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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안희정 재판, ‘위력’ 아닌 ‘비동의’ 쟁점 된 이유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

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 서 무죄를 선고받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있다. 


<뉴시스>







안희정 재판, ‘위력’ 아닌 ‘비동의’ 쟁점 된 이유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안희정 전 지사의 재판 후폭풍이 거세다. 

재판부가 ‘위력’의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입법화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법부가 입법 미비를 거론하며 국회로 공을 돌렸기 때문이다. 

‘미투’ 사건의 정점에 있는 안 전 지사 사건이 새로운 성폭력범죄 처벌 체계를 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 안희정 전 지사, 적용 혐의는?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성폭력 혐의 선고 공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3가지 혐의는 다음과 같다.

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형법 제303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중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경우 안 전 지사는 ‘기습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추행은 법률에서 규정한 ‘폭행 또는 협박’이 없더라도 기습적으로 추행을 하는 경우에도 성립된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는 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기습추행 5회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선 재판부는 도지사라는 지위와 비서의 관계는 ‘위력’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러나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4회의 간음과 1회의 추행을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씨의 진술도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5회에 걸친 기습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업무상 상하관계에 따라 반복된 추행이라면 기습추행으로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모로 

보더라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즉, 기습추행 부분도 굳이 혐의를 적용한다면 형법상 기습추행(강제추행죄)이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역시 증거 불충분에 따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무죄 선고에 대한 

여성단체 기자회견'에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비동의 간음죄’, 이번엔 입법화 될까

안 전 지사의 1심 판결 후 여성계와 법조계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했다. 그간 여성계에서는 형법상 강간죄와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에서 요구하는 ‘폭행 및 협박’ 여부를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1년 전에 이미 국회 입법 발의가 이뤄진 적이 있었고,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올해 3월 강간의 정의를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족’으로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는 대부분 성범죄 가해자가 직장과 학교 등에서 마주치는 면식범이고, 성범죄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선 여성이 폭행과 

협박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비동의 간음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입법 논의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선종문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성범죄의 판단 여부를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개선

하는 작업은 필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 변호사는 이어 “최근 판례에서도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넓게 인정하는 추세긴 하다”면서 “다만

 이를 입법화 할 경우 당사자간 의사 합치의 혼란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장치 및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 전 지사가 적용된 혐의는 폭행 또는 협박을 요하는 형법상 강간죄나 강제추행죄가 아니다. 

강제추행의 경우 안 전 지사는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성립되는 기습추행 혐의를 받고 있고, 나머지 2개 혐의 역시

 ‘위력의 행사’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 전 지사의 재판 후 왜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논의가 거세졌을까.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 관련 여야 여성의원 긴급간담회’에서 나경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재판부 한마디에 불붙은 논쟁

안 전 지사의 재판이 폭행 및 협박 여부가 쟁점이 아니었음에도 비동의 간음죄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재판부의 선고 내용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태도나 말 등에서 거절하는 내심이 있었다는 취지로 볼 수 있었다


면서도 “이 사건은 피고인의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따라 가벌성이 달린 것이지, 피해자의 생각에 가벌성이 달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처벌하는 

체계)’이 입법화 되지 않은 현행 법제 하에서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처벌하기 어렵다”

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입법부에 공을 넘겼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비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위력의 행사를 인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위력’은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이고,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에 ‘위력의 개념’과 ‘비동의 간음’에 대해 분리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미 재판부도 안 전 지사의 위력의 존재는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해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자칫 비동의 간음죄가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이 판결이 향후 위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의 기준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비동의 간음죄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입법화 작업도 추진돼야겠지만 위력의 의미에 대해서

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나리 기자  spot@sisaweek.com


<저작권자 © 시사위크,




1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안희정 정무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정무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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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여성의 입장에 서지 못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하여

안희정의 무죄판결 여파가 상당하다. 도대체 이 판결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여론이 들끓는 것인가.

 필자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지점에서 대중의 지지를 못 받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법리자체에 매몰된 소극적 판결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에게 적용되는 처벌 조항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위력’의 개념인데, 폭행이나 협박, 지위나 권력으로 상대의 의사를 제압해야 성립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이다.

재판부는 피해사실을 주장 하는 이의 내심에 반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제압’이 없었음을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지적은 필자가 현장에서 자주 들어왔던 것인데, 이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성적 관계에 이름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당사자 간의 자유롭고, 동등한 입장에서의 동의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제성 없음은 현상적인 부분이지 법의 본질적 취지는 아니라 할 수 있다.


