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YES24
서울=뉴시스]영화 '미나리' 포스터.
(사진=판씨네마㈜ 제공) 2021.02.05. photo@newsis.com
영화 '미나리' 스틸_(맨 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예리, 스티븐 연,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정이삭 감독. 사진 제공=판시네마.
출처 : 매일일보(http://www.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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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78회 골든글로브 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
한국어'로 승부 건 '미나리'에 거는 기대와 부담
수상 결과에 인종차별 논란 확산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 지명에 기대
‘미나리’ 정이삭 감독은 제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자, 어린 딸을 품에 안으며 “딸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 이주민의 정착기를 그린 ‘미나리’의 수상 소식에 한국 영화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미나리’의 수상은 특별한 상황을 만들었다.
1980년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국인 이민 1세대를 그린 미국 영화지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 매체들이 이 상황에 대해 골든글로브 측을 비판했다.
언어로 수상 부문이 규정됐지만, ‘미나리’는 가족의 중요성과 낯선 곳에서 뿌리내리려 하는 이들의 애환을 ‘공감’이라는 언어로 보여줬다.
골든글로브 이후 많은 이들은 ‘미나리’를 아카데미에 있었던 ‘기생충’의 자리로 옮기려 하며,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한 시선이다.
◆ "진심의 언어" 인종차별 논란 확산
'미나리'의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은, 영광과 함께 미국영화와 그 외의 영화를 영어란 언어로 규정짓는 안일한 잣대의 그림자도 따라왔다.
골든글로브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지명했을 때부터 인종차별로 지적을 받았다.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과 주연 스티븐 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하고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등에 참여한 배급사 A24의 만남에도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가 50%이상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 다는 점이, '미나리'를 '그들만의 리그'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정이삭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딸이 이 여 영화를 만든 이유다. '미나리'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떠한 외국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다.
저 스스로도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물려주려고 합니다.
서로가 이 사랑의 언어를 통해 말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앞서 불거진 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에둘러 말했다.
CNN은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에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
미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집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수상까지 마무리된 골든글로브의 결과를 뒤집을 순 없다. 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이 쌓여 시대착오적인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영화제를 긍정적인 흐름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진다.
▲ 아카데미 行…희망이 보인다.
'미나리'가 국적 논란 속에 최우수외국어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자, 4월 열리는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 지명 가능성도 높아졌다.
골든골로브 수상이 아카데미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려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골든글로브가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해 시대착오적이며, 인종차별이란 비판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비평가협회 및 시상식에서 호평받으며 상을 휩쓴 '미나리'를 주요 후보로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순자 역의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후보를 넘어 수상까지 유력하다고 언급되고 있다.
윤여정은 미국 비평가 협회 및 시상식에서 연기상 26관왕을 받았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될 경우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배우상 후보에 오르는 일은 최초가 된다.
등장인물 중 한국의 시공간을 상징하는 순자 캐릭터가 미국에서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이삭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주제의식을 윤여정이 정확하게 꿰뚫어 연기했기 때문이다.
화투를 치고, 남자 팬티를 입고, 쿠키를 굽지 않는 할머니를 향해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외치는 데이빗(엘런 김)이지만, 이내 순자와 같이 화투를 치고, 집을 떠나려는 순자를 붙잡는 모습이 이민자를 한정한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이 느끼는 가족의 보편적 감정이란 것을 정이삭 감독과 윤여정이 순자 캐릭터로 입증했다.
윤여정 외에도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한예리의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 과열된 관심 '제2의 기생충' 수식어는 오히려 독
'미나리'는 미국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기생충'과는 전혀 다른 결의 영화다. '기생충'은 100% 우리나라 제작진들과 자본으로 만들엊인 영화다.
지난해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뒤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에 올랐던 결과를 이번에도 기대하는 수식어겠으나, 영화의 내용,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 무엇보다 우리나라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라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배우들도 '제2의 기생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예리는 "한국에서 자꾸 제2의 기생충이라고 하고, 이 영화가 상을 타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 관객과 한국 관객의 감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감에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통의 부재로 잘못된 정보가 배포되기도 했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린 '미나리'의 OST '레인 송'(Rain song)은 한예리가 가창하고 작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한예리는 인터뷰를 통해 '레인 송' 작사에는 자신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해야 했다.
©(주) 데일리안
미나리' 윤여정 ,한예리 "골든글로브 수상
[경남에나뉴스 이민석 기자] 영화 '미나리'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2일 영화 '미나리'의 한국 배급사 판씨네마를 통해 "우리 '미나리' 팀이 축구 경기에서 이긴 기분"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정이삭 감독이 우리의 주장이었고, 너무 멋있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과 다시 한번 시합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나이에"라며 정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예리도 "함께 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미나리' 수상이 많은 분께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감독님 말씀처럼 저 또한 마음의 언어로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는 지난 달 28일(현시시간) 미국에서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미국 아칸소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2세 정 감독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진솔하게 담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민자 가족의 경험이란 특수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 정서로 승화했다는 평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현재 34.5%의 예매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저작권자 © 경남에나뉴스
/강윤중 기자ⓒ 경향신문 & 경향닷컴,
[서울=뉴시스]윤여정이 26일 영화 '미나리'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미나리'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2021.02.26. photo@newsis.com
미나리' 윤여정, 27관왕…오스카상 배우상 후보 지명되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미나리' 윤여정의 수상 낭보가 계속되고 있다.
