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노령층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 FDA 자문위가 긴급사용 권고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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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서 백신 접종 돌입… 한국은 '감감무소식
첫 백신 64곳·5개 연방기관 배송
2021년 1분기까지 1억명 접종할 듯
“백악관 근무자들은 늦게 맞아야”
트럼프 ‘우선 접종’ 언론보도 부인
加·英 등서도 이미 예방접종 돌입
韓 도입 아스트라제네카 승인 지연
빌 게이츠 “일상 복귀 2022년 후 가능”
미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4일(현지시간) 시작된다.
내년 1분기까지 약 1억명의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캐나다 등도 속속 백신 접종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은 언제 백신 접종이 가능할지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개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복귀는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낙관을 경계했다.
13일 CNN 등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전날 결정한 백신 사용 권고를 이날 수용했다. 앞서 CDC의 ACIP는 전날 “16세 이상 미국인이 접종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화이자 미시간주 공장에서 생산된 290만명분 백신은 이날부터 16일까지 미 전역으로 배송된다.
오전 8시29분 백신을 실은 3대의 트럭이 방탄복을 입은 보안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공장을 떠나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첫 백신은 64개 주(州)·미국령·주요 대도시, 5개 연방기관으로 배송되는데 모두 영하 70도에서 보관될 수 있는
유통센터를 거친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부터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던 언론 보도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접종 계획을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백악관 근무자들은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접종을) 다소 늦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요양시설 직원 및 환자 등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 돼야 한다는 보건의료계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미시간주 포티지의 화이자 제약공장에서 13일(현지시간) 직원들이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운송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있다.
포티지 AP=연합뉴스
몬세프 슬라위 백악관 백신개발 책임자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년 1분기까지 1억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까지 미국인 약 1억명이 코로나19 면역력을 갖게 된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을 통해 1000만명분, 글로벌 백신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4곳의 백신 3400만명분을 국내에 들여온다.
다만 접종 시기는 백신이 언제 들어와 승인을 받느냐가 관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내년 2∼3월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국내 생산한 제품을 단계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아스트라제네카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히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화이자 등 다른 백신의 국내 공급 시기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나라가 각 제약사와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물량 때문에 국내 공급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연말까지 적어도 2개 이상 제약사와 계약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공급 시기도 계속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골절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정 청장은 2주 만에 코로나19 브리핑에 나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어렵사리 백신이 만들어지고 또 접종에 돌입했지만 인류의 삶이 당장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CNN에 출연해 “2022년 초에도 바이러스 재유입 위험성이 있을 것”이라며 “사태를 잘 관리한다면 12∼18개월 후쯤 정상 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여름부터 약 9개월 동안은 대규모 집회 등을 여전히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이진경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방역강국 한국, 코로나 백신 개발 뒤처진 속사정
●코로나19 백신 개발, 미국‧중국‧유럽 각축전
●3상 진행 후보물질 11개, 한국 제약사 참여는 全無
●감염병 관련 논문 수 중국 세계 3위, 한국 16위
●바이러스 취급 가능 연구시설, 민간엔 2개뿐
●감염병 예방치료 R&D 예산, 2020년 처음 편성
언제, 어떤 제약사 백신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인가.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많은 이가 궁금해 하는 주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 러시아, 벨기에, 인도 등에도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백신 후보물질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1월 12일 현재 3상 후보물질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는 중국(4개)이다.
미국이 3개로 뒤를 잇고, 영국 러시아 벨기에 인도가 각각 1개씩 3상을 진행한다.
총 11개 후보물질 가운데 한국 제약사 또는 연구기관이 개발에 참여한 물질은 하나도 없다.
한국은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1상을 진행하는 게 전부다.
방역과 진단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이 백신 개발에서는 왜 이렇게 뒤처진 걸까.
우리 기술로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고 수입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기초연구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감염병 관련 논문 수 중국 세계 3위, 한국 16위
11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이로써 한국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백신 후보물질은 2개가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강희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감염병을 주제로 한 논문 수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연구 역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세계 20위권에 턱걸이를 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 책임연구원은 세계 최대 학술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 등을 활용해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발표된 국가별
논문 수를 집계했다.
세계 1위는 9만3914편을 발표한 미국으로 확인됐다.
이어 영국(2만9902편), 중국(2만2321편), 프랑스(2만1633편), 독일(1만5626편), 인도(1만5456편)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나라들이다.
