군사전문가이자 친푸틴 인사로 알려진 빅토르 올레비치는 국영 NTV의 정치 토크쇼에 출연해 "러시아군이 계획대로 하르키우에서 철수해 반격을 준비한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며 "당장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강대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하르키우 일대에서 러시아군이 돈바스로 이동, 재편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하르키우에서 철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국영언론 및 친정권 언론들이 그동안 승전소식만 전했던 러시아 내에 패배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국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책임론 직면한 푸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20년 이상 철권통치를 이어온 푸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앞으로 푸틴 대통령이 더욱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핵무기를 전선에 배치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하거나 더욱 강경한 군사작전을 통해 민간인 피해를 크게 늘리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치분석가인 안톤 바르바신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20년 이상 러시아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책임회피를 많이 해왔지만, 전쟁과 외교분야는 자신의 전문분야라 책임회피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 내 천재라 불려왔던 인물인만큼,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며 권위 회복을 위해 매우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 6월 25일 모스크바를 지나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차량 행렬.

 
 
 
 
 

英 언론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 있었다”…러시아는 공식 부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데일리메일과 더선 등 영국 매체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노린 것으로 의심되는 자동차 사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전용차가 아닌 예비차를 타고 가다 일련의 사고에 휘말렸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탄 예비차와 경호원 및 수행원이 탄 호위차 등 5대가 모스크바에서 이동 중 모종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행렬에서 앞서가던 1호차는 갑자기 나타난 구급차에 가로막혔다.

뒤따르던 2호차가 1호차를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경호상 위험이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이 탄 예비차는 사고를 피해 급히 우회했다.

 

그때 차 왼쪽 앞바퀴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외신은 이를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로 추정했다.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관광센터에 도착했다.
타스통신 연합뉴스
 
 
 
 

구급차에 가로막힌 1호차를 제외한 다른 호위차와 푸틴 대통령 예비차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호차는 차에 타고 있던 경호원 3명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더선은 '익명의 크렘린궁 내부자' 말을 인용해 1호차가 사고 현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빈 차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차에 타고 있던 경호원 3명은 실종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1호차를 가로막았던 구급차 안에서는 남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의하면 크렘린궁은 사고 이후 기밀 사항인 대통령 동선이 노출된 것으로 보고 대통령 경호실장과 책임자 여러 명이 정직 혹은 구금했다.

푸틴 대통령 경호는 러시아 연방경호국(FSO) 산하 대통령경호실(SBP)이 전담하는데, 경호실장은 2016년부터 알렉세이 루베즈노이가 맡고 있다.

 

 

 



▲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관광센터에 도착했다. 타스통신 연합뉴스

 
 
 
 
 

보도 후 '푸틴 암살 시도설'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사실이 아니라며 관련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16일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영국 더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단 오늘까지 보도의 진위는 가려낼 수 없었으나, 이렇게 구체적인 푸틴 암살 시도설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15일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매체 '뉴스루'는 해당 보도가 러시아 독립 매체 제너럴SVR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제너럴SVR이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관련 첩보를 전달했고 같은 날 영국 매체들이 이를 인용해 보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더선은 '익명의 크렘린궁 내부자'를 인용했으나 정보원 없이 전적으로 제너럴SVR 정보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루는 덧붙였다.
제너럴SVR은 전직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요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대학교 교수 출신인 러시아 정치학자 발레리 솔로베이(61)가 제너럴SVR 첩보를 자주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간 제너럴SVR은 푸틴 대통령 건강 이상설과 수술설, 푸틴 대통령의 연인인 알리나 카바예바의 임신 및 푸틴 대통령의 낙태 요구설, '푸틴 오른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독살 시도 첩보 등을 전했다.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22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 연합뉴스

 
 
 
 

항간의 암살 시도설을 뒤로 하고 푸틴 대통령은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에너지를 포함한 양국 간 교역을 강화하는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불협화음을 냈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쟁 장기화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 '우려'를 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대외에 공개했다. 
그동안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점에서 시 주석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두 나라의 전략적 관계와 관련해 시진핑이 자기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매우 신중하고 억제된 발언을 내놓은 것은 몇 년만"이라며 중국 정부가 분명한 의도를 갖고 이런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했다.

서방 당국자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친구'를 자처하던 두 정상 사이의 미세한 기류 변화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우려 언급을 인정한 점이 놀랍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려 자체가 놀라울 일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그런 우려를 받아들일지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경기 파주시의 한 육군 훈련장에서 K-9 자주포가 사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푸틴의 포격 막아라".. 폴란드, 러시아 포병 맞상대로 'K-9' 찍었다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1세기 전장의 전망을 한순간에 바꿨다. 

