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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신혼부부에 집 한채씩 주겠다는 野

 

 

 

 

 

 

 

신혼부부에 집 한채씩 주겠다는 野

  • 김아진 기자

    입력 : 2014.11.14 05:44

    [100兆 財源 대책도 없이… '공짜 집' 들고나온 野]

    野의원 130명중 80명이 서명, '無償임대' 정책 모임 발족식
    "무슨 돈으로… 황당하다" 여론

    법안 낸 홍종학 野 비례의원 "국민주택기금 이용하면 돼"
    與 "저소득층과 무주택자들 주거안정에 쓰는 기금인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일부 野의원도 "공짜라고 무조건 좋아하던 시대 끝나"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3무(無) 1반(半)'(무상 급식, 무상 의료,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에는 신혼부부에게 '공짜 집'을 주자는 정책을 내세웠다. 여당과 일반 여론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안 그래도 국가 재정이 없어서 무상 복지 논란이 거센 상황인데 황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130명 중 80명이 서명에 참여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란 의원 모임은 13일 국회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문재인 의원 등 친노(親盧)계 대부분이 참여한 반면, 중도 성향인 김한길·안철수계 인사들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의원 80명은 이날 선언문에서 "저출산 현상은 온갖 경제문제의 근원"이라며 "성장 저해뿐 아니라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 각종 연기금의 고갈 문제도 저출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주택 마련 부담으로 결혼을 기피하면서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주택의 5.2%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100만채 이상 추가로 늘리고, 5~ 10년간 신혼부부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구체적인 재원(財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모임 관계자는 "세부 안(案)은 아직 없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몇 년에 걸쳐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초혼(初婚)자에게 집을 주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당에서 이 의견을 처음 낸 홍종학 의원은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100만호가 필요하고, 1채당 1억원이라고 하면 예산은 100조원쯤 든다"고 추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80명이 참여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이 13일 발족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우윤근(앞줄 가운데) 원내대표가 청년들에게 ‘집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80명이 참여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이 13일 발족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우윤근(앞줄 가운데) 원내대표가 청년들에게 ‘집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조선닷컴과 네이버 등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선 "이왕이면 전 국민에게 다 준다고 하지 그러느냐" "제발 나라부터 걱정하고 공약하라"는 등의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달렸다.

    새정치연합이 국가 돈으로 모든 신혼부부에게 집을 한 채씩 주자는 말을 처음 꺼낸 건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였다.

    당 소속 홍종학 의원은 이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획기적인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경실련 출신으로 비례대표가 됐다. 그는 재원과 관련해서는 "국민주택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이용하고, 국민연금기금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며 "정부가 다소의 이자율을 보전해주면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에 신혼부부 몫으로 임대주택 추가 공급 3만호, 전세 자금에 대한 금융 지원 2만건을 확대하는 지원안(2432억원)을 포함시키겠다고도 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청년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와 함께 범국민추진본부를 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홍 의원 주장과 관련해, 당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론(黨論)으로 모으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13일 "주택기금은 저소득층 등 무주택자들의 주거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쓰이는 돈"이라며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한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보육 시설 확충, 사교육비 절감,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개선 등 육아 부담을 감소시켜주는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0년 야당은 '무상 급식'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이겼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3무 1반' 공약을 또 꺼냈었다. 올해 6·4 지방선거에선 '무상 버스'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당내에서는 "무상 공약 등 보편적 복지 정책만 내세워선 집권 세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반성론도 나왔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현실성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당초 이번 정책을 당론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것도 없던 일이 됐다. 홍종학 의원실 관계자는 "원내 지도부가 전체 의원을 설득하는 데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서명을 요청한 결과, 전체 130명 중 80명이 참여키로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의원이 참여를 희망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모임에 불참한 한 의원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뭐 하느냐"며 "최근 선거에서 봤듯이 증세 없는 복지가 안 된다는 걸 국민도 잘 알고 있다. 이제 '무상' 시리즈는 여당의 공격 대상이 되기 더 좋다"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공짜로 준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시대는 끝났다. 신혼부부 말고 어려운 계층이 주위에 많다"면서 "우리가 언젠가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는데, 국가 재정 문제는 정부·여당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모임 발족식에 원내 지도부가 참석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재원 조달 방법이나, 자격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도 않았고, 여론이 매우 비판적인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모임에서 축사까지 한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