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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도 ‘적폐’일까 - 특정한 가해자가 따로 있는 문제 아닐 수 있어 - 한국 사회의 작동 원리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몇몇 종목경기의 파열음으로부터 다시 한 번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적폐로 지목되고 있다. 빙상연맹의 파벌다툼이문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미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끼리 엉켜서 넘어진 사건을 계기로 대표팀 내 파벌싸움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의 반칙 행위가 이슈 된 바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한국 이름으로는 안현수였던, 러시아인으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안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다. 빅토르안이 여전히 기량을 뽐내며 금메달을 획득하는 상황이 빙상연맹의 무능한 행정의 본보기로 여겨졌던 것이다. 전명규 부회장이문제라고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빙상연맹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것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불협화음 속에서 다시금 파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의 문제만 봐도 그렇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일종의 ‘피해자’로 국민에게 각인된 노선영 선수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선수 등을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따로 훈련시켰다면서 ‘차별’ 논란을 점화했다. 그리하여 전명규 부회장과 한체대 파벌이 적폐의 중심인 양 조명되었다. 하지만 전명규 부회장에 대한 옹호파도 있다. 전 부회장이 등장하기 전 한국 빙상계는 금전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오히려 전 부회장이 실력 위주로 선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전 부회장의 개혁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었던것이 한체대파와 비한체대파 파벌 다툼의 시초였다고 설명한다. 전명규 부회장은 흥미롭게도 국정농단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어쩌면 최순실에 의해서 불이익을 봤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안이 활약하면서 빙상연맹의 행정에 관한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빙상연맹의 문제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빅토르안의 부친이 전명규 부회장을 지목했기 때문에 대통령 역시 심증으로는 이미 그를 지목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리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명규 부회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나 징계를 할 만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 부회장은 성과주의자이면서 개인 치부는 하지 않는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체부는 있는 그대로 보고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요지부동으로 그를 징계할 것을 요구해 전 부회장은 잠시 물러나 있어야 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선 최순실이 동계올림픽의 이권을 접수하기 위해 그를 뒤로 물리려고 노력했던 것일 수도 있다. 전명규 부회장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한국 빙상종목을 관리한 방식을 본다면 그의 전략은 단순한 개인의 것 으로 보기 어렵다. 그는 한국 특유의 성과주의에서 최적화루트를 발견하고 그걸 냉혹하고 과단성 있게 실천한 것에 해당한다. 동계스포츠의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1990년대에 쇼트트랙 부문에서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쇼트트랙이 당시 스피드스케이팅과 핵심적으로 달랐던 부분은 기록경기가 아니라 순위경기였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엉켜 넘어지면 뒤에 따라오는 선수에게 영광이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에이스’, ‘페이스메이커’, ‘탱커’ 등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팀플레이를 하여 메달을 거머쥐었다.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에 추가된 팀추월이나 매스 스타트 같은 경기 역시 한국이 쇼트트랙을 통해 만들어 낸 팀전략을 활용할 수 있었던 종목이다. 이것은 정부가 주도하여 산업화 전략을 세우고 재벌기업을 육성한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와 스포츠는 작동원리가 다르기에 차이가 생겼다. 전명규 부회장이 장악한 빙상연맹은 실력을 보고 ‘에이스’를 선발했으나 그 실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달이란 성과였다. 한국식 산업화,성과주의의 최적화 루트?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도 메달을 따야 재화가 분배될 수 있었기에 그랬다. 국가대표 경기 이외의 리그가 없는 비인기종목 대부분이 그런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선 한 사람이 긴 전성기를 누리며 ‘에이스’의 자리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거듭 메달을 딴다고 연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에 ‘에이스’로 활약한 이후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탱커’나 ‘페이스메이커’의 위치로 가야만 했다. 순위조작이니 밀어주기 같은 일들이 생겨난 맥락이다. 성과를 위해 복무하면서도 되도록 많은 이들에게 재화를 분배 하려는 이 암묵적인 룰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을 때 순위결정전에서의 징벌적 반칙이나 ‘왕따’ 현상이 생겼을 것이다. 물론 얽히고 설키다 보면 이보다 더 치졸하고 원색적인 모습도 있었겠으나, 특정한 누군가를 악마화하지 않고 영역의 작동원리와 재화 배분의 방식만을 두고 추론해도 여기까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고민을 안겨준다. 전명규가 나쁜 사람인지, 한체대 파벌이 만악의 근원인지, 아니면 숨겨진 다른 흑막이 있는 것인지에 관한 진실게임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비판하기는 쉽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아예 이와 같은 종류의 팀플레이를 없애자고 말할 수도 있다. 팀플레이로 인해 누군가의 희생이 일어날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식이다. 사회 영역에 빗대면 제주 해군기지나 밀양 송전탑 건립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낭만적 입장에 비유할 수 있다. 또는 경제 영역에 빗댔을 때 시장 경제에 관한 자유방임주의 입장에 해당할는지도 모른다. 