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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흔들리는 노후생활, 부실한 문재인 '골드'케어







쿠키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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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포용적 복지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올해에는 국민들의 “이것이 삶이냐”는 한탄에 응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박 장관은 “계층과 지역 등을 배제하지 않고, 누구나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서비스를 골고루 누리며,
개개인이 가치를 인정받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보건복지 정책을 세심히 추진
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같은 다짐대로 세심하게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수립하기 때문인지 각종 종합계획이나 개괄적 설계조차 당초 계획보다 1~2달 이상씩 늦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노인들의 편안한 노후와 삶의 질을 지원해줄 노인 장기요양 종합계획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본인부담 경감대상 확대 등 장기요양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향후 5년간의 장기요양보험제도 운영계획을 담아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월이 끝나가는 오늘까지 발표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왜 늦어질까. 무엇이 문제일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장에서의 반대가 큰데다 종합계획 또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기요양보험의 문제를 짚어보고 향후 ‘노인이 행복한 삶’이 이뤄질 수 있는 길에 대해 들어봤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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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노후생활, 부실한 문재인 '골드'케어


따로노는 노인정책..
"살려 달라" 소리치는 장기요양 종사자들



◇ 씁쓸한 노후의 단면과 노노케어(老老CARE)
1960년,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72만6450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2.9%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7년 노인인구는 그 10배에 달하는 707만5518명으로 전체인구의 13.8%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9년 노인인구가 1882만명에 이르고, 2058년이면 인구의 4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기형적 연령분포를 가진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 심각한 점은 2015년 당시 65세 초과 노인빈곤율이 45.&%로 OECD 회원국 중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2030년이면 세계 최장수국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과 건강수명이 기대수명보다 평균 10년가량 짧을 것이라는 분석이
 함께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노인인구가 가난하고 병약하지만 오래 살아간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이들을 옆에서 돌보거나, 경제적·사회적
 뒷받침을 할 젊은 세대는 점차 줄어들어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 때문인지 2015년을 기점으로 지방자치단체은 일본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프로그램인
‘노노개호’를 본딴 ‘노노케어’를 구상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운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이자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현이라는 보기 좋은 슬로건을 내걸고 60~70대 홀몸 어르신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돌보고, 활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 어르신들을 돌보는 세태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노인이 노인을 돌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게 좋은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젊은 사람 혹은 전문가들에 의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소통 않고 ‘이상’만 쫓는 정부의 ‘답정너’식 태도
그럼에도 정부는 먼 이야기라며 뒷짐만 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내놓은 노인 복지·의료 대책조차 구멍이 숭숭 뚫려 큼직한 사각지대들이 군데군데 드러나 허술한데다 탁상머리에서 이상향만 쫒아 나온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실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혹은 언급한 노인보건정책은 크게 ‘치매국가책임제’와 ‘장기요양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그리고 조만간 발표될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이다. 
먼저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관련 장기요양 등급을 부여하고 치매안심센터, 치매전문요양시설 등을 확충해 일상에서의 돌봄을 강화하고, 치매 요양비용 및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장범위 확대 및 본인부담금 경감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지난 11월에는 치매를 포함해 장기요양 본인부담 경감대상을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중위소득 100%까지 확대하고,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치매국가책임제에서 담보한 경증치매환자의 장기요양보험 지원을 현실화했다. 
여기에 “미래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말까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본계획은 ‘존엄한 노후 보장을 위한 좋은 돌봄사회’라는 비전 아래 ▶재가중심체계
개편 ▶국민만족서비스 확대 ▶의료-요양-복지 간 연계 강화 ▶재정지속가능성 확보라는 4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4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대 과제로 ▶보장성 확대 및 이용지원 개편 ▶재가급여 강화 ▶기관 및 인력 공급
체계 재정비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 ▶의료-요양-복지 간 연계체계 구축을 세우고 17가지 세부실행계획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에서 요양기관이나 병원을 운영하거나 종사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확인결과 지난 11월 27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립연구 결과 발표 당시에도
 “학자들 중심의 계획”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복지부와 보사연은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했지만, 직접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지지는 않았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나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들 모두 기본계획이 어떻게 수립되고 있는지 상황을 알지 못하며 의견수렴과정조차 없었다며 결과를 기자에게 되묻기까지 했다. 









