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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등 3개 현에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한 일본. [출처=연합뉴스]
일본 증시 시황판 앞에 서 있는 보행자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日 침몰, 현실화되나…"부유층들 일본 버리기 시작했다
부유층, 재산 해외로 옮기고 있어"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일본 유력 경제주간지 '슈칸(週刊)다이아몬드'의 스즈키 다카히사 부편집장이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으로 드러난 일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본 몰락'을 우려했다.
다카히사 부편집장은 1월15일자 최신호에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몰락 일본을 덮친 7중고'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다카히사 부편집장은 "일본의 국제적 위상은 경제 성장률, 주가 상승률, 교육환경, 엔화 구매력,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락하고 있다"며 "부유층을 비롯해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이 이러한 일본을 버리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부유층은) 몸은 일본에 있으면서 재산의 해외 도피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행동을 끌어내지 못하면 '일본 침몰'에 동참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슈칸(週刊)다이아몬드'
다카히사 부편집장은 일본에서 일본을 찬양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과 관련해 "이는 일본인이 세계 속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일본 예찬 붐에 취해 있을 수 없을 만큼 '일본 침몰'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일본을 보여준 거울이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며 "정부 지원금을 둘러싼 혼란, 원격근무를 할 수 없는 직장 환경 등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은 지금 '7중고'에 격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중고'로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 국민들의 일본 주식시장 이탈, 후진적인 교육환경 등을 꼽았다.
다카히사 부편집장은 일본의 더딘 경제 회복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경제 회복세에서 다른 나라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세계 최악인데도 재정의 팽창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경제 회복세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부유층을 비롯해 정보 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은 해외 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서도 일본을 버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일본 침몰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는 '교육 후진국'이 된 일본의 상황도 짚었다.
기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세계 72개 국가·지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2018)에서 일본은 인터넷, 컴퓨터 사용 등을 포함한 대부분 항목에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지난 6일 일본 시민들이 도쿄 증권거래소 주가 정보를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
부유층 떠나고, 일본은 침몰 중"…日언론이 비관한 7가지 이유
일본의 국제적 지위는 다양한 측면에서 몰락하고 있다.
부유층을 비롯해 정보에 민감한 이들은 이런 일본을 버리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슈칸 다이아몬드는 이달 15일자 최신호에 실은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 몰락 일본을 덮친 7중고' 특집기사 서두를 이같이 열었다.
기사를 쓴 스즈키 타카히사 부편집장은 일본이 경제 성장률, 주가 상승률, 교육 환경, 엔화 구매력, 재정 건전성 등 부문에서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에서는 수년에 한 번씩 '일본 예찬 붐'이 분다고 기사는 전했다.
일본의 훌륭함을 예찬하고 해외에서 칭찬받는 일본의 모습을 전하는 서적과 TV 프로그램이 일정 주기로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스즈키 부편집장은 "이런 현상은 일본인이 세계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유층의 몸은 일본에 있지만 이들의 재산은 해외로 도피하고 있다.
위기 상황임을 깨닫지 못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일본 침몰'에 동참하는 셈이다"고 경고했다.
스즈키 부편집장은 일본의 '칠중고' 중 첫 번째로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세계 각국이 대규모 금융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나선 가운데 일본의 경제 회복세는 다른 나라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서서히 평시 모드로 전환해 끝없는 재정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세계 최악인데도 재정 확대를 지속해야 할 정도로 경제 회복세가 약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주식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국 증시 주요 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일본 증시에서는 부유층 이탈 현상이 나타난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최근 5년간 3배가량 상승한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같은 기간 5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금융소득세를 높여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칠중고 중 하나다.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사진=AFP
원자재 및 에너지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나쁜 엔저'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가치가 하락한 대표적인 통화로 엔화와 한국의 원화가 꼽히는데, 엔화의 하락률이 원화보다 더 컸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만 10% 넘게 떨어졌는데 이는 연간 기준 7년 만의 최대 하락률이었다.
