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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백업이 없는 ‘이재명의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있다  에펨코리아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21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정치권 핫한 학문으로 떠오른 이재명의 재명학.....표멜레온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더퍼블릭 김영일기자  집권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제1야당 선거대책위원회 흔들기에 재미를 붙인듯하다.

단식투쟁으로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감옥으로 보낸 김성태 전 의원을 겨냥한 융단폭격으로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직을 전격 사퇴시킨데 이어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씨의 공동선대위원장 내정을 철회 시켰다.

 

물론 제1야당도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30대 워킹맘 육군삭관학교 출신 여군 우주항공산업 전문가로 소개하며  집권당 선대위가 영입인사 1호로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했던 조동연 서경대 학교 조교수에 대한 불륜 도는 성폭행에 의한 혼외자 의혹 공세로 낙마 시켰다 .

 

불의의 일격을 맞은 집권당 선대위는 반격을 꾀했다.

타깃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겨에서 비니(두건처럼 머리에 꼭 맞도로 쓰는 털실 재질의 모자)를 쓴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유세창에 올라 지지연설을 해 유명세를 탄 비니좌였다

 

공자의 정명학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고대 중국 춘추시대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노나라 문신 공자. 공자의 말을 어록 형식으로 기록한 유학의 경전 <논어>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느 날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묻는다.

“위나라 군주가 선생님을 모셔 정치를 하려고 하는데, 무엇을 제일 먼저 하시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정명(正名)부터 하겠다”고 답한다.

공자가 제자의 물음에 답한 정명은 ‘명분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미였다.

공자의 이 같은 대답에 자로는 “너무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라며 실망감을 내비친다.

그러자 공자는 “군자는 알지 못하면 말하지 않는 법.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으며,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않고, 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刑罰)이 알맞지 않고, 형벌이 알맞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가 명분을 바로 세우면 반드시 이치에 맞게 말할 수 있으며, 말이 이치에 맞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으니, 군자는 말에 있어서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의 물음에 정명(正名)을 강조한 공자.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은 공자의 ‘정명론’이라고 하는데, 공자의 정명론을 연구하는 학문을 ‘정명학’이라고 한다.

대선국면이 한창인 여의도 정치권에는 신흥학문이 생겨났다고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 핫한 학문으로 떠오른 재명학.’
집권당 대표는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사랑하면 알게 된다.

 

이재명을 공부해주세요”라는 글을 적었고, 20일엔 “기차 안에서 이재명 공부를 계속한다”며, 집권당 대선후보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쌓아두고 읽는 사진을 올렸다.


당 홍보소통본부도 각 시·도당위원회에 ‘왜 이재명인가’라는 제목의 핵심당원 교육용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는데, 여기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일하는 대통령’, ‘국민 갈등을 최소화할 통합 대통령’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결국 집권당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다는 ‘재명학’은 이재명 후보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 뒤 이를 홍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페이스북에 게재된 사진.

 

 

 

재난지원금‧국토보유세‧기본소득‧탈원전 거둬들인 이재명 “철회나 유턴이 아니라 유연하고 실용적인 것”

 

그런데 ‘재명학’을 공부하는 집권당 인사들은 혼란스럽지 싶다. 한창 이재명에 후보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와중에 이 후보가 명분을 바로 세우지 못해 자꾸 말을 바꿈으로써 구차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당초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꺼내든 뒤 이를 강력히 요구해 왔으나,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이 후보의 메시지가 공개된 직후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긴급 기자간담회을 열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납부 유예한 재원으로 일상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필요한 게 8~10조원인데, (초과 세수분)일부를 유류세 인하에 사용하고 지방교부세를 빼고 계산하면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2조 5000억원을 좀 상회한다”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모든 토지 소유주에게 국토보유세를 걷어 투기를 막고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국토보유세 공약도 거둬들였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공개된 <채널A>와 인터뷰에서 “증세는 사실 국민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에 대해 ‘철회한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이 자체를 완전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건 누구나 동의한 것”이라며 “좋은 일이라도 국민이 고통스러워서 싫다는 것을 대리인(대통령) 입장에서 강행하면 안 된다. 설득해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이 후보의 간판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지난 2일 공개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

국민들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물론 이 후보는 기본소득 공약 역시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회나 유턴이 아니라 유연하고 실용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인터뷰가 공개된 다음날인 3일 이 후보는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열린 연구원들과 간담회에서 “오면서 농담으로 ‘삼성이나 이런 곳에서 기본소득 이야기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했다”면서 “사실 이재용 부회장님한테도 그 이야기를 했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1월 23일 제19대 대선출마 기자회견 당시 “1987년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군부독재를 해체했던 것처럼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이 시대 최고권력 재벌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며 “거대 기득권 재벌체제, 정치를 쥐어흔드는 법위의 삼성 족벌체제를 누가 해체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신이 재벌체제를 해체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선 삼성 족벌체제를 해체할 적임자라더니, 이번 대선에선 삼성이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을 실현해줄 적임자로 낙점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도 과거의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에 한해 국민들의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 볼 수도 있다”며 “그때 당시(건설 중단)도 국민에 따라서 결정했지만, 반론들도 매우 많은 상태다.

