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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대화 교착에 빠진 남북미…8월 한반도 정세 안갯속으로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핵신고 vs 종전선언, 트럼프-김정은, 회동 시도할까



-북미대화, 비핵화 v. 종전선언 놓고 교착상태 

-美조야, 비핵화 조치 없는 종전선언 우려 
-강경화, 폼페이오에 종전선언 협의 본격화 제안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의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면전환을 모색할지 이목이 쏠린다.  
미국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친서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답장을

써 곧 북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곧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김 위원장의 서한을 받은 사실을 알렸다.

 6ㆍ12 북미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톱다운식’의 국면전환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과는 달리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외교를 펼쳐왔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도 “(2차 정상회담) 관련 논의에 열려 있지만, 계획된 회담은 없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건은 현재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핵ㆍ미사일 신고조치와 종전선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딜’

(deal)이 이뤄질 수 있느냐다.


 당장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관영매체를 통해 강조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검증할 수 있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설 신고 등 비핵화 초기 조치가 이뤄져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시점에,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는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필요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국면은 쉽게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인 정책성과보다는 ‘정치 드라마’(political performance and drama)에 치중하는 편”이라며 “현 단계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없이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그렇게 되면 미 의회 등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정치행위자들의 반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4일 한미 외교장관에서 연내 남북미ㆍ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부의 반발을 우려해 북한의 미사일시험장 폐쇄 등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반영한 종전선언을 제안할 방침이다.

 북미대화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

이라며 “비핵화 진전없이는 불가하다는 미국 여론을 고려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선언과 함께 명시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munjae@heraldcorp.com





 

폼페이오 "엄격한 대북제재 이행" 촉구…압박 재고삐(CG)

폼페이오 "엄격한 대북제재 이행" 촉구…압박 재고삐(CG)[연합뉴스TV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포토세션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포토세션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스크바=AP/뉴시스】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함께 회담을 갖고 있다.  2018.04.1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모스크바=AP/뉴시스】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함께 회담을 갖고 있다. 


 2018.04.1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대화 교착에 빠진 남북미…8월 한반도 정세 안갯속으로



, 제재로 선회하며 비핵화 압박…北, 반발하며 대미비난 수위 높일 듯
北·美에 낀 南, 종전선언 중재·정상회담으로 중재역할 되살리기 고심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대화를 통한 평화 만들기를 주도해온 남북미 3국이 안팎의 변수에 발목이 잡히면서

8월 한반도 정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북한의 유해송환에도 미국은 3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한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에 대한 대북제재조치를 취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약속했고 세계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내에서 그(김 위원장)가 그렇게 하길 요구했다"며 "그들(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하나 또는 둘 다를 위반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궁극적인 결과를 달성하기까지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특히 핵·미사일 관련 시설의 신고조치를 끌어내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질문받자 "핵시설 명단을 제출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가는 출발점은 핵시설 명단의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재 쪽으로 선회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도 동시에 읽힌다.

실제로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코리 가드너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의원, 마르코 루비오 의원, 상원 군사위원회 소

속 댄 설리번 의원은 3일(현지시간) 추가 대북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등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가 전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문하는 셈으로, 트럼프 정부로서는 마냥 무시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미국인 유해 봉환행사를 거론하며 "우리가 훌륭하고도 사랑하는

 전사자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과정을 시작하는 약속을 지켜준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하고 "당신의 '좋은 서한'(nice letter)에 감사한다.

 곧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정치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갈라 만찬'에서 남북 외교장관 조우


싱가포르 '갈라 만찬'에서 남북 외교장관 조우(싱가포르=연합뉴스)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갈라 만찬'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8.3 [외교부 제공]
kane@yna.co.kr


이런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북한을 비핵화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판문점선언 이행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설에서 "지금 미국은 싱가포르 조미공동성명과는 배치되게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와 '최대의 제재압박'을 고집하면서 북남관계의


'속도조절'까지 운운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런 부당한 입장과 태도가 조미관계 개선의 장애로 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 중심의 정책이 북미 간의 대화나 관계개선의 흐름에 영향을 줄 것이고 종국적으로 비핵화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 ARF에 참석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이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다.


