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3호기 내부 영상 공개. (사진=원자력규제위원회 공식 유튜브 캡처)
최악의 사고 발생 10년 맞이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
(후쿠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2021.3.7 sewonlee@yna.co.kr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 물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오른쪽) 총리가 지난 6일 후쿠시마현 나미에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진 발생 비교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10년 전 악몽' 동일본대지진..쓰나미·원전폭발 겹친 '3중재난
자연재해에 인재 겹쳐..사상최대 해저지진에 9.3m 쓰나미 발생
사망·실종자 1만8천여명..폐로·오염수 처리 등 난제 수두룩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그 육중한 고가 고속도로도 흔들흔들합디다.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했어요."
도쿄 우에노(上野)에 일터를 둔 한 재일교포가 10년 전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에서 지진→쓰나미→원전 폭발로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삼중'(트리플) 재난이 시작된 시각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들이닥친 이들 재난의 상처는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치유 과정에 있다.
상처가 제대로 아물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수십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2011년 3월 11일 오후
미야기(宮城)현 나토리시(市)의 한 마을이 밀려드는 쓰나미에 잠기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강력 지진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수도 도쿄에서 300㎞가량 떨어진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을 기록했다.
20세기 이후(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지진 중에서 규모 9.5로 1위인 1960년의 칠레 대지진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미야기현 앞바다를 중심으로 남북 약 500㎞, 동서 200㎞가량의 광대한 해저를 뒤흔든 이 지진의 뿌리(진원)는 바다와 육지의 지각판(플레이트)이 서로 부딪치는 경계부였다.
이 지진은 해저 지각에 큰 변동을 일으키며 다른 재앙의 씨앗인 쓰나미를 만들었다.
최대 파고가 9.3m 이상으로 관측된 당시 쓰나미는 미야기, 이와테(岩手), 후쿠시마(福島) 등 동일본 연안 지역을 강타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망한 1만5천899명과 실종된 2천527명의 대부분은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들이다.
물적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났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 12만1천992호, 반파된 건물은 28만2천920호에 달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당시 수소 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붕괴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사고 1년 후 모습. [자료사진]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후손에도 큰 짐 될 듯
동일본 연안 마을을 휩쓴 쓰나미의 거센 물살은 후쿠시마현 후타바(双葉)·오쿠마(大熊) 마을에 들어선 후쿠시마
제1원전도 덮쳤다.
이는 강진에 따른 송전탑 붕괴 등으로 외부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장치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비상용 발전기 가동까지 침수로 멈추게 하는 비상사태를 야기했다.
대형 쓰나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만했다.
같은 블록에 설치된 원자로 4기 중 정기점검 중이던 4호기를 제외한 1~3호기에서 노심(爐心·원자로에서 연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과 감속재가 들어 있는 부분)이 고열로 녹아내리는 용융이 발생해 지진이 일어난 지 하루 만인 3월 12일 오후부터 1호기를 시작으로 3호기, 4호기에서 연쇄적으로 원자로 건물에 들어찬 수소가스가 폭발했다.
당시 2호기에서도 노심용융이 일어났지만 1호기의 폭발 충격으로 건물에 구멍에 생긴 탓에 수소폭발을 면했다.
다만 다량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피하지 못했다.
핵연료가 장전되지 않은 상태였던 4호기는 3호기에 연결된 배관망을 통해 수소 가스가 유입되는 바람에 원자로
건물이 폭발했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하
는 '대재앙'이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사흘 후인 2011년 3월 14일 폐허로 변한 미야기현
게센누마시(市)에서 마실 물이 든 페트병을 양손에 든 채 시무룩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소년. [
자료사진]
험난한 폐로…오염수 처리 등 난제 산적
자연재해에 인재가 더해진 재앙으로 기록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의 종착지는 못쓰게 된 원자로를 없애는 폐로다.
앞으로도 30~4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폐로 작업은 사고 발생 후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준비 단계다.
일본 언론이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선보인 후쿠시마 제1원전 관련 다양한 특집기사에서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폐로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로 자체는 물론이고 폐로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모두 난제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 오염수 문제다.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주변에서는 용융된 핵연료 찌꺼기(데브리)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고농도 오염수가 계속 생기고 있다.
2051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폐로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오염수 발생은 불가피하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현재 하루 140t가량씩 불어나는 이 오염수를 핵 물질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현재 124만t에 달하는 이 처리수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을 함유하고 있다.
또 일부 방사성 물질의 오염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계속 늘어나는 오염수를 무한정 보관할 수 없는 점과 향후의 본격적인 폐로 작업에 대비해 필요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해양 방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류에 반대하는 지역 어민들과 주변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방류 결정을 내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염수 처분과 맞물려 가는 폐로 작업은 원자로 건물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 반출과 격납용기 속의 데브리를 꺼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작업의 대상이 되는 1~3호기 가운데 1단계로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끝난 곳은 3호기뿐이고, 사용후핵연료 반출 후 이뤄지는 데브리 반출 작업에 대해선 격납용기 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사고 발생 10년 맞이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 (후쿠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원전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지난 3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 준비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
천문학적인 사고 처리 비용…얼마로 불어날지 예측 불허
현재 하루 평균 4천 명가량 매달려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6년 12월 내놓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처리 비용 예상치에 따르면 폐로 과정에만 8조엔(약 84조원)이 든다.
