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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궁지 몰린 아베... 한국정치 비웃던 일본의 반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8월 28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8월 초 재발했다면서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정식으로 밝혔다. 2020.08.28.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국회의사당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일본 검찰은 아베 전 총리측이 지역구 주민 등이 참가한 '벚꽃 모임 전야제' 비용의
일부를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8월28일 관저 기자회견에서 총리직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궁지 몰린 아베... 한국정치 비웃던 일본의 반전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우파 매체가 쏘아올린 '벚꽃스캔들' 특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그것도 한때 최고의 우군이었던 <요미우리신문>이 쏘아올린 특종 "벚꽃을 보는 모임의 전야제, 부족한 행사비 아베사무소가 지원했다"는 기사에 의해서다.

11월 24일 <요미우리> 조간 1면을 장식한 이 기사엔 아베 측이 지난 5년간 800만 엔 넘게 행사비를 지원했고, 그 차액 행사비에 관한 호텔 측의 영수증을 도쿄지검 특수부가 이미 확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요미우리신문>이 쏘아올린 특종 "벚꽃을 보는 모임의 전야제, 부족한 행사비 아베사무소가
지원했다"는 기사. ⓒ 요미우리신문

 
우파매체의 특종

이 기사가 힘을 발휘한 것은, 기사제목 앞에 붙는 '독자(独自)'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심심하면 '단독' 타이틀을 붙이지만, 일본 전통미디어가 '독자'(단독)를 붙이는 경우는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그야말로 특종이라고 스스로 판단할 경우에만 붙이며, 실제로 그런 기사들은 십중팔구 다른 매체에서도 인용한다.

즉, 명실상부한 특종이 되는 것이다. <요미우리>의 벚꽃스캔들 기사는 라이벌 <아사히신문>은 물론 아사히 계열사 <아에라>에도 인용될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났다. <요미우리> 최초 보도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아베 신조 수상 측이 주최한 '벚꽃 모임'의 전야제에 관해, 파티회장이었던 호텔 측에 지불한 총액이 작년까지 약 5년간 약 2300만 엔이었으나,

참가자들이 낸 회비총액은 1400만 엔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차액 800만 엔을 아베 측이 대신 냈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 측은 아베 쪽으로부터 차액을 수령했다는 증거로 영수증을 작성해 아베 측에 냈다고 한다.
특수부도 영수증의 존재를 이미 파악했다.
(특수부는) 호텔 측은 물론 아베의 공인 제1비서 및 사설비서 외 아베신조후원회 인사 등 이미 20명 이상으로부터 임의취조를 끝냈음이 확인됐다."


"아베는 지금까지 '사무소 차원의 경비지출은 일절 없고, 사무소가 보전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설명해 왔다.
한편 아베의 사무소는 23일 '고발 당한 후부터 설명을 요구받았기에 수사에 협력하고 있으며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 11월 24일 요미우리신문

등 돌린 우파

<요미우리>가 이런 기사를 내놓자마자 아베 전 총리 측에 섰던 사람들의 태도변화가 인상적이다.
아베와 비슷한 역사수정주의 우파 계열의 하시모토 도오루 전 오사카 시장은 29일 후지TV의 <일요보도 더 프라임>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금융완화도 경제적 관점에서 100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오사카 대개혁도 아베 총리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안 된다.

이번에 나온 요미우리의 기사 등을 보면 호텔 측이 차액에 관한 영수증을 줬다고 하고 증거도 있고 확보도 이미 했는데, 지금까지 아베는 그런 거 없다고 끝까지 말한 거 아닌가. 자기가 직접 확인했다는 발언까지 국회에서 몇 번이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라면… 이건 솔직히 중의원 자리도 사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시모토가 말하는 '거짓말'은 벚꽃스캔들에 관한 총리의 국회 답변을 의미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몇 번 거론했지만, 벚꽃스캔들은 아베의 결정적인 스캔들 중 하나이다.
2017년 <아사히신문>의 특종을 통해 밝혀진 모리토모 학원과 가케 학원 스캔들이 '최초'의 스캔들이라면 2019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 벚꽃스캔들은 아베의 사임은 물론 사법처벌까지 받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스캔들이라 할 수 있다.






 

▲ 24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들통 난 아베의 거짓말


2019년 5월 공산당의 미야모토 도오루 의원과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가 내놓은 기사 및 국회 질의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취임하고서부터 정부의 연례행사였던 '벚꽃을 보는 모임' 규모가 나날이 커져간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보통 참석인원이 7천에서 1만 명 정도였던 것이 아베 정권 시절 1만 2천, 1만 4천 등으로 늘어나다가 문제가 터진 2019년에는 무려 1만 8200명이 참가했다.


정부 행사이므로 당연히 국가예산으로 진행하지만, 이 벚꽃 모임의 참가 대상자에게 총리대신이 직접 초청장을 보낸다.
즉 총리 개인 및 자신의 지지세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그렇기에 초청장을 보내더라도 누가 봐도 사회적 공적이 뚜렷한 사람이나 유명인, 운동인, 문화인 등을 부른다.