핵실험장과 서해 위성 발사대 철거작업을 벌여 마땅한 카드가 없어 당분간 행동 대신 말로 대미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남쪽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언급함으로써 남쪽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북한이 남쪽의 요청에도 ARF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의 회담을 거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북측은 외교장관 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외교장관회담의 무산은 미국이 협상에서 속도를 내도록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해달라는 불만 표시도 담겨있다"며 "미국을 압박해달라는 촉구의 메시지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파주=연합뉴스) 31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왼쪽 세번째),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오른쪽 세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이 열리고 있다.남북장성급회담은 지난달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8차 회담이 열린 이후 47일만이다.

 2018.7.31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문제는 올해 1월부터 한반도 해빙의 중재자와 촉진자 역할을 해온 남한 정부도 북한을 설득하고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 전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대해 제재를 강조하고 있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설치·운영에도 애를 먹고 있다.


판문점선언과 후속회담을 통해 합의한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발목잡기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에 의지하며 현 국면을 이끌어온 북한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의 대화탁에 마주앉아 말로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북한은 최근 방북한 남쪽 인사들에게도 남북 당국회담을 해도 공동조사 같은 합의만 이뤄질 뿐 실제 행동조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전선언의 조기 성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고 북미관계를 다시 대화 쪽으로 물꼬를 트는 방향으로 움직일 계획이다.


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법률적 효과를 가급적 배제하는 '정치 문서'로 추진하고, 문안은 최대한 간소화해 조기 채택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다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가을 남북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해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근 남북 양측이 장성급군사회담을 열고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합의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판문점선언의 3개 항 중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남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실행함으로써 정상회담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jy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김성한 "성급한 종전선언,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대하는 태도에서 상당히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이슈라는 게 드러났다.
 (미국도) 신중하게 들여다보니 이게 자칫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도 있다’고 깨달은 것 같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실에서 진행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
에서 “(종전선언을 하면)북한은 유엔사 해체에 이어서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한미연합사도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올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도 최종단계의 산물인데 이걸 너무 성급하게
꺼내든 감이 있다”면서 “종전선언을 하면 결국 정전협정이 유명무실화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종전선언은 향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협정 제일 첫 조항에 담기는데, 이걸 왜 평화협정과 분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의 선의를 북한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나”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최근 종전선언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의 입장은 당초 종전선언에 꼭 참여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2주 전에 베이징에 가서 중국의 관변학자들을 만났는데 ‘종전선언을 할 때 꼭 필요하다면 남북미가 해도 괜찮다’고 했다.
굉장히 의외였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나 한미 동맹이라든지 이런 문제가 한국 사회에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굳이 중국이 끼느냐 마느냐를 문제로 부각시키지 않고, 종전선언으로 인한 주한미군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차관은 ‘종전 선언’의 대안으로 ‘종전을 위한 선언’을 제안했다. 그는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선언도 ‘비핵화
선언’이 아닌 ‘비핵화를 위한 선언’이었다”며 “(종전을 하려면)관계 개선도 필요하고 군비 통제, 감축 등 양측간 논의할 사항이 많다.

 이러한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게 ‘종전을 위한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전을 위한 선언을 하려면 북한도 비핵화의 타임라인을 제시해 ‘몇년 몇월까지 비핵화를 한다. 신고와 검증도 언제까지 마친다’라고 약속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돼야 한쪽에선 평화체제를, 다른 한쪽에선 비핵화를 논의하는 투트랙 채널이 가동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현재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해 “진행이 더딘 것에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김정은도)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했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약속을 했는데, 지금까지의 모든 발언을 무효화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하긴 힘들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최근 불거진 북한산 석탄의 국내 유입 등 대북 제재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서 국내에 유입됐다. 그런데 이 위장 화물선에 대해 제대로 법집행을 안한 것 같은 상황이 있다.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북한에 관여하기 위해 일정 부분 예외로 인정받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 인정이 비핵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여망이나 전략적 공감대에서 비켜나 있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사선 안된다”고 했다.



