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불법 비리 대리점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2021.3.11/뉴스1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노조, 택배 대리점 사장 극단적 선택 불렀다
지난달 30일 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해온 40대 사장 이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정부가 피고용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에게 노조 권한을 부여하면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택배노조의 파업권은 보장되면서도, 이들은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불법 태업 등은 본사나 대리점에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31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30일) 배송 중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이씨는 현장에 남긴 유서에 "그들(조합원)의 집단 괴롭힘과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은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또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로 지속적인 괴롭힘, 공격적인 언행을 겪는 한 사람에게는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의 연속이었다"며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다는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에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이 시점 이들이 원하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택배 대리점과 택배노조, 책임공방…
"갑질은 택배노조가 하고 있다" vs "택배 본사가 을과 을의 싸움 만들어"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CJ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노동위 부당노동행위 인정에 따른
교섭과 비리대리점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2021.07.08.
이를 두고 택배 대리점측과 택배노조간의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대리점연합은 "갑질은 택배노조가 하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민주노총 택배노조와 원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개별 택배대리점은 최하위 계층의 또다른 을"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해당 대리점과 노조의 갈등은 수년 동안 거의 지켜지지 않는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원청인 본사에 감사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아 택배 표준약관과 원청 상품규정에 위반된 상품들에 대해 조합원들이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택배 본사는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약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물품배송을 계약하고 노조가 시정을 요청하면 책임을 대리점에게 전가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책임은 없고 '파업권'만 있는 택배 노조…"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전국택배노동조합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업계에서는 이미 2017년에 정부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택배기사들에게 노조 설립 자격을 부여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년전 민주노총 내 전국택배연대노조는 특수고용직 노조로는 처음으로 '노조설립 필증'을 받았다.
그간 법외노조였던 택배노조가 필증을 받으면서 합법적인 파업권한을 받은 것이다.
정식 노조 지위를 확보하면서 임금단체협약, 단체행동이 가능해졌다. 현재 노조원 수는 한국노총까지 포함할 경우 8500여명이다.
문제는 택배기사들이 근로기준법과 노조관계법에서 규정하는 '피고용자' 신분이 아니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택배업계는 본사-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대등한 '계약 관계'로 이뤄져있다.
본사가 특정 지역을 대리점에 할당하면, 대리점은 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택배기사들을 고용하는 게 아닌 '계약'을 맺는다.
대리점은 택배기사들이 배송하는 만큼 '수수료'를 받는다.
그 대신 오배송, 배송지연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대리점이 책임을 진다.
택배기사가 단체행동을 이유로 일종의 태업에 들어가면 대리점 사장이 직접 택배를 배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씨 역시 택배노조원들이 배송을 거부하자 해당 물량을 무리하게 소화하다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에 대한 책임은 택배 대리점주가 지지만,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이들의 의도적으로 일을 줄이는 등 불법 태업을 막아설 방법이 없다는 게 택배업계의 설명이다.
노조의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다.법의 회색지대에 있는 택배 노조와 관련해서 정부가 중재안이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2017년부터 예견됐던 문제고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택배 노조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이하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뉴스1
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들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영장 집행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위원장 구속, 택배점주 사망…사면초가 몰린 민주노총
7·3 전국노동자집회를 주도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경찰에 구속됐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20일, 경찰이 1차 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 15일만이다.
그동안 양 위원장은 경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은신하면서도 기자회견과 공식일정 등을 소화해 왔다.
이 때문에 노조가 '치외법권'이냐는 비판이 고조됐다.
여기에 최근 경기 김포에서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가 '조합원 갑질'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조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구속영장 집행 20일간 도피한 위원장..."시대착오적"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5시28분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 경력을 투입해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했다.
양 위원장을 구속하는데만 2000여명이 넘는 경력이 동원됐다.
