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방송작가지부 조합원들이 직접
제작한 큐카드(대본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한겨레 강재훈 선임기자


(사진=자료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18년째 임금이 그대로"
2월1~18일 비수도권 지역 방송작가 192명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3명 중 2명 월 200만원 미만, 70% 이상 투잡… 고질적 저임금 심각
강원도 춘천 지역 방송사에서 일하는 A작가는 ‘가을 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겁부터 덜컥 난다.
행여 경기가 연장전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야구 중계가 예상보다 길어져 자신이 만들어놓은 저녁 프로그램이 불방되기 때문이다.
방송이 “죽으면”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사가 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탓에 원고료가 ‘노동시간’이 아닌 ‘편성시간’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이다.
A작가는 2007년부터 12년간 춘천에서 방송작가로 일했다.
지난해 말 그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송사 파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벌이가 끊긴 A작가는 결국 쥐꼬리만 한 원고료를 아껴 모은 500만원 청약 적금을 깨야 했다.
그는 간신히 빚을 지지 않고 “제로 베이스(저축이 0원)”를 유지하고 있다.
이따금 “마이너스 인생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교정 중인 이명수 시민기자
ⓒ 이명수

▲ 서평주 작 ‘연극이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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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 적은 원고료’
A작가처럼 프로그램 불방 한 번에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지역 방송작가는 흔하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2월2일부터 18일까지 비수도권 지역 방송작가들에게 ‘지역 방송작가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지역 방송작가의 3분의 2가 월 200만원이 안 되는 임금을 받고, 85%가 생계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업으로는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는 탓에 부업을 하는 이들도 전체의 70%를 넘었다.
방송작가지부는 지역 방송작가들이 이런 고질적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을 강요당하는 이유로 △지역 방송사의 영세성
△단체행동이 어려운 프리랜서라는 고용조건 △여성이 대다수인 작가들의 노동을 부차적으로 대하는 성차별적 분위기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던 비수도권 지역 방송작가들의 노동환경 실태에 대한 사실상 첫 조사이다.
이번 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이었고, 응답한 방송작가는 총 192명이었다.
이들은 KBS·MBC 등 지상파 방송의 지역본부, SBS네트워크 등 민영방송, 교통방송, CBS 등이 운영하는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방송작가였다.
연령은 이제 막 방송일을 시작한 20대 저연차부터 40대 고연차를 망라했다.
응답자들의 지역·소속·연차 등은 다양했지만, 작가의 노동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저임금’ 구조 속에서 시름한다는 점은 일치했다.
응답자의 86.5%는 현재 자기가 겪는 가장 큰 문제로 ‘적은 원고료’(사실상 급여)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평균수입이 100만원이 안 된다고 답한 이들이 5.2%, 100만~150만원은 25%,150만~200만원은 36.5%였다. 지역 방송작가 셋 가운데 둘(66.7%)은 월 200만원 이하의 원고료를 받는 것이다.
이는 2017년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임금 242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만~250만원을 버는 이들은 21.9%였고, 250만~300만원은 8.3%, 300만원 이상은 3.1%였다.
지역 방송작가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자본력이 있는 대형 방송사가 밀집한 서울의 방송작가들이 받는 원고료 수준과
비교해보면 분명해진다.
서울 지역 응답자가 많았던 2016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방송작가지부 실시) 결과를 보면, 월평균 300만원
이상을 번다는 응답자가 지역 방송작가보다 3배 이상 많은 9.4%였다.
서울처럼 고임금을 받는 일부 ‘스타 작가’도 없는 지역에선, 모두가 ‘공평하게’ 저임금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방송작가들은 생계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역 방송작가들은 “지역 작가로 살아가며 생계 걱정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43.5%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40.8%는 “대체로 그렇다”고 했다.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은 많았다.
가장 큰 변수가 불규칙한 방송 일정이다.
올림픽, 프로야구 등 스포츠 중계나 급박한 뉴스 보도가 방송 시간대를 밀고 들어와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못하면,
몇 시간을 일했는지와 관계없이 원고료는 못 받는다.
방송사들이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송출시간을 기준으로 원고료를 주기 때문이다.