그런데 이런 불문율이 아베 정권 들어서 이상해지기 시작해 야쿠자 등 조직폭력배 간부, 다단계 업체 대표 등이 이 행사에 참여해버린 것이다.
그들은 총리와 나란히 찍은 사진 혹은 아베 총리의 초청장을 자신들의 행사 및 홍보, 영업에 공공연히 이용해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아베는 또한 자신의 선거구인 야마구치현 지지자들을 초대해 수십 대의 단체버스에 태워 도쿄까지 오게 했는데 이 비용도 전부 예산에서 지불되었다.
<아카하타>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무려 850명이 50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도쿄에 왔다.
이들 교통비도 물론 국가예산으로 지불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물의는 빚더라도 아베 특유의 화법으로 잘 넘길 수 있었다. 사무적 착오라고 말하면 되니까.
하지만 예산에 규정된 것 이외의 행동, 이를테면 <요미우리신문>이 언급한 전야제의 비용을 사무소가 댔다고 한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바로 일본 공직선거법의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지금까지 아베는 "전야제는 참가자들의 회비로 진행됐으며 매년 조금씩 달랐지만 5천 엔에서 1만 엔 정도 회비를 받고 그것으로 충당되지 않을 경우 호텔 측이 선의로 해결하거나 그런 걸로 알고 있다"라며 "사무소가 부족한 돈을 대신 내주거나 하는 정치자금법 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해 왔다.

전야제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터진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아베는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호텔 측이 선의를 베풀었기 때문에 영수증이 없다고 공언했다.
또한 참가자 명부는 개인정보에 관련된 것이라 이미 폐기처분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요미우리>의 특종 한방으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특수부가 이미 그 차액을 아베 사무소가 보전한 증거인 영수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뇌물 및 뇌물공여죄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상 뇌물에 관련된 것은 연좌제이므로 장부 기재 책임자의 구속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베가 이거 전부 비서가 해서 나는 모른다라고 발뺌을 해도 공동 사법 책임을 지게 된다.


실제로 아베의 측근 중 한 명인 가와이 안리 의원은 지난 6월 지역구 시의원들에게 뇌물을 뿌렸다는 죄목으로 구속돼 재판 중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보좌관의 유죄가 확정돼 그 역시 사법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 관련 의혹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NHK

 

 

"아베를 버렸다"... "스가 배려한 특종"


이렇게 되자 <요미우리>가 아베를 버렸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아리마 하루미는 "다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아베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것으로 총재는커녕 정계 은퇴를 고려해야 하게 됐다"며 "아마 요미우리가 모종의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를 배려한 특종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 <주간현대> 편집장을 지낸 모토키 마사히코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벚꽃스캔들은 스가 총리가 유일하게 관여하지 않은 스캔들인 데다가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 매스컴에 슬쩍 흘린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던 것"이라며 "가만 생각해보면 (벚꽃 이벤트는) 전부 이마이 비서관이 기획했었는데 지금 관저에 아베나 이마이 쪽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뭐, 결국 권력싸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번 스캔들은 사법적 영역으로 넘어갔다.
사면초가에 몰린 아베는 이 난국을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까.
만약 아베 전 총리가 아무런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또다시 정치적 판단과 결탁으로 사건 자체가 유야무야된다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매번 '한국의 대통령은 퇴임 후 모두 불행했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한국 정치가 후졌다고 비아냥거리던 일본 매스컴과 식자층이 명백한 법률 위반을 행한 아베 신조 전 총리대신을 어떻게 논평할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7년 4월 도쿄의 유원지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해 지역구 유권자, 연예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EPA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AP뉴시스

 

 

 

아베 정치생명 기로에 섰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 
유권자들에게 불법 향응 제공 혐의
사실일 경우, 도덕성 치명상 

"이전처럼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
정계 은퇴설 모락모락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정치생명이 기로에 섰다.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불법적으로 제공한 혐의로 직접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1년 이상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소속 파벌인 호소다파에서 흘러나왔던 '총리직 재등판설'은 쏙 들어갔다.
심지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일본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흘렸다. 아베 전 총리는 검찰이 자신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면서도 "진실을 해명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성의 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 출석해 의혹에 관해 설명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단계에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반응했다.
아베 전 총리는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도쿄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 기념 사진. 이 행사는 일본
정부의 세금이 들어가는 국가적 행사다. AP뉴시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 측이 수년간 벚꽃놀이 행사때 지역구 지지자들을 초청, 향응을 불법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입건 여부와 별개로 이번 조사로 인해 아베 전 총리 정치인생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그간 벚꽃놀이 행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미 도쿄지검은 상당부분 이를 뒤집을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정계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며 "자민당 내 역학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직 각료 출신 한 정치인은 "이전처럼 공식 무대에서 활동하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에게 "두 번째 재등판을 말하는 사람도 없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친아베' 매체였던 산케이신문도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전 총리의 제1비서를 입건할 방침을 굳혔다면서 "자민당 내 아베 전 총리의 존재감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사태 선언 발령 대상
지역을 기존 7개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들에세 협력을 촉구했다.
2020.04.21./사진=[도쿄=AP/뉴시스]





 아베 '벚꽃모임'의혹 증폭, 스가-검찰-언론 합작일까

 

일본 검찰이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청한 가운데, 일각에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정계 복귀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일찍부터 '아베 후임자'를 자처했다.

