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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과 일본의 경쟁력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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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0년 만에 국가경쟁력·신용도 일본 제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1990년대 초 이후 한일 간의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비교해 한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일본과의 격차를 줄인 부분과 여전히 일본에 비해 미흡한 부분을 분석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거시경제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를 분석해 국가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995년 한국과 일본은 각각 26위와 4위였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이 23위, 일본이 34위로 역전됐다.
S&P·무디스·피치 등 모든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도 1990년과 달리 2021년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보다 2단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각국의 물가와 환율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GDP도 PPP 기준으로 2018년에 한국(4만3001달러)이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한 이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국가마다 순위를 부여하는 CIP에 따르면 1990년 한국과 일본은 각각 17위, 2위였지만 2018년 한국이 3위로 올라가고 일본은 5위로 떨어졌다.
1990년 한국의 명목 GDP 수준은 세계에서 17위, 일본은 2위였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은 10위, 일본은 3위로 하락해 그 격차가 줄었다.
거시경제 부문 많은 지표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축소됐다. 명목 GDP 기준 한국의 경제력은 1990년 2830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6310억달러로 성장했다. 일본과 비교하면 1990년 8.9% 수준에서 지난해 32.3%로 30년 사이 약 3분의1 수준까지 따라온 것이다.
대외부문 지표에서도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5130억달러로 일본의 80%, 수입액은 4680억달러로 일본의 74% 수준을 차지해 1990년 각각 24%, 31% 수준에서 대폭 성장했다.
다만 기술경쟁력은 일본이 여전히 우위였다.
지난해 글로벌 연구·개발(R&D) 1000대 투자 기업 수에서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여전히 5배 이상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재·부품 분야에서 한국의 대일 적자 규모는 1994년 83억달러에서 지난해 154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대일 전체 무역수지 대비 비율도 증가했다.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경쟁력을 나타내는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경우 한국은 수상자가 없지만 일본은 지난해까지 24명이나 배출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넘사벽'인 줄 알았던 日, 30년만에 국가경쟁력·신용도 다 제쳤다
30여년 전만 해도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던 일본을 한국이 주요 경제지표에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국가경쟁력과 신용등급, 1인당 경상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추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8·15 광복절을 앞두고 1990년 이후 한일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12일 전경련에 따르면 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거시경제와 정부·기업 효율성, 보건환경·교육 인프라 등을 분석해 국가경쟁력을 종합 평가하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올해 평가 대상 64개국 가운데 23위, 일본은 31위에 올랐다. 1995년 한국 26위, 일본 4위였던 순위가 한세대만에 역전됐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41위까지 떨어졌다가 2000년대 들어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추격, 추월에 성공했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에서도 한국이 2단계 높게 평가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S&P 국가신용등급에서 1990년에는 한국이 'A+'로 일본(AAA)보다 4단계 낮았지만 올해는 한국이 'AA'로 일본(A+)보다 2단계 높다.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1인당 경상 GDP 역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2018년 한국(4만3001달러)이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한 뒤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앞질렀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 따르면 1990년 한국과 일본의 순위는 각각 17위, 2위였지만 2018년에는 한국이 3위로 올라가고 일본은 5위로 떨어졌다.
여전히 일본이 앞선 거시경제지표에서는 한일 격차가 확연하게 줄었다.
1990년 한국과 일본의 명목 GDP 수준은 각각 전세계 17위, 2위였지만 2020년 한국이 10위로 올라선 데 비해 일본은 3위로 떨어지면서 격차가 축소됐다.
명목 1인당 GDP도 한국이 1990년 6610달러에서 2020년 3만1497달러로 늘면서 1990년 당시만 해도 일본의 25.5% 수준에 그쳤던 게 2020년에는 78.5%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수출액도 2020년 기준 5130억달러로 일본의 80% 수준까지 뛰어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지표에서는 일본을 넘어서거나 격차를 줄였지만 과학기술이나 기초기술 분야에서는 일본과의 차이가 여전히 큰 것도 눈에 띈다.
