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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무능한 정부, 탈레반에 나라 넘겼다

 

 

[파키스탄 싱크탱크 'PSF' 트위터 발췌. 

newglass@yna.co.kr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부 라그만주의

한 도로에서 차량 위에 올라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전날 이 지역을 점령한 탈레반의 무장

대원들이 모여 있다. 칸다하르/EPA 연합뉴스

 

 

 

 

무능한 정부, 탈레반에 나라 넘겼다

 

 

 

정부 부패·무능이 정권 몰락 자초
가니 대통령 사의 뒤 아프간 떠나
과도정부 수장에 친미파 자랄리


[

 


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

미군이 철수를 선언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하자마자 백기를 들었다.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탈레반 정권으로의 회귀를 자초한 것으로 평가된다.

탈레반은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한 듯 평화적 권력 이양과 여성 인권 보장을 강조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데 애를 썼다.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녹음된 연설을 통해 “과도 정부에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탈레반 협상가들이 정권 이양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뒤 곧바로 아프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정부 수장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적 있는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수도 카불에 진입해 외곽 3개 지역을 장악한 탈레반은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은 없다”며 아프간 정부에 항복을 요구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접수는 각본을 미리 짜둔 것처럼 빠르지만 꼼꼼하게 진행됐다.

행정부를 장악한 탈레반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들을 발표하며 국내외 우려를 잠재우는 데 주의를 기울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공항과 병원을 계속 운영하고 긴급 물품 공급도 끊지 않기로 했다.

아프간군 해산을 명령하면서 군인들에게 귀향을 허용했다.

카불 내 외국인은 새롭게 세워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되 당사자가 원하면 떠나도록 했다.

강제로 잡아두지 않겠다는 얘기다.

탈레반 대변인이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이 히잡을 쓴다면 교육을 받거나 일을 할 수 있고 혼자 집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밝힌 부분도 눈에 띈다.

1996년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의 교육과 사회생활을 금지했다. 탈레반 정권이 다시 들어서게 되면서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무엇보다 큰 상황이다.

탈레반이 자랄리 전 내무장관을 과도정부 수장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점은 향후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신호로 짐작해볼 수 있다.

자랄리 전 내무장관은 미 연방정부 산하 방송국인 미국의소리(VOA)에서 20년간 일한 친미 인사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미국이 자신들을 내몰고 수립한 과도정부에서 초대 내무장관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한 15일

(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의 카불 뱅크 앞에 현금 인출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뉴시스

 

 


탈레반의 속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각국은 대사관 인력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며 철수 절차에 돌입했다.

영국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를 오는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거세진 탈레반의 공세는 지난 일주일간 일사천리로 전개됐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배후인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공격을 받고 파키스탄 접경으로 쫓겨났다.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20년 전쟁의 허망한 결말을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병력만 비교해도 공식적으로 아프간 정부 측은 30만명으로 탈레반(7만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군 병력 상당수는 명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한 군경 간부들이 급료를 가로채기 위해 허수로 군인 수를 기재했고 한다.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천문학적인 돈도 증발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1조 달러(1155조원)를 아프간에 쏟아부었다”고 했다.

미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결정은 1975년 사이공의 굴욕적인 함락보다 나쁜 속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도 “미국은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에게 등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프간 정부군의 급속한 붕괴는 2400여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엄청난 돈이 들었던 지난 20년이 얼마나 무익했는지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아프간 정부의 뿌리 깊은 부패가 철군 이유이자 패망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말 미군 철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국방부와 전쟁 비용 프로젝트에 따르면 20년 전쟁 동안 미군 2448명, 나토(NATO) 및 기타 동맹국 군인 1144명,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4만7000명 이상, 아프간 군인과 경찰 최소 6만6000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가 지속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간 정부와 군대를 영구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는 군인과 경찰에게 최근 몇 달간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탈레반이 이번 달 주요 도심 공격을 시작했을 때 아프간 군대는 너무 사기가 저하돼 거의 저항하지 않았다.

지방 지도자들과 고위 지휘관들은 탈레반과 항복 거래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실제 탈레반은 이날 마자르 이 샤리프 교전도 큰 피해 없이 승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은 우리 정부가 지정한 여행 금지국으로 주아프간대사관의 필수 인력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종사자 등 일부 인원이 있었지만 지난 6월 말 정부의 철수 요청으로 지금은 대부분 국내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유관국과 협조해 대사관도 철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창욱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아프가니스탄 반군 무장 조직 탈레반. AFP=연합뉴스

 

 

 

 

탈레반 어떤 단체?… ‘9·11 테러’ 알카에다 돕다 美와 전쟁

 

 

소련에 반기… 1996년 정권수립
美 공격에 산악지역 도피하며 버텨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대부분 장악한 탈레반의 역사는 20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간에서는 1979년 소련 점령 이후 이슬람 세력들이 지방 학교들을 거점으로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나갔다.

이렇게 해서 1994년 출범한 게 ‘이슬람 학생(탈레브·Taleb)의 조직’이라는 뜻의 탈레반이다.

 

탈레반은 ‘물라’(스승)의 칭호를 얻은 무하마드 오마르가 최고지도자로 부상한 이듬해 남부 지방을 장악해 세력을 키운 뒤 1996년엔 카불을 점령하고 탈레반 정권을 수립했다.

