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들.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쉬, 마이클 영.
2017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과 생체시계 매커니즘
지구상의 생명체는 지구의 자전에 적응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살아있는 생명체들(인간 포함)이 체내에 생체시계를
보유하고 있어서, 하루의 규칙적인 리듬을 예상하고 거기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계가 과연 실제로 작동할까?
제프리 C. 홀, 마이클 로스바쉬, 마이클 W. 영은 우리의 생체시계를 들여다
보고, 그 내부의 작동 메커니즘을 해명했다.
그들의 식물과 동물과 인간이 생체리듬에 적응함으로써 지구의 자전과 동기화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초파리를 생물모델로 이용하여, 하루의 통상적인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분리해냈다. 그리고는 이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이 야간에 세포 내에 축적되며, 주간에는 붕괴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아가, 그들은 생체시계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을 추가로 확인하여, 세포 내부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계장치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생체시계가 다른 다세포생물(인간 포함)의 세포에서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체시계는 뛰어난 정확성을 무기로, 우리의 생리작용이 하루의 극단적인 국면전환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생체시계는 행동, 호르몬의 혈중농도, 수면, 체온, 대사와 같은 필수기능을 조절해 준다. 외부환경과 체내의 생체시계가 일시적으로 불일치할 때, 우리의 웰빙은 악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시간대(time zone)를 여러 번 넘나들 때 시차증(jet lag)을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생활방식과 생체리듬이 만성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다양한 질병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1. 우리의 생체시계
대부분의 살아있는 생물들은 하루 중의 환경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적응한다.
18세기의 천문학자 장 자크 도르투 드 메랑(Jean Jacques d'Ortous de Mairan)은 미모사를 관찰하던 중, 잎이 낮에는 태양을 향해 열리고 밤에는 닫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모사를 하루 종일 깜깜한 곳에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의문을 품고 실험에 착수했다.
그 결과, 미모사는 햇빛을 받든 말든 일상적인 잎의 개폐운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 1). 식물들은 자신만의 생체시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연구자들은,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과 인간도 생체시계를 갖고 있어서 하루의 변화에 대응하여 생리작용을 준비
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런 규칙적인 적응을 일주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circadian(日周)는 라틴어의
circa(빙 둘러)와 dies(하루)를 합성한 것이다. 그러나 생체시계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다.
▲<그림 1> 생체시계. 미모사의 잎은 주간에 태양을 향해서 열리고 야간에는 닫힌다(위 그림).
장 자크 도르투 드 메랑은 미모사를 어두운 곳에 두고(아래 그림) 관찰한 결과. 햇빛의 변화가 없더라도 잎이 통상적인 하루 리듬대로 열리고 닫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 생체시계 유전자 확인
1970년대에 시모어 벤저와 그의 제자 로널드 코노프카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들은 미지(未知)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생체시계가 교란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 유전자에 period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그 유전자가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 역시 생체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알아낼 요량으로 초파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1984년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바쉬, 그리고 록펠러 대학교의 마이클 영은 period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바쉬는 period 유전자가 코딩하는 PER 단백질을 발견하고, 그것이 밤에는 축적되고
낮에는 붕괴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PER 단백질의 농도는 생체리듬(일주리듬)에 맞춰 24시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3. 시계장치의 자가조절 메커니즘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일주진동(circadian oscillation)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바쉬는 'PER 단백질이 period 유전자의 활성을 차단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PER 단백질이 억제피드백 고리(inhibitory feedback loop)를 통해 자신의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자신의
농도를 지속적·주기적으로 조절한다"고 추론했다(그림 2A).
▲<그림 2A> period 유전자의 피드백 조절 도해(圖解).
이 그림은 24시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① period 유전자가 활성화되었을 때, period의 mRNA가 만들어진다.
② mRNA는 세포질로 수송되어, PER 단백질 생성을 위한 주형(template)으로 사용된다.
③ PER 단백질은 핵 속에 축적되어, ④ period 유전자의 활성을 차단한다. ⑤,⑥ 일주기 리듬의 밑바탕에 깔린
억제피드백 메커니즘이 완성된다.
그들의 모델은 멋졌지만, 퍼즐 조각이 몇 개 누락되어 있었다. (세포질에서 생성되는) PER 단백질이 period 유전자의 활성을 차단하려면, 유전자가 자리 잡고 있는 핵 속으로 진입해야 했다.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바쉬는 'PER 단백질이 야간에 핵 속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그게 핵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다.
1994년 마이클 영은 제2의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그 이름은 timeless로서 TIM이라는 단백질(정상적인 생체리듬에
필요한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였다.