그런데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아베 전 총리가 최근 대외 행보를 재개하면서 세 번째 총리 도전설까지 떠오르자, 스가 총리의 입지가 악화했다는 것.

사토 아키라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아사히신문 계열사의 월간지 론자에서 "소식통에 따르면 총리실에서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으로 (수사 정보가) 유출됐다"며 스가 총리와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이어 "(아베 전 총리를 전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공언하던)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명성을 단번에 실추시킬 수 있는 정보를 심지어 그를 충실하게 따르던 두 언론사에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이 정보를 언론사에 알려줬는지가 일본에서 화제다. 누설이 가능한 인물은 스가 총리의 최측근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부장관밖에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스가 총리가 수사 정보를 흘렸다는 시각이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을 제쳐놓고 외교의 최전선에 서겠다고 주변에 털어놓고 있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던 모양"이라며 "자민당 내에서는 벌써 '아베 3선'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스가 총리로서는 그런 목소리를 봉쇄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아베 전 총리의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의혹은 지난달 24일 요미우리신문 1면으로 제일 먼저 나왔다.
보도엔 아베 전 총리 측이 지난 2015~2019년 동안 각계 인사를 초청해 환담을 나누는 행사인'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에 800만엔(약 8300만원)이 넘는 행사비를 지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도통신의 추종 보도에선 아베 전 총리 측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4000만엔(약 4억17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회계 업무를 담당해온 비서가 행사 비용의 일부를 아베 전 총리 측이 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따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입건하기로 결정했다.

곧 조사를 받게 될 아베 전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정계에서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며 "자민당 내 역학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아베 전 총리에 우호적인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전 총리의 비서를 입건한다는 방침을 굳혔다"며 "자민당 내 아베 전 총리의 존재감 저하는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이지윤leejiyoon0@mt.co.k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 AFP=뉴스1

 

 

 

벚꽃 스캔들' 아베 국회 출석…"검찰 조사 성실히 임하겠다"

도쿄지검, 아베 비서 등 3명 약식기소 예정
아베 본인 기소 여부는 대면조사 이후 결정될 듯


아베 신조 전 총리가 4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벚꽃 스캔들'에 휩싸인 아베 전 총리는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의 사정청취(事情聴取) 요청에 대해 "언론보도에 대해 알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전제한 후 "진실을 해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의를 가지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전 총리 본인에게 사정청취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정청취는 참고인 신분으로 아베 전 총리를 대면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쿄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 행사의 일부 비용이 정치자금으로 충당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기재하지 않은 비용은 4000만엔(약 4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아베 전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전야제의 모든 비용은 참석자가 자기 부담으로 지불했다"고 해명했으나 전야제 비용의 일부를 아베 전 총리 측이 부담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호텔 영수증과 명세서가 대거 발견되면서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날 아베 전 총리는 과거 국회 답변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내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던 사항을 답변했다"며 자신은 무고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전혀 몰랐고 비서의 단독 행동이었다는 '꼬리 자르기'다.


야당의 국회 참고인 출석 요구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현시점에선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사히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야제를 주최한 '아베 신조 후원회'의 대표를 맡은 아베 전 총리의 공설 제1비서와 후원회 사무 담당자 2명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할 방침이다. 아베 전 총리 본인의 기소 여부는 사정청취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베 전 총리의 '벚꽃 스캔들'은 '아베 계승'을 자처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에도 타격이 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의 관방장관이었던 그에게 벚꽃 스캔들에 대한 질문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2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사실이 틀렸다면 당연히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pbj@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사진=AFP

스가 과소평가한 아베, 이번에 정치생명 끝날 수도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본 아베와 스가의 권력 암투
  

"벚꽃 보는 모임 등 아베 정권을 괴롭혀왔던 비리가 여럿 있다.
하나는 벌써 재판이 시작됐고 아베 총리도 곧 참고인으로 불릴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검찰측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은 스가뿐이다." 
(관련기사: 호사카 교수 "스가는 아베다? 난 좀 다르게 봅니다")
지난 9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관방장관이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해졌을 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즉,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아베 총리가 스가를 총리로 민 이유는 그가 '검찰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럼 결국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라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베 관점에서는 그것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호사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베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다시 불거진 '벚꽃 보는 모임' 사건에서 아베측 사무소가 초대된 지역 주민들의 저녁 식사비를 일부 대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호사카 교수는 대납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흘린 곳이 다름 아닌 스가 총리 측이라는 의혹을 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아베를 지켜줄 것으로 믿어졌던 스가측이 배신한 게 되는 셈이다.

초췌한 얼굴을 하고 건강 때문에 그만둔다고 선언하던 아베 전 총리는 요즘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을 회복하고 정치활동 및 언론인터뷰도 활발히 벌여 내년 가을 3번째로 다시 총리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었다.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와의 사이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호사카 교수에게 들어본다.