서울 지역 기동대 6개부대 등 총 500여명이 직접적인 영장 집행에 나섰으며,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주변에 40여개 부대가 배치됐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1차 영장집행을 시도했지만 민주노총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당시 민주노총은 노조 사무실이 입주한 경향신문 건물에 수색영장 없이 들어와 양 위원장을 구속하는건 위법이라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민주노총 측 대응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1노조인 민주노총이 예전의 투쟁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된다"며 "투쟁 일변도가 아니라 제1 노조로서 책임감과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두 사건을 가지고 '노조망국론'을 이야기하는 접근 방식은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과거부터 이어져온 노사간 소모적인 관행, 무조건 집회와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 문화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택배노조 갈등까지…"국민도 염증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경수 위원장 강제 구인 규탄 행동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양 위원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택배노조에 대한 여론도 싸늘해졌다.
지난달 30일 경기 김포에서는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 A씨가 노조와의 갈등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유서에는 "노조원 불법 태업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는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지난 4월 택배기사들이 수수료율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A씨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기사들은 민주노총 택배노조에 가입했고 배송을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참여했다. 배송이 지연되자 A씨는 직접 배송에 나섰고 가족까지 동원했다.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극단 선택에 이르렀다.
윤동열 교수는 "노조가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새로운 노동계층이 생기고 있는데 전체 노동자를 껴안을 수 있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거센 발언으로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 노조가 성숙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도 염증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CJ대한통운 김포A터미널에 마련된 김포장기대리점장 고(故) 이모씨(40)의 추모
분향소에 조화가 늘어서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 뉴스1
택배 노조, 대리점 뺏기-점주 길들이기 시도”…분구 둘러싼 갈등 폭발
택배 노조의 괴롭힘을 호소하며 지난달 30일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 소장 이모 씨는 지난달 31일부로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 배경에도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 노조와 대리점주 갈등이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대리점 운영 포기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1일 이번 사건 취재에 응한 택배 대리점 점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택배 노조의 대리점 뺏기 및 대리점주 길들이기 시도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리점 소장은 “일부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택배 대리점을 빼앗겠다며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택배노조가 대리점을 장악하려는 행위까지도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분구 둘러싼 갈등, 태업-욕설로 폭발
업계 관계자들은 대리점 뺏기, 대리점주 길들이기 등이 벌어지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택배 대리점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택배 업계에서는 보통 해당 지역에서 오래 택배 일을 한 기사나 본사의 운영 입찰을 따낸 사람이 대리점 소장이 돼 운영을 맡는다.
이 씨는 경기 김포시에서 오래 배송 업무를 하다 소장이 됐다.
이 씨 대리점은 올해 5월부터 노조가 세를 불리면서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대리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씨 대리점에 있던 노조원들은 수수료 및 대리점 운영상 문제를 삼으면서 배송을 거부하고 이 씨를 향해 집단 폭언, 따돌림을 했다.
이 씨의 한 동료는 “노조원들이 공공연하게 ‘대리점을 빼앗아 우리가 운영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 씨가 노조원들에게 담당구역 일부를 떼 주려 했지만 노조원들은 대리점을 통째로 빼앗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지난달 초 대리점 운영 포기 의사를 밝히고 CJ대한통운이 이 지역을 분구하려 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이 씨는 유서에 “대리점 분구를 진행하다 의견 차이로 결렬됐다.
그들의 선택은 노조였다.
노조에 가입하면 소장을 무너뜨리고 대리점을 흡수해 파멸시킬 수 있다며 압박해왔다”고 적었다.
동료 기사들과 주변 대리점주들은 이 씨가 택배노조의 대리점을 장악 시도를 견디기 어려웠을 거라고 증언했다.
이 대리점에서 노조원들은 “규격에 맞지 않는 상품이다”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간다”
“규정에 어긋난 신선식품이다” 등의 이유를 대며 배송을 거부한 사례가 많았다.
이 물량은 대부분 대리점 소장과 가족들이 배송했다.
노조원들이 비노조 택배 기사들을 괴롭혔다는 증언도 있다.