또 주민 피해 배상에 7조9천억엔,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원전 주변 지역 제염에 4조엔, 오염물질 중간저장 시설 정비에 1조6천억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합친 사고 처리 비용은 총 21조5천억엔(약 22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폐로 기간이나 오염수 등의 처분 방법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경산성이 2016년 시산한 사고 처리 비용도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폐로 작업이 계속 난항을 겪는 현실과 오염 제거 비용이 불어난 것 등이 반영돼 애초 잡았던 11조엔의 2배 수준이 됐다.
오염수 처리 문제도 전체 비용의 크기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현재 124만t 규모로 불어난 오염수가 내년 말이면 보관 한계 용량(137만t)을 채우게 된다며 육상 보관을 계속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내놓은 방안의 하나가 물로 희석해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의 해양 방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일본 정부가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를 인용해 오염수(알프스 처리수) 속의 트리튬 제거 기술을 개발해 처리할 경우 약 40조엔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현재 8조엔으로 시산치가 나와 있는 폐로 비용은 총 51조엔 규모로 폭증하면서 사고 처리 비용 전체 액수는 81조엔(약 85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탱크를 활용한 육상 보관을 계속하면 연간 관리 비용으로 1천500억엔(약 1조6천억원)이 들 것이라고 고바야시 다쓰오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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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배가 떠밀려온 자리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그해 4월28일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의 한 도로에 물에 떠밀려온 선박들이 방치돼 있다. 아래는 같은 곳을
지난 2월 촬영한 사진. 게센누마 | EPA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 직원이 21일 후쿠시마현의 제1 원전의 원자로 격납용기 옆에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오쿠마/AFP 연합뉴스
부흥·올림픽”에 묻힌 탈원전…후쿠시마 방사선량 초과 여전
일 정부 ‘건재 홍보’ 혈안
복구 작업과 주객전도
후쿠시마 산림지대 822곳
방사선량 기준치 5배 육박
원전 내 피폭 위험성 높아
폐로 작업은 엄두도 못 내
“언더 컨트롤(통제) 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주장하며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오염수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일본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후쿠시마의 부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아베 전 총리는 “도쿄에는 어떠한 악영향도 지금까지 미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미칠 일이 없을 것”이라며 후쿠시마와 도쿄를 분리했다.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후쿠시마 참사가 11일 10주년을 맞는다. 10년 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1만5899명이 사망하고 2526명이 실종됐으며, 건물 100만채 이상이 손상을 입었다.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전은 수소폭발을 일으켰고 방사능이 누출됐다.
일본 정부는 ‘부흥올림픽’에 맞춰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서둘러 왔다.
성공적인 제염을 과시하듯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대응 거점으로 쓰였던 J빌리지를 도쿄 올림픽 성화봉송 시작점으로 지정했다. 올림픽 첫 경기도 후쿠시마에서 치르기로 했다.
‘언더 컨트롤’ 발언은 도쿄 올림픽 개막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자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확언과 달리 현지의 위험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의 집을 떠나 도쿄에서 홀로 살고 있는 시민 구마모토 미야코(77)는 도쿄신문에 “방사능이 없어지지 않았고, 곤란한 처지로 피난 중인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부흥청에 따르면 원전 사고 이후 피난한 사람들 중 4만2000명이 현재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1년 4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상공에서 촬영한 원자로 3호기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 원전 폐로는 먼 얘기
당초 도쿄전력은 향후 30~40년 이내에 원전 폐로를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폐로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6기의 원자로 중 1~3호기에서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발생한 연료파편(데브리) 제거 작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1~3호기는 냉각장치가 정지되면서 내부의 고열로 우라늄 연료와 원자로의 노심부가 한데 녹은 채 굳어 고체 연료파편이 만들어졌다.
도쿄전력은 2019년 하반기부터 연료파편 시료를 채취·제거하려 했지만, 2021년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가 코로나19 변수에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다.
원자로 내부는 방사선량이 높아 사람의 접근은 엄두를 낼 수도 없다.
도쿄전력은 연료파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검토위원회 미야노 히로시(宮野廣) 위원장은 “맹목적으로 연료 데브리 채취를 진행하려 해도 도중에 (돌발변수로)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고체로 굳은 1~3호기의 연료파편 총중량이 880t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작업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절삭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이 비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2호기에서는 수조 내에서 냉각 중인 사용후핵연료도 아직 제거하지 못했다.
제거가 성공적으로 이뤄져도 달리 이를 처분할 곳이 없어 부지 내에 무기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제염 완료했다지만
제염 작업도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후쿠시마현 곳곳에서는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2017년 3월 후쿠시마현 내 11개 행정구역에서 제염 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린피스가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浪江町) 인근 산림지대 822개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 측정지점의 88%는 방사선량이 1μ㏜/h로 일본 정부 기준치인 0.23μ㏜/h를 크게 웃돌았다.
2019년 그린피스 조사에서는 성화봉송이 출발하는 J빌리지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돼 일본 정부가 추가 제염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염을 위해 표토층에서 긁어낸 오염토양이나 원자로 냉각에 사용한 오염수 처리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오염토의 경우 일본 정부가 정한 중간 저장시설 부지 공간의 75%를 이미 채운 상태고, 삼중수소가 제거되지 않은 오염수 역시 탱크 저수용량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언더 컨트롤’과는 거리가 멀다.
간사이학원 대재해부흥제도연구소 사이토 요코 교수는 주니치신문에 “자연재해와 달리 원전 사고는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고 10년으로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재1원전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방사능 피해는 '현재 진행형
10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쳤다.
