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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들불처럼 번지는 스포츠계 학폭 의혹… 배구 이어 야구도 '시끌

 

 

 

조선일보








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연합뉴스







여자배구 이재영, 다영(액자 속 맨 왼쪽) 자매가 몰고 온 학폭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사진은 16일 비상 대책회의가 열린 서울 상암동 한국배구연맹. [뉴스1]





뉴스1 제공

 

 

학교폭력 논란, ‘판도라의 상자’ 열렸다

 

미투' 양상으로 논란 확산…
진위 확인할 새로운 접근방식 필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학교폭력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과거의 간헐적인 양상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마치 ‘미투’ 운동처럼 번지고 있는 학교폭력 논란. 어째서 이런 양상이 생겨나고 있고, 그 의미와 더불어 우려되는 점은 뭘까. 


최근 스포츠계와 연예계에서 학교폭력 논란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E채널 《노는 언니》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나왔던 여자 프로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여러 피해자들의 학교폭력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며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방송도 이들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이들의 학교폭력 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남자 프로배구선수 송명근, 심경섭, 박상하로도 이어졌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잔여 경기 출장을 포기했고, 박상하는 아예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논란은 배구에서 야구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논란이 들불처럼 번져가면서 연예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전했던 진달래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후 스스로 하차했고, JTBC 《싱어게인》의 톱6까지 올랐던 요아리와 KBS 《트롯전국체전》의 우승자 진해성도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렸다.

또 최근 JTBC 《SKY캐슬》에 이어 OCN 《경이로운 소문》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병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 세븐틴 민규, 《SKY캐슬》에 조병규와 함께 출연했고 최근 《인간수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동희, 영화 《스윙키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박혜수, 심지어 14년 차 가수인 현아까지 학교폭력 논란이 이어졌다.

물론 이 가운데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건 진달래 단 한 명뿐이고, 나머지 논란이 제기된 이들은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실무근임을 토로해도 논란의 불길은 좀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향후에도 더 많은 이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자신만의 일로 치부하며 굳이 꺼내놓지 않았던 아픈 상처들을 이제는 꺼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그 폭로가 해당 가해자에게 영향력을 미칠 만큼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수면 아래 놓여 있던 더 많은 과거사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SBS·넷플릭스·스포츠조선 제공



왜 스포츠·연예계이고, 지금인가 

학교폭력 논란이 여타의 다른 논란과 다른 지점을 가장 잘 보여준 건 아마도 2019년 밴드 잔나비의 멤버였던 유영현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결국 밴드 탈퇴를 하게 됐던 당시 사례에서, 피해자는 SNS에 자신을 가해했던 유영현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까지 잔나비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그 전까지는 아름답게 들리던 노래가 그 멤버 중 한 명이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결코 그렇게 들을 수 없게 됐다는 것.
여기에는 학교폭력이라는 사안이 가진 몇 가지 특징이 담겨 있다. 


먼저 학교폭력 논란은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논란과 달리 현재가 아닌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학교폭력 논란은 이제 연예계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전제로 하는 비즈니스에 대중들의 ‘인성적인’ 요구가 더욱 커졌다는 걸 드러낸다.
상품 구매에 있어서도 ‘좋은 소비’ 같은 가치소비를 하게 된 대중이 이제 연예계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소비의 전제로 필요한 것이 대중 스스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인 것처럼, 이들의 인성을 과거사까지 찾아 검증할 수 있게 된 건 다름 아닌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같은 공간이 있어서다. 이런 공간은 누구나 쉽게 아픈 과거의 상처를 꺼내놓고 그 가해자를 폭로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학교폭력 폭로의 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인물들에 대해 터져 나오게 된 데는 이런 인프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유영현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런 논란이 어느 순간에 생겨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시점은 다름 아닌 과거 그 폭력을 저질렀던 인물이 유명해져 스포트라이트를 막 받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번 논란에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대부분 최근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사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이다영(왼쪽)과 이재영ⓒ연합뉴스



폭로의 이중성…새로운 시스템 필요 

학교폭력 논란이 과거사를 현재의 사안으로 끌어온다는 점은 이중성을 갖는다.
즉 이 논란은 학창 시절 마치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정도로 치부하며 넘어가곤 하던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중대함을 드러낸다.

그것이 피해자들에게는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는 일이고, 가해자들 역시 후에라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는 과오가 되는 일이라는 걸 이 논란이 드러내준다. 

특히 스포츠계의 학교폭력은 엘리트 체육과 맞물리며 너무나 고질적이고 관성화된 면이 있다.
심지어 사실은 폭력인 ‘징벌성 훈련’을 자행해 온 코치와 감독들이 있을 정도니, 학생들 간의 폭력은 오죽했을까.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면 현재 스포츠계와 연예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 논란은 이 고질화된 문제에 대한 개개인의 경각심을 드러내고, 시스템적인 해법을 고민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다.
이제 연예기획사에서도 능력이나 끼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이 연예인 지망생을 선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바로 그 시점에 터져버린 과거사로 추락하게 되는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사라는 점은 그 진위 여부를 현재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된 많은 연예인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처럼, 만일 이러한 폭로가 누군가의 악의적인 의도로 제기된 허위사실이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폭로자는 익명이지만, 지목된 가해자는 연예인이라는 사실은,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안긴다. 바로 이 점은 실제 과거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그나마 당시의 가해자에게 줄 수 있는 벌일 수 있지만, 그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만 바람직할 수 있는 일이다. 


