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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故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서 조촐한 노제, 그리고 파주 검단사에 안치..국가장 마무리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제를 앞둔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마당에 '제6공화국 실록' 이라고 적힌 서적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30. photo@newsis.com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30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마당에 노제 재단이 차려져 있다. 2021.10.30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과 운구차량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故노태우 전 대통령 마지막 인사…자택서 조촐한 노제

 

 

 

마당서 영정 앞에 생수 한병과 물그릇…

가족 ·6공 인사들 참석

아들 노재헌 "선친 뜻 따라

길거리 아닌 집 안에서 최대한 간소하게"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홍준석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제(路祭)는 고인의 유언대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30일 오전 9시 정각 고인을 실은 8인승 링컨 리무진이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했다.

운구차는 약 8.8㎞를 달려 연희동 자택까지 도착했다.

 

오전 9시 18분 고인의 대형 영정사진을 담은 차량과 함께 국화꽃을 두른 운구차가 연희동 자택 골목 어귀에 등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2021.10.30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노 전 대통령의 맏손주인 노재헌 변호사의 아들 장호씨가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차에서 내렸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 변호사를 비롯한 유족들도 차량에서 내려 대문 앞에서 잠시 시간을 가졌다.

 

박철언 전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등 사흘 내리 빈소를 지킨 '6공 측근'들도 유족의 뒤를 따랐다.

반쪽만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인 잔디 마당에는 흰색 천을 두른 테이블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제6공화국 실록' 책 4권에 고인의 영정 사진을 기대어 놓고 한쪽에는 생수 한 병과 물그릇 하나, 향이 놓여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마당에서 노제를 마친 뒤 운구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1.10.30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유족들은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약 5분간 천천히 집안을 돌며 고인과 자택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나눴다.

집안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가 고인이 된 남편을 맞았다. 1959년 결혼 이후 62년간 고락을 함께한 김 여사는 말없이 담담했다.

 

김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이내 마당으로 나와 영정이 놓인 제단으로 향했다.

몸이 불편해 주변의 부축을 받은 김 여사는 제단 바로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이 엄수

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장의차령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이 엄수

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장의차령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성진 기자(ssaji@inews24.com)

 

 

 

 

 

 

 

 

 

노제 마친 뒤 이동하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유가족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마당에서 노제를 마친 뒤 아들 노재현 변호사,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동하고 있다. 2021.10.30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아들 노 변호사, 딸 노 관장, 손주들과 6공 인사들도 차례로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노제는 25분여 만에 끝났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대로 물 한 병과 향만 놓고 고인과 조용한 인사를 나눴다.

 

노 변호사는 이날 노제에 앞서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노제도 선친 뜻대로 길거리가 아닌 댁 안에서 최대한 간소하게 한다"고 말했다.

 

 

 

 

wi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지난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41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1.05.18. hgryu77@newsis.com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지난 10월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엄수...88올림픽공원서 ‘영면

 

 

 

김부겸 총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 자리 돼야”
추모곡 ‘손에 손잡고’
영결식장 밖 국가장 반대 시위도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헌정 사상 두 번째 국가장이다. 
이날 영결식은 코로나19를 감안해 인원이 통제된 상태로 진행됐다.

영결식을 보기 위한 인파가 붐볐지만, 사전에 승인받지 않은 이들은 영결식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해철 행전안전부 장관 등 50명 이하 인원이 참석했다.

장례식 기간 내내 자리를 지킨 박철언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발인식부터 함께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이뤘던 공적을 언급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외교, 남북관계 전기마련, 경제 민주화를 위한 토지공개념 도입, 서민 주거 안정, 국민연금을 통한 공적부조 확대 등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태우 대통령님이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고인께서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많은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애도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장 논란과 관련한 발언도 있었다. 김 총리는 “오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고 있다.

재임 시 보여준 공적보다 우리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인께서 유언을 통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우리는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사죄로도 5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되신 영령들을 다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며, “그러나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과거는 묻히는 게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로 살아있다”고 했다.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도사는 노태우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가 맡았다.

