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한국천문연구원
음력 보름, 즉 15일에 뜨는 달을 보름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름달을 무척 좋아했다.
보름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뜨는 날엔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고, 마을 축제를 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름달을 가장 둥근달로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보름달이 완전히 둥글지 않고, 오히려 그 다음날 달이 더 둥글게 보일 때가 있다. 보름달이 항상 둥글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름달 속에서 절구질하는 토끼.
ⓒ ScienceTimes
보름달 뜨는 날의 명절
우리나라에서 둥근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었으며,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많은 곳에서 축제와 놀이판이 벌어졌다.
전통 명절도 음력 15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1월 15일의 정월대보름, 6월 15일의 유두, 7월 15일의 백중,
8월 15일의 추석이 보름날에 열리는 대표적인 명절이었다.
그 중 정월대보름과 백중은 각각 겨울과 여름의 휴식기에 열리는 대규모 축제였다.
어제가 바로 음력 7월 15일, 설날을 기준으로 일곱 번째 보름달이 뜨는 백중이었다.
백중은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노는 날로 ‘백중날은 논두렁 보러 안 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맘껏 놀게 해주면서 위로를 해주는 날이 바로 백중이었다. 전통적인 농민과 노동자의 날이
었으며, 머슴들 중 장가 못간 노총각이나 홀아비를 장가보내 주는 날이기도 했다.
지금은 일반인들 중에 백중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백중의 풍습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무렵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는 백중사리에만 그 이름이 남아 있을 뿐이다.
8월 17일에 뜬 보름달과 8월 18일에 뜨는 만월(Full Moon).
ⓒ Stellarium
보름달과 둥근달의 차이
우리는 보름달이라고 하면 완전히 둥근달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백중에 뜬 보름달은 완전한 둥근달이 아니었다.
사실 보름달이 꽉 찬 둥근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달이 완전히 둥글어졌을 때를 만월(滿月) 또는 망(望,) 영어로 Full Moon이라고 한다.
만월은 지구를 기준으로 해와 달이 정 반대편에 위치할 때 보이는 둥근 달이다.
음력 날짜로는 15일에서 17일 사이에 해당한다.
이 달에 달이 가장 둥글게 되는 시간은 8월 18일 오후 6시 27분이고, 이날 달이 뜨는 시간은 오후 7시 12분이다.
따라서 음력 7월 15일인 8월 17일의 달보다 다음날인 8월 18일의 달이 더 둥글다.
분명 8월 17일이 보름이었는데 왜 18일에 뜨는 달이 더 둥글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음력의 날짜가 정해지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해와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이 되어서 달을 볼 수 없을 때를 삭(朔)이라고 하는데, 삭이 되는 날이 바로 음력 1일이다. 음력 15일은 음력 1일부터 14일이 지난 날일뿐이다.
달의 모양이 삭에서 다음 삭까지 변하는 주기는 29.5일이고 이 주기를 삭망월이라고 한다.
삭과 삭 사이의 중간에 망이 있기 때문에 삭에서 망까지는 평균 14.75일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이 시간은 평균 시간이고 이보다 짧을 때도 있고, 길 때도 있다.
그것은 달이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를 근지점에 있다고 하고, 가장 멀리 있을 때를 원지점에 있다고 한다.
삭과 망 사이에 근지점이 위치하면 삭에서 망까지 걸리는 시간은 14.75일보다 짧다(그림에서 A에서 C까지). 반대로
삭과 망 사이에 원지점이 위치하면 달은 긴 궤도를 도는 것이기 때문에 삭에서 망까지는 15일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그림에서 C에서 A까지).
소원을 비는 달은 보름달
삭이 된 시각이 언제이냐에 따라 망이 되는 날짜가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밤 11시에 삭이 되었다면 음력 1일 밤 11시에 삭이 된 것이고, 음력 2일이 되어도 달의 위치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반대로 새벽 1시에 삭이 되었다면 음력 1일 새벽 1시에 삭이 된 것이고, 음력 2일이 되면 달의 위치는 거의 하루만큼
돌아가 있게 된다.
따라서 같은 음력 2일이라도 첫 번째 경우와 두 번째 경우에 달이 해와 떨어진 각도가 다르다.
망은 지구를 기준으로 삭에서 180도 되는 위치이다.
첫 번째 경우라면 음력 15일 저녁이 되어도 실제로는 삭에서 14일이 안 지난 것이기 때문에 달이 망에 못 미친다.
오히려 16일 저녁이 망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이 때도 삭과 망 사이에 원지점이 들어 있다면 17일이 더 망에 가까울 수 있다.
새벽 1시에 삭이 된 경우는 음력 15일 저녁이면 거의 14.7일 정도가 지난 것이기 때문에 망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때도 삭과 망 사이에 근지점이 오느냐, 원지점이 오느냐에 따라 망이 되는 시각이 저녁일 수도 있고 한 밤
중이나 새벽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추석이나 정월대보름날 둥근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한다.