엔저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이 경기후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탈탄소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스즈키 부편집장은 "일본 기업은 '탈탄소 지옥'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부담이 큰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탈탄소 전략 수립, 비즈니스 모델 변경 등 비용 증가가 일본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7중고의 마지막으로 '교육 후진국'이 된 일본의 현실을 짚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72개국 및 지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를 보면, 일본은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 등 대부분 항목에서 OECD 평균을 밑돌았다.
"학교 밖에서 주 1~2회 이상 컴퓨터를 사용해 숙제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미국·영국 등에선 67% 이상,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선 50%였다.
반면 일본의 응답률은 9%에 불과해 다른 OECD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이며 최하위를 차지했다.
스즈키 부편집장은 "부유층을 비롯해 정보 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은 해외 투자를 가속하는 등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는 가운데서도 일본을 버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일본 침몰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가영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장기적으로 심화되는 '엔저'
역대급 엔저'라 쓰고, '日 경제추락의 악순환'이라 읽는다
달러당 엔화의 환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 '엔저'라고 한다.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120엔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지금 일본 상황 볼 때 하나 더 눈여겨봐야 할 환율 지표가 있다.
'실질실효환율, 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이다.
여러 국가 사이 교역의 비중, 물가의 변동 등을 반영한 환율이다.
일종의 구매력을 반영한 환율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국제결제은행, BIS가 내고 있는 이 지표를 살펴봤다.
90년대부터 장기 우하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엔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신 수치는 지난해 11월이다.
67.79.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70년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엔저'는 '역사적인 수준'에 와있다.
*참고로 한국 실질실효환율 살펴보자.
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은 보이지만, 일본 같은 장기추세는 발견할 수 없다.
BIS 홈페이지상 한국 실질실효환율 지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볼까?
일본 여행을 가보신 분들 느낄 텐데,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물가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한국은 음식값도, 영화나 공연 티켓 값도 쉬지 않고 오른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별로 안 비싸네?' 생각하게 된다.
지표로 보면 물가나 구매력, 교역조건 고려한 환율이 50년 전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란 설명이 가능하다.
■ 물가가 싸졌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물가가 싸진게 나쁜 일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잘 짜서 더 싼 값에 상품을 만드는 거라면 물가 싸진게 좋은 것이다.
세계화의 효과다.
유통 혁신이 일어나서 더 싼 제품을 더 빨리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면 나쁜 것 아니다.
미국의 아마존, 한국의 쿠팡 같은 회사가 일으키는 효과다.
쿠폰 적용하고 청구할인하면 소비자는 이익이다.
더 많은 업체가 경쟁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면 그것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효과라 좋은 것이다.
그런데 물가 하락, 또 상대적인 환율 하락의 원인이 '그 나라가 발전하지 않아서'라거나 '성장이 없어서'라면 어떨까?
이 그래프 한 번 보시죠. OECD가 집계한 평균임금 그래프다.
세 가지 수치만 표시해봤다.
OECD 평균, 또 우리나라, 일본의 평균임금이다.
전체 OECD 국가 평균은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한다.
우리나라는 따라잡고 있다.
여전히 평균에 못 미치긴 하지만, 추세가 지속 되면 머지않은 장래에 평균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반면 일본은 절대 금액에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평균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진다.
30년 전에는 OECD 평균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평균을 한참 하회한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뒤쳐져서 우리나라에 역전까지 당해버렸다.
구매력을 고려한 실질임금에서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 국가 단위 실질임금은 생산성 향상 반영…실질임금 정체는 경제 정체 의미
실질임금이 높아지면 생산 비용 증가하는 것이니 부정적이지 않냐고?
아니다.
보통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국가 단위의 평균 임금 데이터는 해당 국가의 노동 생산성을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즉,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노동자 임금이 높아지는 것이란 의미다.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궁극적 목표도 이 평균임금 상승이다.
엔저, 또 경기 부양으로 수출 늘리고 생산성 높이고 경제 활력을 가져와서 궁극적으로 노동자 임금이 높아지면 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보겠단 것이다.
그래서 일본 제1의 경제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 실질임금 정체를 "제조업의 생산성 상승 속도가 낮아져서 정체된 것"으로 보고 "그래서 임금 상승률도 낮아진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론 이 경기 침체가 실질환율 하락의 중요한 한 원인이란 분석이다.
