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AF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독재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sungok@yna.co.kr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얀마 탓마도, 그 살육의 역사
1988년 8월, 네윈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대에 밝힌 경고는 TV로 생중계됐다.
"경고합니다. 우리 군이 소집되면 발포할 것입니다.
우리 군은 결코 총을 허공에 쏘는 일은 없습니다".
8월 8일, 미얀마 군은 결국 수도 양곤에서 시민들에게 집단 발포를 시작했다. 며칠새 천여 명의 미얀마 시민들이 죽었다.
88년 8월 8일의 민주화시위를 미얀마인들은 ‘8888항쟁’이라고 부른다.
그 미얀마 군대의 이름이 '탓마도(Tatmadaw)'다. 네윈 대통령도 군 출신이였다.
쿠데타로 집권해 26년 군사독재를 펼치다 결국 88년 민주화시위로 쫓겨났다.
하지만 한달쯤 뒤에 이른바 '신군부'가 나타났다.
9월 18일 쏘 마웅 국방부장관이 또 쿠데타를 일으켰다.
다시 군사독재가 시작됐다. 탓마도는 이렇게 미얀마를 지배한다.
독립 이후 58년을 집권했다.
그 탓마도는 70년 전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위해 아웅산 장군이 창설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은 총선으로 집권한 아웅산의 딸을 가두고 쿠데타로 또 집권했다.
이들은 실전에 강하다.
살육과 성폭행, 약탈의 전문가 집단이다.
미얀마는 70%의 버마인(불교)과 30%의 140여 개 다민족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다.
소수민족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탓마도는 이 교전에 익숙한 군대다. 최근까지도 북부 카친족(기독교)과 교전이 이어졌다.
2017년 탓마도가 자행한 로힝야족(이슬람교) 학살도 같은 맥락이다. 9천명 가까운 로힝야족을 살해했다.
수많은 성폭행이 이어졌다.
UN등 국제사회는 훗날 이 전투를 '살육'이라고 규정했다.
그 군대(77여단)가 지금 양곤과 만달레이에 주둔중이다.
만달레이에 주둔중인 77여단 군인들, 77여단은 2017년 로힝야족을 잔인하게 학살한 특수부대다.
2019년 4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반군과의 교전을 앞둔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차를 마시던 우 테인 아웅의 집에 쳐들어와 부대와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20여 명의 마을 남자들이 축출됐다.
접경지역 지뢰 매설지역에 도착했다.
군은 마을남자들에게 100피트 전방으로 걸어가라고 명령했다.
거부한 몇몇 남성들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 결국 한명이 지뢰를 밟았다. 몸이 산산조각났다.
당시 눈을 잃은 아웅(65)은 "죽을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지뢰밭을 걸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지뢰탐지기로 썼습니다"라고 말했다.
-방콕 포스트 보도중에서
이 어둠의 군대는 교전과 시민 살해, 성폭행, 방화 그리고 약탈의 매뉴얼을 배웠다.
살아남은 소수민족 소년들은 짐꾼으로 끌려간다(4세기전 아프리카 아이보리 코스트의 노예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라카인 주, 람바르빌 마을에서 로힝야족인 샤아둘 아민은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쳐들어온 탓마도들이 14명의 마을 남성들을 체포했다.
지역 반군과 교전을 앞두고 군인들은 이들 남성들을 앞장 세웠다.
교전이 시작됐고 10살과 18살 청년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군인들은 두명의 시신을 주민들에게 묻으라고 지시하고 떠났다.
미얀마 북부의 소수민족 로힝야족(이슬람교),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할 무렵
로힝야족은 영국군에 편입되면서 미얀마(버마족/불교)인들의 미움을 샀다. 그 미움이
로힝야족 학살의 배경이다.
라카인 주와 카친주, 샨주의 수많은 소수민족 여성들도 이 군대의 잔혹함을 기억한다. 로힝야족인 오오 하이 윈(37)은 마을을 찾아온 3명의 군인들에게 집단 강간당했다.