"자신의 비리 덮어줄 사람은 스가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베정권 시절 불거졌던 벚꽃 보는 모임 비리 의혹으로 아베 전 총리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아베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벚꽃 보는 모임 스캔들이 그렇게 중대한 것인가.(최근 일본 언론들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최근 5년간 아베 전 총리 측이 세금이 들어가는 국가적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에 지역구 주민들을 대거 초청해 놓고, 도쿄의 최고급 호텔에서 전야제를 열어 식사비용 40%를 대납해준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 기자 주)
"아베는 총리 재임시 국회에서 벚꽃 보는 모임 참가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을 1년 내내 부정해왔는데 그게 허위였다는게 사실상 밝혀진 것이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등의 혐의가 짙다.

물론 아베는 비서한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한다. 비서만 기소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연좌제라는 게 있어서 아베가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게 사실이다.
전에도 이런 사건이 있었을 때 비서뿐 아니라 그 위 정치인들의 정치생명도 사실상 끝났다.
그래서 아베의 정치생명은 끝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 아베는 재임중 일어난 여러 스캔들을 잘 피해왔는데, 이번엔 왜 꼬리가 밟혔나.
"호텔측에서 아베 후원회측에 건네준 영수증의 사본이 남아있다는 보도가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나온 것이다.
주목할 것은 정보를 제공한 인물이 스가 총리 측근인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부장관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내용이라서 기밀인데, 수사중인 내용을 언론에 누설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경찰 출신이며 검찰과 라인이 있는 그밖에 없다는 게 일본 언론이 보는 시각이다."
- 지난 9월 인터뷰 때 "퇴임 후 자신의 비리를 덮어줄 사람이 스가밖에 없어서 아베가 스가를 밀어준 것"이라고 분석했었는데, 그간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베가 스가에게 그걸 기대한 것은 맞다. 당시 아베는 스캔들 때문에 그만두고, 스가는 총리가 되는 조건으로 막아준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벚꽃 스캔들은 이제 다 끝났다고 했는데, 아베가 스가를 과소평가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스가가 잘못하면 자신이 다시 한번 총리로 나올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 것 같다.
아베가 '3번째 총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자민당 안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 아베는 그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치활동을 활발하게 재개했고 건강도 좋아지고."
- 안색을 보면 건강이 완전 회복된 것 같더라.
"건강이상설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회복될 것이면 사임할 필요도 없었다고 본다.
자신이 갖고 있는 부담을 스가에게 다 넘겨주고 조금 쉰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3선 꿈꾸는 아베의 발을 묶어놓기 위한 스가의 작전"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된 뒤 아베 신조 전 총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 내년 9월 선거에서 연임을 꿈꾸는 스가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겠다.

 

"아베를 지원하는 극우들 사이에선 아베가 다시 한번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고 아베도 '창생일본'이라는 의원연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말할 때마다 '외교는 내가 해야겠다'는 식으로 주위에 많이 얘기한다고 한다.
결국 이번은 스가쪽에서 아베의 발을 묶어놓기 위한 작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스가가 마음만 먹으면 아베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는데 아베쪽이 너무 설치니 약속을 안 지키게 된 것 같다.
오히려 그렇게 확실한 비리를 덮어주다가는 스가 자신도 굉장히 위험해진다.
왜냐면 900명 이상의 법률가들이 아베를 고발하고 나섰고 국회도 아베의 출석을 요구하는 등 총공세 중이기 때문이다."
- 아베와 스가 사이에 권력 암투가 시작된 느낌이다.
"아베와 스가의 대립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왔다.
한국에서 잘 보도가 안됐을 뿐이다. 노선의 대립 이상으로 스가에 대한 아베의 불신이 있었다.

지난해 스가가 미국을 한번 다녀왔는데, 그때부터 스가가 포스트아베를 노리는 게 아닌가 최측근들이 아베에게 많이 얘기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스가에 야심이 있다고 아베가 생각하기 시작했고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 그래도 8년간이나 총리와 관방장관으로 호흡을 맞춰오지 않았나.

"아베가 최측근 이마이 다카야 비서관의 말을 너무 들었던 것 같다.
이마이가 항상 아베에게 스가는 안심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2월말 코로나가 퍼지자 갑자기 일제휴교령을 냈는데 당시 스가는 회의에서 제외됐다.
관방장관이 들어가지 않는 회의는 있을 수 없다. 아베노마스크 등 이마이가 결정한 정책은 하는 것마다 실패했다.