경력 쌓여도 임금 인상 미미
수입이 적다보니 지역 방송작가 대부분은 부업을 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부업이 기업 홍보 영상이나 정치인 연설문 가필 등이다.
이번 설문에서도 ‘생계를 위해 투잡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늘 하고 있다’는 응답이 19.8%, ‘대체로 하고 있다’가
25.5%, ‘경험이 있다’가 34.4%를 차지했다. ‘거의 하지 않는다’는 17.7%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이 저임금에 시름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은,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 있다.
그래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경력에 따른 임금 인상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A작가는 일을 시작한 첫해인 2007년, 10분짜리 TV 교양프로그램을 한 회 만들 때마다 15만원을 받았다.
11년이 지난 현재 똑같은 방송사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회당 22만원을 받는다.
한 달 꼬박 일해 최대 8번 방송한다고 가정했을 때, 2007년에 120만원을 받았다면 지금은 176만원을 받는다.
11년 동안 이뤄진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경력에 따른 원고료 인상이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A작가는 “그나마 나는 나은 편이다.
강원 지역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는 동료는 7년째 원고료가 똑같다”고 털어놨다.
대구교통방송에서 교양정보 프로그램을 만드는 권지현(40) 작가도 “2001년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했는데, 20년 가까이 임금이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가 전하는 현실도 이와 같았다.
‘원고료 인상은 어떻게 이뤄집니까’라는 질문에 43.2%는 ‘인상한 적 없음’, 43.8%는 ‘구두 개별 인상’이라 답했다.
‘물가상승률 반영한 단체 인상’이라는 답변은 2.6%에 불과했다.
지역 방송작가들은 연차가 쌓여도 원고료가 거의 오르지 않거나, 오르더라도 특별한 기준 없이 제작비를 나누는 PD의 선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정규직 PD 앞에서 원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3년부터 전남 지역에서 정보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B작가는 “PD들은 일을 시작할 때 계약서를 안 쓰고, 원고료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니 언제, 얼마를 받게 될지 모른다.
돈을 받을 때에야 얼마를 받는지 알게 된다. (원고료를 정하고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미리 원고료를 물어보면 ‘돈 밝히는 작가’로 공격을 많이 당하거든요. 평소 친분이 있거나 좋은 PD면 뒤로
살짝 물어보거나 사정을 봐 원고료를 좀 올려달라고 하죠.”
실제 설문 결과도 이런 증언을 뒷받침한다.
‘현재 어떤 방식의 계약을 맺고 일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36.1%가‘노동조건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일을 시작
했다’고 답했다.
‘노동조건에 대해 구두로 대략적인 설명만 듣는다’는 이는 59.2%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7년 12월 마련한 방송작가 표준집필계약서가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쓰는 사람은 소수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서면계약을 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4.7%에 불과했다.
‘여자가 그 돈 받으면 됐지’라는 시선
그렇다고 방송사가 정한 명확한 원고료 책정 기준이 공개돼 있는 것도 아니다.
설문 결과에서 방송사 원고료 기준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기준이 있는 건 알지만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는 응답자가 65.4%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기준이 없다’는 응답자도
27.7%에 이르렀다.
고질화된 저임금 구조에서 방송작가들은 모멸감과 상처를 감내하고 있다.
B작가는 “상대적 박탈감이 진짜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비슷한 연차에 동갑인 PD가 있어요.
10년간 같이 일하면서 그 PD의 연봉은 5천만원, 8천만원 계속 오르는데 저는 제자리걸음이에요.
저는 방송작가 일에 매력을 느끼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좋아요.
그런데 학생들 직업체험 수업에 가서 내 일을 추천할 수 없는 게 자존심 상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신입이 들어오지
않는다. B작가는 “막내작가는 종일 일해도 120만원 받는데, 최저임금 밑이라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걱정했다.
저임금에 시름하는 방송작가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앞선 2016년 조사에선 응답자의 95%, 이번 조사에선 98%가 여성이었다.
2004년부터 경북 지역에서 시사 라디오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김은주(46·방송작가지부 부지부장) 작가는 “여성이 많은 분야는 직종 자체가 저평가된다.
방송사 직원 가운데 ‘여자가 그 정도 일하고 그 돈 받으면 됐지’라며 방송작가를 아르바이트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문성을 가지고 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지현 작가도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지역 정책과 현안을 파악해야 한다.