노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수차례 노 전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면서 과거의 모습을 회상했다.

노 전 총리는 “이따금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로 시작하는 서울올림픽 주제가를 부르시던 각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면서 “서울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던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올림픽이 열렸다”고 영결식 장소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장으로 치러진 만큼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이어 6분 길이의 생전영상 상영 후 헌화·분향이 이뤄졌다. 

추모 공연에서는 가수 인순이 씨와 테너 임웅균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손에 손잡고’를 불렀다.

'손에 손잡고'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성공적으로 치렀던 88서울올림픽의 주제곡이다.

3군 통합조총대의 조총 발사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 소속 20대 청년 1인이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올림픽공원 앞에서 “광주학살 주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사진=황인성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영결식장 밖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해야 했다.

영결식이 야외에서 진행됐지만, 코로나19를 감안 철저히 통제된 채 열렸다.

시민들은 유튜브 중계를

통해 영결식을 보거나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 직전 영결식장 외부에서 약간의 소란도 있었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 소속 20대 청년이 “광주학살 주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자 추모객 여럿이 크게 반발하면서 고성을 질렀다.

 

경찰의 통제로 충돌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영결식장 주변 곳곳에서 국가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영결식장을 찾은 한 40대 남성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로 한국 현대사에 아픔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민주화의 주춧돌을 쌓는 역할을 공적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장으로 치렀던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이 좋아하셨던 ‘손에 손잡고’ 노래 가사처럼 우리 정치도 좌우로 나눠 분열하지 말고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그 시대를 살아왔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자 오늘 영결식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결식을 마친 유해는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쳐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될 예정이다. 장지 협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유족들은 묘역 조성 후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다시 안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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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영결식’ 오전 11시 김부겸 등 참석…각계 ‘국가장 반대’ 성명 이어져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중 영결식이 30일 오전 11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 장례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앞서 오전 9시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하고, 오전 9시30분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노제를 치렀다.

 

손범수 아나운서가 영결식 사회를 본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낭독한다.

가수 인순이 씨와 테너 임웅균 씨가 88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추모곡으로 부른다.

국가장이라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 의식도 열렸다.

 

오후 1시 50분쯤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가 진행된다.

안치식은 오후 4시 30분 파주 검단사에서 개최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연희동 자택, 올림픽공원 일대 교통을 통제했다.

 

오전 11시~낮 12시에는 ‘올림픽공원→잠실역→잠실대교 남단→올림픽대로→경부선(양재IC)→화물터미널→추모공원구간’, 오후 3시 30분 이후부터 추모공원→양재IC→잠원고가→올림픽대로→가양대교 남·북→강변북로→난지시계 구간, 오후 5시쯤엔 난지시계→남고양IC→북로JC→행주IC→자유로JC→킨텍스IC→성동IC→검단사 쪽을 통제한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필운동 인근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운구 차량이 노제를

치르기 위해 연희동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노태우 국가장’ 반대 성명·청원이 이어졌다.

‘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짓밟고 군사 반란을 주도한 노태우 씨에 대한 국가장 진행을 취소해주십시오’ 등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4당이 지난 29일 파주시청에서 ‘노태우 통일동산 안장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검단사 안치는 임시 조치다. 유족은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묘역 조성을 요구한다.

파주지역 진보 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9개 시민사회단체(16파주시민합창단·겨레하나 파주지회·민족문제연구소 파주지부·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파주노동희망센터·(사)파주여성민우회·파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파주환경운동연합·파주673시민자치연구소)는

지난 29일 파주시청 앞에서‘고 노태우의 통일동산 안장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노태우는 신군부 실세로 5·18 학살에 대해 광주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고,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며 안장을 반대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이 28일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에서 ‘노태우 국가장’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한국작가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두고 지난 28일 반대 성명을 내고 “이것은 군사 반란과 국민학살의 역사적 범죄행위 모두를 국가가 인정하고 승인하겠다는 폭거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헌법 체제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라고 했다.