관료들을 장악하고 있는 스가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료들이 만들 수 없는 이상한 정책이 나온 거다. 그래서 아베의 지지율이 엄청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스가가 복권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6월부터 아베는 뒤로 물러나고 스가가 전면에 나서서 모든 정책을 관장했다. 이후 스가가 부상하고 결국 총리가 된 것이다."
- 칼은 현 총리인 스가가 쥐고 있는데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아베가 진짜 법정에 설까?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야당은 국회에서 정확히 설명하라며 아베를 궁지에 몰고, 증인으로라도 법정에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몰아갈 거다. 현재까지 정치스캔들이 나면 비서가 유죄를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는 70년대 총리를 지냈던 다나카 가쿠에이가 구속되어 유죄를 받은 사례가 유일하다.
아베가 어떻게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
- 2인자인 관방장관이었던 스가도 책임이 있지 않나.
"스가는 지금까지 총리인 아베에게 몇 번이나 확인해서 답했다며 모든 책임을 사실상 아베에게 떠넘겨버렸다.
스가가 역시 아베를 보호하지 않겠구나 하고 추측할 수 있는 지점이다."
- 아베도 만만한 사람은 아닌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대처하기 어려울 거다.
아베는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것이지만, 스가는 관방장관으로 각 부처와 검찰을 장악하고 있다."
- 모리토모학원 문제나 가케학원 문제 등 다른 스캔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되고 있나.
"진행되고는 있는데 뚜렷한 증거가 없다.
하지만 증거가 있다 해도 스가쪽에서 다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가 입장에선 한꺼번에 다 꺼내놓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
- 아베가 무섭겠다.
"이게 일본의 스타일이다.
아베가 총리를 계속 했다고 해도 검찰라인을 갖고 있는 스가가 얼마든지 터뜨릴 수 있었다.
스가는 사실상 괴물이다.
그렇게 만들어놓은 게 아베다. 일은 다 스가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편하게 위에서 놀았다.

내부의 권력기반은 스가가 약 8년에 걸쳐 다 장악했다.
관방장관은 단순한 대변인이 아니라 관료들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자리다."


   
"한일 관계 단절되면 일본이 더 큰 손해... 정상화 될 것"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 하나.
양국이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경색돼 있는 양국 관계를 풀어보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아베는 강제징용 문제 하나로 한일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그러나 스가는 전체적인 관계속에서 분리 전략을 쓰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투트랙과 비슷한 것이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관계 속 하나의 문제일 뿐이고 나머지 타협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보자는 움직임이 벌써 시작되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의 박지원 국정원장이나 일본의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같은 정치인들이 많이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일본이 한국 기업인들의 무비자 입국도 허용했다.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을 부르자고 하잖나.

일본도 북일수교, 납치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큰 그림은 강제징용은 하나의 문제로 묶어놓고 나머지는 협력으로 가는 움직임이다.

지금은 일본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만, 설사 현금화가 되더라도 일본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 문제만 떼어서 대응하지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걸고 대응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현금화되면 국교 단절이라도 할 듯이 위협한다.
"아베 때는 극우파라서 한국 때리기가 그들의 중심적 이념이었다.
이제 거기서 벗어났다고 본다. 스가 정권에서는 그런 식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도 못할 것이다.
한일 관계를 단절시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일본 경제가 더 타격을 입는다.

지금 일본 경제는 한국보다 10배는 더 어렵다.
한국 사람을 유치해야만이 지금 일본내 관광업을 정상화시킬 열쇠가 된다.
미중갈등 때문에 중국사람을 유치하는 것은 힘들고, 아니면 한국밖에 없다.
그리고 스가 정권을 만든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은 친중친한파라서 중국이 안되면 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게 스가정권의 기반이다.
아직 아베-아소라인이 내각에 남아 있기 때문에 빨리빨리는 못하지만 서서히 외교관계도 정상화될 거라고 본다."
- 대단히 낙관적이다.
"어느 정도 낙관적이다.
아베는 항상 한국이 나쁘고,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고,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얘기를 1년 내내 해왔지만 스가정권이 되어서는 그런 말이 없어진 것을 봐라.
가끔 지금까지 해왔던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정도로 톤다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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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리 재임 때인 5월 25일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벚꽃’ 필 무렵, 스가는 아베를 버린다?

 

日검찰, 벚꽃스캔들 관련 아베 직접수사 방침에…
현정권 ‘前총리와 거리두기’로 활용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게 ‘사정청취(事情聽取·대면조사를 의미)’를 요구했다고 NHK방송이 3일 보도했다.
그가 총리 재임 당시 ‘벚꽃을 보는 모임(이하 벚꽃 모임)’ 전야제 때 지지자들에게 향응을 베풀었다는 혐의와 관련한 것이다.

사실이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아베는 그동안 국회에서 전야제 비용은 참석자가 다 부담했다고 해왔지만, 검찰은 그와 관련해 직접 해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베는 “검찰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했으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전직 총리가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는 건 드문 일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계에선 ‘아베 후계자'를 자처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 측이 이번 사건을 아베와 거리를 두는 ‘아베 바나레(安倍離れ·아베로부터 떨어진다는 의미)’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와 아베 신조 전 총리. © 로이터=뉴스1

 

 

