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의 모든 레스토랑이 문을 닫고 가택격리된 상황을 풍자해 소셜미디어 상에 떠도는 이미지.
이탈리아가 코로나19에 무너진 이유
세계2위 고령 국가에 병원과 의료진 감축,
특유의 친밀성·개방성이 화를 키워
이탈리아의 자랑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 속 인물이 사라졌다.
자신이 십자가에 처형될 것임을 예지한 예수가 열두 제자와 함께 마지막 만찬 자리를 마련하였건만 그 자리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보름간 전국에 이동 제한령을 내린 이탈리아 상황에 대한 이미지 풍자였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경찰, 군인, 공무원 그리고 대중교통 종사자를 제외한 사람은 사실상의 가택격리 상황에 놓였다.
중국을 제외하곤 두 번째 이동 제한령이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중국을 제외한 코로나19 발생 주요국가의 확진자 증가세.
[뉴시스]
지난해 11월 학계에 보고된 이후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크게 3단계의 충격을 안겨줬다.
진원지인 중국에서 확산세는 그 압도적 규모(3월 18일 오전 기준 현재 확진자 8만887명)로 사람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확산은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임이 밝혀진 후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신도 중심으로 우후죽순 확산으로 발등의 불이 된 공포를 안겨줬다.
이탈리아의 코로나는 뒤늦게 불붙었음에도 순식간에 한국을 따라 잡은 확산 속도와 엄청난 치사율로 세계를 경악하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 확진자가 처음 보고된 것이 2월 6일(이하 현지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3월 9일 이동 제한령이 떨어질 당시 확진자는 7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366명에 이르렀다.
3월 14일부터는 하루 확진자가 3000명, 3월 15일부터는 하루 사망자가 300명을 넘고 있다.
3월 18일 현재 확진자 3만1506명, 사망자 2503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6200만의 이탈리아는 100만 명 당 확진자 수(508명)로도 1위다.
2위인 스위스(334명)와 3위인 노르웨이(282명)를 훌쩍 앞지른다.
더 심각한 것은 치사율이다.
3월 18일 현재 치사율이 7.9%. 세계평균 4.2%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참고로 중국의 치사율은 4%, 한국의 치사율은 1%다. 사망자 숫자만 놓고 봐도 1위인 중국과 723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세계1위 고령국가인 일본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온상이 된 이탈이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에선 임종하는 가족 없이 병원에서 홀로 죽음을 맞거나 제대로 된 장례 절차 없이 매장되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또 마을 주민 중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조종을 울리던 성당들이 쏟아지는 사망자를 감당하지 못해 조종을 울리는 것을 하루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 간의 유대를 중시하는 이탈리아로선 감당키 어려운 슬픔이다.
의료진 턱없이 부족한 초고령 사회
3월 17일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노령의 환자들.
[AP=뉴시스]
지금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막심한 3대 국가를 꼽으라면 중국, 이탈리아, 이란이다.
중국과 이란은 권위주의 국가여서 정책결정이나 행정이 투명하지 않다. 게다가 후생복지 수준도 낮아서 의료서비스의 질도 낮다.
반면 이탈리아는 G7(주요 7개국) 회원국이다.
2018년 기준 이탈리아 국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3만4318달러다.
한국의 3만3346달러보다 높다.
게다가 전 국민은 물론 외국인 거류자에게도 보편적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나라다.
고비용 특수진료와 약제비, 치과진료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료비를 국가가 부담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코로나19 앞에서 종이호랑이 신세가 된 걸까.
일단 이탈리아는 고령자 인구 비중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2019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23%로 일본(28.4%) 다음이다.
15%대인 한국은 물론 18%인 유럽연합(EU)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고령인구 비중이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실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는 70대 이상에 집중됐다. 이탈리자 정부의 최근 통계자료의 사망자 연령분포를 보면 80대(45%)와 70대(32%) 90대(14%) 순으로 70대 이상이 9!%를 차지한다.
통계 전문 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3월 16일 기준 통계에서 확진자 중에서 70대 이상의 비율이 37.4%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자의 희생이 압도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설상가상 이탈리아가 재정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의료기관과 의료진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 5년간 문을 닫은 의료기관이 758개소에 이르며 의사 약 5만6000명, 간호사
5만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료진에 대한 보수가 낮다보니 우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67세인 로베르토 스텔라 이탈리아 의협회장까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며 사투를 벌이다 3월 11일 순직하는
비극까지 벌어진 이유다.