냉전 종식과 옛 소련 붕괴로 유럽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위험은 낮다는 판단이 힘을 얻었다.

궤도형 자주포나 전차 대신 트럭 탑재 자주포와 지뢰방호장갑차 등 국지전과 해외 분쟁 개입에 적합한 장비들이 주목받았다. 

 

이같은 인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중화기 급구’를 외치는 국가가 늘어난 것이다.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한 폴란드가 대표적이다.

폴란드는 지난 7월 K-9 자주포 648문 구매가 포함된 한국산 무기거래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지난달 말 K-9 자주포 212문을 도입하는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독자적인 자주포 ‘크랩(KRAB)’을 보유한 폴란드가 극동의 먼 나라에서 자주포를 급하게 들여올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거세게 불어닥친 셈이다.

 

◆폴란드는 K-9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폴란드는 러시아산 2S1 122㎜ 자주포를 서방 규격인 155㎜ 자주포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크랍 자주포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

(MSPO)에 전시된 크랍 자주포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포탑은 영국 BAE시스템이 만든 AS90 자주포를 사용하되 포신은 개량형에 탑재할 예정이었던 52구경장 155㎜포를 장착했다.

평야가 많은 폴란드에서는 장거리 포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토파스(TOPAS) 사격통제체계를 비롯한 전자장비는 폴란드산으로 채워졌다.

차체도 폴란드산이었지만, 고장이 거듭되면서 한국산 K-9 자주포 차체로 교체했다. 

 

분당 6발을 사격하며, 사거리는 30~40㎞다. 기본적으로는 K-9A1 자주포와 유사한 성능이다.

폴란드는 122문의 크랍 자주포를 생산해 운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크랍 자주포의 운명은 극적으로 바뀐다.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크랍 자주포를 정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폴란드군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군 100여명을 대상으로 크랍 자주포 운용교육을 실시, 지난 5월 18문을 우크라이나군에 인도했다.

이후 60대가 우크라이나에 판매됐다. 

 

당시 폴란드가 생산한 크랍 자주포가 80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폴란드군 보유 물량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넘어간 셈이다.

 

동부 돈바스 전투에서 크랍 지주포를 투입한 우크라이나군은 성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위성항법체계(GPS)를 갖춰 옛소련의 152㎜ 곡사포나 자주포와 달리 사격 정밀도가 높고 안전하며, 사격 후 신속하게 진지를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폴란드였다. 지난 5일 크랍 자주포 48문과 지휘차량 등을 추가 주문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지원해야 하는 소요와 더불어 폴란드군 배치 물량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쉽지 않다.

크랍 자주포 포탑 원형인 AS-90을 개발한 영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영국은 기동화력체계 증강을 위한 MFP(Mobile Fires Platform) 사업을 통해 100여 문의 최신 자주포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AS-90은 2030년대 초를 전후로 퇴역할 예정이다.

폴란드로서는 성능개량이나 유지 보수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폴란드가 개발한 크랍 자주포. 영국 AS90 자주포 포탑에 K-9 차체를 결합한 형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9은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 한국군에서 1000여 문이 운용중이다. 

인도와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됐다.

성능과 신뢰성이 검증됐고 도입비와 운용유지비는 경쟁 기종보다 낮다.

 

북한군과의 대규모 포격전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덕분에 실전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K-9은 포탄 장전, 장약 삽입, 격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15초 이내에 하면서 포탄 3발을 쏘는 급속사격이 가능하다. 발사 각도를 조정하면 3발의 포탄을 표적에 동시 탄착(TOT)시킨다.

이같은 능력을 통해 2문으로 6문이 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자체 자동 방렬 및 사격 제원 산출이 가능한 K-9은 이동하는 도중에 사격명령을 받고도 60초 이내에 포탄을 쏘는 긴급사격도 가능하다.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통해 신속한 탄약재보급도 이뤄진다.

K-9은 K-9A1→K-9A2로 이어지는 성능개량 로드맵도 갖추고 있다.

 

최종 진화형인 K-9A2는 자동장전장치와 복합소재 고무궤도, 원격사격통제체계 등을 탑재해 화력과 방호력, 기동성, 생존성 등이 대폭 강화된다.