다른 방면으로는, 팀플레이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렇게 희생한 이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금 수준보다 더 큰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나 밀양 송전탑 문제로 갔을 때 지역 주민들에게 지금 수준보다 더 큰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흡사하다. 두 입장은 모두 가능하지만, 서로 간에도 상당한 노선의 차이가 있다. 최적화 루트의 포기와 재조정으로 갈린다는 점에서 말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진보주의를 말하는 이들은 이 상이한 두 갈래 대안을 포괄하기에 계속해서 삐걱대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심석희(왼쪽)와 노선영. 스포츠코리아 제공 '파벌·폭력·규정 인지 착오' 빙상연맹의 적폐 답습史 스포츠한국 전영민 기자]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특히 불과 일주일 만에 쏟아진 빙상계의 문제는 여론에 불을 붙였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관련된 청원이 100여 건 이상이 등록됐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단 격려를 위해 선수촌을 방문했을 때에도 심석희는 선수촌에 없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에 “심석희는 독감 때문에 불참했다”고 말하며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 출전 예정이던 노선영은 개막을 18일 앞둔 지난 22일에야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올림픽 팀 추월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 종목 출전권을 우선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해당 규정을 잘못 해석했고 이러한 사실을 나중에야 인지했다. 한편 “동생 노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행히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러시아측 출전권 2장이 반납돼 노선영의 평창행은 가능해졌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9일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만 26세 이하 선수만 대표팀에서 훈련, 2018년에는 만 27세 이하 선수만 대표팀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빙상연맹이 규정을 고친 뒤 홈페이지에만 올렸을 뿐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여론이 분노한 이유는 비단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들뿐만이 아니다. 당시 선수들은 코치진으로부터 반복되는 구타와 언어폭력, 사생활 간섭에 시달리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당시 연맹 지휘부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책임을 지는 듯 했으나 오히려 지도자들에 '특정 라인'이 생기면서 파벌 싸움만 확장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일부 코치들과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도록 대회 측에서 협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안현수는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소속팀 성남시청이 재정 악화로 해체됐다.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콜라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주니어 월드컵 파이널 출전 예정이던 8명의 대표 선수들 중 경기에 나선 선수는 개인전 8종목 중 월드컵 시리즈에서 포인트를 따냈던 세 명뿐이었다. 파이널 대표로 선발했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포인트를 보유하지 않은 5명의 선수는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할 수 없었다. 빙상연맹이 바뀐 ISU의 규정을 확인하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한 결과였다. 등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피해 대상만 달라졌을 뿐 빙상연맹의 미흡한 일처리는 4년마다 열리는 행사처럼 같은 논란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 ▲ 아쉬움에 고개 숙인 노선영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 박지우와 팀을 이룬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친 뒤 결과에 아쉬워하자 보프 더용 코치가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빙상대통령 전명규에 찍혀서...” 스피드스케이팅 '탱크' 논란 일파만파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우리 대표팀은 모두 2개의 메달 (이승훈 금메달, 김보름 은메달)을 땄다. 메달리스트들은 모두 한국체육대학 출신이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난 이후 이들의 메달은 다른 선수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거둔 성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스피드스케이팅 ‘탱크(페이스 메이커)’ 논란이다. ‘빙상 대통령’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탱크’로 지명한 선수가 앞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면, 총애를 받는 선수는 후반부에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해서 메달을 딴다는 것이다. 실제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정재원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이승훈의 ‘체력 안배’를 도왔고,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가 끝나고 이승훈은 정재원의 손을 들어주며 감사를 표했다. 정재원은 “희생보다는 팀플레이였다”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선수와 그 가족들은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부당함을 고발하고 있다. ◇ 매스스타트 특성상 팀워크 필요?…“불이익 두려워 시키는 대로 해야” 그간 매스스타트 경기에는 ‘탱크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박석민과 고태훈이 이승훈의 탱크로 나섰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 게임, 2017~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시즌에는 정재원이 앞장서 이승훈의 경기를 도왔다. 이 같은 도움으로 이승훈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 장거리라는 매스스타트의 종목 특성상 팀워크가 요구된다는 분석도 많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선수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현역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A씨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선수들도 자신들이 노력한 만큼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위에서 그렇게 작전을 짜면 (선수들이) 대부분 싫어한다”며 “1등을 만들기 위해 차(次)순위 선수를 탱크 시키는 것인데, 희생한 선수가 메달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스스타트 경기마다 탱크로 나서는 선수들은 분명히 있다. 