그렇다면 과연 둥근달이 될 때까지 기다려서 소원을 비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것이 맞을까? 추석이나 정월대보름과 같은 명절은 만월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름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때문에 떠오르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날은 보름날이 맞다.
2017 추석(음력 8월15일) 보름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추석보름달 (사진=DB)
감사를 표현하는 추석
추석의 유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먼 옛날 선조들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날마다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은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 번 만월(滿月)을 이루는 달은 신비로움과 고마움의 존재였다.
어두운 밤에는 맹수의 접근도 알 수 없고 적의 습격도 눈으로 볼 수가 없기에 인간에게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보름달은 인간에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던 것이다
보름 중에서도 가장 큰 달인 팔월 보름을 큰 명절로 여겨 달빛 아래서 축제를 벌였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노는 가운데 줄다리기, 씨름,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가 생겨났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한’이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란 뜻이다.
한가위는 ‘팔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뜻이다.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나온 말로서 신라 유리왕 때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모여서 베를 짜게 하고 한 달 뒤인 팔월 보름에 결과를 봐서 승패를 결정하였다.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으로 잔치를 베풀고 둥근 보름달 아래서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내던 것을 ‘가베’라고
했는데 그것이 ‘가위’로 바뀌어 팔월 보름을 ‘한가위’로 부르게 되었다.
추석명절은 한 해의 농사를 끝내고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때였고,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기원했던 일종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명절이기도 하다.
조상 제사를 정성스레 지내온 우리 선조들은 추석이면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도 영그는 때이므로 모두들 새
옷으로 갈아입고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빚어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온가족이 모여 즐기는
명절이 되었다.
구약성경에는 추석명절과 비슷한 ‘수장절(收藏節)’이라는 명절이 있었다.
수장절은 연말에 모든 곡식을 수확하여 창고에 모아들인 후에 풍성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절기로, 예물을 드리고 이웃들과 더불어 음식을 나누며 일주일간 축제를 했던 것이 오늘날에 추수감사절로 바뀌게 되었다.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 Thanks giving Day)은 전통적인 북아메리카의 명절로 미국은 11월 넷째 목요일이 공휴일로
정해졌고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휴무로 하여 총 4일 동안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한국의 추석과 같이 가족들이 모여 파티를 열고 칠면조 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이 되었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긴다.
영국 국교회를 반대하는 전통적 복음주의자인 개신교 신자들을 ‘청교도’라고 한다.
순수한 신앙을 지키려고 영국의 탄압을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나선 이들 100여명의 신도들은 1620년 9월 16일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을 떠나 신대륙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긴 항해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병약해졌고,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과 풍토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먼저 교회를 지은 다음 거주할 움막을 지어 추위와 굶주림과 싸웠고 토착민인 인디언들한테서
종자를 얻고 농사짓는 법을 배워 수확을 하였다.
봄에 옥수수를 재배하여 가을에 풍성한 추수를 하게 된 것을 하나님과 원주민들에게 감사하며 기쁨을 나누기 위해
1621년에는 3일 동안 추수를 감사하는 축제를 벌였다.
청교도들은 자신들에게 농사를 가르쳐주어 굶어죽지 않도록 배려한 인디언들을 초대하고 추수한 곡식과 과일과 야생
칠면조와 사슴을 잡아다가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누며 축제를 했는데, 이것이 미국 추수감사절의 시작이 되었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공식 국경일로 선포해서 미국의 고유한 풍습으로 정착되었고, 1941년에 다시 법령이 바뀌어 11월 4번째 목요일로 정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도 한 해 동안 지켜 주시고 풍성한 결실을 주시고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추수감사절을 지키고 있다.
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든 추수감사절이든 풍성한 추수와 건강하게 잘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맞이하는 것, 그리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며 즐거워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도 이기적인 경향이 강해 이웃과 함께하거나 나누는 데 인색하다.
우리나라는 복지제도도 잘 돼있고 모든 것이 풍성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보다는 불평불만이 넘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각자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불평하며 세월 가면 불행한 세월 가고 감사하며 세월 가면 행복한 세월 간다. 이번 추석에는 고속도로비도 면제해 준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추석을 맞으면서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며 풍성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과 우리의 이웃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정을 나누는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병곤 , 시인
추석인 4일 오후 음력 8월 15일 보름달이 밤 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뜨는 달은 완전히 둥근 보름달(망)달에서 2.1% 부족한 97.9% 크기로 왼쪽이 약간
찌그러진 모습으로 보이며 완전한 형태의 둥근 보름달(망)달은 오는 6일 새벽 3시 40분경에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추석인 4일 오후 서울 밤하늘 구름 속에서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가위 가장 둥근 달은 금요일인 6일 새벽 3시 40분에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tekken4@fnnews.com 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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