◇ “살려 달라” 소리치는 장기요양 종사자들
문제는 또 있다.
 당장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고갈되고 있다. 
실제 2012년 5593억원이던 흑자가 점차 줄어들어 2016년 4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4000억원 가량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장기요양위원회는 7년간 유지해온 장기요양보험료율을 6.55%에서 2018년도 건강보험료액의 7.38%로 0.83%p
인상했다.
하지만 요양시설이나 기관 관계자들은 장기요양보험료율 0.83%p 증가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당장 적자를 메워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기는커녕 늘어나는 보장이나 노인인구에 대한 서비스 제공조차 힘든 규모라는 지적이다.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급증함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더욱 심화됐다.
식재료를 비롯해 부대비용 또한 증가했다.

하지만 포괄수가로 묶여 있는 요양관련 수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일선 기관들의 운영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라며 적정수가와 수가구조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회계기준의 변화로 인해 적정이윤을 남겨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시설 및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재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막아 감염관리를 비롯해 요양서비스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한탄도 이어졌다.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목사는 “순진하게 어르신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간다운 삶, 행복한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시설을 운영한다면 적자를 감당할 길이 없어진다”며 “자원봉사와 기부에 의존하는 제도는
시급히 개선해야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심지어 보사연은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성과 평가 및 제도 모형 재설계 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에서 “수급자의 적용범위는 변함이 없고, 요양점수만 하향조정해 대상자 수만 확대시켰다”면서 “현행 제도 틀을 전환하지 않으면 수급자 맞춤형의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내리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소통 문제에 대해 “여러 방식을 통해 장기요양위원회 등에서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일련의 지적을 수용해 2차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설계되기는 어려운 만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언제쯤 빈곤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칠순의 박철호씨(가명)가 과거 일했던 아파트 경로당 복도를 지나고 있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노인들처럼 그도 평생을 일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는데는 실패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언제쯤 빈곤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칠순의 박철호씨(가명)가 과거 일했던 아파트 경로당 복도를 지나고 있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노인들처럼 그도 평생을 일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는데는 실패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열심히 살아도 ‘가난한 노후’…“밥만 먹고 사는 게 사는건지”



ㆍ산업화 시대 현장에서 뛴 그들 외환위기 겪으며 빈곤층으로
ㆍ기초수급자 3명 중 1명 ‘노인’
ㆍ“월세 뺀 39만원으로 한 달 버텨 집에 갇혀 가만히 있을 수밖에”


ㆍ노인 빈곤율 OECD 최고 수준…자살률도 OECD평균의 3배
ㆍ‘가족의 선의’에 노인 맡기고
ㆍ국가는 ‘복지 책임’에 소홀

 




올해 일흔 셋인 박철호씨(가명)의 마지막 직업은 경비원이었다.

자영업을 하던 그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3년9개월을 일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마흔 명이 넘는 경비원을 해고했다.


 모두 박씨와 비슷한 연배였다.

“사지가 멀쩡한데 자식들한테 용돈 내놓으라고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자영업을 하다 잘 안됐는데, 그렇다고 집에서 놀 수도 없고…

” 하루를 근무하면 다음날 하루를 쉬고, 다시 그 다음날 하루종일 근무하는 식이었다.


 휴일은 따로 없었다. 불가피하게 쉬어야 할 땐 대신 일할 사람의 일당 8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그의 유일한 수입원, 그리고 4년에 가까운 노동 기간은 용역회사의 ‘계약 연장 불가’ 통보로 간단히 정리됐다.

이제 그의 한달 수입은 국민연금 39만원, 기초연금 13만원을 합한 52만원. 오래 전 산 작은 빌라의 융자금을 매월

18만원씩 여전히 갚고 있다.


 그는 일을 그만둔 뒤 모든 것을 ‘절반’으로 한다. “1000원 쓸 건 500원, 친구들과 밥 두번 먹을 것은 한번으로 하고.

뭐든지 다 횟수를 줄이고 뭐든지 다 최저로 해요. 이게 사는거라고 할 수 있어요? 밥만 먹고 지내는거지.” 

한국 노인의 삶은 불안정하다.


절반에 가까운 노인이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 기준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의 절반이 안되는 소득으로 가난하게 산다.

육체적으로 연약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사회로부터도 빠르게 고립되고 있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배 높다.

과거 노인 봉양은 가정과 자녀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요즘은 요양병원에서 홀로 생을 마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로 노인 문제의 사회적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40대 초반이 되는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41%가 노인이다. 노인이라는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는 2018년 개헌에서 ‘노인의 권리’ 조항 신설을 제안했다.