소련에 반감이 강했던 아프간 주민들은 이슬람 가치를 내건 탈레반을 초기엔 적극 지지했지만, 이후 인권 탄압 자행 속에 주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반전의 계기는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였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탈레반 축출을 시도했다.

탈레반 정권이 9·11테러의 배후였던 알카에다의 은신을 도왔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은 탈레반 정권 붕괴를 통해 아프간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미국의 공격에 탈레반 세력은 산악지역으로 도피하며 위축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이어 버락 오바마 정부도 미군을 증원하며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의 부패 속에 20년 전쟁 동안 미군 2448명,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동맹국 군인 1144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커지자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군 철수를 약속했다.

9·11 테러 20주기인 9월 11일 전까지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수하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이 약속에 따라 미군은 지난 5월부터 현지 병력 철수를 시작했다.

탈레반은 6월부터 아프간 주요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미군이 20년 가까이 병력을 파견했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에 결국 복귀한 셈이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5일 철수작전에 나선 미군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쫓기듯 끝난 美 '20년 전쟁'…아프간 대통령도 해외로 떠났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15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로 진입하면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항구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미국의 '20년 전쟁' 역시 빈손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아프간 정부, "평화로운 정권 이양" 사실상 항복
서방 국가들 자국민 철수 돌입, 공항 탈출 러시

 

 

카불 상황은 이날 급박하게 전개됐다. 로이터통신, CNN 등은 아프간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의 사방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P통신도 당국자를 인용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 "아직 전투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군의 조직적인 반격이 없어 사실상 무혈 입성이었다.

이어 탈레반이 성명을 통해 "수도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탈레반과 지역 주민들.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미국 특사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료와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알 아라비야 보도를 인용, 가니 대통령이 향후 몇 시간 이내에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새 과도정부의 수장으로 내정됐다고 전했다.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은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프간 대통령실은 로이터에 "보안상의 이유로 가니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고 입성하진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관계자는 "카불 시내에서 폭력을 자제하고 탈출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안전한 길을 허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서방 국가들은 자국민 철수 작전을 개시했고, 아프간 국제공항은 국외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과거 월남 패망을 방불케 했다.

 

CNN 등에 따르면 카불 주재 미 대사관에는 헬기들이 도착해 직원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미 공영방송 NPR은 이날 탈레반이 카불 교외까지 진격해 카불을 완전히 포위한 뒤 미군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미 대사관에서 외교관들을 실어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임박하자 전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인 등의 안전한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5000명을 급파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날부터 아프간 공항 터미널 항공권 판매 창구엔 표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고, 현지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편은 이미 다음 주까지 예약이 꽉 찼다.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카불 주민은 달러 사재기와 함께 앞다퉈 현금 인출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전날 카불의 은행이 달러를 찾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은행이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도 길게 줄을 섰다.
 
독일 역시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과 외교관 대피를 계획하고 있다고 dpa통신 등이 15일 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독일 현지 언론에 "최우선 순위는 이제 우리 대사관 직원의 안전"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을 탈레반의 손에 떨어지는 상황에 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독일 공군이 오는 16일 군 수송기를 카불로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각료들은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자국의 외교 인력과 직원들을 되도록 빨리 독일로 데려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 정부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 등을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계획이라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아프간에선 최근 미국·독일 등 국제 동맹군의 철군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탈레반이 빠르게 세를 넓혀 대부분의 아프간 도시들을 사실상 장악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아프간 라그만주를 장악한 탈레반이 정부군 차량에 탈레반 깃발을 꽂고 이동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렇게 빨리?…탈레반의 속전속결 아프간 장악에 세계 경악

 

 

공세 시작 3개월만…첫 주도 장악 후 열흘 만에 카불 점령

미군이 공들인 아프간 군경 허약…정부 지원도 못 받아 붕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이 순식간에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탈레반의 속전속결식 세력 확장에 관심이 쏠린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것은 미군과 동맹군이 단계적인 철수를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동맹군의 철수 개시에 맞춰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탈레반은 지방 소도시를 거점으로 빠른 속도로 장악력을 높였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의 데보라 라이온스 대표는 지난 6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의 370개 지구 가운데 50개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빠른 세력 확장을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인 7월 21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탈레반이 이제 아프간 전체 지구들의 중심지 중 절반에 달하는 200여곳을 장악했다면서 "다만 탈레반은 주도를 장악하지 않은 채 외곽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던 탈레반이 본격적으로 아프간의 주요 거점도시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부터다.

현지 관리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6일 전후로 남서부 님로즈주(州) 주도 자란지를 손에 넣었다. 미군 철군 후 처음으로 이뤄진 탈레반의 주도 장악이었다.

 

탈레반은 그 후 무서운 속도로 지방 도시들을 점령하면서 수도 카불을 향해 진군했다.

지난 12일에는 아프간에서 2번째와 3번째로 큰 도시인 남부 칸다하르와 서부 헤라트는 물론, 카불 남서쪽 150㎞ 지점의 거점 도시 가즈니(가즈니주 주도)까지 차지했다.

탈레반은 또 이튿날인 13일에는 카불에서 불과 50㎞ 떨어진 로가르주의 주도 풀-이-알람까지 점령하며 수도권도 압박했다.

 

14일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에 이어 15일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까지 손에 넣으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제외한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5일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탈레반은 2001년 미군의 공습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에 아프간을 온전히 다시 접수했다.

