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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푸틴=히틀러' 다가 아니다…한반도 '군사·안보 위협 고조' 대비해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곡사포 사격 훈련을

벌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옐친(오른쪽) 초대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

 사진 셔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 안보 회의를 주재

하고 있다. 2022.03.04.

 

 

 

 

 

 

 

연합뉴스

 

 

 
 

 

푸틴=히틀러' 다가 아니다…한반도 '군사·안보 위협 고조' 대비해야

 

 

한국외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함의' 토론회
국제유가 상승, 대러 무역 감소…경제적 피해도
"중국·북한, 미국의 러시아 조치 주시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원인을 어느 한쪽을 단순히 '악마화'하는 논의를 넘어서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번 사태로 세계 각국의 경제·군사적 경쟁이 심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7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외대 동유럽발칸연구소 김신규 전임연구원은 "'무조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상하다.

러시아가 원래 호전적인 국가라서 전쟁을 일으켰다'라는 논의에만 집중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와 유럽연합(EU) 가입 선언이 있었다"며 "분명히 우리가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황성우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물론 푸틴의 침공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잘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푸틴=히틀러'라는 식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의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이어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방세력의 동진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며 "특히 우크라이나는 최전선으로 나토 가입에 극구 반대해왔는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나토 가입을 명명했다"며 이번 사태의 배경을 분석했다.

황 교수는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황 교수는 "항상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들어갔을때 피해보는 것은 루마니아 등 주변의 약소국이었다"며 "국제유가가 올라가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과 무역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방시설본부 서원희 사무관은 "유럽은 천연가스 대러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한국도 에너지 패권 변화에 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이번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안보적 위협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과 북한 등 한반도 인근 국가들도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취하는 조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홍규덕 교수는 "러시아에 대해 서방 국가는 효과적인 억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전략적 과제를 안겨줬다"며 "결국 각국의 군비경쟁 강화와 치열한 기술력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이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번 사태를 보며 대만을 먼저 생각할 것이 자명하다.

대만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격상하고자 할 때 중국이 러시아식 해결책을 들고 나와 대만 영토 주변부의 섬들부터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홍 교수는 "북한도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군사적 기습 점거를 무력으로 반격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러시아가 상대방 영토를 기습 점거한 후 군사적 압박을 풀어주는 대신 더 많은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매료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짚었다.

 

 

 

※CBS노컷뉴스

 

 

 

 

 

 

▲영국 리버풀에서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리버풀/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석좌교수. /트위터 캡처

 
 
 

푸틴 말릴 사람은 전 세계에 한 명뿐” 美 유명 경제학자 진단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시진핑 주석,

러-우크라 협정 중재해야”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7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 명뿐”이라면서 “그 사람은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고 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치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지금 당장 중국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중국은 카드를 쥐고 있으며, 이 기회를 활용하는 것은 시 주석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6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정 메달을 수여했다.

당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르며 중국의 첫 우정 메달을

푸틴에게 안겼다. /로이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앞다퉈 대러 제재에 나섰지만, 중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도 기권한 바 있다.

로치 교수는 “푸틴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야 한다”며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에게는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지속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루블화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인터뷰에서 로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국가부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를 경우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 신흥국 시장에서 광범위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도 거기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빨리 끊을수록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다리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16일 7억 달러(8542억원) 상당의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와 외화 결제를 제한한 러시아의 대응 조치, 결제망 차질 등은 러시아가 국외 채무를 이행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디폴트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스푸트니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진핑과 푸틴 밀월의 부작용…중국 외교는 '진퇴양난'

 

 

거리두자는 주장은 시진핑에 대한 반기"…

정책 유연성 제한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가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정책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공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던 중국이 최근 대화를 촉구하는 등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지만, 실질적으론 진퇴양난의 상태라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NYT는 지난달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중국의 퇴로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한 이 같은 성명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독일 마셜 펀드의 앤드루 스몰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지지가 없더라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수 있지만, 중러 공동성명은 러시아에 침공의 정당성을 제공해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사회뿐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 주석의 입장이 분명하게 수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담당 국장을 지낸 폴 핸리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현재 중국 내부에서 러시아와 가까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이에 어긋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외교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자는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도 거부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에게 전쟁 방지 노력에 동참해 달라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 자료까지 제시했지만, 오히려 중국은 이 같은 자료를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감안한 듯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왕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평화협상의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입장변화에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냉담한 반응이다.