윤여정은 2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 비평가협회상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유다와 블랙메시아', '뉴스 오브 더 월드', '노매드랜드', '원나잇 인 마이애미', '프라미싱 영 우먼', '소울', '사운드 오브 메탈', '더 디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과 함께 2020년 영화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윤여정이 받은 여우조연상은 이번 상을 포함해 미국 4대 비평가협회상으로 불리는 전미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 등 총 27개에 달한다.
'오스카 미리보기'로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도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돼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상 후보로 지명될지 관심이 쏠린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국내에서는 3일 개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 한예리. 제공ㅣ'미나리'
[사진] 한예리 인스타그램
미나리'의 성공 열쇠"…한예리, 美 버라이어티 선정 오스카 유력 후보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가 오스카 유력 후보 톱5에 선정됐다.
한예리는 최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에서 선정한 오스카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다수의 미국 매체에서 한예리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골드 더비(Gold Derby)는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고 극찬했고,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와 콜라이더(Collider)는 한예리를 ‘오스카 여우주연상 예상 후보’, ‘2020년 위대한 연기’로 꼽았다.
또한 한예리는 2021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그가 직접 가창한 OST 'RAIN SONG'은 제93회 오스카 예비 후보의 주제가상 부분에 1차 노미네이트됐다.
'미나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은 “배우 한예리는 이 영화의 심장이다”라고 말하며, 그의 연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 75관왕을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나리'의 연출과 각본은 '문유랑가보'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올라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이삭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수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북미 배급사 A24의 만남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뿐만 아니라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로만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콜럼버스,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디스커싱필름, 미국 흑인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까지 총 26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차지하며 오스카 입성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3일 개봉됐다.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notglasse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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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국적과 시공을 초월한 치유의 생명력
1980년대 미국,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와 이어진 힘겨운 타지 생활에 지친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아내 모니카(한예리 분)를 설득해 그동안 모은 돈 전부를 아칸소의 넓은 땅에 투자 매입하고 가족과 함께 이사한다.
한인을 겨냥한 한국 농작물을 수확하면 성공할 수 있으리란 원대한 계획을 위해 가족은 온갖 노력을 다한다.
결국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장모 순자(윤여정 분)까지 한국에서 모셔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은 혹독하다.
특별한 정보가 없다면 영화 속에 그려지는 시대적 배경을 과거라고 특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진행되며 포착되는-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수 포장이나 복식 같은-작은 소품들을 통해 비로소 시간의 간극을 확신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수나 그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이라는 시각적 정보가 한정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와 정서가 현재의 우리에게도 ‘보편적’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그렇다.
이야기도, 연출도, 연기도, 음악도 특별하다 싶은 부분은 없는 것 같고 자극적인 것도 없다. 하지만 묘한 매력으로
집중하게 만든다.
차곡차곡 쌓인 감정과 정서가 종국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한국인의 정서와 역사를 담고 있는 미국영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일궈낸 성과는 이후 한국영화계에 큰 자신감을 선사했다.
뒤이어 해외 영화제의 수상 소식을 알리며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나리>에 대한 화제는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소개된 <미나리>와 관련된 소식 중 상당수는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원로배우 윤여정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 영화로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23번 수상했다는 기염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도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대하며 그의 연기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역시 뛰어남을 인정치 않을 수 없지만, 솔직히 그동안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봐왔던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의 연장선상임도 부정할 수 없다.
관객의 입장에선 그의 연기를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지 새삼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될 만도 하다.
엄밀히는 미국영화가 분명한 <미나리>는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영화 속 꼬마 데이비드처럼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남부의 아칸소에 있는 작은 농장에서 성장했다.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버지의 가족 이야기
첫 장편영화인 <문유랑가보>(2007)는 르완다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제60회 칸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장편인 <럭키 라이프>(2010) 이후 2012년에 제작한 세 번째 장편영화 <아비가일>은 할리우드 유명배우인 아만다 플러머와 윌 패튼(<미나리>에서도 착하지만 온전한 정신이 아닌 것 같은 이웃이자 농장 잡부인 ‘폴’역으로도 등장한다)이 주연을 맡았는데 그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감독은 어린 딸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그것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
만약 딸이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만 남길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이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미나리>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그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들의 입장과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린 아버지의 입장에 동시에 이입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당사자와 사건 간의 미묘한 거리감을 만들어냈다.
호의적 평가를 받아왔음에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이전작품은 전무하다. 일단 <미나리>의 화제와 개봉이 국내 많은 관객에게 진가를 인정받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정이삭 감독이나 그 외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외 한국인들의 작품들도 폭넓게 관심받고 소개되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밖, 영화 속 한국 사람들
슈퍼영웅들이 한강공원과 부산을 배경으로 자동차 추격전을 펼치고, 난공불락으로 치부되던 아카데미의 주요 부문을 한국영화가 수상하는 꿈같은 일이 실현된 것은 불과 몇년 전이다.
한때는 외국풍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 한국이나 한글이 등장하는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과도한 경제성장의 채근과 정치적 혼란을 동시에 감내해야만 했던 한국현대사의 고난과 맞물려 외국에서 고군분투하던 대부분 한국인의 삶은 고통과 상처를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주로 이런 모습들이 그려졌고, 꽤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과거는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골든 글로브를 두 번이나 수상한 배우 샌드라 오나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토크> 등의 영화로 감각을 인정받은 조셉 칸 감독을 비롯한 릭 윤, 존 조, 랜들 박, 성 강, 켄 정 등 다수의 재외 예술인들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펼치고 있다.
2015년 제작된 <케이타운 카우보이스>(대니얼 박 감독)는 LA 한인 타운을 배경으로 다섯 청년의 모습을 그린다. 유튜브용 단편 시리즈를 바탕으로 확장한 이 영화는 밝고 경쾌한 청춘영화의 틀 안에 재미 한인사회의 특색과 고민을 재기발랄하게 녹여낸다.