예상을 깬 탈레반의 빠른 세력 확장에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패닉에 빠졌고, 대사관 철수와 자국민의 탈출 계획을 서둘러야 했다.

 

또 탈레반을 막겠다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던 북부지역의 군벌 도스툼과 누르는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연합군이 빠져나간 아프간을 빠른 속도로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허약한 정부군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과거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군에 저항했던 탈레반은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미국이 벌인 20년간의 전쟁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반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무려 830억 달러(약 97조 원)를 쏟아부으며 구축해 놓은 아프간 군과 경찰은 탈레반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조직을 버리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철수 뒤 아프간군은 사실상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으며, 이것이 35만 명에 달하는 군과 경찰 조직이 와해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탈영한 아프간군 병사 타즈 모함마드는 "지난 며칠간은 식량도 물도 무기도 없었다.

처음엔 특공대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보급했지만, 점차 뜸해졌고 결국 보급이 끊겼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아프간 라그만주를 장악한 탈레반이 정부군 차량에 탈레반 깃발을 꽂고 이동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탈레반의 속전속결 아프간 장악…수적 우위 정부군은 뭐했나

 

 

 

 

공세 시작 3개월만…첫 주도 장악 후 열흘 만에 카불 점령

미군이 공들인 아프간 군경 허약…정부 지원도 못 받아 붕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이 순식간에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탈레반의 속전속결식 세력 확장에 관심이 쏠린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것은 미군과 동맹군이 단계적인 철수를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동맹군의 철수 개시에 맞춰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탈레반은 지방 소도시를 거점으로 빠른 속도로 장악력을 높였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의 데보라 라이온스 대표는 지난 6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의 370개 지구 가운데 50개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빠른 세력 확장을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인 7월 21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탈레반이 이제 아프간 전체 지구들의 중심지 중 절반에 달하는 200여곳을 장악했다면서 "다만 탈레반은 주도를 장악하지 않은 채 외곽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던 탈레반이 본격적으로 아프간의 주요 거점도시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부터다.

현지 관리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6일 전후로 남서부 님로즈주(州) 주도 자란지를 손에 넣었다.

미군 철군 후 처음으로 이뤄진 탈레반의 주도 장악이었다.

탈레반은 그 후 무서운 속도로 지방 도시들을 점령하면서 수도 카불을 향해 진군했다.

 

지난 12일에는 아프간에서 2번째와 3번째로 큰 도시인 남부 칸다하르와 서부 헤라트는 물론, 카불 남서쪽 150㎞ 지점의 거점 도시 가즈니(가즈니주 주도)까지 차지했다.

탈레반은 또 이튿날인 13일에는 카불에서 불과 50㎞ 떨어진 로가르주의 주도 풀-이-알람까지 점령하며 수도권도 압박했다.

 

 

 

 

 

 

 

 

 

탈레반 피해 수도 카불로 탈출한 아프간 피란민들 [카불 AFP=연합뉴스]

 

 

 

14일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에 이어 15일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까지 손에 넣으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제외한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5일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탈레반은 2001년 미군의 공습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에 아프간을 온전히 다시 접수했다.

예상을 깬 탈레반의 빠른 세력 확장에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패닉에 빠졌고, 대사관 철수와 자국민의 탈출 계획을 서둘러야 했다.

 

또 탈레반을 막겠다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던 북부지역의 군벌 도스툼과 누르는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빠른 속도로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체질적으로 허약한 정부군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급료를 받는 아프간군(ANDSF)은 30만699명이다.

탈레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핵심 전투대원은 6만 명이고 탈레반을 추종하는 지역 무장단체 대원이 9만 명, 이외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면 총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숫자만 보면 규모 면에선 아프간군이 탈레반보다 우위지만, 아프간군 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급료를 타 먹으려고 거짓으로 등록한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병력은 통계의 6분의 1 수준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프간군에 들어간 지원금도 어마어마하다.

아프간군은 연간 50억~60억 달러(약 5조8천억 원~7조 원)의 국제사회 지원금을 사용했다.

미국이 '아프간군 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2005년부터 이달 6월까지 약 750억 달러(약 88조 원)에 달한다.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모두 합치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돈이 830억 달러(약 97조 원)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비해 탈레반은 마약거래 등을 통해 연간 3억∼16억 달러(약 3천억~1조9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유엔이 추정했다.

이처럼 병력과 물자 면에서 탈레반보다 우위에 있는 정부군이 대등한 전투조차 변변히 하지 못했던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지난 20년간 무려 구축해 놓은 아프간 군경은 탈레반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조직을 버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과거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군에도 저항했던 탈레반은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미국이 벌인 20년간의 전쟁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철수 뒤 아프간군은 사실상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으며, 이것이 35만 명에 달하는 군과 경찰 조직이 와해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탈영한 아프간군 병사 타즈 모함마드는 "지난 며칠간은 식량도 물도 무기도 없었다.

처음엔 특공대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보급했지만, 점차 뜸해졌고 결국 보급이 끊겼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레반이 아프간의 도시를 속속 장악하면서 탈레반을 피해 도망쳐온 난민들이

수도 카불의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

 

 

 

 

 

 

장부엔 30만, 현실 5만…최악 패전 부른 아프간 '유령 군대'

 

 

탈레반, 수도 카불 함락 초읽기
무능·부패 정부에 등돌린 미국
"아프간 위해 아프간이 싸워라"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주요 도시를 모두 장악한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로 들어섰다.

