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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Beethoven Piano Trio No. 7 'Archduke'

 

 

 

 

 





 

1악장 (Allegro moderato), B flat장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Alfred Cortot, Piano / Jacques Thibaud, Violin

 

Pablo Casals, Cello / 1928 Mono(EMI)



 

2악장 (Scherzo, Allegro), B-flat장조, 3/4박자

 

Alfred Cortot, Piano / Jacques Thibaud, Violin

 

Pablo Casals, Cello / 1928 Mono(EMI)



 

3악장 (Andante cantabile, ma pero con moto), D장조, 3/4박자

 

Alfred Cortot, Piano / Jacques Thibaud, Violin

 

Pablo Casals, Cello / 1928 Mono(EMI)



 

4악장 (Allegro moderato), B-flat장조, 2/4박자

 

Alfred Cortot, Piano / Jacques Thibaud, Violin

 

Pablo Casals, Cello / 1928 Mono(EMI)

 

 


 

명상적이고 절제된 후기 양식으로 전환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대공 3중주곡’은 고전적인 실내악곡처럼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졌다. 전 악장 가운데 가장 귀족적인 느낌이 강한

1악장에는 자비롭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거의 모든 주제들이 처음에는 부드럽고 고용하게 제시되며 주제 자체의 노래하는 특성이 강조되어 있다.

 

 베토벤은 이 곡에서도 그 특유의 추진력 있는 발전 기법을 구사하며 처음에 제시한 주제들을 큰 소리로 거칠

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악장 도입부의 고상한 분위기가 전곡을 주도하고 있다.

 

 


 

 

2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전통적인 고전주의 음악작품에서 2악장은 대개 느리고 서정적인 반면, 3악장은 우아한 미뉴에트이거나 재빠른

 스케르초로 되어 있다.

하지만 ‘대공 3중주곡’에서 베토벤은 그 순서를 바꾸어 고상한 1악장에 이어 2악장에 유쾌하고 풍자적인 스케르초를

 배치해 참신한 느낌을 준다.

 

 베토벤의 스케르초 악장은 대개 과격한 경우가 많지만 ‘대공 3중주곡’ 2악장에선 그보다는 재치와 발랄함이 느껴지며, 이 악장 중간부에서 반음계적으로 구불거리는 선율이 서로 모방되는 부분에선 신비로운 느낌도 전해진다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송가 풍의 음악으로 시작되는 느린 3악장은 주제와 5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된다.

명상적인 음악이 점차 빠른 리듬 패턴으로 장식되며 변주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다섯 가지 변주에 이어지는 종결부는 곧바로 마지막 4악장에 연결되어 분위기를 급격히 반전시킨다.

 


 

4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4악장으로의 진입은 피아노의 다소 무례한 연주로 시작되는데, 초연 당시에 베토벤은 이 부분에서 현란한 피아노

즉흥연주를 시도했다고 한다.

엄숙하고 명상적인 3악장으로부터 즐겁고 재치 있는 4악장으로 변모하면 베토벤다운 위트와 화려함을 담은 음악이

우리 귀를 즐겁게 한다

 

최은규(음악평론가)

 

 


 

 

작품

 

베토벤의 마지막 3중주인 B flat장조는 1811년에 완성된 곡으로 실내악 사상 가장 뛰어난 3중주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op.97의 '대공 (Archduke)'이다.


이 곡에서 베토벤은 이전의 3중주곡, 특히 op.70에서 시도한 피아노 중심의 협주곡적 성격을 가지는 3중주곡을

 

완성시킨 것이다.

 

곡은 전형적인 4악장 구성이지만 기존의 어떤 3중주보다 큰 규모에다 베토벤 특유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선율,

 

이 시기의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우아함 등이 잘 조화된 작품이다.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피아노 3중주, 현악 4중주에 있어서도 베토벤의 거장다운 숨결은 고루 살아있는데

 

그 가운데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와 피아노 3중주 <대공>이 이 분야의 백미를 이룬다.
실내악이지만 <대공> 3중주곡은 웅대한 규모를 지니며, 세 대의 악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협주적

 

색채도 뛰어나다.

 


특히 전곡을 통하여 치밀하게 진행되는 피아노의 연주를 중심으로한 찬란한 실내악의 진수가 이 작품에 완전히

 

결집되어 있다.


동시에 매우 풍부한 선율과 화성의 아름다움, 원숙한 정서, 고귀한 품위가 아울러 갖추어져 있다. 한편 작품 저변에는

 

베토벤 시대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마음의 움직임이 흐르고 있는데 이점도 매력의 한 요소를 차지한다.