지난 5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이 사건의 골자는 아베 전 총리 후원회가 2013년부터 정·재계 인사 등을 초청해 환담하는 벚꽃 모임에 앞서 도쿄 유명 호텔로 지지자들을 불러 전야제를 개최하면서 이들의 식사비 중 절반 이상을 부담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측에서 참석자에게 1인당 약 6000엔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900만엔(약 9432만원) 이상을
대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사건이 아베까지 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아베 후원회 대표였던 그의 비서를 처벌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아베는 몰랐다”고 하면 수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언론은 연일 이 기사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하순 1면 톱기사로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한 후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계와 언론에선 그 배후에 스가 총리 측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권 측에서 관련 정보를 흘렸을 수 있고, 이는 아베의 도움을 받아 집권한 스가가 이젠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는 지난 9월 건강 악화로 사임한 후에도 정치적 활동을 계속해왔다.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두 차례 참배했고, 자신의 지지 모임에 연일 참석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스가 총리가 단명(短命)하면 그가 내년에 다시 총리로 등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상황에서 그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그의 정치적 활동이나 영향력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의 정계 상황에 밝은 한 소식통은 “스가 총리 측에서 이번 사건이 확대되도록 움직였거나 그렇게 되도록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번 사건은 아베가 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의 2일 만평은 이런 해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만평에서 스가는 어두운 방에서 ‘벚꽃 영수증’이라고 적힌 종이 뭉치로 ‘포스트 스가(스가의 후임)’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는 아베의 뒤통수를 내려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 만평이 상상(想像)이라면서도 ‘권력의 뒷방은 무시무시하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런 흐름은 인사(人事)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가는 최근 아베의 외교 브레인이었던 하야시 하지메 국가안보국(NSS) 차장을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으로 교체했다. 하야시는 아베의 2006년 1차 집권 당시 비서관 출신으로 지난해 9월부터 NSS 2인자로 활동하며 아베의 신임을 받아왔다. 일본 정가에서는 이번 인사를 아베의 측근을 쳐내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스가가 아베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기타무라 시게루 NSS 국장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기타무라는 아베가 2차 집권한 8년간 내각정보관(국정원장 격), NSS 국장으로 활약하며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아베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고위 공무원’으로도 꼽힌다. 지난해 아베가 가장 많이 만난 이도 160회 이상 면담한 기타무라였다.
하지만 스가는 지난 9월 취임 후 특별히 그를 중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를 만나는 횟수가 아베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고, 특히 독대(獨對)하는 경우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기타무라는 내년 1월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차관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동서남북] 스가, 아베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영원한 ‘넘버2′라던 스가 총리
정부 숙원이던 통신비 인하 해결
실무와 디테일, 추진력 남달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인 9월 28일,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파벌 의원들의 자리다.
식사도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뜬 스가 총리는 차로 10분 거리의 중국 요리점에 갔다.

이곳엔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의 파벌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아베 전 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은 자민당 총재 경선 때 스가를 총재로 만든 두 파벌의 수장이다.
같은 날 겹친 저녁 일정을 조율 못 한 채 양쪽을 전전한 모습은 최대 파벌은커녕 소수 파벌의 수장도 아닌 스가 정권의 취약한 장면으로 비췄다. ‘단명(短命)할 정권’, 다들 그렇게 봤다.
취임 석 달이 지나지 않은, 이달 3일 일본 소비자에겐 ‘낭보(朗報)’가 들렸다.
일본 통신 기업 NTT도코모가 휴대전화 요금을 내린다는 발표다.
내년 봄에 데이터 20기가바이트(GB)의 상품을 월 2980엔(약 3만1400원)에 내놓는 것이다.
대략 5만~6만원 정도였는데 파격적인 요금 인하다.

NTT도코모는 우리나라로 치면 SK텔레콤 같은 회사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신요금으로 악명 높다. 20여년간 일본 정치권과 여론의 온갖 비판에도 일본 통신업체는 꿈쩍도 안 했고, NTT도코모는 매년 8000억~9000억엔(약 9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20% 안팎이다.
말 그대로 돈을 긁어모은 것이다.

국내서도 SK텔레콤이 욕을 먹지만 영업이익률은 6% 정도다.
최약체 정권이라는 스가 총리가 고이즈미 정권도, 아베 정권도 못한 일을 단숨에 해낸 것이다.
“국민이 봐서 ‘당연한 일'을 한다”는 스가 총리는 취임 초부터 20기가 데이터의 상품을 콕 집었다.
10여년 전 통신산업 규제의 주무부처인 총무성 장관을 한 경력도 있다.
1948년생인 그의 이력서는 역대 총리와 딴판이다.
일본의 뿌리 깊은 정치권 관행인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많은 세습 의원'도 아니고, 명문대나 직업 경력 같은
화려한 이력도 없다.
아키타현의 딸기 농가 장남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버스를 타고 도쿄로 상경, 골판지 공장에 취업했다.

고된 공장 일을 못 견디고 2달 만에 그만두고 호세대에 뒤늦게 입학했다. ‘가장 학비가 싼 대학'을 골랐다고 한다.
10년 넘게 중의원 비서를 하다가 요코하마 시의원을 했고, 40대 후반에야 중의원에 당선됐다.
한 번도 보스였던 적이 없다.

대학 때 가라테부였는데 그때도 부주장이었고, 시의원 때는 요코하마 시장의 오른팔이었다.
아베 정권 8년간 ‘넘버 2’인 관방장관이었다.
그를 우리말 흙수저와 비슷한 ‘쿠로닌(苦勞人)’이라고 부른다. 고생 끝에 세상 풍파를 이해한 사람이란 뜻이다.
사실 한평생을 ‘넘버 2′의 보좌 역할을 해온 스가 총리는 실무와 디테일, 추진력이 최강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막후에서 정치인을 움직이는 진짜 실세라는 엘리트 관료나 재계가 ‘가장 무서워하는 정치인’이다.
스가 총리를 국내에선 아베 전 총리보다 덜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때때로 전투기에 앉은 사진을 공개해 제국주의 냄새를 물씬 풍긴 아베와 비교하면 그를 얌전한 인사로 본다.
재계의 지인은 “아베처럼 갑자기 반도체 수출 규제하는, 비상식적 국수주의자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근거는 없고 느낌이 그렇단다.