로이터통신은 아프간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의 사방에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이날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속보를 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알 아라비야 보도를 인용,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향후 몇 시간 이내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새 과도정부의 수장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전날 북부의 요충지 마자리-이-샤리프, 동부의 잘랄라바드까지 점령해 이미 카불을 포위한 상태였다.

 

지난 6일 님로즈의 주도 자란즈를 점령하며 행동 개시에 나선 지 8일 만에 아프간 34개 주의 주도(州都·주의 수도) 중 23곳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진 데 이어서다. 탈레반은 사실상 수도 카불만을 통제하고 있던 아프간 정부군 측에 ‘백기 투항’을 종용했다.

수도 함락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이 치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 20년'이 미국의 패퇴로 막 내리게 됐다.

 

 

 

 

 

 

 

 

아프가니스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밑 빠진 독’ 더는 안돼 미국

 

지난 2001년 9·11테러로 촉발돼 20년을 끌어온 아프간 전쟁은 애초 이달 말 미국의 완전 철수로 종지부를 찍을 계획이었다.

 

지난 5월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고 탈레반의 파상공세가 시작됐지만 미국의 철군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이 아프간을 위해 싸울 때”라고 철수를 거듭 재확인했을 뿐이다. 
 
바이든은 아프간 전쟁을 통해 9·11 테러의 범행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위협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초 아프간 전쟁의 목적은 기존 집권 세력인 탈레반을 축출하고 친 서방 성향의 민주정부 수립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쏟아부은 비용은 2조2610억달러(약 2600조원)에 이른다(왓슨연구소). 전쟁 예산, 참전용사 관리, 전쟁 차입금 예상 이자 등을 아우른 금액으로 올해 한국의 국방예산(52조원)의 50배나 됐다. 
 
이같은 막대한 투입에도 아프간 정부는 자립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신뢰도 잃었다. 2014년과 2019년 치러진 아프간 대선은 모두 부정선거로 얼룩졌다.

2019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상대 후보 압둘라 압둘라는 모두 승리를 선언하고 같은날 카불의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취임식을 열기도 했다.

 

미군 철수가 예정된 가운데 자력 국방을 확충해야 할 시점에 10개월이나 국방장관은 공석이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6월에야 국방부장관을 임명했지만 민심은 "너무 늦었다"며 돌아섰다.

지난달 23일 미국의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이 사실을 지적하면서 지도층 분열이 심한 가운데 가니 대통령이 직접 군대를 지휘하겠다며 일부러 국방장관을 임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연합뉴스

 

 

 

 

아프간 재건에 들어간 지원금도 복잡한 중간 전달 체계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사라졌다.

지난해 발간된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간 재건에 투입한 1430억달러(약 167조원) 중 최소 190억달러(약 22조원)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동맹국들이 미국을 향해 "아프간 전면 철수를 재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미국 내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소모전을 끝낼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아프간 정부를 계속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프간 지도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당신들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발을 뺐다.

 

 

 

 

 

 

 

미국의 아프간 20년 전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장부 상에만 존재, 아프간 정부군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을 상대로 '사상자 없는 승리'를 거듭해 왔다.

탈레반과 맞닥뜨리면 정부군은 변변한 교전 한번 없이 대거 투항하거나 중요한 거점·기지를 버리고 탈영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병력·화력만 보면 정부군은 탈레반을 압도한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 보고서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아프간 정부군의 숫자는 30만699명이다.

반면 탈레반 반군의 핵심 전투대원은 6만~7만5000명으로 추산돼 5분의 1 수준이다.
 
정부군에는 막대한 예산도 투입됐다.

아프간 정부군은 연간 50억~60억달러(약 5조8000억~7조원) 규모의 예산을 사용했다.

미국이 아프간군 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2005년부터 올 6월까지 750억2000만달러(약 87조7000억원)에 달한다.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모두 합치면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돈은 830억달러(약 97조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가 미스테리다.

BBC는 정부군 병력의 상당수가 장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이라고 보도했다.

 

부패한 군경 간부들이 급료를 가로채기 위해 허수로 군인 수를 기재하는 바람에 군 당국은 실제 가용 병력 수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SIGAR는 정부군의 부패로 인해 병력 통계에 대해 "매우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프간 정규군의 실제 병력은 30만명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탈레반과 비슷하거나 더 적을 수 있단 얘기다.

 

 

 

 

 

 

 

아프간 정부군의 모습. 연합뉴스

 

 

 

 

 

 

사기 저하도 심각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군은 부패한 정부와 정치인을 위해 싸울 동기를 잃었다"며 "그들이 예산을 모두 빼돌려 정작 정부군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이들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은 "정부군은 종족이나 가족 연고가 없는 곳에 투입되는데, 이것 또한 정부군이 쉽게 거점을 포기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③월남 패망 때보다 빠른 탈레반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속도는 미국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앞서 미 정보기관들은 아프간 정부가 미군 철수 후 2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1975년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뒤 사이공이 몰락하기까지 걸린 기간과 동일하게 잡았다.

그러다 두 달 전 미국 정보공동체가 아프간 정부 붕괴 시점을 앞당겨 6개월로 제시했다.