글로벌 연구개발(R&D) 1000대 투자 기업 수에서 2020년 기준 일본은 한국보다 5배 이상 많은 기업을 보유한것으로 집계됐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한일 경쟁력을 나타내는 한국의 소재·부품 대일(對日) 적자 규모는 1994년 83억달러에서 2020년 154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교역 규모가 확대된 영향도 있지만 전체 대일 무역수지 대비 비율도 이 기간 70%에서 73%로 소폭 증가했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경쟁력을 나타내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한국은 전무하지만 일본은 지난해까지 24명에 달하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전경련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한국 경제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격차가 여전히 큰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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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전경련
국가 경쟁력·제조업' 일본 앞선 한국…기술 경쟁력은 日 우위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국가 경쟁력 및 신용등급, 제조업 등 일본을 추월했지만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광복절을 맞아 시행한 '한일 경제 경쟁력 격차 변화 비교' 결과, 1990년대 이후 지난 30년 간 한국은 국가 경쟁력 종합 순위, PPP(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국가 신용등급,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을 추월해왔다.
우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995년 일본은 4위, 한국은 26위를 기록했으나, 25년 후인 2020년에는 한국이 23위로 일본(34위)을 앞질렀다.
또한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 등급에서도 1990년 당시 일본(AAA)을 한국(A+)보다 높게 평가했으나 올해 평가에서는 한국이 AA 등급으로 일본(A+)보다 2단계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일 PPP 기준 1인당 GDP 비교 (자료=IMF, World Economic Outlook)
각국의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PPP 기준 1인당 GDP는 2018년 한국이 4만30001달러로 일본(4만2725달러)을 추월한 이후 우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의 대표 산업인 제조업에서도 유엔산업개발기구(UMIDO)에서 발표하는 세계제조업경쟁력지수(CIP) 기준, 한국은 1990년 17위에 그쳤으나 2018년 3위로 올라섰으며 반대로 일본은 2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거시 경제 부문의 다양한 지표를 통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명목 GDP 기준 한국의 경제력은 1990년 2830억달러에서 2020년 1조6310억달러로 성장했다.
이는 일본 대비 1990년 8.9%에서 2020년 32.3%로 30년 사이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온 수치다.
글로벌 명목 GDP 순위에서도 1990년 한국은 17위에서 2020년 10위권에 진입했고, 일본은 2위에서 3위로 하락하며 양국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대외 지표 부문에서도 한국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1990년대 한국의 수출액은 일본의 24%, 수입액은 31% 수준에 그쳤으나 2020년 기준으로는 한국 수출액이 일본의 80%(5130억달러), 수입액은 74%(4680억달러) 수준으로 올라왔다.
해외직접투자(유출) 지표도 1990년대까지만해도 45배에 가까운 차이가 났으나 이제는 3.6배에 차이로 줄었다.
양국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도 한일 격차가 감소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동시에 일본 기업 경쟁력은 약화된 결과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에서 1995년 일본 기업은 149개였으나 2020년에는 53개로 급감했다.
한일 글로벌 R&D 1000대 투자 기업 수 비교(자료=EC, EU R&D Scoreboard)
다만 각종 경제지표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기초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일본과의 격차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연구개발(R&D) 1000대 투자 기업 순위에서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여전히 5배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소재·부품 분야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한국의 소재·부품 대일(對日) 적자 규모는 1994년 83억달러에서 지난해 154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대일 전체 무역수지 대비 비율도 늘었다.
교역 규모 확대에 따른 적자액 증가라고 하기엔 전체 대일 무역수지 대비 비율도 소폭 증가한 것이다. 또한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경쟁력을 나타내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경우 한국은 수상자가 없지만 일본은 지난해까지 2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30년간 한국은 눈부신 경제적 성취를 달성하며 일본을 추월해왔지만 해외 직접 투자나 글로벌 R&D 투자, 소재·부품 경쟁력, 기초과학기술 투자 등에서는 여전히 일본과 격차가 크다"며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R&D 지원을 통한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일본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 관계자들이 올림픽 관련 구조물들을 철거하고 있다.