그녀는 그 사실이 알려지고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녀는 이 사실을 고발했고, 가해군인들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례는 하지만 탓마도의 나라에서 매우 보기 드문 승리일 뿐이다.
탓마도는 미얀마에서 권력을 뺏긴 적이 없다.
지난 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 치 진영에게 크게 패배했지만 역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5년 다시 총선에서 크게 패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그때도 권력을 분점했다.
민주화 열기가 거세지던 지난 2008년 미얀마군은 헌법을 고쳤다. 군에게 25%의 의석이 자동으로 주어진다.
개헌을 위해서는 의원 75%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군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국 개헌이 불가능하다.
이 헌법을 기초로 2016년 아웅산 수 치의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군과 권력 분점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미얀마국민은 아웅산 수 치에게 83%의 지지를 보냈다.
완전히 군 권력을 떼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재집권하는 문민 정부가 출범하는 2월 1일. 군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의 시계는 다시 1988년으로 돌아갔다.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고, 탓마도는 다시 시민들에게 발포를 시작했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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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 외곽에서 경찰이 시위 참여자를 폭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태국 수도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지난 4일 현지에 거주하는 한 미얀마인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이 담긴 붉은색 마스크를 쓴 채 모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국제뉴스DB)
출처 : 국제뉴스(http://www.gukjenews.com)
미얀마 쿠데타에 저항하는 문민정부 “혁명 머지않았다”
문민정부 대통령 대행, 페이스북으로 첫 대중연설
이날 미얀마 시위서 군부 실탄 사격으로 12명 사망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재집권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군부 쿠데타에 대응해 세워진 별도의 문민정부는 ‘불복종’ 혁명을 준비하는 등 대립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의해 임명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이날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CRPH는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의 집권당이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이 구성했다. 이들은 쿠데타로 인해 문민정부 내각이 활동을 못 하게 된 만큼 별도로 장관 대행 등을 임명하고 합법 문민정부의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
CRPH는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군부에 의해 감금 중인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대신해 이 같은 별도 문민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 연설에서 "지금은 이 나라에 있어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독재의 다양한 억압을 겪어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CRPH는 국민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며, 임시국민행정팀을 구성해 공공행정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 이후 수천명이 페이스북에 "당신이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는 등의 지지 댓글을 달았다.
쿠데타 이후 의료진 파업을 시작으로 공무원 수천 명이 군부의 하수인으로 일하지 않겠다며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여러 분야는 물론 정부 행정의 상당 부분이 군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마비된 상태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BBC 버마, 목격자들을 인용해 이날 시위에서 최소 12명이 실탄 사격을 비롯한 군부의 무력사용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쿠데타 이후 가장 유혈이 낭자한 날 중 하루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선거 부정 등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킨 뒤 수치 고문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정권을 잡기 위한 쿠데타가 아니라,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는 이후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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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진 쩨 신(19)이 지난 3일 만달레이에서 “다 잘될 거야”
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저항시위에 참여했다. 만달레이|Twitter(@TostevinM)
13일(현지 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얀마, 反쿠데타 시위 유혈진압에 사망자 100명 육박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최소 92명
시위 상관 없는 시민들도 임의 체포
미얀마 군경의 반(反)쿠데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발생한 누적 사망자 수가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군경에 의해 살해된 시민 9명을 포함해 사망자 수는 최소 9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이를 규탄하는 시위 참가자들에 총격과 폭행을 가하는 등 유혈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다.