원전의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원전 내부의 핵연료를 식히지 못해 폭발로 이어졌고, 결국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만 6000여명, 이중 후쿠시마 원전 관련 사망자는 3500여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지진‧쓰나미와 달리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긴 시간에 걸쳐 지속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을 맞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4일 펴낸 보고서에서 “핵 재난으로 인해, 주민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고향이던 삶의 터전과 가족, 지역 사회 그리고 건강과 재산을 잃었다”고 밝혔다.
① 여전히 피난 상태인 주민들 3만 6192명 + @
3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의 귀환곤란구역에 있는 '특정폐기물보관소'에
각종 폐기물이 산적해 있다. 이곳에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 주민들이 피난한 뒤 일대의 각종 시설물에서 철거한 폐기물 등이 임시로 보관돼 있다.
연합뉴스
10년이 지났지만 원전 사고의 여파로 3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2011년 사고 당시 16만 4000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지난 2021년 1월 현재 후쿠시마 현 안팎에 여전히 피난 상태에 있는 이들이 3만 61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정부의 명령에 따라 거주지를 떠난 사람만이 집계된 수치다.
스스로 위험을 피해 멀리 떠난 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고 초기인 2011년 12월부터 피난 구역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위험을 피해 이주하는 주민들에게 비용을 일부 지원했지만, 2017년 지원을 중단하면서 공식 집계되는 피난민의 수도 크게 줄었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2017년 마지막으로 기록된 '자발적 피난민'은 1만 524가구, 2만 6601명이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재팬 캠페이너는 “사실상 피난중인 사람들이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피난민이 아닌 것으로 분류한다.
이는 UN의 ‘국내 피난민에 관한 보호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일본정부는 피난민들의 귀환을 강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세계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반인이 노출되어도 건강에 크게 이상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선 용량은 1년에 1mSv(밀리시버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연 20mSv까지는 괜찮다"며 20mSv를 기준으로 피난 명령을 해제했다.
②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자 누적 3000만명…계속 늘어난다
지난 6일 후쿠시마현 이다테무라에 방사능에 오염된 흙과 풀을 담은 검은 자루가 쌓여있다.
윤설영 특파원
2018년까지 후쿠시마 원전과 주변 지역의 제염 작업(오염 제거)에 투입된 사람은 연인원 3000만명이 넘는다.
원전 사고 제염 작업은 강한 방사능 때문에 한 사람이 긴 시간 작업할 수 없어, 더 많은 사람을 짧은 시간 교대로 투입해야 하기에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UN 인권특별보고관은 “제염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호장구도 부족하고 피폭 위험에 대한 교육도 부족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린피스는 "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된 나미에 지역에선 제염 작업자들이 고준위 방사선에 피폭된 사실이 확인됐고, 더 강한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제염이 확대되면 한층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동자들이 투입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③‘귀환곤란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 최근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조피볼락에서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연합뉴스
방사능 오염 정도가 심각해 ‘귀환곤란지역’으로 지정된 곳에도 현재 사람이 살고 있다.
2021년 1월 기준으로 나미에는 등록인구 1만 6681명 중 1579명이 살고 있고, 이타테는 등록인구 6509명 중
1255명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현의 나미에·이타테 등 7개 구를 ‘귀환곤란지역’으로 지정했던 일본 정부는 이들을 2023년까지 모두 지정해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그린피스는 귀환곤란구역의 제염 계획이 역부족한 상황이라 향후 수십년간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직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피해는 초기단계에 불과하고, 정부가 ‘오염 제거가 완료됐으니 주민들은 귀환해도 된다’고 말하는 건 명백한 거짓”(스즈키 카즈에 캠페이너)이란 비판이다.
그린피스 장마리 기후에너지캠페이너는 “‘아직도 10년 전 이야기를 계속하냐’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후쿠시마 주변에서는 기준치의 수십배가 넘는 방사성 핫스팟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인간의 시간과 기술로 원전 사고를 당장 수습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 사고로 인한 (본격적인) 피해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다음 세대까지 위험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결정, 비현실적인 폐로 계획 등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 /교도 연합뉴스
日 원전 폭발 10년…후쿠시마선 여전히 세슘 검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발(發) 방사성 물질을 없애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후쿠시마에서는 사고 발생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슘은 물론 골수암과 혈액암을 유발하는 스트론튬90까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감기가 30년에 달하는 이들 물질의 잔존과 낮은 제염 작업 이수율을 두고 사고 지역을 30~40년 내로 원상복귀시키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피스는 4일 발표한 ‘2011~2021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현실’ 보고서에서 일본이 지정한 제염특별구역 840㎢ 가운데 120㎢, 즉 총면적의 85%에서 여전히 한도 이상의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염특별구역은 연간 피폭선량한도가 20m㏜(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지역으로, 한국의 일반인 선량한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1m㏜다. 일본 정부는 앞서 사고 이후 2017년까지 이 구역에서 방사능 제거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린피스는 제염 작업이 더딘 이유로 지리적 특성을 언급했다.
후쿠시마는 전체 면적의 70%가 산림 지대인데,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은 토양에 흡수될 경우 식물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 제염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산림이 방사능 장기 저장소가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피난 명령이 해제된 후쿠시마현 나미에, 이타테 지역의 많은 곳에서 일본 정부가 제시한 장기 제염 목표치인 시간당 0.23μSv(마이크로시버트)를 상회하는 방사선이 나오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이들 지역의 피폭선량이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주장하지만 연간 1~5mSv 수준의 선량 피폭에서도 암 발생 위험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과학적 증거를 통해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후쿠시마 산림 지대에서 나오는 스트론튬90이다. 스트론튬90은 극미량만 체내에 들어가도 발암 확률이 높아지는 맹독성 물질이다. 그린피스는 2018년 후쿠시마 내 4개 지역에서 채취한 삼나무 시료를 프랑스 서부방사능관리협회(ACRO)에 보내 분석을 의뢰한 결과 스트론튬90 검출을 확인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 물질이 조금이라도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스트론튬90과 관련한 그린피스의 조언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에도 ‘비정부기구(NGO) 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며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피난을 유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성 오염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세슘량만을 사용하고 있다.
