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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마스네 오페라 ‘마농’(Massenet, Manon)

Massenet, Manon

마스네 오페라 ‘마농’

Jules Massenet

1842-1912

Manon: Anna Netrebko

Chevalier des Grieux: Piotr Beczala

Lescaut, Manon's cousin: Paulo Szot

Guillot: Christophe Pittsinger

De Brétigny: Bradley Garvin

Count des Grieux: David Pittsinger

Metropolitan Opera Chorus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Conductor: Fabio Luisi

Metropolitan Opera House, NY

MET Opera 2012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삶을 해치는 ‘중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 도박중독이 주로 거론되지만, 자신의 경제력을 망각하고 쇼핑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쇼핑중독’, 쾌락과 도취의 순간에 계속 빠져 있으려 하는 ‘향락중독’도 그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두 가지 중독증을 지닌 여주인공이 프랑스 작가 아베 프레보(Abbe Prevost. 본명: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1697-1763)의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L'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1731년)에 등장합니다. 이 소설을 토대로 한 오페라로는 비제, 구노와 함께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쥘 마스네의 <마농>과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가 유명한데요, 마스네 이전인 1856년에 프랑스 작곡가 오베르가 작곡한 <마농 레스코>도 있죠. 20세기 작곡가 한스 베르너 헨체 역시 이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귀족도 아닌 소박한 시골의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소녀 시절부터 아름다운 물건을 보면 소유하지 않고는 못 견뎠고 화려한 치장과 오페라극장을 사랑했던 마농은 딸의 사치와 향락욕에 겁을 먹은 부모의 강요로 수녀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수녀원 가는 길에 만난 신학생 데 그리외와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가면서 자신과 그의 삶을 파멸로 이끌죠.

허영의 종말을 다룬 사회비판적 원작





1막의 이야기는 1721년 프랑스 아미앵의 여관에서 시작합니다. 마차 정류소인 아미앵의 한 여관에서 방탕한 귀족 기요는 친구 드 브레티니 및 세 여배우를 거느리고 저녁식사를 주문하려 합니다. 근위장교 레스코는 열일곱 살 사촌 여동생 마농을 수녀원에 데려다주는 임무를 맡아,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죠. 마침내 마차에서 내린 마농은 레스코를 보고 반가워합니다. 마농을 보고 한눈에 반한 기요는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이 부자임을 과시하며 “함께 가자”고 수작을 걸다가 레스코에게 퇴짜를 맞지요. 잠시 레스코가 자리를 비운 사이 신학 공부를 마친 대학생 데 그리외가 다가와 마농에게 말을 겁니다. 수녀원에 가야 한다는 마농의 말을 들은 데 그리외는 펄쩍 뛰며 파리로 가자고 합니다. 마침 기요의 마차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그 마차를 타고 ‘사랑의 도피처’ 파리로 도망갑니다.





2막은 마농과 데 그리외가 살고 있는 파리 비비엔 가의 작고 조촐한 아파트입니다. 둘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마농에게 반한 귀족 드 브레티니와 그에게 매수된 사촌오빠 레스코가 이곳을 찾아냅니다. 데 그리외가 “마농과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자기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레스코에게 보여주는 동안, 드 브레티니는 마농에게 “오늘밤 백작이 와서 아들 데 그리외를 데려갈 것”이라고 일러주며 마농에게 최고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삶을 약속합니다.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린 마농은 데 그리외와 헤어지기로 마음먹게 됩니다(안녕, 우리의 작은 테이블이여). 마농의 변심을 꿈에도 모른 채 ‘눈을 감으면’이라는 노래로 마농과의 평온하고 영원한 행복을 꿈꾸던 데 그리외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에 나갔다가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에게 납치되다시피 끌려가고 마농도 그곳을 떠납니다.





장면 1 이 오페라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입니다. 그 사이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귀족 드 브레티니의 애인으로 살고 있는 마농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축제가 한창인 센 강변 산책로 렌 거리에 나타나 ‘마농의 가보트’를 노래합니다. 이곳에 기요가 나타나, “오페라단을 불러서라도 마농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호언하지요. 그러나 데 그리외의 아버지와 드 브레티니의 대화를 듣고 데 그리외가 생 쉴피스 수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농은 새로운 열정이 솟아, 기요가 마련한 오페라발레를 보다 말고 수도원으로 달려갑니다.