 자문위 개헌안은 ‘노인은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권리와 사회·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모든

영역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이다.


 자문위는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으므로 노인의 권리보호 규정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헌법에 노인권을 따로 넣은 나라는 없다. 그러나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노인 기본권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 해방둥이 김씨 노인의 삶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영철씨(73·가명)의 삶엔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해방둥이다.

 1945년 7월 경기도 여주에서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지 한 달 뒤 한국은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됐다.

그가 다섯살이 되던 해에는 6·25전쟁이 일어나 고아가 됐다.


큰아버지가 김씨 형제들을 거둬 키우며 고등학교까지 보냈다. 

그는 21세 때 베트남전쟁에 자원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을 했어요.


 제가 가진 것도 없고, 수입도 없고. 그렇게 고민고민을 하다가, 나 하나쯤은 뭐 나가서 희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 8년 넘게 이어진 전쟁에 김씨와 같은 청년 32만명이 참전했다.

그는 1969년 제대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서울에서 지게꾼을 하는 사촌형 하나만 믿고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왔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대였다. 정부는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했다.

 곳곳에 새 공장이 들어섰다. 그는 숙식을 제공하는 섬유공장의 노동자가 됐다.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을 하며 기술을 익혔다. “그때는 일한 만큼 돈을 줬어요.


월 1만원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돈 쓸 곳이 없으니 받으면 받는 대로 그대로 쌓였죠.

그때 형편이 좀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비슷한 일을 하던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낳았다.

기쁨도 잠시, 공장을 직접 운영해보려 하다 부도가 났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시작했다.


김씨의 삶이 어려워지던 그때 한국 경제도 2차 오일쇼크로 휘청였다. 그는 막 걸음마를 시작한 첫째와 아내 등에 업힌 갓난 둘째 아이를 뒤로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50도를 넘나드는 사막에서 못을 박고 시멘트를 발랐다.

 월 500달러씩 받아 한국으로 보냈다. 1975년부터 1981년까지 해외건설 중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90%를

넘겼다.


한 집 걸러 한 집, 김씨와 같은 이들이 중동의 도로를 닦았다. 그렇게 3년을 일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자 두 딸이 부쩍

 커 있었다.





1979년 3월8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거리를 포장하고 있는 한국 청년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79년 3월8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거리를 포장하고 있는

한국 청년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시 먹고살 길을 찾아야 했다. 가진 기술이라고는 젊은 시절 섬유공장에서 배운 것뿐. 다시 공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중화학공업 붐은 빠르게 꺼졌고, 그는 다시 공사판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69세가 되던 2014년까지 막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했다. 살림이 좀 나아졌다 싶자 1997년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외환위기를 겪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그래도 그는 두 딸을 키워내던 그때를 “인생에서 최고로 감격스러웠던 순간”으로 추억했다.

10년 넘게 주택청약에 돈을 부어 24평짜리 국민주택 한 채를 분양받고서도 돈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다 60세가 넘어서야 자기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70세가 넘자 공사 현장에서 더 이상 그를 써주지 않았다.


최근에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해 1년간 일을 했지만, 무인경비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해고됐다.

 그는 현재 아내와 함께 약간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20만원, 참전명예수당 30만원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수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노인들도 있다. “나 혼자 속으로 ‘내 나이가 언제 일흔이 됐지?’라고

 생각을 해요.” 고려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윤명순씨(70)는 아직까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저는 아직까지는 ‘나는 노인이다’라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제가 건강하고, 일도 하니까요.” 


윤씨는 ‘노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약하지만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은 강하다.

서울 옥수동 시장에서 공장을 겸한 옷 장사를 하다 정육점을 했던 윤씨는 정육점 폐업 후 청소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빌딩 청소 일을 하다 고려대로 자리를 옮겼다.


청소 일을 하면서 윤씨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학교 측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대학별 ‘청소노동자조합’을 만들었다. 윤씨로서도 첫 노조 활동이었지만, 청소노동자조합이라는 게 생긴 것도 처음이었다.

“그전까진 노조의 ‘노’자도 몰랐죠. TV에 엄마들 나와 시위하는 것 보면 저 사람들은 왜 시위를 할까,

이렇게만 생각했어요. 사는 게 바빠 ‘운동’ 같은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어요. 노조가 뭔지도 몰랐죠.