[로이터]
과학논문 경쟁력’ 일본 10위권 추락…한국 12위로 日 추격
일본, 2008년 세계 5위서 2018년 10위권 추락
닛케이 “日 제자리 걸음…특효약 없인 쇠퇴 불가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자연과학 분야 연구의 질적 측면에서 일본이 10년 전 세계 5위권에서 10위권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세계 12위권에 올라 일본을 바짝 추격하는 형세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의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는 영국 특허·학술 정보업체 ‘클라리베이트’ 자료를 근거로 주요 국가의 논문 수 등을 2008년(2007~2009년 평균)과 2018년(2017~2019년 평균)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인용하는 횟수가 상위 10%에 들어가는 이른바 ‘주목(注目) 논문’ 수에서 특히 일본의 추락이 눈에 띈다.
일본은 2008년 주목 논문 비중에서 4.3%의 점유율로 미국(34.9%), 중국(7.6%), 영국(7.0%), 독일(6.0%)에 이어 5위에 올랐지만, 10년 후인 2018년 2.3%로 10위로 추락했다.
한국은 2018년 2.1%의 점유율로 12위에 올랐다.
또한 주목 논문 수에서 2018년 4만219편을 기록해 3만7124편에 그친 미국을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논문 수에서 미국은 10년 사이에 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중국은 약 5.1배로 급성장했다.
2008년 전체 주목 논문 비중에서 2위이던 중국 점유율은 7.6%에서 24.8%로 급등했다. 미국은 34.9%에서 22.9%로 내려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과학 논문의 수는 국가의 연구개발 활동을 측정하는 기본적인 지표라며 중국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학술연구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실력을 키워가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닛케이는 미국, 중국 외에 한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연구논문이 늘고 있지만 일본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장기화하는 일본의 연구 능력 저하에 제동을 걸기 위한 특효약을 내놓지 않으면 과학기술의 쇠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soohan@heraldcorp.com
이건희 회장이 2004년 반도체 30년 기념물에 서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과학 기술 없으면 안보까지 위험해진다”
[경제사상가 이건희 탐구⑲] “21세기는 기술패권주의 시대”
● ’팍스 테크니카‘ 시대 예언
● 기술은 첨단이 아니라 차별화가 중요
●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
● 빨리 보다는 먼저가 중요
● 제록스의 삼고초려에서 배워야할 것들
경제와 공학, 역사학을 넘나들며 ‘통섭’의 관점에서 국가발전의 키워드를 ‘기술력’으로 풀어내고 있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6월 13일자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강한 자가 아니라 빠른 자가 독식하는 세상이다. 일단 승자가 되면 전리품 규모가 국가 단위를 넘어설 정도로 어마어마하고, 시장에 대한 독점적 체제도 반영구화 한다.
나라 빚을 늘려서라도 미래 투자에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성공 여부는 산업기술에 얼마나 투자할지, 과학기술자들을 얼마나 양성하고 신산업을 얼마나 많이 육성할 지에 달렸다.
기술에 투자하면 빚은 나중에 이윤으로 회수된다.”
팍스 테크니카 시대 예언기술이 지배하는 ‘팍스 테크니카 시대’라고들 한다. 총성 없는 미중 전쟁도 결국 기술전쟁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3월 국가안보 가이드라인에서 “과학기술에 재투자함으로써 다시 세계를 주도해 미국이 새로운 규칙과 관행을 수립해야 한다”며 “양자 컴퓨팅과 인공지능(AI)이 경제, 군사, 고용은 물론 불평등 개선에까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유전학자 에릭 랜더 MIT 교수를 내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올해부터 시작하는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양자 기술을 중심으로 한 AI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중요 분야로 꼽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내 최고 과학자, 엔지니어, 연구원 3000여명을 모아놓고 “과학기술 혁신이 국제 전략 게임의 주요 전쟁터가 됐다”며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일찍이 ‘팍스 테크니카’ 시대를 예견했다.
그의 글 ‘야구공의 실밥’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선진국들은 과학 기술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과학기술이 부족하면 경제 식민지가 될 뿐 아니라 국가 안보마저도 남의 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9세기가 군사력, 20세기가 경제력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기술패권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본래 한국이 과학기술 선진국이었는데 뒤처진 것이 안타깝다며 나름대로 원인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과학기술 선진국이었다. 금속활자나 한글, 동의보감, 거북선, 측우기가 그랬고, 김치에서 보듯 발효 개념까지 알고 있었다. 정보화와 관련되어 본다면 금속활자는 세계 최초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글은 기막히게 과학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수했던 우리가 오늘날 뒤떨어지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먼저 과학기술을 천시했던 사회풍토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성인, 교양인으로 행세하려면 피카소, 셰익스피어는 알아야 하지만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나 반도체를 발명한 쇼클리 박사는 몰라도 된다는 사람이 많다.