그 부분에 관한 한 국민 의견이 우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26일자 페이스북에서 “원전을 경제 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동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등 연구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의 새로운 별명 ‘표멜레온’…진중권 “금방 들통 날 거짓말, 이재명 다움”

 

이처럼 이재명 후보가 재난지원금 및 기본소득 지급, 국토보유세 신설, 탈원전 등 자신의 대표정책이나 과거의 입장을 뒤집고 있는데 대해, 국민의힘은 ‘표멜레온’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일희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8일자 논평에서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소위 기본 시리즈에 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 신설까지, 이재명 후보의 기준은 딱 하나”라며 “순간순간 표가 된다 하면 ‘한다’ 말하고, 표 안 되다 싶으면 ‘안 한다’ 뒤집으면 그만이다.

 

급기야 ‘난 공약이라 말한 적 없다’는 말장난도 서슴지 않는 장본인이 바로 이재명 후보”라고 비판했다.
원일희 대변인은 이어 “이참에 별명 하나 지어 선물하고 싶다.

‘표멜레온’”이라며 “주변 색에 따라 순간순간 몸통 색깔을 바꾸는 동물 카멜레온이 왔다가 울고 갈 변신이니, ‘이재명=표멜레온’”이라고 비꼬았다.

원 대변인은 “명색이 대선후보다. 대선후보의 정책은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소신과 미래 비전을 담은 유권자와의 약속인데, 명확하고 일관되게 정정당당히 제시하고 국민께 선택과 심판을 받는 절차가 대통령 선거”라며 “평생을 표멜레온으로 살아온 정치인이니 더 이상 진심이 뭐냐고 묻지 않겠다.

표멜레온의 말은 오늘, 내일, 모레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재현 선대위 상근부대변인도 3일자 논평에서 “입만 열면 자기 말을 자기 스스로 뒤집는 그 뻔뻔함에 놀랄 따름”이라며 “어떤 말이 맞는지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이 후보의 순간 말 뒤집기는 호떡 뒤집기보다 빠르다.

뻔뻔하게 자신의 말을 순식간에 뒤집는 기술이 대단하기만 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지율을 올리는 게 얼마나 급하면 저런 발언을 할까 싶다.

표 앞에서는 자기편도 속이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선 긋기에 나서는 것”이라며 “유연성과 실용주의라는 탈을 쓰고 국민을 속이는 짓은 제발 그만두기를 충고한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0일자 페이스북에 ‘재명학 연재 제1회’를 연재하기도 했다.

그중에 한 대목을 소개하자면 “(이 후보는)국가조찬기도회에 나가 ‘저도 분당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주님을 모시고 있습니다’라고 버젓이 거짓말을 한다”며 “교회 측에서는 10년 동안 예배에 참석한 적이 없어 제적이 된 상태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교인이면서 교인이 아닌 양자 중첩상태. 이렇게 금방 들통 날 거짓말도 그 상황에서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뱉어놓고 보는 게 그의 특징이다.

 

그게 이재명다움”이라며 “이 모든 비일관성 속에 한 가지 일관된 원칙이 있다면, 바로 이해관계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했던 말도 뒤집고, 마음에 없는 사과도 하고, 가짜 눈물도 흘리고, 빤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극단적 형태의 기회이성을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있다.

‘잔머리’라고. 잔머리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해만 된다”고 덧붙였다.

 

 

 

 

 

 

 

 

 <애국저널> 유튜브 방송 캡처화면.

 

 

 

표 계산만 하지 말고 명분부터 똑바로 세워야…국민 대리인 아닌 지배자 될 것만 같은 두려움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했던 말도 뒤집고, 마음에 없는 사과도 하고, 가짜 눈물도 흘리고, 빤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고 질타 받는 집권당 대선후보를 보고 있노라면, 집권당 인사들이 재명학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울지 의문이다

. 당내 인사들이 재명학을 배울 게 아니라 이재명 후보가 공자의 정명학을 공부해야하지 않나 싶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명분을 바로 세우면 반드시 이치에 맞게 말할 수 있으며, 말이 이치에 맞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으니, 군자는 말에 있어서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

재난지원금 및 기본소득 지급, 국토보유세 신설 등 간판정책을 실행하려면 말을 이치에 맞게 하고, 말을 이치에 맞게 하려면 표 계산만 하지 말고 명분부터 똑바로 세워야하지 않을까.
물론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대표공약 및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게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당사자가 철회가 아니라고 하니 잠시 ‘보류’인 듯하다.

잠시 보류는 결국 지금 당장은 표를 얻기 위해 한 발 물러서지만 대통령이 되면, 이번 정권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겠다는 심산이 아닐는지.

이재명 후보는 앞서 거론한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철회한 일이 없다”며 “국민 주권 국가에서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게 의무다.

필요하지만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자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정치인은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지배자가 아니고 국민을 대표하는 대리인이다.

국민의 뜻을 넘어서는 건 독재이자 폭압”이라고 부연했다.

정권재창출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국민의 대리인이 아닌 지배자가 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저작권자ⓒ 더퍼블릭.

 

 

 

 

 

조동연 서경대 교수. 사진=뉴시스

 

 

 

 

 

조동연 논란, 지난해 6월 이미 스크린됐다

 

 


여야 선대위, 용산·대하빌딩에 나란히 입주…

핵심부서는 당사에

“그 사람들 보안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할걸요.

정식 선거운동 기간이 돼서야 오픈하지….”

 

 

 

 

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초장부터 난관이다. 취재가 쉽지 않아보였다.

민주당 선대위의 풀네임은 ‘대한민국 대전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다.

중앙선관위에 신고된 ‘예비후보자 선거운동기구 설치내역’에 따르면 국회 앞 용산빌딩 1303호에 있다. 12월 7일 용산빌딩을 방문했다.