해당 기간 한국이 발표한 감염병 관련 논문은 7677편으로 세계 16위에 그쳤다.
논문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인 ‘상대적 피인용지수’를 봐도 한국의 감염병 연구 역량은 세계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논문 수 상위 20개국 가운데 상대적 피인용지수 1등 국가는 스위스(2.04)로 나타났다.
벨기에(1.82). 영국(1.68), 네덜란드(1.65) 독일(1.63) 등도 전체 평균(1.0)을 훌쩍 뛰어넘는 논문 피인용지수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0.87로 미국(1.52)은 물론 중국(1.05)에도 뒤지는 수준이었다.
강희종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보이는데 관련 통계를 보면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중국은 오랜 시간 관련 분야를 성장시켜왔고, 지금은 논문 양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감염병 분야 상위 10%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으로 범위를 좁혀 봐도 중국의 성장이 쉽게 확인된다.
1996년 한 해 동안 중국이 해당 그룹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6편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그 수가 1664편으로 277배 이상 늘었다. 2000년(22편), 2005년(120편), 2010년(469편), 2015년(1047편) 등 5년 단위 추이를 보면 2010년대 이후 중국의 관련 분야 연구역량이 급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1996년 당시엔 13편으로 중국에 다소 앞섰으나 2018년 기준 32편으로 10년 넘게 사실상 ‘제자리걸음’ 상태다. 같은 기간 감염병 연구 1위 국가 미국의 논문 수가 2000편에서 7160편으로 약 3.6배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진다.
감염병 연구 한국 1위 서울대, 세계 73위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
후보물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개별 대학, 연구소 상황을 봐도 우리나라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앞서가는 국가들에 못 미친다.
강희종 책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09년부터 2018년 사이에 감염병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대학은 서울대(1250편)다.
논문 수 면에서 국내 2위 연세대(750편)를 큰 차로 따돌리는 압도적 1위지만, 세계 순위는 73위에 불과하다.
1위 미국 하버드대(6179편), 2위 미국 존스홉킨스대(5735편) 등은 물론 64위 중국 푸단대(1365편)에도 뒤진다.
한국 대학 가운데 감염병 논문 편수 세계 150위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73위), 연세대(149위) 등 2개인 반면 중국은 5개 대학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공공연구기관 가운데 2009년부터 2018년 사이에 감염병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곳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9880편)였다. 최근 코로나19 대응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는 기관이다.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연구기관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중국의 경우 세계 8위를 기록한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1974편)를 비롯해 7개 공공기관이 세계 50위 안에 포진했다.
우리나라 연구기관은 논문 615편을 발표한 국립보건연구원(37위)이 유일하다.
국립보건연구원 논문의 상대적 피인용지수는 0.72로 평균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1.32)보다 크게 낮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 연구진이 해외 유력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도 많지 않다.
4월 김우주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팀이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한국 코로나19 무증상 징후의 과제들’이라는 논문을 실었고, 5월에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셀(Cell)에 게재했다.
손에 꼽히는 성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세계 주요 학술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싣는 상황에서 한국 과학자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초분야 과학자는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바이러스 관련 기초연구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배양처럼 병원체를 직접 취급하는 실험을 하려면 연구자 안전 보장 설비를 갖춘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Biosafety Level 3, BL3)’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평소 마음 놓고 관련 연구를 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5월 20일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국내 BL3 허가 시설은 전국에 73개가 전부다. 공공기관(54개)과 교육기관(11개) 의료기관(6개)을 제외하면 민간이 가진 시설은 2개 뿐이다. 제약사나 바이오기업이 코로나19 병원체 관련 연구를 주도하기 힘든 셈이다. 올 봄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지원단’이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요청 사항을 조사했을 때도 “후보물질의 유효성 평가 시설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공공기관 내 BL3 등을 중심으로 전국 31개 BL3을 확보해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연구그룹에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성과를 기대하는 사업으로, 기초연구 환경 개선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 예방치료 R&D 예산, 2020년 처음 편성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 후보물질. 아스트라제네카는
11월 23일 이 물질이 최대 90% 이상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여러 면에서 현재 한국은 코로나19 백신을 선도적으로 개발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소가 만든 백신을 확보해 안전하게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감염병 연구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충격 이후 한국 방역 역량이 급성장했듯, 코로나19가 국내 바이러스 연구 수준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재정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신종감염병 관련 예산은 2015년 688억여 원에서 2016년 1608억여 원으로 약 134% 증가했다. 2020년에는 1943억여 원으로 더욱 늘었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약 23%로, 같은 기간 보건지출 증가율(약 5%)의 4배를 상회한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5년 간 이어진 집중 투자가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한국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얘기다.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우리에게 의료와 방역은 별개라는 교훈을 줬다. 삼성의료원 등 국내 최고 수준 병원에서 메르스 전염이 확대된 것을 계기로, 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술 발전과 별개로 방역시스템 구축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 결과 2016년부터 관련 예산이 크게 늘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2015년 54억7800만원에 불과했던 검역관리 예산은 이듬해 123억27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의 철통 경계와 치밀한 환자 추적 시스템 등은 그 결과로 마련됐다.