학교폭력 논란이 가진 이중성은 그래서 좀 더 신중한 결론을 요구한다. 제기된 폭로만으로 섣부른 예단을 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이런 폭로 자체가 가진 순기능을 무시할 수도 없다.
증거를 통해 진위의 판정을 얻기보다는 폭로와 맞대응에 의해 생겨나는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다.
이 사안의 진위를 제대로 판정해 내는 어떤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이재영(오른쪽) ·이다영 자매가 지난해 열린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경기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배구서 깨진 ‘침묵의 카르텔’… 다른 종목으로도 확산 조짐




英·佛·홍콩·일본 다수 매체 타전
최숙현·심석희 비극 상세 보도
스포츠 강국 ‘한국의 그늘’ 드러내

스포츠계 학폭 미투 잇단 돌출
2년 전 야구 키움 안우진 출장정지
작년 NC선 김유성 지명 철회도
“프로농구 등 시한폭탄 안고 가”

겨울스포츠 최고 인기스타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전락한 이재영· 다영(25·이상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파문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된 뒤 많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결국 15일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받기에 이르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대표팀 주전 세터로 뛰며 ‘2대 연속 국가대표’로 화제를 모은 자매의 모친 김경희씨도 함께 비판을 받았다. 부모의 입김 속에 이들이 학창시절 경기 등에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 ‘
쌍둥이를 국가대표로 키운 어머니’라는 부러움을 샀던 김씨는 이제 ‘경기에 관여한 어머니’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하루 전에는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김씨에게 수여한 ‘장한 어버이상’도 취소되는 등 가족 모두가 추락했다.


여기에 이들 폭로가 방아쇠가 돼 송명근(28), 심경섭(30·이상 OK금융그룹) 등 남자선수의 학교폭력 전력까지 드러났고, 이들도 마찬가지로 국가대표팀에서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향후 지도자 생활에도 큰 걸림돌이 놓였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판명된 선수는 지도자 자격을 획득할 때도 결격 사유가 생긴다.

지도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징계 경력은 제한 사항이 된다”고 전했다.
가해자들이 모두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을 얻는 데 ‘학교 폭력 이력’은 엄청난 감점 대상이 돼 이들이 학교나 프로팀 등 협회 산하 단체의 지도자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배구 인기를 견인했던 스타들이 이제는 미래를 걱정할 지경까지 이른 셈이다.


이런 극적인 몰락을 해외 언론들도 놓치지 않았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15일(현지시간) “쌍둥이 배구 스타가 과거 학교폭력이 알려지면서 국가대표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달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보도됐다. SCMP는 자매가 다수의 TV 예능 프로그램과 자동차 광고 등에 출연하며 유명인 지위를 누렸지만, 이들이 나온 프로그램과 광고 영상은 재빠르게 삭제 조처됐다고 설명했다
. 여기에 세계 배구 소식을 전하는 ‘월드오브발리’와 프랑스의 ‘프랑스24’, 다수의 일본 매체들도 이들의 소식을 보도했다.


이들의 부끄러운 소식이 전달되며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일면까지 속속 드러났다.
데일리 메일은 한국이 하계·동계 올림픽 10위 안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신체·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면서 최숙현(철인 3종), 심석희(쇼트트랙) 등의 사건을 사례로 소개했다.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 프로배구계에 파문을 일으킨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소식이
전세계 언론에 속속 보도됐다. 사진은 자매의 뉴스를 다룬 영국의 데일리메일 캡처.



배구계 전체가 발칵 뒤집히며, 해외에까지 뉴스가 보도될 지경이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스포츠계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추가 폭로도 나왔다.

수도권 소재 모구단 인기 선수에 대한 폭로가 지난 14일 온라인상에 올라왔고, 하루 뒤에는 해당 선수가 피해자에게 연락해 폭력 행사 진위 여부에 항의를 했다는 글까지 추가로 게시됐다.
16일에는 서울 소재 구단의 신인 선수의 초등학교 시절 폭력 행사 전력이 도마에 올랐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모 배구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단에 연락을 했지만 구단이 오히려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프로 종목에도 ‘학폭 미투’가 번지는 양상이다.
학교폭력이 일부 종목만의 문제가 아닌 탓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이미 키움 안우진이 2018년 학교폭력 문제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NC는 1차 지명했던 김유성을 문제가 불거지자 지명 철회했고, 결국 김유성은 프로 진출이 좌절됐다.

또한,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당시에도 몇몇 선수들이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지명이 유력했던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의혹을 받았지만 지명된 선수도 있었는데 이들은 구단이 면밀히 조사하고 해당 학교 감독에게 사실 확인서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프로농구의 경우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각 구단을 통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등 다른 종목들도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기 전에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다.