 

입구와 측면,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검문은 없었다. 따로 신고되지 않은 집회·시위에 대비한 듯싶었다.

1303호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13층 전체를 쓰고 있었다.

‘외부인 출입금지/CCTV 설치’라고 적힌 입구 문은 닫혀 있었다.

 

복도 벽에는 후보자 선거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

민주당이 뜁니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12월 7일 기자가 방문한 국회 앞 여의도동 용산빌딩 13층의 이재명선대위 사무실.

벽에 ‘이재명은 합니다/민주당이 뜁니다’라고 구호가 적혀 있는 이재명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정용인 기자

 

 

 


■ 용산빌딩 민주당 대선 선대위 가보니…

13층 이외에도 이 건물에서 민주당이 쓰는 사무실은 더 있다.

11층과 8층이다. 내친김에 확인해봤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11층 근무자’는 11층은 홍보, SNS팀 등이 쓰고 있다고 했다.

 

입구에는 냉장고와 초코픽, 사또밥, 크런키, 치토스 등 군것질거리가 마련돼 있는 찬장이 있었다.

“최근 11층의 간식을 집으로 가져가거나 쟁여놓은 분들이 있습니다”라는 화난 표정의 아기공룡 둘리 캐리커처 공지문이 안쪽 사무실 입구에 붙어 있다.

 

8층은 정책과 전략기획, 조직국 등이 쓰고 있다.

802호는 조직본부, 804호는 특보단, 유세본부, 문화강국 본부가 있다.

그러나 후보실, 전략본부, 공보단 등 핵심부서는 당사에 있다.

 

이건 국민의힘 측도 마찬가지다.

앞서 선관위에 신고된 선거운동기구 설치내역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이 더 자세하다.

광화문 리마빌딩 906호, 907호, 903호, 406호 그리고 2층 소회의실을 사용한다고 신고돼 있다.

 

12월 8일 방문해보니 9층 입구에 ‘국민캠프’라는 표지는 남아 있지만 사무실 한군데를 빼놓고는 다 철수한 모양새다.

 

선거운동 포스터에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윤석열”이라고 적혀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자리 잡은 곳은 대하빌딩이다. 민주당 선대위 바로 옆 건물에 나란히 터 잡은 셈이다.

 

기자와 통화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바로 옆에 있으니 기자들은 편해 좋겠네요”라고 농을 건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힘도 후보실과 선대위원장실, 전략·기획·메시지·대변인실 등 핵심부서는 당사에 있고, 조직총괄·직능총괄조직 등은 대하빌딩에 있다.

 

윤석열 후보실과 일정팀·메시지팀은 중앙당사 5층에 자리 잡고 있고 바로 위층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실이 있다(이준석 당대표실은 3층에 있다).

후보실이나 총괄선대위원장실 밖으로는 “여의도 시가지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좋은 위치”라고 위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공간배치만 보면 총괄선대위원장이 후보자의 위에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12월 6일 출범했다.

출범식은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 케이스포 돔에서 진행했지만 코로나19 국면이라 온택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국민의힘 ‘루키’들의 ‘승리를 위한 퍼포먼스’를 끝으로 1시간 20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만화영화 주제곡 ‘질풍가도’, 김수철의 ‘젊은 그대’ 등에 맞춰 윤석열 연호를 유도했다. 전반적으로 올드했다.

 

‘질풍가도’는 MZ세대가 어린 시절 익숙했을 <쾌걸 근육맨 2세> 오프닝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젊은 그대’가 나온 때는 1984년이다. 37년 전이다.

여전히 대학가 응원곡으로 쓰고 있다고 하지만 출범식장 객석을 메운 50~60대 장년층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청춘 시절 추억팔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드레스코드는 정장 차림에 빨간 목도리와 하얀 와이셔츠로 보이는데(행사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총괄선대위원장과 두 상임선대위원장, 그리고 후보자가 빨간 목도리를 전달받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빨강·흰색 조명과 함께 아무리 국민의힘 당색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측의 친일프레임 공격유도를 일부러 노린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2월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빨간 목도리를 들고 청년들과 대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발대식서 37년 전 ‘젊은 그대’ 퍼포먼스

이날 선대위 출범식을 기점으로 김종인 총괄위원장과 이준석 당대표의 갈등은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게 정치평론·선거컨설턴트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핵심 관전포인트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앞으로의 역할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김종인이 총괄선대위원장을 수락하는 순간 김병준의 역할은 이미 ‘그림자’가 된 것”이라고 평했다.

달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버려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김종인 1인 체제로 선대위가 꾸려나가게 될 텐데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총괄선대위원장을 수락한 김종인의 말대로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긴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시각”이라며 “시기적으로 선대위도 너무 늦게 꾸려졌기 때문에 앞으로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조기에 봉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 구축된 김종인 1인 체제 선대위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감지된다.

윤석열 후보 시절 선대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김병준이 할 일이 없긴 한 것 같다. 김병준과 후보가 비슷한 면이 많다.

 

이 사람들은 자유주의적이다. 아무래도 김종인이 노인네다 보니까 호가호위하는 사람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총괄선대위원장이 다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인사는 이른바 ‘처가 비선’ 논란과 관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처가 문제가 아니라 후보 문제라고 본다.

후보가 정치를 처음으로 하는 양반이다 보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은가.

(이른바 김건희 처가 비선 논란은) 그래서 생긴 문제이긴 한데 총장(윤석열 후보)이 어느 누구보다 그런 게 어떤 문제를 잘 일으키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프레이밍인데 앞으로는 없을 문제로 본다.” 과연 그렇게 될까.