둘째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판단에 이를 때는 기본적인 팩트를 토대로 이것이 발생한 맥락을 보며, 해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성범죄는 즉각적인 증거채취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팩트체크를 거쳐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이의 관점에

서 사건을 재구성해보고, 그 위에 재판부의 해석을 더하여 판결을 해야 한다.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가 성폭행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여기에 재판부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이의 관점에서,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즉, 공감대가 형성되는 판결을 내려야 비로소 판결에 생명력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론재판을 하거나 가-피해자를 단정 짓는 재판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괴리감이 큰 것은 곤란한 문제

라 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 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 때문이다.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에서 어쩔 수 없다는 논지의 설명을 하면서 마음은 유죄인데, 현실이 무죄임이 안타까운 듯 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이 무죄판결을 내리고도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재판부에 독립적인 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판부의 판결이 때론 우리 사회의 기준을 설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그 판결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왜 자신들의 편협함과 성인지 감수성 부족의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려 하는 것인가.


사실 필자에게 이 판결은 늘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미 무죄가 나올 것이란 자조 섞인 예측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간음 자체가 발생했었고, 무죄가 곧 혐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 사건의 판결이 그간의 법원의 관례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는 점 등에서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재판은 법으로는 맞는 판결일지 몰라도 정의롭다거나 옳은 판결이라 보기는 어렵지 싶다.


또한 우리 사회의 후진적이고, 가부장적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상식에 부합하는 성범죄 판결을 볼 수 있게 될 것인가.




임정혁 소장(한신교육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2018.08.18. 

suncho21 @newsis.com 




안희정 법정에서 벌어진 이상한 장면 셋


[전직 법조 기자가 본 재판] '입법의 공백'인가 '사법의 공백'인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 판결이 나오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꽤 엇갈렸다. 법원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판결을
 내렸다는 의견도 있고, 법원이 (좋지 않은 의미의) 법원다운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불만도 꽤 있었다.
그러나 판결도 판결이지만, 그 재판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대부분 비슷했다.

실제로 짧은 기자 생활의 절반 이상을 법원에서 보낸 나로서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성폭력 사건 재판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입법의 공백'을 이야기했지만, 재판부가 이번 재판에서 벌인 행태는 '사법의 공백'이 아닌가 되묻고 싶다.
 우리 법에는 이미 피해자 보호 절차가 명시되어 있는데 기존의 보호 절차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입법의공백 탓을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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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 ①] 피해자에 관한 민감한 기록까지 공개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재판의 거의 전 과정이 언론에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측이 요청한 재판 전면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재판에서부터 생중계에 가까울 만큼 상세한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사실 정말 놀랐다.

다른 사건도 아닌 성폭력 사건 재판인데, 증인의 발언 한 줄 한 줄, 증거 내역 하나 하나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기사화되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재판이 공개로 진행되는 바람에 피해자와 관련된 민감한 기록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어느 언론이 보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언론 중요도가 높은 성폭력 사건이라 해도 재판부의 직권으로 혹은 검찰의 요청으로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된 사례는
꽤 있었다.
재판부가 재판의 앞부분만 공개한 후 방청객들에게 퇴정을 요청해 노트북을 든 기자들이 우르르 법정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서초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까지도 없이, 최근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성폭력 혐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만 해도 공판준비기일과 심문기일 등 몇몇 절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안 전 지사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공판을 비공개로 돌린다는 취지나 관련 법 조항 역시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 사건 담당 재판장은 이미 대법원 공보관을 역임한 전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언론 관심 사건'의 재판 진행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이를 보고하는 것 역시 대법원 공보관이 하는 일 중
 하나다.

[경악 ②] 가림막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본 피해자와 피고인

내가 두번째로 놀란 것은 피해자 증인신문 절차였다.
이건 정말 보고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에 대한 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고는 하나,
안 전 지사와 피해자 사이를 가로막은 것은 고작 가림막 하나에
 불과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법원은 증인지원실과 증인지원관을 마련해두고 있다.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과 피의자가 최대한 마주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피고인을 마주하지 않고 화상으로 증언할 수 있게끔 증인지원실에 비디오 중계 장치도
 설치해두었다.

하지만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를 위해 준비한 것은 고작 가림막 하나로, 피해자와 피고인은 가림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했다. 피해자 혹은 검찰의 요청이 없어도 재판부 직권으로 화상 증언을 고려해봄직 했을 텐데, 하지 않은 것인지 할 생각을 못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피고인이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던 피해자가 피고인과 같은 공간에서 제대로  증언을 하는 것이 쉬웠을까.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헛기침을 하는 피고인을 보면서 피해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다.