검은색 비닐 포대에 담겨 쌓여 있는 후쿠시마 오염 토양. /AP 연합뉴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제시한 원전 폐로 기술의 한계도 우려했다. 도쿄전력이 사용하는 폐로 기술인 건식 측면 접근 방식(분산된 핵연료 파편을 로봇 팔을 이용해 제거하는 기술)은 소량의 핵연료 파편 채취는 가능하지만 전체 원전 폐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그러면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냉각수로 인해 방사성 오염수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핵연료 파편 냉각 방식을 공기 냉각으로 바꾸고 수심이 깊은 대형 지하 갱도를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기술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사토시 사토 전 GE 원자력 기술전문가는 이날 그린피스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오염 물질 처리 방식 또한 미흡하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는 부지에서 발생하는 오염 토양을 제거한 뒤 외부로 옮길 장소가 빠져 있다"며 "원전을 해체하면 150만~200만t의 콘크리트와 강철 잔해도 나올 텐데 이를 이송할 곳 역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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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마=AP/뉴시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2월14일
전경. 10년 전 대지진으로 원자로 3기가 녹아버린 이 원전 부근에선 전날 진도 6강의 강진이
감지되었다. 2021. 02.22
日 대지진·후쿠시마 원전 폭발 10주년...인프라 거의 복구·산업 아직 '곤경'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2011년 3월11일 동일본 지역에 내습한 규모 9.0 강진으로 인한 쓰나미 사태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사고 여파로 생긴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이 10년 지난 요즘에도 진행되고 있다.
NHK와 닛케이 신문 등은 7일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피해 재건작업이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부문의 거의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쓰나미로 타격을 받은 제조업, 수산가공업, 관광업 등 산업 경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지진 직후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47만명에 달했던 피난자 수는 2021년 2월8일 시점에 4만1241명으로 애초의 9% 이하로 줄었다.
자가주택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재해민에 공급하는 공영주택은 계획한 3만채 가운데 귀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공했다.
쓰나미로 침수한 지역의 지반을 높이고 고지대로 이전하는 택지 조성은 계획한 1만8000채 모두 작년 12월까지 지었다.
최대 12만3700채이던 임시주택은 지난달 1일 시점에 1000채를 밑돌고 입주자도 1750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원전폭발로 고향을 떠난 피난자가 10년 된 지금도 4만명 넘게 전국 928개 시구정촌에 머물고 있다.
지진 피해를 당한 항만시설은 131곳 전부 복구공사를 완료했다.
또한 어항도 319곳 가운데 97%인 311곳의 접안 하역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고 나머지 8곳도 상당 기능을 찾게 했다.
피해 노선이 2350.9km에 이르던 철도는 모두 운행을 재개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현장 부근을 지나는 철도 노선도 2020년 3월 운행을 다시 개시했다.
도로는 파손 유실한 6263개 노선 중 올해 1월까지 99%인 6188개 노선을 복구했다.
피해 농경지 1만9690헥타르는 1월 시점에 94%인 1만8560헥타르의 경작이 가능해졌다.
대지진으로 크게 타격을 입은 제조업 출하액은 최대 피해지인 이와테현과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모두 2014년까지 이전 수준을 대체로 회복했다.
2018년에는 미야기현이 2010년보다 131%, 이와테현은 130% 상승했다. 후쿠시마현은 전국 평균 115%를 밑돌았지만 103%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생산설비 복구를 위해 2011~2020년도 10년간 5336억엔(약 5조5540억원)을 투입 지원했다.
그래도 실제 비용 가운데 4분의 3을 보조받은 현지기업 중 재해 전 수준으로 매출액이 돌아온 것은 44%에 머물렀다.
쓰나미와 방사능 오염으로 충격파를 받은 수산가공업은 고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산청 조사로는 수산가공 생산능력이 80% 이상 회복한 업체는 64%, 매출이 80% 돌아온 기업 경우 50%에 그쳤다. 매출이 재해 전을 상회하는 곳은 22%에 불과했다.
특히 원전 폭발사고를 겪은 후쿠시마현은 "판로가 막히고 상실한데다가 평판까지 나빠지면서 제일 큰 곤란에 직면했다고 한다.
대지진 이전 주요 산업이던 관광업은 2019년까지 방일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급속한 회복하고 있다.
작년 도호쿠(東北) 6개현을 찾은 외국인은 2015년의 세 배에 이르는 150만명에 달해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진피해 재건에 2011~2019년에 37조1294억엔 예산을 투입했으며 이중 절반을 인프라 투자에 쏟았다.
2020년도에도 1조6974억엔을 편성했다. 대지진 11주년인 2021년부터는 5년간 복구사업비로 1조6000억엔 정도를 책정, 지난 10년에 비해 대폭 축소한다.