■ 성장의 정체가 엔화 가치의 역대급 추락으로
세계은행(World Bank)이 11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을 보면 일본의 지난해 성장률은 1.7% 수준이다.
2020년은 -4.8% 역성장했었다.
아직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상반기에 이미 회복했다.
이러다 보니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낮다.
지금 세계는 인플레이션 걱정한다.
미국은 7%에 육박하고, 우리도 최근엔 3%대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0.6% 상승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구로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해서 미국의 금리 인상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 올해 금리 세 번 인상한댔는데, 최근 네 번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 일본은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 '엔저'가 수출엔 좋다던 통설은 약해져
네 분명 유리한 점 있다.
'아베노믹스'는 '엔저'를 유도해서 수출을 늘린다는 정책이기도 하다.
일본 당국의 목표이기도 하다.
역사적 경험도 있다.
사실 미국의 요청으로 체결한 '엔고 유도 협약', 플라자 합의로 일본은 꽤 고생을 했었다.
갑자기 찾아온 엔고 때문에 수출 경쟁력을 많이 잃었다.
엔저만 돌아온다면 호황이 돌아올거란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그 '엔저 효과'가 무적 적어졌고, 오히려 추가 엔저의 악순환만 불러온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① 생산기지 해외 이전
우선은 수출 제조업체 공장이 해외로 많이 나갔기 때문에 엔저의 수출 증진 효과가 적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대지진 겪으면서 해외로 많이 나간 다.
실제로 일본 내 제조업 비중은 30% 중반대에서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② 기업 수익의 해외자산화
게다가 해외로 간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일본으로 송금도 안한다.
엔저가 장기 추세이니까.
이런 상황에선 엔화를 가지고 있는게 장기적으로 손해가 되겠다.
③공급망 악화+엔저=수입물가 급등
또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는 많이 올랐다.
지난해 11월을 기준, 석유, 석탄, 철강 등 엔화 환산 수입물가는 44%나 올랐고, 생산자물가는 9%나 올랐다.
생산자 물가는 1981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보던 이득이 상당히 줄게 되는 효과를 낸다.
정리하면 과거만큼의 기업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엔저 때문에 기업들은 밖에서 번 달러는 일본 열도로 들여오지도 않고, 결국 일본 내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그 사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자문위원은 '일본 대기업의 수익성은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나 상당수가 해외에 진출한데다 수익도 해외 자산으로 계속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엔저이니까 일본에 투자하기 보다는 해외 투자를 많이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엔저를 유도했지만 수출은 생각만큼 크게 늘지는 않고, 수출이 늘지 않으니 엔고로 돌아서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수출을 많이 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많아지면 일본 안에 달러가 많아지고 자연히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이 국제경제학의 원리지만, 그렇게 안된다는 것이다.
■ 일본 경제지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 점점 멀어지는 일본 경제의 회복
요즘 일본에서 그런 얘기가 부쩍 많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 있다.
사실 얼마전에도 일본의 경제 석학이 '일본 경제 어둡다,
한국에 따라잡혀 버렸다' 이런 얘기 했었다고 전해드렸다.
성장이 없고, 성장해도 일본 열도에는 긍정적 효과가 유입되지 않고, 엔화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이러니 궁극적으론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 <주간 다이아몬드>는 최근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일본이 GDP, 주가, 엔화, 교육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락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일본 부자들이 일본 버리고 떠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도 일본 엔화 약세가 지속할수록, 일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저작권자ⓒ KBS(news.kbs.co.kr)
일본 경제 또다른 암초…생산인구, 2차대전 수준까지 줄었다
16~64세 인구 7509만명..70년만에 60%선 붕괴
어린이 숫자는 사상 최저·노인은 사상 최대
2054년 일본 인구 1억명 무너질 듯
여성·노인 취업 늘리는 정책도 한계
일본의 16~64세 생산인구 비중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가 30년째 정체상태인 일본 경제의 또다른 골치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20년 국세조사 결과 생산연령인구가 7509만명으로 5년전 조사보다 227만명 줄었다고 1일 발표했다.
생산인구가 가장 많았던 1995년(8716만명)보다 13.9% 줄었다.
1975년의 7581만명을 밑돌았다.