 

■ 김종인 원톱 vs 이재명 원톱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다. 후보 이외엔 다 손 놓고 있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지낸 신철우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이전부터 “20대 대선은 정동영-이명박이 붙었던 2007년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예년 선거에 비춰보더라도 이번 선대위가 딱히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갈등을 봉합하겠다며 주로 의원들 위주로 자리 나눠 먹기를 하다가 당내외에서 비판이 제기되니 후보를 중심으로 기동력 있게 슬림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결국 어떤 현상이 일어났나.

 

이재명계가 아닌 의원들이야 하기 싫었는데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비서들 시켜 SNS 관리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연말이니 자기 지역구 관리나 하고 송년 모임이나 하면서. 차라리 배지 역할을 그대로 갔다면 당원들이나 국민의 눈이 있으니 움직이는 시늉이라고 했을 텐데….”

 

그는 ‘슬림화된 조직이 당 후보에게 결코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슬림화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만 남은 선대위다.

결국 이재명 캠프다. 민주당 선대위가 아니라. 그러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 표만 가지고 선거를 치르는 게임이 된다.

그러니 어게인 2007년 게임이다. 물론 다른 점은 있다.

 

당시는 386과 친노가 안 움직였고, 지금은 선대위 개편과정에서 그걸 잘못 판단한 것이다.

슬림화한다고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이재명 본인이 친문은 아니잖나.

친문이나 친노들이 과연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역할을 줘야 보는 눈이라도 있어야 움직이는 건데.”

채진원 교수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둘다 원톱체제인데 다른 점은 국민의힘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원톱이고,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원톱체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직전(2017년), 그리고 그 전(2012년) 선거만 하더라도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옆에는 과거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삼철’ 특히 양정철 후보 비서실 부실장이 정책과 기획, 전략 정무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관의 제왕이었던 셈이다.

 

현재의 민주당 선대위에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양정철 또는 광흥창모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사나 조직은 있을까.

민주당 선대위 기구표를 보면 비서실 부실장으로 천준호 의원, 허종식, 강희용과 함께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 들어가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변호사 사무장 시절부터 이재명 후보와 함께해온 후보의 복심(腹心),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에서 야권의 중심 공격대상이기도 하다.

형식상으로는 2017년 대선 당시 양정철 부실장과 같은 위치다.

 

그러나 민주당 측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퍼스널리티부터 정무적 능력, 역할에서 양정철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한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선대위 비판이 나오고 재편된 뒤 살펴보면 경기도에서 온 사람들이 SNS 관리까지 부서마다 요직에 다 들어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한 길목마다 사람들을 다 세워놓은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딱히 무슨 의사결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일 열심히 하는 실무자들이지 무슨 정무적인 판단을 하거나 후보자를 대신해 뭔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 인사는 2012년과 2017년의 문재인과 2021년 이재명의 결정적인 차이를 ‘대통령 출마의 자발성 내지는 의지’라고 말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 끌려나온 것이다.

그래서 ‘운명’이라는 말을 했고. 그러니 그 판에 맞춰 주도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그런 상황도 아니고 심지어 본인(이재명)의 그립감도 워낙 세다.

그래서 다들 끌려가는 상황이고, 그건 경선 때부터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7인회’니 뭐니 실세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정작 실제로는 핵심이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선대위를 꾸릴 때도 ‘당에서 마음대로 하시라’고 한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러다 보니 ‘원팀’에서 낙오돼 ‘팔짱만 끼고 바라보는’ 당내인사들과 소통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선발과 사임까지 벌어진 일련의 소동에 대한 대처가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 당내외 인사들의 평가다.

 

지금까지 공개된 조 전 공동 선대위원장의 추천 경위는 서점에 들른 이용빈 의원이 우연히 조 전 선대위원장이 쓴 책 <우주산업의 로켓에 올라타라>를 읽고 저자인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송영길 당대표에게 추천한 것으로 돼 있다.

 

자신이 육사 출신 선배이기도 하고 마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라 조 교수를 추천했지만, 논란이 된 사생활 의혹까지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 측은 12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혼 경력은 알고 있었지만 10년이 지났고, 각자 다른 가정을 일궈 사는 마당에 구체적인 이혼 사유가 뭐냐까지 따져 물어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그런데 조 교수의 정치권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6월 정가 주변에선 이낙연 당시 민주당 코로나19 극복 위원장 의원실 ‘5급 비서관 공채’가 화제를 모은 적 있다.

 

당시 당대표를 역임한 유력 대선주자 의원실 비서관 자리는 ‘111 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 끝에 미국 변호사 출신 모씨에게 돌아갔는데, 당시 조 교수도 이 비서관 자리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채과정에 관여한 이낙연 측 인사는 “조 교수는 당시에도 최종 면접 대상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세평 조회과정을 거치면서 조 교수는 결국 탈락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된 내용 중 상당부분이 이미 당시 스크린되었다는 것이 이 인사의 전언이다.

 

당시 조 교수의 평판과 관련한 세평 내용이 이번 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선출 전에 당 지도부에 전달됐다면 현재와 같은 곤혹스러운 상황전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 측과 낙선한 이낙연 전 당대표 사이의 경선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다는 당 내외 평가에 더해 미묘한 파장을 던지는 사안이다.