실제 이탈리아의 건강·의료서비스에 대한 공공지출은 GDP의 8.9%로 EU 평균 10%를 밑돈다. 그렇지만 한국(7.3%)
보다는 높다는 점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0번 환자’를 찾아라
3월 10일 이후 사실상의 가택겨리 상태에 들어간 이탈리아인들이 발코니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AP=뉴시스]
친밀성을 높이기 위해 스킨십이 강한 이탈리아의 사교문화와 외국 관광객에게 개방적 문화도 코로나바이러스에게
알맞은 서식환경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이에도 볼키스 인사를 나누고 친밀한 사람들과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춤과
노래를 즐긴다. 비슷한 라틴계 국가인 스페인(확진자 4위)과 프랑스(확진자 순위 7위)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세계 5위의 관광대국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8년 이탈리아를 찾은 관광객은 6210만 명으로 이탈리아 전체 인구보다 많다.
그중에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10%를 차지한다.
지난해 이탈리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00만 명에 이른다. 관광대국인 프랑스(1위)와 스페인(2위)이 더욱 불안에
떠는 이유다.
1월 31일 발표된 이탈리아 국내 첫 확진 사례도 중국 우한에서 관광 온 중국인 부부였다.
2월 6일 발표된 세 번째 확진자는 중국 우한에 살다 귀국한 이탈리아인이었다.
이후 첫 지역감염 사례가 보고된 것이 2월 21일이었지만 이미 그때는 대규모 감염에 진행됐을 것이라는 것이 보건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첫 지역감염 확진자에게 코로나를 전파한 ‘0번 환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실제 감염자 숫자가 현재 확진자 숫자의 두세 배는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치사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과 이탈리아검사자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간동아 2020.03.20 1231호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13일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앞을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이탈리아의 관광산업은 마비 상태다.
[AP=연합뉴스]
코로나로 드러난 유럽의 민낯…경제·동맹·사회 총체적 '위기'
유럽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면서 유럽 사회의 경제·사회적 문제를 비롯해 유럽
연합(EU)의 연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 앞에서 모래성처럼 무너진 EU 동맹이 국제사회에 목격되면서 ‘EU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순간에 무너진 25년 동맹의 균열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17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갖고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간 외국인의 EU 입국을 막는 여행 금지 조치 도입에 합의했다. EU는 외국인, 즉 비회원국 국민 EU 진입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보는 전문가들은 EU 회원국 간 장벽을 없앤 '솅겐조약'이 사실상 25년만에 무력화된 것으로 보고있다. 시작은 독일이었다.
독일은 16일부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와의 국경에서 화물과 통근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했다.
스페인도 17일 0시부터 스페인 국적자와 스페인 정부로부터 거주 허가를 받은 사람, 외교관,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직장인, 불가항력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만 입국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렵연합(EU)이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내 외국인의 여행을 금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신종 코로나로 인해 기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 EPA=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집계에 따르면 솅겐조약 가입국 가운데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국경통제에 들어간 국가는 19곳에
이른다.
이렇게 회원국들이 하나둘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국경을 닫자 EU차원에서 이런 움직임을 상쇄하기 위한 제스쳐를 취한 것이 이번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은 마스크와 같은 방호 의료장비의 수출을 금지해 EU 내에 장벽을
쌓기도 했다.
지난주에 이뤄진 이 수출규제는 EU 지도부의 만류로 완화되긴 했으나 유럽의 연대 의식을 심각하게 저해한 사건으로 평가됐다.이탈리아처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상을 입은 데다가 소외까지 당한 회원국들이 체감하는 메시지는 심상치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제조ㆍ관광 흔들리자 경제 ‘휘청’
특히 코로나 사태로 유럽 경제가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유럽 내 최대 확진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4%가량을 차지하는 ‘관광대국’이다.
신종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사태 초기부터 경제 위기 우려가 터져나왔다. 제조업도 문제다.
유럽 자동차 ‘빅4’인 폴크스바겐, FCA(피아트ㆍ크라이슬러), 르노, PSA(푸조ㆍ시트로앵)는 이번 사태로 한꺼번에
유럽 내 거의 모든 공장의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한산한 이탈리아 피렌체 시내의 모습.