키이우(키예프)의 외교정책 연구기관 우크라니안 프리즘의 세르기 게라심처크 연구원은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고 해도 너무 늦었다"며 "중국 정부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쪽과 관계를 강화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애초 계획에서

어긋나면서, 이번 전쟁이 실패로 끝날 경우 '푸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연합뉴스]

 

 

 

 

우크라 삐끗, 희생양 1순위 올랐다…푸틴 옆 식은땀 흘린 남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일째인 지난달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 남자가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둘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사령탑이다.

특히 쇼이구는 이번 침공을 기획한 인물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그의 작품이다.

 

BBC는 이날 세 사람이 모인 광경에 대해 "군의 수장들이 푸틴 옆에 어색하게 앉아 있다.

(긴 테이블 거리 때문에) 푸틴이 들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때는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속전속결이 물건너간 시점, 특히 '기획통' 쇼이구 장관은 진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가운데)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회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개전 12일째로 접어들면서 쇼이구 장관의 입지는 더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이 푸틴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쇼이구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쇼이구가 푸틴을 전쟁으로 인도"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모스크바 국방통제센터에서 열린 러시아 국방부 이사회 연장회의에

참석한 후 군사 전시회를 방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푸틴 대통령의 침공 결정에 쇼이구 장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푸틴이 외교적으로 문제를 푸는 대신 군사적으로 접근하도록 쇼이구가 꼬드겼다”고 했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푸틴의 비현실적인 계획 뒤에도 쇼이구가 있었다고 지목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군이 전략 오류, 병참 차질, 사기 저하로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음에도 "주어진 임무를 완료될 때까지 특수 군사작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 1일 국영방송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또 "러시아 연방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서방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서방이 우리와 대적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전투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쇼이구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서방의 정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1~4일 이내에 끝날 것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벌써 약속한 기일이 열흘가량 지났기 때문이다.

 

침공 12일째를 맞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여전히 키이우·하르키우·오데사·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손에 넣지 못했다.

또 수백명(러시아 국방부)에서 1만1000명(우크라이나 주장)의 병력 손실을 봤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맞다면, 이는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1979~1989년)에서 잃은 병력(약 1만3000명)에 육박한다.

 

초기 전략 실패로 입지 '흔들'  

 

과거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내전 등 러시아군의 경험을 바탕으로 '속전속결로 끝내겠다'고 한 쇼이구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마이클 코프만 미 해군분석센터(CNA) 러시아 담당 연구원은 "군사작전이 예상대로 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쇼이구 장관에게 '저주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지난 6일 러시아군의 타깃이 군사시설에서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옮겨간 것도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군 사령부가 군사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지금까지 전황이) 쇼이구가 쌓아온 평판은 무너질 수 있다"며 "전쟁에 실패하면 푸틴은 ‘스케이프고트(희생양)’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1순위'는 쇼이구로 관측된다.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적이 없는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금까지 무관으로서 승승장구했다.

공대 출신으로 토목기사와 개발 사업을 한 쇼이구 장관은 1998년 소련 공산주의 사회 모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모스크바에서 안전장관으로 일하면서 푸티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2012년부터 국방장관에 취임한 그는 '종이호랑이'였던 러시아군을 현대화·전문화된 군대로 발바꿈시켰다.

또 장교의 월급을 올리고 사이버군을 만드는 혁신을 꾀했으며, 새로운 무기와 기술들을 모스크바 중심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건 크림반도 합병과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었다.

특히 크림반도 병합에서 세이구 장관은 '야간 특수부대 작전'을 내세웠다.

세계의 이목이 소치 겨울올림픽에 집중된 틈을 타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내 의회, 항구 등 주요 시설을 점령하고 무력 합병을 이끌어냈다.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도 거의 없었다.

이듬해 쇼이구 장관은 궁지에 몰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전폭적으로 후원해 반군 시위대로부터 구한다.

 

해상과 공중전을 퍼부으며 112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푸틴은 "러시아군의 훌륭한 준비태세를 증명한 성과"라고 칭찬했다.

 

두번의 '성공'한 전쟁은 러시아군이 거듭난 계기가 됐다. 

한나 노트 비엔나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두 번의 기회를 통해 "러시아군과 국방부가 (러시아의) 외교부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푸틴의 후계자 vs 부족한 전략가 

푸틴 대통령과 쇼이구 장관은 함께 시베리아로 사냥·낚시 여행을 같이 다닐 만큼 최측근이다.