 

하지만 미군의 완전 철수를 2주 앞둔 상황에서 탈레반은 수도를 포함, 전국을 사실상 장악했다. 
 탈레반은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전략으로 아프간 정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전통적으로 탈레반은 아프간 남부 농촌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지만 미군 철수가 시작되자 반(反) 탈레반 정서가 강한 서부와 북부의 대도시를 기습 공격했다.

허를 찌른 전략으로 탈레반은 주요 도시를 손에 쥐고, 동시에 미군이 정부군에 제공한 엄청난 양의 현대식 무기와 실탄까지 빼앗았다.

군용차량, 야간 투시경, 기관총, 박격포 등이다.
 
탈레반의 실제 전투요원 수도 알려진 것보다 많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BBC는 "다른 무장세력과 후원인력까지 더하면 탈레반 조직원 수는 2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아프간 내에 반미 감정이 커진 것도 탈레반 세력 확장의 간접적인 동력이다.

미국이 수립한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국민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헤라트를 장악한 뒤 무장한 채 경계를 서고 있는 탈레반. 연합뉴스

 

 

 
또 아프간 정부와 갈등 관계인 파키스탄이 과거부터 탈레반을 물밑 후원하며 든든한 배후 노릇을 해왔다.

파키스탄의 파슈툰족은 탈레반 탄생기부터 이슬람학교에서 양성한 학생을 탈레반 전사로 꾸준히 공급해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이 20년 만에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재집권을 공언하자 16일(현지시간) 수많은 시민들이 국외 탈출을 위해 카불 국제공항

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탈레반 승리 선언…'아프간 대통령궁' 장악

 

 

 

[데일리한국 강영임 기자]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탈레반기도 게양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이자, 탈레반이 이후 급속도로 아프간 내 세력을 넓힌 뒤 이달 6일을 전후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만이다.
이에 미국은 아프간 주재 자국공관 직원들의 탈출과 아프간인들의 국외 도피를 돕기 위해 병력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앞서 미군 철수 시작 이후 탈레반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다가 이날 카불까지 함락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곳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라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백기 투항한 탓에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한 탈레반은 대통령 도피로 '버려진' 대통령궁에도 손쉽게 진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강영임 기자

 

 

 

 

 

 

15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 [AP=연합뉴스]

 

 

 

탈레반 승리 선언.."전쟁 끝났다, 개방적 정부 구성할 것"

 

 

아프간 대통령궁에 탈레반 깃발 올려.."새 정부 구성·형태 논의"
국영방송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국민 안전 보장하고 기대에 부응하겠다"
美 대사관 성조기 내리고 긴급 대피..대피 지원병력 1천명 더 보내기로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이자, 탈레반이 이후 급속도로 아프간 내 세력을 넓힌 뒤 이달 6일을 전후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만이다.

 

미국은 아프간 주재 자국공관 직원들의 탈출과 아프간인들의 국외 도피를 돕기 위해 병력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탈레반기도 게양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AP=연합뉴스]

 

 

 

 

앞서 미군 철수 시작 이후 탈레반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다가 이날 카불까지 함락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곳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라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이렇다 할 저항도 없이 백기 투항한 탓에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한 탈레반은 대통령 도피로 '버려진' 대통령궁에도 손쉽게 진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에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말하고,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면서 15일 밤에는 곳곳에서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현지 방송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프간 1TV는 밤이 되자 수도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하고, 외교관들과 아프간 관리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간 공항 근처에서도 총격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이날 카불에서 80명의 부상자가 이송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외교관들과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등 철수에 나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대사관에 걸려있던 성조기도 내렸다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 상공을 비행하는 미군의 헬리콥터 [AFP=연합뉴스]

 

 

 

미국 대사관 국기 하강은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카불 미 대사관에는 미국의 전 세계 공관 중 최대 수준인 4천200명이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천명의 병력을 카불에 추가로 증파해 총 6천명의 병력을 가동해 공관 직원과 아프간인들의 탈출을 도울 계획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1천명의 추가 파병안을 긴급 승인했다고 미 국방부 관리가 밝혔다. 이에 따라 수일 내로 카불에는 총 6천명의 미군이 활동하며 미 대사관 직원들과 아프간 시민의 탈출을 돕고 위기 상황에 대처할 계획이라고 이 관리는 전했다.

한편, 탈레반은 대국민 담화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잇달아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진입한 뒤 AP통신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아프간 대통령궁에서 새 정부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말했으나, AP통신은 이 계획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BBC 방송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는 향후 수일간 아프간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원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탈레반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치국장인 바라다르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탈레반의 승리는 비교될 수 없는 위업이지만 아프간 통치의 진정한 시험은 권력을 손에 넣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라다르 국장은 탈레반의 승리는 신속했고 세계 그 어떤 상대도 대적할 수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입장 발표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아프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현지 여성들은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인권 암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영방송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 아라비야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카불에서 아프간 국영 TV를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국외로 도주하고 정부가 붕괴했으며 탈레반

군이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주민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모여 있다.

 

 

 

 

 

아프간 대통령 벌써 국외 도주,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의 나라로

 


카불 EPA 연합뉴스얼마나 허망하게 정권이 무너질 수 있는지를 아프가니스탄이 거의 ‘빛의 속도’로 보여주고 있다.