캐나다 CBC 방송사에서 2016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은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며 빠른 입소문을 탔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가족의 좌충우돌을 실감나게 그려냈다는 호평 속에 이어지고 있다.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2018년 공개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한국계 고등학교 여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 3편이 공개됐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함께라서 힘들지만 그래서 원더풀한 '미나리'
이삭 감독 영화 '미나리' 리뷰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제이콥 가족
할머니 순자가 키운 미나리처럼 뿌리 내려
보편적 가족의 모습 '공감'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수상
오스카 노미네이트 가능성 '관심'
미나리는 한국이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이다. 예로부터 도랑, 시냇가 등 습한 곳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어 임금부터 서민까지 즐겨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은 우리의 민족성과도 닮아있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며 군집을 이루는 미나리처럼 낯선 미국에서 끈질기게 살아내는 한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하나 나쁜 사람은 없다.
그저 자신의 꿈을,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정 감독은 제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
그 언어는 영어나 외국어가 아닌 진심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대다. 생계를 위해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제이콥은 자신만의 꿈이 있다.
50에이커(약 6만 평)의 농장을 갖는 것이었다.
그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아칸소의 한 시골 마을로터를 옮겼다.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제이콥, 우리가 약속한 건 이게 아니잖아.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허허벌판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바퀴 달린 집'(트레일러 주택)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제이콥의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달라진 환경에 약간의 호기심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경작지 개척에 나선 제이콥은 물값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수맥을 찾아냈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동네 주민 폴의 도움으로 농사를 짓게 된다.
제이콥은 미국 현지 농작물이 아닌 한국의 것을 심고, 한인타운의 식료품점에 이를 팔 궁리를 한다.
남편 제이콥이 자리를 잡자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 일을 시작했다.
앤과 데이빗의 케어를 위해 한국에 있던 엄마 순자(윤여정)에게 도움을 청한다.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엄마, 미안해. 우리 사는 꼴 다 봤네.
순자에게 모니카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더 잘 살지 못해서, 더 좋은 곳에서 맞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딸 앞에서 순자는 바퀴 달린 집이 재밌기만 하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며 한국에서 이고 지고 온 봇짐을 푼다.
멸치, 고춧가루, 미나리 씨,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은 손주 데이빗을 위한 한약까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데이빗에게 한국에서 온 할머니는 의문의 존재다.
입에 쓴 약을 주고, 입으로 밤을 씹어 건넨다.
할머니를 처음 본 데이빗은 순자에게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고 한다.
"할머니 같은 게 뭔데"라고 순자는 되묻는다.
데이빗은 "쿠키도 만들고 욕도 안 하고 남자 팬티도 안 입고"라고 한다.
데이빗은 '산에서 온 이슬 물'(마운틴듀)라고 속이고 자신의 오줌을 넣은 컵을 건네며 심술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제이콥이 농장을 일궈낼 때 순자는 산기슭 냇가를 찾아 미나리 씨를 뿌린다.
"미국 애들은 미나리가 좋은 건지 모르지? 미나리는 아무 데서나 잘 자라."
순자는 데이빗에게 용기를 주고, 공통적인 면을 공유하며 가까이 다가간다.
오줌을 싸고 팬티를 숨기는 데이빗에게 순자는 토닥여주기는커녕 "페니스 브로큰"이라며 농을 친다.
그러면서도 심장이 아파 뛰지 못하고 밤잠을 설치는 데이빗을 지켜주겠다며 꼭 안아주는 순자.
데이빗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순자가 더 많이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조금씩 깨닫는다.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할머니 가지 마세요. 우리랑 같이 집으로 가요.
한국 채소들이 비옥한 미국 땅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제이콥과 폴은 이를 식료품점에 되팔 생각에 한껏 들떴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포부만큼 잘 풀리지 않는 남편의 모습은 모니카를 불안하게 만들고, 아칸소를 떠나 데이빗의 병원과 가까운 도심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순자를 두고 데이빗의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온 이 가족은 뜻밖의 낭보를 접한다.
기쁨도 잠시 집으로 가는 길, 제이콥 가족은 농장 저장고 위로 치솟은 불길을 보게 된다.
제이콥과 모니카는 몸을 던져가며 불을 껐고, 순자는 자신의 쓸모없음을 한탄하며 삶의 의지를 잃었다.
그 순간, 손주 앤과 데이빗이 할머니의 뒤를 쫓았다.
"가지 마세요, 할머니." 불이 진화되고 남은 건 가족뿐이다.
제이콥 가족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제이콥은 순자가 그랬던 것처럼 데이빗을 데리고 미나리를 캐며 가족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정 감독은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두었으며,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아칸소의 한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미나리'의 가장 좋은 점은 가족사를 낭만화 하지 않은 데 있다.
제이콥의 가족을 통해 우리의 아빠, 엄마, 할머니, 아들 등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이민을 가지도, 농장에서 자라지도 않은 관객들에게 우리 부모, 조부모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불러일으킨다. 미나리는 땅에 심고 1년은 지나야 잘 자란다.
이런 것처럼 자녀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터치로 연출했다.
'미나리 팀'이라 불리는 배우들의 호연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제작과 연기를 도맡은 스티븐 연은 예전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한국어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한예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려냈다.
순자는 희극적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가족에게 심오한 삶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윤여정이 순자의 미묘한 지점을 '원더풀'한 연기로 풀어냈다. 1966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의 연기 커리어 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역할이었다.