다음은 김 전 차관과의 인터뷰 전문.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싱가포르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열린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핵화 협상을 주도
하는 인물은 김영철인데, 리용호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리용호 외무상도 우습게 봐선 안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회고록에서 리용호가 북한의 외교 전술인 \‘벼량 끝 전술’의 창시자라고 했다. 현재 북한의 대외 협상을 김영철이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용호를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협상이 교착상태다.
북한으로선 유해도 송환했고, 미사일 실험장 폐쇄조치에도 들어갔으니 미국이 새로운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원하는 건 대북 제재 완화이다.
그런데 제재 완화는 쉽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북 제재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가는 카드로 막판까지 지켜야 한다.

섣불리 완화를 했다간 협상의 구도가 미국에 불리하게 흘러가게 된다.
지금도 대북제재는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제재 완화를 과용할 수 있고, 중국 정부는 제재완화를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제재 완화 과용이란게 어떤 의미인가?

“북한과의 대화를 하기 위한 예외적 조치를 평창 동계 올림픽 때부터 취해왔다.
북한에 관여하기 위해 일정 부분 예외로 인정받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 인정이 비핵화를 향한 국제사회 여망이나 전략적 공감대에서 비켜나 있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사선 안된다.
이런 부분은 우리 정부가 조심해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강경화 장관이 지난달 말 유엔에 가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예외적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걸 두고 ‘제재 완화는 아니다’고 했다. 예외 인정과 제재 완화는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제재 예외 규정과 제재 완화를 구분하는 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너무 남북관계 개선에 조바심을 낸다는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와중에 유엔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정부가 법 집행을 제대로 안했다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법 집행을 제대로 안한 상황이란 게 뭘 말하는 건가?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서 국내에 유입됐다. 그런데 이 위장 화물선에 대해 제대로 법집행을 안한 것 같은 상황이 있다.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종전선언에 대한 이상주의적 집착과 제재 예외와 완화를 굳이 구분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와는 거리감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김도균(왼쪽) 국방부 대북정책관과 북측 단장인 안익산(오른쪽) 중장(우리의 소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9차 남북 장성급회담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안익산 중장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미국을 흔들다가 잘 안 되니까 이번에
남측을 흔들어서 종전 선언 문제를 추진할 거라고 보도했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 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한 이상주의적 집착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 선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싱가포르 합의를 보면 북미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면 종전선언이 필요할 것
처럼 몰아가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은 일종의 종착역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도 최종단계의 산물인데 이걸 너무
성급하게 꺼내든 감이 있다.”

-종전선언 이외에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취할만한 조치가 있나?

“제네바 합의를 보면 북미 연락 사무소 설치를 합의했다. 이런 조치들도 북미 관계 개선,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액션이다. 왜 꼭 종전선언이어야만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 북한은 종전선언에 상당히 목메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했을 때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했는데, 폼페이오가 수용하지 않자 뒤에다 대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이후로 북한이 종전선언을 상당히 중시한다는 게 드러났다.

사실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만 해도 종전선언의 의미를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지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가볍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북한이 종전선언을 대하는 태도에서 상당히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이슈라는 게 드러났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정전협정의 내용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의미가 약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구속력이 높다고 하지만 현실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남북미가 하든, 남북미중이 하든 종전을 선언하면 ‘한국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후론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는 것 외에는 모두 다 마무리 되는 거다.

정치적 선언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의미를 낮게 볼 순 없다. 정상들이 만나 발표한 정상합의문에 왜 의미를
두겠나.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선언도 다 정치적 선언 아닌가.
일부 학자들이 종전선언을 해도 정전협정은 유지되며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진 지속된다고 하는데 여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종전선언을 하면 결국 정전협정이 유명무실화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양제츠는 7월 중순 극비리에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종전 선언 문
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최근 중국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이나 대응이 없다.
처음 우리 정부가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논의하자고 했을 때, ‘차이나 패싱’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중국의 입장은 당초 종전선언에 꼭 참여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 중국의 참여를 거부하자 중국은 한동안 침묵하면서 남북미 종전선언도 괜찮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