 

분당 발사속도는 기존 6발 대비 1.5배 늘어나며, 탑승 병력의 숫자도 기존 5명에서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반면 서방국가의 경쟁 기종들은 성능개량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았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크랍 자주포 차체를 통해 K-9의 기술 수준을 접한 폴란드로서는 K-9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프랑스산 케사르 자주포를 사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고성능 자주포와 드론 결합, 치명적 위력 발휘

 

K-9을 비롯한 고성능 자주포 대량 배치는 평야에서의 장거리 포격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탁 트인 평야에서는 곡사포가 은신할 곳이 없다.

 

포탄의 궤적을 추적하는 대포병레이더 운용을 감안하면, 먼 거리에서 정확하게 포탄을 쏜 뒤 신속하게 이탈해야 한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사격 정확도와 기동성이 우수한 고성능 포병전력이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적군의 위치를 드론으로 먼저 파악한다면, 그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지난 2020년 2월 시리아 이들립에서 튀르키예군이 실시한 작전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시리아 정부군은 이들립에 있는 반군을 공격하고자 대규모 기계화부대를 투입했다.

 

이에 튀르키예군은 바이락타르와 앙카 무인기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면서 위치 정보를 수집, K-9의 튀르키예 수출형인 K-155 자주포로 정밀포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시리아 정부군 전차와 장갑차 수십대가 파괴됐다.

 

 

 

 

우크라이나군 자주포들이 러시아군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다양한 종류의 드론과 무인기를 활용해 러시아군을 공격하거나 위치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GIS 아르타’를 통해 공유된다.

 

우버가 승객과 인근 운전자를 연결하는 승차 호출 기술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목표 식별에서 공격까지 걸리는 시간을 20분에서 1분으로 줄여준다.

 

여기에 미국이 공여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M777 155㎜ 견인 곡사포, 영국과 이탈리아 등이 제공한 FH70, 프랑스산 케사르 차륜형자주포, 폴란드산 크랍 자주포와 기존에 보유한 러시아산 야포 등을 결합해 포격전을 벌였다.

 

이를 통해 지난 5월 8일 시베르스키도네츠크강을 건너던 러시아군을 포격해 전차·장갑차 70여대를 파괴하고, 1000여명 규모의 대대급 병력을 전멸시켰다.

러시아군의 강력한 포병 화력에 직면한 폴란드도 튀르키예, 우크라이나의 전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군은 지난해 초 러시아군의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 ‘윈터(Winter)-20’을 실시했다.

폴란드 육군이 국토를 가로지르는 비스툴라 강 동쪽 지역을 22일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 워게임에서 러시아군은 개전 4일차에 수도 바르샤바 포위에 성공했고, 5일차에서는 비스툴라 강 동쪽의 폴란드군은 사실상 전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파주시의 한 육군 훈련장에서 K-9 자주포들이 사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면한 폴란드는 K-9과 K-2 전차의 대량 도입을 결정했다. 

무인기 도입도 한창이다.

폴란드는 앞서 지난해 5월 튀르키예에서 바이락타르 무인기 24대를 구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는 미국산 MQ-9 리퍼 무인기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무인기와 드론 전력이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드론을 관측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고성능 자주포로 장거리 정밀포격을 하는 것은 적군을 시가지로 유인해서 근접전투를 치르는 것보다 피해가 훨씬 적고 강력한 타격을 입히는 방법이다. 

 

K-9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갖추고 있고, 성능개량도 진행중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포격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폴란드 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푸틴 안 변해…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멀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전세를 뒤집으려 하고 있지만, 전쟁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좀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그와 통화한 서방 지도자들이 전했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과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전쟁 종식까지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아직 휴전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황폐화했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하지만 평화협정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산 비료를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하는 방안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문제 등을 푸틴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전화통화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불행히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며 "태도가 바뀔 듯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휴전한 뒤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숄츠 총리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하르키우주를 탈환하며 러시아를 밀어붙이는 성과를 낸 데 대해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이 트위터에서 "대량 학살을 막고 주민들을 해방하려면 추가적인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독일이 적극적으로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독일은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외교적 접근법을 유지해왔으나, 지난 2월 개전 이후 군사력 증강을 억누르는 자국 정책을 깨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에 맞춰 군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로이터=연합뉴스>

 

 

 

 

푸틴 통제력 상실"…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커지는 비판론

 

 