'미나리'는 고정관념과 감상주의에서 벗어난 이야기라는 극찬을 받으며 국경이나 문화를 뛰어넘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 75관왕을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윤여정은 '미나리'로만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콜럼버스,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디스커싱필름, 미국 흑인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까지 총 26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차지하며 오스카 입성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미나리'는 3월 3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한줄평: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 기우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영화 '미나리' /사진=판씨네마출처 : SBS연예뉴스
영화의 심장"…'미나리' 한예리, 오스카 유력 후보 TOP5 선정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미나리'의 배우 한예리가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가 선정한 오스카 유력 후보 TOP 5에 꼽혔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미나리'는 작품에 대한 수상뿐만 아니라 연기 부문 수상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할머니 '순자'역을 연기한 윤여정이 미국 시상식에서 조연상 26관왕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예리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미나리'에서 희망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은 한예리가 美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에서 오스카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BEST5 선정된 것.
오는 4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가능성을 점친 것이다.
이미지 확대하기 또한, 골드 더비(Gold Derby)에서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고 극찬받은 것은 물론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와 콜라이더(Collider)에서는 '오스카 여우주연상 예상 후보', '2020년 위대한 연기'로 선정됐다.
2021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직접 노래를 부른 OST 'RAIN SONG'이 제93회 오스카 예비 후보의 주제가상 부분에 1차 노미네이트 되어 배우 한예리의 활약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은 "배우 한예리는 이 영화의 심장이다"라고 말한 바 있어 그녀의 연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더했으며, 국내 언론에서도 폭발적인 찬사가 쏟아지고 있어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키고 있다.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 75관왕을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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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연예뉴스
한예리
다시없을 추억”…'미나리' 한예리, 가장 완벽한 새 도전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떠났던 미국.
무더운 더위와 싸워가며 정신없이 찍었던 작품은 단순히 소중한 추억을 넘어 더 정신없는 성과를 선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기생충(봉준호 감독)'에 이어 북미 본토를 사로잡은 이방인들의 작은 영화. "마냥 얼떨떨 하다"는 소감을 남긴 한예리에게도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는 첫 할리우드 진출작 이상의 의미로 남게 됐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K-배우들의 활약이다.
매 작품 최선을 다하는 노력으로 배우 한예리의 존재감을 높였던 한예리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제 장기를 마음껏 펼쳤다.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 1세대 모니카는 낯선 현장에 선 한예리의 현실과 꼭 닮아있던 캐릭터. 미국 정착을 꿈꾸는 남편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엄마의 딸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맡아야 하는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다시는 겪지 못할 수도 있는 경험과 사람을 준 영화다"고 '미나리'에 대한 애정을 표한 한예리는 "과정내내 충만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미나리'와 배우들에 대한 대외적 기대감도 잘 알고 있지만 난 여기서 멈춘다고 해도, 지금까지 이뤄낸 것 만으로도 진심으로 행복하다"며 "그저 이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도 아름답고 따뜻하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진심어린
애정을 드러냈다.
한예리
-'미나리'의 행보가 대단하다.
"시작부터 제2의 '기생충'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지금까지도 부담스럽기는 하다.
(웃음) 어떤 성과 뿐만 아니라 관객 분들의 반응에 대한 부담감과 궁금증도 크다.
전혀 다른 결의 영화이기 때문에 '미나리'는 '미나리'의 매력으로 온전히 즐겨 주시길 바란다."
-아카데미시상식 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전혀. 절대!(웃음) 물론 작품이 잘되고 있는 것은 기분 좋지만, 지금도 (내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만큼 많은 상을 받았고, 많은 분들이 모니카에 이야기 해 주신다는 것 만으로도 좋다."
-여러 의미로 '미나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진심으로 각별하다. 다시는 못 올지 모르는 추억과 사람을 선물해준 작품이다.
함께 하는 과정내내 충만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었다.
'이런 일이 또 올 수 있을까?' 생각도 들 정도라 너무 각별하다."
-배우 한예리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를 되돌아 봤을 때도 어떤 전환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줄 것이고, 또 다른 분들이 나를 선택하는데도 많은 영향을 주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나리' 이후 할리우드 내 관심도 쏟아질텐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으하하. 아직 아~무것도 없다.(웃음) 그쪽 시장에서 관심이 있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향후 행보는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은 '미나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의 상황과 결과들이 추후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더라도 전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만족하고 행복하다.
다음 작품은 한국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
한예리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미나리'의 전세계적 사랑을 예상했나.
"그런 예상을 했다면 내가 뭐라도 했을 것이다. 러닝개런티라도 걸고.(웃음) 정말 전혀 예상 못했다.
지금도 얼떨떨하고 우리 팀 내부에서도 '마냥 신기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미나리'는 이민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겪어 봤을 삶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안에 힘들지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순간 순간들이 잘 기록돼 있어 그 점에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
-모든 세대가 등장하는 만큼, 모든 세대의 관객들이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맞다. 또 누구 하나 나쁘거나 못되거나 이기적이거나 그런 캐릭터가 없다.
감정을 강요한다던지, 받는다던지 그런 느낌도 없다.
그저 좀 더 담담하게 이 이야기들을 '진짜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들려주는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아름답게 보고 사랑해 주시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한예리가 '미나리'에 매료 된 지점은 무엇인가.
"나는 시나리오보다 아이작 감독님께 매료가 됐던 것 같다.(웃음) 번역본으로 시나리오를 받았고, 이후 감독님과 모니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유년 시절과 부모님을 바라봤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서로의 추억을 꺼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감독님과 나의 어린시절 기억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을 모니카를 통해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것 같다.