주 전에 베이징에 가서 중국의 관변학자들을 만났는데 ‘종전선언을 할 때 꼭 필요하다면 남북미가 해도 괜찮다’고
 하더라. 중국이 같이하면 좋지만, 굳이 남북미가 해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를 빼도 괜찮다는 거였다.
굉장히 의외였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구체조치와 종전선언을 연계시키자 남북한에 외교부 부부장과 양제츠를 보내 종전선언을
성사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걸 보면서 중국도 종전선언을 상당히 전략적 시각에서 보고 있단 걸 알게 됐다.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나 한미 동맹이라든지 이런 문제가 한국 사회에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 굳이 중국이 끼느냐 마느냐를 문제로 부각시키지 않고, 종전선언으로 인한 주한미군의 지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 모두 종전선언을 통해 상당한 실리를 얻을 수 있겠다.

“북한 입장에서 종전 선언을 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종전선언을 하면 미국은 이제 공식적으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미국 내 강경파들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기간에 종전선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 트럼프 행정부도 처음엔 종전선언을 가볍게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강조하지, 또 북한도 계속 요구하니 종전선언을 비핵화와 연결해 제대로 카드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중하게 들여다보니 이게 자칫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비핵화와 한미동맹은 별개라고 강조해왔는데, 계속 얽혀서 진행되고 있다. 단적으로 한미연합훈련도
중단됐다.

“종전선언을 하면 영향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법적으로 봤을 때 정전협정은 클라크 장군이 유엔군 대표로 사인을 했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유엔사령부가 타깃이 된다. 유엔사를 해체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누가 쓰고 있나, 바로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지금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관과 한미
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사 해체에 이어서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한미연합사도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올 것이다.
그러면서 이게 이뤄져야 비핵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할 것이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종전선언은 어떤 식으로 다뤄야 하나?

“종전선언은 향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협정 제일 첫 조항에 담긴다.
 ‘이 평화협정으로 A와 B의 전쟁을 마친다’라고 명시하면 된다. 종전선언은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평화협정과 분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비핵화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에서 분리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선의를 북한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나.
이건 순진한 발상이다. 굳이 ‘종전’이라는 표현이 필요하다면, ‘종전선언’이 아닌 ‘종전을 위한 선언’은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선언이 ‘비핵화 선언’인가?

이건 ‘비핵화를 위한 선언’이다. 종전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종전이 되나. 관계 개선도 필요하고 군비 통제, 감축 등 양측간 논의할 사항이 많다.

 이러한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평화협정 협상의 개시를 알리는 ‘종전을 위한 선언’을 제안한다.
 그리고 종전을 위한 선언을 하려면 북한도 비핵화의 타임라인을 제시해 ‘몇년 몇월까지 비핵화를 한다.
신고와 검증도 언제까지 마친다’라고 약속해야 한다.”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타임테이블이 같이 가야한다고 보나?

“종전을 위한 선언을 하게 되면 군사적 대비태세와 군축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또 북미관계와 함께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섭 창구도 만들어질 것이다.
 한편에선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돼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와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

 이렇게 돼야 한쪽에선 평화체제를, 다른 한쪽에선 비핵화를 논의하는 투트랙 채널이 가동된다.
 만약 비핵화는 말로만 되고 있는데 한쪽에선 종전을 선언해버렸다.
그러면 상황이 불균형해진다. 첫단추만 끼우고 나머지는 모두 다 뜯어버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정부가 이 문제를
 가볍게, 낭만적으로만 봐선 안된다.”

-지금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뭔가 모멘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

“비핵화 진행이 더딘 것에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압박하고 있다고 해서 모멘텀을 잃을까봐 종전선언에 동의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북한이 종전선언까지 가고 싶다면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가
아니라 이 정도면 비핵화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조치, 예를 들자면 신고와 사찰, 핵물질 반출 등이 따라야 한다.
아직은 미심쩍다면 ‘종전을 위한 선언’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렇게 돼야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
북한의 선의만 믿고, 우리의 선의가 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대화에 나섰다가 얼마나 많이 속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612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맨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트위터


                  


-혹시 김정은이 판을 엎어 버리진 않을까?

“판을 엎는다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지금 핵과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원하지 않나.
그런데 이게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서면 결국 핵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했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약속을 했는데, 지금까지의 모든 발언을 무효화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하긴 힘들다. 일단 모호한 상태로 계속 시간을 끌 것이다.”