주변 정치인이나 관료·언론인들도 비슷하게 말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본에선 부친이 일본 제국주의 시절에 가난 탓에 만주로 이주했다가 패전으로 죽을 고비를 겪은 집안인데도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 일본'을 운운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 ‘아베보다 좀 더 오른쪽'이란 평가도 나온다.

일본 언론사의 지인은 “스가 총리는 일본에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으로 꼽힌다”며 “오랜 세습(世襲) 총리의 고리를 끊고 바닥부터 혼자 힘으로 올라온 그인 만큼, 향후 행보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명문가 후광으로 승승장구한 아베보다, 쓴맛을 아는 스가의 칼이 날카로울 것이란 얘기다.


성호철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일본 검찰, 아베 직접조사 예정… 정권 3인방 위기 

 

도쿄지검 특수부, 벚꽃 스캔들 관련 사정청취 요청
후원회 관계자는 입건…기소 전제로 수사 중인 듯
계란 스캔들에 스가·니카이 포함 정권3인방 위기

일본 검찰이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이하 벚꽃 스캔들)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직접 조사를 위한 출석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3일 NHK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벚꽃 스캔들과 관련해 아베 전 총리에게 임의 사정청취(조사)를 요청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 후원회가 2015∼2019년 5년간 벚꽃 모임 전야제 개최에 소요된 비용 2000만엔(약 2억2000만원) 중 800만엔(8800만원)을 지원하면서 관련 내용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회계보고서)에 누락한 정치자금규정법 위반혐의(불기재)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NHK는 “검찰은 아베 전 총리 본인이 수지보고서의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검찰의 사전청취 요청을 받았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이자 아베 전 총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 기관의 활동 내용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답변을 삼가겠다”며 “아베 전 총리는 지금까지 국회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설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후원회 대표인 아베 전 총리의 비서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검찰이 기소를 전제로 벚꽃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검찰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면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소식통은 “일본 검찰로서는 전직 총리를 수사해 입건을 하지 못하거나 (재판에서) 유죄가 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된다”며 “권력과 검찰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월 차기 검찰 수장(검사총장)에 앉히기 위해 검찰 내부의 인사 원칙을 무시하고 측근인 당시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등검찰청장의 정년 연장 무리수를 썼다.
이에 대해 차기 예정자이었던 하야시 마고토(林眞琴) 나고야 고검장(현 검사총장)을 중심으로 한 검찰의
반발이 있었던 알려졌다.

구로카와 전 고검장이 내기 마작 스캔들 보도로 낙마한 배경에도 검찰 내부의 반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검찰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베 전 총리는 물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등 현 정권의 핵심 인사 3인방이 잇따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일본양계협회 특별고문에게서  500만엔( 5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전 농림수산상도 수사 중이다.
자민당 6선 의원인 요시카와 전 농림상은 니카이파 소속이자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스가 진영의 사무국장을 맡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건의 성격이 명확해지면 정권이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2019년 4월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함께 도쿄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매사에 꼼꼼하고 진지한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스가 총리가 전임자보다 일본 사회에서
인기가 없는 건 이미지 정치에 실패했기 때문일 수 있다.
. 일러스트 김일영.



아베가 낫다" 일본 여론은 왜 스가 총리에 야박할까

◇“아베가 낫다,” 스가 총리에 대한 야박한 뒷골목 인심

 

일본 사회가 새 총리를 맞이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새 지도자에 대한 뒷골목 인심이 영 야박하다.
벌써부터 새록새록 “전임이 낫다”는 식의 이야기가 들리니 하는 말이다.
스가 총리는 선거로 뽑힌 인물이 아닐 뿐 아니라, 전임 총리의 내각에서 오랫동안 중직을 수행해 왔다.

나날이 악화하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이렇다 할 대책을 못 내놓으니 여론이 좋을 리는 없다.
그렇지만 정책적인 면에서 딱히 이전과 다른 점이 없는데 “전임이 낫다”는 평가에는 쓴웃음을 짓게 된다.
사실을 말하자면, 상황은 전임 총리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말이다.

정치가는 정치적 통찰력과 실천을 통해 평가받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본 시민이 지도자에게 바라는 인간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현직 총리에 대한 박한 평가를 일조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호탕함’의 나카소네 총리, ‘솔직함’의 고이즈미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 (中曽根康弘, 1982~1987년 재임)씨는 60명이 넘는 일본 역대 총리 호감도 투표에서 늘 톱 3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고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져,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이다.

훤칠하게 큰 키의 호남형 용모에 호탕한 성격으로 소위 ‘일본인’의 내성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미국 보수 정권을 이끌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서로를 ‘론’, ‘야스’ 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한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개인 별장에서 그를 대접했던 일이 유명하다.
서양에서 ‘토끼집’이라는 야유를 들었던 소박한 일본식 가옥 (총리의 별장이 소박했다는 뜻은 아니다.