이와 관련해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부흥상은 7일 NHK 일요토론에 출연해 앞으로 복구정책을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개별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10주년을 맞아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68%, 즉각 폐기해야 한다는 비율은 8%로 전체 응답자의 76%가 탈(脫)원전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발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양이 124만7000t에 이르렀다고 도쿄전력이 7일 공표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저장 가능량은 약 137만t으로 이미 91.0%가 찼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을 정식 확정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js@newsis.com
↑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2011년 3월 11일 오후 미야기(宮城)
현 나토리시(市)의 한 마을이 밀려드는 쓰나미에 잠기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10년 전 악몽' 동일본대지진…폐로·오염수 처리 등 난제 수두룩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은 일본에서 지진→쓰나미→원전 폭발로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삼중'(트리플) 재난이 시작된 시각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들이닥친 이들 재난의 상처는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치유 과정에 있다.
상처가 제대로 아물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수십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수도 도쿄에서 300㎞가량 떨어진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을 기록했다.
20세기 이후(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지진 중에서 규모 9.5로 1위인 1960년의 칠레 대지진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미야기현 앞바다를 중심으로 남북 약 500㎞, 동서 200㎞가량의 광대한 해저를 뒤흔든 이 지진의 뿌리(진원)는 바다와 육지의 지각판(플레이트)이 서로 부딪치는 경계부였다.
이 지진은 해저 지각에 큰 변동을 일으키며 다른 재앙의 씨앗인 쓰나미를 만들었다.
최대 파고가 9.3m 이상으로 관측된 당시 쓰나미는 미야기, 이와테(岩手), 후쿠시마(福島) 등 동일본 연안 지역을 강타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망한 1만5천899명과 실종된 2천527명의 대부분은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들이다.
물적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났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 12만1천992호, 반파된 건물은 28만2천920호에 달했다.
↑ 동일본대지진 당시 수소 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붕괴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사고
1년 후 모습 / 사진=연합뉴스
동일본 연안 마을을 휩쓴 쓰나미의 거센 물살은 후쿠시마현 후타바(双葉)·오쿠마(大熊) 마을에 들어선 후쿠시마
제1원전도 덮쳤다.
이는 강진에 따른 송전탑 붕괴 등으로 외부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장치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비상용 발전기 가동까지 침수로 멈추게 하는 비상사태를 야기했다.
대형 쓰나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만했다.
같은 블록에 설치된 원자로 4기 중 정기점검 중이던 4호기를 제외한 1~3호기에서 노심(爐心·원자로에서 연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과 감속재가 들어 있는 부분)이 고열로 녹아내리는 용융이 발생해 지진이 일어난 지 하루 만인 3월 12일 오후부터 1호기를 시작으로 3호기, 4호기에서 연쇄적으로 원자로 건물에 들어찬 수소가스가 폭발했다.
당시 2호기에서도 노심용융이 일어났지만 1호기의 폭발 충격으로 건물에 구멍에 생긴 탓에 수소폭발을 면했다.
다만 다량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피하지 못했다.
핵연료가 장전되지 않은 상태였던 4호기는 3호기에 연결된 배관망을 통해 수소 가스가 유입되는 바람에 원자로
건물이 폭발했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하는 '대재앙'이었다.
자연재해에 인재가 더해진 재앙으로 기록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의 종착지는 못쓰게 된 원자로를 없애는 폐로다.
앞으로도 30~4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폐로 작업은 사고 발생 후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준비 단계다.
일본 언론이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선보인 후쿠시마 제1원전 관련 다양한 특집기사에서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폐로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로 자체는 물론이고 폐로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모두 난제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 오염수 문제다.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주변에서는 용융된 핵연료 찌꺼기(데브리)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고농도 오염수가 계속 생기고 있다.
2051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폐로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오염수 발생은 불가피하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현재 하루 140t가량씩 불어나는 이 오염수를 핵 물질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현재 124만t에 달하는 이 처리수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을 함유하고 있다.
또 일부 방사성 물질의 오염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계속 늘어나는 오염수를 무한정 보관할 수 없는 점과 향후의 본격적인 폐로 작업에 대비해 필요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해양 방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류에 반대하는 지역 어민들과 주변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방류 결정을 내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염수 처분과 맞물려 가는 폐로 작업은 원자로 건물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 반출과 격납용기 속의 데브리를 꺼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작업의 대상이 되는 1~3호기 가운데 1단계로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끝난 곳은 3호기뿐이고, 사용후핵연료 반출 후 이뤄지는 데브리 반출 작업에 대해선 격납용기 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4천 명가량 매달려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6년 12월 내놓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처리 비용 예상치에 따르면 폐로 과정에만 8조 엔(약 84조 원)이 든다.
또 주민 피해 배상에 7조9천억 엔,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원전 주변 지역 제염에 4조 엔, 오염물질 중간저장 시설 정비에 1조6천억 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합친 사고 처리 비용은 총 21조5천억 엔(약 225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폐로 기간이나 오염수 등의 처분 방법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경산성이 2016년 시산한 사고 처리 비용도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폐로 작업이 계속 난항을 겪는 현실과 오염 제거 비용이 불어난 것 등이 반영돼 애초 잡았던 11조 엔의 2배 수준이 됐다.
오염수 처리 문제도 전체 비용의 크기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현재 124만t 규모로 불어난 오염수가 내년 말이면 보관 한계 용량(137만t)을 채우게 된다며 육상 보관을 계속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내놓은 방안의 하나가 물로 희석해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의 해양 방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일본 정부가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를 인용해 오염수(알프스 처리수) 속의 트리튬 제거 기술을 개발해 처리할 경우 약 40조 엔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현재 8조 엔으로 시산치가 나와 있는 폐로 비용은 총 51조 엔 규모로 폭증하면서 사고 처리 비용 전체 액수는 81조 엔(약 85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탱크를 활용한 육상 보관을 계속하면 연간 관리 비용으로 1천500억 엔(약 1조6천억 원)이 들 것이라고 고바야시 다쓰오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디지털뉴스부]
동일본대지진 쓰나미에 밀려온 선박(미야기 교도=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발생 다음날인
2011년 3월 12일 일본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에 쓰나미에 밀려온 선박이
주택가에 놓여 있다.
