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AP 연합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사진=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 AP=연합뉴스)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 장악..."전쟁 끝났다 선언
탈레반 국민들 기대 부응키 위해 "개방적 정부 구성할것"
주아프간 韓대사관 잠정폐쇄...현지 대사 및 일부 공관원, 아프간에 머물며 재외국민 철수 지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개방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자지라방송은 15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 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한 뒤,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송은 탈레반 대원들이 대통령궁에 탈레반기도 게양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조만간 통치 방식과 정권의 형태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외에도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대화 중이라고 말했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향후 수일간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바라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 정치국장도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탈레반의 승리는 신속했고 세계 그 어떤 상대도 대적할 수 없었다고 자평하면서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어 통신은 탈레반은 외국인들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한 탈레반측의 주장도 전했다.
카타르 도하 소재 탈레반정치사무소의 무하마드 나엠 대변인은 이날 저녁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외국대사관들과 외교 시설들, 외교단체, 카불의 외국 국적 거주자들에게 전혀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탈레반 군대의 움직임은 카불과 전국의 다른 도시에서 안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하는 동안 카불 곳곳에서 폭발음과 총격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밤이 되자 수도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하고, 외교관들과 아프간 관리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간 공항 근처에서도 총격이 들렸다고 전했다.
또 한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이날 카불에서 80명의 부상자가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이 15일(현지시간) 결국 잠정 폐쇄됐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진입하고 아프간 정부가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는 등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되자 더 이상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아프간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를 포함해 일부 공관원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본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간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은 1명이다.
외교부는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출처 : 중앙뉴스(http://www.ejanews.co.kr)
[가즈니=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남서부에 위치한
가즈니에 탈레반 기가 걸려 있다. 2021.08.14.
美 블랙호크에 꽂힌 '탈레반 깃발'..文대통령 "교민 안전 철수에 최선"
탈레반 재집권에 공포·혼돈 빠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서 대규모 탈출 행렬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을 비롯한 전역이 극도의 혼란과 공포를 맞닥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에 체류 중인 공관원과 교민 등의 안전한 철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한 공관원과 우리 교민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관계 당국에 이같이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현지 상황을 신속하고 소상하게 국민들께 알리라"고 주문했다.
외교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아프카니스탄 상황을 고려해 현지 한국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2002년 대사관 재설치 후 19년 만이다.
외교부는 이날 새벽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15일(현지 시각)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면서 다만 "아프가니스탄 체류 중인 재외국민(현재 1명)의 안전한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를 포함한 약간 명의 공관원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외교부) 본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프간과 1973년 처음 수교를 맺은 뒤 2년 후인 1975년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이로부터 불과 3년 후인 1978년 공산정권이 수립되며 단교로 인해 대사관은 폐쇄됐다.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간에 미군을 대거 파병하는 등 과정을 거치며 2002년 1월 외교관계를 복구했고 같은해 9월 카불 대사관도 재가동됐다.
그러나 19년 만에 탈레반의 아프간 재탈환으로 다시 기약없는 폐쇄에 들어가게 됐다.
8월13일(현지 시각)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시민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 AP 연합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는 공포와 혼란 속에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AFP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본격 철수하던 지난 5월 이후 농촌과 외곽지역부터 치고 들어오던 탈레반은 급기야 이달 들어 주요 도시를 포위했고 카불 진군 이틀 만에 대통령궁까지 접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를 공식화 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탈레반은 카불 접수 직후 즉각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내외에 얼굴을 공표했으며, 아프간 정부 깃발도 끌어내렸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알자지라방송이 공개한 화면에 따르면, 탈레반 무장 대원들은 대통령궁 내 집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몰려가 책상에서 기념 촬영을 남기기도 했다.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 등에 깃발을 꽂은 사진을 트위터에 뿌리며 미국과의 20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앞서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직후 국외로 도피했다.
미군의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 깃발을 꽂은 탈레반
ⓒ 파키스탄 싱크탱크 'PSF' 트위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사관은 자국 외교 인력과 교민을 속속 대피시키고 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대사관 인력이 카불에서 전원 대피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날 하루에만 500명의 미 대사관 인력이 카불을 빠져나와 출국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대피 작전도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
일부 아프간 주민과 카불 시민들도 아프간을 서둘러 탈출하기 위해 수 천명이 공항으로 몰려드는 등 대혼잡을 겪고 있다.