이날 제2 도시 만달레이 지역에서는 연좌시위를 벌이던 5명의 시민이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대거 발생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이 매체는 전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불교 승려를 포함한 20여 명이 총격을 받았으며, 이중 상당수가 위중한 상태다. 또 진압 병력을 피해 달아난 젊은 시위 참가자들을 숨겨줬던 한 시민은 머리에 실탄을 맞은 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행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바고 지역에서는 19살의 미얀마 해양대 재학생이 총격으로 숨졌으며, 4명이 실탄에 맞았다.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는 적어도 2명이 살해됐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중부 마궤 지역에서는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숨졌고, 최소 13명이 체포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양곤과 만달레이, 마궤 등 대도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희생자 중에는 10대 후반의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은 심야에 주택가를 돌면서 시위대와 상관없는 시민들을 살해하거나 임의로 체포하는 등 잔학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시민들이 이에 저항하면 자동차 유리창과 점포를 부수는 등 사유재산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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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시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임시 방패, 헬멧,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양곤(미얀마)=AP/뉴시스]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3일 밤(현지시간) 촛불집회 참가자
들이 LED 조명을 켠 휴대전화와 주먹쥔 손을 들어올리고 군의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쿠데타에 대한 미얀마 저항 격화 조짐
폭발로 철교 파손…對中 가스공급 파이프라인 폭파 위협도
군 실탄 사격으로 시위대 최소 7명 또 사망
[만달레이(미얀마)=AP/뉴시스]유세진 기자 = 미얀마에서 13일 폭발로 파손된 철교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고 미얀마군을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중국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폭파시키자는 위협이 제기되는 등 쿠데타에 대한 저항이 격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군은 이날 또다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가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
미얀마에서 2번째로 큰 도시 만달레이에서 4명, 미얀마 중남부의 피이에서 2명, 양곤 인근의 트완테에서 1명이 사망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사망자와 부상자의 사진들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앞서 유엔 미얀마 인권 전문가인 톰 앤드루스는 지난 11일 "미얀마 군이 지금까지 최소 70명을 살해했다.
군부가 아웅산 수지 여사의 정부를 축출한 이후 반인륜적 범죄의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양곤에서는 시위대가 야간 통행금지령을 무시하고 시위를 계속하다 12일 밤에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었다.
한편 13일 폭발로 파손된 철료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면서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저항이 격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파손된 철교는 카친, 주 주도 만달레이와 미트지나를 잇는 철도가 지나는 곳으로 쿠데타에 반대해 시작된 시민불복종의 일환인 철도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파업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친주로의 군 보강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시위대 일부는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폭파를 경고하는 등 파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아웅산 수치 고문을 석방하라"(자료사진) [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수치 장기징역형·선거제 개편' 재집권 검은 속내
수치 정치적 재기 차단하고 비례대표제 도입해 의석 확대 모색
쿠데타 당시 약속대로 총선 재실시해도 '현상황 유지=패배' 판단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어떻게 정권을 다시 잡을지를 놓고 그 '검은 속내'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5년 문민정부 출범 이전까지 53년간 누려온 집권기의 영화를 다시 맛보기 위한 계책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한 '정치적 제거' 및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이 두 가지 핵심축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1일 군사정권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났다.
군정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쿠데타 이후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수치 고문이 표 민 떼인 양곤 주지사로부터 2017년 12월∼2018년 3월 60만 달러(약 6억8천만원)의 불법 자금과 금 11.2㎏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뇌물수수가 확인됐다고도 했다.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 사용 혐의(수출입법 위반) 등 기존 4개 혐의에 뇌물수수죄까지 더해져 유죄가 확정되면 수치 고문에게는 최장 징역 24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현재 75세라는 수치 고문의 나이를 고려하면 정치 활동 재개를 장담할 수 없다.
로힝야족 학살 옹호와 비판 세력 재갈 물리기 등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비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압도적 지지를 받는 수치 고문을 국민과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군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현안에 묻혀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점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NLD 지지자들이 수치 고문이 그려진 차량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자료사진)
[AFP=연합뉴스]
군정이 지명한 연방선관위원회의 킨 마웅 우 선관위원은 기자회견에 참석, 선관위가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는 정당들과 만났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킨 마웅 우 선관위원은 선관위가 이 방안을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방안이 수용될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군정을 대신하는 선관위가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게 아니라 이를 주장하는 정당들과 만났다는 설명이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제 개편을 통한 재집권 기반 마련'이라는 군정의 의도는 명백하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달 초 연방선관위가 각 정당에 비례대표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고, NLD 등은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었다.