탈원전 실험 중단·잃어버린 공동체…과제 남긴 동일본대지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1만8천여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수습 외에도 과제를 남겼으며 일본 사회에도 여러 변화를 일으켰다.
원전이 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관념이 깨졌으며 일본은 한때 '탈원전'을 시도하는 등 에너지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진 피해 조기 극복을 목표로 주택과 기반시설 복원에 힘썼지만 토목 공사만으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에는 부족했고 오랜 피난 생활에 심신이 지쳐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등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재난 대응 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피해 지역 주민들은 재난의 교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 싸고 안전한 전기?…'원전 신화' 깨뜨린 대지진
일본의 9개 전력회사가 설립한 전기사업연합회의 자료에 의하면 대지진 전인 2010년도에는 원전이 일본의 전체 전력 공급원 중 25%를 차지했고 지열 및 신재생에너지는 2%에 불과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당시 민주당 정권이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이 전체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에 0%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재집권한 후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방침을 전환하면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폭발 사고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
(후쿠시마 교도=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 발생 6일 후인 2011년 3월 17일 오전 상공에서 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습. 화면 왼쪽에서부터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건물이며 1·2·4호기 건물이 폭발로 심하게 훼손돼 있다.
최악의 원전 사고를 겪고도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은 원전 수출 전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전 사고는 원전이 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관념을 바꿔놓았다.
전력 생산만 생각하면 싸게 느껴질 수 있으나 많은 일본인들이 원전이 사고 발생 가능성이나 폐기물 처리 등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동반한다는 점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실감하게 된 것이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에 대한 일본인의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도통신과 교도통신 가맹사로 구성된 일본여론조사회가 최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원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제로로 해야 한다'고 반응했다.
실제로 지열 및 신재생에너지(수력 제외)가 전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도 기준 9% 수준까지 확대했다.
같은 해 기준 원자력의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원전을 멈춘 동안 각종 화력발전에 많이 의존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열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기술이 발전하고 투자도 늘어나 원전보다 기여도가 커진 상황이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에 건설된 원전 60기 가운데 27기는 폐로가 완료됐거나 폐로 작업 중이며 남은 33기 중에서 재가동 중인 것은 9기뿐이다.
전력회사들은 40년 넘은 노후 원전의 재가동까지 목표로 하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향후 일본 사회의 전력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주목된다.
◇ 여전히 4만여명은 피난 생활…지진 피해는 현재진행형
일본 부흥청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 피해로 인해 피난 생활을 하는 주민은 지난달 8일 기준 4만1천241명이다.
피해 주민들이 지진 발생 10년이 다 되도록 가설주택이나 지인·친척의 집 등을 돌며 열도 전역에서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대지진이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는 이른바 '지진 관련사(死)' 통계에서 엿볼 수 있다.
작년 9월 말 현재 일본 전국에서 3천767명이 지진 관련사로 인정됐다.
65세 이상이 약 88.5%를 차지했다.
지진 관련사는 피난 생활 도중이나 피난 생활을 마친 후 건강이 악화하거나 과로 등으로 지진으로 유발된 간접적인 심신의 부담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붕괴한 건물에 깔리거나 쓰나미(지진 해일)에 휩쓸리는 등 지진이 직접 원인이 사망한 것과는 구분해서 해서 집계한다.
요미우리신문의 집계에 의하면 동일본대지진 피해가 특히 컸던 후쿠시마(福島),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등 3개 현(縣, 광역자치단체)의 가설주택이나 재해공영주택(부흥주택)에서 생활하던 이들 가운데 작년까지 614명이 고독사하기도 했다.
쓰나미가 휩쓴 마을과 방조제 공사(이와테 교도=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으로 쓰나미가 밀려든지
4일 후인 2011년 3월 15일 일본 이와테(岩手)현 미야코(宮古)시 다로(田老)지구에서
포크레인이 작업 중(위)이다. 하단 사진은 거대 방조제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일본 정부는 주택 건설과 생활 기반시설 구축 등 피해 지역의 인프라 확충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011∼2019년도에 일본 정부가 동일본대지진 피해 복구 예산으로 지출한 금액 일시 차입금 반환 등을 제외한 실질 지출만 33조4천76억엔(약 349조1천161억원)에 달했다.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도 지진 피해자 지원을 위해 6천216억엔(약 6조4천2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계속 투입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빼앗긴 일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반시설을 정비해도 지진 피해 지역 연안의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의 삶도 안정되지 않고 있다.
10년째 가족의 행방을 알지 못한 주민이 수시로 당국에 접촉해 실종자 수색 상황을 확인하고 있으며 혈육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공기통을 메고 스스로 바다에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대대로 살던 고향을 떠난 이들은 새로운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낯선 곳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자식과의 이별을 감수하고 예전에 살던 동네로 돌아가기도 한다.
◇ "쓰나미 교훈 잊지 않겠다"…방재 시스템 강화하는 일본
"(쓰나미의 경험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전달해서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한 명이라도 많은 분이 목숨을 살리면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2014년 2월 미야기(宮城)현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스가와라 기요카(菅原淸香·70) 씨에게 안부 전화를 했더니 대지진 10년을 맞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야기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쓰나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도 활동한다.