김포의 한 택배 기사는 “비노조원들 중 일부는 노조의 괴롭힘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직장에서 마주할 때마다 어떤 시비를 걸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자신이 당한 욕설과 폭언 장면이 찍힌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 “막무가내식 파업에 대리점 뺏기도 곳곳에서”
대리점 뺏기 시도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택배노조 공격에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전북, 인천 등에서 대리점 영업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대리점 점주들은 말했다.
실제 대리점 운영을 포기했다고 밝힌 B씨는 “일부 노조원들은 막무가내로 배송 거부를 하고 가족, 지인들까지 힘들게 한다.
결국 내가 포기한 대리점의 새 소장은 노조 측 관계자가 꿰찼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와 대리점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이렇다할 시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오랜 기간 꾸려 온 대리점을 빼앗아 가려는 시도가 현실인데 고용노동부, 경찰에 신고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
호소할 곳도, 구제받을 곳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 장례 중이고 경찰 수사가 의뢰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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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죽이고 싶다” “XX 벙어리냐”... 극단선택 택배 점주의 부인이 전한 말
희생된 김포 택배 대리점 이모씨
대리점주에게 폭언 뱉은 민노총
“불법 태업과 업무 방해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모 회사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조선일보는 빈소를 방문 취재한 결과, 이씨 아내가 남편이 정말 괴로워했다며 슬퍼했다는 사실을 1일 보도했다.
이씨의 아내 박모(40)씨는 기자의 질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 사항이 많았지만 그래도 남편이 다 들어보려고 하고 성실히 다 대답해줬는데, 노조원들이 온갖 욕설과 폭언, 협박을 쏟아냈다”라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나중엔 (남편이) 답변을 잘 안 하자
노조원들은 이걸 갖고 ‘XX 벙어리냐’면서 조롱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가까운 사이라는 어느 대리점주는 “이씨가 한 달 전쯤 전화로 ‘다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씨는 15년 전부터 택배 기사로 일했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8년 전 경기 김포시에 택배 대리점주로 자리 잡았다.
18명의 직원과 성실히 일하던 그의 대리점은 지난 5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택배 노조가 들어오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이씨는 처음에 노조가 있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노조가 있다고 나쁜 게 아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요구하면서 고쳐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택배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무거운 생수나 부피가 큰 휴지처럼 배달하기 까다로운 물건들을 거부했다.
일은 계속 밀렸다.
이하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뉴스1
노조가 본사를 상대로 벌이는 투쟁에 이씨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부분이다.
이씨가 애써 힘겹게 물량을 소화하자, 노조 기사들은 메신저를 통해 “X 싸놓으신 것 처리하세요”
“나이 쳐 드셔가지고 줏대 없이 욕 쳐 드셔 좋겠습니다” 비리 소장보다 더 X 같은 XX 나와.
널 X 죽이고 싶을 만큼 집 앞이야.
쳐 나와봐” 등 각종 폭언과 욕설, 협박을 두 달 내내 계속했다.
이에 괴로워하던 이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씨의 유서 /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그는 유서에 “처음엔 버텨보려 했지만 집단 괴롭힘과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태업에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너희들(노조원)로 인해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라”고 적었다.
화단에서 발견된 그의 시신에 경찰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씨는 유서에 노조 기사들 12명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결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노조 지회장 등을 거명하면서 “여러 사람 선동해 한 사람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주셨음 좋겠다”고도 했다.
유서에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뚝뚝 묻어났다.
그는 “너희 때문에 여기까지 버텨왔는데 아빠가 너무 힘들어.
이기적인 결정 너무도 미안하다.
학교 입학식, 졸업식, 남자친구, 여자친구, 군대, 시집, 장가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아빠는 마지막까지 부족하구나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얼마나 원통한 심정으로 이를 적어 내려갔을지 눈에 선하다.
C사택배대리점연합은 31일 보도 자료에 “택배 노조의 불법 파업과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세 아이의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본부는 이날 입장 자료에서 “상중이니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다”면서도 “원청이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며 을(대리점)과 을(택배기사)의 싸움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황찬익 기자 simon@wikitree.co.kr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택배노조 "김포점주 사망, 원청도 책임"…유족 "책임회피 패륜행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노조)가 지난달 30일 조합원의 집단 괴롭힘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000120) 김포 대리점주 사건’에 대해 일부 조합원의 괴롭힌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대리점주 사망의 원인에는 CJ대한통원의 직·간접 책임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유가족은 “고인을 모독하는 패륜적 행위”라고 반발했다.