-트럼프도 지금의 모호한 상황이 싫진 않은 것 같다.

“나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지금 상태론 국내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힘들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긴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 갈등, 러시아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 여러 뇌관이 있다.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가 외교안보인데, 이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정치적으로 승리하기가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 분야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서 최소한 비핵화 시간표나 로드맵에 합의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당일까지 초조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북핵이 골칫거리이긴 하지만, 미국과 북한과 가까워지는 것도 보기가 불편할텐데.

“중국은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중국은 처음엔 북한이 미국쪽으로 확 다가가고, 그걸 미국이 냉큼 끌어안는 상황을
우려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적당히 축소하는 수준에서 용인하고, 그 핵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상황은 중국으로선 악몽같은 상황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계속 만난 것이다.

중국의 전략이 먹힌건지, 미국이 전열을 가다듬고 북한의 속내를 파악해서인지, 일단 북미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중국이 안도했다.
 이어 중국은 종전선언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북한과 합세해 미국을 압박하기로 했다.
처음엔 잘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안되니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용어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쓰인 표현이 상당수 일치한다.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 공동성명 모두 북한이 초안을 잡은 것 같다.
10~20% 정도만 우리나 미국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 순서나 문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선 안전보장이라는 뜻으로 쓰인 ‘security guarantee’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미국 공식 문서에서는 이런 표현을 안 쓴다.
 이란 핵협상에서도 그렇고 이런 의미는 보통 ‘security assurance’라고 명시한다.
 ‘security guarantee’는 북한이 만든 용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의 외곽 단체는 ‘안전담보’라고 해석했다.

국내 친북 단체들은 대부분 ‘체제보장’으로 해석했다.
 이런 해석 자체가 북한에 말려든 것이다. ‘regime guarantee’도 아닌데 왜 체제보장이라고 번역하나.
안전보장이 맞는 말이다. 체제 보장이라는 건, 북한 내에서 시민 봉기 등 급변사태가 발발해도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용어와 관련해, 일각에선 ‘CVID는 슬로건에 불과하다’며 북한에 굳이 CVID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CVID는 유엔안보리 제재에서도 쓰이는 공식용어다.
북한은 이 용어를 싫어하겠지만 공식 용어임은 분명하다.
북한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 용어를 폄하하는건 옳지 않다.

CVID라는 단어를 볼턴의 보좌관이 만든 용어라면서 깍아내리기도 하는데, 이건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유엔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슬로건이라고 하면 안된다.

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니 북한이 싫어한다면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순 있다고 본다. 그래서 폼페이오 장관이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나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한 비핵화)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V(검증)가 있는 표현은 다 싫어할 것이다.”

-8월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일단 남북 관계는 잘 풀릴 것이라고 보나?

“좋아질 것 처럼 하다가 나빠질수도 있다.
북한은 지금 우리에게 ‘숙제를 다 해야 인도적 상봉을 해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엔 항상 대가가 따랐다.
그런데 지금은 남쪽이 숙제를 제대로 안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 정부로선 열심히 하는데도 안되는 상황인데, 북한은 결과만 보면서 ‘너희가 해준게 뭐 있냐’라며 하루아침에 돌변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북한이 짧게 보는 거다.
일단은 상봉 행사를 성사시켜야 문재인정부의 마음을 붙들어놓을 수 있지 않겠나.”





20184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송공연이 끝난 뒤 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판문점선언 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곧 평양에 가야 하는데, 갈만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정부는 문 대통령의 방북을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볼 때 유엔 총회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방안도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시켜서 가시적인 조치를 이끌어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할거다.

 하지만 종전선언의 가치를 파악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한다.
지금 종전선언은 일본이 가장 우려한다. 종전선언으로 유엔사가 해체되면 유엔사 후방기지인 주일미군의 역할과 규모도 축소된다. 이에 대한 우려에서 ‘드골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직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카드를 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다음 행동도 북한의 몫인 것 같다.