옮긴 글

 

 




 

굳이 ‘대공’이란 부제를 모르더라도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대공’을 들으며 고상한 기품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베토벤의 후원자이자 유능한 피아니스트였던 루돌프 대공(1788-1831)에게 헌정된 까닭에 ‘대공’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이름 그대로 귀족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실내악곡이다.

베토벤의 ‘대공 3중주곡’을 헌정 받은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의 후원자들 가운데 가장 충실하고 너그러우며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2세의 막내아들이자 프란츠 2세의 동생으로, 부친인 레오폴트 황제는 그를 군인으로 키우고자 했다.

그러나 몸이 강건하지 못했던 루돌프는 건강 문제로 군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나중에는 추기경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또한 베토벤에게서 오랫동안 피아노와 작곡, 음악이론을 배워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충실한 후원자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작품

루돌프 대공이 언제부터 베토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개 1803년과 1804년 겨울에 베토벤의 제자가 된 것으로 보이며 거의 1824년까지 수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베토벤은 이 레슨이 그의 작곡 활동에 방해된다고 투덜대기도 했지만, 베토벤의 가장 충실한 후원자인 루돌프 대공에게 무려 14곡의 작품들을 헌정해 감사를 표했다. 베토벤의 수많은 명곡을 헌정 받은 후원자 루돌프 대공.

베토벤이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한 작품들 중에는 널리 알려진 명곡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피아노 소나타 ‘하머클라비어’와 ‘장엄 미사’, ‘대 푸가’ 같은 대작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베토벤이 루돌프 대공을 얼마나 특별한 후원자로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대공 3중주곡’ 역시 베토벤의 작품목록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명곡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해 작곡한 베토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 곡이다.

이 곡은 루돌프 대공의 연주를 염두에 두고 작곡된 ‘귀족적인 작품’이면서도 베토벤의 실내악곡 가운데 최초로 공공 연주회장에서 선보인 ‘대중적인 작품’이기도 해서 더욱 흥미롭다.

당대 실내악곡은 대개 귀족의 궁정에서 아마추어 귀족 음악가들의 연주로 소수의 청중을 위해 연주되곤 했지만, ‘대공 3중주곡’은 베토벤 자신을 포함한 전문 연주가들의 연주로 대중을 위한 공연장에서 초연되었다.

또한 이 곡은 베토벤의 영웅적인 음악 양식이 퇴보하고 명상적이고 절제된 후기 양식을 여는 전환기의 작품이기도 해서 관심을 끈다. ‘대공 3중주곡’이 당대 귀족들에게나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전문가나 음악애호가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도 이 곡에 담긴 이중적이고 전환기적인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음악 자체에는 귀족적이고 절제된 기품이 흐르면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중산층의 취향을 고려한 베토벤의 ‘대공 3중주곡’은 당대 사회와 베토벤 자신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기에 매우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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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의 이상을 딛고 초연 무대의 연주를 마치다

 

베토벤이 1811년 3월에 ‘대공 3중주곡’의 작곡에 착수할 무렵 당대 사회의 분위기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한 시대의 영웅이었던 나폴레옹의 위세가 급격히 수그러들고, 베토벤을 후원하던 빈 귀족사회 역시 무너져가고 있었다. 영웅과 귀족의 시대는 가고 그 빈자리를 중산층 부르주아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베토벤은 ‘영웅 교향곡’이나 ‘운명 교향곡’에서 보여주었던 영웅적인 음악 스타일을 견지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베토벤은 ‘대공 3중주곡’에서 지금까지 그가 고집하던 남성적이고 외향적이며 영웅적인 스타일 대신 따스하면서도 감성적인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며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대중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이 작품에서 주제 선율은 충분히 노래되고 절제된 페이스를 유지하며 리듬은 춤곡처럼 경쾌하다.

1814년 4월 11일에 ‘대공 3중주곡’이 빈에서 초연될 당시, 이그나츠 슈판치히가 바이올린을 맡고 요제프 링케가 첼로, 베토벤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당시 청력의 이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던 베토벤은 연주에 어려움을 겪고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초연 당일 리허설을 지켜본 작곡가 루이 슈포어는 베토벤의 연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피아노의 음이 맞지 않았으나 베토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를 거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악화된 청력에도 불고하고 기교는 대단했으며 이는 존경할 만했다. 포르테 부분에서 귀먹은 이 불쌍한 음악가는 현악기의 소리가 묻힐 정도로 크게 연주했고 피아노 부분에선 지나치게 작게 연주해서 아예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비록 베토벤의 청력 이상으로 초연 무대는 완벽하지 않았으나, 초연 이후 ‘대공 3중주곡’은 그 뛰어난 예술성으로 인해 베토벤의 실내악곡 가운데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부르델/, 고뇌하는 베토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