단, 감염병 관련 예산이 위기 대응 쪽에 쏠리면서 예방치료를 위한 기술개발사업(R&D)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게 현실이다.
관련 예산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437억5000만원 배정됐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2020년 예산은 2019년 결정되는 만큼,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하기 전 우리 정부가 감염병 예방치료를 위한 연구 예산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메르스 이후 방역기초를 다진 뒤 기초연구 강화로 방향을 잡은 셈인데, 바로 코로나19가 닥쳤다.
관련 준비를 충분히 못한 상태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듯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플루엔자 백신 등 전통적인 백신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주도하고 있는 mRNA 백신 등 첨단 백신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관련 분야 육성 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 투자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국내 주요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내놓기 위해 연구에 한창이다. 사진은 약 개발을 위해
실험을 하는 셀트리온 연구원. <셀트리온 제공>
코로나 백신·치료제 전쟁-한국 제약사엔 기회 없나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세계 최초로 영국 정부 사용 승인을 받았다.
서구권 국가 중 누가 최초의 승인국 자리를 차지하느냐를 두고 미국과 영국이 치열하게 다퉜다.
승인 신청에서는 미국이 앞섰지만, 영국이 ‘초고속’으로 대응하며 서구권 첫 승인국 타이틀을 땄다.
영국이 곧장 백신을 전역에 배포하기로 결정하며 인류는 해를 넘기지 않고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됐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지난 11월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화이자는 전 세계 백신개발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95% 예방률을 나타낸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화이자는 유럽 의약품청(EMA)에도 긴급승인 신청서를 냈다.
또 다른 미국 제약사 모더나도 희소식을 알렸다. 지난 11월 30일 자사 백신 3상 임상시험 결과 예방률이 94.1%에 이른다고 최종 발표했다. 화이자와 마찬가지로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의약품청에 동시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영국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으로 관심은 미국으로 쏠린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12월 10일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개최한다. 허가가 떨어지면 24~48시간 내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임상 결과, 숫자로 나타난 예방률이 좋다. 화이자와 모더나 3차 임상에 각각 4만3000명, 3만명이 참여했다.
절반은 백신을, 대조군인 절반은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여했다. 그 결과 화이자 임상에서는 총 94명 환자가 발생했다.
백신군에서 8명, 가짜약에서 86명이다. 만약 백신이 효과가 없다면 백신군에서 86명이 생겼어야 하는데 8명으로 그쳤다.
이 비율(78÷86×100)을 따져 백신 효과가 90%정도라고 표현한다. 모더나는 같은 방식으로 94.5% 효과를 보였다.
백신 효과 90%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독감 백신이 보통 40~60%다. 홍역 백신은 97%다.
미 식품의약국은 백신 긴급 승인의 제한선으로 50% 이상을 정해놓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국내 바이오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일단 백신·치료제 개발사는 글로벌 제약사 백신 개발과 별개로 자체적인 개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서구권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보관이 필요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백신 계약에 늦다. 당초 한국 정부는 올해까지 3000만명분 확보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여권을 중심으로 최대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한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1000만명분을 세계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뿐 아니라 존슨앤존슨, 화이자 등과의 구매 협상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백신 구매 계약과 관련 “코로나19 백신 국내 도입을 위해 현재 개별 기업과 협상이 진행 중에 있어 기업명 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조속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계 각국이 제약사는 물론 백신 접종 일정까지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백신 종류조차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 백신·치료제 개발을 멈출 수는 없는 국면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출시되면 씨젠 같은 진단기기 업체가 타격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도 내년까지는 진단기기 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증상 감염과 빠른 전파력 등에 따라 단기간 내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동안 방역이나 신규 확진자 확인을 위해 진단시약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국내 치료제·백신 개발 어디까지
▷셀트리온·대웅 조건부 허가 신청 눈앞
국내 기업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총 22건(치료제 19건, 백신 3건)이다. 치료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백신은 내년 하반기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치료제에서 돋보이는 기업은 셀트리온과 GC녹십자다.