노조 “집단 괴롭힘은 인정…원청도 책임 있어”
택배노조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들의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채 대화방에 게시했다”며 “단, 폭언이나 욕설 등의 내용은 없었고 소장에 대한 항의 글·조롱·비아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고, 노조 규약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관련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 김포 대리점 소장인 고(故) A씨는 지난달 30일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4월 말쯤 일부 택배기사들이 수수료율을 기존 9%에서 9.5%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택배기사들이 지난 5월 일부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자 A씨는 대리점 운영일을 하면서 가족들을 동원해 직접 택배 배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조는 사망 전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원청에서 대리점 포기 각서를 종용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측은 조합원들이 대리점 분구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원청(지사장)의 요구로 대리점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이 ‘고인이 장기대리점에 발 못 붙이게 하려고 새로운 점주를 뽑은 것’이라는 취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고인은 집도 매각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분할되는 대리점 1곳이라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으나 김포지사장은 고인의 마지막 소망마저 짓밟았다”고 설명했다 .
이어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8월 31일이면 대리점에서 퇴출당하고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며 “CJ대한통운이 고인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2일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회장이 택배노조 기자회견에 항의 방문을 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을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유족 측 “고인 모독하는 패륜 행위…법적 책임 물것”
한편 이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노조 기자회견이 열리는 곳을 항의 방문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김종철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회장은 “장례조차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인의 죽음을 모독하는 패륜적인 행위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유서는 고인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던 마지막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고인이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명백한바, 노조의 횡포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며 “원청 얘기를 하면서 본인들 빠져나가지 말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의 유족은 대리점연합회 측을 통해 “고인의 사망 원인이 유언장에 명백하게 담겨 있는데 노조가 책임회피를 위해 고인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것은 고인을 또다시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이 공개한 유서에는 노조원 12명의 이름과 함께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A씨는 유서에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 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용성 기자
택배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택배대리점주 A씨의
가족이 2일 오전 진행된 발인식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최정석 기자
일면식 없지만 2시간 달려왔다”…
김포 택배대리점주 발인에 택배차 100대 함께했다
이놈아 이놈아,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엄마는 어떡하니…
2일 오전 7시 경기도 김포시의 한 장례식장.
택배노조의 집단행동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40대 택배 대리점주 A씨의 발인이 시작되자 고인의 어머니가 붉어진 얼굴로 연신 가슴을 내리치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른 아침 적막한 장례식장엔 “나쁜 놈들, 이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하는 유가족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와 동료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지난 30일 김포시에서 택배대리점을 하던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의 옷 주머니에선 택배노조원들의 이름과 이들과의 갈등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같은 날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엔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꾸려졌고, 전국 택배대리점 점주들이 보낸 근조화환 400여 개가 분향소를 가득 채웠다.
A씨의 장례식장에는 80여 개의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었다.
화환엔 ‘얼마나 힘들었을까’ ‘억울해서 못 보낸다’ 등 고인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7시 25분쯤 발인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냈다.
고인의 가족들은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빈소 주변을 둘러싼 고인의 친인척 중 몇몇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영정사진을 등진 채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2일 오전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의 빈소에 근조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최정석 기자
고인을 태운 운구 차량이 장례식장을 떠나자 장례식장 밖에 길게 늘어서 있던 택배 차량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0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차들이 끊임없이 좁은 교차로를 빠져나가며 긴 행렬을 이뤘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해주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대리점주와 택배 기사들이었다.
차량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렸다.
차량 행렬이 멈춘 곳은 터미널에 마련된 A씨의 분향소였다.
수백 개의 화환들이 터미널 바깥쪽 인도에서 분향소 가장 안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넓게 마련된 이씨 빈소 앞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려 긴 줄을 섰다.