서필웅·송용준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프로야구계에서 최근 잇따라 학교폭력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들불처럼 번지는 스포츠계 학폭 의혹… 배구 이어 야구도 '시끌'

 

이른바 '학폭 논란'이 프로스포츠계에 강하게 번지고 있다. 프로배구를 중심으로 점화된 불이 이제는 프로야구까지 본격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도권 구단 소속 프로야구 선수 2명으로부터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목당한 선수들은 각자 다른 구단에서 뛰고 있으며 이 중 한명은 국가대표 선발 경력도 있는 스타 플레이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두 선수의 고등학교 1년 후배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이 폭로글에서 집합과 개인 마사지를 강요받고 코칭스태프들이 이들을 의도적으로 감싸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주장을 접한 해당 구단 측은 현재 사실 확인에 나선 상태다.

프로야구에서는 앞서 한화 이글스 소속 모 선수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바 있다.
다만 한화 구단은 이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번 사안이 사실일 경우 당 구단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강조한 바 있다.







여자프로배구 선수 이다영(왼쪽)-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사진=뉴스1


이같은 학폭 논란이 시작된 배구판은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여자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슈퍼스타인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창시절 학폭 폭로로 인해 소속팀과 협회 가릴 것 없이 중징계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선수와 향후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박탈했다.


남자배구에서도 논란이 번졌다.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과 심경섭이 학폭 논란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최근 불거진 일련의 학폭 논란에 대해 '인과응보가 있더라'고 발언했다가 과거 자신이 폭행한 박철우(한국전력)의 저격성 발언으로 결국 남은 시즌 잔여 경기 출장 포기를 결정했다.



안경달 gunners92@mt.co.kr  | 
 



한화 이글스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2021시즌
스프링캠프가 2일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진행됐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거제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2.02/





  제2, 제3의 폭로 이어진다" 야구로 튄 '학폭 미투', 끝이 아니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배구계를 강타한 학교 폭력 이슈. 야구로 불똥이 튀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소속 한 선수로부터 초등학교 시절 집단 폭행과 따돌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SNS 글이 19일 늦은 밤 올라왔다.

글쓴 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 온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학교 폭력이 시작됐고 결국 6학년 때는 결국 따돌림 문제로 전학을 가게 됐다"며 가담자로 해당 선수 이름을 사진과 함께 실명으로 적시했다.
그는 "집단 폭행과 폭언, 교실 곳곳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왕따들의 이름이 욕과 함께 적혀있던 기억 등 이 행위들에 그 또한 참여했던 건 제 이름 세 글자를 걸고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20일 오전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해당 게시물에 "OOO씨가 저에 대한 폭행에 가담하고 폭행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 맞다.
다만 앞서 작성했던 쓰레기청소함에 가뒀다는 부분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확실치 않다"고 추가 글을 덧붙였다.

해당 선수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게시물이 올라온 날 새벽 구단 측 확인에 "잘 모르는 분이다. 다른 초등학교 친구에게도 물어봤는데 모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은 새벽 늦은 시간까지 해당 선수의 주장을 근거로 경위 파악에 주력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해당 글 게시자를 수소문 해 접촉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주변 상황을 폭 넓게 살펴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구를 넘어 스포츠계 전반으로 퍼지는 '학폭 미투'.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한 야구인은 "사실 여부를 떠나 앞으로 야구계에 또 다른 제2, 제3의 학폭 폭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화 선수 관련, 사건이 불거진 다음날인 20일 또 다른 구단 선수의 학교 폭력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다.

'운동부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린 이는 "현 프로야구 A구단 선수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
선배였던 그는 전지훈련을 가서 매일 머리 박기를 시키고 야구공을 3미터 거리에서 집어 던지고 방망이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힘들어서 야구부 동기들과 다 같이 도망가기도 했다.

솔직히 트라우마는 없지만 그 사람이 TV에 나와서 잘 나가고 있는 걸 보면 배가 아파서 못 살겠다.
누구인지는 나중에 밝히겠다"며 실명 폭로를 예고했다.

야구는 가장 많은 선수가 참여하는 단체 스포츠 중 하나. 경기 시간도 길고 합숙 등 공동 생활 시간도 길다.

특히 과거에는 규율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학창 시절 지도자나 선후배 간 신체 접촉이 빈번했다.
'얼차려'와 '폭행'의 구분도 불명확한 부분도 있다.

'학폭 이슈'는 시간이 흐를 수록 사회적으로 엄중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

스포츠계 전반으로 '학폭 미투'가 확산되면서 종목을 가리지 않고 폭로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FC서울 기성용 선수의 '성폭력 의혹'이 폭로와 반박, 재반박을 거듭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연합뉴스



폭로-반박-재반박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 되는 ‘기성용 의혹’


폭로자 A씨와 B씨 측 “명백한 증거 있어…계속 부인하면 공개”

기성용 “축구 인생 걸고 나와는 무관”…양측, 평행선 달리며 공방만



이른바 ‘스포츠계 학교폭력 미투’로 축구선수 기성용(32·FC서울)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기성용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측은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재차 사과를 요구했고 기성용 측은 “축구 인생을 걸고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맞섰다.