자료 조사도 많이 필요하고, 어려운 사람 섭외도 해야 한다. 우리 일은 지식노동이자 감정노동이지만 전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다보니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권 작가는 자신이 ‘날품팔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영화 <카트>(2014)를 보면 마트에서 일하는 주부사원들을 해고할 때, 회사 쪽 사람이 ‘여사님들 반찬값 벌러 나오는 거 아니냐’고 말해요.
아니 누가 회사에 일하러 나오지 취미로 나옵니까?
나도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서 그 장면이 공감 가더라고요.”
결국, 방송작가는 방송사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다.
B작가는 방송사가 어려울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고통 분담을 함께했는데 정작 돈을 벌자 차별 대우를 했다고 말했다.
“깎을 때는 함께 깎았는데, 올려줄 때는 정직원은 원상복구, 방송작가는 절반만 복구하더라고요.” 김은주 작가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2016년 한국방송대상 수상작으로 뽑혔지만, 그가 받은 것은 모조 트로피와 기념 수건 한 장뿐이었다.
김 작가는 “방송을 만들 때는 내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애정을 담아 만드는데, 만들고 나면 외부인이 돼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비수도권 지역 방송작가 노조가 떴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지역 방송작가들은 지역마다 노조를 만들려고 움직이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2월24일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가 출범했다.
부지회장을 맡은 권지현 작가는 “노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담회를 열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여 놀랐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직업인으로서 우리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 대구경북 프리랜서 작가 45명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출범했다 / 사진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2월 24일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출범
너무 오래 감내했다
2000년대 초반, 대구MBC를 중심으로 대구·경북권에서 방송작가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결의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노조에 대한 경험 부족과 프리랜서의 태생적 한계, 생계를 위협하는 내·외부적 압박이
원인이었다.
실패의 대가는 쓰라렸다.
노조 결성에 적극 개입했던 대구MBC 방송작가들은 상당수 해고됐다.
일부는 방송작가 일을 아예 그만뒀고, 일부는 다른 방송사로 옮겼지만 요주의 인물로 찍혀 사상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게 지났다.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해고 작가들의 후배들이 다시 뭉쳤다.
대구MBC 방송작가 16명 전원을 비롯해 대구·포항·안동의 지상파와 교통방송 등의 방송작가 45명이 2월24일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를 출범시켰다.
해고된 바로 그 자리에서 지역 방송작가노조의 첫 깃발을 들어올렸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이라지만, 연대하고 뭉치는 건 잘한다.
과거 노조를 하다 잘려 방송사를 옮겨야 했던 작가들도 적극 돕고 있다.
실패의 경험이 지금은 도리어 큰 자산이 됐다.
다시 실패는 없다. 과거보다 훨씬 조직적으로 움직여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전국언론노조라는 큰 우산 안에 방송작가지부가 자리잡고, 그 연장선에서 영남지회가 생겼다.
다음으로는 방송사마다 5~20명씩 흩어져 있는 방송작가들이 분회를 만들 차례다.
노조에 대한 인식도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변해 젊은 작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노조를 만들어 불합리함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PD 등 다른 직군 사람들의 격려도 힘이 되고 있다.
방송작가들은 지역 방송사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제작비 면에서 서울권보다 운용 폭이 좁은 점도 이해한다.
회사 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원고료가 동결되거나 오히려 삭감되는 일이 있어도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에서
감내해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도록 내버려둔 것은 문제다.
‘지역방송작가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수도권에 비해 원고료가 턱없이 낮고 그마저도 10년째 동결 상태다. 연차별 원고료, 프로그램별 원고료의 기준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노조는 방송사별로 분회를 만들어 임금협상에 나설 것이다.
방송사에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요구하고, 경력을 기준으로 명확한 원고료 기준을 만들도록 요구할 것이다.
정규직 전환처럼 큰 걸 원하는 게 아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방송작가노조의 첫 지회인 영남지회를 잘 꾸려서 참여 작가들이 단합해 잘 지켜가는 길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끈끈하게 유지되는지도 ‘방송작가노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염정열 대구MBC 작가(18년차·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
적폐를 고발하겠다는 PD들
내부 문제엔 조개처럼 입 닫아
출산·육아 이유 휴가는 언감생심”
표준계약서 작성 아직은 권고 수준
최근 온라인에서는 방송작가 A씨의 글이 화제가 됐다.