 

박신용철 위원은 “물론 공동선대위원장 발표와 같은 사안은 당내에서도 보안이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경선 과정에서 마음이 상했더라도 진영으로 구분되지 않은 개인 네트워크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조 전 교수 임명과정이나 사퇴까지의 ‘사태’는 단순히 당내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넘어 정권 재창출 위기까지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조동연,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선발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실종된 대선 ‘전망투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선거가 희한한 것은 보통 정치학자들의 경우, 총선=회귀투표, 대선=전망투표라는 도식을 이야기하는데 이번은 확실히 회귀적 투표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 후보의 자질과 상관없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데 제일 센 사람, 가장 크게 엿을 먹일 사람이 누구냐를 두고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선거가 90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검찰총장 윤석열 대 범죄자 이재명’이라는 구도가 중도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이런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지지율이 역전되는 골든크로스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차가 딱 붙은 것으로 나오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아직도 5~6%는 일관되게 이 후보가 지는 걸로 본다.

실제 선거에서는 2~3% 내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렇게 흘러갈까.

 

윤석열 경선캠프에 참여했던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여권지지자들은 후보가 열심히 뛰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지여부 무당파·중간층에겐 윤석열에 대한 고민은 아직 남아 있지만 이재명에 대한 평가는 거의 끝났다.”

 

그는 “종전에는 보수·진보성향에 따라 여론조사 응답률이 달라진다고 봤지만 지금은 기본은 야당표로 본다”라며 “결국 40 대 55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30%대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확장력은 구도상 40%대를 넘기 힘든 반면, 정권교체 구도에서 윤석열은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확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조동연 교수가 지난해 이낙연 의원실 5급 공채에 응모한 적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당시 이낙연 의원실 수석보좌관은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는데 당시 조 교수가 지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동연 교수를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는 양태정 변호사(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부단장)는 “확인해보겠지만 설사 5급 비서관 공채에 응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조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

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영춘 | 논설위원

 

 

 

조동연은 ‘피해자’에 미달하는가

 
 
 

‘사생활 논란’을 벌이고 ‘거짓에 기초한 가정 구성이나 삶의 태도’라고 문제 삼는 세태야말로 가부장제 사회의 케케묵은 자화상 아닌가.

그가 현실정치의 중책을 맡을 자격을 갖췄는지와 그가 당하는 폭력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는 다만 젠더 폭력의 피해자다.

 
 

“민주당 이재명 캠프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조동연 교수가 ‘사생활 논란’(홑따옴표 필자 첨가)으로 문제가 불거지자 어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생활 논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거짓에 기초한 가정 구성이나 삶의 태도’(〃)는 성별을 떠나 문제가 있다.”현실 정치권 안에서 젠더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지난 3일 발표한 입장문의 첫 단락이다.

 

나는 저 문장 앞에서 몇날 며칠 배회했다. 몇번을 읽고 또 읽었다.

물론 입장문의 취지는 조동연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있었다.

셋째 단락부터 입장문의 문제의식은 확연해진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조동연 사태’(〃)의 원인을 조동연 개인이 아닌 민주당에서 찾는다. 흔히 정당은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거름망’(〃)으로서 국민에게 검증된 사람과 정책을 선보이고, ‘문제 있는 인물’(〃)과 공약은 정당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마음이 급한 민주당이 졸속으로 외부 엘리트들을 영입해…(후략)”그러나 첫 단락의 전제는 여기서도 오롯하다.

조동연은 이 사태의 주역(‘조동연 사태’)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전 마땅히 걸러졌어야 할 자격 미달의 인물이다.

 

아이가 혼외자인 걸 ‘법률상 배우자’에게 감췄는데, 법률적 관계가 청산된 뒤 ‘전 배우자’에 의해 뒤늦게 들춰졌다. 저 입장문이 나오기 전 내가 ‘가로세로연구소’의 유튜브와 <티브이(TV)조선> 등을 통해 원치 않게 인지한 오래전 사실관계의 전부다.

그걸 두고 ‘사생활 논란’을 벌이고 ‘거짓에 기초한 가정 구성이나 삶의 태도’라고 문제 삼는 세태야말로 가부장제 사회의 케케묵은 자화상 아닌가.이것은 여성정치네트워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진보 세력이 그 심각성에 동의할뿐더러 줄기차게 맞서 싸워온 문제라고 알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수업 진도 못 따라가는 학생처럼, 때로 회의하고 때로 찜부럭 내면서도, 그 문제의식에 견인돼왔다. 그래서 저 입장문 앞에서 배회했는지 모른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내가 모르는 그의 반인륜적 행위라도 알고 있지 않은가 싶을 지경이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튿날 다시 입장문을 냈다. 조동연 개인을 향한 비판의 맥락은 지워졌다. 말미에는 ‘표현상 달리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여, 후속 논평으로 작성하였다’고 추신이 붙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실명 비판에 추가됐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문제적 인물을 거르지 못한 데서 “무책임한 발뺌 정치”로 이동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라는 거였다. 꼭 그만큼 조동연은 무구해졌고, 그의 피해자성도 선명해졌다.

하지만 ‘조동연 사태’와 달리 ‘피해자 조동연’은 끝내 주어 위치에 서지 못했다.

근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젠더 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자가 주어인 서사가 구성되고는 했다.

 

서사는 젠더 운동 안에서 활발히 생성·유통돼, 운동의 범주 밖으로 확산했다.

고 변희수 하사가 떠오른다. 누구보다 군을 사랑했고, 반젠더적 군사주의 문화를 초극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하다 마침내 희생된 사람. 그렇기에 ‘군’이라는 기표는 병역거부 운동을 펴는 이들에게도 애도의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애도를 거쳐 비로소 변희수의 이름으로 군의 만행을 규탄할 수 있었다.