"조금만 이야기 해보면 모두가 느끼겠지만, 감독님 자체가 너무 너무 좋은 분이다.
'그냥 이 사람과는 뭐든 했으면 좋겠다. 하면 재미있고 즐겁겠다.
행복하겠다'는 마음이 들어 아이작과 같이 하고 싶었던 기억이 더 크게 남아있다."
-해외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다른 것보다 날씨가 정말….(웃음) 더워도 너무 더웠다.
촬영 회차도 많지 않았고, 당연히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모두가 고생했고, 모두가 노력했다.
아역 친구들은 너무 달아 오른 자동차에 손을 데이기도 했다.
진짜 한 가족이 되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고국 돌아오고 싶었던 순간은.
"촬영이 25회 차 안에 끝났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못했다.(웃음)
오히려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3회 차만 더 있었으면' 싶었다.
집중했던 시간들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나름 더 잘 해내고 싶었던 것 같다."
한예리
-가족에 대한 애정을 누구보다 강하게 표출하는 모니카다.
아무리 힘들어도 모니카로 인해 절대 가정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긴다.
여리지만 강인한 모니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봤나.
"나라면 트레일러 앞에 아이들이 있을 때 다른 곳으로 휙 갔을 것이다.
나는 그런 여자다.(웃음) 하지만 모니카는 아니다. 가정의 해체를 바라지 않는다.
아예 생각도 안한다고 해야 할까? 난 모니카가 이별 선언을 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치고 박고 싸워도 모니카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저 본인이 힘든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버티고 버티다 결정적 순간에 내비치는 것이다.
'힘든 상황을 바꿔 줄 수는 없겠냐'는 뜻. 내가 봤을 땐 모니카가 제이콥을 더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하."
-모니카를 연기하며 새롭게 느낀 지점들이 있다면.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들이 생각났다.
우리 엄마를 포함해 또래 친구들의 어머니와 연배가 비슷할 것이다.
'이 시대 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과정들도 쉽지 않았겠구나.
경제적 기반이 잘 마련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고난이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제이콥처럼 이제 막 자아를 실현하고 꿈을 꾸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부모와 아이의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는 성장통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실제 어린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내가 부모님과 있었던 시간 또한 서로의 성장에서 비롯된, 그 가운데 '어려움과 힘듦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래도 그 세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부분이 생겼다.
서로 너무 어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최선을 다 했다."
-혹시 어머니는 영화를 보셨나.
"아직 못 보셨다. 개봉하고 보게 되신다면 나 역시 엄마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
-모니카와 비교했을 때 현실에서는 어떤 딸인가.
"나는 현실적인 딸인 것 같다. 장녀니까.
한국형 장녀의 전형적 인물이다. 내.가.
하하. 그래서 좀 뭔가를 더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순자(윤여정)와의 고추가루 신이 많은 관객을 울렸다.
"모니카 입장에서는 순자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삶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순자도 '내 딸이 미국에서 번듯하게 잘 살 것이다' 생각했을텐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니까.
엄마를 봐서 너무 기쁘고 좋은데, 동시에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순간적으로 느껴진 많은 감정들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최대한 단순하고 심플해지려 했다."
한예리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주차장에서 모니카와 제이콥(스티븐 연)이 이야기 하는 신.
'모니카가 얼마나 무거운 마음으로 그 이야기들을 했을까'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울컥했다.
솔직히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한예리는 울었는데, 모니카는 울지 않을 것 같아서 꾹꾹 참으며 연기했다.
내가 마음을 많이 썼던 장면이다."
-윤여정과의 힘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좀 조심스럽지만, 다 같이 누워 자고 있는 우리들을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점점 클로즈업으로 들어가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서 '와. 이게 배우의 힘인가?' 싶었다.
사실 선생님은 뭔가를 하지 않아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 눈빛의 힘과 주름의 깊이가 너무 좋았다."
-아역 배우들과는 어땠다.
"두 친구 각각의 매력이 있다.
앨런은 당연히 너무나도 귀여웠다.
쉽지 않은 현장이었음에도 많이 애써줬고, 최선을 다했다.
'그럼 앨런은 계속 연기 할거야? 배우 할거지?'
우스갯소리로 말하면 '너무 힘들다. 덥다.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솔직하고 표현도 거침없다.
계속 쭉 그렇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엔딩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나는 좋다. 안도했다. 어떤 분들은 '뭐야, 저렇게 끝나?'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또 살아가는구나….(웃음) 너무 좋은 엔딩이고, 그 엔딩에 감사하다. '아이작 감독의 한 순간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녀들이나, 후손들이 꼭 봤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70대에 받아야 하는 질문 아닌가? 하하. 정말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고민을 좀 해보겠다. 아직 아이 생각도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꼭 어느 한 작품을 꼽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난 내 필모그래피를 순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 같다.
출연작에 내 성장이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나이드는 과정도 보여질테고. 이런 실수도 했고, 이런 얼굴도 있었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면, 자랑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나를 궁금해 한다면 함께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해 둔 수상소감은 있나.
"아이고~ 아이고~ 아니요.
전혀요.(웃음) 지금까지 받은 상들도 실질적으로 손에 쥔 것이 없어 실감이 안 난다.
할리우드 작품 참여와 지난해, 또 올해의 좋은 스타트를 '미나리'로 모두 끊게 되는 것 같아 기쁠 뿐이다."