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연방선관위를 친군부 인물로 대체했을 때, 이미 이런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군부가 비례대표제를 도입, 군부와 연계됐거나 군부를 지지하는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NLD 압승을 원천 봉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군정에 의해 임명된 테인 소 연방선관위원장은 총선 부정을 이유로 들며 "NLD의 2020 총선 (승리) 결과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총선 결과를 부인한 이날 회의에 NLD 등 38개 정당은 불참했지만, 51개 정당이 참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약속'대로 총선을 다시 치른다고 해도 수치 고문이 정치적으로 건재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NLD 후보들이 현재처럼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시스템하에서 출마한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군부가 판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얀마 연방의회의 상·하원 전체 의석은 664석이지만, 군부가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의 25%인 166석은 군부에 사정 배정되고 나머지 498석만 선거에서 최다득표자 당선 제도를 통해 뽑게 된다.
2015년과 지난해 총선에서는 군부 사전 배정 의석에도 NLD가 최다득표 당선 시스템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여 NLD 단독 정권 수립이 가능했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 미얀마 내 90여 개 정당 중 30여 개는 군부의 정치적 협력자로 여겨지는 만큼,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주 진영이 의회 내 지배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총선에 나섰던 한 정치인은 이라와디에 "군부는 사전에 의회 25%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USDP)도 군부 및 군부 동조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NLD에 이어 의석수 2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건 정치적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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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들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AP 연합
어떻게 민주국가들이 우리 미얀마를 지켜보고만 있나?
[인터뷰] 미얀마 시민 A씨가 전하는 현지 상황 3탄
“피 흘리더라도 싸울 준비 돼 있어…
유엔이 그런 유혈 사태 생각하는 건지”
녹음파일로 전해지는 미얀마 시민 A씨의 목소리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
2주 전 “우리가 이길 것”이라던 자신감, 한 주 전 “절대 다시 군부독재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결연함과 달리 이번에는 “유엔이나 민주국가들이 (미얀마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나”라고 항변하는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2월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에 나선 이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는 데서 오는 지쳐감일까, A씨는 답답함을 표출했다.
SNS를 통해 계속 현지 상황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미안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3월11일 오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의안이 아닌 의장성명이었다. 의장성명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발표일 뿐이다.
미얀마 군부를 지지하는 중국·러시아의 반대 탓이다.
유엔 발표에 대한 미얀마 현지 분위기를 묻자 A씨는 “피를 흘리더라도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싸울 준비는 돼 있다.
그런데 유엔이 그런 유혈 사태까지 생각하는 건지, 그걸 바라지는 않는 건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시사저널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3주에 걸쳐 현지 시위대에 참여하고 있는 A씨와 SNS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 실력이 상당한 편이어서 가급적 그의 음성 녹음을 워딩 그대로 싣는다.
다만 A씨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실명은 물론 그의 신상 관련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3월8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들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대가 해산하고 있다.
ⓒAP 연합
3월9일 지난 3월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는 미얀마 시민이 많을 듯한데.
“중국이 유엔에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걸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중국의 실제 마음을 이번 시위 통해 제대로 알게 된 것도 (시위를 통해) 얻어낸 성과라면 성과이다. 지금은 국민들이 참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 (국민들이) 반격하면 미얀마에 있는 중국 회사를 쫓아낼 것이다.”
곧 락다운이 올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러면 전기도 인터넷도 완전히 끊기는 건가.
“락다운 애기는 나오는데 아마 소문이라 생각한다. 걱정 안 한다. 국민도 신경 안 쓴다.”
사망 발표 외에 알려지지 않은 시민들의 피해로는 또 어떤 게 있나? 많이 잡혀가거나 실종되기도 하는가.
“군부가 트럭 몰면서 오토바이 탄 시민, 걸어가는 시민들 막 치고 넘어지는 시민들 때려서 잡아가는 일이 많다.
어제는 양곤 등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잡으려고 낮부터 집에 들이닥쳐서 잡아간다.