가장 눈길을 모은 건 이런 대목이었다.
이 사이트에는 다른 작가들의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C씨는 “방송 바닥은 철저히 썩었다”고 썼다. 그는 방송계를 가리키며 “(작가들의) 근로환경은 최악이면서 어떻게든
방송작가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송작가들의 모임인 ‘방송작가 유니온’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2016년 내놓은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이들이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2년차 방송작가 D씨는 “막내작가의 한 달 수입은 지금도 150만원 수준에 불과
실제로 방송 현장에서는 작가를 섭외할 때 결혼이나 임신 계획을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방송작가들은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다행인 건 최근 들어 정부도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부장은 표준계약서 제도 시행에 대해 “이제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 방송작가들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든든한 우산’,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
지부가 지난 11일 출범했다.
ⓒ언론노조

한겨레 인터넷판 캡처 |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한겨레21의 '상품권 페이' 보도와 관련해 "허위·왜곡 보도로 국가기간방송사로서 명예가 실추됐다"며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중재위)에 한겨레21의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길윤형 한겨레21 편집장은 26일 '만리재에서' 지면에 'KBS의 자기연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길 편집장은 "2월 22일 중재위에 다녀왔다. 이번에 중재위로 가게 된 것은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받아라?'기사 때문"이라며 KBS가 한겨레21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을 전했다. 길윤형 편집장은 "KBS는 최근 <한겨레21>의 '허위·왜곡 보도로 인하여… 국가 기간방송사로서 명예가 실추됨과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도에 상처를 입게 됐다'며 해당 기사에 대한 정정·반론보도와 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2일 중재위에서 이들을 만났지만 해당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는 물론 <한겨레21>의 사과와 손해배상까지 요구 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조정은 '불성립'되었다"고 털어놨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5개 관계부처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주제작 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회의’를 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길윤형 편집장의 설명에 따르면 KBS는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지급한 상품권을 사기 진작을 위한 '추가 수당'으로 규정 하고, 이를 작가들과 사전에 협의해 지급했을 뿐 프로그램 정규 편성 실패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KBS가 문제삼은 한겨레21의 해당 기사를 살펴보면 KBS에서 방송된 한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10년차 작가 A씨는 KBS로부터 1만원권 문화상품권 115장을 받았다고 했다. A씨는 기사에서 "당장 받으려면 상품권을 주고, 기다렸다 받으면 현금으로 주겠다고 해서 상품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한겨레21이 1월 15일자 '협찬 상품권을 임금으로 준 KBS'기사에서 소개한 KBS 일부 프로그램의 구인광고를 봐도 '페이는 매주 상품권으로 지급된다', '고료:회사 내규에 따라 백화점 상품권으로 매주 10만원 씩 지급'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길윤형 편집장은 "<한겨레21>은 이런 갑질 행태가 이어지는 근본 원인이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수많은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부정해온 '방송적폐'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국가 기간방송사가 '상품권 페이' 문제에 사과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지독한 '자기연민'에 빠져 있으면, 전기요금에 더해 강제로 시청료를 징수당하는 국민이자 시청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KBS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번 한겨레21 중재위 제소는 해당 기사에서 '상품권 페이' 지급자로 지목된 김 PD와 KBS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는 2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KBS와 제가 제소한 것은 맞다"면서도 "(한겨레21)칼럼에 대해 밝힐 입장은 없다. 밝힐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

그것이 알고싶다 (SBS)
어떤 막내 방송 작가들의 6주
[방송계 '을'의 오늘] ④ 심부름이라는 관행이 모여 갑질이 된 사연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1월 24일. 한 방송작가의 고백은 방송계 전반에 숨어 있었던 갑질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특히 그 대상이 사회 정의와 적폐청산을 외쳐온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와 뉴스타파 ‘목격자들’
이어서 파장은 더 컸다.
인니라는 닉네임의 방송작가는 위 방송사에서 막내작가로 일하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일했다.