그러다 나도 청소노동자가 되고 (필요성을) 느꼈어요. 노동자의 권리를 찾다 보니까 내 자존심도 생기고, 당당해지고….” 노동을 해 돈을 벌고, 더 나아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 쟁취해 내는 윤씨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으레 떠올리는 가난하고 힘없는 ‘노인’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 역시 노후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는 부모 재산도 없고, 애들 가르치며 살다보니 미래를 생각

못하고 노후대책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정년퇴직한다.

 “이 나이에 뭐하겠어요. 청소일밖에 더 하겠어요?” 


■ 3명 중 1명 기초생활수급자 

한국 노인은 가난하다.

 기초생활수급자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다.

 2014년 37만9048명이던 65세 이상 수급자 수는 2015년 41만9452명, 2016년 42만731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5.1%(2016년)이다. 






[헌법 11.0 다시 쓰는 시민계약]열심히 살아도 ‘가난한 노후’…“밥만 먹고 사는 게 사는건지”





한국 노인의 빈곤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비교 통계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OECD의 ‘2015 한눈에 본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2013년 기준)로 OECD평균(12.4%)보다 4배 높았다.


OECD의 ‘2016 한눈에 보는 사회상’ 보고서에서 한국 노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25.6%로, 비고령자에 비해 10%포인트 낮았다.


50대 이상에서 ‘사회적 지지수준(의지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9%였다. OECD 평균은

87.2%였다.

그래서일까. 한국은 노인 자살률이 높다. 2015년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58.6명으로, OECD 평균보다 3배 높았다.

 

■ 치매 부모 모시다 빈곤층 전락 

정연수씨(73·가명)는 원래 대구에 있는 20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살았다. 15년 전 모시고 살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기 전까지는. 처음엔 어머니를 요양시설로 보냈지만 어머니가 적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평생 해온 막노동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집에 들어앉았다.


그렇게 60세 나이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어머니는 7년을 앓다 돌아가셨다.

그사이 전셋집은 1400만원짜리 임대주택으로 바뀌어 있었다. 600만원은 병원비·생활비로 금방 동났다.


 1400만원짜리 전세를 다시 보증금 700만원짜리 월세로 돌렸다. 지금은 주택금융공사에서 독거노인을 위해 지은 집에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를 내고 산다.

정부에서 제공한 집이라 월세와 관리비는 10만원으로 저렴했다. 


보증금 200만원을 내고 나니 남은 돈은 500만원. 그에게는 매달 20일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 49만원 외에 다른 수입이 없다.

월세 지출 후 그가 한달에 쓸 수 있는 돈은 39만원. “그러니까 이게 집에 가만히 있으면 돼요.

술도 한잔 안 먹고,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돼요. 그 돈 갖고 옷도 안 사입고, 밥은 다 해먹고요.


그런데 어디 한번 왔다갔다 하면 1만~2만원은 쓰게 되잖아요. 그럼 한달에 20만원쯤은 꼭 모자라게 되고, 남은 돈에서 조금씩 빼 쓰다 보니 이제 한 200만원 정도 남은 거예요.” 한쪽 귀가 조금 어두운 그는 “몇살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막막하다”고 했다.

일흔이 넘은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방 안에 ‘갇혀’ 지내지 않아도 되도록 수급비 49만원이 조금 오르는 것이다.








해고 경비원 박씨의 손.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해고 경비원 박씨의 손.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평생을 일해도 극복 못한 가난 

한국 노인들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중화학공업 육성 시대엔 섬유공장 노동자로, 오일쇼크 뒤엔 사우디의 일용직

노동자로, 30년 넘게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린 김씨가 지금도 근근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시절 노후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개인 탓인가.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다 가산을 탕진한 정씨의 경우는 ‘개인 불행’ 탓인가. 삶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던 그들이 힘들어질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대표는 “국가는 그동안 국가의 책임, 복지를 소홀히 해 왔고, 부모는 그 책임을 떠안고 자기 인생을 자식 키우는 데 다 바쳤다.

 그렇게 보통의 노인들은 늙고 나면 빈털터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노인들에게 ‘젊어서 뭐했냐’라고 하는 것은 너무 뭘 모르는 이야기다. 그들이 젊었을 때 일을 안 했거나, 게을렀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는 그동안 노인 문제의 적지 않은 부분을 ‘가족의 선의’에 기대 해결해 왔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

 저출산, 고령화로 가족 규모가 줄었다. 통계청의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 69.4%가 자녀와 따로 살고 있었다.


이들 중 77.8%는 향후에도 자녀와 함께 살지 않다고 답했다.

