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뉴시스)

“이제 난 트럼프와 동급이다”
한반도 정세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인물은 결국 한 명이다.
평양 주석궁에 앉아 있을 33세의 리더, 김정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국 김정은이 지시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리액션(reaction), 즉 반응에 불과하다.
리액션이 아닌 액션(action)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인물은 김정은뿐이다.
그의 액션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둔
지금,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봤다.
김정은이 9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
라고 부르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겠다“고 발언한 데 대한 맞불작전이었다.
트럼프는 일본 방문에서도 북한 관련 이슈에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한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정상외교 일정을 쪼개가며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동남아에서도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가 어떤 곳인가. 전통적으로 북한의 우방
이런 아세안(ASEAN) 국가를 상대로 미국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대북 압박과 관련해 정지작업을 해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및 필리핀·베트남 방문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속내는 복잡하다. 김정은은 올해에만 14차례 미사일 도발을 하고, 9월
3일엔 6차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그 이후로는 한 달가량을 잠행했다.
정작 북한은 숨을 죽이고 있다. 월간중앙 11월호 마감일인 10월 16일 자정까지 김정은은 침묵을 지켰다.
지난 9월까지 숨 가쁜 도발 릴레이를 펴온 것과는 사뭇 다른 패턴이다.
북한은 올해 2월부터 모두 14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14차례의 도발에서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총 19발이었다.
여기엔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라고 북한이 주장하는 화성-12형과 화성-14형이 포함돼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9월 3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월 9일을 앞두고 전격 감행한 도발이다.
지난해 9월 9일 당일에 5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것보다 시점을 빨리 조절해 국제사회의 허를 찌른 셈이다. 핵실험 이후에도 김정은은 미사일 도발을 한 번 더 했다.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화성-12형을 다시 쏘아올렸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다. 한 달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올해 2월 이후 미사일 도발을 한 달 이상 넘긴 적이 없었다”며 “추가 도발 시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도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정은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도 건너뛰었다는 것이다.
선군(先軍)정치를 편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은 집권 후 권력의 무게를 노동당으로 복원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5월 김정일 시대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노동당 대회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이 당대회에서 그가 ‘노동당 위원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 ‘김정은의 셀프 대관식’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렇듯 당 중심의 정치를 해온 그이기에 ‘쌍십절’로 불리는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은 도발의 호재로 읽혔다.
직전까지 트럼프와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 수위를 한껏 높였던 그였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한 달 넘게 도발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누가 봐도 도발의 최적화된 호재였던 당 창건일에 침묵을 지킨 건 의미심장하다.
김정은은 젊지만 용의주도하다. 타이밍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가 결심하는 도발의 타이밍은 그가 철저하게 계산한 결과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어리고 비이성적인 리더라는 생각은 접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북한전문가인 김 교수는 “김정은의 지휘하에 북한이 실행하는 도발의 시점 및 방법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나아가 “북한이 대외적으로 선택하는 언어 역시 고르고 골라 쓰는 경우가 많다.
김정은의 의사결정은 꽤 이성적이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리셋 코리아 통일분과 위원이기도 한 박영호 강원대 정치외교학부 초빙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김정은은 확실히 젊다. 어리고 어리석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달리 과감한 면이 있다는 의미다.
6차 핵실험까지의 패턴을 보면 김정은이 사실 과감한 돌파력을 선보였음을 알 수 있다.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김정은은 사뭇 저돌적이다.
그러나 그를 단순하고 성격이 나쁜 젊은이로만 보면 안 될 일이다.
김정은은 단순하지 않다.”
그렇다면 9월 중순 이후 한 달간 도발 휴지기를 가진 김정은의 속마음은 뭘까.
‘의도적인 숨 고르기 국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월부터 바삐 달려온 김정은이 한 템포 쉬면서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전략을 구상하며 잠시 쉬어가는 단계라는 얘기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분석한 ‘김정은의 속마음’은 지금 이렇다.
“올 한 해 할 만큼 했다. ICBM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이 이제 우리 공화국을 제대로 보게 됐다.
우리는 이제 미국과 동급이다. 6차 핵실험과 14차례 미사일 발사로 우리 기술도 마음껏 보여줬다.
이제 마감 단계다. 내 심기를 건드리면 재미없다. 그런데 트럼프라는 작자가 문제다.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상대하려니 숨이 찰 지경이다.
잠시 숨을 돌려야겠다.”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막 연설을 몇 시간 앞두고 북한 풍계리에서 인공적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타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연달아
만난다. 이들의 공통 어젠다는 북한이다.
김정은의 시 주석 골탕 먹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9월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동해상으로 미사일 3발을 쏘면서 시 주석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중국의 대북 통제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당대회는 다르다. 중국의 미래권력이 결정된다. 북한도 전략적으로 숨을 죽이고 향방을 살필
필요가 있다.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이 아무리 이판사판이라고 해도 이번 중국 당대회를 겨냥해 도발을 한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2011년) 집권 후 시진핑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김정은으로서도 신중하게 움직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의 침묵이 더 길어질 거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0월 7일 28세의 나이로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꿰찬 김여정(왼쪽). 김정은과 생모가 같다.