특히 그알에서는 주로 커피 심부름 같이 막내작가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은 ["내부폭로" 그런데말입니다, '그알'PD들은 침묵했습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그알 PD들과의 접촉 과정을
밝혔다.
기사에서 대부분의 PD들은 사과나 책임 인정이 아니라 ‘홍보팀에 문의’ ‘CP에 물어봐라’ ‘연락 두절’ 등으로 대응했다. 과연 실제 그알 막내작가들의 삶은 어떨까.
미디어스는 인니와 전직 그알 막내작가 2명, 그알 방송 스텝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막내작가들에게 그알은 꿈의 직장이었다.
한 방송작가는 “그알은 인지도가 높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소문난 곳이다.
매 회가 이슈가 되기도 한다. 기자로 치면 JTBC 같은 이미지다.
꼭 일해보고 싶은 곳”이라며 “막내작가의 시작을 그알에서 하고 싶어 하는 지망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알에서 일하고 나서 작가들이 겪는 감정은 정반대였다.
인터뷰에 응한 작가 모두 “다시는 그알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의 공통적 키워드는 ‘심부름’ ‘지옥’ ‘모순’ 이었다.
취재에 응해준 작가들은 SBS의 제보자 색출을 우려했기에 근무 기간은 밝히지 않고 익명 처리를 전제로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막내작가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려있다
(게티이미지뱅크)
① 1주차 아이템주 - “그알이요? 꼭 한번 일해보고 싶은 꿈의 직장이었죠”
그알은 팀 단위로 운영된다. 7개의 팀이 운영 중이며, 각 팀은 평균 6주의 준비를 거쳐 한 회 방송을 만들어낸다.
각 팀은 1명의 PD, 조연출 1명, 메인 작가 1명과 막내작가 1명으로 구성된다. 편집 5주차에는 추가 지원 인원이 붙어
10여 명 정도가 함께 근무한다,
6주는 ‘아이템 1~2주차’ ‘촬영 3~4주차’ ‘편집 5주차’ ‘휴가 6주차’로 이뤄진다.
첫 주에는 주로 취재 아이템을 찾는다. 2주차는 아이템 확정 및 취재방향 모색, 3~4주차에는 본격적인 촬영에 나선다. 5주차는 촬영 내용을 편집하고, 6주차에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갖는다.
1주차는 유일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주다. A씨는 “1주차에는 10시 즈음 출근해 7시에 퇴근한다. 주말도 쉴 수 있다. 보통의 직장인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막내작가의 주 업무는 인터뷰 섭외, 전문가 취재, 제보 전화 응대, 기사 및 자료 스크랩, 홍보문 작성 등이다.
취재 전반에 대한 업무를 맡기에 타 방송사에 비해 일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일을 할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막내작가에게 당연하게 부여되는 사소한 심부름은 본연의 업무를 방해했다.

SBS 사옥
② 2~5 주차 지옥주 - “지옥주, 우리가 가사도우미 인가”
심부름은 관행을 만들었다. 그 관행은 막내작가를 향한 갑질이 됐다.
모든 일이 막내작가에게 몰렸다.
업무와 상관없는 도시락 배달, 식사 전 후 정리, 커피 심부름 같은 잡일이 주를 이뤘다.
A씨는 “작가가 해야 할 일도 산더미다.
문제는 심부름 때문에 일의 흐름이 끊기고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째는 식사 심부름이다. 팀원들의 도시락 배달은 막내작가의 몫이었다.
배달에서 그치지 않는다. 막내작가는 도시락의 포장을 뜯고 수저를 준비해야 한다.
일부 팀에선 컵라면을 좋아하는 PD를 위해선 손수 컵라면 물을 받아서 ‘대령’해야 한다. B씨는 “식사 전반의 준비는
막내작가가 다 한다. 우리가 가사도우미인가”라고 주장했다.
그알 방송 스텝으로 있었던 D씨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처음 그알에 들어가 밥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PD는 막내작가에게 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가끔 ‘정상적인’ PD는 자기 일을 막내작가에게 심부름 시키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정말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밥을 먹고 나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 막내 작가도 일이 있다.
팀원들이 먹은 도시락을 치워야 한다.
C씨는 “팀 마다 다르지만, 우리 팀원들은 먹고 나서 그대로 일어섰다.