역사에 대한 보존의식도 희박했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박물관은 그 수와 소장품 질에 있어서 선진국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아직은 미흡하다.
그림이나 불상은 오래 전부터 문화재로 지정해왔으나 물시계, 해시계 등이 과학기술 문화재로 인정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항상 30년 앞을 내다보고 일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던 고인은 미래세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과학 기술입국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학의 생활화,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릴 적부터 장난감, 동화, 놀이 속에서 과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야구공의 실밥이 물리학의 공기 저항 원리대로 공의 스피드를 높이고 다양한 구질을 만들어낸다는 과학의 이치를 쉽게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거다.
대통령이 되고 법관이 되기보다 연구실에 밤을 지새우는 고독한 과학자의 길을 가겠다는 어린 새싹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2010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0’를
참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기술은 첨단이 아니라 차별화가 중요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남긴 책에서 유난히 ‘기술’에 대한 철학을 강조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기술 경영’에 고인이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회는 주로 그가 남겼던 글을 중심으로 생전 고인의 생각을 깊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가 생각하는 기술경영이란 건 무엇이었을까. 우선 고인의 기술관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흔히 사람들은 기술경영이라고 하면 최첨단을 먼저 떠올리는데 고인은 이와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한다(글 ‘남다른 기술로 승부’에서 인용).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다 보니 기술이라고 하면 시대를 앞서 가는 최첨단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서는 첨단기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세계 1등 기업이라고 반드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기술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기술 경영의 요체를 끊임없는 첨단기술에의 도전도 있지만 남과 다른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두가 연필깎이를 쓸 때 혼자만 손으로 능숙하게 깎는다면 이것도 훌륭한 기술이다.
또 세계 최고 호텔이 되려면 첨단 전산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산시스템이 훌륭해도 프런트 직원이 고객 이름 철자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그 고객에 대한 정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내가 아는 어떤 호텔은 도어맨부터 시작해 모든 직원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신호로 단골인지 아닌지, 고객 취향이 어떤지를 주고받는다.”
결국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라도 그걸 다루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때 도요타 자동차의 부품 재고관리 혁신 방식으로 세계 경영학계의 칭송을 받던 ‘간판 방식’에 대한 언급에서도 이어진다.
“한참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도요타 자동차의 ’간판 방식‘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간판이라는 조그만 카드를 가지고 부품과 재고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다.
서구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서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일본 기업들은 간단한 카드 하나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경쟁 우위에 섰다.
나는 기업 경영에서 생산, 연구개발 뿐 아니라 판매. 경리, 노무관리 등 투입물을 산출물로 바꾸는 모든 경영 활동이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사급 고급 인력들이 장기간 연구해서 개발한 침단 기술 뿐 아니라 호텔 직원과 도요타 자동차 직원들의 차별화된 숙련 기능도 훌륭한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필자 주: 여기서 간판이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가게 간판이 아니라 일종의 카드다.
필요한 부품을 생산라인 간판에 써 붙이는 ‘간판 방식’은 생산현장의 효율성 혁신을 가져온 도요타의 대표적 생산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며 효율성을 희생하더라도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우선시하다는 쪽으로 전략이 바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건희 회장의 기술관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기초 연구가 부족하고 자금도 충분치 않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일류 첨단기술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차별화된 기술을 가질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 몫을 제대로 차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언젠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는 ‘맥가이버’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이 아무런 첨단장비 없이도 훌륭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맥가이버처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발상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술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그렇다면, 기술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다름 아닌 ‘시간’이라고 했다. 글 ‘빨리에서 먼저로’의 한 대목이다.
“과거에는 기업을 경영하려면 돈, 사람, 설비,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새로운 경영자원으로 부각됐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경영에 요체가 되었다.”
고인은 글 ‘시간 경쟁력’에서 이를 다시 새롭게 설명한다.
우선 간단명료하면서도 쉽게 다가오는 ‘시간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 흥미롭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자.