 

 

 

 

김종목 기자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앞. 2021.10.30 heyjin6700@newspim.com

 

 

 

 

노태우 영결식 앞두고 조문객 발길…곳곳 충돌에 반발까지 '어수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 30일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반 시민들의 영결식 입장이 제한되면서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승강이가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까지 모이면서 대체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참관하려는 시민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영결식장 단상 위에는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이 올려져 있었고, 국화 장식이 옆에 놓여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입구에는 검은색 그늘막이 배치되고, 검은색 의자도 차례로 놓였다. 

 

이윽고 차분하게 리허설이 진행되자 지나가는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 있게 지켜봤다.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년층이 많았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영결식장 입장이 통제되면서 일부는 "대통령 영결식이라며 시민들도 못 들어가게 하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시민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경찰은 오전 9시30분쯤 공원 입구 밖으로 내보내는 등 통제했다.

공원 밖으로 퇴장당한 한 시민은 "구멍가게 국가장이 아니냐.

시민들도 못 들어가게 하고 대통령 영결식이라는데 이게 뭐냐"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영결식 행사를 기다리던 김모(69) 씨는 "노 전 대통령과 동향 사람이자 고등학교 선배라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며 "모든 사람은 공과가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도 다행히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을 배려해서 국가장을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모이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졌다.

'5·18 역사왜곡 진상대책 국민연합'은 영결식장 맞은 편에 플래카드를 설치하려 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범죄자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당초 오전 10시5분 영결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역시 경찰이 제지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이 단체는 노 전 대통령 국가장에 대해 "87년 정신과 촛불정신, 그리고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민주주의 파괴자의 장례를 민주를 내건 정당의 정부가 치러주는 최악의 선례로 남을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heyjin@newspim.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에서 고인의 노제를 마친 운구 차량이 영결식을 위해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30. photo@newsis.com

 

 

 

 

故노태우 연희동 자택서 노제..주민들 "좋으셨던 분, 안타까워"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신재우 수습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날인 30일, 영결식에 앞서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노제(路祭)가 치러졌다.

그의 생전 모습을 지켜봤던 연희동 주민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졌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작된 운구행렬은 오전 9시30분께 그가 별세 직전까지 머물렀던 서울 연희동 자택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를 비롯해 아들 재헌씨, 딸 소영씨 등과 추모객 80여명이 연희동 자택에서 약 20분 동안 노제를 치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운구 행렬 시작부터 노제를 함께했다.

노제를 지켜본 연희동 주민 손모(67)씨는 "사모님도 좋은 분이시고, 노 전 대통령도 온화했던 분으로 알고 있다"면서 "물론 5·18도 있지만 사죄도 했고 병상에서 오래 있다가 돌아가셔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추모했다.

 

또 다른 연희동 주민 전모(76)씨도 "내외분이 다 좋으셨고, 관련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좋았다"며 "우리 동네에서 오래 사셨는데 돌아가시니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75)씨는 "만나러 오는 관계자들이 여기서 밥도 많이 먹고 했다"면서 "한동네에서 살던 사람인데 심정이 좋지 않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에서 고인의 노제를 마친 운구 차량이 영결식을 위해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30. photo@newsis.com

 

 

 

 

 

 

노제를 마치고 운구 행렬은 영결식이 진행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 평화의 광장으로 향했다.

영결식 장소는 고인이 재임 시절인 1988년 개최된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한 곳이다.

영결식 내빈은 검소한 장례를 희망한 고인의 유언과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유족과 친지, 장례위원회 위원, 국가 주요인사와 주한외교단 등 50인 이내로 최소화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후 장례 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약력보고,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의 조사, 6공 당시 노재봉 전 국무총리의 추도사 순으로 이어진다.

이후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순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종교의식을 치르며, 이후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추모영상을 상영한다.