논란의 시작은 2월 24일 A씨와 B씨가 변호사를 통해 21년전인 2000년, 전라남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선배 선수가 자신들에게 구강성교 등의 성폭행과 폭행을 가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A씨와 B씨는 한 학년 선배였던 C 선수와 D씨로부터 합숙소에서 이같은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폭로는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후 C 선수가 FC서울의 기성용으로 특정되자 기성용 측은 즉각 반박하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했다. 기성용의 소속사는 입장문에서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의 보도 내용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오명으로 입은 피해와 향후 발생 가능한 피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기성용 본인 역시 2월 25일 SNS에 “긴말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보도된 기사 내용은 나와 무관하다”며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드린다.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해당 초등학교의 축구부 감독 역시 기성용의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와 B씨 측은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재반박했다.
26일 박 변호사는 “(기성용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의혹 부인 및 선수 회유 등) 기성용 선수 측의 비도덕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논란이 심화되자 폭로자 A씨와 B씨가 또 다른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자 박 변호사는 “A씨와 B씨는 2004년도에 자신들이 저지른 학교폭력을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A씨와 B씨가 연루된 사건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두 사람 모두 엄한 징계 및 처벌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쟁점은 어디까지나 2000년 벌어진 기성용 선수 및 다른 가해자 D씨의 성폭력 행위”라며 “A씨와 B씨의 행위에 초점을 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만약 A씨와 B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됐으므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손해배상청구 역시 소멸시효가 지나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인기스타이자 현역 프로선수인 기성용이 입을 타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박 변호사는 뒤늦은 의혹 제기의 이유에 대해 “가해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이라며 “자신들이 수십 년간 겪어왔던, 가슴을 짓눌러온 고통을, 가해자들의 진정 어린 사과로서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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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 사진=DB


 기성용 학폭 논란 장기화 양상…'충분하고 명백한' 증거 밝혀야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기성용(32, FC서울)의 성폭행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기성용 측과 폭로자 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논란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4일 박지훈 변호사의 보도자료였다. 박지훈 변호사는 "지난 2000년 1월부터 6월까지 전남 모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C씨와 D씨가 구강성교 등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로 국가대표 스타플레이어 출신 A선수, 광주 모 대학 외래교수 B씨를 지목했다.

최근 프로스포츠계 학교폭력 미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대표 스타플레이어 출신 선수가 과거 성폭력이 포함된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장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가운데, A선수가 기성용이라는 추측이 니왔다.


27일 K리그 개막을 준비하는 기성용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기성용 측은 24일 오후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기성용 본인도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결코 그러한 일이 없었다.
내 축구인생을 걸고 말씀드린다"며 "축구인생과 가족들의 삶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임을 깨달았다.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성용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선 반면, 폭로자 측은 첫 보도자료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폭로자 C, D씨가 과거 또 다른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C, D씨에게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폭로자 측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박지훈 변호사는 26일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기성용 선수가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꺼져가는 불에 기름을 끼얹으면서 논란은 다시 커졌다.

기성용 측은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성용 선수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C, D측이 오늘 변호사를 통해 거듭 제기한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이들이 언론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기성용 선수의 인격과 명예를 말살하려는 악의적인 형태를 지속하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기성용 선수는 이들의 악의적인 음해와 협박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곧 이들에 대해 엄정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힌다"고 전했다.
다시 진실공방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서로의 주장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결국 결론은 박지훈 변호사가 확보했다는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인해야만 내려질 수밖에 없다.

박 변호사는 "증거자료들은 최소한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성용 선수 본인 또는 소속된 클럽 이외에는 제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려 한다"고 했지만 "현재와 같은 선수 측의 비도덕적인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증거 공개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박 변호사가 밝힌대로라면, 기성용 측이 계속해서 관련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하고 있는데 증거 공개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 이미 진실공방이 오래 지속되면서 축구팬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당장 내일 개막을 앞둔 K리그에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이제는 그 길을 따라야 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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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유튜브 캡처

 

 

또 배구계 폭력 미투.. '성적학대' 이번엔 지도자 → 선수

부산 동래중 배구팀 감독이 선수 대상 가학행위
성기 만지고 강제로 포경수술 시키기도
부산 동래중 배구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복수의 관계자가 10여년 전 당시 감독이 폭력을 일삼았다고 지난달 28일 폭로했다.
동래중 배구부는 지금은 해체되고 없지만, 다수의 전·현직 프로,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한 배구 명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 전 감독은 최근까지 실업팀을 맡았다 훈련비 횡령 혐의가 불거져 지난해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 찢어져 응급실 행… 성폭력 피해도



2010년 부산 동래중 배구부원들이 대회에 출전한 모습. 왼쪽이 김 전 감독. 동래중 제공

 

 

 

폭력 피해는 2008년 전후 동래중 배구부에서 활동하던 2, 3학년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당시 김 전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김 감독에 의해 강제로 포경수술을 받았다는 김모(28)씨는 "포경수술은 본인의 자유인데 동기, 후배들과 함께 강제로 시켜서 단체로 한방에 눕혀놓았을 때 느낀 수치심은 아직도 손이 떨릴 정도"라고 했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발언이나 행동은 수년간 이어졌다.
여자친구가 생긴 선수에게는 공개적으로 성관계를 해봤냐고 물었고, 선수들이 휴가 기간 동안 자위행위를 했는지 확인한다는 이유로 속옷을 벗게 하거나 성기를 만졌다고 한다.