[독자제공]
유럽 주요국은 이같은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잇따라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300억 파운드(약 45조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영국 정부는 이날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3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는 한편,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 모기지(담보대출) 3개월 상환 유예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000억 유로(약 274조원) 규모의 긴급지출 계획을 내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전날 저녁 방송된 대국민 담화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 3000억
유로(약 411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인종차별’ 인성 드러나고 정부조치 ‘무시’
또 이번 코로나 사태로 유럽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종차별 문제와 낮은 시민의식도 지적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영국 런던의 중심가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는 한 싱가포르 출신 학생이 영국 10대 청소년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우리 나라에 너희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 게 싫다”며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각각 15세, 16세의 어린 학생이었던 두 가해자는 체포됐지만, 이들의 행위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영국인들의 인종차별적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중국 의료 당국이 일본 후지필름 자회사 토야마화학이 개발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아비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프랑스 시민들의 낮은 경계심과 시민의식도 문제가 됐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모든 상점과 술집에 대해 휴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저녁 ‘마지막 밤을 즐기자’며 파리 시내 번화가에 사람들이 몰려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또 15일에는 파리와 마르세유의 공원과 강가 곳곳에서 사람들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포착
되면서 프랑스 정부는 결국 15일 간 강제 외출금지령과 함께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영국 런던의 중심가를 걸어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유럽 우한코로나 확진·사망자 中 추월...메르켈 "2차대전 이후 최대 도전"
유럽지역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중국을 추월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현지 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유럽의 누적 확진자 수는 8만5000명을 넘어서 진원지인중국(8만900명)을 추월했다.
주요국 누적 확진자 수를 보면 이탈리아가 3만5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1만3910명), 독일(1만1973명), 프랑스
(9134명), 스위스(3070명), 영국(2626명), 네덜란드(2051명), 오스트리아(1646명), 노르웨이(15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누적 사망자 수는 이탈리아(2978명)에 이어 스페인(623명), 프랑스(264명), 영국(104명), 네덜란드(58명), 스위스
(33명), 독일(28명), 벨기에(14명) 등으로 총 4천200명에 육박한다. 중국의 누적 사망자 수(3천237명)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유럽의 우한 코로나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주요국 정부도 고강도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국은 전국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휴교령은 오는 20일부터 발효된다.
언제 다시 수업을 재개할지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분리독립을 위한 제2 주민투표를 올해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독일은 난민 수용을 중단했고, 그리스는 10명 이상의 야외 모임 또는 회합을 전면 금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시민들이 연대해 정부 조처에 따라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유럽국가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16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학교와 대학교,
도서관, 박물관, 극장, 스포츠 센터 등을 폐쇄한 데 이은 추가 조처다. 국경 봉쇄, 휴교령을 내린 덴마크 정부도 대부분의 상점 문을 닫고 1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는 후속 조처를 내놨다. 스위스도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등을 입국 제한국으로 지정하고 비자 발급 규정을 강화하는 등 입국 문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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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재앙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발원했는가를 따지는 기원설 논쟁이 미중 간 뜨겁다.
[중국 바이두 캡처]
中 달구는 코로나 4대 기원설 논쟁, 박쥐 빼면 공통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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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 바이러스" 표현 "매우 정확" 왕이 중 외교부장, "부도덕, 불공평" 반박 초기엔 박쥐 등 야생동물 기원설이 주류 미군이 우한에 퍼뜨렸다는 유포설도 돌아
2월 중순 중국 실험실 유출설 나와 충격 최근엔 중국 아닌 외부 유입설 주류 이뤄 아직은 모두 가설에 불과한 수준이나 중국의 책임 회피 전략이란 의심도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은 “매우 정확한 것”이라고 강조하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역병을 갖고 특정 국가의 이름을 더럽히는 건 부도덕하고 불공평하다”고 반박했다.
최근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이제까지 중국을 달군 코로나 기원설 네 가지를 정리해 관심을 끈다.
첫 번째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의 위험성을 인지한 1월 20일 직후 나온 야생동물 기원설이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은 초기엔 신종 코로나가 야생동물에서 기원했을 것이란 주장을 펴다가 최근엔 외부에서 유입됐을 수도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중신망 캡처]
이날 신종 코로나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언급한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박쥐 등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즐기는 중국의 식도락 문화를 꼬집었다.
야생동물을 매매한 우한(武漢) 화난(華南)수산시장에 다수 환자가 발생한 터라 설득력이 컸다. 게다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중화국두복(中華菊頭蝠)이란 박쥐였고 신종
코로나도 사스 바이러스와 유사성이 많아 박쥐에서 중간 숙주를 통해 사람으로 전파됐을 것으로 이해됐다.
