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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정치인 자녀 논란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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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정치인 자녀 논란 잔혹사



[한겨레]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못 가르친 저의 불찰입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19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국민 모두에게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떨궜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던 남 지사의 장남(26)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중국에 휴가를 다녀오면서 필로폰 4g을 속옷에 숨겨 밀반입한 뒤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럽 출장 중 급거 귀국한 남 지사는 “제 아이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자신의 죄에 대해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것

이다”며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이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치적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경기도지사로서 도정이 흔들림 없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 지사의 정치생명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대선에서 ‘젊은 일자리 대통령’을 외치며 유승민 의원과 당내 경선을 치른 거물 정치인이지만 ‘마약 아들’의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재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자식 상팔자(無子息 上八字)’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은 요(堯) 임금이 “아들이 많으면 두려움이 많다(多男子 則多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됐다.

태평성대의 대명사인 요순시대의 주인공, 요 임금에게도 자식은 걱정거리였던 것이다.

 4000년 전 중국대륙을 다스린 정치인도 자녀 문제로 전전긍긍했다는 이야기는 남 지사에게 일말의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탄탄대로’를 달리던 정치인이 자녀의 불법 행위,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등으로 추락하는 경우는 많았다.

 정치인들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속담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이것은 나무를 흔든 ‘나뭇가지 이야기’다.










아들 ‘병역비리’에 대선서 무너진 이회창


병풍사건 네거티브 논란…노무현의 정면돌파가 이회창 무너뜨렸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2002년 16대 대선과정에서 아들인 이정연씨가 신체검사에서 1급에 해당하는데도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져 낙마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김대업 병풍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으로 지지율 42%를 달리던 이회창 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러한 공세가 네거티브에 불과했다고 반박하지만 패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당시 네거티브에 대응한 자세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바른정당 소속 의원 18명이 모인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김무성 의원이 ‘러브샷’을 한 뒤 입을 맞추고 있다.

 바른정당 제공 
         


#‘마약 사위’ 김무성 의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직계자녀가 아닌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에 곤혹을 치렀다.

김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을 맡던 때 둘째 사위인 이상균(40)씨는 코카인·필로폰·엑스터시·대마초·스파이스 등 각종

마약을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해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모된 마음에 (딸에게) ‘이 결혼 절대 안된다,

 파혼하자’고 이야기하고 설득했는데 서른 두 살 딸이 ‘아빠, 내가 한번도 속 썩인 일 없지 않느냐.

이번에 이 일에 대해 판단을 나에게 맡겨달라.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가 용서하기로 했다.

본인도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꼭 결혼하겠다’고 말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 못 이긴다.

사랑한다며 울며 결혼 꼭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딸의 판단력을 믿기로 하고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만만찮은 정치적 후과를 치렀다.


당시 새누리당 유력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김 의원은 지금까지도 ‘마약 사위’를 둔 장인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화여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우리 둘째처럼(둘째는) 연애를 안 하고 있다가 잘못 선택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연애도 열심히 해야 한다.


딸자식 가진 부모에겐 꼭 ‘연애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자학성 개그’를 구사해 주목받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해 12월22일 밤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아들 성매매 의혹’ 장제원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고교생 아들 용준군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지면서 바른정당 대변인직과 부산시당위원장직을 내려 놓아야 했다.

용준군은 지난 2월 <엠넷>의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뛰어난 랩 실력으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 직후 그가 과거에 트위터를 통해 성매매를 시도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장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국민들께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입니다”며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겠습니다”고 참회의 뜻을 밝혔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른바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지만 해당 논란

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자성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용준군은 최근 <엠넷>의 ‘쇼미더머니6’에 출연한 뒤 음반을 내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 의원은 “상처받지 말고 힘들어하지도 말고 좋아하는 음악만 열심히 하면서 행복하길 기도한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원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이 수락연설 중 막내아들 SNS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이 수락연설 중 막내아들 SNS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몽주니어’ 정몽준 전 의원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기간 중 아들 정아무개(20)씨가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때문에 치명상을 입었다.

아들 정씨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이틀이 지난 2014년 4월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을 두고 “정서가 미개”하다고 썼다가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정 전 의원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당선자 수락연설에서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정 전 의원은 선거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정 전 의원의 아들을 의미하는 ‘정몽주니어’는 아직까지도 누리꾼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정몽주니어 1승 추가”라는 표현은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이 ‘미개’한 행동을 하면 ‘정 전 의원 아들 말이 틀린건

아니었구나’라는 의미의 유행어다.


 



애비메탈.    인터넷 갈무리


애비메탈. 인터넷 갈무리      


    


#“딸아 미안하다∼” ‘애비메탈’ 고승덕 전 의원


자녀가 부모의 허물을 폭로하면서 타격을 입은 사례도 있다.

고승덕 전 의원은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으나 전처의 딸인 캔디 고씨의 폭로로

낙마했다.


캔디 고씨가 에스엔에스를 통해 “자식에게 관심이 없었다.

교육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밝혀, 유권자들이 ‘고 전 의원이 교육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됐다. 고 전 의원은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고 전 의원은 거리 유세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왼손을 번쩍 들고 절규했지만 선거에서 졌다. 고 전 의원의 절규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졌고, 패러디한 영상 ‘애비메탈’은 유튜브에서 200만번 넘게

재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