조동연의 서사는 왜 구성되지 못하는가. 생물학적 사망에 이르지 않아서인가.

자신과 혈육이 인격적 죽임을 당한 걸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변 하사와 달리 엘리트 코스만 걸었고, 그 연장선에서 현실정치 상층부로의 편입을 노려서인가. 별의별 잡생각을 다 하는 내 모습에 문득 도리질 치면서도, 이 미욱한 질문을 붙들 수밖에 없다.

그는 피해자로서 자격 미달인가. 그의 피해자성을 후순위로 부차화한 채 남성주의 기성 정치를 공략할 수는 있는가.

 

조동연이 성폭행 피해 생존자이고, 혼외자의 출생 또한 그 피해와 직접 닿아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로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과묵이 느껴진다.

그사이 성폭행 피해자를 가문의 수치로 여겨 살해하는 어느 나라의 ‘명예살인’을 빼닮은 가부장적 가해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가 현실정치의 중책을 맡을 자격을 갖췄는지와 그가 당하는 폭력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는 다만 젠더 폭력의 현존하는 피해자다.

조동연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는 문제를 두고 가족, 특히 어린 아들과 뜻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출생 과정에 대한 가부장적 해석을 초극하고 출생 이후의 현존에 집중하는 그들 모습은 사뭇 큰 울림을 일으킨다. 그들만의 힘은 아니다.

그들은 달걀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는 젠더 폭력과의 싸움에 부단히 헌신해온 이들의 어깨 위에 서 있다.

 

 

 

 

jona@hani.co.kr

 

 

 

/서울경제DB


 

 

 

 

 

오대근 기자

 

 

 

윤석열·김건희 나와라" 애타는 민주당, 무시하는 국민의힘

 

 

 

윤석열을 링 위로 끌어 올리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의 난제 중 하나다.

개인 역량으로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우위에 있다고 민주당은 자신한다.

이에 '이재명 대 윤석열' 정면 대결 구도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좀처럼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직접 언급하는 것도 피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를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본다.

그러나 김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공격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씨의 등판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한다.

 

 
 

'허수아비론'으로 자극하며 윤석열 불러내는 與

민주당은 '정권 교체냐, 정권 재창출이냐'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인물 대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달 5일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이 후보가 "일대일 회동을 하자. 일주일에 한 번 정책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그래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개인기에 의존해 선거를 치르고 윤 후보는 신비 전략으로 일관하면, '실수 리스크'를 이 후보만 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려면 선거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를 향해 "숨지 말라"고 외친다. 이 후보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0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거듭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9일 윤 후보를 직격했다.

"김 위원장 뒤에 숨지 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당히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5일에도 "국민의힘이 상품(대선후보)을 아예 비교 불가능하게 숨겨놓으니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뒤에 숨지 말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윤 후보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에 빗대며 자극한다.

윤건영 선대위 정무실장은 김 위원장의 100조 원 발언을 두고 "마치 대선후보인 것처럼 말한다"고 공격했다.

 

윤 후보가 현안 관련 발언을 극도로 아끼는 데 대해 "학생(윤 후보)에게 '너의 생각은 뭐냐'고 했더니 '선생님(김 위원장)이 알 거예요'라고 답하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상왕(김 위원장)과 왕세자(이준석 대표) 사이에 낀 윤 후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약올리기 전략'을 무시하기로 했다.

 

윤 후보는 이달 초 "토론을 하려면 정직한 후보와 해야 한다"며 이 후보를 상대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재명의 시간표'대로 가기를 원하겠지만 우리는 '윤석열의 시간표'가 있다"며 "나오라는 민주당의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지금 이대로 간다"는 게 윤 후보 주변 분위기다.

 

 

 

 

 

 

 

 

 

 

 

2019년 7월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건희라도 나와야..." 속타는 민주당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8일 "김건희씨는 커튼 뒤에서 내조 운운할 게 아니라 국민과 언론 앞에 나와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9일 부동산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윤 후보 장모 최씨를 "박근혜 대통령을 업고 국정농단을 벌인 최순실"에 비유했다.

그러나 윤 후보와 김씨는 묵묵부답이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허위 경력·학력,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등 김씨를 둘러싼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지만,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격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윤 후보와 김씨가 '아니다'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의혹이 커질 텐데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돌아온 공격수 윤희숙 "이재명, 정치적 사망했어야"..'李저격수' 다 뜬다

 

 

 

 

윤희숙, 野 '내·기·대' 위원회 이끈다
원희룡·김근식 등 저격수도 중책 맡아
민주당 출신 금태섭도 존재감 보일듯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희숙 전 의원도 돌아왔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 ‘이재명 저격수’가 속속 합류하고 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대장동 일타강사’로 불린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그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거침없이 공격했던 인사들도 선대위에서 핵심 업무를 수행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국민의힘 선대위와 손을 맞잡았다.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전 의원은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를 이끌기로 했다.

전날 SNS를 통해 이러한 소식을 알린 윤 전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윤 전 의원은 “이 후보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긴 했지만 오래전에 정치적으로 사망했어야 할 만큼 법을 우습게 알고, 인간적으로 너무 덜됐기 때문에 앞으로 현저히 나아지지 않으면 도저히 가망이 없다”며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내지를 뿐 일관된 가치나 원칙은 도저히 없는 인물”이라고 저격했다.