중국에 서식하는 중화국두복 박쥐는 사스 바이러스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러나 박쥐 기원설은 얼마 후 타격을 받았다. 화난시장에선 박쥐를 판 적이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1월 말 들어 신종 코로나는 미국이 제조한 유전자 무기라는 괴담과도 같은 두 번째 기원설이 중국에서
고개를 들었다. 배경엔 무역 갈등을 매개로 1년 넘게 계속된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나온 반미 정서가 깔렸다.
이 미국 제조의 유전자 무기설은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7일까지 우한에서 개최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미군이 참가한 것을 근거로 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소문이 중국 내 반미 정서에 힘입어 유행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당시 300여 명의 미군이 왔는데 숙소가 화난시장 근처였으며 미군 참가자 다수의 신분이 불분명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고 실력도 선수로 보기엔 엉망이었으며 경기장보다는 오히려 우한의 각종 공공장소를
누비고 다녔다는 것이다. 또 그 기간 전염병도 돌았다. 중국 의료진이 말라리아였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네티즌의 의혹은 커져 마침내 미군이
바이러스를 살포했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주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의 “미군 유포설”을 나오게 한 배경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이 트윗을 통해 날린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는 미국의 격분을 샀다.
[연합뉴스]
미군이 뿌린 이 바이러스는 중국의 한인(漢人)만을 겨냥한다는 소문이 중국 인터넷 공간에 퍼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중국 국경을 넘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 주장은 차츰
꼬리를 내렸다. 그러자 세 번째인 중국 실험실 유출설이 등장했다. 중국 우한에 있는 바이러스연구소의 실험실에서 신종 코로나가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인공 합성이다” “중국 군부가 실험실을 접수했다”
“모 연구생이 첫 번째 감염자다” 등 소문이 꼬리를 이었다.
중국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한동안 실험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다.
[중국 바이두 캡처]
특히 2월 중순엔 홍콩 언론에 의해 중국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나 우한질병통제센터 두 곳 중
하나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을 발표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이 연구소 누출설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관계자가 직접 나와 부인하고 중국 관방의 언론 통제로 더는 불붙지 못했다.
이 같은 중국 실험실 유출설은 중국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중국 바깥에서 만들어져 중국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초기에 다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하며 질병은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동안 잠잠하던 신종 코로나 기원설 논쟁은 지난달 27일 중난산 원사에 의해 재점화됐다.
중난산이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서 출현은 했지만, 발원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묘한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화난수산시장과 접촉한 적이 없는 환자가 생기고 외국에서 감염 사례가 발생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에 앞서 2월 21일엔 일본의 TV아사히가 지난해 미국에서 유행한 독감과 신종 코로나 간의 관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센터 주임은 미국의 독감 사망자 중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고 인정했다.
[연합뉴스]
미국에선 지난해 가을부터 유행한 독감으로 1만여 명 이상이 숨졌는데 이 중 일부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11일엔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센터 주임이 미국의 독감 사망자 중엔 사인이 신종 코로나인 사람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많은 중국 네티즌이 흥분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미국이 기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오리젠은 바로 “미국은 이 부분을 중국에 설명해야 할 빚을 지고 있다”는 트윗까지 날렸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일 미국에서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부도덕하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로버트 주임이 미국 내 독감 사망자 중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있다고 인정한 건 중국에서 이미 신종 코로나가 사태가
터진 이후의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서 먼저 신종 코로나가 유행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생겼고 이후 중국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주장이다.
이게 바로 네 번째 기원설로 현재 중국 내 주류를 이루는 외부 유입설이다.
이는 현재 미·중 코로나 발원지 논쟁의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외부 유입설을 의심하는 견해가 중국 내에서 나온다.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인기가 많은 의학 전문가 장원훙(張文宏)이 그런 주장을 편다.
장원훙은 “중국에선 오직 우한에서 가장 먼저 이 새로운 전염병이 출현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의학 전문가 장원훙은 신종 코로나가 외부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왔을 것이란 '외부 유입설' 주장에 부정적이다. 외부에서 왔다면 우한뿐 아니라 중국 내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는 “만일 신종 코로나가 외국에서 발생해 중국으로 들어왔다면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발병해야지 왜 순차적
으로 생겼나”라고 반문한다.
외부 유입설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선 외부 유입설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중국의 물타기 전략으로 본다.
둬웨이는 네 가지 모두 가설이라고 말한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한데 이 논쟁에서 주목할 게 있다. 야생동물설을 제외한 미군 유포설과 중국 실험실 유출설, 외부 유입설 등은 지지
진영이 확연하게 둘로 나뉜다는 점이다. 중국의 ‘애국주의’ 진영과 ‘체제 비판’ 세력이 그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