몇몇은 침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이날 발인식에 참석한 택배 대리점주 박모(55)씨는 A씨와 일면식 없는 사이였지만, 전날 택배 차량을 몰고 2시간 거리를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고 했다.
길게 늘어선 차량을 바라보던 박씨는 “고인이 소속된 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 택배 차량도 굉장히 많이 왔다”며 “어느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리점주가 똑같이 느끼는 택배 업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택배노조는 쟁의권 없이 불법 쟁의를 하곤 하는데, 대리점주가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점주 일을 관둬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이겠지만, 대개는 더욱 강도 높은 파업이 이어지고 동료 점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A씨도 별다른 돌파구 없이 그저 버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2일 A씨 장례식에 참여한 택배차량에 현수막이 달려있다. /최정석 기자
실제로 A씨가 남긴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라고 적혀있었다.
한편 전국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씨 사망에 대한 노조 차원의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내용엔 A씨가 사망에 이른 경위, 사실관계, 노조의 입장 등과 함께 A씨의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책임을 묻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영 기자 최정석 기자
[서울=뉴시스]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일 노조와의 갈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 이 모씨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최재형 캠프 제공
택배점주 극단 선택에 野 주자들 "강성노조 도려내야"
홍준표 "이래도 강성 노조 수술 반대하나"
최재형, 빈소 찾아 "민노총 행태에 분노"
원희룡 "文정부-민노총 추악한 카르텔"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택배대리점주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귀족 노조의 횡포"라고 입을 모았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이래도 강성노조 수술에 반대할 건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이제는 선진국 시대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떼만 쓰는 강성 노조는 수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재형 후보는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부인과 어린 세 자식을 남겨놓고 떠난 40대 가장의 마음은 어땠을까"라면서 "가족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할 지 가슴이 먹먹했다"고 적었다.
이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대부분의 택배 근로자와 대리점주의 권익은 누가 보호해줘야 할까"라면서 "불법 태업과 업무 방해, 집단 따돌림으로 택배 대리점주를 죽음까지 내몬 민노총 산하 택배 노조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와 민노총 간의 카르텔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꼽으며 양측을 규탄했다.
백경훈 원희룡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택배 대리점 사장을 죽음으로 몰고간 주범이 민노총의 패악질인 것으로 드러났다"라면서 "민노총은 떼를 지어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비적떼와 도대체 뭐가 다른가"고 질타했다.
이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수의 힘을 내세워 야만적 패악질을 일삼고 있으니 이런 나라가 과연 정상인가"라면서 "우리사회 최대 적폐이자 암덩어리인 민노총을 이제는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더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을 방관하고 비호하는 행태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라면서 "민노총과 문재인 정부의 추악한 카르텔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 김포에서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보려 했지만 그들(노조)의 집단 괴롭힘에 더는 버틸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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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의 빈소. 이 씨의 5살 난 막내 아들은 영정 사진
바탕의 구름을 보고 "아빠 천사됐어?"라고 엄마에게 물었다. /최훈민 기자
숨진 택배점주 5살아들 “엄마, 아빠 천사됐어? 곧 다시 태어날거야
“엄마, 아빠 사진이 왜 저기 걸려 있어?”
31일 아침 경기 김포의 한 장례식장에서, 전날 남편을 잃은 박모(40·여)씨에게 5살 난 막내 아들이 물었다. 박씨가 “아빠 이제 여기 없어. 못 볼 거야”라고 답하자 막내는 아빠의 영정 사진을 가리키며 “아빠 천사 됐어?”라고 되물었다.
영정 사진 배경엔 파란 하늘과 구름이 그려져 있었다.
박씨는 “아빠가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대”라고 했다.
그러자 막내가 말했다.
“아빠 죽었어? 한참 이따가 아빠 다시 곧 태어날 거야.
아빠가 태어나면 우리 다시 다섯 식구 될 테니까 엄마 조금만 기다려.”
박씨 남편 이모(40)씨는 30일 오전 11시35분쯤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죽음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택배사인 CJ대한통운 대리점주였고, 세 아이의 아빠였다.