당시 피해를 입은 선수들은 "평소 성기를 장난감처럼 만지고 성적인 발언을 하며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성추행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은 김 전 감독에게 맞는 건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매일 폭행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황모(29)씨는 "술을 마신 김 감독이 (숙소에) 들어와 피자, 과자 등을 다량 사와서 다 못 먹는 선수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잠을 못 자게 했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밤마다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같은 시기 선수로 활동했던 문모(28)씨는 "선수들을 체벌한다며 수시로 주먹으로 안면을 가격, 입에서 피가 나고 이가 흔들릴 정도로 맞았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A(26)씨가 훈련 중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감독이 막대기로 때렸고, 머리 부위가 찢어져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강제로 잔반 먹이고 바나나로 고문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등 가학 행위도 잦았다.
체구가 크지 않는 선수들이 희생양이 됐다.
살이 쪄야 한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남긴 잔반을 강제로 먹게 했다.

먹다 남긴 반찬과 밥, 국물을 한 그릇에 모은 사실상의 음식물 쓰레기였다.
김씨는 "잔반을 다 못 먹으면 그 자리를 못 벗어나게 했는데, 마른 애들은 거의 매일 먹다시피 했다"고 떠올렸다.
피해는 대를 이어갔다. 중1 때 선배들의 피해를 목격했던 B(26)씨는 2, 3학년이 되자 폭행 피해 당사자가 됐다.
어느 때는 숙소에서 자고 있는 선수들을 깨워 음식물로 학대 한 적도 있다고 했다.
B씨는 "(김 전 감독이) 술을 마신 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선수들의 뺨을 때리고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한 채 바나나를 먹이면서 고문했다"며 "1.5리터짜리 음료수를 빨리 마시게 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3병까지 마시게 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상식적인 가학 행위였지만, 폭력이 일상이던 당시의 B씨에겐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학부모에 금전 요구, 실업팀선 횡령 혐의도
피해자들은 김 전 감독이 당시 갈취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전 선수들에겐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 출전을 앞두고 심판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내 아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되진 않을까'하는 마음에 돈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김씨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원래는 (김 전 감독이) 100만원을 요구했는데,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와 80만원으로 줄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전 감독의 도 넘은 행동은 이후 실업팀에서도 계속됐다. 부산시체육회 소속 전직 배구선수가 지난해 7월 김 전 감독의 폭언 및 음주 강요, 훈련비 횡령 등을 폭로하면서 그의 부적절한 언행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이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자 다른 선수들의 증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부산시체육회는 논란이 일자 김 전 감독의 직무를 정지하고, 올해 새 감독을 선임했다.
피해 선수들은 최근 배구를 중심으로 스포츠계 학교폭력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들불처럼 일자 뒤늦게 용기를 냈다.
이들은 관행이란 이름으로 학교 운동부 내 폭력 행위를 가슴 속 깊이 묻어둬야 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스포츠 학폭 미투의 폭로를 통해 드러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김 전 감독의 가해 행위를 다시 떠올리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고 있다
김 전 감독은 폭행 의혹 등과 관련해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직장인 김모(25)씨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언어적 폭행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23




더 이상 못 참아”… SNS 통해 번지는 유명인들의 ‘학폭 미투

 


인터넷-SNS로 학교 폭력의 어두운 과거 고발
학폭 연예인-운동선수 실제 퇴출



“이번 사태 기회 삼아 쇄신 힘써야”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저에게 학교 폭력을 한 가해자들이 ‘학창시절 아무 문제없이 잘 지냈다’
‘사건 사고 안 벌인 착한 아이였다’ 등 착한 이미지로 TV에 나온다면 SNS 등을 통해 그들의 실체를 폭로할 거에요.”


직장인 김모(25)씨는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언어적 폭행과 따돌림을 당했다.
기자와 16일 만난 김씨가 따돌림을 당한 데는 ‘집안이 못 살아서’ ‘얼굴에 여드름이 있어서’ 등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학내 위클래스를 통해 심리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아직 그때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가끔 비슷한 상황이 되면 몸이 움찔거리고, 우울증에 빠진다.
친구를 못 사귀고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됐다.

이번에 스포츠 배구선수 학교 폭력 미투 소식을 접한 주부 홍모(56)씨는 남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 두 명도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아들 두 명은 서울의 한 체육 관련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기숙사에서 돌아온 아들들의 가슴과 허벅지에서 큰 멍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3학년 주장선배가 자신보다 뛰어난 기록을 달성해 이를 시기해서 한 학년 후배를 시켜 2주간 폭행한 것이었다.


홍 어머니는 “어린 아이 때 일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모두 인지했으면 한다”라며 “이번 배구선수 폭행 미투 소식을 접한 어머니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거다.
학교 폭력 가해자는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배구연맹(KOVO) 사옥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복도에 학폭 논란에 휩싸인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 팀 소속 이재영 선수 사진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1.2.16


뒤늦게 폭로되는 유명인들의 ‘학폭 논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또 다른 폭력에 노출돼 있다.
어느 때고 트라우마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TV에 등장하는 순간 시간은 다시 폭력 당시로 회귀된다.
이는 2차 가해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뒤늦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 폭력의 어두운 과거가 유명인 혹은 스타덤을 꿈꾸는 예비 스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유력 우승 후보였던 가수 진달래는 과거의 학교 폭력이 알려지자 자진 하차했다.

프로배구 V리그 또한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자매, 남자부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의 학교 폭력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이들 모두 최근 SNS 등을 통해 학창 시절 친구들을 상대로 학교 폭력 가해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다.