“앞서 제안한 ‘종전을 위한 선언’을 북한이 받을지 모르겠다. 만약 북한이 받을 의사가 없다면,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 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ICBM을 먼저 제거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ICBM 문제만 해결되면, 미국으로선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비핵화 협상이 그상태에서 멈춰버릴 수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ICBM 뿐만 아니라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까지 제거해달라고 하긴 힘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중간선거 전에 종전선언을 해줄테니 그 대신 ICBM을 반출하든지 폐기하라는 식으로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
바라기는 미국이 서두르지 않고 ‘종전을 위한 선언’과 비핵화 시간표 및 로드맵 합의를 제대로 했으면 한다.”


☞김성한 전 차관 : 미국 텍사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교수, 미주연구부장 등을 거친 국제정치 전문가다.
한국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분야를 자문했다.
2012년 외교통상부 제2차관으로 선임됐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장에 재임 중이다.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판문점선언, 그후 100일…4자 테이블 속 '종전선언' 총력전

[the300]종전선언 협상 3자→4자로 전환, 속도전 회복 위한 역할론 중요


'판문점선언'에 남북이 합의한 4·27 남북 정상회담이 4일로 100일을 맞이한다.
 청와대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종전선언에 합의한 후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방북에서 '경협'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이 테이블의 한 자리를 사실상 차지한 것은 변수다.

판문점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 △올해 내 종전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불가침 합의 재확인 △단계적인 군축 실현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등이 명시됐다.
핵심축은 '완전한 비핵화'와 '올해 내 종전선언'이다.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떠오른 종전선언이 자연스레 화두가 됐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북한은 종전선언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미국은 보다 더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맞서는 중이다.

종전선언은 실질적인 대북 제재해제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북미 간에 적대적 관계가 청산이 되면 '최대한도의 압박'의 존재 이유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종전선언과 동시에 유엔(UN) 등 국제사회의 일부 제재의 해제가 논의될 수밖에 없다.

경협의 시작은 '경제총력'을 내세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뿐만 아니라 '비핵화 속도전'을 노리는 문재인 정부 역시 바라는 바다.
 남북 간 복합적인 경제 의존체제를 구성해 북한이 다시 '핵 의존'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3자 테이블 속에서 최대한 빨리 종전선언을 이끌어 낸 후, 협상을 남북미중 4자로 확대해 G2가 포함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미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이 포함된 모양새다.

 종전선언에 앞선 '비핵화 조치'를 두고 북미가 줄다리기를 하자,
중국이 북한의 대리인 격으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청와대도 4자 종전선언 추진으로 선회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부산에서 면담을 한 뒤 미국 워싱턴D.C.로 건너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청와대 측은 "형식보다는 실제로 (종전선언이) 이행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4자(남북미중) 종전선언에 대해 사실상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속도'다.

판문점선언에는 종전선언의 시점으로 '올해'를 명시했지만, 청와대는 내심 '가을이 오기 전'을 노려왔다.
 6·12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 유치하려 한 것도 3자 종전선언을 조기에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문 대통령의가을 방북 때 본격적인 경협을 논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북핵
협상이 지나치게 더디게 진행돼 실패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협상 속도를 고속으로 유지하며 역진을 방지한다는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도 올해 내 경협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국과 같이 미국과 직접적으로 패권다툼을 하는 국가가 종전선언에서부터 테이블에 같이 앉는 것은 분명 청와대가
 바라는 일은 아니었다.
 남북미 간 종전선언 후, 경협의 원심력으로 중국까지 포섭하겠다는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무역전쟁이 조기에 매듭나지 않으면 북핵과 관련한
협상도 장기전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 남북 정상회담을 약속한 '가을'이 다가오자 종전선언의 실마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의 동시 이행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단 북한이 최근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나서는 등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신중하다.

 국내외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는 판문점선언 100일을 하루 앞둔 3일 참고자료를 통해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중추적 노력을 전개하겠다"며 "관련국 간에 긴밀한 협의를 토대로 금년 중 종전선언의 채택을 추진하고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조우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2017.8.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싱가포르에 모인 남북미 외교수장



(싱가포르=뉴스1) 구윤성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주보며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 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아태지역

다자안보협의체인 ARF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아세안 10개국 등 총 27개국이 참가해 한반도 정세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2018.8.4/뉴스1 kyspl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