재집권한 탈레반이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 구성'을 공표했지만, 과거 탈레반이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샤리)을 적용해 통치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카불 시민들의 경우 미군이나 국제동맹군을 포함한 국제 NGO 단체와 협업한 행적을 문제삼아 피의 보복이 잇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CNN 등은 전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 철수작전 벌이는 헬기 (카불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sungok@yna.co.kr
장관주재 회의 도중 "빨리 공항으로"..긴박한 아프간대사관 철수
우방국 메시지 받고 미군 헬기·항공기로 카불공항→제3국 이동
최태호 대사 등 3명은 잔류..마지막 재외국민 1명 오늘 철수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지난 15일 전격 이뤄진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철수 과정에서 정부가 미국 등 우방국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외교부 본부와 주아프간 대사관은 아프간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전날 오후 정의용 장관 주재로 긴급 화상회의를 했다.
두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 도중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가 우방국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멈칫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빨리 공관들은 카불공항으로 이동하라, (아프간에서) 빠지라는 메시지였다"며 "회의를 마무리하고 장관이 최 대사와 상의했고 일단 뺄 수 있는 것은 다 빼라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우방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상황을 고려하면 최 대사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사관 직원들은 비밀문서 파기 등 대사관 폐쇄에 필요한 작업을 서둘러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과 피난민 행렬로 육로 이동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은 미군 헬기로 카불공항 내 미군이 통제한 활주로로 갔다.
공항에서는 공습 사이렌이 울려 이륙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직원들은 미군 항공기를 타고 중동 지역 제3국으로 무사히 이동했다.
아프간 탈출 위해 카불 공항에 몰려든 시민들 (카불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이 출국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leekm@yna.co.kr
외교부는 평소 미국 등 우방국 대사관은 물론 NATO 사령부와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수계획을 마련했고, 올해 상반기 미국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유사시 미국 정부가 현지 미군자산을 이용해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를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어찌 보면 보험을 들었는데 쓰게 된 상황"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다른 몇 우방국과도 비슷한 내용의 MOU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불에는 최 대사를 포함한 대사관 직원 3명이 남아 아프간에 남은 마지막 재외국민 1명의 철수를 지원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군이 지난 6월부터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재외국민에 아프간을 떠날 것을 계속 권고했지만, 현지에서 자영업을 하던 이 국민은 계속 주저했다고 한다.
당국자는 "국민 1명은 대사관 직원들과 같은 안전한 장소에 있다"며 "오늘(16일) 중으로 아프간 밖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지막 재외국민 철수 이후에도 대사관 직원들이 현지에 남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과거 리비아, 예멘 공관 폐쇄 사례를 고려하면 대사관 인력을 전부 뺄 경우 외교부는 제3국에 임시공관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부와 외교 접촉 등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당국자는 "당장은 공관 잠정 폐쇄 때문에 아프간 새 정부와 직접 접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관에서 잠깐 빠져나왔다고 해서 아프간과 맺었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blueke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빛의 속도로 차 4대에 돈 싣고 튄 아프간 대통령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누구보다 빨리 국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탈출 당시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었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사관 대변인인 니키타 이센코는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덧붙였다.
가니 대통령은 전국을 장악한 탈레반이 전날 카불마저 포위하고 진입하려 하자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그의 행선지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을 버리고 외국으로 급히 달아난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약 자신이 아프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수없이 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고 카불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같은 가니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국민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가니 대통령의 라이벌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가니에 대해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압둘라 의장은 전날 가니 대통령의 탈출 직후 그를 곧바로 '전 대통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4년 대선에 승리한 가니 대통령은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대규모 불법 선거가 자행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와 맞붙었던 압둘라 의장은 두 선거 결과에 모두 불복했고 결국 두 사람은 어정쩡하게 권력을 나눠가졌다.
가니 대통령은 문화인류학 학자 출신으로 세계은행 등에서 근무하면서 경제 분야 전문가로 거듭난 인물이다.
그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에 의해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자 귀국해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재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조세 체계 확립 등 아프간 정부의 개혁을 주도했다.
카불대 총장을 거쳐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지식 콘퍼런스(TED) 강연에서 "아프간 남성의 91%가 하루에 라디오 채널 세 개 이상을 듣는데 그들에게 세계(의 이슈)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버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16년 후 빛의 속도로 국민을 버린 것이다.
coo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런던=AP/뉴시스] 사진은 지난달 4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검문소에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 2021.08.13.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 출처:페이스북
현금 헬기에 못실어 활주로에 버리고 달아난 아프간 대통령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국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탈출 당시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불에서 철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관 대변인인 니키타 이센코는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 대통령은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덧붙였다.
가니 대통령은 전국을 장악한 탈레반이 전날 카불마저 포위하고 진입하려 하자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그의 행선지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을 버리고 외국으로 급히 달아난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힘든 선택을 했다.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하루 만인 16일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군중들이 비행기 트랩에 매달리며 절박하게 아프간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ahmermkhan 트위터 캡처
이어 만약 자신이 아프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어마어마한 출혈이 있었을 것이라며 조국을 버리는 출국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에 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가니 대통령의 라이벌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가니에 대해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압둘라 의장은 전날 가니 대통령의 탈출 직후 그를 곧바로 ‘전 대통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4년 대선에 승리한 가니 대통령은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대규모 불법 선거가 자행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와 맞붙었던 압둘라 의장은 두 선거 결과에 모두 불복했고 결국 두 사람은 어정쩡하게 권력을 나눠가졌다.
