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 동상[사진=아시아경제DB] |



세종의 공부법이 뜬다
한글은 세종이 혼자 몰래 만들었다?
집현전 등 조정 신료, 훈민정음 반대
가장 위대한 왕, 늘 공부했기에 가능
세종의 공부법 "질문하고 토론하라"
지식의 반감기 짧아지는 미래 사회
정보습득 아닌 역량 키우는 공부해야
유대인 하브루타도 세종과 같은 원리
한글을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고요? 오늘은 한글이 반포(1446년)된 지 57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온 국민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유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미국 작가 펄 벅)로 불리지만 정작
우리는 한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통념입니다.
역사의 많은 증거들은 한글을 만든 이는 집현전 학자들이 아니라 세종 개인이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종실록의 1443년 12월30일자 기록엔 “임금께서 친히 언문 28자를 지으셨다”고 표현돼 있습니다.
그 전엔 한글에 대한 어떤 기록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만일 나라의 공식기관인 집현전 학자들이 주도해 한글을
만들었다면 창제 과정이 실록에 소상히 적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언문은 새롭고 기이한 재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문에 방해되고 정치에도 유익함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옳은 점이 없습니다.
어찌 예부터 써오던 폐해 없는 글자를 고쳐, 따로 낮고 천하며 속된 말인 글자를 새로 만들어 쓰겠습니까?”
(최만리의 상소문 일부)
많은 역사가들은 그의 창의성이 학습을 통해 길러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임금일 수 있던 건 ‘공부하는 임금’이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임금과 신하가 함께 공부하는 ‘경연’ 횟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선대인 태종 때는 재위 기간 18년 동안 60여 회에 불과했지만 세종은 32년간 1898회나 진행했습니다.
세종은 성리학 뿐 아니라 천문, 지리, 역법에도 통달해 집현전 학사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 때까지 충녕은 무엇을 했을까요?
자신이 6살 때 세자로 책봉된 큰 형이 있었기에 일찌감치 왕권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했습니다.
특히 태종이 왕권을 얻기 위해 무자비한 살육을 벌였던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섣부른 야망을 품기 힘들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둘째 형인 효령도 권력과는 거리가 먼 종교 활동에 매진했죠.
충녕이 할 수 있는 건 학문에 힘을 쏟는 일이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권력 관계에서 오는 중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오직 공부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세종의 의사결정은 회의를 통한 것이 63%, 명령이 29%였습니다.
반면 그의 아들인 세조는 명령이 75.3%, 회의가 20.9%였죠. 박 소장은 “강력한 왕권을 가진 군주였지만 모든 결정을
신하들과 의논해 내렸다”고 설명합니다.
세종은 전분 6등법과 연분 9등법으로 나눈 토지조세 제도를 실행하기에 앞서 무려 17년 동안 일반 백성 16만 명의
의견을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선 그 많은 지식을 모두 안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 지식의 분야는 더욱 세분화 되고 반감기가 짧아지면서 평생을 쌓은 탑이 어느 한 순간 쓸모없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와 구글에 키워드만 치면 웬만한 전문지식까지 모두 쏟아져 나오는 시대엔 탑을 얼마나 높이, 크게 쌓느냐는
과거처럼 중요하지 않은 거죠.
‘하브루타’는 히브리어로 ‘짝’이라는 뜻입니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짝을 지어 모든 공부를 토론식으로 하는 ‘하브루타’에 익숙합니다. 가정에서 밥 먹을 때, 학교에서 공부할 때 등 모든 상황에서 질문하고 토론하죠.
이스라엘의 대학 도서관이 우리처럼 조용하지 않고 토론하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유대인이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2014년까지 노벨상 수상자의 22%(195명)를 배출한 이유도 ‘하브루타’의 힘이 큽니다. 하브루타의 효과는 실제 교실에서도 증명됩니다.
2014년 부산교대 석사논문(장영숙)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하브루타 방식으로 과학수업을 진행했더니 일반수업보다
탐구능력 향상도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두 반을 비교했는데 하브루타 수업의 경우 과학탐구능력이 77.1점에서 103.1점(만점 120점)
으로 높아진 반면 일반수업(79.2→76.9점)은 효과가 없던 것이었죠.
이는 미국 행동과학연구소의 ‘학습 피라미드’ 이론으로도 설명됩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학습 후 24시간 뒤 기억에 남는 비율이 일방적 수업은 5%에 불과했지만, 토론(50%)과 체험·실습
(75%) 등 참여형 학습의 효과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세종의 공부법’과 ‘하브루타’는 이 같은 여러 가지 학습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이 처음 훈민정음을 발표할 당시 조정의 신료들과 양반계층이 크게 반발했던 이유는 조선 시대에는 ‘문자’가
곧 ‘권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자는 지식을 습득하는 주된 수단이었고, 지식을 독점해야만 당시의 신분질서를 쉽게 유지할 수 있었죠.