이는 유시민 전 장관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로 ‘생존자형’, ‘발전도상형’, ‘과제중심형’을 꼽은 것을 비튼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 인물이 여당 대선 후보가 된 건 그동안 우리 사회에 축적된 분노와 반목이 크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조장해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해온 세력이 승승장구했다는 것을 뜻한다”고도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윤 전 의원은 지난 8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로 부친의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불거져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당시에도 이 후보를 겨냥해 “무혐의가 나오면 이재명 (당시)경기지사는 책임을 지고 정치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의 사직안은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그런 그가 당시 국회 본회의 신상 발언 이후 3개월만에 처음 올린 글에서 또 다시 이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사실상 원색적 비난으로 볼 수도 있는 윤 전 의원의 이 후보를 향한 이러한 ‘직격탄’은 처음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윤 전 의원은 현역으로 있을 때도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등의 허점을 파고들어 거듭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와 윤 전 의원 사이에선 지난해 9월 진작에 공개 토론이 성사될 뻔한 적도 있었다.

양 측의 공개 토론은 당시 윤 전 의원의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최종 불발됐다.

그간 윤 전 의원과 함께 ‘이재명 저격수’로 활동했던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으로 돌아왔다.

 

김 실장은 이미 SNS를 통해 활발한 저격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경제는 과학이 아니고 정치’라는 이 후보의 주장을 놓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한 마디 진정한 사과를 거부한 전두환 씨나 여당 대선 후보가 돼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 이 후보나 개낀도낀”이라고 하고, 이 후보가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한 데 대해선 “선거를 앞두고 큰절하는 분이 이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아마 대선 패배를 예고하는 것 같다”고 혹평키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일타강사라는 별명을 얻은 원 전 지사는 선대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는다.

이 후보에게 따라붙는 이른바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에 대해 ‘열공’한 이가 선대위에서 본부장급 중책을 맡은 자체가 이 후보 측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가능성이 크다.

 

원 전 지사는 전날에는 이 후보의 ‘조카 살인사건’ 변호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이 후보는)본인 조카가 잔인하게 여자 친구와 그 가족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진정한 사과와 피해 보상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배운 알량한 법 지식으로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단 하나의 노력도 하지 않아 피해자 가족의 원한은 아직도 하늘을 찌른다”며 “피해자 가족이 보다 못해 이 후보에 대한 비판과 규탄에 나섰다. 이 후보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0일 오후 경주 이씨

발상지로 알려진 경북 경주 '표암재'를 방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그런가 하면, 이번주 초 국민의힘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한 금 전 의원은 앞으로 ‘이재명 저격수’가 돼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총선기획단 등을 맡았던 금 전 의원은 이 후보와 민주당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금 전 의원은 이미 시동을 걸었다.

 

그는 최근 SNS에 “(민주당)대선 후보와 다른 이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당원에게 8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하기도”라고 꼬집었다.

이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 등을 비판했다가 ‘당원자격 정지 8개월’ 징계를 받은 이상이 제주도 교수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 전 의원도 민주당 소속일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법을 놓고 반대 뜻을 밝혔다가 당에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이미 조국 사태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당 내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금 전 의원은 이 때문에 탈당을 택했었다. 금 전 의원은 최근 이 후보를 향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등 저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말에 그치지 말고 행동에 따라야 한다. 과연 조국 사태 때 정말 불공정한 것,

 

그리고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게 한 데 대해 민주당 전체가 반성했는가. 나는 전혀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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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조국 "추미애가 옳았다.. 尹, 피해자 코스프레 대국민 사과를"

 

尹이 낸 '직무정지 취소소송' 각하 결정에 반색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법무부로부터 받은 직무집행 정지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1심에서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다시 한 번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가 옳았다”면서 반색했다.

반면에 윤 후보 측은 “아전인수식으로 억지 주장을 한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그간 윤석열의 중대 비위를 감싸며 추 장관의 징계처분이 불법이라고 매도하고 추 장관을 비난, 조롱, 폄훼하던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자칭 진보 인사들이 사과를 할까”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윤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송의 이익이 더는 없어 소송이 부적합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윤 후보는 추 장관의 징계가 자신에 대한 ‘정권의 부당한 탄압’이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며 “법원의 판결로 대선 출마의 명분이 무너졌다.

국민과 문재인정부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서 지난 10월 윤 후보가 추 전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2개월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같은 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정용석)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을 언급하며 “이로써 추미애가 옳았음이 재확인됐다”고 거듭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뉴스1

 

 

 

 

 

윤 후보 측은 법원의 각하 결정이 “(윤 후보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이) 옳다는 판단도 틀렸다는 판단도 아니다”라며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윤 후보의 법률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법률적으로 쟁송의 대상으로 삼을 자격이 부족해졌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 “법원의 각하 결정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이미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직무 정지 명령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다툴 만한 소의 이익이 없다는 것”이라며 “역사와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정권교체로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대변인은 법무부의 과거 직무 정지 결정을 “권력을 성역 없이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억지로 쫓아내려 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다시 SNS에 글을 올려 “일부 언론이 본안 판단이 없었으므로 의미 없다는 식으로 보도한다”며 “판결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어떻게든 윤석열 편을 들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판결문 내용 중 ‘이 사건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청구사유 중 일부가 적법한 징계사유로 인정됐고, 징계청구사유 중 일부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거나 이 사건 징계처분이 해임 또는 면직이 아니라 정직 2월에 그쳤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이 합리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처분이라고 볼 수 없음’이라는 부분을 이 글과 함께 올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이재명과 윤석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기수 논설위원

 

 

 

이재명의 민주당 vs 국민의힘 윤석열


 

순간순간의 세평(世評)이 숫자로 찍히는 게 여론이다.