잡혀갔다가 실종되는 것도 많고, 고문 때문에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신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군부와 경찰이 잡혀가는 사람들을 돈 받고 풀어주기도 한다. 거의 깡패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수치 여사의 측근 인사가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수치 여사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가.
“수치 여사 측근을 처음에는 잠깐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데려갔는데, 결국 고문으로 사망한 것 같다.
수치 여사 상황은 얼마 전에는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
미얀마 현지 언론들이 군부에 의해 보도 금지, 폐쇄 등의 탄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집회나 현장 영상이 별로 안 나온다. 촬영하는 사람은 (군경의) 우선 타깃이 된다.
밤에도 그 사람들 행방을 찾아서 잡아가고, 영상 촬영이 도심에선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들은 다 차단하고, 국영방송과 군방송 두 군데만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거짓 방송이라고 안 믿는다.
그래도 시민들이 열심히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으로 올리면 인터넷방송으로 시민들은 보려고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비폭력시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갈 수 있다고 보나.
“지금 국민들이 화가 나도 분노를 일단은 참는다. 일단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항쟁을 주도했던 민꼬나잉씨도 있고, 지금 유엔에서 미얀마의 국민대사 역할을 하는 의사 사사씨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자 얘기하는 순간 그 타이밍에 따라 국민들이 비폭력에서 폭력시위로 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직은 기다리고 있다.”
지금 미얀마 시민들은 유엔 등 해외에 어떤 기대와 요구를 갖고 있나.
“빨리 유럽이나 유엔이나 미국이나 와서 도움을 줬으면 하는데, 이런 인권 침해에도 (유엔 등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진짜 우리나라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간다.
내가 전에 한국에 있을 때 해적들이 한국 선박 잡아가고 하면 해외 여러 나라에서 역할하고 도와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군인이 우리 국민들을 쏘고 죽이는데도 민주국가라는 나라들이, 민주화를 제대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이걸 그냥 눈으로만 지켜보고 말로만 하는 이런 행동만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정말 우리 국민들이 궁금한 거다.”
3월6일 양곤 외곽의 타르카타 타운십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면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AP 연합
3월10일
오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채택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데, 유엔이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민주국가라는 나라들이 그냥 (미얀마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을 건지. 예전 태국에서 어린이들이 동굴 갇혔을 때 독일에서도 구하러 가고, 여러 나라가 가서 도와주고 해서 구출하는 걸 봤다. 지금은 미얀마를 그냥 지켜보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우리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만약 당신 얘기대로 국민들이 반격에 나선다면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일어날 텐데, 총과 무기를 든 군부에 맞서 대항할 수 있다고 보나.
“1988년 항쟁 때 군부 상황과 지금은 많이 차이가 있다. 지금은 모든 공무원이 다 군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행정이 중단된 상황이다. 지금에 비하면 1988년 땐 더 어려웠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부통령까지 뽑고 유엔 대사도 해외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군부와) 맞서서 싸운다면 집의 칼이라도 들고 나가서 싸워야 한다. 88항쟁 땐 군경이 군복과 경찰복 입고 못 다닐 정도였다. (우리가 반격하면) 군부 가족, 경찰 가족의 안전도 보장 못 한다.”
3월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의제를 채택했는데, 제재 조치도 없이 군부의 강경 진압에 대한 경고 정도만 나왔다. 이 정도로도 군부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말로만 하는 건 군부한테는 큰 효과가 없다.
그나마 관심 갖고 얘기해주는 건 고맙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들을 유엔에서는 그냥 지켜보고 말로만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하다.
민주화를 얻기 위해서는 피를 흘리더라도 우리가 싸워야 한다면 싸울 준비는 돼 있다.