◆15세 미만 인구, 세계 최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5%로 1950년 이후 70년 만에 60%선이 무너졌다.
2차대전 직후인 1945년 58.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45년 일본의 생산인구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원인이 전쟁이었다면 2020년은 저출산·고령화였다.
5년 전 조사보다 15세 미만 인구는 1503만명으로 5.8% 줄었고, 65세 이상 인구는 3603만명으로 6.6% 늘었다.
15세 미만 인구는 역대 최저, 65세 이상 인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을 나타내는 고령화율도 28.6%로 5년 만에 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15세 미만 인구 비율이 11.9%로 세계 최저였다. 한국(12.5%)과 이탈리아(13.0%)보다 낮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28.6%)은 이탈리아(23.3%), 독일(21.7%)을 넘어 세계 최고 였다.
전체 인구는 1억2614만6099명으로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감소했다.
171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82.5%에서 인구가 줄었다.
4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인구가 늘어난 곳은 도쿄와 가나가와, 사이타마 등 8곳에 불과했다.
올해는 출생아 숫자가 처음으로 80만명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 인구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50년 생산인구 비중이 48%까지 줄어들고 2054년 전체 인구가 1억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는 일본 경제를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올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로 두 분기만에 역성장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537조엔(약 5578조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558조엔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GDP는 30년째 500조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동의 경제성장 기여도 '0'
201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고령자와 여성의 취업을 늘려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수는 6676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6%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인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을 늘리는 전략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 내각부는 2010~2020년 취업자수와 노동시간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효과가 '제로(0)'였던 것으로 추산했다.
1980년대는 노동 분야가 연평균 0.7%씩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일본 경제가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지난해 2020년 일본인 근로자 1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는 48.1달러(약 5만6676원)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꼴찌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4.0%)보다도 5달러 이상 낮았다.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개혁과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 활용, 규제완화, 생산성이 높은 업종으로의 인력 전환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세조사는 인구와 취업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총무성이 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한다.
조사원 방문이나 우편으로 인구를 직접 파악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조사로 인정받는다.
일본 정부는 주민표를 기준으로 총무성이 매년 집계하는 인구동태조사와 후생노동성이 출생아 숫자에서 사망자 숫자를 빼서 매월 집계하는 인구동태총계를 통해서도 인구를 파악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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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 시황판 앞을 지나는 시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선진국서 탈락하나…1인당 GDP OECD 평균 아래로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30년 가까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이 1970년대부터 유지해온 선진국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본 내부에서 나와 주목된다.
일본은 1964년 도쿄(東京) 올림픽을 전후한 눈부신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1975년 창설된 선진 7개국 모임(G7)의 창립 멤버가 된 이래 반세기 넘게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발생한 버블 붕괴와 함께 찾아온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급기야 선진국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 日 1인당 GDP, OECD 평균 아래로…"선진국 탈락 직전"
어느 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한두 가지 기준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품목의 다양성, 글로벌 금융시스템과의 통합 정도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 39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81)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최근 격주간 경제전문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본이 반세기 동안 유지해온 선진국 지위에서 탈락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의 1인당 GDP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밑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선진국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증시 시황판 앞에 서 있는 보행자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64년 OECD 회원국이 된 이래 1인당 GDP가 줄곧 OECD 평균을 웃돌았으나 1990년대부터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갈수록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회원국 평균 1인당 GDP를 1로 잡았을 때 일본의 1인당 GDP는 0.981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커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16∼2019년에는 다시 OECD 평균을 웃돌았다가 2020년 다시 평균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 OECD 회원국 평균을 1로 잡았을 때 일본의 1인당 GDP는 0.939 수준이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2030년경이 되면 일본의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절반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은 어떤 정의에 의해서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이 1995년을 기점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것과 달리 한국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1인당 GDP가 OECD 평균의 101.3%에 달했던 1973년만 해도 한국의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10.4%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한국의 1인당 GDP가 OECD 평균에 거의 근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일본과 한국·대만의 위치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을 높이지 않으면 일본은 2030년경이면 선진국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동생산성도 한국에 뒤져…G7 자리 빼앗겨도 할 말 없어"
일본이 선진국 탈락의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버블 붕괴 이후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둔화하면서 경쟁국들의 1인당 GDP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동안 일본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2010∼2020년 OECD 회원국 평균 1인당 GDP 증가율은 1.09배였지만, 같은 기간 일본의 증가율은 0.89배에 그쳤다.