점령지 상당 부분 뺏기며 수세
모스크바 불꽃놀이 행사 뭇매
"2024년 대선 지지 철회"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러시아가 점령지 상당 부분을 빼앗기는 등 수세에 몰리면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등 우크라이나 동북부 지역에서 최근 잇따라 퇴각한 점을 지적하며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년간 쌓아온 권력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우크라이나 전선이 밀리는 것에 대해 "병력 재편성 작전의 일환"이라고 일축하며, 자국 군대의 영웅적인 모습을 칭송하지만, 전쟁 지지 세력에서조차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이다.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기세를 올리고 있는 반면, 러시아 국민들은 희생을 더 감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이자 정치평론가인 압바스 갈리야모프는 "푸틴 정통성의 유일한 원천은 힘"이라며 "푸틴이 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선 그의 정통성이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날 영토 수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자, 러시아 정부도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 지지 목소리를 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을 펴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불리한 전황에다 러시아 지배층 사이의 혼란까지 겹쳐 러시아군이 현 전력으로 파죽지세의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조차 최근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철수를 겨냥해 "그들이 실수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비판 메시지를 내놨다.

친푸틴 성향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정치평론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실수들로 인해 정치적 절차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가 급변하면서 '러시아군은 무적',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겁쟁이', '푸틴은 명민한 지정학적 전략가' 등의 메시지가 러시아 군중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정치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만 해도 "러시아는 전쟁으로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군 사망자가 수만 명으로 추정된다는 사실과도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도시 건립 875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푸틴 대통령 주도로 불꽃놀이 등 성대한 행사가 개최된 것을 놓고도 "전장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의 뺨을 때린 격"이란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 러시아당'의 세르게이 미로노프 당수는 이 축하연을 두고 "오늘도 우리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로워 40만명을 보유한 전쟁 지지 성향의 텔레그램 계정 관리자도 "2024년 대선에서 이 정부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내뱉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5∼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통해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등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전선의 상황을 뒤집는 것은 물론, 서방의 제재로부터 러시아 국민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는 점에서다.

갈리야모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악전고투가 이어질수록 러시아 집권층이 푸틴의 후계자를 세우려고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하르키우를 수복한 우크라이나 병사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 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서로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 정말 이길 수 있나"..'본심' 드러낸 푸틴의 '절친'

 

[서울경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이 같이 말했다.

한 줄에 불과한 이 ‘논평’은 그러나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지지하며 ‘반(反) 서방 연대’를 구축해온 중국이어서 더욱 그랬다. 양국 간 ‘찰떡 공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 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모인 두 정상이 대면 회담을 가진 당일,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예의 친밀함을 나타냈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난 뒤 7개월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은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혀 러시아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 와중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지 의사를 굽히지 않는 데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러시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그 ‘위성국가’들의 도발을 규탄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문을 계기로 대만 및 미국과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편을 확실하게 들어준 것이다.

 

이에 시 주석도 “중국은 러시아와 상호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서로 강력하게 지지하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양국 간 교역 강화도 약속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나고 전해진 외신 보도들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껄끄러운’ 대화를 나눴음을 짐작하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고 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패퇴하는 등 고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겼다 되찾은 영토가 8000㎢에 달할 정도로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시 주석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음을 시사한다.

 

최근의 전세 역전으로 서방의 비난을 무릅쓰고 러시아를 지지해온 중국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시 주석이 이를 푸틴 대통령에게 표출했다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폰 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정상회담과 관련해 자국 언론에 배포한 보도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올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난 두 정상이 양국 간 ‘무제한 협력’을 외쳤던 때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가 ‘무조건적인 동맹국’이 아님을 나타낸 것”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외신들은 회담 이후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피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 등 11개 SCO 참여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 만찬에도 홀로 불참했다.

중국 측은 자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마주치는 기회를 줄이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소속인 알렉산더 가부예프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이 ‘이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나이절 굴드 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전황뿐 아니라 외교 측면에서도 불리해지고 있다”며 “이는 중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우려를 인정한 점이 놀랍다“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침략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은 (양국 간) 밀착 관계의 한 사례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서울경제, 

 

 

 

 

 

푸틴이 각국 정상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트위터 갈무리
 
 

 

 

시진핑, 푸틴에 불편한 심기?..단체사진·만찬 '패싱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한 공식 만찬 행사에 불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어제(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5일 만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등을 비롯한 상하이협력기구 참여국 정상 11명이 모였으나 시 주석은 참여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만찬 행사에 앞서 진행된 단체 사진 촬영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시 주석 측이 '중국 대표단의 코로나19 정책'을 이유로 들며 불참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통신의 관련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의문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의 ‘우려’ 발언이 푸틴 대통령을 향한 질책의 의미일 수 있다는 학자들의 분석을 전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1996년 중국이 주도하였던 상하이 5자 회담을 확장한 것으로 2001년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설립한 국제조직이다.

상호 신뢰와 협력 촉진, 지역 평화와 안정 그리고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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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