그는 우아한 연구를 통해, "TIM이 PER에 결합한 다음, 두 단백질이 핵 속으로 들어가 period 유전자의 활성을 차단
함으로써 억제피드백 고리를 마무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그림 2B).
사진출처: 픽사베이
▲<그림 2B> 생체시계의 분자요소 도해(圖解).
마이클 영이 밝혀낸 조절피드백 메커니즘은 '세포 단백질의 농도가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과정'을 설명했지만, 몇 가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진동의 빈도를 제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이클은 이와 관련된 제3의 유전자를 추가로 발견했다.
그 유전자의 이름은 doubletime으로, DBT 유전자를 코딩하여 PER 단백질의 축적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DBT는 'PER의 진동이 24시간 주기에 더욱 근사(近似)하도록 조절되는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세 수상자의 발견은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paradigm-shifting) 것으로, 생체시계의 핵심적인 작동원리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시계장치의 작동에 관여하는 다른 분자요소들이 발견되어, 생체시계의 안정성과 기능을 더욱 자세히 설명했다.
예컨대, 이번 수상자들은 period 유전자의 활성화에 필요한 단백질들을 추가로 발견하고, 빛이 생체시계와 동기화
(synchronization)되는 데 필요한 단백질도 발견했다.
4. 생체리듬에 잘 맞춰 생활해야 건강하다
생체시계는 복잡한 인간 생리의 다양한 측면에 관여한다. 이제 우리는 모든 다세포생물들(인간 포함)이 유사한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생체리듬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 유전자 중 많은 부분이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되므로, 생체리듬을 잘 파악해야만 우리의 생리를 하루 중 다양한
국면에 잘 적응시킬 수 있다(그림 3). 세 수상자의 중요한 발견 덕분에 일주생물학(circadian biology)이라는 광대하고 매우 역동적인 분야가 탄생하여, 우리의 건강과 웰빙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그림 3> 생체시계는 하루의 상이한 국면에 대한 우리의 생리 상태를 예상하고
그에 적응한다.생체시계는 우리의 수면패턴, 섭식행위, 호르몬 분비, 혈압, 체온이
조절되도록 도와준다.
5. 수상자 약력 소개
제프리 C. 홀은 194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71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칼텍(Caltech)에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1974년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교수진에 합류했고, 2002년에는 메인 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마이클 로스바쉬는 1944년 미국 캔자스 시티에서 태어났다.
1970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 후 3년 동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1974년 이후 매사추세츠 주 월섬에 있는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마이클 W. 영은 194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 1975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1978년부터 록펠러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 장면.<사진=유튜브>
'노벨상 영예' 생체시계 비밀 밝힌 美 학자 3인은 누구?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생체시계의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들에게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돌아갔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24시간 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을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들을 선택했다.
노벨위원회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2일 오후 6시30분 '2017 노벨생리의학상'을 발표했다.
미국의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로스바쉬(Michae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W. Young)이 공동수상
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은 지구의 자전 주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구 자전에 따라 24시간 적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 않은 생명체는 균형이 무너져 도태되거나 멸종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내부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생체시계를 통해 정기적으로 하루 동안의 리듬에
적응하고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인다.
이 같은 생체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쉬, 마이클 영이 규명했다고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세 명은 생체시계의 내부를 파악해 인간과 동물이 지구 자전주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생체 리듬에 적응하는지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홀 등은 과일 파리를 모델로 이용해 하루 동안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분리했다. 이 유전자가 밤에는 세포 속에 축적되는 단백질을 암호화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낮에는 분해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실험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생물들에게도 같은 원리로 생체시계가 작동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생체시계는 행동, 호르몬 수치, 수면, 체온과 신진 대사와 같은 중요한 기능을 조절하고 관리한다.
우리 몸은 외부 환경에 대해 내부 생체 시계가 부조화를 보이면 큰 영향을 받는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프리 홀 등은 이 같은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깨졌을 때 각종 질병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냈다.
제프리 홀은 1945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1971년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2002년 메인대학교 교수가 됐다.
1944년 미국에서 태어난 마이클 로스바쉬는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브랜다이스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마이클 영은 1949년 생이다. 텍사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부터 록펠러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시간으로 3일 노벨물리학상, 4일 노벨화학상을 각각 발표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스톡홀름= AP/뉴시스】 2017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왼쪽부터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쉬 및 마이클 영 박사. 노벨상위원회가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제공했다.
2017. 10. 2..
생물체 '생체 시계' 원리 밝힌 미국 세 과학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인체 등 생물체가 어떻게 매일 본능적으로 '시간'을 알고 그때 필요한 일을 하는가의
원리를 밝힌 3명의 미국 과학자들이 2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메인 대학의 제프리 홀, 브랜데이스 대학의 마이클 로스배쉬 및 록펠러 대학의 마이클 영 박사가 수상자로 모두 미국에서 출생했다.