2000∼2020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OECD 평균 증가율은 1.66배, 일본은 1.03배였다.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오랫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에까지 노동생산성이 역전당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본 내에서는 G7 회원국 자리를 한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 시부야 거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노구치 명예교수는 노동생산성 지표로 일컬어지는 취업자 1인당 GDP가 2019년 기준 한국이 일본을 역전했다며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G7 회원국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의 취업자 1인당 GDP는 7만8천293달러였지만 한국은 7만9천500달러였고, G7 회원국 평균은 10만3천338달러였다.
2013년 기준 일본의 취업자 1인당 GDP는 7만8천541달러였는데, 6년 뒤에는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일본은 30년 가까운 장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물가와 근로자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경제의 견실성을 반영하는 엔화 가치의 하락세도 가파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6.34엔까지 오르면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여타 경쟁국들보다 뒤처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20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3% 정도 낮다"며 "상상도 하기 싫지만 일본이 G7 회원국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한국이 들어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1990년 중반 정보기술(IT) 혁명을 통해 경기하강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일본도 적극적 대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passi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경제 상황에 연일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노구치 유키오 일본 히토츠바시대
명예 교수. [사진 노구치 교수 제공]
일본, 한국에 진다…G7 뺏길것" 일본인에 팩폭 날린 日석학
지난해 12월 12일 일본 경제전문 미디어인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와 ‘도요게이자이(東洋経済)’에 나란히 실린 칼럼의 제목이다.
글을 쓴 사람은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81)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그는 일본경제·금융이론 분야의 석학으로 불린다.
그는 왜 연일 한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글을 써 일본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29일, 노구치 교수를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일본 경제의 위기를 설명하는데 한국의 데이터를 적극 인용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일본인들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일본보다 뒤처진 나라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1인당 GDP나 임금 수준 등에서 일본을 이미 넘어섰거나 넘어서려 하고 있다.
많은 일본인이 ‘한국에 진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 한ㆍ일 경제 역전이 현실화할까.
많은 지표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실질임금은 수년 전에 높아졌고, 국가경쟁력 순위도 일본보다 위다.
디지털화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선진국의 기준이 되는 1인당 GDP는 일본이 현재 4만 달러, 한국이 3만 1000달러 수준으로 일본이 높다.
하지만 일본이 2000년부터 20년간 1.02배 성장한 데 비해 한국은 2.56배 성장했다.
이대로라면 몇 년 후에는 확실히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다.
한국이 일본 대신 주요7개국(G7)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G7은 선진국들의 모임이지 않나.
이런 말을 하면 일본인들은 싫어하겠지만, 이 추세라면 20년 후 일본은 분명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한-미-일 1인당 명목 GDP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일 실질임금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0 주요국 1인당 명목 GDP.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의 경제적 위상이 추락한다는 예견은 노구치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계열 연구기관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달 발표한 ‘아시아경제 중기예측 보고서’에서 일본의 1인당 GDP가 2027년에는 한국에, 2028년에는 대만에 따라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역전’이 일어나는 이유는 일본의 낮은 노동생산성 때문이며, 그 바탕에는 ‘뒤처진 디지털 개혁’이 있다고 센터는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
침체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계속됐지만 가속한 건 ‘아베노믹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금융 완화로 의도적인 엔저(低) 정책을 폈다.
엔의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의 이익은 늘어난다.
그런데 이런 이익이 노동자들의 임금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달러로 환산되는 GDP는 당연히 낮게 나타난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이야긴가.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
경제가 침체에서 탈피하는 길은 기업들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엔저로 쉽게 이익을 얻은 기업들은 그걸 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수출 중심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금융 정책을 취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일본의 늦은 디지털화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1970년대만 해도 일본은 은행의 자동입출금기(ATM)를 개발하는 등 첨단 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 인터넷 시대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문제는 조직 간에 소통이 막힌 ‘다테와리(たてわりㆍ세로로 쪼개짐)’ 행정 문화다.