가니 대통령은 문화인류학 학자 출신으로 세계은행 등에서 근무하면서 경제 분야 전문가로 거듭난 인물이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 의해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자 귀국해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재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조세 체계 확립 등 아프간 정부의 개혁을 주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Copyrightsⓒ 서울신문사.
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남서부에 위치한 가즈니에 탈레반 기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한국 교민과 대사관은?
외교관-교민 대부분 철수했지만 자영업자 1명 잔류...
대사 등 외교관 3명 남아 설득중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 아프간 국민과 외국인들이 일제히 탈출에 나서면서 수도 카불이 거대한 공황 상태에 휩싸였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1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했다.
카불이 점령당한 15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공식적으로 항복 선언을 하고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하기로 했다. 아프간 정부의 붕괴로 카불 시민들이 탈출을 위해 이동에 나서면서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대혼란에 빠졌다.
탈레반이 주요 고속도로를 통제했기 때문에 카불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항공편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향해 달려가는 시민들의 모습과 공항에서 일어난 총격으로 승객들이 대피하는 장면이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세계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곧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탈레반은 시민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카불 시민들은 과거 탈레반이 5년간(1996~2001년) 통치했던 엄혹한 시절을 떠올리면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카불의 한국대사관의 공관원들은 대부분 중동의 제3국으로 철수했고 대사관은 폐쇄됐다. 외교관은 대사를 포함한 3명만 카불에 남아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여행금지국가로 교민들은 최근 정세와 관련해 이미 철수했지만, 교민 중 1명이 카불에 남았기 때문이다.
외교관들은 현지 계약관계 등을 이유로 잔류중인 이 자영업자 교민을 설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카불 장악 임박한 탈레반. ⓒ [AFP=연합뉴스]
2021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1975년 남베트남과 1950년 한국
미군이 7월 초 철수를 시작한 이후 겨우 1개월 남짓 지났지만,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에 의하여 장악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과 수도 카불을 제외한 주요 도시를 장악한 상태이다.
카불은 거의 고립된 상태이고, 미국은 대사관 경호를 위하여 3000명의 미군을 파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비판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은 그 국민들이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외부적인 사실만 보면 정부의 변경일 뿐일 수 있지만, 상당수 아프가니스탄인에게는 생사의 문제이다.
재판 없는 처형을 비롯한 처절한 보복이 자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정부와 군 인사들,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협조했던 사람들, 그리고 탈레반이 그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탈레반은 점령된 지역은 물론이고, 카불에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도 암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는 ‘내정 불간섭’을 핑계를 몇 차례의 성명을 발표할 뿐 그러한 처형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의미 있는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죽어가는 아프가니스탄인만 불쌍할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에만 특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우 유사한 장면을 1975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목도했다.
북베트남은 미군이 철수한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남베트남을 공격했고, 아프가니스탄과 너무나 유사하게 남베트남은 제대로 저항해보지도 못한 채 북베트남에게 정복당했다.
당연히 수많은 남베트남의 인사들이 처형을 당하였고, ‘킬링필드’라고 일컬어졌듯이 이것은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친 광범한 살육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세계는 ‘내정 불간섭’을 핑계로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 죽어간 수많은 동남아시아 국가 주민들만 불쌍해졌을 뿐이다.
우리는 잊고 있지만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뻔했다.
1949년 미군이 철수하자 1년도 되지 않아서 북한은 전면남침을 감행했고, 1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낙동강 지역만 남겨둔 채 모든 지역이 북한군에게 점령되었다. 점령된 지역에서 다양한 처형과 불법행위가 있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미군이 다시 개입하기로 결정을 내려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킬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남한을 수복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하여 베트남과 같은 대규모 학살은 예방되었다.
이제 북한은 수소폭탄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하고 있고, 핵잠수함(SSBN)도 건조 중에 있다고 한다.
다음번에 북한이 공격할 때 미국이 개입하면 ICBM으로 또는 SSBN에 탑재된 SLBM으로 미 본토의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은 한국보호보다는 자국 도시의 안전을 중시하여 개입하기 어렵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1950년과 같은 미군의 재개입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에 한국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라도 실시하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였다.
주한미군만 철수하면 현재의 탈레반과 1975년의 북베트남이 달성한 성과를 북한이 바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민들은 말할 것이다.
우리의 대비태세가 1950년대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그러나 북한은 그 동안에 한국이 강해진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강해졌다.