인터뷰에 응한 선수들은 “(탱크 하라는)지시를 거부하면 피해가 올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수 B씨는 “이런 지시를 해도 문제없겠다, 조용히 하겠다 싶은 사람들에게만 탱크하라고 시킨다. 개별 선수들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 빙상계에서는 주형준(27·동두천시청) 선수가 탱크 전략을 거부한 괘씸죄’에 걸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은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한번도 쉬지 않아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지만 후보선수였던 주형준을 끝내 쓰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우리 팀은 노르웨이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경쟁상대인 노르웨이·네덜란드는 준준결승에서 후보 선수를 한 명씩 뛰게 해서 4명이 모두 메달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 3명의 선수만 시상대에 올랐다. 스케이트 선수 C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국제대회 매스스타트 경기를 앞두고 주형준이 이승훈의 탱크가 되는 것을 거부해 전명규 교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번 팀 추월에 나가지 못한 것도 괘씸죄일 것”이라고 전했다. ![]() 주형준 선수 어머니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빙상대통령 빙상연맹 회장님 전명규 교수님께 찍혀서 팀 추월도 못 타고 이름만 올려놓은 무늬만 선수(주형준). 사랑받는 이승훈 정재원만 파트너로 써 먹힌 내 아들 마음 아파 어떻게 사니? 엄마가 미안해서 억울해서 병난 것도 억울한데 너무너무 억울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 “탱크 전략보다 빙상연맹 밀실운영이 더 문제” 지적 문제를 제기한 선수들은 탱크 전략보다는 빙상연맹의 ‘밀실운영’을 더 큰 문제로 꼽았다. 사랑받는 특정 선수에게 유리한 선발 조항을 만들거나, 특별훈련을 시켜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스케이트 선수 어머니 D씨는 “빙상연맹의 밀실운영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불신이 쌓인다”고 했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로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지목된다. 빙상계 안팎에서 그는 선수선발, 훈련, 시합을진두지휘하는 ‘빙상 대통령’으로 통한다. 스케이트 선수 A씨는 “대학입학부터 국가대표 선발까지 전명규 부회장의 손에 달려있다”라며 “전명규 부회장이 선수를 잘 키워내는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 의욕을 잃는 선수들도 있다” 전했다. 선수들과 가족들은 빙상연맹의 밀실운영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D씨는 이번 기회에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밀실운영이잖아요. 한번 찍히면 다른 데로 옮기기도 힘들고. 차별을 받거나 찍힐까봐 두려워하지 않고 운동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다비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극적으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노선영. ⓒ연합뉴스 안현수 보내고도 정신 못차린 빙상연맹의 파벌 <하재근의 닭치고tv>안고쳐진 폐쇄성, 불투명, 불공정, 권위주의, 끼리끼리
다행히 러시아 선수들이 도핑 문제로 출전권을 박탈당하면서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 선수가 구제될 수 있게 됐지만, 이것으로 덮일 일이 아니다. 하는 국가의 빙상연맹이 동계올림픽 출전 관련 규정을 몰랐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팀추월 종목에 출전하려면 개인종목 참가권을 따야 하는데 그걸 몰랐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이 몰라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좌절시키는 일이 가능하다고쳐도, 사과와 반성은 해야 한다. 선수에게 인생이 걸린 일 아닌가. 진심어린 사과와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일의 재발이 없을 것이라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충분히 사과하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국제연맹 탓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면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서비스하는 자세이기보단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으로 선수를 대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 이상의 구조적인 문제다. 노선영 선수는 4년 전 동생인 노진규 선수가 아픈데도 금메달 유망주라서 연맹이 훈련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도 선수를 목적이 아닌 도구로 여기는 태도의 방증이다. 노선영 선수는 팀추월 대표팀이 최근 한 달 이상 합동 훈련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선수만 따로 훈련했다고 했는데, 그러자 이것이 파벌 문제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때 빙상연맹은 사건을 은폐하고 심지어 청와대에게까지 거짓말을 했다. 해당 코치는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코치 한 명의 일회성 일탈일까? 대표팀 코치의 지도 방식을 주변과 윗선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사달이 나니까 코치만 자르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심석희 선수의 성적에 파벌 권력자가 비상한 관심을 가졌고, 거기에 압박감을 느낀 코치가 물리력까지 쓰며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뒀다는 것이다. 이러면 한국 빙상계 간판스타인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선수 등이 탈락한다. 본인이 은퇴하지도 않고 실력도 최정상인데 나이로 차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정 파벌 젊은 선수들을 밀어주기 위해 선배들을 배제하는 꼼수를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빙상계에선 이미 2006년부터 빙상연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할 정도로 파벌논란이 있었다. 그 후에도 파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고 안현수 선수가 한국을 버리는 사태까지 나타났다. 그 파벌 이야기가 2018년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에 다시 나온 것이다.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식의 폭로를 하는데, 사실여부와 별개로 이런 주장이 내부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빙상계의 내분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2의 안현수 사태가 또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빙상연맹만의 일이 아니다. 폐쇄성, 불투명, 불공정, 권위주의, 끼리끼리주의 등은 우리 조직문화의 고질병이다. 이대로라면 논란과 국민의 실망은 계속될 것이다.