셀트리온은 항바이러스제 ‘CT-P59’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11월 말 피험자 327명에게 투약을 완료했다.
연내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항바이러스제는 감염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거나 약화한다.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GC5131A’를 개발한다. 지난 8월 임상 2상을 승인받고 9월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12월 초 기준 피험자 22명을 모았다.
목표 인원은 60명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혈액 액체성분)에서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성질)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GC5131A는 10월부터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환자에게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아 쓸 수 있어서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 등이 GC5131A를 공급받았다.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업체도 여럿이다.
이미 판매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약물 재창출을 채택한 대표 사례다.
종근당은 자사 약품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나파벨탄은 혈액항응고제 겸 급성췌장염 치료제다.
나파벨탄 주요 성분인 나파모스타트는 단백질 분해효소 ‘TMPRSS2’를 억제한다. TMPRSS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임상 2상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러시아 데이터안정성모니터링위원회(DSMB) 중간 평가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DSMB는 종근당이 팬데믹 확진자 50명에게 10일 동안 나파벨탄을 투약한 뒤 환자 안정성 등을 평가한 결과 임상 유용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 임상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종근당 측은 “올해 안에 임상 2상 시험을 마치고 2021년 1월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식약처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대웅제약은 두 가지 약을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한다. ‘호이스타정’과 ‘DWRX2003’이다. 호이스타정은 경구형(먹는 약), DWRX2003은 주사형이다. 호이스타정은 11월 말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마쳤다. 호이스타정은 본래 만성 췌장염이나 수술 후 발생하는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데 쓴다.
주성분인 카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침투한 뒤 세포에 달라붙는 과정을 방해해 증식을 막는다.
박현진 대웅제약 개발본부장은 “내년 1월 긴급사용 승인을 목표로 당국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WRX2003은 구충제로 사용해왔다. 주성분 니클로사마이드는 바이러스 제거, 사이토카인 폭풍(면역 물질 과다분비) 제어, 호흡곤란 증상 개선 등의 효과를 낸다. 2021년 초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밖에 부광약품, 동화약품, 신풍제약 등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4월 레보비르 코로나19 2상을 승인받았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2007년 선보인 B형 간염 치료제다. 동화약품은 천식 치료제로 개발 중인 천연물 의약품 ‘DW2008S’를,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이용되는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만들기 위해 시험하고 있다.
종근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혈액항응고제 겸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
<종근당 제공>
▶백신은 제넥신이 먼저 임상 시작
▷내년 9월 조건부 승인 신청이 목표
백신 부문에서는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눈길을 끈다.
제넥신은 DNA 백신 ‘GX-19’를 만든다.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DNA를 몸에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종류다.
지난 6월 임상 1·2a상을 승인 받으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상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 임상 2b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2021년 9월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1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백신 후보물질 ‘NBP2001’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체내 안전성과 면역원성 등을 집중 평가한다. NBP2001은 재조합 백신이다.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투여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또 다른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비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5월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지원을 받은 후보 물질이다. 연내 임상 진입이 목표다.
▶해외 기업보다 속도 느리지만
▷기존 제품 단점 많아 수요 충분할 듯
한쪽에서는 국내 기업이 해외 업체에 비해 치료제·백신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걱정한다.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나면 국내 기업이 만든 제품은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백신이 보급되면 치료제와 진단키트 수요가 급감하고 관련 기업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베클루리) 등 몇몇 약품은 이미 코로나19 치료에 쓰인다.
백신 부문에서는 모더나와 화이자가 앞서 나간다.
화이자가 만든 백신은 영국 정부가 12월 2일 긴급사용을 승인하며 주목받았다.
제약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일지라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의료 현장에 도입된 치료제는 투약 가능 대상이 한정적이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등 단점이 있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한 약품이 나온다면 수요가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명선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렘데시비르는 인공호흡이 필요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한다.