인터넷은 정보 공유가 핵심인데 그게 안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 기관들이 화상회의를 하려 했는데 각 부처가 독자적인 통신시스템을 쓰고 있어 못 했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지난 4일 도쿄 간다묘진 신사에서 사람들이 새해 사업 번창과 경제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쿄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노구치 교수는 경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100여권의 책을 출간했다.
시간 관리·공부 방법을 다룬 ‘초(超) 정리법·학습법’ 시리즈는 1990년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일본인의 영어 실력 저하 문제를 자주 지적한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플 iBT 점수로 볼 때 한국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홍콩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역시 외환위기 이후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사회 전반에 공유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아시아 29개국에서 27위다.
이런 실력으론 세계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한국 경제는 이대로도 괜찮을까.
제조업 비율이 30% 이상으로 높고 외수 의존형 경제라는 점은 불안하다.
미·중 경쟁과 신흥국의 추격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제조업 비율이 10% 정도로 낮고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구조로 전환한 미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또 삼성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더 나와야 한다.
인구 문제도 심각한데.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본 젊은이 중엔 ‘한국 같은 경쟁 사회는 싫다’ ‘이대로가 좋다’는 사람도 많다.
이대로 좋을 리 없다.
이대로만 하다 보면 일본의 국력은 점점 하락하고 개인의 삶도 힘겨워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일본의 복지·간병 분야엔 외국인 인력이 꼭 필요한데, 임금 수준이 점점 낮아지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본 대신 한국이나 중국으로 가려 할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지라’ ‘눈을 뜨라’고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2005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새로운 미래 전략을 발표하면서 ‘메이드 인 재팬’을 벗어나
‘네오 재패네스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0년, 21세기 문화
대국이라는 인식을 얻고 싶었던 일본은 ‘쿨 재팬’을 공식화했다. 사진 일본 경제산업성
아, 옛날이여”…‘옛날’ 없이 못 사는 일본의 국가 브랜드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벨 에포크(Belle Époque)’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말이다.
사전적으로는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지만, 주로 19세기 말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프랑스가 번성했던 시기를 회고적으로 부를 때 사용된다.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19세기 대영제국 황금기)’ 시기와 합쳐져 유럽 전역이 평화를 누리던 ‘백 년 평화’ 시절을 일컫는 말이기도 해, 이제는 ‘좋았던 옛 시절’을 표현할 때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사실 누구나 좋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한다. 지금보다 예전이 살기 좋았다고 여긴다.
세상이 갈수록 험해진다고 생각하고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착각한다.
사회심리학자인 리처드 아이바크는 이런 착각을 ‘좋았던 옛 시절 편향(Good-Old-Days bias)’이라고 명명했다.
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을 보는 관점은 세월에 따라 바뀌는데 우리는 자신의 관점이 변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한다고 느낀다면 그 변화의 상당 부분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처해있는 입장이 변해서인 것인데도 말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와는 다른 ‘장밋빛 회고(rosy retrospection)’가 생겨난다.
사회가 갈수록 쇠퇴한다고 믿는 사람은 보통 보수적인 메시지와 회고적인 표현에 쉽게 당한다.
미국의 벨 에포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서 월남전 이전까지로 본다.
1980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캠페인 슬로건으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듭시다(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를 들고나왔다.
좋았던 그 시절, 미국의 벨 에포크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이 슬로건에서 ‘Let’s’ 부분만 빼고 썼다.
‘좋았던 옛 시절’ 편향은 보수적 감성을 강하게 자극했고 결국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했지만 언제가 위대한 시절인지 말하지도 않았다.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된다.
일본이 그렇다.
우키요에(에도시대 유행 채색판화)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후카쿠 36경: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유럽 인상주의 화가 사이에 유행한 자포니즘(Japonism)에 영향을 줬다.
사진 위키피디아
‘자포네스크’에서 ‘네오 재패네스크’로
1980년대 말 정점을 찍었던 일본 경제는 1990년대 들어 계속 하락했다.
30년이 넘는 저성장인 셈이다.