한 때 ‘잠재적 후계자’로 여겨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결과에 따라 쇼이구 장관이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린어페어스는 "쇼이구는 그간 성공만 경험했다"며 "아무리 인상적인 전장의 승리도 때론 더 큰 정치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만한 제대로 된 군사훈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여전이 쇼이구 장관이 건재하다는 시각이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 안드레이 소다토브는 BBC에 “쇼이구 장관은 군 지휘할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에도 부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이념은 대부분 역사에 관한 것이고 그는 그 서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서방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한다"는 푸틴의 민족주의적 노선을 추종하는 인물이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염문설의 주인공 알리나 카바예바.

/사진=뉴스1

 

 

 

 

 

푸틴, 리듬체조 선수 출신 아내와 가족들 스위스에 숨겼다" 도피설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
지난 7일'푸틴 러시아 대통령 가족들, 스위스로 피신' 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의 연인이라고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와 4명의 자녀들을 스위스로 피신시켰다는 주장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그의 가족을 스위스 비밀 장소로 대피시켰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페이지식스 등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와 4명의 자녀들이 스위스의 한 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바예바는 러시아의 대표 리듬체조 선수로 은퇴 직후인 2007년 정계로 진출해 푸틴을 지지하며 국회의원이 되었다.

푸틴이 2013년 이혼 후 카바예가가 푸틴의 연인이라는 보도가 줄곧 있었지만 푸틴은 "존중받아야 할 사생활"이라고 말하며 언급을 자제해왔다.

앞서 지난 1일에도 푸틴 가족이 알타이 산맥의 비밀 벙커로 피신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또 다른 매체는 "푸틴의 소식통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카바예바는 모두 스위스 여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 매체는 "스위스에 가족을 숨기기로 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은 스위스를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며 "중립국인 스위스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발발 후 중립이 아닌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며 푸틴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민간인도 무차별 공격‥'날뛰는' 푸틴의 심리상태는?

 
 
 

<푸틴이 '전쟁'으로 챙긴 것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은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던 전망의 근거는 그가 결코 손해 보는 선택은 하지 않는 치밀하고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2008년 조지아 침공이나, 크름반도 병합의 사례를 보면 피해가 거의 없다는 계산이 설 때만 군대를 움직여서 별다른 희생 없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얻곤 했으니까.

우크라이나를 침공해봤자, 만만치 않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러시아군의 희생도 적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것도 불투명하다는 게 대부분의 분석이었다.

그래서 사이버 공격이나 선전전을 병행하면서 젤린스키 정권을 끌어내리고 친러 세력으로 정권을 교체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예상을 깨고 전면전에 돌입한 지금, 러시아군은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으면서 하루 25조 원(세계 군사력 순위 6위인 우리나라 연간 국방비의 절반)의 전쟁비용을 써가며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수많은 인명을 희생해가며 우크라이나를 폐허로 만들면서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푸틴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푸틴은 작년 7월 기고문을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우크라이나는 결국 통합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고 강조해왔다.
같은 뿌리를 가진 같은 민족임을 강조하면서 통합을 강조해왔는데, 이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과연 '통합'이 가능할까?

 

러시아군의 포탄에 가족과 친지를 잃고, 삶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가해자인 러시아와의 통합은 고사하고,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통합이 아닌 독립을 위해 곳곳에서 무장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침략'의 결과는 '유럽의 단결'

과거 소련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푸틴은 나토가 지배하게 된 유럽의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보려고 했다.
그래서 나토의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나토의 영향력을 97년 이전으로 되돌리라면서 '나토의 영향력 축소'를 요구했던 것이다.

 

미국이 여기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어찌 보면 우크라이나가 피를 흘리게 된 셈인데, 이런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나토 국가들을 한데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와 얽힌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분열됐던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제재에 동참해서 러시아를 압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여론까지 극도로 나빠지면서 이케아 같은 가구회사부터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같은 에너지 기업까지 러시아에서의 철수를 선언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러시아는 빠져들었다.

특히 경제적, 역사적 이유 등으로 러시아에 유독 우호적이었던 유럽의 맹주 독일이, 러시아의 위협을 절감하면서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푸틴이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토가 움직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나토의 후퇴는 고사하고 나토가 영향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만 오히려 잔뜩 키워준 셈이다.