사용에 한계가 있다. 값도 비싸다. 리제네론 항체 치료제 ‘REGN-COV2’는 중증 환자 대상 임상에서 효과와 안정성 문제로 연구가 중단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명순영·류지민·김기진·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7호 (2020.12.09~12.15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급성 호흡기 감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로 인한 질환의 종식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치료제가 개발돼야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사진=로이터
코로나 '백신' 가까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치료제' 우선 왜?
국산 치료제 임상 성과 연내 나와…
긴급승인되면 '게임체인저'
급성 호흡기 감염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로 인한 질환의 종식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치료제가 개발돼야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백신으로 항체가 생겼더라도 100% 재감염을 피하기 어렵고 장기 추적 관찰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해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백신 4400만 도즈 확보… 내년 2월부터 단계적 도입”
한국 정부는 해외 주요국과 백신 확보에 대해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많은 종류의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한다는 전략인 반면, 한국은 다국적제약사들과의 백신 계약 체결과 동시에 국산 치료제 개발을 기다리는 ‘투트랙’을 취하고 있다.
셀트리온,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
주요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이미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제조 공정상 문제와 원재료 공급의 병목현상 때문에 생산 목표량을 줄이자 각 국가 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 혁신센터의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구매 현황에 따르면 가장 많은 백신을 계약한 나라는 인도다.
인도는 미국 노바백스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로부터 16억 도즈(1회 접종분)를 공급받는다.
이어 유럽연합(EU)이 독일 큐어백과 존슨앤존슨, 모더나, 화이자, 사노피-GSK,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등으로부터 15억8500만 도즈를 확보했다. 이어 ▲미국 10억 도즈 ▲캐나다 3억5800만 도즈 ▲영국 3억5300만 도즈 ▲인도네시아 3억5300만 도즈 ▲일본 2억9000만 도즈 등을 확보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휘선 머니투데이 기자
한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존슨 코로나19 백신 총 4400만 도즈를 확보했다.
이 백신들은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보다 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2곳이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셀트리온과 대웅제약은 조건부 허가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백신이 우리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 우리에게는 의료진들의 진료 노력과 함께
치료제가 있다.
12월 말쯤 되면 국산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백신 검증 4개월 예상… K-치료제 성과 보여 기대
한국 정부가 다국적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더라도 유통, 검증 등 절차를 거치면 실제 사용까지는 최소 4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연령이나 인종 등 다양한 요인으로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접종 대상, 접종 방식 등 구체화하는 실무시간까지 더해지면 접종 시기는 늦어진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백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탓에 접종 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나 외국 접종 동향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공급 전까지는 사실상 치료제 개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제약사의 임상에서 성과가 나타나 기대가 쏠리고 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칠곡경북대병원에 입원한 70대 남성 중증환자가 GC녹십자 혈장치료제 ‘GC5131A’를 투여 받고 11월18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스테로이드제제 덱사메타손 등을 처방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GC5131A를 투여했더니 20여일 만에 완치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사례로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의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사 혈장치료제가 유망한 코로나19 치료옵션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도 연내 조건부 사용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T-P59의 임상2상에서 환자투약을 완료했으며 현재 환자 모니터링 및 데이터 분석 중”이라며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국내서 연내 조건부 사용 승인을 신청한 후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긴급사용승인도 신청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확보하더라도 의무 접종 어려워… ‘불신’ 팽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도 커 다량 확보하더라도 접종이 수월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정부가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영국의 경우 국민 3분의1 가량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언론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5%는 “접종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8%는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아예 효과가 없을 것으로 믿는 경우도 47%에 달했다. 55%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최대 간호사 노동조합도 화이자·모더나 백신 임상에 대한 세부 자료가 공개될 때까지 어떤 백신도 의무접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아름 arhan@mt.co.kr |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사진=더밸류뉴스(CNN 제공)]
한국, 코로나19 백신 내년 3월에야 수급…
접종은 그보다 한참 뒤- 영국이 접종 선두…
미국은 접종 임박- 정부, 부작용 신중론 고수…
”수급도 안 해놓고…” 비판- 부작용 검토하느라 수급 늦췄다더니…
제약기업에게 면책 부여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가 내년 1분기를 넘길 전망이다.