흥국생명은 해당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출전은 무기한 정지됐다”고 밝혔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학교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태극마크를 박탈했다.
연이은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다른 구단도 서둘러 전수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폭력 폭로는 유명인을 넘어 일반인까지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항공업계 등 민간 기업에서도 학폭 가해자가 있다는 폭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文대통령 “체육분야 폭력 근절, 특단의 노력 기울여 달라”

‘배구 학폭’ 논란에 대해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폭력 등 체육 분야 부조리를 근절할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이전에도 문 대통령은 체육계 폭력 문제 해결을 거듭 주문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의 고(故)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당시, 최윤희 문체부 2차관에게 스포츠 인권을 강화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는 지난 1월 29일 최 선수에게 가혹행의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규봉 전 감독과 장윤정 전 주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했다.
김도환 전 선수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아동학대 재범예방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더불어 김 전 감독에게는 5년, 장 전 주장에게는 5년, 김 전 선수에게는 3년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문체부 또한 16일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발규정 제5조에 따라 (성)폭력 등 인권 침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며 “향후 관련 규정 등을 통해 학교체육 폭력 예방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이번 사태 기회 삼아 쇄신 힘써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쇄신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제 터질게 터진 듯 보였다.
그동안 적지 않은 피해자들이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SNS를 통해 피해에 대한 상처를 숨기지 않고 표현하고 가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력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재발하지 않게 교육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본인이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자라면 가해 사실에 대해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정당하게 밝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후 드러나게 된다면 제2·제3의 이재영·이다영 남매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국민밉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라며 “먼저 스스로의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진광 시민단체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왕따방지법’을 발전시킨 학폭방지법 일명 ‘서로서로배려법(가칭)’ 제정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 먼저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나 사과하는 ‘화해와 배려’ 운동을 펼칠 생각”이라며 “또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피해자가 납득하고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방법을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체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어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3학년 김모 학생은 학교폭력 미투에 대해 “연예인들 그리고 스포츠인들 사이에서만 해도 가해자가 이렇게 많다면 우리나라 숨은 곳에 가해자들, 아직도 고통 받고 있을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이 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는 보통 부모님들께 해결하시라고 하거나 학생들에게 학폭위가 열리면 번거로워지고 생활기록부에 평생 남으니 일을 크게 만드는 게 좋지 않다고 가해·피해 학생들에게 말하면서 덮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문제 해결이 아닌 학교 폭력 문제를 쉬쉬하고 넘기려고 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가해자가 전학을 가더라도 보복을 무서워하며 평생을 고통 속에 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학교 폭력 문제가 해결이 되려면 학교, 가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매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일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동시에 학교 폭력 관련 학교 방침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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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옥 기자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학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25)의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됐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 전 팬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돼 트로피를 든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연합뉴스




골든타임 놓친 학폭 악몽...십수년 세월 뚫고 '미투 부메랑'

배구계 학폭 논란 일반인들 미투 폭로 이어져
제때 치료 안된 학폭 여생의 트라우마 남지만
'피해자 중심' 기관 여전히 부족한 학폭 시스템
심리 치료 질색하는 낡은 부모 인식도 장애물로


프로 배구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논란은 이름 없는 수많은 시민들의 미투로 이어졌다.
이같은 현상에서 보듯 제때 회복되지 못한 학폭 피해는 깊은 트라우마로 남는 만큼 피해 학생들에 대한 치료 및 회복에 학교·교육청 등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부족한 피해자 맞춤형 지원과 부모들의 낡은 인식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다영·이재영 선수에 대한 폭로를 기점으로 스포츠계와 연예계로 번진 ‘학폭 미투’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반인들의 각종 학폭 증언들로 이어졌다.
사례마다 폭력의 양상과 시기는 달랐지만 피해자들을 하나같이 시간이 흘러도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며 참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피가해자 분리’하는 피해자전담 기관 늘여야”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심의위)가 피해 학생에게 내리는 치료·요양 조치는
해마다 점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763건이었던 것이 2년 뒤인 2019년에는 4,150건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내려진 심리·상담 조치는 매년 2만 건 안팎을 기록했다. 중대한 학폭 사건은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심의위의 심의를 거친다.
심의위는 사안에 따라 피해 학생에게 심리·상담, 치료·요양 등의 보호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뒤늦게 문제가 된 각종 학폭 사건들이 발생했던 과거에 비해 공교육의 학폭 대응 시스템이 선진화됐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피해자 맞춤형 지원 부문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 학생들의 회복과 치료를 돕는 ‘피해자전담지원기관’은 현재 전국에 163개소가 있는데 ‘피해전담지원기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여기에 포함된 일부 기관들은 가해자 지원 기능 등을 겸하거나 사실상 피해자 전담이라는 명패만 내건 경우도 있다.

그렇다보니 피·가해자 분리가 어려워 피해 학생들이 가해자들을 마주칠 우려가 있고 그만큼 피해자가 회복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순수하게 피해자 회복에만 집중하는 센터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된 이유다.


