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세월호 선체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
세월호 유골 은폐’ 어떻게 이뤄졌나…숨긴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을 발견하고도 닷새 동안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은폐 과정과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수부 감사관실이 23일 발표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에서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된 것은 이달 17일 오전 11시 20분께다.
세월호 선체 수색·정리를 담당하는 코리아쌀베지 소속 작업자 박모(60·여) 씨가 세월호 객실에서 꺼낸 물건들을 세척
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다.
박 씨는 매뉴얼에 따라 이 유골을 즉시 세척장 옆 작업대에 보관했다.
같은 시각 현장을 순찰하던 국방부 유해발굴단 소속 백모 원사는 작업대에 뼈가 보관된 것을 보고, 이를 유해 모형 등과 비교한 뒤 사람 뼈로 잠정 판단했다.
백 원사는 오전 11시 24분께 현장수습본부 수습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유해 1점이
발견됐다’고 알렸다.
수습팀장은 오전 11시 30분께 유해발굴감식단 사무실에서 이 사실을 대외협력과장에게 보고했다.
오후 1시 30분께 대외협력과장은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에게 유골 수습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김 부본부장은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해수부 감사실에 따르면 김 부본부장은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을 우려해 발인·삼우제 후에 유해 발굴 사실을 전파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4시께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에게 전화로 유골 수습 사실을 알리며 "장례식 이후 가족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이후 사흘 동안 유해 발견 사실은 현장수습본부 이외의 관계자에게 알려진 적이 없다는 게 해수부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이 본부장 역시 김 본부장 판단을 따라 장관·차관 등 상부에 유골 수습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20일 오후 5시께 이 본부장으로부터 유골 수습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장관은 23일 브리핑에 참석해 "이 본부장이 다른 보고들을 하고, 이 사안을 곁들여 보고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본부장은 김 장관에게 "기존에 유해를 수습한 미수습자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늦게 보고한 경위를 설명했고,
이에 김 장관은 이 본부장을 질책했다.
김 장관은 "그 전부터 해오던 통보 절차와 매뉴얼이 있는데 왜 안 했느냐고 질책하고, 신속히 선체조사위원회와 가족들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의 지시는 즉시 이행되지 않았다.
김 부본부장은 장관 지시가 있던 다음날인 21일 오후 2시께 유해 일부를 발견돼 이미 장례를 치른 미수습자 가족 1명에게 추가 유골 수습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김 부본부장은 한 시간 뒤인 오후 3시께 목포신항에 있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김창준 위원장을 찾아가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
김창준 위원장은 "김 부본부장이 오후 3시께 사무실로 찾아왔다"며 "세월호 관련 후속조치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습 사실을 말해, 절차대로 이를 빨리 알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10분께 이철조 본부장은 해수부 차관에게 이를 보고하고, 오후 4시 50분께는 현장지원팀장이 유골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기존 장례를 치른 미수습자 가족 2명에게 신원 확인 후 처리절차를 설명했다.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 등 관계자는 22일 오전 10시에야 발견한 유골을 신원확인팀에 인계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DNA 검사를 의뢰했다.
18∼20일 유해 없이 장례를 치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런 소식을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 오히려 소문의 진위를 확인
하려 직접 전화기를 들었다.
22일 오전 11시 20분께 4·16가족협의회 관계자가 세월호 현장지원팀장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미수습자 가족 대표도 이날 정오 김 부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구했다.
청와대에도 22일 오후 2시께 이런 사실이 보고됐다.
이 본부장은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과 국정상황실에 유선으로 유골 발견 경위에 대해 뒤늦게 보고했다.
해수부는 22일 오후 4시 34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이달 17일 객실구역에서 나온 지장물 세척 작업 중
뼈 1점을 발견했다"며 "금일 10시 신원확인팀 육안확인 결과 사람 뼈로 추정돼 국과수 등에 정밀분석을 의뢰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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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골 은폐가 아니라 유가족의 부탁이었다?
세월호 유골 은폐 `숨은 진실` 있었다...
한국당 `당혹`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논란과 관련, 지난 9월 장례를 치른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가족들이 "작은 뼈가 한 조각씩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아 달라고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세월호 유골 은폐의 또 다른 ‘반전’으로,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논평이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와 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23일 이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 논란과 관련,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발언은 김현태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이들 가족의 부탁을 듣고, 유골 발견 사실을 즉각
보고하지 않고 “일단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증언이다.