현재 영국이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 역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상당히 뒤처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작용을 검토하느라 수급 및 접종시기가 늦어졌다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최근 수급 계약 체결안에 따르면 백신 제조기업들에게 부작용 면책권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수급 계획을 알리며, 내년 2~3월부터 선구매 백신이 단계적으로 국내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접종 시기는 미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들과 최소 4개월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영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번에 사용된 백신은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 제품으로, 미국도 신속한 백신 접종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허가는 FDA 전문가 자문기구인 VRBPAC가 먼저 권고안을 확정한 뒤 FDA가 사용을 승인하는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국보다 다소 늦어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보건당국이 화이자 백신에 대한 데이터가 긴급승인 지침에 부합하고 안전성이 양호하다고 밝혀 연내 사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 부작용 신중론 고수…”수급도 안 해놓고…” 비판
이 같은 선진국의 행보와 더불어 국내 확진자 수가 날로 증가하면서, 백신 수급 및 접종 시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9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686명으로 집계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접종 시기 미정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예방접종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나 외국 접종 동향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발언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급도 이뤄지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안전성과 접종 시기를 연관시켜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내년 3월 정도면 미국, 영국 등에서 이미 충분히 많은 접종 사례가 쌓여 부작용 발생 여부는 판가름되는 시점”이라며 “이때부터 접종을 시작해도 되는데 그때서야 백신 도입이 시작된다는 것은 상당히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물량 확보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 장관은 “임상 시험 과정에서 일부 백신은 사망 사고도 있었던 만큼 더욱 유심히 살펴보고 구매해도 좋을지 내부 검토를 추가로 하는 과정도 거쳤다”며 “꼼꼼한 검토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었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부작용 검토하느라 수급 늦췄다더니…제약기업에게 면책 부여
하지만 정부의 행보가 이번 발언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에 대해 꼼꼼한 검토를 하느라 수급이 늦어졌다는 것이 정부 입장의 골자인데, 정작 최근 수급 계약 체결안에는 ‘부작용 발생 시 제약기업의 책임 면피’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은 수급에도 불구하고 면책 특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8일 박 장관은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지금 해외 제약사들이 광범위한 면책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국제적으로 거의 공통된 현상"이라며 "이는 다른 백신이나 우리의 의약품에 비춰볼 때 비교가 안 되는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백신을 선구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이 있다 보니, 불공정한 계약이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불공정 약관이나 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계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러한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해당 사항이 수급 지연 및 접종 시기 미정과는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보여, 정부의 입장과 행보에 날이 갈수록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joyeongjin@thevaluenews.co.kr
코로나 백신, 공공재 보급해야 팬데믹 끝낼 수 있다”
[Cover Story]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가 남긴 말은 코로나19에 딱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백신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 종식 희망에 들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사무총장 티에리 코펜스(53)도 그중 한 사람이다.
벨기에 출신으로 20년 이상 레바논·아이티 등 전 세계 구호 현장에서 일한 그는 “국제 보건 역사를 보면 치료제가 있어도 가격이나 보급망 문제로 수십·수백만명이 죽는 일이 흔했다”면서 “만들어진 의약품이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에게 보급되는 체계가 있어야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도 전문가들의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WTO(세계무역기구)다. WTO는 지난 10월부터 “의약품 보급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하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이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WTO는 코로나19 의약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두고 각국 정부의 의견을 묻고 있다.
100여 나라가 찬성했지만, ‘K방역’을 수출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던 우리 정부는 두 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에서 만난 코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보급을 위해서는 특허 면제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 제약 회사가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전권을 갖게 되면, 계속해서 소외된 사람들이 나오고 결국 팬데믹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티에리 코펜스 사무총장은 "백신과
치료제는 필요한 환자에게 가닿을 때에야 비로소 효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코로나19 백신·치료제는 공공재로 봐야”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도 팬데믹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는 무척 절망적으로 들립니다.
“저는 이상주의자도, 순진한 사람도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는 감염병이니까요.
가장 가난한 나라의 가장 소외된 사람에게 백신과 치료제가 닿지 않으면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의약품이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에게 보급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팬데믹이 끝난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의미입니까.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 회사의 ‘수익’보다 코로나 극복이라는 ‘공익’이 우선되는 체계를 만들자는 겁니다.
현행 의약품 특허 제도는 먼저 약을 개발한 회사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약 하나에 열 건 미만에서 수십 건까지 특허가 걸려 있어요.
백신을 보관하는 용기 모양에도 특허가 나 있을 정도니, 후속적으로 약을 개발하려는 시도조차 막히는 겁니다.