한 치의 망설임이나 미안함이 없다. 치우는 건 당연히 막내 작가의 일이니까.
모든 도시락을 분리수거해야 나의 식사 시간이 끝난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막내 작가의 주 업무는 인터뷰 섭외, 전문가 취재, 제보 전화 응대, 홍보문 작성이다.
C씨는 "막내가 도시락 사올 수도, 치울 수도 있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자발적으로 해주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그런 업무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들의 행동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커피 심부름도 일상이었다. 3명의 제보자 모두 커피를 사온 적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커피 심부름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의 대부분 막내작가가 사온다.
당시에는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인식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 와서 생각하건데, 그알에 있는 동안 작가를
왜 시작했는지 까먹고 있었다.
심부름 같이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목적을 잃은 것“이라고 전했다.
B씨와 C씨는 ”그알 막내작가의 주 업무는 심부름“이라고 말했다.
D씨는 “막내작가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려있었다.
원래의 업무에 심부름까지 더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를 당연하게 느낀다.
‘막내작가가 하지 않으면 누가 심부름을 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막내작가들은 심부름이란 관행에 익숙해져갔다.

그것이 알고싶다 작가들은 사무실에서 자는 일이 허다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이 자야 하루 4시간...내상 입는 기분 들어
심부름보다 더 심각한 건 근무 환경이었다.
지옥주에는 작가들의 근무 조건이 최악이 된다.
A씨는 “지옥주인 4주 동안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밤을 새는 날도 많고, 정말 많이 자면 4~5시간”이라고 말했다.
C씨는 “집에 가 씻는 시간도 아까워 목욕바구니를 회사에 두고 있는 작가도 있었다”고 전했다.
4주 동안 연속적으로 업무가 이어지는 사이 막내작가의 몸 상태는 악화된다. B씨는 “생리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동료 중에 생리가 멈춘 사람도 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옥주에는 눈치가 보여 병원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으면서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씨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내상을 입는 기분이다.
메인작가는 PD가 일하고 있을 때 잠시 눈 붙여라고 말한다.
자리에 앉아서 자란 말이다. 할 말이 없었다.
각종 업무와 심부름에 시달리는데 마음 편히 쉴 막내작가가 몇이나 있나”라고 지적했다.
계명대 최종렬 사회학 교수는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위계적 조직문화가 현재의 막내작가 처우를 만들었다.
PD들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계 전반에 깔린 관습인데, 사회정의를부르짖는 그것이 알고 싶다 구성원들이 그런 습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문제다.
시청자가 알고 싶은 건 미스터리나 사건고발이 아니라 이런 일상의 문제들”이라고 분석했다.
▲ 시트콤 "그 .
사진=시트콤협동조합 페이스북
③ 5주차 편집주 - PD님 배고프시면 안 되니...
5주차에는 그동안 진행했던 취재와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한다.
PD들의 예민함도 극에 달한다. 이때 막내작가는 PD들이 배고프고 목마르면 안 되니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편집주가 찾아오기 전 장을 봐야 한다. 주로 PD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다.
즐겨먹는 컵라면, 음료, 과자 등을 간식통에 채워 편집실에 준비해야 한다.
B씨는 "그알 막내작가들은 PD의 간식 취향까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컵라면 ○○음료 ○○과자 같은 것들이다.
구체적인 제품 명, 수량까지 암기해야 한다. 지금도 그 리스트를 잊지 않고 있다“고 회상했다.
A씨는 “편집주에는 PD가 상전이다. 간식은 왜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게 이상한 일이다.
막내작가의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다른 곳에서도 막내 작가를 해봤다, 그런데 그알은 유독 심했다.
‘이렇게 까지 해줘야 하나’라는 의문이 항상 들었다”고 말했다.
PD들의 개인 심부름도 이어진다. A씨는 “PD가 사용하는 편집실 청소 같은 개인 심부름도 막내작가의 몫이다.
조연출을 불러 프로그램을 켜달라고 하기도 한다.
다른 팀에는 자기가 클릭만 하면 되는 건데, 꼭 조연출을 부르는 PD도 있었다”고 밝혔다.
C씨는 “편집주에는 ‘내 업무가 뭔가’라고 자문한다.