일본인이 그리워하는 ‘좋았던 옛 시절’을 대표하는 국가 규모 행사가 두 개 있는데, 바로 1964년 도쿄 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다.
이는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는 것을 전 세계에 선포한 행사였다.
고령화 이전의 젊었던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담겨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일본은 2021년 치러진 ‘2020년 도쿄 올림픽’에 각별한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
사실은 ‘그렇게 좋았던 시절이 다시 온다’는 자기 최면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일본인 외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오는 2025년에 만국박람회가 또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불행하게도 이 행사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20세기는 몰라도 21세기에 만국박람회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을 만한 행사가 이미 아니게 된 탓이다.
게다가 일본은 국가 브랜드 정체성으로 이전처럼 ‘경제력’을 내세울 수 없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예전처럼 일본이 압도적인 경제력을 보여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매력 평가 지수(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으로 일본은 2020년부터 한국에도 뒤처졌다.
두 번째는 일본 경제가 막강했을 때 들었던 ‘이코노믹 애니멀’이라는 멸칭(蔑稱)에 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이 경제력, 국방력과 같은 하드 파워가 아니라 문화, 예술 등 소프트 파워로 브랜딩하려는 건 당연한 결과다.
일본에는 소프트 파워 측면의 벨 에포크가 분명히 있었다.
바로 자포니즘(Japonism), 그리고 자포네스크(Japonesque)다.
자포니즘은 19세기 중후반 유럽의 예술계를 휩쓸었던 일본풍의 사조를 지칭하는 말이다.
일본 에도시대 서민 계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일본의 채색판화(浮世絵·우키요에) 영향을 받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자포니즘을 이끌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가 대표적이다.
고흐는 그의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모든 작품은 일본 미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라고 쓸 정도였다.
고흐 자화상을 보면 얼굴 뒤로 일본의 풍속화가 그려져 있다.
이런 문화적인 유행인 자포니즘 속에서 일본풍으로 만들어진 서양 물건을 자포네스크라고 불렀다.
자포네스크란 ‘Japan(일본)’과 ‘esque(~식의)’를 합쳐 만든 조어다.
게르만인이 로마인의 건축을 모방한 것을 ‘로마네스크’라 하고, 아라비아풍을 ‘아라베스크’라고 하듯이.
예상대로 일본은 이 현상을 잊지 못했다.
2005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새로운 미래 전략을 발표하면서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을 벗어나 ‘네오 재패네스크(Neo Japanesque·신일본 양식)’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1세기판 자포니즘’의 선포였다.
일본 재계는 즉각 호응했다.
2006년 1월, 파나소닉과 도요타자동차 등 76개 대표 기업과 단체, 38명의 디자이너, 학자, 전문가가 나서 ‘신일본 양식 협의회’를 결성했다.
설립 취지문에는 “일본 브랜드 확립이 필요하다.
일본 고유문화와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 브랜드 가치를 향상해 세계에 발신하는 것이 일본 제품과 콘텐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네오 재패네스크로 국가 브랜딩을 하겠다는 의지다.
다른 모든 나라가 ‘메이드 인 (국가 이름)’으로 표기할 때 스위스만은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라고 표기했다. 이제 스위스 메이드는 스위스 국가 브랜딩의 중요 요소가 됐다.
그러나 15년 전 일본 정부가 호기롭게 선포한 네오 재패네스크는 지금 어떻게 됐나.
메이드 인 재팬 대신에 네오 재패네스크를 본 적이 있는가.
일본은 애칭이나 별명은 본인이 스스로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는 간단한 사실을 애써 무시했던 것이다. 별명은 남이 지어줄 때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얼굴 뒤로 일본의 풍속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
쿨 재팬’의 재등장
1997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멋진 영국)’를 주창했다.
영국 대외 이미지를 ‘활기차고 멋진, 고루하지 않은 나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소프트 파워를 육성하고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게 부러웠던 것일까.
일본도 2002년부터 ‘쿨 재팬’을 간헐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쿨 재팬이 핵심 국가 브랜딩으로 공식적으로 다시 등장한 시기는 네오 재패네스크의 실패를 받아들인 이후였다.