추모공연 차례에 테너 임웅균과 가수 인순이는 '88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부를 예정이다.

 

유족 등은 영결식이 끝나면 오후 1시30분께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됐다가 파주 통일동산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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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광장에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2021.10.28 [연합뉴스]

 

 

 

 

 

노태우와 전두환 다르게 보는 여야…일각선 반발

 

 

 

향년 88세로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돌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소환됐다.

그리고 여야에선 노 전 대통령이 전두환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1. 여권, 공과 말하며 "전두환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노 전 대통령이 역사의 죄인이지만 "전두환 씨 행보와는 다르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후로도 여당은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인정하며 전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은 공통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언급하면서도 성과를 인정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27일 빈소를 찾아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28일 CBS라디오에서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본인이 용서를 구한다는 유언도 남겼고 유족들도 5·18 관련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 전두환 피고인에게 사형, 노태우 피고인에게 징역 22년 6월이 선고됐다. 26일

전 노 두 전직대통령이 서울지법417호 대법정에 나란히 서있다.

[신문공동사진취재단] 1996. 08. 27 [매일경제]

 

 

 

2. 야당, 공에 비중 두며 차별점 강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다르게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와 달리 평가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은 전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거다.

공과를 모두 언급했던 여당 측과 다르게 야당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성과를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인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라고 했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6·29선언을 통해 민주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상당한 기반을 갖추게 하신 분"이라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에 대해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북방외교를 개척해 대한민국의 소명을 제대로 완수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12월 14일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2021.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3. 여당은 중도·보수, 야당은 호남 의식


여당이 노 전 대통령의 과와 함께 공을 인정한 건 중도·보수층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엔 탄핵 때문에 유권자 중에서 진보가 급증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가 줄고 중도와 보수가 많아졌다.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이들 유권자를 의식했다는 거다.

 

다만 이 수석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결정에 대해 전 전 대통령과의 차이를 두며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했다.

보수 야권이 전두환과 선 긋기를 하는 건 호남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차이를 둔 것은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의미한다는 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역대로 호남분들의 지지를 받았던 적이 없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가능한 배제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 여파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4. "왜 전두환이 기준이냐" 반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결정, 전 전 대통령과 차이를 두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28일 상무위원회에서 "일부에서는 그가 전두환 씨와 다르다는 이유로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하지만 전두환 씨는 민주주의의 기준이 아니다"며 "전두환 씨와 비교하면서 그는 다르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라고 주장했다.

27일 민주당 광주지역 의원(민형배, 송갑석, 윤영덕, 이병훈, 이용빈, 이형석, 조오섭)은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노태우의 국가장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 28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조기 게양되지 않았다.

고. 2021.10.28 [연합뉴스]

 

 

 

 

 

 

김지은·윤시연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기사의 저작권은 '레이더P'

 

 

 

 

 

 

30일 파주 검단사에서 진행된 노태우 전 대통령 유해 안치식. © 뉴스1

 

 

 

 

고 노태우 전 대통령 파주 검단사에 안치..국가장 마무리

 

 

 

(파주=뉴스1) 박대준 기자 = 지난 26일부터 5일장으로 치러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30일 오후 경기 파주시 탄현면 검단사에 유해가 안치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검단사에는 노 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파주시와 행안부 등 정부 관계자 및 인근 주민 등 200여 명이 모여 고인을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오후 4시 40분께 사찰에 도착한 장례차량에서 내린 유족들은 사찰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무량수전’에 유해를 안치하고 40분가량 추모식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으며, 사찰 주변에는 고령의 추모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30일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유해 안치식이 열린 파주 검단사에서 추모객들이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 뉴스1

 

 

 

 

안치식이 모두 끝난 후 유족 대표인 장남 노재헌 변호사는 “유서 깊은 파주 검단사에 아버님을 모실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사찰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파주는 저희 집안 본적(교하 노씨)이고 아버지께서 자유로를 따라 많은 흔적을 남기신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꿈을 돌아가신 뒤에도 지켜볼 수 있는 파주시에 안장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발혔다.