PD들 간식 챙겨주는 일이 주가 된다. 그냥 PD 수발을 들어주는 주”라고 전했다.
이어 “PD이 편집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이해한다.
하지만 새벽에 갑자기 불러 ‘뭐 먹고 싶으니까 사와’ 이런 식으로 막내작가에게 화풀이를 한다”고 말했다.
방송스텝으로 있었던 E씨는 “편집주때 PD는 매우 예민하다. 그만큼 심부름도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PD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건 불가능이었다. C씨는 “그알 작가들은 다른 방송으로 가기 유리하다. 시청률 잘 나오고 힘든 환경인걸 알기 때문이다.
PD랑 관계를 잘 맺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A씨는 "막내작가들은 대부분 계약서를 구경조차 한 적도 없다. PD의 나가라는 말 한마디면 해고되거나, 팀을 나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그알 팀을 떠난 막내작가들이 몇 있었다"고 밝혔다.
D씨는 막내작가 채용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막내작가는 PD가 직접 선택해서 채용한다.
심부름을 거절했다간 바로 잘릴 수 있다. 심부름을 거절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1083회 방영분, 장시간 노동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SBS)
④ 6주차 휴가주 - 모 PD "난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막내작가 뽑을거야"
휴가주는 7일을 온전히 쉰다. 28일을 단 하루의 휴무 없이 몰아서 일하고, 7일을 몰아서 쉰다.
그렇게 지옥 같은 6주가 지나간다.
취재에 응한 막내작가들은 글이 좋아서 작가를 지망했다.
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만들어낼 거란 꿈이 있었다.
C씨는 “기자가 기사로 말한다면, 작가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
작가라는 직업의 이상을 보고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알은 작가라는 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C씨는 “그알 막내작가를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작가가 아니라 다른 일 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알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그알은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때를 떠올리기 싫다.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직장”이라고 말했다.
B씨는 자존감과 자괴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방송일은 보람 때문에 한다.
힘들어도 돌아보고 나면 보람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알에 보람은 없다.
자괴감이 더 크다. 그때를 회상하면 일에 떠밀려 숨죽인 기억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라고 전했다.
제보자들은 그알에서 막내작가로 일하고 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체적으로 한 가지라고 전했다.
“체력이나 눈치는 있겠네” 막내작가는 그알을 거치면 작가 역량이 아니라 인내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PD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C씨는 “모 PD는 막내작가 뽑을 때 ‘목소리 상냥하고, 나긋나긋 부드러운’사람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해당 발언이 문제라고 인식 하지 않을 정도로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PD가 선호하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사람은 작가 업무와는 연관성이 없다.
그것이 알고싶다요? 역겨워요
제보자들이 바라보는 그알은 ‘모순’이었다.
A씨는 “그알? 역겹다. 사회정의, 적폐청산 이야기하는데 웃기기만 하다.
본인들이나 내부에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C씨는 “1083회 인간 ‘무한요금제’의 진실 - 과로자살의 시대라는 방송이 있었다.
그걸 보고 코웃음 쳤다. 그알의 막내작가들의 환경이 방송과 뭐가 다를까”라고 말했다.
D씨는 “근로자 처우에 대한 방송이 나가면 우리 생각부터 난다. 정작 내부의 우리가 죽을 것 같고 힘들다.
그런 문제들을 PD가 알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알에 바라는 점은 단순하다. ‘갑질 하지 마세요’ A씨는 “최소한의 심부름만 하지 않아도 막내 작가 일은 할만하다.
제발, 심부름 좀 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도 “그냥 한마디만 하겠다. 갑질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C씨도 “그냥 상식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세명대 정연우 교수는 “부당한 갑질 대우가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늘 정의를 이야기하는 단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될 일”이라며 “작가를 고용할 권한이 PD에게 있기에 개별 대응은 어려울 수 있다. 방송 관계자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SBS는 인니의 폭로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그알 PD는 “김기슭 CP에게 입장을 전달했으니 그쪽에 물어봐라”고, 김기슭CP는 지난달 30일 ‘회의 중
이라 통화가 어렵다’는 문자 이후 현재까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홍보팀은 “작가 및 보조작가의 처우 문제를 포함하여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SBS PD나 홍보팀의 명확한 사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 방송작가가 참여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 녹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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