대지진 당시 스가와라 씨의 어머니가 생활하던 노인복지시설은 쓰나미로 물에 잠겼으며 그는 아직도 어머니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현 등에서는 스가와라 씨처럼 가족을 상실한 아픔을 딛고 재난의 교훈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꽤 있다.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이 방재 시스템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재난 대응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참사의 현장에서 기억하는 재난의 교훈(미야기 교도=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발생 사흘 뒤인
2011년 3월 14일 일본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방재대책청사에 쓰나미로
떠밀려온 각종 온갖 부유물이 걸려 있다.(화면 위) 방재대책청사 일대는 이후 지진 피해 극복을
기원하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3층 건물이 쓰나미에 통째로 잠겨 지자체 직원 등 43명이 목숨을 잃은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방재대책청사 건물 일대는 지진 피해 극복을 기원하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가족의 목숨을 빼앗은 참사가 떠올라 괴로우니 해체하라는 요구와 재난의 교훈을 잊지 않도록 남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유족의 여론이 양분됐으나 미야기현이 2031까지 소유권을 맡기로 하면서 일단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동일본대지진은 주민들의 의식도 바꿔놓았다.
비록 쓰나미 피해가 없기는 했으나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주민이 지체 없이 대피한 것은 일종의 학습 효과로도 볼 수 있다.
사회 기반 시설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일본은 1995년 1월 고베(神戶)시 일대를 강타한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일명 고베 대지진)을 겪은 후 '건축물의 내진개수(改修·건물이나 도로 등의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바로 잡음)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건물 내진화를 추진했는데 동일본대지진은 쓰나미 대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거대한 쓰나미와 방조제(미야기 교도=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거대한 쓰나미(지진 해일)가 밀려들었던 미야기(宮城)현 나토리(名取)시 해안(위)에 쓰나미를
막기 위한 거대한 방조제(아래)가 설치됐다.
태평양 연안에 수백㎞에 달하는 방조제가 건설됐고, 쓰나미 피해 지구의 토대를 높이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이나 쓰나미에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이 될지에 관해서는 논쟁이 있다.
예를 들면 이와테(岩手)현 미야코(宮古)시 다로(田老)지구에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높이 10m의 거대 방조제가 설치돼 있었으나 마을 주민 181명이 희생됐다.
과거에 쓰나미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 후 1979년에 완공했고 '만리장성'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나 방조제의 역할을 과신하고 피난을 서두르지 않은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당국은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이 지역 방조제를 14.7m로 높이기로 했고 이달 말이면 공사가 완료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일본해구·지시마(千島)해구 지진이 발생하면 미야코시에 29.7m에 달하는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sewon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도쿄=AP/뉴시스]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의 한 쇼핑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2021.03.02.
탈원전' 지지 일본 국민 76%로 늘어나
일본여론조사회,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년 앞두고 조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여파로 전력을 얻는 수단으로 원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본 국민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를 덮쳤고, 이로 인한 냉각장치 가동 중단으로 노심용융과 수소폭발이 잇따라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됐다.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로 분류된 이 사고의 수습 작업은 폐로를 목표로 두고 장기 과제로 진행 중이다.
7일 교도통신과 교도통신 가맹사로 구성된 일본여론(세론)조사회가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후쿠시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970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원전의 장래를 묻는 항목에서 68%가 '단계적으로 줄여 제로화(전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당장 전폐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8%를 기록해 전체 응답자의 76%가 탈(脫)원전 정책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같은 조사에서 탈원전을 희망한 응답자 비율이 2014년 69%, 2016년 62%, 2018년 75%였던 점을 고려하면 원전 전폐를 주장하는 일본 국민이 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원전 전폐를 바라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60%가 후쿠시마 제1원전 같은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있는 점을 꼽았다.
반면에 '일정 수준의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19%)라거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3%)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58%가 원전을 없앨 경우 전기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들 중 19%는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원전 유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삼중수소(트리튬) 등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가 계속 나오는 문제에 대해선 '알고 있다'는 답변자 비율이 53%로 반수를 넘었다.
그러나 '모른다'는 응답자도 43%를 기록해 적지 않은 일본 국민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염수 처분 방법과 관련해선 충분한 '풍평피해'(오염수 배출 결정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주변 지역 주민 등이 볼 피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방출해선 안 된다는 답변이 39%로 가장 많고, 조속히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3%에 그쳤다.저장탱크를 증설해 지상 보관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0%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32%였다.
parksj@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10년만에 다시 발생한 동일본지진…사진으로 본 현재 상황
14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이와키시립도서관에서 한 도서관 직원이 강진으로 책꽂이에서
떨어진 책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로이터]
10년만에 다시 발생한 동일본지진…사진으로 본 현재 상황13일 오후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히로노마치의 한 읍사무소의 바닥에 파일들이 흩어져 있다.[교도=연합뉴스]
후쿠시마 사고 후 안전조치 96% 완료"... 우리 원전, 백두산 폭발은 견딜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국내 대책 56건 수립
올해까지 54건 완료..."국내 원전 안전판 마련"
원전 비상장치에 잇따른 결함 판정..."정상 작동 의문"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발생 10주년이 다가오면서 국내 원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11일 발생해 대재앙으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대폭 확충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하지만 국내 원전의 재난 상황에 대비한 대책들에선 여전히 허점이 노출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내 원전 안전대책, 2024년 모두 완료
9일 원자력업계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56개의 안전조치를 마련, 올해까지 54건을 완료했고 2024년까지 나머지 2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남은 2건은 원전 격납건물 감압설비 설치와 한울 1호기 제2 보조급수 저장탱크 설치“라며 “사고 발생 시 원전 내부의 압력이 증가해 폭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설비 등으로 남은 과제까지 모두 마무리되면 국내 원전의 안전판이 촘촘하게 마련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엔 지진이 아닌 해일(쓰나미)에 의한 침수에서부터 시작됐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엔 안전하게 멈췄지만 쓰나미에 외부 전원이 차단, 원자로 냉각기가 작동하지 못하면서 수소폭발로 이어졌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국내 모든 원전에 방수문 설치를 완료했다.