묘역 조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관계기관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족들은) 통일동산 주위의 적당한 곳으로 마련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파주 검단사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추모객들은 늦가을 쌀쌀한 날씨에도 이날 추모식을 끝까지 함께 했다.

성남에서 왔다고 밝힌 A씨는 “노 전 대통령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남북 화해와 불가침을 선언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기틀을 마련하신 분”이라며 “본인이 원한 평화통일을 북녘이 바라보이는 통일동산에서 지켜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도 “고인은 대통령 재임시절인 1989년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던 탄현면 일대의 규제를 풀어 통일동산으로 조성하고, 이후 자유로 착공에도 관여하는 등 파주시와도 인연이 깊은 분”이라고 말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고인은 역사에 씻지 못할 잘못이 있지만,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유언을 남긴 만큼 사상과 이념, 보수와 진보 진영을 뛰어넘어, 평화의 땅 파주에 묻혀 영면할 수 있도록 파주시민 여러분의 화해와 용서의 손길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유해가 안치된 파주 검단사 입구에는 주민들의 환영 현수막만 걸려 있을 뿐 그동안 파주 안장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별다른 충돌 없이 차분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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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사과문 발표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은 1995년 10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 2021.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청와대 세종실에 걸린 역대 대통령 초상화. [동아DB]

 

 

 

 

고도 700㎞ 비행 ‘누리호’ 노태우 유산, 문재인은 국가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종훈의 政說] K-열풍 배경에는 인기 영합 않고 정책 펼친 대통령들 있어

 

 

 

노태우 전 대통령이 10월 26일 별세했다. 그는 어떤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공과(功過) 중 어느 것이 클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7월 28∼30일, 8월 4∼6일 전국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해방 이후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을 조사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은 0.1%로 최하위였다.

국민여론이 중요한 시대지만, 다분히 인기투표 성격이 강한 여론조사 결과를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환기 리더십 펼친 노 전 대통령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6월 8일부터 7월 20일까지 2022년 대선특별기획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

7월 13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발표에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전환기 리더십’으로 평가했다.

 

대표적 공으로는 6·29 민주화 선언과 북방정책, 여야 협치를 꼽았다.

이외에도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새만금 종합개발,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 등도 성과로 거론된다.

11년 7개월에 걸쳐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10월 21일 오후 5시 우주를 향해 솟아올랐다.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고도 700㎞에 도달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한 발 다가섰다는 것이 국제사회 평가다.

한 달여 전인 9월 15일에는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둘 모두 세계 7번째로 거둔 성과다.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고 자랑하지만 한국 우주발사체와 SLBM 원천기술은 옛 소련으로부터 왔다.

소련과 군사무기 기술협력은 노 전 대통령 임기 중 시작됐다.

1991년 소련에 제공한 14억7000만 달러(약 1조7240억 원) 경협차관이 디딤돌이었다.

 

당초 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소련이 해체되면서 차관 잔여분 제공이 중단됐다.

이후 러시아 정부가 1993년까지 만기가 도래한 4억5000만 달러를 현물로 상환하기로 하면서 성사된 것이 ‘불곰사업’이다.

한러 정부는 2007년 말 불곰사업을 ‘한러 군사기술협력사업’으로 전환했고 러시아로부터 공기부양정, 전차, 장갑차용 열상조준경 등과 첨단무기 기술을 이전받았다.

누리호의 형님 격인 나로호 개발 당시 가장 난도가 높은 1단 로켓 설계에도 러시아 기술이 담겼다.

누리호 발사와 SLBM 시험발사 모두 문재인 대통령 집권 하에서 이뤄졌지만 초석을 놓은 것은 노 전 대통령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K-방역의 핵심인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 조치도 노 전 대통령이 공약사업으로 추진했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및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비핵화 선언 역시 노태우 정부의 성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5일 임기 중 마지막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K-방역을 본인 성과로 포장해 발표했다.