9·11 테러와 미군 침공 이후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나라가 됐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로 달아났다.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났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도 가니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을 향해 출발했으며 그곳에서 제3국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는데 타슈겐트로 향한 것으로 정정됐다.

그는 “무의미한 희생과 파괴를 막기 위해” 국외로 피신하기로 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로이터는 이날 밤 탈레반 전투원들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후 수도 카불까지 진입하자 정부 측이 백기 투항한 것이다.

탈레반으로서는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카불 최후의 날’이 다가오면서 현지 주민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국제공항에는 국외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현지 각국 대사관도 혼비백산한 채 탈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미국 대사관은 본격적으로 철수를 시작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5000명 배치를 승인했다.

 

 

 

 

 

 

 

 

 

▲ 국외로 탈출한 사실이 확인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페르시아력

으로 새해 첫날인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손뼉을 마주 치며 축하

하고 있다.AP 자료사진 연합뉴스

 

 

 

 

 

탈레반은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됐으며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세력을 넓혀갔다. 파키스탄 등의 지원을 등에 업은 탈레반은 1996년 무슬림 반군조직 무자헤딘 연합체로 구성된 라바니 정부까지 무너뜨렸다.

하지만 탈레반은 9·11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정부군 등과 20년 전쟁을 이어가며 세력을 회복해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전국적인 총공세를 펼쳤다. 부패한 데다 사기마저 저하된 정부군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탈레반은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평화적 투항’을 촉구했고 결국 아프간 정부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탈레반은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아프간 정부군에게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군대 해산을 요구했고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지역 경찰이 초소를 버리고 떠남에 따라 약탈을 막기 위해 조직원에게 카불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로이터는 탈레반 관리 2명을 인용해 탈레반이 과도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인 권력 인수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불 내 여러 곳에서 총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불의 한 병원도 트위터를 통해 카불 외곽에서 발생한 충돌로 40명 이상이 다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불 주민들은 달러 사재기와 함께 앞다퉈 현금 인출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카불에 온 피란민은 약 12만명이고 이들 중 7만 2000명이 아동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카불은 1028㎢ 크기로 서울 면적(605㎢)의 두 배가량이며 약 46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달 말로 철군 시한을 제시한 미국은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 외교관들은 민감한 문서나 자료 등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 작업에는 헬기가 동원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내 미국 요원의 안전한 감축 등을 위해 기존 계획보다 1000명 늘린 5000명의 미군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 요원과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행동도 신속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탈레반 측에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의 내정에 미국의 끝없는 주둔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철군 방침도 재확인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도 탈레반이 미군 철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기존 철군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1970년대 베트남전 막바지 상황과 비슷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군이 철수한 후 무능한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졌고 민간인과 외교관의 탈출 과정에서 아수라장이 빚어졌다는 점에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치욕적인 ‘1975년 사이공(현재 베트남 호찌민) 함락’의 속편으로 나아가게 됐고 심지어 상황이 그때보다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도 대사관 철수 작전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도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지난 5월 아프간 헬맨드주에 위치한 앤토닉 캠프에서 미군과 아프간군 간의 임무

교대식이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문이 닫혀있는 모습. 카불/AFP 연합뉴스

 



미군이 막은 이슬람 극단주의, 신장 위구르 번지면 중국엔 '악몽'



 

미군 떠나니 중국 숨은 고민
탈레반, 신장 독립 지원 가능성
하나의 중국 위협 '최악의 악몽'
왕이, 탈레반 2인자와 회담까지

 

 

 

국제사회 초강대국들이 개입했다가 상처를 입는 '아프간 징크스'의 불똥이 중국으로 튈지가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만큼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는 주변국들의 오랜 염원이다.

 

그럼에도 과거 원나라부터 영국·소련에 이어 미국까지 모두 아프간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채 나오면서 이번에도 열강의 무덤이 재확인됐다.

미국이 아프간을 탈출하면서 이 후폭풍이 어디로 갈지가 중국의 숨은 고민이 됐다.
 

미국의 공백…고민 빠진 中

중국은 15일 카불 함락 직후 중국 중앙(CC)TV 인터넷매체인 앙시망(央視網)을 통해 현지의 상황만 타전하며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일대일로’ (Belt and Road Initiative·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진행 중인 중국의 입장에선 지정학적 요충지인 아프간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면 추후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로의 영향력 확대도 쉬워진다.

 

따라서 일견 미국의 아프간 퇴장은 중국엔 중앙아시아 진출을 노려볼 기회를 뜻한다.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울 수 있어서다.

 

 

 

 

 

 


 

왕이 부장(오른쪽)과 바라다르 탈레반 부지도자. 왕 부장은 지난달 28일 탈레반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를 톈진(天津)으로 초청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탈레반의 복귀를 놓고 중국 당국은 내심 긴장하고 있다.

그간 아프간의 미군은 중국엔 보이지 않는 이득도 줬다.

중앙아시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미군이 막아내면서 결과적으로 이들이 세를 넓혀 중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방파제 역할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부활한 탈레반이 중국 신장 지역의 독립을 내건 이슬람 테러 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외교의 대원칙은 '하나의 중국'이고, 이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대만이다.

 

그런데 중국 내부적으로 더욱 심각한 건 인종과 종교에서 중국의 주류인 한족(漢族)과 다른 신장 위구르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엄격한 통제와 강력한 공안 통치로 신장 위구르 지역을 다스려 왔지만, 미국이 암묵적으로 인정한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의 독립을 지원하려 할 경우 중국으로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탈레반과 신장 위구르족 모두 수니파다.