이씨가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아파트는 그와 가족이 전에 살던 집이었다.
이씨 동생은 “그 아파트 살 때가 행복하고 좋았다는 말을 형이 자주 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이씨가 며칠 전까지 일했던 그의 대리점은 조화(弔花) 280여 개로 둘러쌓여 있었다.
전국 택배 대리점주들이 각자 보낸 조화였다.
거기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이 X같네’ ‘너희들이 바라던 게 이거냐’ 등이라 적혀 있었다.
◇남편 휴대폰에 ‘절세미녀’로 저장된 아내는, 울지 않았다
31일 이씨의 빈소에서 만난 박씨는 남편 이야기를 풀면서도 울지 않았다.
무덤덤했다. “아직 아무것도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처음에는 노조원들의 단체 메시지를 무시했다.
답변하면 집단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내 남편을 몹쓸 사람,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놨다”며 “내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꼭 밝혀졌으면 한다.
거짓이 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와 함께 함께 대리점을 운영해 온 아내 박씨는 이제 세 아이를 홀로 돌보게 됐다.
두 아이는 10살을 넘겼지만 막내는 아직 손이 많이 가는 5살이다.
박씨가 아침에 막내를 챙기느라 이씨는 아침 식사 대신 늘 혼자 우유에 생식을 타 먹고 나갔다.
이씨가 목숨을 끊은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씨는 남편에게 직접 생식을 타줬다고 한다.
그게 이씨의 마지막 식사였다.
이씨가 남기고 간 휴대전화엔 아내가 ‘절세미녀♡○○♡’로 저장돼 있었고 둘째는 ‘사랑하는아들○○’라고 저장돼 있었다.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이씨는 민노총 소속 택배기사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택배기사로 일하다 대리점 운영, 처음엔 좋았지만…
고등학교 때 채팅으로 연을 맺은 동갑내기 이씨와 박씨는 2006년 부부가 됐다.
부부는 충남 천안시에서 쌀 배달로 생계를 꾸리다 2007년 첫 아이를 가졌다.
아내 박씨는 첫 출산을 힘겨워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씨는 터전을 처가가 있는 경기도 김포시로 옮겼다.
낯선 김포와 고향 경기도 성남시를 오가며 물류일 등을 해온 이씨는 2008년 택배 기사가 됐다.
그리고 3년간 일하다가 CJ택배 대리점을 직접 운영할 기회를 잡았다.
대리점은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들과 계약을 맺고 팀을 구성, 본사에서 보내주는 택배를 집집마다 배송한 뒤 이익을 나눈다.
이씨 가족과 소속 택배 기사 등에 따르면, 대리점주가 된 이씨는 10년 간 무난하게 대리점을 꾸려왔다. 때마침 이씨가 담당한 구역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처리할 물량이 늘었고, 수입도 늘었다.
관할 구역 인구 증가로 택배 기사를 추가 채용할 때면 같이 일하는 택배 기사들이 추천하는 사람과 최우선으로 계약했다.
10명 안팎이던 기사는 그렇게 18명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노총 택배노조가 특수고용직 노조로는 처음으로 ‘노조설립 필증’을 얻으며 단체 행동 권리를 얻었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은 문 대통령 공약이었다.
강력한 힘을 얻은 택배노조에, 자신과 계약 관계인 택배기사 일부가 가입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씨는 ‘그러려니’했다고 한다.
◇노조원들, 무거운 택배를 ‘똥짐’이라 부르며 방치
먹구름이 닥친 건 올해 5월이었다.
이씨 대리점에서 택배를 받아가던 기사 18명 가운데 민노총 소속 12명이 이른바 ‘던지기’를 시작한 것이다.
파업의 표면적 요구 사항은 ‘택배 1건당 800원씩 본사로부터 받는 배송비 중 대리점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기존 10%에서 5%로 낮추라’는 것이었다.