 ‘노후는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27.2%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부모 부양의무는 ‘가족과 정부, 사회’가 져야 한다는 응답도 32.6%나 됐다.


수도권보다는 지방일수록, 소득별로는 저소득일수록 노인 가구 비율이 높다.

노인 빈곤에 국가가 덜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국가가 운영주체인 공적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 비율이 44.6%밖에 안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공적연금을 통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한국 노인 중 절반 넘는 이들은

 그 테두리에서 아예 벗어나 있다. 






해고 경비원 박씨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손을 맞잡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해고 경비원 박씨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도중 손을 맞잡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빈곤의 경계에 선 ‘중노인’ 

“숨만 쉬고 산다,

 그것뿐이죠.” 정씨가 이미 ‘빈곤 노인’이라면 윤모씨(64)는 ‘예비 빈곤 노인’이다.

그는 국가의 각종 지원대상이 되는 만 65세가 되려면 아직 1년이 남았다.

그는 54세 때 허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큰 현장을 찾아 전국을 다니며 건설 일을 했다.


 그러다 척추협착증을 앓게 됐고, 몇년간 방 안에 누워 기초생활수급을 받았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나아진 뒤에는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으로 공공근로를 했다.

 “식사는 주로 다 해서 먹어요.

하루 두 끼 이상은 안 먹어요. 하루 두 끼는 어떤 형태라도, 찬물에 밥 말아 먹더라도 먹어야 해요.” 


그가 사는 쪽방의 월세는 17만원이다.

“방세 조금 더 내는 것, 덜 내는 것, 그런 건 얘기도 하기 싫고요. 숨만 쉬고 산다, 그것뿐이죠.

다른 외적인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가난을 내포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40대 초반이 되는 2060년에는 41%가 노인이다. 지금 이미 빈곤의 경계에 서 있는 윤씨의 70~80대는 어떤 모습일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노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사진-pixabay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다. '골든타임'을 살려내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한국사회의 인구절벽 문제를 우려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저출산·고령화 해결을 위해 무려 150조원 가량의 돈이 사용됐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에 '사람'이 아닌 '국가' 만이 남았다는 지적이다.

국가주도 정책으로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제고하는 목표를 설정해 실질적인 국민들의 체감 혜택이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을 기록했다.

 16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40만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 출생아 수는 지난 2000년 63만

4500명에서 2002년 49만2100명으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40만6200명으로 겨우 40만명 선을 유지했다. 

청년층의 출산 기피 현상이 이처럼 심화된 가운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14%를 넘어서는 등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오는 2065년 52.5%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사회의'노후화'는 불가결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인해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인재가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또 고령화로 복지정책에 국가 재정이 쏠리면서 여타 청년층에 돌아갈 혜택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에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정책'이 아닌 결혼 및 출산 등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저출산·고령화

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주창한 공약에 따르면 5세 이하 아동수당 지급, 국공립보육시설 이용률 확대,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최장 24개월 임금 삭감 없는 유연근무제 도입,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이

이에 따른 정책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국민 혜택 미미한 정부 정책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실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출산율 향상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21.7%)'을 꼽았다.

이어 유연근로제 확산(14.3%), 육아휴직(11.4%) 등의 순이었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선 지난 2006년부터 국가가 투입한 저출산 예산의 65%, 약 83조원이 보육 관련 정책에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0~5세 아이를 둔 부모만이 한시적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적절하지 못했던 정책 예산으로 평가된다.


고령화 대응책으로도 '사회통합적 외국인력활용', '중장기 이민정책 수립' 등 한국사회에 통용되지 않는 정서가 담긴

 정책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장 올해부터 '재정지출의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정책 운영의 틀을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올 초 신년 만찬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이나 고령화 등 중장기 도전과제는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지출구조조정을 고도화하고 심화해 나가 저출산이나 고령화에

선제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 직무급제 등 고령자 활성화 대책 마련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힌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376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지난해 73.1%에서 오는 2027년 66.3%, 2037년 58.3%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국가 경쟁력인 노동력 부족과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한국경제의 경기 침체 등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때문에 저출산·고령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분석이 나온다. 


오민홍 동아대 교수는 "고령화 파도가 노동시장에 밀어닥칠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저출산·고령화와 관련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합의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고령자 활성화 정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고령 인력 활용률 제고를 위해선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령 인력 활용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임금피크제, 직무급제, 직책정년제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 기업이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봉준 기자( bj35sea@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