그러니 해당 약을 독점한 제약 회사는 계속 가격을 올리고, 정작 약이 필요한 사람들은 점점 치료와 멀어지게 되죠.”
―그래서 WTO에서 특허 면제 논의를 시작한 거군요.
“현재 논의는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에 대해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트립스) 중 ▲특허 ▲의약품 개발에 관련된 정보 ▲저작권 ▲산업 디자인을 면제하자는 겁니다.
쉽게 말해, 의약품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복제 약도 생산할 수 있게 하자는 거죠.
상시적인 것은 아니고, 글로벌 팬데믹으로서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볼 수 있을 때까지 한정합니다.”
―비슷한 약이 많이 나오면 가격도 낮아지겠네요.
“바로 그겁니다. 각 나라 상황에 맞게 복제 약을 생산해 제때 보급할 수 있게 되니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코로나19 의약품 관련 한시적 TRIPs 면제 논의는 지난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TO에 공식적으로 안건을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정부와 관계자들이 세 차례 이상 논의를 진행했다.
중국을 포함한 100여 나라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선진국이다. 미국, 독일, 호주 등은 직간접으로 ‘반대’ 의사를 냈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백신을 개발하거나 물량을 확보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과 외교력을 가진 나라가 대부분 반대한 것”이라며 “힘 있고 돈 있는 나라만 백신을 얻는 상황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백신 개발 궤도에 오른 거대 제약 회사들의 저항이 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진국들이 나서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로비 능력은 대단하니까요(웃음).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개발에 들어간 자금을 살펴보면, 유엔이나 각 나라 정부가 내놓은 공적 자금이 대부분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여섯 개 백신 후보 개발에 11월 기준 총 13조344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백신 개발에 이 정도 규모의 공적 자금이 들어간 건 전례가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모두를 위해’ 약을 개발해달라고 돈을 내놨는데, 제약 회사들은 임상 결과나 보급 계획만 단편적으로 공개할 뿐 어떤 기준으로 비용을 집행했는지, 백신의 안전성은 어떻게 검토했는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공적 자금이 투입됐으니 공공재로 보는 게 맞는다는 얘긴가요.
“그런 셈이죠. 게다가 지금 전 세계 백신 생산 시설을 전부 가동해도 150억개에 달하는 전 세계의 수요를 맞추지 못합니다.
복제 약이 일부 나와도 제약 회사는 생산 가능한 최대량을 계속 만들어 팔아야 하니 수익성 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일부 제약 회사는 원가에 판매한다고도 약속했는데요.
“제약 회사를 악마로 보자는 건 아니지만(웃음), 전 인류의 안전이 달린 일을 일부 제약 회사의 선의나 약속을 믿고 진행할 순 없는 일이죠.
또, 지금은 그 원가를 어떤 기준으로 잡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특허 면제 조치만으로 에이즈 사망자 줄어”
WTO는 2001년 ‘도하 선언’을 통해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발표했다. 이 선언으로 매년 한 번 복용해야 하는 에이즈 치료제 가격이 1만달러(약 1085만원)에서 100달러(약 10만원)로 떨어졌고, 1990년대 수천만명에 달하던 에이즈 관련 질병 사망자 수가 2019년대에는 69만명 선으로 급감했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특허 면제 조치만으로 수십 년간 국제사회가 골머리를 앓던 에이즈 사망자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국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연대가 필요한 시기죠. 그럼에도 제약 회사는 그대로예요.
특허를 내 가격을 높이고 물량을 조절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거죠.
벌써 모더나가 낸 코로나19 관련 특허가 100건이 넘습니다. 국제사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가 특허 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글쎄요. 공식적으로 밝힌 게 없으니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은 원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아주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나라입니다. 게다가 해외 제약 회사에서 눈치를 보며 공급까지 받아야 한다는 점도 있겠지요.
다만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의견이 갈린 형국에서 백신을 수입할 경제력과 외교력을 갖춘 한국이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내준다면 WTO 논의에 큰 힘이 실릴 겁니다.
또, 아직 한국 기업이 백신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에도 이 조치는 손해가 아닙니다.”
지난 5월 열린 WHO 총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개발될 백신을 인류의 공공재로 공평하게 보급하자”고 제안했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이게 한국 정부의 진심이라고 믿는다”면서 “한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뛰어넘은 아름다운 선례를 국제사회에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아스트라제네카도 낭보 "코로나 백신 효과 최대 90%" (CG)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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