택배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리점이 가져가는 수수료율은 10~12% 정도로, 웬만한 대리점은 5%만 받아서는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던지기란 택배 기사가 페트병 음료수 묶음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택배를 택배분류장(터미널)에 그냥 내버려두는 행위를 가리킨다.
택배가 터미널에 쌓이면 고객의 불만은 대리점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날라야할 택배였지만, 민노총 택배기사들은 이를 ‘똥짐’이라 불렀다.
이씨는 노조원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씨는 하는 수 없이 노조원들이 버려둔 ‘저단가 고중량’ 택배를 직접 배달하기 시작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이 도와줬지만, 무겁고 큰 택배만 몰리는 이 상황은 쉽지 않았다.
◇단톡방에 쏟아진 폭언들 “욕 처드셔서 좋겠습니다”
이씨의 어깨를 무겁게 한 건 비단 무거운 택배만이 아니었다.
개미지옥처럼 쏟아지는 택배 기사와의 단체 채팅방 대화는 그에게 더 큰 무게로 다가왔다.
민노총 기사들은 이씨와 비노조원을 향해 “똥짐, 저단가 잘 찾아서 배송 부탁 드립니다”
“나이 처 드셔 가지고 줏대 없이 욕 처 드셔 좋겠습니다”
“자식한테 부끄럽게 살지 맙시다”는 식의 조롱을 카카오톡에 쏟아냈다.
이씨만 욕을 먹은 건 아니었다.
그게 이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한다.
이씨와 한 편에 선 비노조원 택배기사들도 비난·조롱·협박의 대상이 됐다.
“넌 형 대우 받기는 아닌 거 같아” “비리 소장보다 더 X같은 XX” 등의 글이 올랐다.
아내 박씨는 “남편이 휴대전화 화면을 볼 때마다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원인 모를 두통이 찾아왔다.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에 혈관이 좁아졌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 날마다 쌓이는 저단가 고중량 택배 탓에 목과 어깨에 무리가 오면서 이씨는 일주일 입원을 하기도 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이씨는 업무 걱정에 통원치료만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6월 어느 날 이씨는 아내에게 말했다.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
아내 박씨가 무작정 이씨의 차에 올라타 짐도 나르고 동행하기 시작한 건 그때쯤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30일, 오전 일찍 막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에 나와 밀린 일을 하던 아내 박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통 오전 11시쯤 배송을 나서는 남편과 동행하기 위해서였다. 답은 없었다.
박씨는 집으로 갔고 곧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병원으로 간 그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마주하게 됐다.
30일 사망한 경기 김포시의 한 택배대리점 사장 이모씨 곁에 남아 있던 편지 2장 중
1장/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아빠가 미안하다, 아빠는 마지막까지 부족하다”
택배 대리점주들이 노조가 설립 이후 어려움을 겪게 된 건 이들의 특수한 고용관계 때문이다.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는 똑같은 개인사업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조설립 필증 발부로 단체행동권을 손에 넣은 택배노조의 횡포에 맞서, 대리점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일한만큼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기에 본인이 돈을 덜 받는 대신 일을 덜 하겠다는 걸 징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노조 설립을 허했다.
그는 유서에 “노조에 가입하면 소장을 무너뜨리고 대리점을 흡수해 파멸 시킬 수 있다는 뜬소문, 헛소문이 점점 (날) 압박해 왔다.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더는 버틸 수가 없다.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는 세 아이에게 “너희 때문에 여기까지 버텨 왔는데 아빠가 너무 힘들다.
아빠 없는 아이들, 그게 아빠의 마지막 발목까지 잡았지만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다”며 “이기적인 결정 너무도 미안하다.
너희에게 항상 웃음만을 주려 살아온 아빠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구나.
너희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싶은 게 너무도 많은데 아빠는 마지막까지 부족하다”고 사과했다.
부인을 향해선 “내 삶의 시작이자 끝인 한 여자”라며 “못난 남편 만나 이해해주며 살아온 시간, 죽어서도 용서를 구할게. 미안하고 사랑해”라는 문장을 남겼다.