공동 수상자들은 900만 크로너(110만 달러. 12억5000만원)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24시간 주기 리듬 혹은 생체 시계로 알려진 이 같은 작동 원리 때문에 동식물과 인간은 밤이 되면 저절로 잠 자고 싶어진다. 이는 더 나아가 행태와 신체 기능에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날 스웨덴의 노벨상 위원회는 스톡홀름 기자회견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이들의 발견이 "우리의 건강과 복지에
막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생체 시계는 동식물만 아니라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 안에서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기분, 호르몬 레벨,
신체 온도 및 신진대사는 이 하루 주기의 리듬에 따라 오르내린다.우리 몸이 아침에 새날을 시작하면서 엔진을 본격적으로 돌리게 되고 이에 따라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생체 시계는 우리의 몸을 낮과 밤에 정확하게 맞춰 통제하고 있어 이것이 흐트러지게 되거나 방해 받으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
비행기 여행 후 시차피로와 고통은 우림의 신체가 주변 세계와 동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따로따로 노는 데 따른 후유증이다.
생체 시계의 순조로운 흐름이 방해 받으면 단기적으로 기억 형성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타이프 2
당뇨병, 암 및 심장병 같은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이 시스템을 엉망으로 흐트러뜨리면 신진대사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다.
1984년부터 이 분야에 매진한 공동 수상자들은 특히 동물계 전반에 걸쳐 이 분자 시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명했다. 이들은 초파리 연구를 통해 돌파구를 열고 이어 "분자 피드백 고리"가 모든 동물들에 적용돼 본능적으로 몸이 시간을 알고 그에 맞춰 일을 하게 되는 원리를 파악했다.
제프리 홀 박사와 마이클 로스배쉬 박사는 '일정시간 유전자'로 불리는 DNA의 부분을 분리 추출했다. 이 유전자는
PER로 명명된 단백질 형성에 관한 명령을 담고 있다.PER의 레벨이 증가하면 자체의 유전 명령을 작동 중지시킨다.
이에 따라 PER 단백질의 레밸이 24시간 주기로 오르내리는데 밤에는 오르고 낮에는 내려간다.
두 과학자는 또 시간을 초월한 '영원'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마이클 영 박사는 '배(더블) 시간'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두 유전자는 PER의 안정성을 결정한다.
만약 PER이 보다 안정 상태가 괴면 생체 시계는 보다 느리게 째깍거리며 진전한다. 덜 안정적이면 시계는 빨리 간다.
이 PER 단백질의 안정성에서 흔히 말하는 아침 활동형 타이프와 밤 활동형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세 수상자는 함께 초파리 내부의 분자 시계 작동 원리는 규명했다.
이들의 발견 전에는 유전학적 매키니즘이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점 치듯 짐레짐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24시간 주기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을 연구한 3명에게 돌아갔다.
왼쪽부터 제프리 홀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영 록펠러대 교수.
/EPA 연합뉴스
밤에 졸리고 아침에 깨고.. '24시간 생체시계' 비밀 풀다
노벨의학상에 美 과학자 3명
- 인체 '서카디언 리듬' 유전자 규명
밤엔 수면 유도 호르몬 나오고 아침엔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
사람도 식물처럼 태양 주기 영향.. 낮과 밤에 따라 세포활동 달라져
장거리 비행때 시차 적응 힘들어
현대인, 태양 주기와 다르게 살아 수면 장애·우울증 갈수록 늘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낮과 밤의 하루 주기에 따라 인체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생물학적 연구로 밝혀낸 미국 의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생체 시계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몸의 변화가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서카디언(circadian·24시간 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공로다. 장거리 비행 여행을 하면 왜 현지 시각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차에 시달리는지 밝혀낸 연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셈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2일 이런 업적을 세운 미국 메인대의 제프리 C 홀(Hall·72), 브랜다이스대의
마이클 로스배시(Rosbash·73),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Young·68) 교수 등 미국 과학자 3명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로 사람이 태양 주기에 따라 어떤 식으로 잠들고, 언제 각성이 최고에 이르고, 생체 호르몬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수상 이유를 전했다.
◇인체 활동 조절하는 생체 시계
하루 태양 주기에 따라 사람에게는 일정 행동과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24시간 주기 생체 리듬이라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초파리 일종인 사과즙파리(fruit fly)를 갖고 하루의 생물학적 리듬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분리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생체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고 생체 리듬 조절 유전자를 파악했다. 생체 시계 작동 원리를 분자생물학 차원에서 명료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낮과 밤에 따라 세포 활동이 다른 점을 파악했다.