박은미씨는 "예전에 다른 미수습자의 손목뼈가 나온 뒤 추가로 뼈 몇 조각이 더 나왔었는데, 그때처럼 자꾸 중계방송하는 식으로 알리지 말고 조용히 가족들이 수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부탁한 적 있다"고 말했다.
김현태 부본부장을 단순히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이기 때문에 ‘적폐 세력’으로 볼 게 아니라, 그 역시 유가족의
부탁을 충실히 따랐다는 의미다.
박씨는 "다윤이 경우도 큰 뼈들이 발견된 뒤 작은 뼈들이 하나씩 추가로 수습됐다"며 "아직 뼈를 한 조각도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도 있는데 그분들의 아픔도 있고 우리도 속상하니 뼈가 한 조각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고 모아서
DNA가 확인되면 그때 발표해도 되지 않느냐고 부탁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사실 4층 객실에서 나온 거면 다윤이 뼈 중에 빠진 부분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면서 "그 때문에 17일
나온 뼈에 대해 말을 안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세월호 유골 은폐 논란에 대해 옹호론을 펼쳤다.
이금희씨도 "걱정하는 마음에 (박은미씨와 함께) 은화나 다윤이 것일 가능성 높은 뼈가 추가로 발견되면 DNA 확인을
통해 누구의 뼈인지 확인하고 그때 발표해 달라고 김 부본부장에게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추가로 발견한 뼈가 다른 미수습자의 것이면 가장 좋겠지만,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당시에 발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유골 은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문재인 정권’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라, 유가족의 부탁이었고,
이를 관계자들이 충실히 따랐다는 의미다.
이씨는 "해수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발표하고, DNA 검사 결과도 다 밝혔으면 좋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이런 내용을 발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이날 직접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일 이철조 현장본부장에게
17일 조그마한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으며 은화나 다윤이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1일 은화·다윤이 엄마에게만 이를 통지한 것은 뼈가 두 사람의 것이라는 예단이 크게 작용한 거 같다"
고도 했다.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은 20일 김 장관에게 유골 수습 사실을 처음 보고한 뒤 21일 해수부 차관과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 은화·다윤 어머니에게만 이를 따로 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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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세월호 유골 은폐’ 고강도 조사 이어간다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을 조사하는 해양수산부 감사관실이 24일 고강도 조사를 이어간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24일 “기초적인 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오늘도 미진한 부분에 대해 자세히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관실은 전날 오전 8시부터 유골 발견 사실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밝혀진 김현태 전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과 이철조 본부장 등 5명을 조사했다. 지난 17일 유골 발견 당시 이를 감식하고 보고했던 국방부 소속 백모 원사도 대면 조사를 통해 진술을 확보했다.
감사관실은 전날 1차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먼저 17일 유골을 발견하고도 김 부본부장과 이 본부장이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기로 판단한 정확한 경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1차 조사에서 두 사람은 현장 상황으로 볼 때 발견된 유골이 9월 장례를 치른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진술했다.
다음날부터 장례를 치르는 미수습자 5명의 가족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알릴 경우 장례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는 점,
또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가족들이 받을 고통 등을 고려해 장례·삼우제를 마친 후 알리려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감사관실은 장관·차관 등 내부 보고 라인에까지 유골 발견 사실을 숨긴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세월호 수색 종료설’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추가 수색 요구가 불거질 것을 피하려 유골 발견을 감췄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두 사람이 18∼20일 미수습자 가족의 장례 당시 김영춘 장관 등을 직접 만났으나 구두로도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이 일었다.
김 장관의 지시를 하루 가까이 이행하지 않은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유골 발견 사흘 뒤인 20일 오후 5시 이 본부장이 김 장관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하면서 질책을 받고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받았다.
하지만, 이 본부장과 김 부본부장은 다음날 오후 2시에야 조은화양 가족에게 처음 전화로 유골 발견 사실을 알리고,
오후 3시 선체조사위원회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류 감사관은 “제기된 의혹과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 등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통해 유골 발견 은폐 경위를 소상히 파악
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
김영춘(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철조 세월호현장수습본부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유해 은폐 관련 기자회견에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해양수산부 세월호현장수습본부가 17일 발견한 뼛조각의 가상도. 연두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선체 잔존물 세척 과정에서 수습한 부분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세월호 유골 은폐, 장관도 안이한 대응
김영춘, 발견 보고 받고 “공개하라”
지시 이행됐는지 관리ㆍ감독도 허술
세월호 유해 은폐 사건은 김현태 세월호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해양수산부 과장)의 주도와 이철조 수습본부장(국장)의 동조 아래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월호 유해 은폐 관련 기자회견에서 “현장수습본부가 유해 발견 사실을
미수습자 가족들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20일 오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라고 지시했지만 22일까지 통보가 되지 않은 것은 관리ㆍ감독을 하지 않은
저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김 부본부장은 지난 17일 오후 세월호 선체에서 수거한 잔존물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손목뼈가 수습된 것을 확인했다.