 이는 신장 위구르의 독립 시도에 기름을 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티베트를 비롯한 다른 소수 민족에게도 중국 이탈의 동기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으로 '통일 중국'을 공고히 했던 중국으로선 최악의 악몽이나 다름없다.
 

 

 

 

 

 

 

 

 

 

 

중국인민해방군(PLA)이 2021년 7월 24일 북서부 회족 자치구 닝시아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진행, 대전차로켓을 발사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중국 정부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탈레반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를 톈진(天津)으로 초청해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 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탈레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테니 탈레반 역시 중국 국경선 안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제국들의 무덤(아프간)이 이제 중국을 부른다”고 진단했다.  
 

중앙아 도미노 우려하는 러시아

 

중앙아 지역에 혼란이 자국 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도미노식 위기 전파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해 왔던 러시아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를 점령한 탈레반 반군 전사들이 13일(현지시간) 정부군

차량을 몰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군은 탈레반의 도발을 무찌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이것은 러시아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대외 혼란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병력 약 1만 명을 동원해 중국 북서부 닝시아 자치구 칭통샤 연합군 전술훈련 기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했고, 동시에 지난 5∼10일 병력 2500명을 투입해 아프간 인근 국가인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다.  
 
그간 탈레반이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공식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인도는 과거와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은밀하게 탈레반과 접촉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인도 외교 정책의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간 꾸준히 탈레반을 지원해왔던 파키스탄에선 탈레반의 득세를 반기고 있다.

지난 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州)에서 만들어진 탈레반은 대부분 파슈툰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슈툰족은 아프간(1500만명)과 파키스탄(4300만명)에 걸쳐 산다.

 

다만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정부 붕괴와 함께 갈 곳을 잃은 난민이 자국 내로 밀려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달 말 미국 PBS 뉴스아워와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이미 300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는데 내전이 길어질 경우 더 많은 난민이 밀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입장 따라왔던 유럽도 '나비 효과' 

 

 

 

영국 하사진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지난

8월 공동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AP=뉴시스]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의 복귀는 유럽에도 나비 효과가 나타날 조짐이다. 영국 BBC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아프간 사태 논의를 위해 휴가 중인 의원들을 부른 데 따라 16일 의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APA 통신은 “알렉산더 샬렌버그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중앙아시아의 불안정은 이른 시일 내로 오스트리아와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며 “빠르면 이달 말 이 지역의 혼란을 막기 위한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걱정은 아프간 난민에 있다.

 

탈레반 공포로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까지 몰려올 경우 중동 난민의 유럽행 복사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출국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美, 20년 끌어온 아프간전···철군결정 4개월 만에 사실상 '패배

 

1조 달러 투입·미군 2,400명 사망

친미정권 붕괴 후 탈레반 정국 장악

바이든의 '사이공의 순간' 비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넘어갔다.

미 정치권에서는 ‘바이든표 사이공의 순간’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을 과소평가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철군방침이 정해졌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이행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간 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 전쟁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10월에 시작된 전쟁은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면서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아프간은 미국 정부에 수렁이었다. 전재에 투입된 비용만 1조 달러에 미군도 2,448명이 숨졌다.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도 3,846명, 동맹군들도 1,144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끝없는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알카에다에 근거지 제공을 중단하는 등의 조건으로 5월1일까지 미군을 포함한 동맹군이 철군하는 협정을 탈레반과 맺었다.

새 정부를 이어받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목소리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결정했더라도 최종적으로 이행된 것은 이번 바이든 행정부이며 철군 결정 4개월 만에 아프간 전체가 탈레반에 함락될 만큼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이 안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막판에 현지 미군 기지와 대사관을 사실상 놔두고 탈출하는 모습은 1975년 베트남전 패전 직전의 ‘프리퀸드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이공의 순간’이 재현됐다는 것인데 동맹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장 마리 게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NYT에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와 아프간에서의 대실패 이후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외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냉소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국제부뉴욕=김영필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출국 비행기에 탑승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美, 탈레반에 밀린 치욕의 탈출 작전…바이든 리더십 '흔들'(종합)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아프간 전역 장악
"미 대사관 철수…탈레반 방해시 단호 대응"
1975년 베트남전과 비견되는 '치욕의 탈출'


미군 철군 결정한 바이든, 리더십 흔들릴듯
아프간 대통령 도피…다시 탈레반의 나라로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친미 성향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항복하면서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완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밝힌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제사회 리더십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블링컨 “미국 대사관 아프간서 철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의 붕괴 소식이 전해진 직후 A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사관이 완전 철수를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탈레반이 미국 인력을 방해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그동안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더이상 아프간에 남는 것은 미국에 이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인력 대피는 대사관 경내에서 미군 헬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인력 대피는) 매우 계획적인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군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대사관은 공항 이동 전 대사관 내 관련 서류와 기타 물품을 없애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민감한 자료들이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건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 방침을 밝힌 이후 4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시 “20년 묵은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며 미군 철수를 공식화했다.