100개 정도에 이르는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6.25전쟁에서 탱크가 기습효과를 거두었듯이 핵무기로 주요도시 몇 개를 타격하면 우리가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더군다나 한국군의 전반적인 대비태세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강하지 않다.
최근 한국군은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거나 대비하지도 않아 왔고, 경계태세 소홀이나 성범죄 사건에서 보듯이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다.
북한군이 공격해올 경우 1950년의 한국군, 1975년의 남베트남군, 지금의 아프가니스탄군과 유사하게 일방적으로 도주하거나 투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가 노력해야할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미군이 철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군만 철수하면 금방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상당수의 한국 지식인들은 반미를 오히려 자랑으로 생각한다.
“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의하여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철수하라고 해도 철수하지 않는다”면서 장담한다.
1970년대의 남베트남 지식인,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식인들도 동일하게 장담했을 것이다.
부탁하고자 한다.
미군이 그렇게 보기가 싫으면 제발 혼자만 미군이 없는 나라로 가시라. 필자와 같은 동포를 불쌍하게 생각해주시라. 왜 본인의 반미감정 때문에 필자와 같은 평범한 국민들로 하여금 생사를 건 모험을 하도록 만드는가?
또 한 가지 간과하지 않아야할 사항은 ’평화협정‘의 부질없음이다.
1973년 협정을 체결하면서 북베트남은 미국 및 남베트남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하였다.
이번에 탈레반도 2020년 2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모든 위협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베트남도 탈레반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어떤 단체나 국가도 평화협정 위반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평화협정체결 시 미국은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에게 사태가 잘못될 경우 재투입하여 방어해줄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그 나라의 종말을 예견했을 것이고, 다시 재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아직도 평화협정 또는 종전선언이 평화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면서 핏대를 세워 그 체결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인간 간의 관계에서도 신사협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국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관계에서 협정의 효력을 믿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분들에게도 부탁하고자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남한과 미국에게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을 하라고 말하기 전에 정부에게 북핵에 대한 대비태세를 철저히 강구하라고 말하라.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협정이나 선언으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나라로 가시라.
왜 대한민국에서 그 불안한 방법을 주장하여 필자와 같은 선량한 국민들을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가?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이 체결된 후 한국이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잘못된다고 해도 그대들이 책임지지는 못할 것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사례를 보면서 나의 잘못을 시정하거나 위기를 예방한다.
남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이 안일과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으로 국가를 파멸시키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하면서도 우리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평범한 수준의 지적 역량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발 정신 차리자.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15일(현지시각) 무장한 탈레반 지휘관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20년 만의 탈레반 재집권, 아프가니스탄의 교훈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각)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2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제 아프간에선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치르고도 왜 아프간에서 패배했는지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1975년 베트남전이 남베트남의 패배로 끝날 때 미국인들이 헬기를 타고 사이공(현재 호찌민)을 긴급 탈출하던 장면에 빗대 조 바이든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했다.
하지만 외신 보도를 보면, 철군 결정이 문제라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 이후 아프간 상황에 대해 오판했고 대비책 마련도 허술했다는 비판이 많다.
여론조사에서 아프간 철군 찬성 응답이 70% 이상 나올 만큼 미군이 아프간에 발이 묶여버린 상황 자체에 미국인들은 비판적이다.
아프간 사태는 비극적인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시작한 대테러 전쟁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취약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9·11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전쟁 시작 두달 만에 탈레반을 카불에서 축출했지만,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테러 거점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아프가니스탄에 ‘정상적인 국가’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그러나 이는 아프간 국민들 처지에선 서방 기준의 민주주의 국가를 일방적으로 이식하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종교와 부족이 복잡하게 얽힌 아프간 역사를 고려하면 이런 식의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에 미국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20년 만의 탈레반 재집권이고, 지금 카불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대테러 전쟁의 목표가 됐던 이라크 역시 오랫동안 비슷한 혼란을 겪는 건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과도한 종교적 신념으로 특히 여성과 소수자 인권을 억압하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잘 이끌어가리라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특정 이념과 가치를 이식하려는 시도 또한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국제사회에선 보편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프간 사태는 새삼 일깨운다.
한겨레신문
지난 5월 아프간 헬맨드주에 위치한 앤토닉 캠프에서 미군과 아프간군 간의 임무
교대식이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언론과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도 막지 못한 명품 구매 열풍 (0) | 2021.08.18 |
---|---|
전국 초·중·고 등교 시작.. 델타 변이 확산 우려는 여전히 큰 상황 (0) | 2021.08.17 |
무능한 정부, 탈레반에 나라 넘겼다 (0) | 2021.08.16 |
봉오동전투 101년 만에 홍범도 장군, 조국의 품으로 (0) | 2021.08.15 |
文, 마지막 광복절 경축식…독립 발상지 3곳서 '동시 만세 (0) | 2021.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