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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대통령의 추석 선물






문재인 대통령 추석 선물세트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추석 선물세트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개시되면서 10일 새 주인을 맞이하는 서울 청와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내려졌던 봉황기가 다시 게양돼 펄럭이고 있다. 왼쪽은 봉황기가 비어 있는 청와대 본관 깃봉의 전날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개시되면서 10일 새 주인을 맞이하는 서울 청와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내려졌던 봉황기가 다시 게양돼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추석 선물




문 대통령의 추석선물은 전국 각지의 특산물 5종으로 구성됐다.

경기 이천 햅쌀, 강원 평창 잣, 경북 예천 참깨, 충북 영동 피호두, 전남 진도 흑미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의 추석선물은 사회보호계층, 보훈가족·유공자 등 국가에 기여하신 분들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발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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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 각계 주요 인사와 사회적 배려계층 6000여명에게 보낸 추석선물. 경남 사천 멸치(국물용), 전남 여수 멸치(조림용), 평창 대관령 황태채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 각계 주요 인사와 사회적 배려계층 6000여명에게 보낸

추석선물. 경남 사천 멸치(국물용), 전남 여수 멸치(조림용), 평창 대관령 황태채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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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2010년 추석선물 세트.  서울신문



▲ 이명박 전 대통령 2010년 추석선물 세트.


서울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추석선물 '5종 세트'(왼쪽)와 인사말 카드. /사진=뉴시스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명절인 추석을 맞아 각 지역 특산 농·임산품 선물세트를 준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추석 선물은 경기 이천 햅쌀, 강원 평창 잣, 경북 예천 참깨, 충북 영동 피호두, 전남 진도 흑미 등 국산 농·임산물 5종으로 구성됐습니다.

선물 대상자는 전직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계 원로와 주요 인사, 국가유공자, 사회 소외계층 등 7000여명입니다.

청와대는 그간 명절마다 선물을 발송해왔습니다.전임 대통령들도 추석 선물로 대부분 지역 농·수산물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선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를 배려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의 선물은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과 한과를 주로 선물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 선물 메뉴는 멸치세트였습니다. 멸치잡이 사업을 하던 부친이 보내준 고향 거제도 멸치였습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멸치를 하도 많이 선물해 ‘YS 멸치’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삼을 애용했습니다. 인삼을 담은 나무 상자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 때문에 ‘봉황 인삼’으로 불리기도 했죠.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격려금을 주로 전달했습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2003년 민주당 대표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명절 선물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은 금박 봉황이 박힌 인삼, 수삼을 보내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0만원인가 200만원인가 줬다” 고 말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선 “죽으나 사나 멸치”라고 했죠. 김대중 전 대통령 선물에 대해선 농담을 섞어 “시시해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물은 어땠을까요?


■‘육포·잣 사랑’ 박근혜 전 대통령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2013년 추석 찹쌀·잣·육포를 선물로 선택했습니다. 2014년 추석에는 대추·잣·육포를 보냈습니다. 육포와 잣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변에 자주 선물해온 품목입니다. 불교계 인사들에게는 육포 대신 호두 선물을 건넸습니다. 2015년 추석 선물은 햅쌀·흑미·찰기장·잣·찹쌀 등 우리 농산물 5종이었습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추석 선물은 경북 경산대추와 경기 여주햅쌀, 전남 장흥육포였습니다. 당시 추석 선물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 의원들 간 신경전을 기억하시나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물을 못 받았다”고 하자 감정이 상한 청와대가 배송을 취소하는가 하면, 일부 야당 의원은 박 대통령 선물을 반송했습니다.

선물 반송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명절 선물 관행을 없애자는 차원이었습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설 선물. 대추와 버섯, 멸치로 구성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설 선물. 대추와 버섯, 멸치로 구성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져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청와대의 명절 선물 선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016년 설 선물은 대추·버섯·멸치 등의 농산물과 중소기업이 만든 화장품 세트, 어린이 자율학습용 전자책 등이었는데요. ‘중소기업이 만든 화장품 세트’는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자주 찾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 제품이었습니다.


■‘지역 특산 농산물 위주’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추석선물로 각 지역 특산 농산물을 애용했습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추석에는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 대추, 전북 부안 김, 경남 통영 멸치를 보냈습니다.

당시 황태와 관련한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황태 덕장은 강원 인제였지만 명태는 러시아산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청와대는 이 황태를 불교계 인사에게도 보낼 뻔했지만 배송 직전 차·다기로 교체해 사고를 막았습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추석 선물. 강원 인제 황태와 충남 논산 연산대추, 전북 부안 재래김, 경남 통영 멸치 등 전국 특산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추석 선물. 강원 인제 황태와 충남 논산 연산대추, 전북

부안 재래김, 경남 통영 멸치 등 전국 특산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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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추석 선물은 경기 여주산 햅쌀과 강원 철원·충남 홍성 쌀과 우리 밀을 혼합해 제조한 쌀국수였습니다. 2010년 추석에는 전국 각지의 된장, 고추장, 참깨, 참기름, 들기름, 고사리, 취나물, 건호박, 표고버섯으로 선물세트를 제작했습니다.

2011년 추석에는 경남 사천·전남 여수 멸치와 평창 대관령 황태채가 선물로 등장했습니다.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였습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추석 선물은 강원 횡성 들기름을 비롯해 경기 여주 햅쌀, 충남 부여 표고버섯, 경북 예천 참기름, 전남 진도 흑미였습니다.


■‘10번 중 9번이 민속주’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설 설물. 국가기록원 제공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설 설물.


국가기록원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 2007년 추석선물 세트.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2007년 추석선물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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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절 선물에는 술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2003년 추석에 복분자주를 선물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소곡주, 2005년 문배술, 2007년 이강주 등 해마다 전국 각지의 민속주를 선택했습니다. 지역 화합을 강조하며 민속주에 다른 지역의 특산품을 함께 넣어 선물을 구성했습니다. 재임 기간 10번의 명절 중 무려 9번이나 전통주를 선물했습니다.

2003년 지리산 복분자주와 광주 한과 세트를 마련했고 2004년에는 선물로는 충남 한산 소곡주, 전북 진안 수삼, 강원 더덕을 준비했습니다. 2005년 추석에는 평안도 지방 소주인 문배주와 잣, 대추, 표고버섯 등 각 지역 특산물을 조금씩 담아 각계에 돌렸습니다. 유일하게 술이 빠진 때는 2006년 추석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그해 추석 선물로 전국 9개 지역을 대표하는 우리의 전통차와 다기 세트를 보냈습니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의 설 선물. 충북 보은산 대추와 경북 상주산 곶감, 경기 김포산 문배술로 구성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의 설 선물. 충북 보은산 대추와 경북 상주산 곶감,

경기 김포산 문배술로 구성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 선물을 받았거나 받게 될 집중호우 피해자와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차와 다기세트가 과연 적절하느냐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수재민과 매일 끼니 걱정을 하는 소년소녀 가장들이 차를 마실 여유가 있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죠. 결국 청와대가 일부 대상자에게 선물이 이미 배달된 곳에는 추가 선물을, 배송되지 않은 곳에는 새로운 선물을 보낼 뜻을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추석 선물에도 민속주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해 선물은 경기 포천산 전통한과와 전북 전주산 이강주였습니다.







다시 펄럭이는 청와대 봉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