 

 

 

 

 

 

 

 

 

 

 

 

 

그런데도 푸틴은 왜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

이렇게 되니 교활할 정도로 영민하게 행동했던 푸틴이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푸틴이 정말 치밀한 계산 끝에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푸틴은 최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현 정부를 신나치 세력이자 마약 중독자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런 감정적인 행동은 그가 전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라고 한다.
푸틴은 위험을 감수하거나 도박을 피하는 건 물론이고, 잔혹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냉정한 선택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8년 조지아 침공 당시에도 대통령을 그대로 자리에 놔뒀고, 2014년 크름반도를 병합한 뒤에도 동부 돈바스까지는 진출하지 않고 멈춰선 뒤, 배후에서 시치미를 떼면서 내전을 지원하는 쪽을 선택했다.

 

다른 나라의 선거에 공작을 통해 은밀히 개입하고, 크름반도를 손에 피도 안 묻히고 병합하고, 유럽의 비판자들에게 암살자를 보내던 KGB 공작원 출신 푸틴과 지금 푸틴이 같은 사람 맞느냐 하는 의문이 나온다는 것이다.
5년 전의 극히 주도면밀하던 푸틴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푸틴의 판단력에 영향?

지난 2년여 동안, 푸틴을 만나려는 사람은 누구든 면담 전 2주 동안 자가격리한 뒤에야 비로소 푸틴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작년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조차 모스크바까지 가서도 푸틴을 화상으로만 만났다고 한다.

본인을 철저히 보호한다면서 실은 고립시키는 편집증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푸틴을 만났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진 그의 태도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푸틴은 지난 18개월 동안 특히 집중적으로 국내의 독립 언론을 탄압하고, 반대 정치인을 숙청하면서 시민사회를 극도로 억압해왔다.

그래서 학자들은 정권이 폭압적일수록 그 지도자의 편집증도 심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편집증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온 2년여의 시간이 푸틴의 판단력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니냐는 분석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이다.

 

푸틴을 포함해 독재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분석하는 미국 CIA의 비밀 조직에서는 푸틴의 과거 행적을 분석하면서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하고 있기도 한다.
푸틴이 이런 비상식적인 전쟁을 감행한 이유가, '고립'이 가져온 심리적 영향의 탓인지, 러시아의 옛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푸틴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푸틴이 초기의 군사 작전 실패 이후, 군 시설만 파괴하겠다던 말을 뒤집고 무차별 폭격을 퍼부으며,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가 하면, 핵 공격도 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등 그야말로 '날뛰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의 조심스러운 분석대로 푸틴의 심리상태가 실제로 정상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전 지구적 재앙이 우려되는 섬뜩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제부 권희진

 

 

 

 

 

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들이 피란길에 올랐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일가족을 살펴보고 있다.

일가족 가운데 어머니와 아들, 딸은 숨지고 아버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루블화   사진=연합뉴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스1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오판.. 러, 강대국 지위 잃을 수도

 

 

 

 

(서울=뉴스1) = 2022년 2월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표면적으로 현 사태의 원인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이유가 하등 없었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자극을 우려한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로 가능성이 전무했다.

 

게다가 유럽 주요국들은 푸틴과의 공존을 택한 상태였다.

특히 독일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개통을 강행했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나토도 유럽연합(EU)에도 속해 있지 않은 '외톨이'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란 강대국의 위협에서 보호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일부 국제 석학들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대신 '주권국가에 대한 침공만은 안 된다'는 점을 푸틴에게 분명히 했다.

역설적이지만 러시아의 영향력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음으로써 극대화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침공을 강행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민족주의에 전도된 푸틴의 전략적 사고다.

이런 시각은 지난달 21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진입에 앞서 방송한 '선전포고' 성격의 연설에서 잘 드러났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으며 "그들은 우릴 하나로 묶는 모든 것을 거부하며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크름(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향권 이탈이 2019년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당선과 2021년 반러 성향의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가속되는 걸 푸틴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러시아의 침탈과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대응이었다.

푸틴이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남부 오세티아 공화국을 세웠을 때 국제사회는 반응하지 않았다. 2014년 러시아가 기습적으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합병했을 때도 미국과 EU는 제한적 제재만 가했을 뿐이다.

 

이듬해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을 때도 국제사회는 내심 '러시아의 개입이 지역 안정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6년 러시아가 사이버전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음에도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보복은커녕 푸틴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서방 측의 핵심규범인 민주주의와 인권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에너지 자원 앞에서 아무런 '레드라인'(한계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여러 차례 똑똑히 본 푸틴은 이번 침공 또한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묵인'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위협 앞에 순순히 굴복했다면 푸틴의 예상대로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해 전례 없이 포괄적이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도리어 예전과 같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러시아와 공존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을 게 분명하다.