장면 2 수도원으로 아들을 찾아온 데 그리외 백작은 “결혼하라”고 아들을 설득해보다가 포기하고, 아내의 유산을 아들에게 후원금으로 주고 갑니다. 그때 마농이 나타나 데 그리외에게 용서를 구하며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일생을 바치겠다던 데 그리외의 결심은 마농의 간곡한 호소에 무너지고, 두 사람은 데 그리외의 유산으로 살림을 차립니다.





4막은 트랑실바니 호텔 도박장입니다. 마농의 향락적인 생활로 두 사람은 파산에 이르렀죠. 마농은 도박으로 돈을 벌자며 데 그리외를 억지로 도박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데 그리외는 기요와 도박을 해 많은 돈을 따지만, 분노한 기요는 “속임수를 썼다”며 데 그리외와 마농을 경찰에 고발합니다. 두 사람은 감옥에 가게 되고, 이때 데 그리외 백작이 나타나 아들을 꾸짖습니다.




5막은 르 아브르 가도입니다. 백작인 아버지 덕택에 석방된 데 그리외는 다른 매춘부들과 함께 미국으로 유형을 떠나게 된 마농을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레스코는 약속한 병사들을 모을 수 없었고 마농을 구출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죠. 호송 지휘관을 매수해 마농과 데 그리외는 마지막으로 잠시 얼굴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쇠잔해진 마농은 절규하는 데 그리외에게 지난날을 사과하고, 그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합니다.

백 년 뒤에 올 낭만주의적 주인공 창조

베네딕트회 수사였던 프레보는 20대에 수도원을 떠나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를 유랑하며 스스로의 체험을 기록해 8권짜리 대작 <어느 귀인의 회상>을 펴냈습니다. <마농 레스코> 이야기는 그 7권에 들어 있습니다. 프레보의 소설에서는 데 그리외라는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 마농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마스네와 푸치니 오페라의 진정한 주인공은 데 그리외가 아니라 여주인공 마농이죠. 이런 독특한 캐릭터의 여주인공은 당연히 관객의 인기를 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네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마농을 그려낸 반면, 푸치니는 이 여주인공을 자기 스타일에 맞춰 순수하고 감성적인 인물로 그렸습니다.

앙리 메이야크와 필립 질의 대본으로 1884년에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된 마스네의 <마농>은 원작의 흐름을 대체로 따르고 있지만, 마농의 수많은 교제와 부정적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 대폭 줄었습니다. 또 마농이 매춘 죄로 미국 뉴올리언스에 유형 가서 죽는 장면을 빼고, 르아브르 항구에서 출항 전에 죽는 것으로 결말을 바꿨답니다. 프랑스어의 어감을 효과적으로 살린 이 작품은 마농의 관능적 매력을 부각하며 로코코 시대 파리 사교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로서 바그너 음악극을 비롯한 독일 음악을 열심히 프랑스에 소개했던 마스네는 이 작품 <마농>에서도 바그너적인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들을 사용했고 불협화음과 반음계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마농은 성격이 독특한 여자였다. 사실 그녀만큼 돈에 무심한 여자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마농에게 꼭 필요한 것은 향락이고 유희였다. 만일 돈 없이도 향락을 누릴 수만 있다면 마농은 단 한 푼도 욕심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100년 뒤에 올 낭만주의의 열정적 주인공을 창조했다”는 평을 듣는 작가 프레보는 마농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작가는 마농을 긍정적 인물로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사람들을 사치와 허영의 길로 유혹하는 당대의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네의 오페라에서는 이런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실종되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만이 강조되었다는 점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추천 음반 및 DVD

[음반] 비벌리 실즈, 니콜라이 게다, 제라르 수제 등. 줄리어스 루델 지휘, 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1970년 녹음. DG

[음반] 안젤라 게오르규, 로베르토 알라냐, 얼 파트리아코 등.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네덜란드 왕립극장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2000년 녹음. EMI

[DVD]' 안나 네트렙코, 롤란도 비야손, 알프레도 다차 등,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빈센트 패터슨 연출, 2007년 베를린 국립오페라 공연 실황(한글자막). DG

[DVD] 르네 플레밍, 마르셀로 알바레스, 장 뤽 셰뇨 등. 헤수스 로페스-코보스 지휘. 파리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질베르 데플로 연출, 2001년 파리 국립오페라 공연 실황. TDK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9.2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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