방수문은 국내 원전 부지에 3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하는 상황에도 비상전력계통 등 주요 설비가 침수되는 것을 차단하는 설비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지역인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전 주변에는 쓰나미에 대비해 높이 10m, 길이 약 2.1㎞에 달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방벽을 설치했다.
여기에 국내 모든 원전엔 ‘지진자동정지 설비’도 장착됐다. 해당 설비는 규모 6.5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 원전을 안전상태로 유지한다.
국내 원전에서 후쿠시마 사고처럼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국내 원전은 가압경수로를, 일본 원전은 비등경수로를 사용해 노형부터 다르다.
비등경수로인 일본 원전은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기에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기 어렵다. 반면 국내 원전은 처음부터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또한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의 격납용기 내부체적은 일본 원전보다 무려 5배나 커서 사고 발생으로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낮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지난해 9월3일 오전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재난상황서 안전대책 정상 작동엔 의구심
다만, 재난상황에서 이런 원전 안전설비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의문점이 남아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비상상황 시 원전에 전원을 공급하는 이동형 발전차량을 마련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이 자연재해 발생으로 원전에 전력 공급이 중단, 폭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비다.
그런데 한수원이 납품 받은 제품들이 불량으로 확인되면서 현재 검찰 조사까지 착수된 상태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으로 국내 원전에 설치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PAR)에서도 결함이 발생, 논란을 빚기도 했다.
원전 사고 시 수소폭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데, 실제 수소 제거율이 구매 규격의 30~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소 소장은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동북아 최대 재난으로 예상되는 게 백두산 폭발인데 이런 재난들에 대비하려면 대책들의 실제 이행과정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2011년 4월 16일 일본 이와테현 오츠치의 2층
민박건물 위에 쓰나미로 밀려온 대형 선박이 올라서 있다(왼쪽). 10년이 지난
2021년 1월 27일 같은 장소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오른쪽). 오츠치=AFP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촬영한 것으로 2011년 원전사고로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된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방사능 폐기물을 담은 검은 자루가 쌓여 있다. 오쿠마=AFP 연합뉴스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 이와테현의
어촌마을 미야코의 방파제를 넘어 해안도로를 덮치고 있다(위). 10년이 지난 후인
2021년 1월 28일 현재의 모습(아래). 미야코=AFP 연합뉴스동일본 대지진 그 후 10년... 바뀐 풍경, 여전한 불안감
오는 11일이면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동해안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맞는다.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 중 하나로 기록된 당시 지진은 최대 20m 높이의 쓰나미를 동반하면서 순식간에 태평양 연안 마을들을 덮쳤다.
그로 인해 한 마을이 하루아침에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고 1만8,00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큰 타격을 입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주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동일본 대지진 당시 초대형 쓰나미가 휩쓴 피해지역은 외형상 이미 복구돼 지금은 황폐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아직 후쿠시마 지역 곳곳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검은 자루가 쌓여 있고, 이 지역에서 난 수산물에선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세슘이 끊임 없이 검출되고 있다.일본 이와테현 오츠치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한 달여인 2011년 4월 26일 2층
건물 위에 올라선 대형 선박과 차량 및 잔해로 뒤덮인 모습(위)과 10년이 지난 2021년
1월 28일 모습(아래). 오츠치=AFP 연합뉴스불안이 일상화 되어가면서 참상의 기억이 희미해진 지난달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2의 강력한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이후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는 진도 6의 여진도 관측됐다.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5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95만 가구에 정전과 단수가 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주민들은 10년 전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10년 전의 참상을 말끔히 지운 후쿠시마의 평온한 풍경 뒤엔 언제 재현될지 모를 대지진과 좀처럼 씻겨내리지 않는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 있다.
10년 전과 오늘, 동일본 대지진의 현장을 사진으로 비교해 보았다.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5일이 지난 2011년 3월 16일 폐허로 변한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의 모습(위)과 10년이 지난 2021년 1월 27일 현재 모습(아래).
게센누마=AFP 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일주일 후인 2011년 3월 18일 미야기현 게센누마에서
한 생존자가 잔해더미 앞을 지나가고 있다(위). 10년 후인 2021년 1월 27일 같은
장소가 깨끗하게 복구되어 있다(아래). 게센누마=AFP 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2011년 4월 7일 미야기현 게센누마가
쓰나미로 밀려온 대형 선박과 잔해로 뒤덮여 있다(위). 10년이 지난 2021년 1월 27일
같은 장소가 깔끔하게 복구되어 있다(아래). 게센누마=AFP 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한 달여가 지난 2011년 4월 16일 주민들이 쓰나미에 밀려
이와테현 오츠치의 2층 민박건물에 올라가 있는 대형 선박을 바라보고 있다(위).
10년이 지난 현재 같은 장소의 모습. 오츠치=AFP 연합뉴스
2011년 3월 13일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미야기현 다가조의 거리에
차량과 잔해더미가 뒤엉켜 있다(왼쪽). 10년이 지난 후인 2021년 1월 25일 깔끔하게
복구된 도로에서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오른쪽). 다가조=AFP 연합뉴스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환경운동연합 소속회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 시작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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