박영호 교수도 “트럼프와 서로 ‘미치광이’라는 막말까지 주고받은 김정은이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김정은은 사실 당 창건일 즈음 다른 일로 바빴다. 인사(人事)다.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김여정을 특별 대우한 건 아니다.
김여정은 사실 이번에 공식적으로 정치국 후보위원 직함을 받았을 뿐 그 이상의 파워는 김정은 시대의 개막과 함께
이번 당 전원위원회의 인사 역시 김여정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린 모란봉악단은 지난달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북한 곳곳에서 공연을 열었다. 대북 제재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한
김정은이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만든 이벤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 중앙위원회에서 김정은이 인사만 한 건 아니다. 김정은이 별도로 강조한 건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의 ‘대표 상품’ 격으로 생각하는 핵·경제 병진 노선에 박차를 가하라는 독려, 둘째는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다.
김정은은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서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였다.
김정은이 주먹을 쥔 사진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에 게재됐다. 북한이 이런 공식
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사진들엔 모두 메시지가 있다.
주먹을 불끈 쥔 사진엔 김정은의 의지가 확고함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녹아 있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연설 내용은 모두 20개 문장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5곳에서 제재를 언급했다.
그만큼 제재가 아프다는 방증이라고 정부는 해석한다. 통일부 당국자가 “김정은이 현 국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게 이번 당 중앙위원회에서 엿보인다”고 말한 배경이다.
김정은에게 제재가 아픈 이유는 결국 북한 내부 경제 때문이다.
박영호 교수는 “김정은이 지금 가장 일으키고 싶은 건 병진 노선의 한 축인 경제일 것”이라며 “자신이 집권한 뒤 5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는 지표를 만들고 싶은데 대북 제재로 인해 여의치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 육성 신년사에서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못했다며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이례적인 성찰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1월보다 더 엄중하다.
그사이 지난 8월엔 안보리 제재 결의 2371호, 9월엔 2375호가 채택됐다.
북한은 주력 수출품목인 석탄 등 광물과 수산물을 수출하지 못하게 됐고, 북한 노동자들의 추가 해외 송출도 차단
됐으며 유류 제공도 제한을 받게 됐다.
김영수 교수는 “북한 내부 정보에 따르면 북한 내 원유가 15㎏(약 16.4L)당 13달러 정도 하던 것이 (대북제재 결의
통과 즈음) 60달러를 넘었다가 최근 41달러로 조정됐다고 한다”며 “주민 생활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쟁은 이미 말폭탄에 있어서는 최고 수위를 넘나들었다.
김정은도 지지 않고 나름의 최고 수위로 맞불을 놓는다.
김정은이 10월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위원회를 소집한 모습. 주먹을 불끈 쥐며 대북 제재를 이겨내자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설전은 이후에도 트럼프의 “(지금은) 폭풍 전의 고요” 발언 등으로 이어지다 돌연 소강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가 갑작스레 10월 13일(현지시간) “(북한과) 협상을 해서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그것에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고 했다.
실제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언급한 태평양 수소탄 실험까지 김정은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김영수 교수는 “김정은이 말폭탄 수위를 높인 건 트럼프와의 설전을 통해 자신과 트럼프가 동급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경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런 말폭탄으로 서로의 존재감을 높이고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욱 교수도 “말폭탄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김정은과 트럼프는 서로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 전수진 월간중앙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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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들의 패권 각축장이 된 한반도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권력 지도'가 다시 그려졌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명실상부한 '1인 절대권력' 시대가 막을 올렸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시진핑 사상(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공산당 당헌인 당장(黨章)에 들어가면서 당·정·군을 모두 장악하게 된 것이다.
국부(國父)인 마오쩌둥의 반열에 까지 오른 시진핑은 25일 차기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집권2기 7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일본은 집권 자민당의 총선 압승으로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1인 독주체제를 확고히 한 시진핑과 아베는 모두 '자국 우선주의'와 '강한 국가 건설'을 주창했다.
'중국의 꿈'을 내세운 시진핑은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위대를 앞세운 아베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이익 실현을 위한 공세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정책 기조로 삼은 푸틴 대통령도 내년에 다시 대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그야말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스트롱맨들의 '패권 각축장'이 된 형국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여기에 북한 김정은도 가세하고 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대립과 경쟁 구도가 복합적이라는 데 있다.
동북아 패권을 놓고는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G2 경쟁'을 벌이고 있고, 북핵 문제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는 동맹도 외교도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한국을 겨냥한 미국의 통상 압박과 중국의 사드 보복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일본 총리에게는 축하 전화를, 1인 절대권력 시대를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축하전문을 보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또 25일 우윤근 주 러시아대사, 노영민 주 중국대사, 조윤제 주 미국대사, 이수훈 주 일본대사 등 4강(强)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정부의 '4강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것과 함께 엄중한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응할 우리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북핵문제, 중국과의 사드 갈등, 한미동맹 강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초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순방에 나선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스트롱맨들이 벌이는 '힘의 경쟁'에서, 그리고 예측할 수 없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외교 전쟁'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능력과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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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http://img.yonhapnews.co.kr/photo/ap/2017/09/22/PAP20170922043201003_P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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