백성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한글이 널리 퍼져 지식이 대중화 되는 것을 막고 싶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종의 생각은 정반대였습니다.
백성들도 글을 깨우쳐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했고, 학문을 익혀 자신의 재주를 펼칠 수 있도록 권장했습니다.
노비였던 장영실이 명나라 유학까지 다녀와 최고의 과학자가 된 것도 이 같은 세종의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미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어왔던 많은 지식들이 붕괴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전문가들이 쌓아 왔던 지식의 장벽도 허물어지고, 학문 간 경계도 사라집니다.
이때 우리의 리더들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요. 문득 세종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백성들이 무지해서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왕의 역할이요.
농사짓는 사람들은 근심과 탄식이 없게 하는 것 또한 왕의 역할이다.
왕을 보좌하는 신하는 백성을 위해, 후대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성과를 내야 하느니라.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한 말)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10월 9일 오늘은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고
우리나라 고유 문자인 한글의 연구와 보급을 장려하기 위하여 정한 날.
전 세계에서 문자를 만든 날을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더욱 뜻 깊은 날이다.
그렇다면 자녀에게 한글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자녀와 함께 한글의 가치와 의미를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체험활동 장소들을 소개한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전시 공간으로, 한글의 의미와 가치를 중점적
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는 1443년(세종 25년)에 창제된 한글의 모습은 물론, 이후 △교육 △종교 △생활
△예술 △출판 등 각 분야에서 한글이 보급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1894년(고종 31년)에 한글이 ‘국문’이라는 지위를 얻게 된 경위, 여러 한글 단체 및 학자들이 이룬 연구 결과와
함께 당시 한글 교육 자료도 소개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한글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어떠한지도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영상 및 조형물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한글놀이터’는 어린이들이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를 몸소 배우고 한글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신나게 놀면서 한글의 힘과 의미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밖에 외국인이나 다문화 주민들이 보다 쉽게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인 ‘한글배움터’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자음 글자와 모음 글자의 구조와 조합을 발음을 통해 살펴볼 수 있어 소리글자로서의 한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직 한글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어린 자녀, 혹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제격이다.

○ “한글을 누가 만들었을까?” 세종대왕박물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세종대왕박물관은 한글 창제를 비롯한 세종대왕의많은 업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곳.
박물관 실내는 ‘일대기실’ ‘한글실’ ‘과학실’로 구성되어다.
먼저 ‘일대기실’에서는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왕자 시절 독서도’ ‘즉위도’ ‘훈민정음 반포도’ 등 그림으로 표현해두어
글자로 적힌 자료들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 자녀들도 세종대왕의 일생과 업적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글실’은 한글 관련 유물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곳.
훈민정음 해례본(복사본)은 물론 △세종실록 악보 △세종실록 지리지 △농사직설 등 세종대왕 및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실외에서는 1968년에 만들어져 한동안 덕수궁에 머물다가 세종대왕기념관으로 오게 된 근엄한 모습의 세종대왕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자녀들이 교과서를 통해서 배웠을 △앙부일구 △자격루 △측우기 등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장점.
부지가 넓어 기념관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사진=뉴시스 |
○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이야기’
경복궁 바로 앞 광화문광장에 자리한 세종대왕 동상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이야기’라는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박물관 ‘세종이야기’는 △인간, 세종 △민본사상 △한글창제 △과학과 예술 △군사정책 △한글갤러리 △한글도서관 등의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 세종’관은 세종대왕의 출생, 가족관계, 품성과 취미를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민본사상’관은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을 알 수 있는 일화를 복합 영상으로 소개하는 공간.
특히 ‘한글창제’관에서는 한글 창제 과정과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훈민정음 해례본 및 언해본, 용비어천가 등 한글로
된 옛 문헌을 살펴볼 수 있다.
자녀와 함께 한글의 역사를 공부하고 한글의 의미를 되새겨보기에 제격인 것.
또한 ‘한글갤러리’에서는 한글을 소재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하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자녀들에게 한글이 어떻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지 보여줄 수 있다.
‘한글도서관’은 세종대왕 관련 서적 뿐 아니라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읽을 수 있는 학습 공간으로, 전시를 둘러보다가
지쳤다면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쉬어가는 것이 좋다.
이밖에 ‘과학과 예술’관에서는 세종대왕이 이루어낸 과학과 예술적 업적, 즉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천문도인 천상열차
분야지도를 볼 수 있고, ‘군사정책’관에서는 세종대왕 시기 이루어낸 대마도 정벌과 4군 6진 개척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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