[경악 ③] 피고인- 피해자 '관계' 따져묻는 감정 섞인 증언

그리고 안 전 지사의 부인을 비롯한 여러 증인들의 증언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피고인측이 증언의 필요성을 주장해 재판부가 안 전 지사 부인을 증인으로 받아준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따져묻는 감정 섞인 증언들이 사건의 실체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 증언들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재판장에게는 재판 지휘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사건의 실체와 상관이 없는 피고인, 증인의 발언은 언제든지 제지할 수 있다. 재판을 방청하다 보면, 재판장이 검찰이나 변호사측 이의를 받아들여 사건의 실체와 상관 없는 발언을 제지하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사실 이번 재판의 전 과정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던 후배 기자들은 재판 진행과 관련된 문제점을 이 이상으로 아주
 깨알같이 지적해주곤 했다. 아마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들 역시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 장치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재판부


서부지법앞 항의시위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 14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행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 한국여성단체연합, 녹색당 등 여성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앞에 모여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은 공모자다' '한국남성들은 오늘 성폭행 면허를 발부 받았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가장 큰 문제는, 안 전 지사의 재판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안 전 지사 재판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안 전 지사 재판부가 특별히 성 인지적 감수성이 부족한 재판부여서 이런 문제를 드러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폭력 사건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종종 드러나곤 하는 문제점들이 이번에 집약적으로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이다.

서초동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변호사 분들을 만나면 검찰, 경찰 혹은 법원의 성 인지 수준에 대한 불만을 종종 듣는
때가 있었다.
성폭력 감수성이 없는 경찰이나 검사가 피해자에게 이상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했다거나, 재판을 진행하는데 재판부가 피해자 보호에 눈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더라는 얘기들이다.

또 피고인측 변호인에 대한 날선 비판을 세우는 분들도 있었다.
이번 사건처럼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오간 얘기들을 마치 언론에 브리핑하는 것처럼 상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없다는 얘기들도 한다.

수사, 기소, 재판 등 사법 절차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이 마련된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래도 한국의 사법 절차는 아직까지 이 수준이다. 여성들이 편파 수사, 편파 판결을 외치며 거리로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안 전 지사 재판에서 재판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본 몇몇 사람은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지금도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일 수밖에 없다.
법이 마련하고 있는 피해자 보호 장치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재판부인데, 그런 재판부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여성들은 헌법에서 벗어나는 것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법 앞의 평등, 그리고 법이 정하고 있는 평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계속해서 외치고 있을 뿐이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민주노총 전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주최 측이 참가자들과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미투 배지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무죄에 화난 여성들 거리로 나선다



[아시아타임즈=강은석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사법부 판결에 화난 여성들이 거리로 나서 집회를 한다.

18일 오후 5시부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서울 사직동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집회를 갖는다. 이번 집회 주제는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 못 살겠다 박살 내자’다.


이날 집회는 기존에 25일로 예정됐던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 집회’를 한 주 앞당긴 것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한 일이 기폭제가 됐다.

미투시민행동은 SNS를 통해 ‘신고하러 갔더니 “걔 인생은 네가 망치는 거”라고 했던, 해외사업자 해외서버라서 안된다, 어차피 안 된다고 돌려보내면서 불법촬영 가해자를 희화하하는 사진 이벤트를 연 경찰을 규탄한다’,


이어 ‘역고소 피해자에게 “허리를 돌리면 강간을 피할 수 있지 않냐”고, ‘일반적인 피해자‘의 특성이 안보인다고 몰아

세웠던, 200여 명 가까이 불법촬영한 가해자에게 ’기소유예‘를 내린 검찰을 규탄한다’


‘“성경험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은 성폭력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했던, 연예기획사 대표의 여성청소년 성폭력

사건을 ’사랑‘이라고 했던, 성폭력전담재판부 판사가 불법촬영을 한 법원을 규탄한다’는 등의 게시물로 이번 집회 규탄 대상이 경찰과 사법부임을 밝혔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씨의 입장을 대독하고, 여성주의 활동가인 권김현영씨와 최영미 시인,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의 발언이 이어질 예정이다.

5시에 시작하는 집회는 6시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서울역사박물관을 출발해 광화문과 경복궁, 인사동을 거쳐 다시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오는 행진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