그런데 유엔이 그런 유혈 사태까지 생각하는 건지, 그걸 바라지는 않는 건지 그걸 묻고 싶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월드비전이 미얀마 아동과 시민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 월드비전)
월드비전 “미얀마 아동과 시민들의 죽음을 멈춰주세요”
‘미얀마 아동·시민 학살 중단 촉구’ 성명서 발표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이 미얀마 아동과 시민 학살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드비전은 공식성명서를 통해 “아동들과 민간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사태 확산으로 인한 이들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특히 취약 아동과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보호가 보장될 수 있도록 평화와 안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폭력사태는 아동과 지역 주민들에게 심리적 트라우마와 신체적 폭력을 가하게 되어 기존의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생활고와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월드비전은 국제 인도주의법의 기본 원칙에 근거하여 현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방안이 마련되기를 시급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월드비전은 미얀마에서 25년간 50개의 사업장에서 지역개발 및 인도주의 사업을 통해 2백만 명 이상의 주민들을 지원해왔다. 성별, 민족, 종교에 대한 차별 없이 주민들의 생계지원, 식량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 아동들의 교육 지원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월드비전이 지원하고 있는 미얀마내 사업장 (사진 제공 = 월드비전)
한국 월드비전은 미얀마에서 4군데의 사업장을 통해 9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800여 명 후원자의 도움으로 해당 지역의 아동과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월드비전이 지원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피해 보고는 없으며 일부 사업장의 경우, 아동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사업 활동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다.
한국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은 “이번 폭력사태는 취약한 어린이와 주민들의 삶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다.
더 이상 갈등을 통해 무고한 아동과 시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며 “월드비전은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며, 사업장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아동과 주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월1일 발생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군부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양곤이나 만달레이 같은 미얀마 주요 지역에서 시민들의 시위 참여와 함께 유혈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방송·전화·인터넷 접속이 통제되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비전이 지원하고 있는 미얀마내 사업장 (사진 제공 = 월드비전)
[김선태 기자 cupress@daum.net]
<저작권자ⓒ크리스챤연합신문-컵뉴스 & cupnews.kr
미얀마 군부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진 쩨 신(19)이 지난 3일 만달레이에서 “다 잘될
거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저항시위에 참여했다.
만달레이|Twitter(@TostevinM)
미얀마 쿠데타, 한국 기업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미얀마 만달레이에 살던 쩨 신(19)은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저항시위에 나갔다.
페이스북에 혈액형, 비상연락처, “만약 내가 죽으면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글귀를 올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는 군경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숨을 거뒀다.
“다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서.
이튿날 열린 장례식에 수백명이 추모했다. “다 잘될 거야”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현실은 가혹했다.
그날 하루에만 쩨 신을 비롯해 38명이 군부의 총탄에 희생됐다.
지난 2월 28일 ‘피의 일요일’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단행한 이후 누적 사망자는 60여명으로 늘었다.
쩨 신은 무덤에서도 편히 쉬지 못했다.
미얀마 군인들은 3월 5일 만달레이의 공동묘지에 들이닥쳐 직원에게 총을 겨누고 쩨 신의 시신을 파헤쳤다. 군부가 묘에서 시신을 검시한 뒤 다시 매장하고 시멘트로 봉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장에는 고무장갑과 수술 가운 등이 널려 있었다.
미얀마 국영 MRTV는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머리 뒤쪽에 1.2cm 크기의 납조각이 발견됐다면서 “경찰이 쓰는 총알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사인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군부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군부에 비판적인 언론사 5곳을 폐쇄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구금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수배령을 내렸다.
시민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
매일 수만명이 시위에 나간다. 노동조합은 3월 8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 인권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Justice for Myanmar)’는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했다.
■민주화의 걸림돌: 헌법·경제구조
미얀마는 1958년부터 50년 넘게 군사정권이 지배해왔다. 군부는 ‘미얀마식 사회주의’라는 명목으로 일당독재를 해왔다.
저항도 있었다.
1988년 8월 8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8888 항쟁’과 2007년 노란 승려복을 입은 승려들이 나선 ‘샤프론 항쟁’이 일어났으나, 군부가 유혈진압했다.