또 한 번의 자포니즘을 갈구하던 일본은 21세기 문화 대국이라는 인식을 얻고 싶었고, 2010년에 쿨 재팬을 공식화했다.
2010년 6월, 일본은 쿨 재팬 담당 부서로 ‘쿨 재팬실’을 경제산업성 산하에 설치했다.
일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시기적으로 쿨 재팬의 본격 등장은 한류(韓流)에 대한 경계심에서 나왔다. 쿨 재팬 또한 실패가 예견된 브랜딩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2편에 이어서 풀도록 하겠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가 9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 힐즈 비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뉴스1 DB)2022.1.10/뉴스1
한국이 일본에 앞선다는데..
일본과 한국의 비교가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위 국뽕을 위해서 우리쪽에서 나온 자료가 아니다.
대장성 관료 출신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히도츠바시대학 명예교수와 일본내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자료가 바로 그것들이다.
노구치 교수는 다양한 통계를 들며 "한국은 일본보다 풍요로운 나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인당 GDP(2020년 기준)가 일본(4만146달러, 한화 4817만원)이 한국(3만1496달러, 3780만원)보다 아직 높으나, 문제는 '성장률'"이라며 "20년 후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에 2배 이상 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일본은 2000년부터 경제규모가 20년간 1.02배 늘어난 것에 비해 한국은 2.56배 성장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23위, 일본은 31위로 차이가 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1인당 명목 GDP가 2020년 기준 일본 3만9890달러, 한국 3만1954달러에서 2025년까지 한국은 연 6% 증가하는 데 비해 일본은 연 2% 성장에 그치면서 2027년이면 역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다 한국에도 뒤진다'는 일본의 자성 속에 나온 몇몇 통계는 뜯어보면 사실 한국에게는 뼈아픈 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20년 평균임금은 일본 3만8515달러, 한국 4만1960달러로 한국이 앞선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을 보면 한국이 4만2381달러, 일본이 4만232달러로 한국인의 평균 소득이 일본인보다 5%가량 높다.
경제규모에 비해 이처럼 임금이 일본에 비해 한국이 높다보니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에서 뒤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돈도 더 벌고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얘기지만 삶은 정말 더 풍요로와진 걸까. 삶에 대한 의욕의 꺾임과 단절감을 상징하는 자살률은 한국의 경우 1997년까지 인구 10만명당 15명 이하였으나, 2020년엔 10만명당 25.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0년 인구 10만 명당 일본의 자살률은 16.7명에 불과하다.
장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히키코모리, 집단적 괴롭힘을 의미하는 이지메 등 사회적 부조리나 병리현상의 원조로 일본이 꼽혀왔다.
하지만 일본은 그같은 징후에서 서서히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해당 현상들이 오히려 심화되는 상황이다.
대표적 빈부격차 지표인 지니계수(2017년 기준)의 경우 한국(0.355)이 일본(0.308)보다도 높다.
자살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인 빈곤율(2016년 기준)을 따져보면 한국이 48.6%인데 비해 일본은 19.4%에 그친다.
집값이 뛴 최근 몇년간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상황에서 골목에서 박스를 줍거나 폐지가 담긴 카트나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가는 어르신을 본 기억이 최근에 더 늘지 않았던가.
다시 일본과의 비교로 돌아오면 일본과의 경쟁에 우위에 섰다는 근거로 이른바 K-컨텐츠의 위력을 떠올리곤 한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상을 석권하고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의 전세계 1위 컨텐츠로 부상한데 이어 출연배우 오영수는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까지 수확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소재가 일본과 비교되는 통계수치에 가리워진 한국의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무한경쟁에 짓눌리는 사람들을 다뤘다는 점을 떠올리면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생충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할때 "영화 '기생충'이 서울의 반지하 삶을 반영해 빈부 격차 문제를 다뤘다"고 언급했었다.
일본과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스스로 비교해온 한국이 몇몇 지표에서 일본에 앞섰다는 우월감에 도취되기엔 너무 이르다.
오징어게임의 1번 오일남(오영수 분)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러다 다 죽어'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15일 자정 전후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서 바닷물이 육지 강물을 타고 역류해 올라
오는 현상이 포착됐다. 트위터 캡쳐[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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