 

이번 전쟁은 푸틴의 오판으로 발발했고,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강대국의 위치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전례 없이 강력한 연대로 푸틴을 압박하고 있다고 자찬해선 안 된다.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푸틴의 도발에 대해 무한에 가까운 인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푸틴의 가장 큰 오판은 국제사회의 대응을 예상 못 한 것이 아니라 애국심과 자유의지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를 얕본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약력> Δ現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Δ現 독일 뭔헨안보회의 아고라 전략연구소 객원 펠로우 Δ現 한국세계지역학회 국제이사 Δ컬럼비아대 경제-수학 학사 Δ컬럼비아대 통계학 석사 Δ파디랜드 대학원 정책분석학 박사 ΔUCLA 신경심리학 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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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 훈련

센터를 방문해 승무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최진숙 칼럼] 누가 푸틴을 두려워하랴

 
 

카키색 털모자를 눌러쓴 러시아 병사는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흐느끼고 있다.

땋은 머리에 보라색 물을 들인 우크라이나 여성은 스마트폰 화상으로 누군가를 불러낸다.

"나타샤, 들리나요?" 병사의 어머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아들을 확인한 어머니 목소리가 떨린다.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지난주 외신이 보도한 러시아 병사의 트위터 영상 장면이다.

이보다 1주일여 전, 그러니까 지난 2월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영방송을 앞에 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현대 우크라이나는 혁명 중 레닌과 그 동지들에 의해 얼떨결에 만들어졌다.

러시아의 일부가 아닌 적이 없으며 독립된 나라가 아니었다"는 게 요지다.

 

이 남다른 인식을 그는 한숨과 탄식까지 섞어가며 전달했다.

서방 언론은 "광기의 60분"이라고 평했다.

다음 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병사의 눈물과 푸틴의 광기는 서로 닿아 있다.

엄연한 이웃 주권국을 무참히 짓밟고 전 세계가 등을 돌려도 푸틴의 도발은 기필코 끝을 보려 한다.

이 망상의 길 끝에 길 잃은 앳된 병사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병사의 나라가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온 세월이 20년이 넘는다.

그리스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스탈린 집권기 러시아 전역을 수차례 다녔다.

그 뒤 1956년 쓴 글이 '러시아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나'(한글번역 '러시아 기행')이다.

그의 견문은 지금도 솔깃하다.

"러시아인은 모순을 자기 안에서 화해시키는 본래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다.

 

빛과 어둠이 가득한 영혼을 우위에 두고 창조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만난 한 저널리스트의 언론관을 들려준다. "진리는 우리가 날마다 현실과 벌이는 투쟁을 통해 달성되는 하나의 균형입니다

. 그것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 즉 창조되는 것입니다."

경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카잔차키스는 어느 시인의 두 줄짜리 시를 떠올린다.

"그런 자들의 손톱을 가져다가 버려야 한다.

그러면 세상 어디에도 그보다 더 단단한 손톱은 없으리라."

스탈린 시대의 거짓 선동술을 현실 정치에 가장 잘 활용한 이가 푸틴이다.

KGB 장교를 지낸 무명의 지방공무원이 크렘린궁에 들어가 보리스 옐친의 후계자로, 그 후 오늘에 이른 전 과정은 극적이다.

 

동유럽 분쟁사 권위자인 미국 예일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여기서 위력을 발휘한 것이 푸틴이 창조한 가짜뉴스와 선동이었다고 단언한다('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푸틴식 기만술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이라는 벽을 만났다.

뜻대로 키이우(키예프)를 함락시키고 젤렌스키 정부를 밀어낸다 해도 푸틴이 승리를 가져갈 수 없는 건 명백하다.

 

그 대신 엄청난 경제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건 그 국민 몫이다.

러시아는, 세계는 푸틴이 두렵기보다 걱정이 된다.


오래된 권력,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위험을 이 전쟁은 다시 일깨워줬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19세기 영국 정치가 존 달버그 액튼경이 한 말이다.

우리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가 되든 지금의 불안한 제왕적 권력구조만은 뜯어고쳤으면 한다.

공약은 이미 충분히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제 49차 고위급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인권유린 행태를 맹비난했다. /AP 연합뉴스