아울러 중장기 치료 과정을 제공하는 피해자 전담기관 역시 전국에 하나밖에 없어 각지에서 밀려드는 피해자들의 요청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부와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가 발행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2020년 개정판에 따르면 가해자 특별교육기관은 지난해 5월 기준 5,189개소로 피해자 전담기관 수를 크게 웃돈다

. 이 기관들이 모두 가해 학생 지원만을 위한 곳은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피해자 회복과 관련된 기관이나 프로그램의 다양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과 질색” 낡은 인식…골든 타임 놓치는 학생들
학폭에 대한 부모들의 해묵은 인식도 피해 학생들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심의위가 심리·상담 등 각종 보호조치를 내리기 앞서 피해 학생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심리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는 부모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트라우마를 지워낼 ‘골든타임’을 잃은 학생들은 학폭의 그림자 속에서 오랜 고통을 받는다. 한 교육지원청의 관계자는 “정신과 치료라고 하면 질색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한 진료 코드가 남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을 알고 있는 당국 역시 피해 학생의 낙인을 막고자 가능한 한 관련 사실을 비공개하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중장기 치료를 위해 등교를 중단하는 경우는 물론 통학과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에도 치료 사실이 주위에 새나가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주말에는 기관에 안가려 하는 분들이 많고 주중에는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과 중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 교사 등이 노력하지만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치료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계속해서 터지는 폭로들은 학폭 트라우마라는 게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보여줬다”며 “피해 학생들에 대한 치유가 신속하게 이뤄져야지만 응어리를 풀고 건강한 시민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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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다영과 이재영. ⓒ 뉴시스

 

 

어디까지가 학폭인지..” 구단들도 속수무책

 

배구계 학폭 논란 이후 자정 움직임, 실질적 해결책 미흡하단 지적
구단 움직임은 사후 처방, 정부 주도의 제도적 장치 등 근원적 대책 필요

한국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는 학교 폭력(학폭)이 배구계를 중심으로 그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
나도 당했다’는 학폭 미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연일 올라오면서 스포츠계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협회와 연맹 등 스포츠 단체들이 후속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폭은 대한민국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다.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면서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들지만 마땅한 대안도 딱히 없는 것이 사실이다.
터질 때마다 뿌리를 뽑겠다는 정부의 대응도 현재까지는 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학폭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셀프 출장정지 징계를 결정한 송명근과 심경섭. ⓒ KOVO

 

 

한국배구연맹이 학폭 연루자에 대해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를 원천봉쇄 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학폭 논란 이후 각 구단들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체 전수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게 현장의 분위기다.
학폭 논란은 사실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기 전 벌어진 일들이다. 구단이 선수들의 모든 과거사를 일일이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나름 자체 조사를 벌이고는 있지만 확인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 난감한 상황이다.

수도권 남자부 A구단 관계자는 “자칫 인권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선수들을 범죄자로 내모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어디까지가 학폭이라 정의를 내릴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있는 선수들도 어떻게 보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민감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지방에 연고지를 둔 남자부 B구단 관계자도 “어디까지를 학폭으로 봐야 되는지에 대한 부분이 모호하다”며 “학창시절 일어났던 일들을 프로구단에서 처벌하는 것도 좀 그렇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수도권 연고지의 여자부 C구단 관계자는 “구단이 나서 선수의 초중고 시절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관련자의 동기 동창들을 다 만나서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서약서 하나 받고 끝나겠다는 건데 선수 입장에서는 과거가 있더라도 프로선수가 되고 싶고 서약서 쓰고 들어올 것이다. 추후에 밝혀지면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학원스포츠에서 학폭은 오랜 병폐다. 과거 이상열 감독의 폭행 사실을 폭로한 박철우도 “어렸을 때만 해도 운동선수라면 맞는 게 당연했다”고 밝혔다.
A구단 관계자는 “선수들 얘기 들어보면 1학년들은 2학년, 2학년들은 3학년들한테 맞는다.
관례처럼 돼 있는 것을 끊어야 된다.
선수들이 거꾸로 물어본다. 이것도 학폭에 포함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학창시절 폭력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KOVO

 

 

 

학폭 관련 해당 일이 터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책을 세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구단들이 자체 전수 조사를 거쳐 관련 선수들을 솎아내도 후속 대책에 불과하지 학폭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환부를 드러내 뿌리를 뽑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현장에서는 입을 모은다.
여자부 수도권 D구단 관계자는 “학폭 관련 부분은 시간을 갖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 불만 끌게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끔 제도적으로 근원에 대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학폭 문제는 당장 내년에도 일어날 수 있다.
그때그때 봉합하고 넘어가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거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C구단 관계자는 “학폭은 초중고서 선수 생활 할 때 개인의 인성에 대한 부분이다
. 결국 시스템이 바뀌어야 되는데 이 부분부터 해결돼야 구단들도 같이 따라갈 수 있다. 프로구단만 선도해서 될 것은
아닌 거 같다.
학원 스포츠에서 학폭에 관련된 부분이 정화가 먼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맹서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학폭 가해자로 밝혀졌을 시, 학교 지원금을 회수하는 방안 등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A구단 관계자는 “현장 중고등학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지원금 부분이다. 다시 환수하겠다하면 지도자들부터 피해가 크다. 지도자들의 지도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지원금 환수 부분은 잘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배구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학폭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던 고질적 병폐를 없애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학폭 문제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병폐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 기관과 단체들을 끌고 가야 한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사회적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된 만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또 다시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면 학폭의 병폐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주) 데일리안 






임오경 의원이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뷰 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선수 폭행 의혹 임오경 "39년간 매 한번 들지 않아"…