 

지난 2001년 뉴욕 무역센터에 대한 9·11 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 전쟁이다. 지리한 아프간전을 끝낼지, 아니면 이어갈지 기로에서 철군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철군을 채 완료하기도 전에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탈레반의 기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현지 미군 기지와 대사관을 그대로 둔 채 탈출하는 건 1975년 베트남전 패전 당시 ‘프리퀀드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을 연상케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 전쟁사의 또다른 치욕이라는 것이다.

아프간 철군을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의 귀환’을 기치로 내걸고 국제사회 리더십 재건을 선언했지만, 아프간 철수와 이후 상황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링컨 장관은 이를 의식한듯 “이곳은 사이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유일하게 패배한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벌인 탈출 작전과 다르다는 것을 항변한 것으로 읽힌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항복해 정권 이양을 전격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전날 대사관 직원 등 자국민과 그동안 미국과 함께 일한 현지인들 대피를 돕기 위해 기존 계획보다 1000명을 추가해 총 5000명의 미군을 공항 등에 배치하기로 했다.

 

앞서 7일 미국 대사관은 공지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미국뿐만 아니다.

 

독일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과 직원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군을 동원해 아프간 주재 대사와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대사관을 닫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서부 헤라트를 장악한 후 순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20년 만에 탈레반의 나라 된 아프간

이로써 탈레반은 20년 만에 아프간을 되찾았다.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된 탈레반은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세력을 넓혀간 무장조직이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범행 배후인 알 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다만 이후 정부군 등과 20년간 전쟁을 이어가며 세력을 회복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총공세를 펼쳤고, 결국 이날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날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아프간 권력 이양기 과도정부 수반에는 내무장관을 지냈던 정치인이자 학자 알리 아흐마드 자랄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이 자랄리를 두고 수용할 만한 절충적인 인사로 본다는 것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항복 선언 후 이미 나라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기자

 

 

 

 

 

10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서 수도 카불로 피란 온 한 어린이가

난민촌으로 쓰이는 한 공원에서 잠들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패권주의 아프카니스탄에서 또 좌절

 

 

 

아프카니스탄이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다시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대통령은 정부를 버리고 도망가고 수십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함락'이 재현된 것이다.

 

지난 15일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카니스탄 내무부장관은 "과도정부에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뒤 곧바로 아프칸을 떠났다.

미군에 부역했거나 정부에 몸담았던 수십만명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은행은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국제공항은 카불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각국 대사관들도 비상탈출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야말로 1975년 '사이공 최후의 날'을 다시 보는 듯 하다.

 

지난 4월 29일 미군이 철수를 시작할 때만 해도 탈레반의 카불 진격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미군 정보당국은 탈레반의 카불 진격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별다른 전투를 치르지 않고 빠르게 카불까지 진격했다.

미군 철수 이후 각 지방의 정부군이 싸움을 포기한 채 탈레반에 항복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탈레반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에 불응해 침공을 받아 정권을 빼앗긴 이후 20년만에 다시 아프카니스탄의 주인이 되었다.

미국은 예상 보다 빠른 탈레반의 진격과 아프카니스탄 정권의 붕괴에 당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칸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미군 2448명이 전사했다.

 

또 나토(NATO) 및 기타 동맹국 군인 1144명, 아프칸 민간인 4만 7000여명, 아프칸 군인과 경찰 6만 6000여명이 희생됐다.

군비 또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들어갔다.

 

지난 20년간 총 군비는 1조 달러(1155조원)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칸 정부군에 대한 지원에만 매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갔다.

미국이 천문학적인 군비와 엄청난 군사력에도 아프칸에서 패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아프칸 정부의 무능과 부패이다.

아프칸 정부는 미국의 지원금을 빼돌려 개인의 곳간으로 옮기는 데 혈안이 되어 전투와 민생 관리는 안중에 없었다.

 

정부군 숫자가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5만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돈을 빼돌리기 위해 장부에만 있는 '유령군인'이었던 것이다. 정치인과 정부관료, 군부 지도자들이 미국의 지원금과 물자를 빼돌리는 데 혈안이 되었으니 탈레반과의 전투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두번째는 아프칸의 지형적 특징이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라 군사작전이 힘들고 게릴라전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탈레반의 전투능력이다.

핵심 전투원이 6만~7만 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탈레반은 일반 민간인 복장으로 전투를 치르기 때문에 도심 전투에서 민간인과의 구분이 힘들다.

 

또한 정부군내 탈레반 동조자들이 제공하는 작전정보를 바탕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왔다.

결국 미국은 무능한 정권을 지탱하느라 수천명의 미군을 잃고 천문학적인 군비를 쏟아부었던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군사외교적 패착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자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아프칸 정부군의 급속한 붕괴는 2400여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엄청난 돈이 들었던 지난 20년이 얼마나 무익했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아프칸 사태는 미국 패권주의의 좌절이자 패배이다.

 

사이공 함락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미국이 외교적 전략을 버리고 군사적 전략으로 주권국가를 침공한 결과는 소모적인 전쟁과 막대한 인명ㆍ재산의 피해로 귀결됐다.

미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패권적 행태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편집부 press@incheonnews.com

 

 

 

 

 

 

 

 

불 포위한 탈레반 무장세력 - 15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 지역인

레그먼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조직원들이 휴대용 로켓 발사기와 소총 등을

들고 차량 위에 앉아 있다.  워싱턴 이민석 특파원

 

 

 

 

 

 

 

현금인출 위해 카블시내 은행앞에 장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