조연경 기자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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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더 특별한 ‘미나리’ 여주인공 한예리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주연 배우 한예리에게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정적이면서 강인한 캐릭터 모니카 역할로 극찬을 받은 그는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인 가족의 미국 이민사를 그린 영화 ‘미나리(3월 3일 개봉)’가 해외 영화제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지난 2월 28일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까지 세계 유수의 영화제 수상 소식을 연이어 전해오고 있는 것. 할머니 순자 역할을 맡은 윤여정이 수상한 미국 내 영화상만 해도 26개다.
게다가 오는 4월 25일 열릴 예정인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오스카)의 주요 후보로 거론되며, 벌써부터 ‘제2의 기생충’ 탄생이 점쳐지고 있다.
‘기생충’은 지난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 주의 농장으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아냈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제이콥)을 주축으로 한예리(모니카)와 윤여정(순자), 또 다른 한국계 미국 배우인 앨런 김(데이빗)과 노엘 조(앤)가 출연했다.
한예리(37)는 이 작품으로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대세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 전문 매체 ‘골드 더비’는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고 극찬했고,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그녀를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 엔터테인먼트 연합(CAFE)이 주최한 ‘2021 골드리스트(Gold List)’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예리가 직접 노래를 부른 OST ‘Rain Song’은 오스카 음악상, 주제가상 부문에 1차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그는 연기자와 스태프 대부분이 미국인인 ‘미나리’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지닌 모니카 역할을 맡았다.
낯선 땅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굳건히 지키는 여성이다.
정이삭 감독은 모니카를 한국에서 나고 자란 배우로 캐스팅하고자 했고, 꼭 맞는 배우로 한예리가 발탁됐다.
영화 속 한예리는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아름답게 그려진다.
차분하고 단아한 매력이 돋보이는데 이는 그가 한국무용을 전공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한예리는 국립국악중·고등학교에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를 거친 엘리트 무용수 출신이다.
한예종 재학 시절 영상원 무용 지도를 도와주다 연기와 인연을 맺어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데뷔했다.
2012년 영화 ‘코리아’(2012)에서 북한 탁구선수 유순복으로 출연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으며 이후 영화 ‘최악의 하루’(2016)와 ‘더테이블’(2016), ‘챔피언’(2018), 드라마 ‘청춘시대’(2016)와 ‘녹두꽃’(2019),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2020) 등 쉼 없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특히 쌍꺼풀 없는 동양적이면서 우아한 얼굴은 한예리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미나리’가 각종 해외 영화제를 휩쓴 것은 물론 다음 달 열리는 오스카상 주요 부문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요.
매일 좋은 소식이 들려서 기쁘고 설레지만 코로나19로 시상식이 열리지 못하는 탓에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지 못해서 그런지 덤덤하게 넘기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점이 다음 작업을 하는 데는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미나리’는 요즘처럼 답답하고 힘든 시기에, 어릴 적 부모님에 대한 이해나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많은 생각과 따뜻함을 얻어갈 수 있는 작품이에요. 국내에도 개봉하게 돼 기쁩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소감이 어떤가요.
윤여정 선생님은 ‘미나리’에 대해 “할리우드 작품이라고 하는데 할리우드의 ‘H’도 못 봤다”라고 하시곤 했어요.
사실 저 또한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거창한 생각은 안하고 있고요.
제 할리우드 활동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요.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웃음).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대본을 먼저 받았어요. 첫 대본이다 보니 번역이 완벽하지 않았고,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다 알 수 없어서 감독님을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막상 감독님을 뵈었을 땐 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이란 인상을 받았고요.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저와 많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함께 조율해서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해서든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제가 당시 드라마 ‘녹두꽃’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종영 스케줄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혹시라도 제가 안 되면 다른 배우를 소개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던 기억도 나요.
감독님께서“모니카는 한국적인 캐릭터라서 한국에서 나고 자란 배우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스토리라 모니카라는 인물을 그릴 때 감독님의 이야기가 중요했을 것 같아요.
(모니카는 감독님의 어머니가 투영된 인물이지만)자신의 어머니처럼 연기해달라고 주문하지는 않으셨어요.
또 모니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지도 않았고요. 대신 “어릴 적 부모님이 싸웠을 때, 다퉜을 때 기억이 있냐.
내 부모님은 이랬던 것 같다”는 식으로, 과거에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감독님 어머니와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머님을 직접 뵀는데 정말 곱고 예쁘시더라고요.
아이들을 잘 길러 내시고, 이민 생활을 이겨내신 분이라 멋있고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속에서 한국적인 감탄사인 ‘아이고’ 같은 표현이 눈에 띄었어요.
‘아이고’는 제가 평소 잘 쓰는 표현이에요.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시고요.
기쁠 때나 슬플 때, 또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며 ‘이게 무슨 일이야’ 할 때 ‘어휴’처럼 ‘아이고’라고 말해요.
모니카는 친정엄마가 미국까지 너무 멀고 험한 길을 온 거라, 엄마가 온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을 것 같아요.
대사 이외에 순자와 모니카를 이어주는 더 한국적인 말들이 필요했을 듯했고, ‘어휴’ ‘아이고’라는 말을 붙여 대사를 했어요.
-영화 속에는 여러 어려움과 갈등이 나오지만, 감정을 내지르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극중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모니카는 제이콥을 붙잡아요.
하지만 제이콥은 뜻을 굽히지 않고 가족이 아닌 일(꿈)을 택하죠.
다행히 이들 가족의 일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아도 되는 상황이 됐지만, 모니카는 제이콥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또 내게 이런 일(가족이 해체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헤어지자”고 말해요.