넓은 부지에 전용 수영장까지 딸린 호화로운 개인 별장이었지만 주 건물은 천장이 낮고 아담한 사이즈의 전통적 다다미 가옥 형태였다) 으로 천하의 미국 대통령을 안내하는 그의 모습이 일본인에게는 더없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기모노 겉옷을 걸치고 다다미 방에서 서투른 양반다리로 주저앉은 상황이며,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고 일본식으로 공손하게 술잔을 받든 장면 등은 서양 문화를 배워야 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했던 일본 사회에 대단히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양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의사 표현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의식하는 일본 사람들은 어색한 대인 관계야말로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통 능력의 부족으로 자기의 장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다는 자격지심도 있다.
나카소네 총리 특유의 자신만만하고 대담한 제스처는 이런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그가 총리를 지내던 시절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외교력이 급성장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67세의 나이에 수영복 차림으로 풀로 뛰어드는 모습을 매스 미디어에 공개할 정도로 스스럼없는 성격, 서양의 정치 지도자를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 속으로 이끄는 자신감은 일본인이 동경하고 기다린 지도자의 인간적 면모이기도 했다.
정치인의 인간적 면모를 논하자면 속시원한 언행과 파격적인 행보를 실천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郎, 2001~2006년 재임)씨도 빼놓을 수 없다.

매사에 절차를 따지는 일본 사회의 성향과는 한참 동떨어진 이 정치가를 표현하는 한 단어는 ‘솔직함’ 이다.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거침없이 승부수를 던지는 그의 정치 스타일에는 ‘고이즈미 극장’ 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그는 거대 정당의 무대 뒤에서 벌어지던 파벌의 암투를 카메라 앞으로 끌고 나왔다.

마치 한판의 연극을 보는 듯한 극적인 정치 해법이 화제를 불러모았다. ‘
고이즈미 칠드런’, ‘자객 공천’ 등 자극적인 용어가 더없이 어울렸던 그의 스타일은 매스 미디어를 입맛대로 다루는 포퓰리즘 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계파 뒤에서 세력을 다투는 음험한 파벌 정치에 지쳐있던 일본인들에게는 파격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그가 일본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로 보였다.

그는 총리 재임 때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누구보다도 ‘탈원전’을 주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원전을 추진하는 현 정부에 대해 주저없이 신랄한 비판을 퍼붓곤 한다.

정치가로서는 일관성이 없다는 눈총도 받을 만하지만, 사람들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의 인간적 면모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듯하다. “실패하지 않는 인간은 재미가 없다”, “새로운 스트레스로 이전 스트레스를 잊는 것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라는 등 위트있는 명언도 여럿 남겼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의 언행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내향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인간적 매력이 재임 기간 내내 높았던 대중적 인기의 바탕이 되었다.
스가 총리의 스타일은 이런 선대 총리들과는 전혀 다르다.
국회 연설이나 매스 미디어를 상대하는 담화를 통해 파악하는 바, 그는 매사에 성실하고 꼼꼼하며 진지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의바르게 우회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이다. 좋게 말하면 일본 사회에 무리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성격이지만, 의외로 그 속에 일본인 스스로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측면도 숨어 있다.

성실함은 결단력 부족, 꼼꼼함은 신속함의 결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호탕함’의 나카소네, ‘솔직함’의 고이즈미가 일본 사회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로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스가 총리는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일본적’ 성향을 두루 갖춘 듯이 보이는 듯하다.
이렇다 할 인간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전임 아베 총리는 이웃 나라에서는 평가가 바닥을 치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의외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산적해도 그나마 ‘대외적으로 할 말은 하는 당당함’ 이라는 이미지가 그의 대중적인 인기를
도운 측면이 크다.
인간적 면모에 대한 평가가 늘 정치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아니다. 나카소네 총리는 총리 신분으로는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했다. 유능한 외교가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무책임하게 이웃 나라와 불화의 씨앗을 뿌린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개혁가라는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차남에게 지역구를 세습하는 ‘구악’을 답습했다.

수십년 동안 이렇다 할 정권 교체 없이 유일한 거대 정당에 기대어 온 일본 특유의 정치적 풍토에서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판단보다 정치가 개인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부정적으로 강화된 측면이 있다.
말이 좋아 인간적 면모이지, 매스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에 의존할 뿐이라고 비난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에 대해 공존하는 기대와 우려
한국 사회에서도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보다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가 점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적절한 타이밍에 소셜 미디어에 속시원하게 의견을 밝힐 줄도 알아야 하고,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해 우스갯소리를 받아 치는 센스와 유머 감각을 자랑할 필요도 있다.
심지어는 정치인이 국회에 출근하는 옷차림까지 화제가 되곤 하니, ‘이미지 정치’의 시대를 실감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즘 같은 시절에, 정치가라면 100% 정치적인 주장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이상론일지도 모른다.
여론에 호소하고 여론을 기대야 하는 정치인에게 나름의 이미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정책보다 이미지’라는 불건전한 정치 전략이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경화 칸다외국어대 준교수





사이타마=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사이타마현 항공 자위대
이루마 기지를 방문해 항공사열식에 참석했다.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