유전자가 밤에는 생체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세포 내에 축적하고, 낮에는 분해해 쓰는 활동을 매일 반복시킨다.
세포는 정해진 하루 일정대로 돌아가는 기계와 같았고, 이런 세포가 모인 사람도 생체 시계 활동에 따른다.
장거리 비행 여행으로 시간이 바뀌면 현지 시각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본래의 생체 리듬대로 수면과 기상을 하는
이유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생체 리듬대로 살아야 건강
24시간 주기 리듬에 수면·혈압·체온 등 신진대사가 영향을 받는다.
이런 변화대로 살아가면 자연스러운 생리대로 지낼 수 있다.
야간 교대 근무처럼 일상 행동과 생체 리듬 간에 엇박자가 나면 수면 장애나 우울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생체 리듬에 따라 우리는 밤 0시에서 3시 사이에 깊은 수면에 빠진다.
새벽 5시쯤에는 체온이 가장 낮은 상태가 된다.
새벽 기상 후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아침 6시쯤에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아침 시간에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빠르게 오르고 불안정해진다.
심혈관 질환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오전 10시쯤에는 각성도가 고조된다.
이때 회의나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 좋다. 오후 6시쯤에는 체온이 가장 높아진다.
어둠이 짙어진 늦은 저녁 시간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자정쯤에 깊은 수면에 이르게 한다.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시간생물학 전공) 교수는 "현대인은 어두운 밤에 태양 주기 생체 리듬과 달리
너무 밝은 빛에 노출돼 지내기 때문에 수면 장애, 우울증 등이 늘고 있다"며 "아침에 일정 시각에 일어나서 햇볕을
많이 쬐는 활동을 하면 여기에 적응한 생체 시계가 알아서 하루를 자연스럽게 보내게 한다"고 말했다.
수면 관련 주기 엇박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 높인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노지훈 교수는 "하루 주기성 리듬 조절을 통해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약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시점을 파악해 적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들은 900만크로나(약 12억6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3일), 화학상(4일), 평화상(6일), 경제학상(9일), 문학상(미정) 등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노벨생리의학상 받은 '생체시계'..왜 중요한가
국내 전문가들 "일주기성 리듬 파악, 생명에 가장 중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생체시계는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핵심 역할을 한다.
지구가 24시간 자전하기 때문에 생명체들도 이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세 명의 학자들은 이 같은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은 30년 넘는 동안 이 분야만 파고들어 생체시계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 록펠러 대학의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미국 브랜다이스
(Brandeis University)대학 제프리 홀(Jeffrey C), 마이클 로스바쉬(Michael Rosbash)는 1980년대 초반부터 생체리듬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해 왔다"며 "주로 초파리의 주·야간 활동성을 근거로 생체리듬을 측정했고 per(period),
tim(timeless), clk(clock), cry (cryptochrome)등의 유전자들을 변형시켰을 때 생체주기가 길어지거나 짧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시간생체학(chronobiology) 학문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런 유전자들의 작동이 생체리듬을 조정하고 개체의 생체 내 여러 가지 변화들(수면-각성 주기, 각종 호르몬들의 분비와 억제,
혈압의 변동성 등)이 조절된다"고 말했다.
즉 우리 몸의 세포가 생체시계를 어떤 식으로 조절하는지를 발견해 낸 것이라고 해설했다. 정 교수는 "잠이 부족하고
생체리듬이 자주 깨지는 현대사회에서 해외여행에 따른 시차적응이나 교대 근무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노지훈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2017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연구자들은 세포핵 안에 있는 특정 유전자와
이 유전자가 발현시키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주기성 리듬이 형성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며 "일주기성
리듬은 모든 생명체에서 관찰되며 개체 안의 개별 장기 안에서도 일주기성 리듬이 이 관찰된다는 점이 후속 연구들에서 밝혀진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일주기성 리듬이 손상되는 경우 수면 장애 이외에도 심혈관계 질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 종양성 질환 등이 증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수면의 양과 함께 일주기성 리듬의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등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최근에는 일주기성 리듬 조절을 통해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며 "약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시점을 파악해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임상 연구에도 일주기성 리듬이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마이클 로스바쉬(Michael Rosbash)는 미국의 유전학자이자 시간 생물학자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시간과 생명현상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국 브랜다이스대(Brandeis University)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마이클 영(Michael W. Young)은 초파리(Drosophila) 내에서 수면과 각성에 있어 유전자가 어떤 패턴으로 조절되는지에 대해 30년 이상을 연구해 왔다.
제프리 홀(Jeffrey C. Hall)은 초파리들의 짝짓기와 행동 리듬에 대한 신경학적 구성요소를 연구하는데 한 평생을 바친 유전학자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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