이날은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의 합동 추모식 전날이었다.
지난 4월부터 수색 전반을 지휘해온 김 부본부장은 이철조 수습본부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당시 김 부본부장은 “발견된 유해가 미수습자의 것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새로운 유골 때문에) 장례를 미루고
유전자(DNA) 감식 결과(2주)를 기다리기엔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은 이 본부장은 김 부본부장의 의견에 동조해 유골 발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시신 없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해수부의 은폐는 계속됐다.
김 부본부장과 이 본부장은 김 장관이 참석한 지난 18일 목포신항 합동 추모식에서도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장관 보고가 이뤄진 것은 장례식 발인이 끝난 20일 오후였다.
김 장관은 직원들에게 즉각 미수습자 가족과 선체조사위에 사실을 알릴 것을 지시했지만 수습본부는 21일 오후에야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과 단원고 조은화ㆍ허다윤양의 가족에게 뼛조각 수습 사실을 통보했다.
김 부본부장은 이미 유해를 수습한 두 희생자 가족에게만 연락을 취한 이유에 대해 “뼛조각이 은화ㆍ다윤양의 것인
게 거의 확실해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나중에 알리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은화ㆍ다윤양의 유가족도 이날 “추가로 작은 뼛조각들이 나올 때마다 중계 방송하듯 외부에 알리진 말고 DNA 확인 후 발표해달라고 해수부에 부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때문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22일에야 언론을 통해 관련 소식을 듣고 해수부에 거꾸로 유해 수습 사실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는 23일 “아직도 해수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DNA 검사 전에는 누구의 뼈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데 왜 알리지 않았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해명에도 수색 종료와 장례 절차가 늦어질 것을 꺼려 일부러 알리지 않았을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색 연장을 재차 요구할 경우 다음달 종료되는 코리아쌀베지(유해 수습 및 수색 담당업체)와의
계약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20일 보고를 받고서도 곧바로 처리하지 않아 이틀이나 더 은폐를 방기한 김 장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장관은 “재발방지 대책을 세운 뒤 여론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의 책임론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관의 거취에 대해 쉽게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며 “좀더 조사를 정확하게 해 본 다음에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김 부본부장과 유해 은폐를 사전 협의한 이 본부장도 보직해임하기로 했다.
대신 사태 수습을 위해 선박 조사 전문가인 김민종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을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장 겸
현장수습본부장으로 발령했다.
4ㆍ16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를 규탄했다.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 동안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선체 인양을 지연시켜 온 인사들의 청산과 조직개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그들이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악행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세월호가 바다 위로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던 올해 3월을 기억해 본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1073일의 기다림 끝이었다.
세월호를 마주한 많은 국민들의 반가운 눈물 뒤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자리했다.
이렇게 쉽게 올라오는 세월호인데 왜 그리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했던가 하는 의문이었다.
'세월호 7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정부가 혹시 의도적으로 세월호의 인양을 방해한 때문 아니냐는 물음표가
고개를 들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세월호 인양을 세 차례나 연기했다.
그랬던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자 세월호 인양 방침을 깜짝 발표했고 이내 세월호는 바다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마치 한쪽이 내려가면 반대쪽이 올라가는 시소(seesaw)처럼 세월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야만 올라올 수 있는 운명이었던 셈이다.
결국 세월호는 가라앉은 게 아니라 무능한 정부에 의해 수장됐던 것이고, 인양된 것이 아니라 참다못해 스스로 떠오른 것일 수 있다.
세월호의 아픔 속에 감춰진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해수부가 또 다시 사실을 은폐하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들을 분노케 만든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지난 주 세월호 선체에서 사람 뼈를 발견하고도 닷새 동안이나 쉬쉬하며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양승진 교사의 유가족이
유픔을 건네 받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유해도 없이 장례식을 치렀다.
뼈 한 조각만이라도 찾겠다며 지난 3년 여 동안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운 가족들이다.
만일 유골 수습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장례식이 엄수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선체에 대한 추가 수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을 것이다.