봇물 터진 '학폭미투' 논란 

프로여자배구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이른바 '학폭 미투' 사건이 불거진 이후 스포츠계에 불어닥친 학폭 미투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학폭 미투는 이제 SNS가 일반화되면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넘어 피해자의 폭로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엔 현역 국회의원이 선수 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과 관련된 피해호소문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국가대표 출신인 여권 여성현직 국회의원이 모 시청 구기종목 감독으로 재직 시 소속 선수를 폭행해 심각한 상처를 남긴 일이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당시 협회 차원의 대질신문과 사진자료 확인까지 마쳤지만 동료 체육인들의 전방위 로비로 언론보도는 막았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 실업팀 주전으로 활동 중인 피해 선수는 여전히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으리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직접 피해 당사자로 보이지는 않고 피해자의 지인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곧 핸드볼 스타 출신 임오경 의원을 겨냥한 피해 주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임 의원실은 청와대 국민청원 폭로에 대해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임 의원실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관련 설명해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청와대 확인 결과, 현재 본 청원은 동의 수 1인이며 작성자가 링크도 돌리지 않아 추가 동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이같이 반박했다.
이어 "작성자가 본인이 올린 글을 캡처만 해서 SNS 등에 배포하고 정작 후속 조치하지 않은 것"이라며 "작성자도 폭행의 당사자라는 본인이 아닌 제 3자의 글"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임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직접 나와 해명에 나섰다.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식 제3자의 폭로라는 반박이다.
임 의원은 "오히려 난 여성감독으로서 현장의 약자였다면서 당시 폭행 신고도 없었고, 협회에서 대질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저는 39년 동안 현장에 있었지만 모르겠고 선수들에게 제가 매를 들어서 선수들에게 폭력을 가했던 것 자체를 가져보지를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교 미투는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을 중심으로 과거 학교폭력 폭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엔 과거 학생 시절 학폭 가해자로 밝혀진 유명인들이 잇따라 퇴출당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엔 크고 작은 학폭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늦게라도 학폭의 가해자는 용서를 구하고 그 대가도 치러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묻지마식 증언 위주의 폭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사실관계 여부와 상관 없이 여론재판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버티코리아포스트=이다빈 기자






박미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이 16일 경기를 앞두고 인천시 계양구 계양
체육관에서 학교 폭력 전력으로 중징계를 받은 팀 소속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

 

합숙 스츠

 

몇 해 전 만난 체육계 인사는 남자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각 구단의 합숙소가 사라진 것을 한탄했다
. 젊은 혈기의 선수들을 풀어놓으면 관리가 안 된다며, 아침에 일찍 깨워 밥이라도 챙겨주는 게 훨씬 낫다고 합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로라면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운동이 워낙 힘들다 보니 딴 마음 품기 쉽고, 선수들하고만 지내다 밖으로 나가면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고 둘러댔다.
최근 스포츠계는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불붙은 학폭 미투가 프로스포츠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영ㆍ다영 쌍둥이 자매의 합체와 월드클래스 김연경의 복귀로 어느 때보다 부풀었던 배구판의 흥행 기대는 하루아침에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배구 학투는 축구 야구 등 스포츠 전방위로 번졌고, 연예계로까지 불똥이 옮겨붙었다.

첫 불씨였던 이재영ㆍ다영 자매에 대한 고발들은 단순한 선수 개개인의 인성 문제를 떠나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과정이 어떻든 성적만 내면 무엇이든 용서가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폭력이 용인돼왔던 이유다.
스포츠 폭력의 상당 부분은 합숙 문화에서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스포츠 분야 폭력ㆍ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폭력의 18.6%, 성폭력의 36%가 합숙 과정에서 발생했다.

학교 운동부에 합숙 훈련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대학 입시에 체육특기자 제도가 도입된 1972년부터라고 한다.
전국대회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어떻게든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합숙훈련이 대부분 학교 운동부로 번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무한의 경쟁과 함께 힘겨운 합숙의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했다.
2003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로 9명의 초등학생이 사망하면서 운동선수 합숙소 문제가 처음 공론화했다.
2019년 쇼트트랙 조재범 사건 이후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적폐의 원인이 합숙훈련에 있다며 합숙 폐지를 체육계에 권고했다.
그 영향으로 실제 학교 운동부에서 합숙훈련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정작 프로에선 아직도 합숙이 존재한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여자부는 합숙소 생활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구단에선 갓 입단한 어린 선수들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다. 구단은 합숙이 배려와 보호 때문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 온 선수들은 왜 프로가 노예 생활을 하냐며 의아해한다.

물론 합숙훈련의 장점은 크다.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올림픽 선수촌을 두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프로야구의 일부 구단들도 효율성을 이유로 합숙 방식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단기간이 아닌 선수 생활 내내 이어지는 합숙이다.
다 큰 프로 선수까지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합숙은 효율성이란 이유로 가장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구단은 그걸 놓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매 맞으며 운동을 했던 지금의 지도자들은 엄격한 관리를 해야 선수들이 말을 들을 것이란 생각이 여전하다.
강압적인 통제 하의 효율만 좇다간 결국 사람도 잃고 스포츠도 잃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합숙의 힘으로 버틸 것인가. 이제 좀 풀어주면 안 되는가.


이성원 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그래픽=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