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화장품 거리 모습. 사드 사태로 유커가 줄어 한산하다.
/명동=안옥희 기자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시행된지
6개월여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쇼핑거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09.14.
그 많던 유커 어디에" 명동 화장품 거리의 '한숨'
더팩트│명동=안옥희 기자] "사드 사태 이전에는 화장품을 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중국인들이 집어갔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려요."
중국 사드 보복 사태가 6개월째 접어든 지난 12일과 13일 서울 명동의 이른바 화장품 거리에서 만난 브랜드숍 직원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왔던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사드·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 선두자리를 내주면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인단체관광객(유커) 급감이 치명적이었다.
그간 명동 상권 매출의 절반은 유커에게서 나왔다.
명동 화장품거리는 사드 보복 조치 이전만 해도 중국어가 가장 많이 들렸던 곳이다. 반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명동 화장품 거리는 개별 관광객(싼커)이 간간히 눈에 띄는 정도였다.
각 매장을 돌며 화장품을 사들이는 보따리상은 1시간 여 동안 3명밖에 찾을 수 없었다.
사드 사태가 터지자 일본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늘어난 점도 달라진 풍경이다.
이날 자연주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면서 중국어뿐 아니라 일본어 등
다른 국가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명동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30대 직장인 현 모 씨는 "명동 화장품 매장은 한국인에게 말을 안 붙였는데 요즘은 내국인·외국인 상관없이 응대를
하더라"라고 귀띔을 했다.
색조 제품으로 유명한 한 브랜드숍 매장의 외국인 직원은 취재진의 국적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중·일 3개 국어로
"무엇을 찾습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유커 특수가 실종되면서 인테리어 공사 등을 이유로 휴점 혹은 폐업한 화장품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각 매장에는 방문고객 증정용으로 준비해둔 샘플 화장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유커를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들은 손님이 없어 대부분 매장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명동뿐만 아니다.
길거리 매장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은 유커가 급감하자 심각한 매출 타격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 브랜드도 사드의 칼바람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의 경우 지난 2분기 매출액 1535억 원과 영업이익 222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매출은 1444억 원으로 전년대비 9.4%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미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006억 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59.7%나 줄어든 24억4600만 원을 기록했다. 토니모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93억 원, 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07%, 13.55% 줄었다.
사드와 업황 불황 속에서 2분기 실적 직격탄을 맞은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탈중국·인수합병·유상증자 등을 통한
살길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여전히 높지만 단기간에 사드 정국 완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암담하다"며 "북미·동남아시아·중동 등으로 수출을 다각화하는 등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6개월여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쇼핑거리에 폐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사드와 북핵에 동남아 관광객도 사라진 명동
北 리스크 불거진 4월 이후…동남아 관광객 급감
'관광 코리아' 비상…소비 둔화는 경제 전반 악재
최씨 가게는 원래 인기가 좋았다.
“잘 나갈 때에 비해 3분의1토막은 난 것 같아요. 한창 사드로 난리가 났을 때는 중국인만 없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그래도 최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명동 뒷골목 쪽은 사람 자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드에 북핵까지…태국어도 사라졌다
사드에 북핵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다.
18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를 찾은 태국인 관광객은 2만463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지난 3월 사드 보복 여파가 한창일 당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태국인 등 동남아 관광객으로 채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상황이 바뀐 건 5월부터다. 4월 한반도 안보 위기설이 불거질 정도로 북한 리스크가 커졌던 때다. 당시 방한한 태국인은 10.5% 줄어든 4만32명에 불과했다.
태국인뿐만 아니다. 7월 우리나라를 찾은 필리핀인 관광객은 3만234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나 급감했다.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산업은 정치적인 여건에 정말 민감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금방 전쟁이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찾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유커의 발길이 뜸해진 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완만히 상승하던 소비 다시 꺾일까 우려”
관광산업의 타격은 곧 우리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열악할 국내 소비 자체가 더 가라앉을 수 있는 탓이다.
명동에서 17년째 옷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50대·여성)씨는 “한창 잘 나갈 때보다 70%가량 매출액이 감소했다.
특히 사드와 북핵 이슈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크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뾰족한 수는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관광상품을 업그레이드하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6개월여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쇼핑거리에 폐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명동의 몰락, 금한령이 가르쳐준 뼈 아픈 교훈
서울관광 1번지’ 명동이 사드 직격탄을 맞은 지 6개월이 지났다.
명동을 지탱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권이 시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잘나가던 시절만 생각한 채 위기 대처와 체질 개선에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골목에서 만난 상인들이 빠짐없이 “원래 잘 나가던 곳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대부분의 상인들은 금한령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힘들다며 ‘옛날의 명동’이 더 이상 아니라며 안타까워했다.
명동에서 15년 가까이 여성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51)씨는 금한령 이후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아르바이트생 10명이 일하던 곳이었다.
김 씨는 “하루에 가게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손 꼽힐 정도”며 “메르스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내리막길이고
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던 화장품 가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5년 전 이곳에 문을 연 한 화장품 가게 점주는 “금한령 직후 중국인 손님이 반 이상 감소했는데 지금도 나아진 게
없다”며 “요즘엔 일본인 관광객들이 전에 비해 늘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던 게 없어져 여전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은 주요 방문지의 1위는 명동이었다.
이들이 한국에서 한 주요활동은 88.9%가 쇼핑이었으며 1인당 지출금액은 2059.5달러(한화 약 240만원)에 달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인 1635.3달러(한화 약 184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요우커의 경제학’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598만4170명이다.