 

K-팝, K-푸드, K-뷰티, K-반도체, K-배터리, K-바이오, K-수소, K-조선의 성과가 문재인 정권 기간에 꽃을 피웠으나 앞선 정권들에서 뿌려놓은 씨앗의 결과다.
문 대통령은 사실 내세울 만한 국정 성과가 별로 없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이라는 물음에 ‘없다’로 응답한 사람이 37.4%로 가장 많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위는 코로나19 대응(22.5%)이었다. 대표 공약사업인 소득주도성장론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 불평등 심화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집권 직후 집무실에 현황판까지 내걸며 강조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역시 고령층 단기 일자리 증가로 귀결됐을 뿐이다.

국가부채만 턱없이 늘려놓은 것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2001년 11월 17일 ‘제17회 인촌(仁村) 기념강좌’ 강연을 위해 방한한 미하일

고르바 초프 전 소련 대통령(오른쪽)이 한소 정상회담 파트너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제주 신라호텔 월라룸에서 재회했다. [동아DB]

 

 

 

 

 

전임 대통령들 성과에 숟가락 얹는 文

문 대통령이 최근 가장 열중하는 일은 K-마케팅이다.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이를 틈틈이 언급했다.

청와대가 여론조사 지지율 관리에 관심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덕분에 임기 말인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전후를 기록 중이다.

 

한국갤럽이 10월 19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 평가가 38%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앞서 한국갤럽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0.1% 선택을 받으며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일반 국민 인식과 전문가 평가에 간격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정권을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더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당장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상당한 반발과 비판, 또는 외면과 냉담에도 초석을 놓은 사업 역시 주목해야 한다.

가령 문 대통령이 최근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K-컬처만 하더라도 문화를 수출상품으로 인식해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공이 돌아가야 마땅하다. 김 전 대통령은 극렬한 반대 여론에도 일본 문화 개방을 단행하기도 했다.

정보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한 것도, 벤처 창업 붐을 일으킨 것도 모두 김 전 대통령이다.

 

K-조선과 한국형 잠수함 개발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중공업 진흥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전임 대통령들의 비전과 결단이 하나 둘 성과로 나타나는 요즘 문 대통령은 어떤 비전과 결단으로 국정에 임했으며, 그것은 어떤 미래 성과로 귀결될 것인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정말로 신경 써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전임 대통령의 성과에 숟가락을 얹는 일 말고 새롭게 씨앗을 뿌린 것이 대체 무엇이냐는 뜻이다.





주간동아 1312호 (p10~11)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위로하고 있다.

2021.10.29 /사진공동취재단

 

 

 

 

 

[강천석 칼럼] ‘노태우 재평가’와 ‘문재인 송덕비’

 

 

 

오늘 벌어 오늘 먹는 하루살이
날품팔이 대통령으론 나라 장래 없어
국민이 아무렇게 대통령 뽑으면
‘국가 回復力’ 바닥나는 사태 닥쳐

 

 

우리는 미래의 시간을 ‘단기’ ‘중기(中期)’ ‘장기’라는 세 구획으로 구분한다.

대중은 단기적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며 떠내려간다.

예언자 흉내를 내는 허황된 정치인들은 민족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50년 100년 밖의 미래를 판다.

 

그러나 정치에서 의미 있는 시간은 ‘중기’다.

정책의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

대중은 더 지겨워한다.

이런 대중의 성화를 달래가면서 뿌리에 거름을 주고 미래를 바라보는 정치가 ‘중기의 정치’다.

언제부턴가 한국 대통령은 오늘 벌어 오늘 먹는 날품팔이가 되고 말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과오는 분명하다.

쿠데타 주모자(主謀者) 중 하나였고 광주를 탱크로 짓밟고 시민을 살상(殺傷)한 당시 군부 지휘부에 있었으며 대통령 재임 중에 막대한 비자금을 모았고 여러 비리(非理)에 연루됐다.