그때 배우 한예리는 울고 있었지만, 모니카는 울면 안 됐어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신을 찍으며 정말 많이 울었고, 눈물이 나오는 걸 참기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힘든 것도 단호하게 표현해 내는 사람이라서, 모니카가 더 강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윤여정 씨 외에 모두 미국 배우였고, 감독도 한국계 미국인이라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일단 감독님이 미국에서 나고 자란 분이긴 하지만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한국인과 다르지 않았고, 정서도 비슷하다고 생각됐거든요.
배우들과도 그렇고요.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고 영화를 사랑한다고 느꼈어요.
할리우드 시스템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였죠.
-미국에서 ‘제2의 기생충’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어떤 점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나요.
어린 시절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많지만, ‘미나리’에는 특히 이민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풍성하게 담겨 있는 듯해요.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섞이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가 있잖아요.
가령 한국인 이민자들은 밖에 나가면 미국인과 섞여 살아가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집에 오면 한국인이 되어야 해요.
그러다보니 부모와 자녀 세대 간에 소통의 어려움이 생기고요. 온전히 미국인도, 그렇다고 한국인도 되지 못하는 중간에 걸쳐 있는 어중간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깨닫는 점이 있는 듯해요.
“아, 부모님이 이런 마음으로 우리를 길렀구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길러냈구나”라고요.
부모님은 삶의 투쟁이 있었고, 그 결과로 자리 잡고 살아가게 되는 감사함 같은 거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듬어 줄 수 있고, 그때 받은 상처를 치유하게 되지 않을까요.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오히려 우리나라에서의 반응이 좀 다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 관객들은 “왜 이 영화가 ‘제2의 기생충’이라고 불리고,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갔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망하실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이 작품은 ‘기생충’과는 다른 ‘미나리’만의 온전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니카에게서 어떤 점을 느꼈고, 캐릭터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제이콥과의 관계였어요.
‘이 여자는 제이콥을 왜 사랑하나, 왜 이 남자 곁에 있나?
모니카가 가장 원하는 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 그러면서 깨닫게 된 건 모니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에너지는 사랑이라는 점이에요.
사랑이 뿌리를 내려 모니카를 굉장히 단단하게 지탱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니카는 누구보다 가정의 해체를 원하지 않고, 아이들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하며, 제이콥을 너무 사랑해서 관계가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에요. 그런 것들을 연기하면서 더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미나리’는 가족 간의 갈등과 봉합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요.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특별히
떠올렸던 경험들이 있나요.
아이 앞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어릴 때 아빠와 싸우는 엄마의 표정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꾹 참던 입매, 눈빛들이 제 기억에 있더군요. 엄마도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거잖아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카의 엄마 ‘순자’를 보면서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있나요.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저도 할머니에게 화투를 배웠어요. 할머니는 제게 음식을 잘 해주셨는데, 식혜든 삼계탕이든 먹고 싶어 하는 것들은 모두 차려주셨어요.
음식을 차려주시고는 얼굴이 반쪽이 됐다고 슬퍼하시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할머니를 자주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영화 엔딩에서 순자에게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 할머니는 극중 순자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셨지만 할머니를 추억하게 돼서 좋았고, 더 보고 싶어졌어요.
-예산이 빠듯해서 배우들이 숙소를 함께 쓰고 촬영도 6주 정도에 마쳤다고 들었어요.
에어비앤비로 집을 구해서 다 같이 지냈는데, 배우와 스태프 외에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와서 도와줬어요.
각자 호텔에서 지냈더라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동안 숙소는 매일 다 같이 모여 편하게 이야기 하고, 식사를 함께 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모두 함께 밥 먹는 시간이에요.
그때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과 모여서 다시 한 번 다 같이 식사하고 싶어요.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고 그립네요.
-윤여정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어요. 윤여정 선생님은 익히 알려져 있듯 유머감각이 뛰어나시고 재치도 있고 매력이 넘치는 분이에요.
선생님의 유머가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이고,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그러면서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죠. 또 하나 선생님을 통해 용기를 배웠어요.
나이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모르는 사람과의 작업도 전혀 걱정 없이 해내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원래 걱정이 많은 편이거든요.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륙했을 때부터 걱정을 했을 정도에요.
저와 반대로 선생님은 항상 당당하셨어요.
또 하나 솔직함도 배웠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좋으면 좋다고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직접 부른 OST ‘레인송’(Rain song)이 오스카 주제가상 1차 후보에 올랐어요.
감독님께서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 영화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담당한 에밀 모세리 감독님이 현장에서 OST의 멜로디를 들려주셨는데, 아름답더라고요.
자장가처럼 편안하게 불러주면 좋겠다고 요청하셔서 부담 갖지 않고 불렀어요.
그렇게 부른 노래가 오스카 1차 후보로 오르는 걸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영화 ‘뮬란’의 주제가를 부른)크리스티나 아길레나와의 경합’이라는 기사 제목까지 나와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부른 OST는 잘 부른 노래가 아니라 영화 분위기에 맞는 곡이에요. 신기하면서 너무 쑥스럽네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요.
그때그때 달라요. 캐릭터가 좋아서, 감독님과 통해서 등 이유가 다양하죠.
‘꼭 이래야만 돼’라고 고집하는 건 없지만 항상 중요시하는 건 감독님과의 소통이에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가 잘 진행될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해요.
-영화 속 모니카는 낯선 땅에 이민 와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겪어요.