샤프론 항쟁 후 군부는 2008년 민주주의로 전환하겠다면서 ‘자체 개헌’에 나섰는데, 이 헌법이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8년 미얀마 헌법은 군부통치를 영속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상 군부는 전체 국회의원 의석의 25%를 선거 없이 자동 할당받는다.
군 통수권은 대통령이 아닌 군 총사령관에게 있다.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입법·행정·사법권을 넘길 수 있도록 했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의석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군부 허락 없는 개헌을 막아놓은 것이다.
2011년 문민정부가 집권했다고는 했지만 반쪽짜리 민주화였다. 2015년 미얀마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다당제 선거에서도 소수민족은 투표에서 배제됐다. 1982년 시민권법에 따라 군부는 인종별로 시민권을 차별적으로 부여했다.
미얀마 국민으로 카친, 카야, 카렌, 친, 바마, 라카인, 샨족 등을 인정했다. 대대로 살아온 로힝야족, 중국계, 인도계, 네팔계 소수민족에는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이는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2016~2019년 군부의 대대적 학살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군부는 지난 50여년간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도 장악했다.
군부는 1990년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미얀마경제협력(MEC)이라는 일종의 재벌 기업을 만들고, 이들 기업에 이권을 몰아줬다.
특히 외국 회사들이 미얀마에 투자하려면 MEHL과 합작회사를 만들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MEHL은 금융업, 섬유산업, 광업, 제조업, 담배산업, 관광업 등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다.
군부가 ‘삼성’이나 ‘아마존’을 만들고, 이들 기업이 하는 사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준 셈이다.
■한국은 책임 없나
문제는 군부대와 전·현직 군인이 이들 기업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이익을 독점했다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9월 MEHL의 소유주는 모두 전·현직 군인 38만1636명의 주주와 기타 기관주주 1803곳이라고 밝혔다.
쿠데타로 집권한 민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MEHL의 최대 주주로 매년 25만달러(약 2억850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 20년간 전·현직 군인들이 받아간 배당금은 180억달러(약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MEHL의 배당금을 받는 주요 부대 중에는 ‘인종 학살’로 유명한 서부사령부(West Command)도 있다.
지난 2월부터 서부사령부 소속 33경보병 사단이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민주화 시위대 진압에 투입되고 있다.
제1도시 양곤에서는 2007년 샤프론 혁명을 유혈 진압한 서부사령부 77경보병 사단이 발견됐다.
95개 부대를 거느리는 서부사령부는 2016~2019년 카친주와 샨주에서 로힝야족 등 소수민족 학살을 총지휘했다.
이번 시위에서도 노련한 저격수들이 총으로 미얀마 시민의 머리를 저격했다고 현지매체들이 전했다.
미얀마 민주화 시위대가 지난 3월 3일 만달레이에서 경찰이 쏘는 총알을 피해 땅에 엎드려 있다.
이날 최소 38명의 시위대가 군경의 총에 맞고 숨졌다. 만달레이|로이터연합뉴스
군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한국을 비롯해 미얀마와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투자 철회를 압박한다면 군부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적어도 군부와 연계된 기업들과는 협력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쿠데타 이후 군부와 손을 떼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 맥주회사 기린은 최근 MEHL과 체결한 사업 계약 2건을 철회했다.
싱가포르 기업 림 칼링도 담배회사 설립 투자계획을 취소했다.
한국은 중국, 태국, 인도, 싱가포르, 일본 등과 함께 미얀마 10대 교역국 중 하나다.
유엔 진상조사위원회가 2019년 낸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와 계약한 주요 14개 기업 중 6개가 한국 기업이었다.
포스코는 MEHL과 합작법인인 포스코강판(C&C)을 설립했다.
지난 1월엔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호텔은 군부가 소유한 땅에서 70년간 호텔을 운영한 후 미얀마 국방부에 건물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미얀마 정부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양곤에 1300억원 규모의 경제협력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한국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7년 이후 군부 기업에 배당한 적이 없고, 현재 인권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배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면 사업 관계 재검토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13일(현지시간) 반쿠데타 시위대가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옮기고 있다. 만달레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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