실제로 해수부가 23일 보직에서 해임된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유골 발견 사실을 공개할 경우 다음날로 예정된 장례 일정이 늦춰지게 되는 점을 고려해 비공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물의를 일으킨 김 부본부장은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한 인사로 비판받아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지연시켜 온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결국 상상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번 유골 은폐 파문은 무책임한 공직자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덮어질 수는 없다.
미수습자 가족의 아픔과 국민적 실망을 씻기 위해 공직사회 전체가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옆으로 드러누운 세월호를 똑바로 세운 다음에도 미수습자 수색과 선체 조사를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또한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통과돼 세월호 관련 모든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정치권도 적극 나서야 한다.

'세월호 유골 은폐' 비판했다가 맹폭 당하고 있는 한국당
업무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의
출발점이자, 성역인 세월호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유골 은폐라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는데 해수부 장관 하나 사퇴
해서 무마되겠느냐”라며 “(문 대통령이)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 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그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냐”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네티즌은 한국당이 새누리당 시절 세월호 인양, 유해 수습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언급하며 이번 논란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하는 한국당은 세월호 참사 당시 뭘 했느냐”며 “어처구니 없다. 되지도 않는 억지는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당이 (여당 시절) 세월호에 조금만 관심 있었어도, 이런 일은 안 터졌다”며 “기회주의자 같다”고 비판했다.
네티즌은 한국당이 22일 내놓은 논평에 대해서도 ‘적반하장’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해수부의 유골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장제원 수석대변인을 통해 “국가의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전 정부를) 그렇게 비판하더니 국가의 도리를 떠나 인간의 도리도 다하지 못 하는 문재인 정권에 할 말을 잃었다”며
“지금 세간에는 유가족의 요구가 커질까 봐 (유골을) 은폐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돈다.
만약 사실이라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
오대근 기자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때를 만난 거냐, 물을 만난 거냐.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해수부가 이 정권 들어서면서 급조한 조직이냐.
한국당이 여당일 때부터 있던 인간들이다. 누워서 침 뱉기 하지 말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에 유골 은폐하려 한 인물이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세월호 진상조사 방해하던 친박 인사”라며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사람이다.
한국당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세월호 유해 은폐’ 규탄한 한국당, 막말 과거는 잊었나
세월호 참사로부터 1319일이 지났습니다.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제재받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초대돼 대통령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죠. 가장 놀라운 변화는 바로 자유한국당(한국당)의 ‘변신’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침묵하던 한국당은 최근 ‘세월호 은폐 의혹’ 관련 총공세를 벌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세월호 7시간’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5일 동안 유골이 나온 것을 숨긴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확실한 진상규명과 함께 김영춘 해양수산부(해수부) 장관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전날인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 재생산해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유골 은폐 5일이면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냐”면서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닌 사퇴”라며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유골 은폐 이유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17일 세월호 선체 진흙 세척 과정에서 유해 1점이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 겸 후속대책추진단장과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은폐를 지시, 미수습자 가족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닷새 동안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22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정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야 모두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한국당에 대한 여론은 싸늘합니다. 한국당의 비판이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세월호 유가족은 한국당의 진상규명 요구에 분노를 표했습니다.
유경근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SNS에 “한국당은 그 더러운 입에 ‘세월호’의 ‘세’자도 담지 말라”며
“진상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모독한 너희들이 감히 유해발견 은폐자를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고 일갈했습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참을 인(忍)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한다.
내 마음속에 새길 곳이 없을 때까지 어디 한 번 계속해봐라”라며 한국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네티즌 또한 한국당의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 진상규명 촉구와 관련 “사람이라면 낯짝이 두꺼워서 저렇게 말하지 못할 것” “은폐를 지시한 단장과 부본부장 모두 박근혜 정부 때 임명한 사람들이다” “한국당이 언제부터 세월호 희생자에
관심을 가졌나. 이제 와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 등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해왔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출범 당시부터 조사 권한을 대폭 축소시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야권과 유가족의 특조위 조사 기간 연장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선체 인양에도 부정적 의사를 표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임명한 특조위원들이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강제 폐쇄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있죠.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희생자 등에게 ‘막말’을 퍼부어 상처를 입혔던 일도 있습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4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던 세월호 유가족을 ‘노숙자’에 비유했습니다.
김재원 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015년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도둑’”이라며 “세금도둑적인 행태를 절대 용서해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도 같은 해 “선체 인양에 너무 돈이 많이 든다”며 인양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은 현재 국회 앞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 특별법)’ 수정안 통과를 위한 농성을 진행 중입니다.
사회적참사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요. 한국당의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면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18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선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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