최훈민 기자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 인근에 전국 택배대리점 점주들이 보낸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野 주자들, 택배점주 빈소 찾아 민주노총 규탄…與 주자들은 ‘침묵’
윤석열 “강성노조, 국민들이 용납 않을 것”
최재형 “왜 노조가 개혁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건”
원희룡 “신성한 노동 이름 팔아 이익만 추구하는 노조”
하태경 “왕처럼 군림 못하게 ‘민노총갑질처벌법’ 발의”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민주노총 택배노조 조합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김포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 빈소를 찾아 애도하고,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은 빈소를 아무도 찾지 않았다.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택배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이씨 빈소에 다녀왔다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썼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이 갑이고, 갑질을 해온다고 생각했다.
대리점주는 기업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갑이라고 인식해왔다”며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노조가 갑이었다.
그들의 횡포는 거침없었고,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성한 노동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노조가 올바른 노조냐, 노조가 정말 약자냐”고 반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전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 논평에서 이씨 빈소를 들러 문상을 한 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왜 노조가 개혁되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절대 권력은 그게 무엇이든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이제 우리 사회에서 특권노조와 귀족노조는 절대 권력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빈소를 다녀왔다면서 “민노총의 조직적인 괴롭힘으로 인한 사실상의 타살”이라고 했다.
그는 “계약서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민노총 노조원을 내보내려고 해도 다른 지역 노조원까지 떼로 몰려들어 괴롭혀 내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며 “현장에선 민노총이 왕이고 법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민노총이 현장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왕처럼 군림하지 못하도록 ‘민노총갑질처벌법(가칭)’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 택배 대리점주의 빈소를 찾아 조문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빈소를 찾지 않은 대권주자들도 이씨를 애도하고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기득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절감한다”며 “강성 노조의 행태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이래도 강성노조 수술에 반대할 거냐”며 “이제 선진국 시대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떼만 쓰는 강성노조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리점주도 지위만 달랐지 노동자였다”며 “노동자 인권을 운운하는 단체가 인권을 파괴하고 한 개인의 인격을 짓밟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택배 노동자들이 여전히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며 “그러나 문제의 해결방식이 정의롭지 않다면 옳은 일이 될 수 없다”고 썼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경기 김포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택배대리점주 A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
택배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국민의힘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당 ‘약자와의동행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미애 약자와의동행위원장은 “사업주들은 노조원의 태업, 협박, 집단 괴롭힘 등 부당한 행태로부터 법적 보호 수단이 없다”며 “사업주들도 법적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는 노동현장 어디에서도 민주노총이 ‘갑’”이라고 했다.
택배 현장에 대해서도 “수도권 택배노조의 문제점은 수익이 높은 황금루트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차지하고, 수익성이 낮은 루트는 비조합원에게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부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수익이 많이 나는 대리점을 빼앗거나, 대리점주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현 정부는 비정규직과 취약 노동자, 청년 실업자보다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 위주의 노동정책으로 일관했다”며 “그러는 사이 택배노동자는 과로사하고, 택배대리점 소장의 인권은 무너졌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빈소를 찾지 않았고,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롯데글로벌로지스
구로터미널 택배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노조, 대리점주 조롱한 행위를 ‘개선요청’이라고 주장
택배 대리점주 이씨의 영결식은 이날 열렸다. 이씨의 동료들은 분향소 주변을 둘러싸고 서서 ‘사람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 여기는 너희들! 너희도 사라져라!’, ‘살인자는 터미널에서 없어져야 한다’, ‘죽음을 원했던 너희들! 인간이기를 거부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를 규탄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조사 결과 ‘집단 괴롭힘’의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노조는 처벌 가능성이 큰 주요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 등으로 선을 그었다.
무거운 택배를 ‘똥짐’이라 부르며 배달을 거부하고, 이를 직접 배달한 점주 이씨와 그의 동료를 조롱한 행위는 ‘개선요청’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이씨가 유서에 극단 선택의 이유를 분명히 남겼지만, ‘이씨가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의 유족은 택배노조 기자회견 직후 대리점연합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건 택배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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