 

작고하기 전 가족을 통해 ‘저의 부족했던 점과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국민에게 전하는 말을 남긴 것도 이런 자신의 발자취를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만큼 후대의 국가 방향과 국민 생활을 바꿔놓은 대통령은 드물다.

국민들은 지금 매월 국민연금을 붓거나 타면서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연금 재원이 바닥날 걸 걱정한다.

국민연금은 노태우 시대에 만들어졌다.

 

건강보험이 처음 생겼을 무렵 병원에 가면 행색이 누추한 사람일수록 이마에 주름이 깊었다.

건보 미가입자(未加入者)는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보가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게 노태우 시대다.

 

오전에 부산·광주의 집을 나와 서울에서 일을 보고 오후에 귀가(歸家)하는 ‘전국 1일 생활권’ 시대를 당연하게 여긴다.

30년 전엔 이게 꿈 같은 이야기로 들렸다는 사실을 국민의 3분의 2는 모른다.

한국의 공기업 가운데 가장 자주 세계 1위로 꼽히는 게 인천공항이다.

 

고속전철과 인천공항은 노태우 시대에 첫 삽을 떴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세우기만 한다면 ‘미친 집값’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노태우 시대의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이다.

노 전 대통령은 10년·20년·30년 후 국민 생활을 바꾼 ‘중기형(中期型) 대통령’이었다.

한국 외교와 대북(對北) 정책의 역사는 노태우 이전(以前)과 이후(以後)로 뚜렷이 구분된다.

 

1990년대만 해도 김일성의 6·25 남침 계획을 승인하고 지원했던 소련·직접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던 중국과의 국교(國交) 수립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노태우 정부는 베를린 장벽 붕괴, 동구권 몰락, 소련의 개혁·개방, 실용주의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권력 장악이라는 세계사적 전환을 비집고 중국·소련과 외교 관계를 터 한국의 외교 영토를 단번에 세계로 확장했다.

 

남북한 동시 UN 가입도 그 연장선상에서 가능했다.

모든 남북 합의를 휴지장처럼 구겨 던지는 북한조차 필요할 때면 노태우 시대에 만든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들고 나온다.

군부독재 시대를 거친 나라는 군부가 물러나도 오랜 세월 쿠데타설(說)에 시달린다.

 

한국은 군부독재가 끝나고 나서 쿠데타설에 휩싸이지 않은 세계 유일의 나라다.

군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군부 독재의 뇌관을 제거하고 김영삼 시대에 폭탄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5년 단임 대통령직선제는 문재인 시대에 이르러 말기암(末期癌)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나라 전체에 전이(轉移)돼 간단한 수술로는 도려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공수처·검찰·경찰이란 국가 공권력 시스템은 거짓말을 비명(悲鳴)처럼 내지르며 붕괴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집권당 대통령 후보 시절 ‘6·29 선언’과 후속된 개헌으로 탄생한 이른바 ‘87년 체제’가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시기와 맞물려 허물어지는 것은 묘(妙)한 인연이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4년 반을 돌아보는 마지막 국회 연설을 했다.

‘사과’도 ‘용서’도 없고 ‘자랑’만 가득했다.

시골 마을 입구에 세워진 고을 수령의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와 ‘송덕비(頌德碑)’ 가운데 성한 비석이 드물다.

 

훗날 백성들이 비문(碑文)을 깎아내거나 허리를 동강내버렸기 때문이다.

떠난 후 남이 세워주는 비석만 오래가는 법이다.

나라는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가 아니다.

 

국가의 회복력(回復力)에는 한계가 있다.

날품팔이 하루살이 대통령도 국민이 뽑고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대통령도 국민이 뽑는다.

국민 노릇하기도 힘들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강천석 논설고문

 

 

 

 

 

 

 

 

 

3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3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이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김성진 기자

(ssaji@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