먼 옛날 원시시대에는 해가 뜨면 낮이고 해가 지면 밤이라는 두 가지 시간 개념만 존재했을 것이다.
그 후 농경사회에 들어와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활패턴이 정착되면서 하루 세 끼를 먹는 아침·점심·저녁이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 개념이 되었다.
그러다가 교역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하루를 12등분한 십이간지(十二干支)라는 좀 더 세분된 시간개념으로 발전했고, 이어 산업사회를 맞이하여 교역 범위나 빈도가 넓어지고 높아지면서 현재와 같은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개념을 갖게 된다.”
그런데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시간의 가치는 또 완전히 달라진다고 이 회장은 설명한다.
“시, 분, 초 단위는 그대로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필요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고 마는 시대가 정보화 시대다.
경영 컨설팅, 법률자문은 시간 단위로 가격이 매겨 지고, 증권 거래, 선물 거래는 찰나에 가격이 바뀐다.
시간의 가치가 극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며칠에 걸쳐 해야 할 정보처리를 1초안에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초 단위 시간 개념도 의미가 없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이미 컴퓨터 성능을 비교할 때는 10억 분의 1초인 나노(nano)초를 다투는 시대가 아닌가…
과거의 기업 경쟁이 가격과 품질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시간 경쟁력이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시간 단위가 갖는 가치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바를 경쟁업체보다 빨리 만족시켜 주는 쪽이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서울~부산 간 기차요금은 비행기 요금보다 저렴하지만, 도쿄~오사카 간 신칸센 요금은 같은 구간 비행기 요금과 비슷하다. 공항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신칸센이 비행기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고객의 시간 낭비를 얼마나 줄여 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빨리보다 먼저가 중요
이건희 회장이 2010년 5월 17일 삼성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개최된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앞서 김태유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강한 자가 아니라 빠른 자의 시대”라고 했는데 이건희 회장도 이미 20여 년 전에 ‘속도’에 주목했다.
그런데 고인이 강조했던 건 ‘빨리’가 아니라 ‘먼저’였다(글 ‘빨리에서 먼저로’에서 인용).
“그동안 우리는 자본이나 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간이라는 경영자원을 적절히 활용, 짧은 기간 내에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남들이 쉬고 있을 때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빨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우리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횃불을 켜놓고 밤샘 공사를 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공기 단축과 돌관 작업(突貫作業·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한달음에 해내는 공사)은 한국 건설업체의 트레이드마크로 정평이 나있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도 남들은 2년이나 걸리는 공장건설을 반년 만에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빨리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은 남다른 근면과 그것을 촉발한 헝그리 정신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빨리만으로는 안 통하는 세상이 됐다.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의 빨리 경쟁력을 후발 개도국이 답습, 추격해오고 있다.
우리 자신 또한 빈곤에서 벗어난 마당이라 과거와 같은 근면성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시간 경쟁력의 질적 전환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빨리’를, 기회를 선점하는 ‘먼저’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서 내건 캐치 프레이즈가 ‘먼저, 제때, 자주’다.
“나는 삼성의 제2창업을 선언하면서부터 기회 선점 경영을 특별히 강조해왔다.
신경영 1기 3년 동안에는 질(質) 중심 경영을 강조해왔지만 신경영 2기부터 ‘먼저, 제때, 자주’의 스피드 경영을 강조해오고 있다.
반도체 사업이 그 좋은 모델인데, 내 자신이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보다 먼저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시간과 피나는 싸움을 벌여왔다.
아직도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는 먼저라는 개념이 희박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 선점의 가능성이 보인다.
반도체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1기가 D램을 개발했고 CDMA분야에서는 모토롤라보다도 먼저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다.
앞으로 기업경쟁의 승패는 시간 자원을 누가 더 먼저, 누가 더 빨리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로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상지상(上之上) 전략을 경영에 도입하면 남보다 먼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록스의 삼고초려어떻게 해야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까. 우선은 남의 기술을 사오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자체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다.
필요할 때는 기술을 사오는 것도 전략이다…다만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그저 돈 주고 물건 사오듯 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진지한 자세와 열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울 때에는 머리를 숙여서 겸손하게 가능한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배우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뛰지 않거나 심지어 귀찮아하며 ‘내가 오너인데’ 하는 값싼 자존심만 내세운다면 앞선 기술을 가질 자격이 없다.”