‘36 대 36.’ 12월 첫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했다.

윤석열은 2주 새 6%P 빠지고 이재명은 5%P 올랐다.

 

갤럽만이 아니다. 이 시기 여론조사는 예외 없이 벌어진 지지율이 붙거나 좁혀지는 마름모꼴이다. 윤석열이 먼저 치고나갔던 대선이 팽팽해졌다는 뜻이다.

보름 전이다. 이재명은 11월21일 논산 재래시장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이재명은 민주당 잠바를 벗었고, 공동선대위원장만 13명이던 초대형 선대위는 6본부장 체제로 날렵해졌다.

첫째도 둘째도 속도와 소통이었다.

여드레 뒤인 11월29일, 윤석열은 “국민의힘 윤석열이 되겠다”고 받아쳤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쇼잉(Showing)이고, 사당화이고, 독재의 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엇갈린 화두는 그 자체로 운명적인 승부수이다.

대선구호도 “이재명은 합니다”와 “국민이 불러낸 윤석열”로 갈린다.

 

인물로 맞서려는 이재명은 ‘기병전’으로, 정권교체의 세를 불리려는 윤석열은 ‘진지전’으로 길을 정한 것이다.

멀리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6일 윤석열·김종인·이준석의 3각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대선 후보 확정 후 한 달을 이 일로 허비했다.

그새 윤석열에게 권력을 나누지 말라고 꼬드겼다는 ‘윤핵관의 암투’와 36세 대표의 ‘당무 파업’이 있었다.

핑계 댈 것도 없다.

잠시 독주를 꿈꿨던 윤석열이 책임질 몫이고, 그의 지지율이 오르내리며 생긴 일이다.

빠진 수도권·중도·2030 지지율엔 52시간제와 산재를 퇴행적으로 본 ‘노동 설화(舌禍)’도 엉켜 있음직하다.

 

2012년 당시 노인기초연금처럼, 선거캠프에선 시대적 약자(청년·자영업자)를 겨눈 ‘김종인표 타깃 정책’이 나올 것이다. 세 빛깔의 선대위는 지략가 이준석, 미련이 컸을 김종인, 절박해진 윤석열의 합작품이다. 불씨를 덮은 미봉일지, 시너지가 있을지, ‘후보 윤석열’은 뭘 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 11월에 이재명은 반전을 일으켰다. 굼뜬 민주당과 상처 준 부동산과 조국을 반성했고, 주말 민생버스에선 청년들의 쓴소리와 교감했다. 전국민재난지원금·국토보유세는 알리고 설득하되 끝내 반대가 많으면 접겠다고 했다. 특장이던 정책 추진력과 실사구시적 유연성을 교차시킨 것이다.

이 변화구엔 선거캠프를 한발 뒤에서 따라가는 윤석열과 다른, 문재인 정부의 과(過)까지 쇄빙선처럼 헤쳐가야 할 그의 운명이 담겨 있다. 이 속도전 끝엔 이낙연도 가세할 것이다.

이재명에겐 윤석열의 뒷걸음질이 아닌, 지지율 고점을 높여 골든크로스를 해야 하는 숙제가 떨어졌다. 평균 지지율이 30%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올라선 이재명의 첫 고비는 40%이다.

 

며칠 전, 50대 BTS 팬이 술잔 부딪치며 이런 말을 했다.

“대선판도 BTS를 배워야 한다”고…. 그러면서 사랑·소통·희망을 열쇳말로 뽑았다. 압축하면, BTS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판판이 빨려드는 노래와 춤을 넘어 솔직하게 세상의 아픔을 드러내는 메시지라고 했다. ‘

 

봄날’은 세월호 아이들에게 보낸 슬픈 연가이고, ‘Life Goes On’은 코로나19로 멈춘 일상과 분해된 공동체를 위로했다고 했다. 그날, 미국 LA에서 아미봉 들고 ‘Butter’를 떼창하는 보랏빛 물결을 봤다.

수화(手話) 춤을 함께 추며, 아미들은 생중계한 수많은 ‘핸캠’ 영상에서 BTS를 왜, 얼마나 사랑하는지 거리낌 없이 말했다.

 

삶의 위기와 절망, 소외, 번민 속에 놓아버린 자신을 BTS가 다시 소중히 사랑하게 해줬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줬다고 했다.

CNN은 언어의 한계를 넘고 다른 대륙에서 넘어와 성공한 BTS를 1960년대 비틀스보다 높게 평가했다.

 

그날, BTS는 그들이 빠질 그래미 본상에 대해 “아시아인의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대로 될 것이다.

 

저물어가는 대영제국 자존심이던 비틀스와 또 달리, BTS는 세계가 함께 일구어가는 미래일 테니….

대선이 13주 남았다. 해넘기까지 한 달은 굵직한 의제·정책이 나오고 인물 영입도 이어질 시간이다.

이 판에 BTS가 주는 영감(靈感)도 더해지길 빈다.

일곱 젊은이는 창의적인 노래로 사랑을 받고, 사람들을 이어주며 서로 사랑케 한다.

 

고통을 직시하고 다가서는 ‘솔직한 소통’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통합과 희망과 미래를 보게 한다. 대선도 그래야 한다.

선거는 양력설(1월1일), 음력설(2월1일)에 여론의 분기점을 맞을 것이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윤석열’이 부딪칠 12월 진검승부의 막이 올랐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