다시 등장한 전명규…韓빙상, '파벌' 그 불치의 악순환 또 다시 그 이름이 나왔다. '한국 빙상의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한체대 교수(55) 겸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파문에 전 부회장이 다시 소환된 것이다. 지난 19일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3명이 함께 뛰는 경기에서 2명만 앞서 달리고 나머지 1명이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한 것. 한국 대표팀 김보름 (강원도청), 박지우(한체대)가 앞에서, 노선영(콜핑팀)이 뒤에 있었다. 경기 후 선수들의 모습이 논란을 키웠다. 노선영이 홀로 울먹이는데도 김보름, 박지우는 휴대전화를 보거나 그냥 지나치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저히 한 팀으로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여기에 김보름은 중계 인터뷰에서 냉소를 날리며 준결승 진출 무산의 탓을 노선영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증폭시켰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기사에는 김보름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그를 후원하는 의류업체는 불매 운동에 화들짝 놀라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들의 팀 워크 논란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청원 참여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표팀 백철기 총감독과 김보름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역효과가 났다. 백 감독은 "노선영 본인이 뒤에서 뛰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회견에 감기를 이유로 불참한 노선영이 이후 한 방송사와 전화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백 감독은 이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을 했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올림픽 도중 벌어진 이번 사태의 본질이 연맹의 실권을 쥔 전 부회장과 반대파의 알력 다툼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 선수단 부단장으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 빙상 종목을 총괄하는 전 부회장을 흔들어 연맹 집행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키려는 대리전 양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대회 전부터 이런 움직임은 있었다. 김보름, 이승훈(대한항공) 등 일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체대에서 훈련을 하며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노선영도 연맹의 행정 착오로 팀 추월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이를 폭로했다. 그 중심에 전 부회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파벌 다툼 양상은 최근 매 동계올림픽마다 있었다. 2006년 토리노대회 때는 대표 선수들이 한체대와 비(非)한체대로 나뉘어 훈련하는 일이 있었고,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국내 선발전에서 같은 파벌끼리 경기를 조작하는 이른바 '짬짜미'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2014년 소치올림픽은 파벌의 진흙탕 싸움이 극에 달한 대회였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맹활약한 가운데안현수의 아버지가 귀화 배경이 전 부회장 때문이라고 폭로하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부조리를 파악해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전 부회장이 사퇴했다. 그러나 정작 안현수는 파벌 싸움 때문에 귀화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후 박근혜 정권은 붕괴됐고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명예 회복을 이루는 듯했다.
연맹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오랜 기간 쇼트트랙 감독을 맡았던 전 부회장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전 부회장은 전이경, 김동성, 안현수 등을 발굴해 스타로 길러냈고, 밴쿠버올림픽 삼총사 이상화(스포츠토토), 이승훈, 모태범(이상 대한항공) 등의 깜짝 금메달도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지도력을 보였다. 일단 전 부회장의 복귀 이후 한국 쇼트트랙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여자팀은 이미 소치올림픽과 같은 금메달 2개를 따냈고, 1000m 금메달까지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치 대회 '노 메달'에 그친 남자팀도 1500m 임효준(한체대)이 금메달, 서이라(화성시청)가 1000m 동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성남시청)을 빼면 대부분 전 부회장의 제자들로 이뤄진 쇼트트랙 대표팀이다. 하지만 매번 올림픽마다 불거진 전 부회장의 그늘도 짙다. 앞서 언급했듯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선수들 외 다른 선수들이 소외되는 모양새 때문이다. 매 대회 다수의 메달을 따내지만 성적 지상주의에 밀린 선수들의 서운함이 양날의 검처럼 따라다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 부회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드러냈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전 부회장이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도 논란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 이면에는 한국 빙상의 고질인 파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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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500m 은메달 확정 후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동계올림픽의 꽃, 빙상 키운 빙상연맹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최선을 다해 봤지만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김보름(앞줄 왼쪽부터),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록을 살피고 있다. 그 뒤로 노선영이 결승선을 향해
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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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가 아쉬운 여자 팀추월 대표팀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박지우(왼쪽부터), 김보름, 노선영이 레이스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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