한예리 씨도 살면서 편견이나 벽에 부딪혀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요즘은 편견이나 차별 같은 것들이 많이 부서지고 깨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무용을 하면서, 또 연기를 하면서 많은 편견에 부딪혀왔어요.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이 있지만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그게 벽이라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벽이라고 느껴진다면 부수면서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고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요.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고, 향기를 잃지 않는 배우였으면 해요. 욕심이지만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사진제공 판씨네마
'미나리' 앨런 킴, 지미 키멜 라이브 출연 "이슬물로 윤여정에게 장난? 위험해"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미나리'가 정이삭 감독과 배우의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을 전한 가운데, 아역배우 앨런 김이 미국 ABC 인기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 출연해 화제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
'미나리'가 지난 1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으로 세계를 뜨겁게 달군 가운데,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수상 소감을 전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정이삭 감독은 "그저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시기를 바라고 그것이 골든 글로브의 진정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나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외국인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단지 이 영화가 모든 인간에 대한 것이길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스티븐 연은 "모든 훌륭한 출연진 및 제작진과 함께 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놀라운 축복이다.
이 길을 안내해 준 정이삭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한예리는 "'미나리'를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미나리' 수상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고 생각한다.
감독님 말씀처럼 저 또한 마음의 언어로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여정은 "우리 '미나리' 팀이 축구 경기에서 이긴 기분이다. 정이삭 감독이 우리의 주장이었다.
정말 멋있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과 다시 한번 시합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나이에"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나리'에서 막내아들 데이빗 역을 맡은 아역배우 앨런 김이 미국 ABC 인기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 출연해 '미나리'가 전 세계적인 화제작임을 증명했다.
태권도 보라띠를 하고 등장한 앨런 김은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매우 신난다"고 말하면서도 진행자인 키멜이 '보라띠로 승급한 것보다 신나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는 등 그 나이다운 엉뚱한 매력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영화 속에서 '마운틴 듀(산에서 온 이슬물)'로 할머니에게 장난을 치는 유쾌한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을 해본 적 있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너무 위험하다고 답변해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영화에서 큰 주축을 담당한 앨런 김은 순수한 시선으로 영화에 대해 토크를 이어나가 온 세상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 76관왕을
기록 중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판씨네마㈜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영화 '미나리' 개봉날인 3일 오후 서울 한 영화관 전광판에
미나리 상영표가 표시돼 있다. 2021.03.03. dadazon@newsis.com
눈물로 썼던 아메리칸 드림…'미나리'는 우리 모두 이야기
솔로몬보험그룹 키운
뉴욕한상 하용화 회장
1986년 서른한살에 美건너가
학업·일 병행하며 보험 입문
연간 수주 1억弗 보험사 키워
뉴욕한인회장·국민훈장 수상
"모국 中企 미국 진출 도울 것"
뉴욕 한상(韓商) 하용화 솔로몬보험그룹 회장(65·사진)은 솔로몬을 미국 내 한인 최대 보험중개회사로 키워냈다.
연간 수주액은 1억달러가 넘는다.
솔로몬보험그룹은 솔로몬실버케어(실버보험), 솔로몬에이전시(기업보험), E베니핏 솔루션(건강보험), 인터내셔널언더라이팅에이전시(보험홀세일), 솔로몬애셋매니지먼트(생명보험) 등 5개 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솔로몬 본사는 뉴욕에 있으며 뉴저지 조지아 텍사스 멕시코 등에 지점이 있다.
최근에는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스마트보험을 인수했다.
스마트보험을 통해 솔로몬은 워싱턴DC 버지니아 메릴랜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한국에도 지사가 있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3일 하 회장은 "전미 100대 보험중개사 입성이 목표"라며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솔로몬은 든든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미나리`는 하 회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도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영화 주인공처럼 1986년 서른한 살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30대에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뉴욕 한인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그는 뉴욕 롱아일랜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낙방 소식만 들렸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동아줄이 내려왔다.
미국 보험회사다. 그는 이곳에서 한인 상대 보험 영업을 맡아 앞만 보고 달렸다.
일을 손에서 놓아본 순간이 없을 정도였다. 이어 그간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1992년 솔로몬보험을 창업했다.
하 회장은 "1980년대 미국 이민자들은 정말 힘들게 살았다"며 "보험은 이민자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지 한인사회와 함께 성장했다. 미주한인청소년재단 회장에 이어 2009년 제31대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됐다.
2015년에는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그는 또한 2018년 제17차 세계한상대회에서 `리딩 최고경영자(CEO)`에 합류했다.
리딩 CEO는 자본금 300만달러 이상, 매출 3000만달러 이상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상 네트워크다.
기존 리딩 CEO 추천과 한상대회 회의 등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선정된다.
하 회장은 "한상들이 모국 경제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도우미 역할을 통해서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월드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는 `해외지사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 세계 옥타 회원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지사 역할을 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2월까지 620만달러(약 68억원)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월드옥타는 68개국, 143개 도시에 지회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지회를 설립했다.
정회원은 7000명이며 차세대 경제인은 2만3000명에 달한다.
하 회장은 "지사화 사업은 옥타 회원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 옥타 회원과 연계한 중소기업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려하겠다"고 전했다.
하 회장은 차세대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월드옥타는 지난해 차세대 한인 경제인 1000여 명을 배출했다.
차세대 글로벌 창업 무역스쿨을 통해서다. 차세대 글로벌 창업 무역스쿨은 2003년 시작한 월드옥타의 인재 육성 사업이다.
대상은 재외동포 1.5~4세대다. 주요 프로그램은 무역실무와 한민족 정체성 등이다.
무역스쿨은 올해 18년째로 2020년까지 수료자는 2만3000여 명에 이른다.
청년 해외 취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약 220명이 글로벌 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하 회장은 "재외동포 차세대 인재는 21세기 한민족 경제 영토를 넓히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환 재계·한상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영화 '미나리'의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오전 서울
한영화관에 미나리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2021.03.02. dadaz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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