‘제록스의 삼고초려’란 글에서는 이런 에피소드도 소개되고 있다.
“창업 이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복사기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제록스는 1980년대 들어 캐논이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 90%를 유지하던 시장점유율이 한때 37%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결국 제록스는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후발업체인 캐논을 삼고초려했다.
캐논에 찾아가 원가를 낮추고도 세계적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배운 것이다.
벤치마킹(앞선 분야배우기)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킨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록스는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하였고, 마침내 시장점유율을 8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1991년에 회사에서 혁신 운동을 한다고 하기에 우선 분야별로 전문가를 모아서 일본, 미국의 선진기업부터 살살이 둘러보라고 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최고 기업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혁신 운동의 성과가 ‘전년 대비 몇% 개선’ 식으로 채워진다면 아예 보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APRO-S(Ace Professional-Samsung)라는 이름의 경영혁신 운동이었다. 지금도 회사별로 선진기업을 꾸준히 벤 치 마킹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삼성조선은 미국·일본·덴마크 회사들과 매년 수차례 기술 교류회를 갖고 있다.
제록스 같은 초일류 기업도 삼고초려의 고통을 감내하고 후발업체한테 배우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신라호텔 요리사에게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분위기를 맛보도록 권하는 것도 최고를 모르고서는 최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고가 아니더라도 우수한 기업, 우리보다 못한 기업에서도 배울 게 있는 것이며, 망한 기업에서도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장은 기술을 사올 때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도 하면서 일본 회사 도레이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도레이가 뒤퐁으로부터 나일론 기술을 들여오기 위해 자본금보다 더 많은 기술료를 냈던 것은 일찍이 기술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총 370억 달러를 미국 등 외국 기업에 기술료로 지급했다. 기술을 도입할 때는 파는 쪽에서 요구하는 금액을 다주는 것이 유리하다.
100만 달러를 요구하면 100만 달러를 아낌없이 다 주라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실패 사례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
몇 푼 아끼겠다고 기술료를 반으로 깎으면 틀림없이 그들은 10만 달러어치밖에 가르쳐주지 않는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서 1983년에 64KD램을 개발하고 10년만인 1992년 64M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료를 그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주었고, 기술자를 영입할 때도 급여를 당시 삼성전자 사장보다 3배나 주면서 기술자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신동아 2021년 8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장
국가 경쟁력 강화 골든타임 놓치지 말자
마스크와 코로나에 일상을 내준 채 두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찜통더위와 사적모임 제한으로 답답한 나날들이다.
일상복귀를 꿈꿔보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집단면역을 자신하며 마스크를 벗어던진 국가도 변이종 등장에 다시 긴장했다.
우리 삶을 통째로 바꾼 코로나는 오늘도 진행형이다.
국가 간 이동제한으로 글로벌 가치 공급망도 흔들렸다.
식량과 원자재, 에너지 등을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로서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점점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제한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터라 더욱더 우려스럽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그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범국가적 대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소재·부품 누적 수입액 647억9500만달러 중 일본 제품 비중은 96억9600만달러인 15.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안정화와 동시에 국내 기술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에 힘쓴 결과다.
소재, 부품에 대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우리 경제의 주요한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은 중대 기로에 놓인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질서 재편과 맞물려 기술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공급망 차질을 우려하며 자국 내 생산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선진 각국 또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로도 확장됐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반도체, 배터리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들을 초청해 투자를 종용한 것이 좋은 예다.
코로나는 언젠가 끝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촉발된 이 같은 국제질서 변화는 계속해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성장동력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마침 우리 정부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세법개정을 발표했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는 물론이고 미래 핵심기술인 배터리, 국민 생명을 보장하는 백신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세제혜택을 대폭 강화한다. 반도체, 배터리, 백신 모두 전후방 산업의 상호의존성이 큰 분야들이다.
국내 촘촘한 로컬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들이 원팀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정부 지원도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기술거래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 같은 지원과 함께 민관이 협력해 급변하는 국제 경제안보 환경 속 치열한 기술경쟁을 이겨내길 바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길 기대한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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