600만명에 육박한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지출한 금액은 총 15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계소비에서 2.1%를 차지하는 수치다.
‘큰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한 명동 상가의 세입자들은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명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월세가 몇백에서 몇억까지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어려워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도 월세내기 어렵다고 한다”며 “명동을 나가고 싶어도 임대차 기간이 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동의 위기는 어느정도 예고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던 때’를 떠올리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한류열풍과 함께 일본, 중국 등 관광객들이 몰려왔을 때 명동은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들이 ‘모두’ 찾는 곳이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즐비해 국내 학생들도 많이 찾는 인기 장소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명동을 찾는 내국인은 많지 않다.
중국어 간판, 중국인 직원들로 가득한 명동은 중국인들만을 위한 곳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명동을 방문한 다른 외국인들조차 한국의 노골적인 ‘중국인 모시기’에 놀랐을 것이다.
중국인들만을 위한 명동이었기 때문에 금한령 여파가 더욱 매서운지도 모른다.
중국인에 올인했는데 이들이 빠져나가갔으니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명동은 달라져야 한다. 실제로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몰락’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명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6)씨는 “중국인들 위주의 아이템을 바꾸고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 돼야 명동이 살아날 것”이라며 “특정 관광객만 찾는 곳이 된다면 언제 또 이런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명동 살리기 해법은 ‘역지사지’에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쇼핑만 원하는 게 아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신촌, 홍대, 가로수길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의 쇼핑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층들과 함께 놀 수 있으니 1석2조일 것이다.
명동은 그동안 일부 상인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과도하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탓에 여론이
좋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명동을 외면했던 이유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명동 임대매물 쏟아지고 수개월째 공실"…면세점엔 中 보따리상만
큰손 사라진 명동 가보니…
20m 거리 텅빈 점포 5곳…중국어 입간판도 실종
면세점 다이궁은 K-뷰티 대신 해외명품에 집중
"유커 손님 10%대 미만으로 뚝" 가로수길도 한산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을 내린 지 6개월째를 맞은 15일. 기자가 찾은
명동 거리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에 치여 발 디딜 틈이 없던 명동 메인 거리는 그나마 국내 로드숍 화장품 매장에 4~5명의
관광객들만 서성이고 있었다.
일본·대만·홍콩·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대신 채워주고 있었지만 숫자와 객단가 면에서 유커들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명동의 큰손이었던 유커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명동 상권은 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명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구기수(81)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9월 전까지만 해도 명동에서 임대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올 들어 임대
매물이 나와도 수개월째 공실 상태인 곳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명동 지도에서 ‘명동 2가’를 콕 짚으며 “화장품·옷을 팔았던 매장들이 지금 열 군데 넘게 임대로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명동 중심가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간 명동 2가에 가보니 1~3층짜리 점포 출입문에 ‘임대 문의’ 광고가 눈에 띄었다.
20m를 걷는 동안 다섯 군데 점포가 연이어 공실이었다. 아디다스·자라·매그앤매그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했던 곳이다.
한 달 매출이 30억원에 달했던 신발 매장도 지금껏 주인을 못 찾아 비어 있었다.
해당 점포 소유주들은 “올 3월 중국 정부의 금한령 이후 매출 부진을 걱정한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이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계속 공실 상태”라고 읍소했다.
그나마 줄 선 중국인을 볼 수 있는 곳은 롯데면세점뿐이었다.
하지만 유커와 싼커는 없었다. 헐값에 면세품목을 사려는 ‘다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들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올 초까지만 해도 면세점과 백화점 안팎에서 유커들로 혼잡을 빚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11층 LG생활건강의 ‘후’ 매장 앞에는 30여명의 다이궁이 줄을 섰는데 이들은 가방에서 현금 다발을 꺼내 여러 세트씩 사갔다.
한 매장 직원은 “금한령 이후 유커는 없고 싼 값에 물품을 사려는 다이궁들만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도 다이궁이 찾는 품목이 달라졌다.
사드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수익을 극대화하고 보다 쉽게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 해외 명품 시계와 주얼리를 택하는 다이궁들이 늘면서 한국 화장품보다는 럭셔리 시계나 해외 명품 매장에서
다이궁들의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이렇다 보니 국내 브랜드숍은 한산해 K뷰티 열풍이 사그라든 모습이다.
유커들의 공백은 달라진 프로모션 광고판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지난해까지 중국어 일색이던 광고 입간판은 내국인 위주로 바뀌었다.
롯데면세점 본점 에스컬레이터나 코너 곳곳에는 황금연휴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고객을 위한 광고판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과거 중국인 대상 한류 인기 브랜드 상품전, 중국인 VIP 대상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 중국인을 위한 이벤트에 적극적
이었던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중국어 입간판을 찾기 어려웠다.
유커의 천국이던 명동보다도 중국 개인 관광객이 줄을 이었던 가로수길은 더욱 한산했다. 금요일이면 오픈 가두 카페에 진을 치고 앉아 있던 중국 관광객은 물론 거리에서 사진을 찍던 중국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지나가던 30대 중국인 여성은 “내게 사드에 대해 묻지 말라. 난 모른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 브랜드숍 직원은 “중국 관광객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어 중국어를 쓰는 직원도 줄였다”고 말했다.
이곳 라이프스타일숍 직원 역시 “과거 전체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는데 지금은 1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면서 “객단가도 30만~50만원에서 10만원대로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심희정·변수연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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